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말에 먹는 것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하셨지만 이것은 먹는 것을 가지고 장난 치는 것이 아니라 먹는 것을 만드는 기구로 장난을 치는 것이니 괜찮습니다. 그냥 게으름의 극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라고 생각해주시면 됩니다.;;


베트남 핀으로 카페라떼를 만들려던 어느날, 문득 밀크티가 마시고 싶어집니다. 하지만 밀크티를 마시려면 설거지가 복잡하지 않습니까. 진한 밀크티를 좋아하니, 진하게 마시려면 물을 적게 넣은 홍차 포트에 우유를 붓고 만드는 것이 가장 취향에 맞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포트, 컵, 스트레이너까지 설거지 거리가 쌓입니다. 씻으러 가는 것도 번거로운데 다른 방법 없을까 생각하다가 베트남 핀을 봤습니다. 그리고 실험 시작.


사용자 삽입 이미지

종이컵 위에 베트남 핀을 올립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홍차를 넣습니다. 이건 두 번째 마실 때의 사진인데, 처음에는 얼그레이로 만들어 마셨는데 마지막 남은 얼그레이를 탈탈 털어서 만든 거라 두 번째 마실 때는 여분이 없었습니다. 별 수 없지요. 있는 것으로 만들어야 하지 않습니까. 그래서 포트넘앤메이슨의 랍상소총을 넣었습니다. 얼그레이 밀크티는 자주 해 마시지만 랍상소총 밀크티는 이 때가 처음이라 솔직히 말하면 무서웠습니다. 괴식의 탄생, 그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될까 두려웠지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위에 누름망을 올리고 한 큰술에서 한 큰술 반 가량의 뜨거운 물을 위에 붓습니다. 그러니까 불리는 과정이지요. 바로 뜨거운 물을 부어 홍차를 내리면 물이 찻잎과 닿아 있는 시간이 짧아질테니까 차가 진하게 나오지 않습니다. 그러니 불렸다가 쓰는 겁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 동안 우유는 따로 데워옵니다. 취향에 따라 단맛도 여기서 미리 가미합니다.(라기보다는 메이플시럽도 냉장고에 있어서 우유 데울 때 같이 섞지 않으면 번거롭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뜨거운 물에 불린 찻잎이 담긴 핀을 우유컵 위에 올립니다. 그리고 뜨거운 물을 위에서 붓습니다. 양은 많지 않게. 커피보다 물이 빨리 내려가기 때문에 물량 조절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으니 물을 얼마만큼 붓는지 감이 안오신다 하면 따로 계량하셔도 됩니다. 단, 이경우는 옮겨 담는 과정에서 물이 식을 수 있습니다. 뜨거운 음료를 좋아하는 만큼 전 바로 붓습니다.'ㅂ'


사용자 삽입 이미지

랍상소총이라 색이 굉장히 연하게 났습니다. 찻 잎이 두껍고 원래 진한 수색은 아니라 그런거죠. 오늘 아침에 얼그레이로 해 마실 때는 이보다 2-3배 이상 진하게 색이 나더군요.'ㅂ'

랍상소총 밀크티는 의외로 괜찮았습니다. 생각한 것 이상으로 잘 어울리더군요. 우유 때문에 랍상소총 특유의 향이 많이 가라앉아서 그런가봅니다. 랍상소총의 향이 거북했는데 이렇게 마시니 또 좋군요. 하지만 또 마실거냐 물으신다면 묵묵부답..; 실험은 한 번으로 족하고, 전 그냥 얼그레이로 만들어 마시겠습니다.-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