제목이 조금 길지요. 하지만 제목이 책 내용을 그대로 말하네요. 요리연구가나 음식 만드는데 관심이 있는 사람들의 부엌을 들여다보고 사진을 찍고 몇 가지 살림법을 곁들인 책입니다. 만약 도서관에서 먼저 발견하지 않았다면 교보에서 구입했을텐데, 그렇게 되지 않아 다행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인데도 영 마음에 안 찼거든요. 구입해서 보았다면 후회했을지도 모릅니다. 아마 이건 제가 워낙 많은 부엌을 들여다보아서 그럴겁니다.

일본의 『天然生活』부터 시작해, 부엌과 관련된 책은 꽤 많이 모았다가 꽤 많이 처분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천연생활의 압축 버전일지도 모르지요. 한국에서는 이런 종류의 책이 거의 나오지 않아서 그런지 책 평가는 높은데 저는 별로 마음이 안갔습니다. 이미 일본의 책을 통해서 다 엿보았거든요. 한국 부엌 특유의 모습이 보이는 것도 아니고, 부엌을 너무 깔끔하게 해두어 살아 있는 느낌이 안듭니다. 거기에 부엌의 구조(평면도)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전체 풍경이 보이는 것도 아니라 이리저리 짜맞춰가며 상상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피곤해지더군요.OTL

거기에 실린 부엌들 중에 가지고 싶은 부엌은 단 한 군데도 없었습니다.(먼산) 이런 부엌에서 나도 일하고 싶다거나, 나중에 이런 부엌을 가지고 싶다거나. 그런 생각이 전혀 안 들었습니다. 그것도 이 책의 평가가 떨어지는 이유고요. 일본책을 보지 않으신다면 보실만하겠지만 아니라면 그리 추천하고 싶지 않습니다.

다만 『효자동 레시피』의 저자 신경숙씨(소설가와는 동명이인;) 부분은 몇 번 다시 들여다 보게되더군요. 특히 티이타님께는 도움이 될듯..? 아이 이유식하는 방법이 살짝 나와 있거든요. 참고하시와요.+ㅅ+ 전 견과류 쿠키가 마음에 들어 집에 만들어 둘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김주현. 『갖고 싶은 부엌 + 알고 싶은 살림법』. 중앙북스, 2012, 13000원



로버트 L. 월크, <아인슈타인의 키친 사이언스>, 해냄, 2007, 13000원

원서 제목을 보면 이게 두 번째 책인가 싶습니다. What EInstein told his cook 2가 원제목인걸 보면 말입니다. 한 번에 읽지 않고 두고두고 읽느라 몇 주 걸려 읽은 책인데 그래서 더 맛있었는지도 모릅니다.

제목만 보면 아인슈타인의 이름에 영합(?)한 그저 그런 내용의 책으로 보이는데요, 대강 내용을 훑어 보고는 꽤 마음에 들어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내용은 생각 이상으로 괜찮았습니다. 어느 화학자가-아내는 레스토랑 평론가 겸 요리전문기자랍니다-, 독자들의 질문을 받아 먹거리와 재료, 그리고 그 관련된 무한한 분야의 과학에 대해 이야기를 합니다. <워싱턴 포스트>에 연재한 "푸드 101"의 칼럼을 모은 것이로군요. 책 첫머리에 간략히 책의 유래에 대해 언급하고 있습니다.

사근사근하게 말을 거는 느낌으로, 독자들의 질문에 대해 답변을 하고 있으니 읽기는 편합니다. 게다가 지면 때문인지 질문과 대답의 길이가 버거울 정도로 길지도 않습니다. 수준도 화학과 가정시간에 배운 것에 대해 홀랑 다 잊은 사람들을 위한 정도입니다. 물론 배경지식이 있다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겁니다. 미오글로빈이랄지, 갈변과 펙틴, 카카오와 코코아, 버터와 식물성 지방 등 말입니다.
연재한 칼럼을 크게 10가지 분야로 나눴습니다. 농장 이야기와 과일이야기, 곡물 이야기, 고기류와 우유 등으로 나뉘어 있지요. 향신료(허브와 스파이스)도 따로 모여 있습니다. 그러다보니 연결된 이야기를 계속 읽게 되어 흥미도는 더욱 상승합니다. 그리고 잠깐 쉬어가는 의미로 재미있는 음식 레시피도 있습니다. 몇 가지는 따로 블로그에 비밀글로 돌려 올려두었지요. 실제 만들지 어떨지는 저도 모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초콜릿 샌드위치는 만들어보고 싶군요. 그다지 어렵지도 않고, 버터를 제외하면 재료들도 다 있고요.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만드는 것도 좋아하고, 음식 이야기도 좋아한다면 추천합니다. 셋다 해당되지 않아도 기술가정과 화학시간을 재미있게 보냈다면 또 추천합니다. 거기에 조리된 것과 조리되지 않은 것을 포함한 모든 음식들과 관련된 화학 이야기를 재미있게 볼 수 있다면 추천합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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