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한 동명은 모르지만 보통 삼청동 갈 때 같이 가니 지역구분은 삼청동으로 밀어 넣습니다.

화요를 사러 가기로 S와 약속을 하고 이날 점심은 모 만두집 분점 격인 국수집에 들어갔습니다. 면이 주류라고는 하지만 완탕도 함께 팔고 있더군요. 만두집도 가보지 않았지만 국수를 좋아하기도 하고 이날 국수가 먹고 싶었던 것도 있어서 호기심에 들어가보았습니다. 평소 운동 다닐 때 이 앞을 꼬박 꼬박 지나가는데 만두집보다는 국수집의 손님이 많은 것도 국수집을 선택한 이유였습니다. 만두집 맛이 괜찮다는데 만두집보다는 국수집 손님이 많으니 여기도 맛이 괜찮겠다는 계산이었습니다.

한국어를 잘 못하는 아주머니가 주문을 받는데 주문 받는 것도 어설펐지만 내오는 것도 어설픕니다. 저희보다 늦게 들어온 사람들에게, 우리가 주문한 음식을 내가는 것도 그렇고, 추가 주문을 넣고 싶어도 제대로 알아 들을까 미심쩍은 것도 그렇습니다. 손님이 주문을 어려워 하면 웬만큼 맛이 있지 않고서는 다시 방문하지 않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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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이라도 가보신 분들은, 혹은 그 옆의 만두집을 가보신 분들은 어딘지 대강 아실겁니다.
주문한지 얼마 되지 않아서 나온 완탕과 볶음면입니다.
제가 이 볶음면을 시키면서 머릿속으로 떠올린 것은 베트남 쌀국수집에서 나오는 볶음면입니다. 약간 달짝지근하면서도 짭짤하게 간이 밴 채소와 면 말입니다. 빨리 나오긴 했지만 이것도 그럭저럭 구색은 갖춘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한 입 먹어보고 여기는 두 번 다시 오지 않겠다고 결심했습니다. 삼선완탕이 5천원, 야채볶음면이 4천원, 도합 9천원이었는데 이 돈 주고 먹기가 아깝다고 생각했습니다. 양은 여자들에게 적당한 수준이고 남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점심, 마음에 점을 찍는 음식입니다. 양이 푸짐한 것도 아닌데다 맛도 없습니다. 숙주는 서걱서걱. 간도 전혀 배지 않은 날 것에 가깝습니다. 면은 라면 비슷한 것 같기도 하며 덜 익힌 건지 약간 딱딱하게 씹힙니다. 제가 중국집에서 이런 볶음면을 한 번도 시켜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습니다. 볶음자장은 시켜먹은 적이 있지만 그건 한국식 면이지 중국식 면요리는 아닙니다. 그러니 중국식 면요리가 원래 이런 것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중국식 면요리의 정통재현이든 아니든 간에 제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먹는 도중에 뭔가가 씹히면서 굉장히 매운 맛을 냅니다. 모르고 먹다가 거의 다 먹고 한 두 조각 쯤 남아서야 제가 씹었던 것이 맛내기용으로 넣은 말린 고추였단걸 알았습니다. 고추향은 음식에서 거의 안났고 고추조각을 씹으면 지뢰를 밟은 느낌이었으니 고역이었습니다.
완탕은 맹탕입니다. 국물은 계란국이고 간이 진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안에 들어간 만두는 꽤 많았다고 기억하지만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거나 하진 않습니다. 해산물이 들어갔다더니 그런 느낌-새우랄까, 생선살이랄까, 하여간 부드럽게 씹히는-이었던 것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차라리 밥을 시켜서 거기에 말아 먹고 싶었습니다. 공기밥이 없으니 가능한 것도 아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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