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스트로네를 만들겠다는 생각을 갑자기 왜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그저 콩이 먹고 싶어서 그랬다라는 어렴풋한 잔상만 남아 있군요. 만들기 가장 쉬운 수프가 미네스트로네라서 그랬을지도 모릅니다. 집에 관련 레시피가 나와 있는 책만 최소 세 권이거든요.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요리책 순위 5위 안에 드는 정명훈씨의 레시피, 최근에 지른 모 책의 레시피(이건 별도 포스팅 예정), 일본 요리책으로 또 한 권. 그리하여 세 권의 레시피를 비교하며 보다가 제일 편한 정명훈씨 레시피로 가닥을 잡았습니다. 거기에 추가한 것이 요시나가 후미의 <아이의 체온>에 나온 것. 원래 깍지콩이나 양배추도 들어가야 하지만 집 냉장고를 털어 만든 것이라 있는 재료로만 만들었습니다.

만드는 방법은 어렵지 않습니다.
들어간 재료는 당근 작은 걸로 3개, 양파 중간 크기로 2개, 흰콩 반 컵, 애호박 반 개, 깍둑 썰기한 토마토 통조림(다이스드 토마토) 2캔, 고기 아무거나 적당량. 저는 집에 국거리로 사다놓은 쇠고기를 몰래(?) 꺼내 썼습니다.


재료는 다 적당한 크기로 잘라둡니다. 단, 흰콩은 전날 씻어서 하룻밤 정도 불려둡니다.
기름은 쓰지 않습니다. 그냥 냄비를 달궈서 적당한 크기로 자른 쇠고기를 넣고 익힙니다. 바닥에 고깃국물이 나와도 좋습니다. 어차피 물을 붓고 끓일테니까요. 중간 중간 뒤집어 주면서 고기를 잘 익히다가 양파를 넣고 뒤적거립니다. 그 다음은 카레 만드는 순서와도 비슷합니다. 양파가 투명해지면 당근 넣고, 그 뒤에 호박 넣고. 중간 중간 물을 조금씩 넣어서 바닥에 채소들이 눌어붙는 것을 방지합니다. 눌으면 그자리가 타서 쓴 맛이 날 수 있으니 주의합니다.
뒤적거리다가 대강 익은 것 같으면 토마토 캔 두 개를 한꺼번에 넣고 잘 섞어줍니다. 잠시 뒤 채소들이 다 잠길 수 있을 정도로 물을 듬뿍 붓고는 아주 약한 불에서 은근하게 끓여줍니다. 레시피에는 한 시간 정도면 된다 하더니 실제 끓인 것은 3시간 남짓이었습니다. 콩이 익는데 시간이 꽤 걸리던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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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된 모습입니다. 흰 콩은 강낭콩과도 비슷한게 달달하니, 맛은 통조림의 베이크드 빈과도 닮았습니다. 강낭콩보다는 좀더 수분이 있어 부드러운 것이 특징입니다. 달기는 조금 덜하고요. 똑같이 밥에 넣어 먹었을 때 부드럽게 씹히는 그 느낌이 좋아서 넣었습니다. 사실은 이 콩 때문에 미네스트로네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수프에 들어간 콩이 먹고 싶었거든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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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하여 어제의 점심은 이랬습니다.
채소수프를 각자 접시에 담고, 프렌치토스트를 구워서 메이플 시럽과 함께 먹었습니다. 왕!>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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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를 듬뿍 넣었더니 달걀과 우유 혼합물(흔히 푸딩액이라 부르는 것)에 흠뻑 적셔진 식빵도 덩달아 부들부들합니다. 프렌치 토스트의 장점은 식빵 재활용이지요. 상온에서 3일된 식빵이지만 이렇게 먹으면 보들보들하니 맛있습니다. 오히려 갓 만든 빵으로 프렌치 토스트를 만들면 이 느낌이 안나요.


남은 수프는 현재 냉장고에 있습니다. 다음 주말이 또 기대됩니다!
(주중에는 먹을 수 없다는 슬픈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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