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노님 이글루에서 정보를 얻자마자, 바로 시간을 내서 다녀왔습니다. 어제 오후에 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이런 전시회가 있다니, 마침 기회도 좋다 싶어서 잽싸게 조퇴를 했습니다.(전날의 야유회랑 오늘 때문에 어제는 거의 오후에 조퇴하는 분위기..)


전시회 시작은 5월 3일-화요일부터. 월요일은 박물관이 쉽니다. 8월 28일까지 하니 시간은 넉넉하다지만 토요일이나 일요일은 아무리 오전이라 해도 사람이 많을 것이 뻔하고, 사이의 쉬는 날은 월요일 정도? 가능하면 빨리 보고 오고 싶었으니 말입니다. 이런 전시회는 경험상 미루면 안가게 되더군요.(먼산) 예외적인 것이 있다면 이전의 고려불경 전. 그건 전공과도 깊이 관련된 거라 호기심에 억지로 몸을 일으켜(...) 다녀온 경우였지요.
수요일과 토요일은 오후 9시까지 개방, 공휴일은 오후 6시까지, 다른 날은 오후 7시까지입니다.(관련 링크)

위에 값어치라고 쓰긴 했는데 원래 쓰고 싶던 단어는 가격 대 성능비였습니다. 기획전이라 입장료가 1만원이나 하는 고로 가격 대 성능비를 따지지 않을 수 없지요. 저야 재미있게 보았지만 '배경'이 없는 사람이라면 재미없을 수도 있는 그런 전시회였습니다. 저 배경이 뭐냐면...


(출처는 위의 링크에 나온 작품 소개. 원본은 Victoria and Albert Museum(이하 VAM)에서 가져온거랍니다.)

이 그림 하나만으로도 다녀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이 당시의 프랑스 그림을 상당히 좋아하거든요. 비슷한 시대의 그림으로 「그네」도 있었지만 저는 이쪽에 더 홀렸습니다. 그리 크지 않은 그림임에도, 보고 홀딱 반했습니다. 저 옷감의 질감이라든지 정원의 배경, 손에 들고 있는 책. 으아아아.;ㅂ; 그림에 홀딱 반해서 1만원 입장료가 절대 아깝지 않다고 외쳤으니까요. 이 그림은 비교적 앞에 있었습니다.

전체적으로 한 번 둘러보고, 다시 메모를 하기 위해 마음에 드는 전시품 앞을 얼쩡거리는데 이 그림 앞에서 전시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나누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설마 이 블로그에 들어오는 분 중에 있을...까요?;..)

"루이 15세가 누구지? 마리 앙투아네트 남편인가?"
"어, 헷갈리네."

'ㅂ';
옆에서 참견하며 답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여튼 이 것도 포함해서 아는 만큼 보인달까... 그러니까 이런 것도 있었거든요.
 

(출처는 VAM.(링크) Bust - Queen Elizabeth of Bohemia; The winter queen)

보헤미아의 엘리자베스. 이름도 몰랐던 이 흉상이 왜 눈에 들어왔냐면-게다가 좀 나이들어 보이기도 하는데-이 사람의 남편 때문입니다. 『베니스의 개성상인』을 보신 분이라면 조금 기억을 떠올릴지도 모르지만, 독일의 30년 전쟁의 시발점은 선제후 프리드리히가 보헤미아의 왕이 되면서였습니다. 이에 대한 정확한 기억은 없고, 오로지 소설에 묘사된 부분만 남아 있으니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찾아보시면 되고, 아주 간발의 차이로 역적(?)이 된 프리드리히는 결국 신교와 구교의 지난한 전쟁을 일으킵니다. 그리고 이 사람은 찰스 1세의 여동생이자 그 프리드리히의 아내입니다. 이 부부는 나중에 네덜란드로 망명하게 되고 그 자손이 하노버 왕가를 시작하게 된다는 겁니다.-ㅁ-
전혀 몰랐습니다.;
보헤미아의 엘리자베스라고 하길래 그런가 싶었는데 이 사람이 그 프리드리히의 아내로 나중에 후손이 하노버 왕가의 시작이 된다는 걸 읽자 아~ 싶더군요. 만약 『베니스의 개성상인』 을 읽지 않았다면, 떠올리지 않았다면 모르고 넘어갔을 이야기입니다. 그런 소소한 재미가 참 좋더란 말입니다.'ㅂ'



(출처는 국립중앙박물관 기획 전시 안내 페이지. 원 출처는 위와 동일)

머스킷(화승) 권총입니다. 음하하하하하하하. 이게 왜 눈에 들어왔는지는 다들 아실겁니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하지요.
이번 전시회에서 그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전시물의 주목도가 관심도에 따라 극명하게 갈리더군요.;


아래는 이하 간단 감상입니다.

- 사진 촬영 금지 그림이 안에 없길래 찍을까 하다가 분위기가 찍을 분위기가 아니라 도로 집어 넣었는데, 나중에 보니 입구에 '사진 촬영 전면 금지' 안내가 있더군요. 하하하; 찍었으면 큰일 날 뻔했습니다.

- 오프닝은 찰스 2세의 흉상. 대리석... 오오오오오! 석고와는 달라요, 석고와는! 조명을 받으니 매끈매끈한 것이 만져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 고로 미대 입시를 하신 분은 트라우마에 시달릴 수 있겠다 싶습니다.-ㅁ-;

- 태피스트리도 여럿 있는데 설명에 "17세기 쯤 가장 비싼 회화 방식"이라는데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실물을 보고 그 크기를 보고 있자면 질립니다. 게다가 이런 태피스트리를 걸어둘 방을 가지려면 웬만한 재력으로는 안되죠.; 태피스트리는 일단 십자수 완성 후에 같은 그림으로 도전할까 하고 있는 만큼... (...)

- 메디치가의 문장이 그려진 그릇도 있는데, 노랑바탕이라 그런지 저기에 파스타를 산처럼 쌓아 놓으면 맛있겠다 싶더랍니다.(...) 메디치가의 문장에 대한 이미지도 『베니스의 개성상인』 에서 강화된 고로..
그 옆에는 역시 메디치 가의 상아세공잔이 있었는데 만든 사람이 메디치가의 주인(..)이었답니다. 그 당시 귀족들은 소일거리로 이런 걸 만들기도 했다나요. 세공 수준을 보니 잉여력 폭발ㅋ이란 생각이 들던데, 그런 잉여력이 그런 문화를, 그런 문화가 역사적 유물을 만들어 낸 것이겠지요. 돈만 있으면 레오나르도 다 빈치가 나오고 시간만 있으면 미켈란젤로나 베토벤이 나오는 줄 아는 윗 사람들은 자성합시다.-_-+

-  마리 앙투아네트 책상 상판도 있는데 아... .... .... 이건 직접 보셔야 합니다.; 2D인데 3D로 보여요.

-  실크 물레는...(먼산) 가지고 싶어도 가질 수 있는 물건이 아니라지만, 이것도 반했습니다. 허허허. 교양을 나타내는 물건이라고 하긴 하는데 실제 사용했을거라니까요.

- 그 당시의 포크는 제 취향이 아닙니다. 이런 류의 커트러리에 반하지 않아 다행이네요. 포크 느낌이 '해골 손가락' 같은 느낌이라..; 하지만 그 옆의 분홍색 티세트는 요즘 나오는 것과 많이 다르지 않더군요. 우왕! 분홍색이 이렇게 예쁘게 나올 수 있다니! (프랑스제) 그 근처에 있던 일본풍 그릇은 일본에서 나올 것 같지 않은 분위기인데, 그림도 요상합니다. 쥐가 몬스터처럼(마치 오늘 아침에 코일에서 잡은 뭐시기라는..) 보입니다. 하지만 그 커다란 그릇에 음식을 잔뜩 담아 먹는다면..-ㅠ- 상당히 실용적인 그릇이더랍니다.

- 붉은 천을 댄 의자도 있었는데 정말 앉아보고 싶었습니다. 그건 벽장식 패널이 있던 곳에 전시된 작은 의자도 그랬는데, 드레스를 가능한 덜 구기려고 엉덩이 닿는 부분을 작게 만들었나 싶기도 하던데요. 여튼 이쪽도 무늬가 좋았습니다.

- 여기까지 보고 나면 중간에 앉아 쉬는 곳이 있고 사진 디스플레이가 설치된 벽이 있습니다. 사진은 꼭 보고 가세요. 그냥 지나치려다가 사진과 제가 직접 본 전시물의 색 차이가 너무 커서 안되겠다 싶어 주저앉아 다 들여다 보았는데, 조명의 영향이 상당히 크군요. 허허. 거기에 렌즈를 가까이 들이대고 찍은 사진들도 나오니 제가 눈으로 직접 본 것보다 더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사진들을 보고 다시 전시물을 보러 가도 좋겠더군요.
디스플레이는 다섯 개인데, 다 다른 전시물을 소개합니다. 그러니 옮겨가며 보면 됩니다.

- 그 뒤에 있는 토마스 베이커 흉상은 레이스가 대단합니다.-_-;

- 그리고 휴대용 면도세트는 그 방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허허허. 이런 느낌으로 휴대용 티세트 만들어도 좋겠다능~.




한 줄 결론. 만족합니다.+ㅅ+

그리고 혹시 C님(F님)이나 Z님, 보러 가실 때는 지갑 단속 잘 하세요. VAM에서 온 상품들이 출구를 지키고 있습니다. 저도 하마터면 머그 세트를 사올 뻔했으나 아무리 예쁘고 아무리 물 건너왔다 해도 머그 두 개에 14만원이라 하면 지갑 사정에 무리잖습니까.;ㅁ; 하지만 88000원짜리 breakfast 세트는 조금 땡겼습니다. 이것도 간신히 반사. 크고 두툼한 찻잔, 찻잔받침, 그 아래 접시의 3점 세트인데 그 정도 가격이면 납득할 수 있지요. 하지만 구입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고요.;
심지어는 3천원짜리 안경닦는 손수건마저도 사람을 홀리더랍니다. 허허허.; 무사히 걸어나온 제가 기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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