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수요일. 아침에는 「언어의 정원」을 보고 오후에는 「무하전」에 다녀왔습니다. 평소라면 절대 하지 않을 짓이었는데 말이죠. 시간을 두고 차근 차근 봐야 둘다 감상을 제대로 남길 수 있을 텐데, 시간문제 상 한 번에 해치우는 것이 낫겠다 싶었습니다. 그 분이 조만간 휴가에서 돌아오시기 때문에..(먼산)

그리고 적는 감상 요약.

1. 상품보다는 도록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하지만 도록보다는 원작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왜 원작과 도록의 색이 다른거죠? 왜 1만 2천원짜리 작은 도록이랑 3만원짜리 큰 도록의 색도 다른거죠? -_- 색 자체는 작은 도록이 마음에 들어 구입했는데, 눈에 밟힌 두 개의 그림이 빠져 있어 조금 좌절했습니다.
솔직히 평하자면 상품 수준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들고 오는 기획전(특별전) 상품들이 훨씬 낫습니다. 전에 들으니 무하전의 경우에는 한국에서 만든 것도 있는 모양이군요. 기획전은 보통 작품을 제공하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의 제품인 걸로 알고 있습니다.

2. 그림을 보다보니 윌리엄 모리스도 오버랩 됩니다. 모리스가 아마 조금 더 뒤였을거예요. ... 라고 생각하다 검색해보니 모리스가 앞입니다. 이런.; 윌리엄 모리스는 1834-1896, 알퐁스 무하는 1860-1939. 모리스를 무하보다 좋아하니 모리스-무하 순서라 다행입니다.

3. 잘하는 사람은 도구 탓을 안한다는 생각을 잠시. 어떤 도구이든 멋지게 그립니다. 목탄 스케치를 보고 그 앞에서 좌절했습니다. 목탄 스케치만으로도 멋져! 멋있어!

4. 하지만 그림 자체는 제 취향인 것과 아닌 것, 호불호가 갈립니다.

5. 성당의 스테인드 글라스에 반했기 때문에 프라하는 필수 방문. 근데 언제 갈 수 있을까요. 물론 To do 목록에 적어 놓으면 언제든 가긴 갑니다.


이하는 사진을 포함한 긴 감상입니다. 모든 사진은 구글 이미지에서 검색했으며, 출처는 해당 글에 명기했습니다. 그림 설명은 하단에 적어 놓았습니다.


- 카페에서의 무하를 찍은 사진이 있었는데, 분위기 취향이라고 적어놓고는 검색해보니 안나옵니다. 이런.;




- (사진 출처: (링크)) 무하의 딸. 머리카락이 붉게 보이는게 라파엘전파와도 비슷한 느낌입니다. 실제로 몇몇 작품은 흔히 떠올리는 무하 그림과는 달리, 라파엘전파의 느낌이 풍겨나오더군요. 어쩌면 라파엘전파 느낌이라기보다는 그 당시 유럽에서 유행했던 그림 분위기가 아닐지 생각합니다.




- (사진 출처: (링크)) 무하의 아들.
실제 색감은 이쪽과는 좀 많이 다릅니다. 머리카락이 금발로 보였거든요. 순간 베네치아를 배경으로한 어떤 영화가 떠올랐습니다. 하하하.



- (사진출처: (링크)) 동백꽃 여인, 즉 카멜리아입니다. 맨 위에 제목이 있지요. LA DAME AUX CAMELIAS.
가장 느낌이 닮은 것을 골라 왔습니다. 어떤 것은 노란 빛을 띄더군요. 실제 그림을 보면 저 별들이 다 은색으로 반짝입니다. 근데 제가 구입한 화집에서는 이게 진한 회색으로 나왔어요.




- (사진 출처: (링크)) 햄릿.
이쯤되면 슬슬 어떤 것이 내가 본 색인지 헷갈립니다. 하하하.;ㅂ;
햄릿은 굉장히 스타일이 멋지더군요. 근데 이렇게 보니 조금 아줌마 같아........




- (사진 출처: (링크). 앵초와 깃털(primrose, feather).
근데 들어가보면 이 그림이 없습니다? 구글 링크가 엉뚱한 곳으로 들어간건가.)
양쪽이 세트인 모양인데, 저는 오른쪽의 깃털보다는 왼쪽의 앵초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 황도 12궁은 워낙 유명하니 패스.
담쟁이나 월계수는 취향이 아니고, 장식은 윌리엄 모리스와 닮았다고 적어 놓았네요.




- (사진 출처: (링크)) 하루의 시간. The Times of the day.
출처가 Mucha 재단입니다. 거기서 파는 포스터이니 색이 정확하다 보아야겠지요.
이건 보면서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영국의 요정 그림들 삽화와도 닮았다고 떠올렸습니다.




- 보시면 아시겠지만 색감이 상당히 다릅니다. 출처는 Timber라는 사진 사이트인듯? 실제 색은 Mucha 재단의 포스터 쪽 색이 실제와 가깝지 않을까 생각합니다.(링크)

- 사계(Season)도 영국 요정 그림하고 느낌이 닮았습니다.



(사진출처: (링크)). 꽃들(Flowers).
출처는 Mucha 재단입니다.
이건 실제로 보는 쪽이 훨씬 박력있고 예쁩니다. 뭐든 안 그렇겠습니까만... 이 그림으로는 맨 왼쪽, 장미의 박력이 느껴지지 않네요. 진짜 누님 멋집니다.-_-b
백합도 실물은 굉장히 고아합니다. 아이리스나 카네이션은 취향 아님. 백합은 백합공주엘레인™을 떠올릴 정도로. 근데 백합공주 엘레인이 뭔지 아실 분 있을라나요. 일단 제 블로그에 오시는 대부분의 분들은 아실 것 같긴 합니다.


- 꽃의 언어(링크)나 비잔틴(링크. 페이지 맨 위에 게시된 그림입니다.)은 실물이 훨씬 더 예쁩니다. 크기는 약 A4? 이것도 윌리엄 모리스랑 닮았지요.'ㅂ'


- 셰익스피어 극 디자인도 한 모양인데 정말.... 뒤에 가면 성 비투스 성당 스테인드 글라스 디자인화도 나옵니다. 아놔. 디자인화만 봐도 장난 아니예요.-_-; (링크) 다만 옆의 링크에 걸린, 그러니까 Final design 그림으로 나온 7장은 이번에 안 왔습니다. 전혀 다른 그림이 왔더군요. 근데 그 섬세함이...  딱 제 취항입니다. 이건 정말 구할 수 있으면 구하고 싶다는 생각이 확 들더군요.
재미있는 건 스케치 중에 얀 지슈카 있습니다. 으하하하....;ㅂ; 이것도 아는 사람만 웃을 수 있는 이야기. 하여간 스테인드 글라스의 자세한 사진은 이쪽을 참고하세요.(링크)



- (출처: (링크)) 보헤미아의 노래(song of Bohemia).
실제 보았을 때는 굉장히 나른한 느낌이었는데, 색감이 굉장히 특이함에도 그와 같은 사진이 없네요. 이것도 그나마 비슷하다고 들고 왔는데 이쪽은 파스텔 톤에 가깝지만 실제 그림은 조금 더 노란색이었습니다. 원래가 이런 색인데 그림 색이 바랜 것인지는 모릅니다.


- 슬라브 서사시 시리즈는 두말할 나위 없고. 목탄 스케치인데도 굉장히 강렬합니다. 이 후반기의 그림들은 제가 아는 슬라브(러시아) 민화 삽화하고도 느낌이 닮았습니다. 아니, 거꾸로겠지요. 무하에게서 영향을 받았을 거란 이야기입니다. 집에도 있는 그림책으로 먼저 떠오른 것이 이것.(링크) 『마녀 바바야가가 살고 있는 나라』의 그림과 닮았습니다. 이쪽 삽화가는 이반 야코블레비치 빌리빈느(Ivan Bilibin). 그 섬세한 선들이 참 멋집니다.
아마존에 있을까 싶어 검색했더니, 영어 제목이 『Vasilisa the Beautiful and Baba Yaga』입니다.(링크) 아마존에서 삽화가 이름으로 검색하니 바로 나오네요.


이런 느낌. 꽤 닮았지요. 이게 슬라브 민화 느낌의 그림이라 생각한다면 슬라브여 일어나라! 를 외친 무하의 그림과 닮은 것도 이해가 됩니다.'ㅂ'


전시회를 보고 나니 뭐라도 사야겠다 싶었는데 막상 나와서 보니 딱 손이 가는 것이 없더군요. 무엇보다 진품을 보고 왔는데 앞에 보이는 것은 색 조절이 안된 것들뿐.OTL 고민고민하다가 포기하고 화집만 하나 사고 말았지요. 하지만 화집도 그리 마음엔 들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프라하의 무하 박물관에 가면 뭔가 구입해오겠지요.'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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