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은 포근포근한 봄날이었지요. 혼자서 어디를 돌아다닌 것은 오랜만이지 않나 싶은데, 이날은 한강진에서 내려 Passion 5랑 오월의 종이랑 하이스트릿을 들러 이태원역까지 걸어갔습니다. 원래 목적은 하이스트릿에서 병아리콩을 더 사오는 것이었고, 위치가 한강진과 이태원 중간쯤-실제로는 이태원에 더 가까움-이다보니 한강진에서 내려 P5를 들렸다가 하이스트릿을 가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뭐, 두 역은 그냥 큰길을 따라가면 금방인데다 구경거리도 많으니 걷는 재미가 있지요.



오랜만에 간 P5는 사람이 바글바글합니다. 공간도 좁으니 더 정신이 없고요. 케이크는 못 본 제품이 여럿 있긴 했지만 이거다 싶은-먹어 보고 싶은 것은 없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세트로 묶어 팔고 있던 미니 치즈케이크. 시로타에인가, 도쿄의 아카사카 근처에 있다는 아주 유명한 케이크집의 치즈케이크와 닮지 않았나요.-ㅁ-
개당 3500원이라는 수플레 케이크(라기보다는 파리바게트에서 파는 붓세 비슷한 것)는 먹어보고 싶었지만 싶다로만 끝냈습니다. 그리하여 구입한 것은 P5에서 가장 싼 빵, 800원짜리 미니 캄파뉴입니다.

먹다가 딱딱한 겉껍질에 입천장이 찔려 한참 동안 피맛이 났지요. 하하하................



원래 이날 점심은 홍대 폴앤폴리나에서 오랜만에 바게트를 사서 해결하려 했는데 점심시간이 이미 지난고로 도저히 못 버티겠더군요. 그래서 저 작은 빵 하나를 사서 물고 길을 걸어가는데, 하이스트릿 가기 전에 오월의 종이 있다는게 떠올랐습니다. 빵 맛있기로 유명하기도 하고 P5나 폴앤폴리나나 뺑드빱바나 여의도 폴이나 에릭 케제르보다 오래된 빵집이지요. 이전에 걷다가 잠시 간판만 보고 지나갔는데 작은 빵집이라 조금 궁금하기도 했습니다.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보니 벌써 그 문 앞이네요. 충동적으로 문을 열고 들어갑니다.

그리고 매장을 둘러보는데, 둘러본 느낌은 교토에서 갔던 빵집 Rauk와 비슷합니다. 가게가 작고 소품종 소량 생산. 빵 종류가 많지 않네요. 하지만 제가 좋아하는 빵들이 많습니다. 바게트와 크랜베리 바게트(둘다 3천원) 사이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기본부터 먹어보자고 바게트를 집어 들었습니다.




자르지 않고 그냥 달라 했더니 이렇게 봉투에 담아줍니다. 가방이 등나무 가방이었다면 그야말로 파리지앵..?(탕!)


길을 걸어가면서 위를 묶어둔 철사를 풀고 주섬주섬 키뇽(바게트 끝부분)을 뜯습니다. ... 어? 근데 희한하네요. 대부분 바게트 끝을 잡으면 질기게 뜯는 느낌인데 이건 툭 부러지는 것 같습니다. 겉이 바삭해요. 아이스크림 콘 같다며  끝부분을 잡고 우물우물우물 먹어보는데....

아...-ㅠ-

맛있다.
바삭바삭 과자 같습니다. 폴앤폴리나나 P5 바게트나 좀 간간하다 싶은데 이건 짠맛이 약합니다. 그러면서도 맛있는 바게트네요. 바게트는 종종 짠맛 외엔 존재하지 않을 때가 있는데 이건 有味에 맛도 훌륭합니다. 이 빵이 바게트의 기준에 맞는지 어떤지는 제쳐두고 굉장히 맛있는 빵입니다. 게다가 가격도 3천원. 크기 비교는 해보지 않았지만 다른 곳에 비해 가격 자체는 낮습니다.
집에서 가기 편하기만 하면 자주 다닐텐데 그건 무리고, 맛있는 빵이 생각나면 여기 들러서 하나씩 제패하지 않을까 싶군요. 덕분에 앞으로 다른 곳에서 바게트를 못 먹으면 어쩌지 이러고 있습니다.;



덧붙임.
1. 렌틸콩은 살까 말까 고민했는데 일단 병아리콩 다 먹고 나서 도전할렵니다.
병아리콩은 200ml 한 컵이 대략 150g 정도 나오나보네요. 두 컵 담았더니 300g이었습니다. 100g에 900원이고 두 컵 정도면 채소수프 한 솥 끓일 때 적당한 양이라고 생각하니 살만하지요.-ㅠ-

2. 헉, 하이스트릿에서 마스카포네 치즈를 6500원에 팔아요! 이제 티라미수 만들 때 코스트코 갈 필요 없다아아아~!



위치는 저기쯤.
압구정은 막연히 멀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보니 생각보다 가깝더랍니다. 게다가 지난번에 신사동 가로수길 갈 때는 신사역에서 걸어갔는데, 이번에 가보니 압구정에서도 가능하군요. 게다가 제가 기억하고 있는 방위가 거꾸로였습니다. 아하하; 저는 신사역에서 걸어가면서 남쪽으로 가는 겠거니 생각했는데 지도 보고 가봤더니 반대였더랍니다.



저 골목으로 들어가면 들어가자마자 거의 바로 가게가 보입니다. 아마 왼쪽으로 세 번째 가게였을겁니다.
매장은 크지 않지만 가게 전체 공간의 절반 정도가 주방과 카운터, 그리고 그 나머지 반에 빵이 진열되어 있고 테이블이 두 개인가 있습니다. 주방쪽은 공간이 열려 있어서 테이블 쪽에서도 빵 만드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가서 구경하다가 집어 든 것이 바게트입니다. 천연발효종인가를 쓴 바게트를 살까 했는데 무난하고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하다 싶어서 그걸로 샀습니다. 잘라달라고 부탁해서 사들고 왔는데 가격은 폴앤폴리나보다는 저렴했다고 기억되네요. 아마 2700원인가 그랬을 겁니다. 크기는 조금 작았던가요. 그렇게 보면 비슷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맛있지는 않았습니다.-ㅁ-; 기대가 너무 커서 그랬을까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바게트는 폴앤폴리나의 화이트 바게트이고, 그건 짭짤하면서도 쫄깃한 맛이, 바게트의 바삭바삭한 겉면은 없다 해도 제가 좋아하는 빵인 거지요. 뺑드빱바의 바게트는 좀 질긴 느낌이고 짠맛이 덜합니다. 음... 꼭꼭 씹어서 음미하면서 먹어야 하는 빵이었을까요.;


아버지께 사다드린 빵이라 달랑 한 조각만 먹어보고 말하긴 그렇지만, 그래도 그 한 조각의 맛이 뇌리에 콱 박힐만한 그런 맛은 아니었습니다. 아니..; 그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뺑드빱바의 빵이 더 맛있어서 거기에 홀딱 빠졌다면 주말마다 가로수길에 드나들텐데, 그보다는 홍대쪽을 드나드는 것이 낫거든요. 핫핫핫;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는 폴앤폴리나와 뺑드빱바의 양쪽 바게트를 사다가 비교하며 먹어볼까 싶습니다. 하지만 그게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네요.-ㅂ-


제 입으로 이런 말하기는 민망하긴 하지만 저는 좋아하는 가게에 대한 부적 감정이 역치를 넘으면 불호(不好)로 넘어가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이에 대해서는 <천연소재로 가자>에 나오는 나르의 심리를 떠올리시면 엇비슷할겁니다. 나르에게는 사람에 대한 감정이 무관심, 좋아함, 싫어함 밖에 없고 좋아함과 싫어함은 경계선을 두고 있기 때문에 바늘이 이쪽으로 넘어가냐 저 쪽으로 넘어가냐에 따라 사람에 대한 감정이 휙 바뀝니다. 나르는 대부분의 사람이 다 싫어함 범주에 들어가는 것 같더군요. 적다보니 저 책이 보고 싶어집니다. 엔딩 때문에 다시 건드리기 무섭지만;

본론으로 돌아가서, 그렇게 역치를 넘어간 가게가 몇 있습니다. 아주 좋아하다가 몇 가지 사건이 터졌을 때 휙 등을 돌리게 되는 일이 있었던 가게 말입니다. 이건 비단 저뿐만 아니라 맛집 다니는 분들은 종종 겪지 않을까 싶습니다. 처음에 갔을 때는 맛있었고 죽 그 맛을 유지하다가 오랜만에 갔더니 갑자기 맛이 바뀌었고, 그리고 그 뒤로 몇 번 더 갔을 때마다 맛이 떨어져서 마음을 접었다는 상황 말입니다. 이것은 맛있었는데 그 다음에 기대했던 몇 가지 다른 음식들이 생각보다 맛없고 기대했던 맛과 동떨어져서 마음을 접었다는 상황도 있을 법합니다.

폴앤폴리나는 후자에 가까운 느낌입니다. 처음 먹었던 깜빠뉴(한국어 표기법으로는 캄파뉴-_-)는 그럭저럭이었지만 갈색 바게트의 겉이 바삭바삭하니 취향에 잘 맞았지요. 그래서 갈색 바게트만 몇 번 더 사다 먹다가 이 날은 화이트 바게트와 스콘을 샀습니다. 스콘은 살까말까 망설이다가 사봤습니다.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이것도 어언 며칠 전입니다. 아니, 며칠이 아니라 열흘은 가뿐히 넘을겁니다. ... 아마도.


갈색바게트와 화이트바게트 사이에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화이트 바게트를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에 화이트 바게트를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역시 망설이다가 플레인 스콘도 같이 주문했지요. 담백한 빵을 만들어내는데다 발효반죽 중심의 빵들이니 스콘은 어떤 맛일까 궁금했던 겁니다.
화이트 바게트는 맛있었습니다. 쫄깃하면서도 찰진데다, 쫀득쫀득 씹는 맛이 일품이군요. 껍질이 덜 바삭하니 바게트의 모양이라 해도 바게트가 아니라 다른 이름으로 불러야하지 않나 싶긴 합니다. 갈색 바게트는 겉의 껍질이 두꺼운 편이고 화이트 바게트는 보통 빵집에서 파는 바게트보다도 껍질이 얇습니다. 같은 바게트라지만 전혀 다른 느낌인걸요. 이날은 카페인 과다로 카페라떼를 마시지 않았지만 시켰더라면 아마 풍덩 담가서 먹었을 겁니다.-ㅠ-
하지만 스콘은 참 미묘합니다. 한 입 베어무는 순간 기대가 와르르 무너졌으니까요. 기대했던 스콘맛이 아닙니다. 달걀맛. 옛날 옛적 어머니들이 집에서 구워주시던 달걀빵맛이 납니다.(먼산) 베이킹파우더는 적게 쓰고 발효반죽으로 만들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만큼 맛이 없진 않습니다. 달걀맛이 많이 나지만 그런 빵도 좋아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스콘에 기대했던 그런 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감점요인이 되었지요.

화이트바게트는 갈색바게트와 가격이 같습니다. 3300원인가 3800원. 스콘이 2500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정확히 기억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즈음이지요.

다음에 갈 때는 화이트바게트를 살겁니다. 집에서 길게 잘라 카페라떼에 풍덩 담가 먹어야지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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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첫 봄소풍이 언제였더라.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B랑 K랑 함께 용산가족공원으로 놀러갔지요.
인터넷에서 미리 정보를 검색하고 갔는데도 이촌역에서 그렇게 많이 걷는 줄은 몰랐습니다.'ㅂ' 게다가 정보 검색을 하다보니 용산가족공원이 국립중앙박물관에 얼마나 많은 땅을 빼았겼는지 알만합니다. 20%정도만 남기고 홀랑 차지한 것이 아닌가 싶군요. 근처 주민들은 좋은 공원을 통째로 빼앗긴 셈이니 화낼만도 합니다. 국립중앙박물관도 정원이 있지 않냐 하실 건데, 공사를 하면서 조경을 다시 하는 바람에 제대로 나무들이 자라고 잔디가 자리를 잡으려면 몇 년은 걸릴 겁니다.

이날은 아침 일찍 나와서 동부이촌동으로 갔습니다. 꽤 전의 기억이긴 한데, 언젠가 C4를 찾아가는 길에 르노뜨르가 개업준비중인 것을 봤거든요. 예전에는 현대백화점 삼성점에 매장이 있던 빵집인데 매장이 다 빠지고 현대백화점에는 베즐리가 들어가 있습니다. 르노뜨르 매장은 그 뒤에 못봤는데 동부이촌동에 새로 매장이 생기더군요. 그 때야 르노뜨르가 해피포인트라인-SPC라인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SPC 라인이란 걸 이미 알고 있던 파스구치와 같이 매장이 생긴다고 현수막이 걸려있었거든요.

매장 사진은 찍어오지 못했지만 기회가 된다면 다시 가고 싶은 매장입니다. 왠지 서래마을 파리크라상하고 분위기가 닮았습니다. 그냥 빵집이 아니라 파스타나 리조토 등의 음식도 같이 만드는데, 빵쪽이 파리크라상 비슷하게 독특한 것이 많습니다. 바게트도 그렇고, 시골빵 느낌의 커다란 빵이나 통밀빵 같은 종류가 은근히 많아요. 그리고 자체 홍차도 내고 있습니다. 이것 저것 사보고 싶었지만 이날의 목적은 바게트였으니 2300원을 주고 하나 구입했습니다. 하지만 자르지 않고 뜯어 먹을 생각이었지요.
역시 길다란 것으로 하나 사면 저렇게 봉투에 담아줍니다. 비닐에 담는 것보다는 이쪽이 멋있지 않습니까. 맛도 괜찮았습니다. 쫄깃하니 담백하니. 뚜레주*에서 먹었던 무미(無味) 바게트보다 훨씬 낫습니다. 물론 먹으며 감격할 수준은 아니었지요.

서래마을 바게트 맛이 어땠는지 가물가물합니다. 언제 한 번 다시 먹으러 가야겠네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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