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 읽힌다 해도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내용이 바뀐 것도 아니고, 바뀐 것은 읽는 사람인 저일 따름이지요.


앞서 미쓰다 신조의 책을 소개하면서 『저주의 혈맥』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이쪽도 민속학을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라고 말입니다. 그 때 이 책을 빌려서 다시 읽어보겠다 생각했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 엊그제 빌려와서 보았습니다. 생사부(...)는 기억하고 있었지만 그 자세한 내용은 홀라당 잊고 있었으니 보는 재미가 있더군요. 왜 죽었는지, 어떤 과정에서 어떻게 죽었는지 기억에서 사라진걸 보니, 제가 추리소설을 재독 삼독해도 문제가 없는 건 그 때문이란 걸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가끔은 鳥頭인 것이 도움이 되는군요. 아니, 까마귀는 머리가 좋은 편이니 鳥가 아니라 鷄로 할걸 그랬나요.

전체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주인공은 민속학 관련 연구자입니다. 아직 석사과정(인지 박사과정인지) 학생으로 있습니다. 즉, 연구 거리를 찾아다니는 중이지요. 한데 일본은 한국보다 교수-제자간의 갑을 관계가 빡빡하기 때문에 학생은 정말 교수의 온갖 뒤치닥 거리를 다 해야합니다. 그 중에는 연구 소재 상납이라는 것도 있지요. 주인공도 자기 아이디어를 교수에게 빼앗긴 뒤부터는 아이디어를 누설하지 않기 위해 조심합니다.
그래서 그 날도 홀로 산을 헤매던 중이었는데, 목적하던 곳의 신목(신의 나무)을 발견하고 관찰하다가, 무의식 중에 사고를 칩니다. 그리고 그 사고 뒷수습을 하는 과정에서 무서운 사람과 만나고, 교수가 또 휘말리고, 아이디어를 폭로 당하고 하는 과정을 겪습니다.


위의 내용 설명에서 주요 트릭은 홀랑 빼먹었으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얼개는 대강 저렇습니다.

이 소설이 한국에서 상대적으로 유명해진 것은 삽화를 CLAMP가 그렸기 때문입니다. 더 정확히는 CLAMP의 네코이 믹쿠가 그린 것 같더군요. 아직 그림체가 다듬어지기 전이기 때문에 분위기가 조금 다릅니다. 그래도 볼만은 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마치 『합법 드러그』의 주인공을 보는 것 같습니다. 성격도 비슷하게 보이고요. 삽화만 보면 이거 BL 아닌가 싶은데 내용을 보면 전혀 아니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 적어도 주인공에게는 다른 사람이 있으니까요.


보고 있자니 역시 라이트 노벨이라 그런가 전개가 약한 부분이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인공도 그렇게 말하지만, 주인공이 겪은 상황 때문에 그렇지 그 이론은 완전하지 않습니다. 그런 주장은 씨알도 안 먹힐 걸요. 그러니 보충해야할텐데, 그걸 어떻게 하려나 싶은 정도입니다. 뭐, 그래도 상관은 없지요. 어디까지나 이건 소설이니까요.


책이 두꺼워서 보는 걸 걱정했는데 생각보다는 빨랐습니다. 두꺼워도 라이트 노벨이니, 실려 있는 분량 차이가 꽤 납니다. 그래서 읽기 시작한지 이틀만에 다 보았습니다. 출퇴근 시간이랑 취침전에 본 것만으로 본 것이니 금방 본 거지요.


자, 그러니 이제는 기관을 보러 가야..-ㅁ-;


카몬 나나미. 『저주의 혈맥』, 김수현 옮김. 학산문화사, 2008, 6500원.


책 가격을 검색해보면서, 싸다고 생각하고는 다시 좌절했습니다. 두껍긴 하지만 라이트노벨인데 가격 6500원을 싸다고 생각하다니요.;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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