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2000년대 초부터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했다면 읽을 만함. 그렇지 않다면.....


책 읽다가 중반쯤에서 포기했습니다.

저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좋아합니다. 소설은 『1Q84』, 『해변의 카프카』랑 『도쿄기담집』만 읽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도쿄기담집』은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는데 다른 두 소설은 정말로 입에 안 맞았습니다. 둘다 한참 인기 있던 시절에 고민고민하다 보았지만 아무리봐도 이건 판타지소설인데다 입에도 안 맞더군요.


이 책은 하루키의 광팬인 저자가 하루키의 소설에 등장하는 여러 음식들에 대한 기억과 추억을 떠올려서 자신의 신변 잡상을 늘어 놓은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을 재미있게 읽었다거나, 아니면 이전에 읽어서 대강의 이야기를 알고 있다면 꽤 재미있게 읽을 것이나 그렇지 않다면 뭐하는 거냐 싶은 정도로 입에 안 맞습니다.
더군다나 ... ... ... 뭐랄까, 중2병을 대학교 초년 때 걸려서 이런 저런 암울한 시기를 보냈던 걸 지금 다시 와서 담담하게 쓰고 있는데, 그러고 싶냐는 질문이 들더군요. 저라면 자다가 벌떡 일어나 괴성을 지르며 머리를 쥐어 뜯고 싶은 그런 기억들 일 것 같은 데 말입니다. 물론 그런 추억과 시기가 모두 지금의 본인을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겠지만 옆에서 보는 입장에서는 제 (참혹한) 옛 기억을 저 무저갱에서 끌어 올리는 것 같은 미묘한 감상이...ㄱ-;

PC통신을 해보았고, 거기서 동호회 활동을 해보았고, 나이 많은 사람들과 어울려 보았고, 그러고 현재 나이를 먹어 그 시절을 아련하게 돌아볼 수 있다면 도전해보셔도 좋습니다. 다만 읽다가 흑역사들을 하나씩 꺼내 털어 보면서 벌어지는 일들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차유진. 『하루키 레시피』. 문학동네, 2014, 13800원.


요리책은 기대하시면 안됩니다. 요리보다는 하루키의 소설에 나오는 음식과, 그 때의 추억을 되짚어 보는 수필이니까요. 저자의 전작을 읽어서 조금은 기대했는데...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티이타님 이글루에서 보고 책이 나온 걸 뒤늦게 알았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빌려 놓고 보니, 이거 1980년대에 쓴 글이네요. 부제가 '무라카미 하루키 1980년대를 추억하며 'the scrap''이고 책 뒤에는 서른 다섯의 젊은 작가가 쓴 글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니까 『먼 북소리』와 비슷한 시기에 나온 글이라고 보면 맞을 겁니다. 거기에 유럽으로 떠나기 전, 잡지 연재분 여섯달치를 미리 써주고 나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게 이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확인하려면 책을 다시 꺼내야겠네요. 그거 보면 여행 가고 싶다고 다시 몸 닳아 할 것이 뻔히 보이지만.-_-;


하여간 이 책은 여러 종류의 잡지들을 잔뜩 쌓아 놓고 훑어보다가, 마음에 드는 기사나 칼럼 등을 보고 그걸 번역하고 요약하고 감상을 달아서 짤막하게 쓴 글을 모았습니다. 그렇다보니 그 당시의 시대상을 잘 보여주는데...그래봤자 옛날 옛적 이야기잖아요. 그냥 재미로 가볍게 읽을만한 이야기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이 다 그렇긴 하지만. 아니, 『언더그라운드』같은 책은 예외죠.

기억에 남는 것만 몇 가지 짚어보면..

228쪽. 아이스크림 이야기를 하면서 미국의 아이스크림회사는 다양한 맛을 개발하려고 노력한다는데 배스킨라빈스나 하겐다즈를 보면 이해가 됩니다. 다만 여기나오는 맛들이 버블검, 피너츠버터, 당근케이크, 애플스트루들, 체리주빌레, 칼루아 같은 맛이라는 점. 음, 대체적으로 요즘에는 무난하게 떠올리는 맛 아닌가요? (...) 거기에 일본에서도 매실맛이나 자몽맛이나 유자맛이 나오면 좋겠다, 낫토맛이나 가다랑어맛은 이상하다는 말도 덧붙였고요. 매실이나 자몽이나 유자맛은 이미 나온 걸로 압니다. 낫토맛이나 가다랑어맛은 몰라도 다양한 괴식이 떠도는 건 압니다. 간장맛이나 소금맛도 있으니까요. 지금이 훨씬 더 다양한 맛이다 싶긴 합니다.-ㅠ-;

영국 브리그의 우산 이야기도 기억에 남네요. 이 당시 제일 저렴한 나일론 우산이 15000엔이었다는데 지금은 얼마나 할지 감도 안옵니다. 이게 전형적인 영국신사우산 같더라고요. 다만 우산의 역사가 생각보다 짧다는 것, 그리고 그 당시 우산이 천대(!) 받은 것은 칼을 차고 다니던 때에 우산은 어울리지 않았기 때문이라더군요. 이 외에도 마차나 기타 등등의 탈 것이 있는데 우산이 필요할 일이 드물기도 했을 것 같고.
그래서 과연 칼은 언제부터 안 차게 되었나-라는 점이 궁금하더랍니다. 이건 나중에 찾아봐야지.;


뒷부분에는 디즈니랜드 탐방기도 있습니다. 이제 막 생긴 디즈니랜드에 대한 프리뷰라는데..... 그렇군요. 프리뷰로군요. 있는 것이 당연하게 생각되는 장소라 그게 생겼을 때가 있었을 거라는 상상도 안되었습니다. 하하;
덧붙이자면 뒷부분에 실린 몇몇 글은 다른 수필집에서 읽은 것 같기도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더 스크랩』, 권남희 옮김. 비채, 2014, 13000원.


읽은 것 같다 했더니 2판이군요. 1판은 1996년에 나왔습니다. 아무래도 이거 집에 있는 책 같아요.

하여간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보다 수필이 훨씬 더 잘 맞는다고 생각을 했고, 이 책이 도쿄여행 전 마지막으로 읽은 책입니다. 이번 여행은 수하물 무게 제한이 무서워서 다른 책은 하나도 안 챙겨갔고, 거의 전자책만 보았습니다. 애니메이션을 담아갈 걸 그랬나 조금 후회도 했는데 비행시간이 짧으니까 제대로 못보았을 수도 있고요. 애니메이션이 없어서 대신 일기는 그간 열심히 다 썼습니다. 3일간의 일기가 6장 정도던가? 하루에 2장씩이라면 얼추 맞네요.

『슬픈 외국어』는 미국에 체류하는 동안의 기록입니다. 그래서인지 미국의 이야기가 상당히 많이 나오지요. 지금의 미국하고는 상당히 분위기가 다르지만 그건 제가 알고 있는 미국이 언론에서 보이는 모습이기 때문일 겁니다. 직접 부딪치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겠지요. 그래서 책 속의 미국이 더 생생한지도 모릅니다. 90년대 후반, 경기침체에 들어간 미국의 모습, 그리고 거품이 꺼지기 직전의 일본이 같이 보이네요. 각 편 뒤에 짤막하게 이후에 덧붙인 글이 있는데, 그 글은 거품이 꺼진 뒤의 일본 이야기를 다룹니다. 확실히 거품경제시기의 일본은 미국에서 공적이었나 싶더군요.


이 책에서는 조깅이나 마라톤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틀째 황거를 돌면서 만난 마라토너들이 그냥 보이지 않았습니다. 묘하게 상황이 겹치는 것이 재미있더라고요. 오랜만에 다시 읽는 책이라 그런지 새로 나온 책을 읽는 것 같았습니다. 하하하하. 기억력이 나쁘다는 건 이럴 때 좋은 건가요.'ㅂ';


무라카미 하루키. 『이윽고 슬픈 외국어』, 김진욱 옮김. 2판, 문학사상.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집 모음입니다. 워낙 옛날 글이다보니 지금 분위기하고는 사뭇 다르지요. 이 수필에 실린 글들은 『상실의 시대(노르웨이의 숲)』를 쓰기 전의 글이랍니다. 그러니까 시기상으로 『먼 북소리』에 언급되는 몇몇 기고글이 이거라는 거죠. 유럽 가기 전에 몇 달치를 한꺼번에 써주었다고 했던 것 같은에 여기 실린 글도 그런지 모릅니다. 시기가 안 맞는다고 밝힌 것도 있으니까요.
83년에서 88년까지 쓴 글이라 그런지 글에 조금 날이 섰습니다. 그러니까 어떤 느낌이냐 하면 PMS에서처럼 뭔가에 대해 불만이 많고 괜히 신경이 날카로워서 괜히 툭툭 말을 던지고 내뱉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 『먼 북소리』에서는 그걸 마흔전증후군(...)이라 부르는 것 같은데 그 분위기가 글 전체에 묻어 있습니다. 그러니 시코쿠 우동 먹기 기행에서 볼 수 있는 그런 느긋함은 덜합니다.
그래도 무라카미 하루키 수필이니까 편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지하철 안에서 스르륵 훑어 보고 내려놓으면 될 정도의 이야기지요. 그 속에서도 건질 것은 분명히 있고요.

레이몬드 챈들러의 방식은 저도 보고서 좀 배워야겠습니다. 보고서를 써야할 때면 지금 당장 처리해야하는 일도 아닌데 다른 일들을 꺼내다가 이리저리 뒤적이는데, 여기에서처럼 멍하니 있더라도 글에 대해 몰입하는 시간을 만드는 겁니다. 딱 그시간 동안은. 그런 방식은 본받아야지요.


다만 정말로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하나 있었으니, 제복 말입니다.
무라카미가 고등학교 때, 제복에 대한 찬반 논란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그리고 투표를 했는데 제복에 찬성하는 학생들이 70%였다나요. 어떻게 제복에 찬성할 수 있냐며 성토하던데, 저는 찬성합니다. 어른의 입장이 아니라 제복을 입는 학생의 입장에서도 말입니다.
왜냐하면, 편하거든요.
아침에 무슨 옷을 입을지 고를 필요 없이 교복을 집어 입고 나오면 됩니다. 다시 말해 이것은 '옷을 고르기 귀찮아 하는' 게으름뱅이의 입장에서 제복을 찬양하는 겁니다. 사복의 구입으로 인한 소득 격차 어쩌고 하는 것은 다 집어 치워요. 제가 원하는 것은 아침에 옷 고를 필요 없는 자유(...)입니다. 가격이 비싸다지만 입고 다니는 시간을 생각하면 아주 비싸다고 할 수 없지 않나요.-ㅂ-;

하여간 그런 생각에서 저는 교복을 찬성합니다. ...만 요즘의 교복은 그리 입고 싶지 않네요. 스키니 바지와 스키니 치마 따위...ㄱ-;



무라카미 하루키. 『쿨하고 와일드한 백일몽』, 안자이 미즈마루 그림, 김난주 옮김. 문학동네, 2012. 11800원.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을 좋아하신다거나, 『1Q84』를 좋아하신다거나 하는 분은 살포시 뒤로™를 눌러주시기 바랍니다. 그도 그런 것이 지금 막 3권까지 다 읽고 나서 생각 가는 대로 이모 저모 적어볼 셈이거든요. 그리고 그 상당 내용은 좋지 않은 곳을 스칠 수 있으니 말입니다.




















방금 전, 3권까지 다 보았습니다. 1권은 엊그제, 2권은 오늘 아침, 3권은 방금 전 보았습니다. 책이 두껍기는 하지만 분량은 많은편이 아닙니다. 의외로 쉽게 술술 읽히니까요. 가장 읽기 버거웠던 부분은 3권에서, 어떤 등장인물의 시점으로 씌어진 곳이었는데 거기도 그럭저럭 넘어갈 수 있습니다. 행간까지 꼼꼼하게 읽어야하는 책은 아니라 술술 넘겨가며 보았고 다시 볼 생각은 없습니다. 특별히 떠오른다고 하는 부분도 없고요.
다만..;
이 책은 판타지 소설입니다.
『해변의 카프카』때도 읽고서 생각했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상당히 판타지 소설 같은 부분을 적절히, 건조하게, 생물학적(...)으로 버무려 써냅니다. 읽다보면 내 내면을 파고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만 읽고 나서 그런 부분을 다 건져내고 나면 이건 판타지 소설입니다.
『1Q84』를 다 읽고 나서 느낀 것도 그 비슷했습니다. 이건 Boy meets girl, 아니 Girl meets boy의 판타지풍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이일깽입니다. 주인공의 나이 때문에 이고깽은 아니지만-아니, 누구를 중심으로 보느냐에 따라 이고깽과 이일깽이 갈리긴 하지만 여튼 이계에 대한 이야기라는 건 맞습니다.; 그런 판타지 소설 관점에서 내용 요약을 하자면 대강 이렇습니다.


여튼 이야기 흘러가는게 이런 식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 저 시대가 1984년이기 때문입니다. 읽다보면 이렇게 허술하게 뒷처리를 했다가는 (현대) 경찰들에게 바로 잡힐텐데 싶은 구석이 여러군데 있었습니다. 저 때는 아직 DNA 검출이니 뭐니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지요. 그러니 저런 상황이 가능한거야...; 그리섬 반장님이나 에비나 더키에게 걸리면 얄짤 없어요.-ㅁ-

- 푸른콩의 직업 때문에 그런지 읽는 동안 자세를 바르게 하고 싶어지더군요. 거기에 운동을 하고 싶어진다는 것도 단점일지, 장점일지.
- 증인회라고 나오지만 아마 번역가가 적절히 얼버무린 것 같습니다. 정확하게 적으면 항의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한국에도 있기도 하고요.
- 이 책의 출발점은 95년에 사린 사건을 일으킨 옴진리교라는데, 읽기 시작한 것도 최근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에서 옴진리교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다시 흥미가 생겨서 입니다. 반쯤은 충동구매, 아니 충동 독서였지요.
- 소설 읽을 때 제일 질색하는 소재가 몇 가지 등장하지만 그럭저럭 무난하게 읽고 넘어갔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니까 그정도는 감안하고 봐서 그런걸까요. 소설에서의 성적 묘사를 질색하는 사람이라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 그리고 후카. 네 **은 .... 블랙홀이냐.ㄱ-
- 읽고 나면 떡밥 회수가 왠지 덜 된 것 같은데란 미진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 책 한 권의 분량이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지만 세 권에, 저 분량의 책을 후루룩 읽게 만드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글발에는 감탄했습니다. 음, 하지만 읽고 나서 돌아서면 대부분 다 잊을겁니다.
- 이제 두뇌 정화를 위해서 잠시 운동을 나갔다가 『모든 것이 F가 된다』를 읽어야겠네요.♬


그러고 보니 이 책 1권을 펼쳐서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센다이 가고 싶다.-ㅠ-"


빙고님은 왜 그런지 단박에 이해하실듯.OTL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은 다른 분께 선물로 받았습니다. 생일 선물이었는데, 그 당시 읽고 싶은 책이 별로 없었던 지라 뭘 할까 한참 고민하다가 교보 1면을 장식하고 있는(...) 하루키 잡문집이 떠올라 신청했습니다. 보통 이런 때 주문하는 책은 내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인데 이 경우는 예외였네요. 이 때 주문하지 않았다면 아마 제가 따로 돈 주고 샀을테니 말입니다.
(선물 주신 분의 멘트가 참 주옥 같았지..-_- 내용은 기억하지 못하지만 분위기는 기억합니다.)


표지가 이중이라 보는데 불편해서 나중에 커버를 씌웠습니다. 그 부분 빼면 제책은 나쁘지 않습니다. 책 읽으면서 전체적으로 번역도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하지만 불만인 부분도 있긴 합니다. 역자 주석이 꽤 많았거든요. 지나치게 친절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이건 이런 내용으로 주석 달면 안되는데라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읽다보니 주석은 거의 읽지 않고 넘어갔네요. 그리고 오타도 98쪽에서 한 군데 찾았습니다. 이렇게 투덜거려도 워낙 글이 마음에 들어 전체적인 평가는 높습니다.

잡문집은 처음엔 가칭이었다고 합니다. 만드는 과정에서 그대로 가자며 이름이 그대로 붙었다는데, 전체적인 분위기도 딱 잡문집입니다. 잡다한 글들을 모아놓은 것이지요. 작년에 예루살렘상을 수상하면서 화제가 되었던 수상소감도 여기서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이 수상 소감은 고심해서 쓴 티가 팍팍 나더군요.
이 앞부분까지는 지름신이 오실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냥 그런가 싶은데, 우왓.; 그 바로 뒤에 붙은 음악 관련 글들은 사정없이 옆구리를 찌릅니다. 허벅지를 찌르며 지름신을 참고 있는데 얼마나 버틸지 모르겠네요.

무라카미 하루키가 대학교를 적당히 다니다가 학생 때 결혼을 하고 작은 재즈카페를 열었다는 건 알고 계시는 분들이 많을 겁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읽다보면 이 아저씨의 몸은 조깅(마라톤)과 음악(재즈, 클래식 등등)와 글쓰기(소설)로 구성되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들 정도니까요. 젊었을 때, 하루 종일 재즈를 듣고 싶어서 재즈 카페를 열어 운영했다는데 생각보다 장사는 잘 되었다고 합니다. 장사를 접은 것은 스물 아홉 때, 소설을 쓰기 위해서였다니까요. 아쉬워하는 단골도 많았다고 하고요.
(아니, 그것도 그렇지만 이 책 삽화를 그려준 두 사람도 이 재즈 카페에 가본 적이 있다고 하니.. 꽤 유명했나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재즈에 대한 글이 자신의 생활과 연결되어 굉장히 맛깔납니다. 그것도 다 LP판 중심의 이야기라, 듣고 있노라면 미친듯이 음악이 고픕니다. 그것도 LP판을 올려 살짝 튕기며 들리는 그런 음악. 제가 아는 재즈는 굉장히 범위가 좁기 때문에 머릿속에서 재생되는 것이라고는 스윙 재즈 몇 종이나 빌리 할리데이의 White Christmas 정도가 한계네요.


잠시 딴 소리를 하자면..;
제가 처음으로 이것이 재즈다라고 인식하고 들은 것은 Take five가 처음입니다. 어디서 들었냐면, KTF의 CF 송이었거든요. 아마 대부분 다 기억하실겁니다.
중년 아저씨가 거래처를 방문하기 위해 승용차 뒷자석에 앉아 실려 갑니다. 잠시 정차하는 사이 바로 옆의 인도에 보호구를 착용한 청바지 입은 청년이 곱슬머리(파마머리?)를 휘날리며 롤러블레이드를 타고 스쳐 지나갑니다. 못마땅한 얼굴로 바라보는 아저씨. 그리고 그 아저씨가 거래처 사장실에 들어가자 아까의 그 청년이 사장실 책상에 엉덩이를 살짝 걸치고 앉아 서류를 보고 있습니다. 맨 마지막에는 안성기씨의 나레이션이 들어갔습니다. 내용이 편견을 깨라는 내용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배경음악이 David Brubeck Quartet의 Take Five입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아마 서태지의 Take Five는 아직 안 나왔을 때일겁니다.'ㅂ'; (아니 나왔던가..) 여튼 이 곡이 처음으로 제게 '재즈'로 각인되고 마음에 든다, 듣고 싶다고 생각한 첫 재즈 음악이었지요. 그 뒤에 조금 영역을 넓힐까 생각했는데 재즈의 영역은 너무 넓습니다. 그냥 카페에 들어가 가끔 듣는 정도로 만족하기로 했지요.

그 다음에 또 재즈로 인식된 것은 『스윙 걸즈』. 이건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ㅁ- 스윙이 이거구나라는 걸 이 때 조금 알았습니다. 덧붙여 모 가수의 노래도 스윙을 주제로 한 것이라는 걸 이 때쯤 깨달았습니다. 제목이 스윙인걸 알았지만 스윙이 뭔지 제대로 몰랐으니까요.
 
그런 빈약한 재즈 청력(?)을 가진 저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을 읽으면 마구 당깁니다. 그것도 CD가 아니라 LP로. 재즈는 정말 LP로 듣는 것이 더 맛이 있을 것 같더라니까요. 그래서 첫비행님이 읽으시면 지금의 클래식 LP만으로도 버거우실텐데 이 책을 보고 나면 재즈의 영역까지 손을 뻗칠테고..; 무라카미가 그런 것처럼 내가 이미 가지고 있는 LP판이라도, '이런 곳에서 불쌍하게 놓여있구나. 내가 데려가줄게'라면서 이중 구입하는 일도 생길 것 같고...;;
그래서 첫비행님께 추천하기가 무섭습니다.


무라카미의 글맛은 여전합니다. 삐닥한 것 같기도 하고 소심한 것 같기도 하고, 그러면서도 솔직한 맛이 그대로 살아 있습니다. 전 소설보다는 수필을 좋아하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소설도 볼까 싶은 생각이 들더군요.

그외 몇 가지 짤막한 감상을 덧붙여봅니다.

- 앞서도 썼지만 무라카미 하루키는 자신이 쓴 소설을 번역하는데 있어서 굉장히 관대(?)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작가에 따라 다를텐데, 무라카미는 '의미와 맥락만 통하면 문장 하나하나를 감수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건 맥락이다'라고 생각하는 것 같군요.

-  22-23쪽에 실린 굴튀김 이론을 보고는 감탄했습니다. 저도 이런식으로 글을 써봐야겠습니다. 제 자신을 돌아보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합니다.

- 옴진리교가 새 이름을 알레프라고 바꿨다고 합니다.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 제목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가더군요. 아... 왠지 읽고 싶지 않아.;;; 그러고 보니 옴진리교에 대한 이야기도 잡문으로 들어 있습니다. 옴진리교 같은 사이비 종교 단체가 발 붙일 수 있는 이유에 대한 것인데 나름 공감했습니다. 저야 종교에 대해서는 굉장히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지만 제가 소설을 쓰지 않았다면 아마도 어느 종교이건 간에 기대고 있지 않을까 싶더군요. 최근 주변에서 종교(개신교-_-)에 기대는 이유를 알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고개를 갸웃거리게 되어서...; 이 이야기는 조금 더 다듬은 다음에 따로 써보겠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이영미 옮김. 비채, 2011, 14800원.

 
0. 어제 어이가 가출했다가 돌아왔다 생각했는데 그 뒷 + 앞 이야기를 더 들었습니다.


점입가경. 우왕!
잠시 돌아왔던 어이가 도로 가출하려고 짐싸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핳. 이쯤되면 더이상 놀랍지도 않아요.


라고 쓴 것이 첫 이야기 조금 듣고 나서였는데, 그 뒤에 더 듣고 나서는 인터넷의 온갖 짤방들이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더군요. 그러니까 넋이 나간 모습의 짤방이나, 라이토의 짤방이나.-_-;
주변 사람들이 불쌍할 따름입니다.



1. 생일선물
생일은 며칠 전에 지났습니다. 생일 직전 2주간 우울한 지경이 땅을 파고 들어가 모호로비치치불연속면을 지나 맨틀과 핵을 통과해 아르헨티나 앞바다까지 굴을 뚫을 지경이었습니다. 최근 몇 년 간 생일 즈음에는 항상 그렇더군요. 작년에는 조금 덜하긴 했는데 올해는 자금 난조와 내년도 계획이 양팔을 잡고 비틀고 있는 형국이라 더 그랬습니다. 1월이 되어봐야 상태가 호전될텐데 그 때까지는 이 모양일거예요.
여튼 올해 생일 선물은 부모님께 받은 현금과, 11월에 미리 질러둔 무엇(빙고님은 아시지~♬)뿐입니다. 그랬는데 뜻밖의 선물이 어제 날아왔네요.+ㅁ+ 자세한 것은 사진과 함께 따로 포스팅하겠습니다.
그나저나 G에게서는 단단히 뜯어내야하는데 말입니다. 난 아직도 네 생일케이크를 사기 위한 머나먼 여정을 기억하고 있다.ㄱ-


2. 대학의 효율성?
대학의 개선은 더 좋은 공부를 위한 것이지 더 좋은 취직자리를 위한 것은 아니라고 보는데, 특히 한국에서는 대학의 위치가 이상하게 변질됩니다. 다른 나라에서라면 고등학교에서 끝나야 할 직업준비기관의 역할을 대학이 맡고 있군요. IMF가 그에 아주 큰 몫 했다고는 하는데 그래도 비정상적이라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동국대의 학과 통폐합 뉴스를 보고는 어이가 없어서 짤막하게 적어봤습니다.
대놓고 말하자면, 더 높은 단계의 공부를 하기 위한 기관이라면서 이름만 있고 이름값이 없는 것도 그렇네요. 세계 몇 위임을 자랑할 것이 아니라 노벨상 하나 쯤은 배출해야(만들어야) 하는 것 아닌가.ㄱ-


3. 감기
운동 덕분에 몸 부피도 줄고 감기도 안 걸린다고 말했더니만, 말이 씨가 되는지 감기가 덜컥 들어왔습니다. 묘하게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지, 아니면 수호신이 이렇게 자랑하는 걸 못마땅하게 생각하는지, 이렇게 뭔가 자랑을 하면 꼭 그 반대의 일이 터진다니까요.
자고 일어나면 감기가 심해지는터라 며칠 째 아침 일어나는 것이 괴로운데 덕분에 주말 일정도 오리무중입니다. 그래도 운동은 꾸준히 하고 있어요. 게을러 져도, 운동 자세가 이상해서인지 엉뚱한 근육이 아파도 꾹꾹꾹.


4. 버리기
벼룩이든 아니면 폐기든 간에 베란다를 다시 뒤집어 엎어야하는데, 그게 쉽지 않군요.ㄱ- 홍차캔들 뒹굴고 있는 것부터 어떻게든 처리를 해야겠습니다. 작년의 레오니다스 캔도 다 분리수거로 내놓아야겠네요. 다음부터는 이렇게 캔 모은다고 끌어 안고 있는 건 하지 말아야지. 어차피 제가 안해도 G가 합니다.(....) G는 이런 유리병도 꾸준히 모으더군요. 저는 그냥 폐기합니다. 추억이라고 가지고 있어봐야 짐이 됩니다. 추억은 글과 사진으로만 남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요.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분명 쓰레기장에서 지내는 느낌일테고, 정리가 전혀 안되겠지요.
솔직히 말해 잡지 폐기하면서 일부 스크랩을 해두긴 하는데, 스크랩한 것은 보통 한 번도 들여다보지 않다가 그대로 분리수거 되더라고요. 지금 집에 쿠켄이나 행복이 가득한집 스크랩 자료도 잔뜩 있는데, 버리지는 못하지만 버린다고 해도 문제가 없어보입니다. 하하;
도서관이 옆에 있다면 더욱 그렇겠지요.


5. 책
최근 읽고 있는 책에 대한 것은 일단 패스. 적을까 했는데 이건 書로 따로 빼야겠습니다. 이번에 나온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은 첫비행님이 보시면 크나큰 ..... 지름신이 오실겁니다.; 저 그거 보고 있는 내내 지름신이 등뒤에서 알짱거리면서 안 질러? 안질러? 하고 있으니, 쫓아내는 것만으로도 큰일입니다.
아, 간단히 적자면 전 역시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 수필이 좋습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원서로도 읽어보고 싶군요.
간만에 독서신이 오셨는지 자기 전까지 해서 주룩 다 읽어 내렸습니다. 그리고 오늘 출근시간 동안에 책 한 권을 더 보았으니, 그 책에 대한 감상은 별도로 작성하도록 하지요.


언더그라운드의 후속작인 이 책은 열림원에서 나온 책에는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다시 확인을 해봐야 하는데 도서관에 책이 있을지 모르겠네요. 있긴 하지만 도서관 방문했을 때 자리에 있어야..-ㅁ-;
『언더그라운드』의 후속작인 이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뉘어 집니다. 앞부분은 옴진리교의 옛신자들과 신자들을 인터뷰한 내용을 담았고 뒷부분에는 심리학자인 가와이 하야오씨와의 대담이 실려 있습니다. 하야오씨와의 대담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고 찾아보니 그렇습니다. 2004년에 출간된 『하루키, 하야오를 만나러 가다』에서도 만났군요. 시기상으로는 『약속된 장소에서』가 먼저고(90년대 후반) 『하루키, 하야오~』는 그 뒤인 것 같습니다. 왜냐면 이 책에서는 가와이 하야오씨에 대해 심리학자라고만 하고 있는데 저 책에서는 '문화청 장관'이라고 하고 있거든요.
그러고 보니 『하루키, 하야오~』를 맨 처음 집어 들었을 때, 이 하야오가 저 하야오인 줄 알았습니다. 딱히 주석을 달지 않아도 알아들으실 분들 많으실걸로 알고 넘어갑니다.(...)


여튼 대담 부분의 인상은 꽤 강했습니다. 알아듣기 어렵다는(그만큼 제 지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부분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었어요. 앞부분을 다 봐야 이해할 수 있는 부분도 상당히 있으니 일단 앞 이야기로 돌아갑니다.

사린 사건의 피해자들에 비해 옴진리교 신자들에 대한 인터뷰는 적습니다. 모든 신자들을 인터뷰할 수는 없을 것이고, 접하기도 쉽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사린 사건 외 여러 테러 사건 이후 옴진리교는 배척의 대상이 되었으니까요. 인터뷰 속에 등장한 이런 저런 교리를 보면 그다지 공감이 가진 않는데, 이런 것에 홀딱 빠진 사람도 있구나 싶을 정도입니다. 저라면 차라리 인도에 가서 진짜 구루 아래서 수행하는 쪽을 추천(?)합니다만. 아니면 머리깎고 출가하는 것이 낫겠다 싶은 정도고요. 수행을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는 기독교를 추천하기는 미묘하죠. 뭐, 『우천염천』에도 나왔던 그리스 산골짝 수도원이라면 모를까.
이 인터뷰에 등장한 사람들은 사린가스 등의 테러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사람들은 아니었던 모양입니다. 대체적으로 그런 일이 있는 줄 몰랐다, 생각도 못했다, 지금도 확신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대답하더군요. 사고가 완전히 일어나고 재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을 보면 참 ..;
나사가 빠져 있다는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데, 인터뷰어들은 '이 세상'에서는 살기 쉽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여럿 보였습니다. 대담에도 나오는 것처럼 이런 사람들도 사회 속에서 평범하게, 혹은 편안하게 살 수 있다면 그게 제대로 된 사회가 아닐까요. 하지만 이 사람들이 마음 쉴 수 있었던 곳은 옴진리교라는 종교였지요. 그리고 그런 선택 때문에 이 사람들은 '이 세상'에 발 붙일 곳을 잃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잘못된 선택이 아니었을지도 모르지만 교세가 커진 뒤로는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는 느낌도 듭니다. 특히 옴진리교 내부에서 출세하려면 도쿄대 출신이거나 미녀거나 해야한다는 자조적인 이야기는 사회와 다를게 뭔가요.(먼산)

한국은 어떨까 하면... 대개 저런 사람들은 교회에서 끌어 안는 것 같더군요. 확신은 못하지만 대체적으로 그래요. 불교나 기타 종교로 가는 경우도 있지만 교회 편(?)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1권을 보고 궁금했던 옴진리교 내부의 상황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는데 말입니다, 그래도 아직 궁금증이 다 풀린 건 아니고요. 하지만 다 찾아보기에는 일부러 알 필요가 있는 지식도 아닌 것 같고. 아마 옴진리교에 대한 이야기는 마쓰모토 사린 사건이나 관련 사고들을 더 찾아보는 정도에서 멈추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 책은 또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다가 몬주 사건(-_-)이 커지면 그 때 다시 들여다 보게 될지도 모르지요. 하하하하하.;
그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OTL



무라카미 하루키. 『약속된 장소에서 - 언더그라운드2』, 이영미 옮김. 문학동네, 2010



덧붙임.
교주 이름이 아사하라 쇼코라고 해서 1권 읽는 내내 여자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본명은 따로 있고 남자입니다.; 하기야 여자였다면 도쿄대 출신이거나 미청년이거나... 겠지.OTL
이런 심각한 재앙이 일어났을 때 조직적으로 신속하고 효율성 있게 대응하는 시스템이 일본에는 없습니다.


p.350, 신슈대학 의학부장 야나기사와 노부오와의 인터뷰 제목.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두 번째지요. 아니, 세 번째인지도 모르지만, 여튼 처음 읽는 것은 아닙니다. 이전에 1998년에 열림원에서 나온 버전으로 읽은 적이 있습니다. 그 때도 역자는 양억관씨였는데 재번역인지 아니면 재출간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이번에 나온 판은 1-2권으로 나눠 나왔더군요. 2권은 아직 손대지 않았고 1권은 한참 읽는 중입니다. 재미있기는 하지만 서글프기도 하네요. 게다가 읽기 시작한 것이 5월이었는데 한참 도호쿠 대지진에 원전 사태 이야기가 나오던 때라 겹쳐 보이더군요.

옴진리교라는 종교가 아직도 있는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종교라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순화했음) 그런 종교에 몰두하는 사람이나, 이상한 쪽으로 나가는 사람을 보면 잘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등장하는 옴진리교 관계자-사린가스테러의 실행자들을 보면 이런 사람들이 왜 그런가 싶더군요. 초 엘리트들이 여럿 있었으니 말입니다. 한국식으로 표현하자면 서울대 의대 출신이라든지, 카이스트 석박사 출신이라든지. 그런 사람들이 옴진리교의 신자였고 그 사건의 실행자-테러범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 이해가 안되는 건 일본 정부입니다. 아놔. 고베 대지진 때도 같은 모습을 보였다는데, 고베 대지진과 같은 해에 이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고베 대지진이 1월에 있었고 이건 그 해 3월에 있었지요. 마쓰모토시 사린살포 사건₁은 그 전해 있었던 모양인데 이 사건과 관련해 1월쯤 옴진리교 본부를 조사할 예정이었지만 고베 대지진으로 일정이 밀렸다고 합니다. 그리고 3월에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테러가 일어났고요. 일본경찰(정부)의 대처가 조금 빨랐다면 이 사건은 없었을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 때의 대응 상황을 보면 참 .... (먼산)
사린사건이 일어난 것은 95년 3월 20일이고, 이 인터뷰는 96년 1월부터 12월까지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것은 사린 사건 발생 시점부터 따지면 거의 16년입니다. 그 16년 동안 대처 방식은 전혀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변하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고 있다보면 기시감에 데자뷰가 팍팍 느껴집니다. 아, 이 대처, 이 상황, 어디서 많이 봤다.-_-;;


사실 맨 위의 인용문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한국도 비슷합니다. 하지만 한국은 조금 다릅니다. 예를 들어 서해 원유 유출 사건을 떠올려봅시다. 이것도 서해 주민들에게는 아주 지독한 재앙이었지요. 지금도 삼별은 책임회피하고 있지만-저는 삼별에 책임이 있고 그에 대해 보상을 해아한다고 생각합니다-그 사건을 해결한 것은 '국민'이었지요. 전국에서 구름떼처럼 몰려든 자원봉사자들. 그 사람들이 일일이 해안을 닦아서 깨끗하게 만들지 않았습니까. 국가가 시켜서 한 일도 아니고, 이런 사태에 대한 어떤 매뉴얼이 있었던 것도 아니지요. 그저 달려가서 도왔을 뿐입니다. 음, 이번 도호쿠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봐도 그런 기질적 차이가 있는 것 같습니다. 막무가내로 결과만 좋으면 된다고 생각하여 과정이나 결재라인이나 적합성은 뒤로 제쳐두고 일단 실행하는 그 실행력 말입니다.; 한국인은 잘 잊기도 하고 다혈질적이기도 하지만 그게 사건이 터졌을 때는 행동력으로 발휘됩니다. 하지만 안전제일주의인 일본 사람들에게는 사건이 터지면 일단 뭔지 한참 의논하고 위에 물어보고 라인에 문제 없나 확인하고 그걸 다 맞춘 다음에 움직입니다. 그렇다보니 긴급사태가 발생했을 때는 대처가 늦을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국민들은 그걸 감내합니다. 한국에서라면 당장에 들고 일어날 정도로 느린데도 말입니다.

JL123편이었나. 정비불량으로 산중에 추락한 그 비행기 말입니다. 사망자가 다수 나온 이유가 '사람들이 다 죽었을 거다'라고 생각하여 그날 당장 구조하러 가지 않았던 JAL과 자위대와 기타 기관들의 늦장대처 때문이었다던가요. 떨어지고 나서는 대책 위원회 이름을 어떻게 지어야 하는지에 대해 탁상공론을 펼치고 있었다는군요.
이 추락사고에 대해 들었을 때 아시아나의 첫 사고-라고 기억합니다-였던 김해 추락사고가 떠올랐습니다. 산 중턱에 떨어진 비행기, 그리고 생존자중 일부가 마을까지 내려왔고, 마을 사람들이 올라가 단체로 구조 활동을 벌였지요. 그렇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기야 JL쪽은 완전 산간이었고, 한국의 산간지방하고는 또 아주 많이 차이나기도 하지만...(먼산)

하여간 이 책을 읽으면서는 그런 잡다한 생각들이 더 떠오르더랍니다. 2권은 과연 어떤 이야기일지 궁금하네요.


무라카미 하루키.『언더 그라운드 1』, 양억관 옮김. 문학동네, 2010.


덧붙임.
주석 ₁을 달아놓고 나중에 안 적었네요.OTL
마쓰모토 사린 사건에 대해서는 이 책에서는 간략하게만 다루고 있습니다. 옴진리교는 이전에도 사린 관련한 사건을 여럿 일으켰는데 이것도 그 중 하나입니다. 지하철 사린 사건 전에 일어났으며, 나가노현 마쓰모토 시에다 사린 가스를 살포한 사건입니다. 아예 도심지에다가 가스를 풀었는데, 옴진리교가 했다는 심증만 있고 물증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던 모양입니다. 그 전해-그러니까 94년에 일어난 사건인가보네요. 여기서도 사망자가 7명 나왔습니다. 여기서 제대로 증거를 확보하고 돌입(?)했더라면 지하철 사린 가스 살포사건은 없었을테고, 그리고 만약 거기서 대처를 더 제대로 하고 그 때 매뉴얼이 좀 작성되었더라면 지하철 사린 가스 사건에 대한 초기 대응이 조금 더 빠르지 않았을까 합니다.

무라카미 하루키. 「작지만 확실한 행복」, 김진욱 역, 문학사상사. 2010. 11000원

오래간만에 읽으니 좋군요. 특히 결혼식의 공장화에 대해서는 상당히 공감했지만 일본이 한국보다 더 심한건가 싶기도 했습니다. 거기에 최근에 읽은 다른 소설도 여기에 살짝 겹쳐 보여서 말이죠.

일본만화중에서도 결혼식 장면이 굉장히 뇌리에 깊게 새겨진 것이 몇 있었으니, 하나는 아빠는 요리사고 하나는 VB 로즈입니다. 소설중에서는 키리하라가의 사람들에서 등장하는 결혼식이 가장 뇌리에 깊게 남았습니다.
하여간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중에서도 아주 예전에 나온 책이지만 지금 봐도 재미있어요.


보고 있노라면 무라카미 하루키가 야구팬이라는 이야기도 자주 나옵니다. 그 중에서도 야쿠르트 스왈로스의 팬이라는군요. 저는 일본 야구는 잘 몰라서 야쿠르트가 어느 정도의 팀인지는 모릅니다. 하지만 야구팬인 누구에게 말했더니 그래도 **(야구팀)는 야쿠르트보다는 나아요!란 반응이 돌아옵니다. 음, 어떤 면에 있어서는 강한™ 팀인가봅니다.

그리하여 그 누구씨에게 전하는 무라카미 하루키의 한 마디.


P.99

30년에 한 번 밖에 우승하지 못하는 팀을 응원하고 있으면, 단 한차례의 우승이라도 오징어를 씹듯이 10년 정도는 즐길 수가 있다.


그 아래 소원이라고 적은 것이 2000년까지 한 번 더 우승하는 것이라는데, 확인사살이라는 생각이 들어 실현 여부는 찾아보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자네, 그냥 마음 편하게 응원하게.-ㅁ-;
독서기록이 빈약한 이유는 신간을 거의 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읽은 책들도 거의 요리책이고요. 아니면 레이크 에덴.(...) 아놔. 저도 지겹습니다. 이제 그만 읽고 싶지만 과자에 대한 금단증상이 나타날 때마다 레이크 에덴은 제게 구세주와 같이 내려와 초콜릿을 지르라고 옆구리를 찌릅니다. 하지만 구입하기엔 방산시장이 너무 멀(...) 따름이고, 근처에서 맛있는 쿠키를 사먹기엔 지역이 허허벌판일 따름입니다. 애초에 레이크 에덴 레시피는 지나치게 달지만 그만큼 다양한 쿠키를 싸게 파는 곳도 없다구요. 게다가 제 입맛에는 대부분의 쿠키가 떫습니다. 베이킹 소다에 대한 반응인지 뭔지, 쿠키 혹은 스콘을 먹고 나면 입안이 텁텁해지거든요. 공장 출하 쿠키는 그렇지 않다는게 또 이상하지만 말입니다.

이야기는 그정도로 하고, 그나마 최근에 읽은 책들을 중심으로 간략하게 추려봅니다.

런던 하늘 맑음은 환경건축을 주제로 하여 런던을 중심으로 여러 친환경 건축, 친환경 도시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내용도 그렇지만 글쓴이들이 독특합니다. 교보에서는 조양희가 주 저자로 나오는데 조양희보다는 박진호 쪽이 주로 글을 썼습니다. 조양희는 박진호의 어머니. 그리고 이전에 <도시락 편지>의 저자였던 인형작가였습니다. 오오.+ㅅ+ 그 책을 재미있게 보았기 때문에 기대했는데, 기대에는 못 미쳤습니다. 글이 전체적으로 거칠다고 해야할까요. 그런 느낌에 사진이 적기도 하고. 하지만 혹시 런던에 친환경 건축물을 보러 가신다면 꽤 도움이 될겁니다. 

당근 케이크 살인사건은 번역본이 없다는 것을 확인하고 도서관에 주문해서 받아다 보았는데 그 사이에 번역본이 나온 경우였습니다. 다시 읽으면 더 자세히 이해가 되겠지만 이미 범인이 누구고 왜, 어떻게 죽였는지도 다 알아버린 뒤라 말입니다. 크림 퍼프 살인사건(Cream Puff Murder)이 이보다 뒤에 나왔는데 거기에 나온 몇몇 상황에 대해서도 당근 케이크 살인사건에 자세한 이야기가 있더군요. 당근 케이크를 굉장히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잘 보았습니다. 하지만 전 역시 크림 퍼프 쪽이 좋습니다.-ㅠ- 따, 딱히 M이 물먹어서 그런 것은 아니예요!
(실은 그렇습니다.)

유럽 브런치 스타일은 뒤에 예약자만 없었다면 집에 두고두고 볼텐데 굉장히 마음에 드는 책입니다. 가격 대 성능비도 뛰어나고요. 아침에 해먹을 만한 간단한 음식들이 많고 팬케이크라든지 머핀 같은 것도 많이 소개되어 있습니다. 사진도 좋고요. 원서로도 보고 싶은데 도서관에 신청할까 말까 고민하고 있습니다. 고민하는 이유는 원서를 살까 번역서를 살까 망설이고 있거든요.

김영주의 머무는 여행 네 번째 장소는 프로방스입니다. 역시나 프로방스. 피터 메일의 이야기도 곁들였지만 이번 여행의 메인 이야기는 그림, 화가입니다. 프로방스에서 살았던 여러 화가들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이 머무른 장소, 그리고 미술관 방문 등에 대한 이야기가 한가득 들어 있습니다. 추천은 하지만 언제나 제가 이야기 하듯이 주의하셔야 합니다. 잘못하면 프랑스 행 항공 티켓을 들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지도 모르니까요.
가장 가보고 싶었던 것은 어느 노 화가가 지인의 부탁을 받고 디자인을 해주었다는 어느 성당입니다. 마티스.. 였던가요. 리뷰를 바로바로 쓰지 않으면 이런 문제가 생깁니다. 흑흑흑. 하여간 세잔이나 고흐, 마티스, 샤갈 등 아주 귀에 익숙한 화가들이 총출동하다보니 루브르 박물관 같은 건(!) 제쳐두고 여기부터 달려가고 싶어집니다. 특히 샤갈은 이전에도 K에게 잠깐 이야기 들었는데 실물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 뭐, 아버지가 지난 서유럽 여행 때 루브르 박물관에서 사진 찍어오신 걸 보고 프랑스 여행에 옆구리가 찔린 것만은 아니예요. 이 책도 상당한 영향을 주었으니 말입니다.

프로방스를 읽다보니 여행 막바지, 니스에 머무르면서 조깅하는 이야기를 쓰면서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에 대한 언급이 나왔습니다. 그 장면을 보면서 피식 웃을 수 밖에 없었던 건 바로 옆에 이 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예약자가 가득차서 엄두도 못내고 있었는데 어느 날 도서관 서가를 거닐다가 문득 발견해서 집어 왔으니 말입니다. 우연히 집에 들어온 책이었는데 또 우연히 다른 책에서 그 책을 언급했으니 우연이라도 재미있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소설보다 수필이 훨씬 입에 잘 맞는데 이번에도 그랬습니다. 특히 슬슬 자신의 한계를 체득하는 듯한 모습을 보고 있자니 최근의 제 모습도 같이 겹쳐져 보입니다. 만사 의욕상실. 축 늘어져 있고 몸은 불어만 가고, 더불어 자기 혐오도 증식합니다. 잠시라도 좋으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고 쉬었으면 좋겠다 생각하지만 쉬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휴가가 끝나는 날이 다가오는 것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니...(먼산) 그저 하루 빨리 이 상황이 종료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발랄한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마당의 순례자>에서도 앞서 말한 것처럼 '아는 사람'을 책 속에서 만났습니다. 정확히는 제가 읽은 다른 책의 작가지요. 박사라고,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여행책인 <여행자의 로망백서>의 공동 저자입니다. 으허허허허. 이 책 속에서 이렇게 마주칠 줄은 몰랐다면서 웃었더랍니다.
마당의 순례자는 마당일이 주제입니다. 흔히 말하는 가드닝, 원예지요. 마당을 어떻게 가꾸고 어떻게 식물을 키우고 살리고 죽였는가에 대한 짤막한 기록입니다. 효자동에 대한 예찬도 함께 있고 집에서 보이는 근사한 풍경도 마음껏 뽐내고 있습니다. 정원에 대한 책을 좋아하신다면 꼭 한 번 읽어보세요. 신문기자와 동화작가라는 직업을 가졌다 하는데 그래서인지 글맛이 다릅니다. 술술 잘 읽히지만 가끔은 이렇게까지 속내를 드러내도 되는가, 너무 가시돋히지 않았는가 싶을 정도의 말도 튀어 나옵니다. 하지만 그게 또 맛이지요.

효자동 레시피도 재미있게 잘 봤습니다. 그 작가가 이런 책도 썼나 했는데 동명 이인입니다. 이 쪽은 잠시 방학에 들어간 전업 요리사고요.
효자동 어드메에 레서피(recipe)라는 이름의 작은 음식점이 있었더랍니다. 2008년 12월 31일을 마지막으로 잠시 방학에 들어갔다네요. 책을 읽고 나니 진작에 가볼걸 그랬다는 후회가 들었습니다. 남의 일기장을 훔쳐보는 듯한 사근사근한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은 레서피의 여러 레시피도 함께 다루고 있습니다. 만들기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이고 하나하나 다 도전해 보고 싶은 그런 요리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집어 들어 대강 훑어 보고 나서는 catail님의 <이기적 식탁>과 같이 비교하며 읽으면 재미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다 읽고 나서는 너무 닮은 것이 아닌가, 또 그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단순한 재료로 간단히 만들어 맛있게 먹는 음식이라는 점에서 양쪽이 닮아 있지요. 그리고 토마토나 가지 같은 채소가 많이 보인다는 점, 차려내는 모습도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catail님의 음식은 블로그 설명만 들어도 군침이 돌고 맛있게 느껴졌으니 이쪽도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니 진작 가볼걸 그랬다고 후회하는 것도 당연합니다. (게으름뱅이인 제가 알았다 한들 찾아갔을거란 보장은 없습니다.)
브라우니 레시피가 없는 것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초콜릿 케이크는 꼭! 거기에 금귤정과도 꼭! 그리고 딸기 티라미수도 꼭! 내년에는 게으름 피우지 말고 만들어 보렵니다.
그 전에 유자부터 먼저 챙겨야겠네요. 이번에 놓치면 또 1년을 기다려야 할텐데?

대망의 마무리는 <지어도 돼?>입니다.
인터넷 서점에 소개된 내용을 보고는 홀랑 반해서 도서관에 신청해 보았는데 보는 내내 절절히 공감이 되었더랍니다. 이 책을 보고 나서 <마당의 순례자>를 봤더니만 집에 대한 지름신이 덜컥 붙어서 대지만이라도 빚 얻어 사놓을까란 헛생각마저 들었습니다. 혜화동이나 효자동이나 부암동이나 그 어드메, 적당한 곳을 찾아 사두었다가 나중에 아는 사람에게 부탁해 집을 지어달라하면...(친척중에 건축설계사가 있습니다;..)
그런 망상이 들 정도로 강력한 영향을 끼친 책입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마리는 올해 서른 다섯의 직장인입니다. 독립해서 작은 빌라에 혼자 살고 있는데 어느 날 2층계단에서 굴러 왼쪽 팔에 금이 갑니다. 이런 생활이 지긋지긋하게 느껴져서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 회사 사장님인 사촌여동생에게 남자를 소개시켜 달라 부탁합니다. 그러다 만나게 된 어느 건축 설계사. 거기에 이모가 준 맨션과 부모님이 몇 십 년 째 놀리고 있는 땅이 결합하여 혼자 살 집을 짓겠다고 결심합니다. 그 때까지의 이야기가 책 절반이고, 어떻게 집을 지을지 고민하고 짓기 시작하는 것이 나머지 반입니다. 집의 완성까지는 나와 있지 않지만 짧으면서도 재미있고 또 마음에 절절히 와닿는 이야기 였습니다. 저 역시 집에 대한 욕심-정착에 대한 갈망이 굉장히 강해서 그렇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채널 J에서 Before and After라는 리모델링 관련 프로그램을 해주는데, 그걸 보다보니 마리가 짓기로 한 집이 어떤 형태인지도 대략적으로 머리에 그려지더군요. 건축에 관심이 많은 분들도 재미있게 보실 수 있을 겁니다. 그런 고로 이 책은 티이타님께 추천합니다. (물론 아이쭈님이나 첫비행님도 재미있게 보실겁니다.)
뒤에 실린 단편도 꽤 재미있었습니다. 그 강력한 반전이란.....;;;;;

짧게 쓰려 했는데 쓰다보니 또 길어졌군요. 오늘 퇴근하면서는 <이기적 식탁>을 읽을 겁니다. 효자동 레시피와 비교해보면서 올 연말에 해먹을 음식들을 꼽아보아야겠네요.>ㅅ<


Fluke, Joanne, <Carrot Cake Murder>, Kenshington, 2008
루이즈 픽포드, 윌리엄 링우드, <유럽 브런치 스타일>, 이끼북스, 2009, 16000원
김영주, <프로방스>, 안그라픽스, 2009, 12000원
무라카미 하루키, <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임홍빈, 문학사상, 2009, 12000원
조양희, <런던 하늘 맑음>, 시공사, 2009, 9800원
나카지마 타이코, <지어도 돼?>, 신유희, 소담출판사, 2009, 1000원
서화숙, <마당의 순례자>, 웅진지식하우스, 2009, 13000원
신경숙, <효자동 레시피>, SOMO, 2009, 13000원
무라카미 하루키, <승리보다 소중한 것>, 문학수첩, 2008, 9800원


도서관 북트럭 위에 올라와 있는 것을 보고 이런 책도 있었구나 싶어 잽싸게 집어 들었습니다. 대강 훑어 보니 시드니 올림픽이 주제입니다. ... 응? 시드니 올림픽은 언제적 이야기? 떠올려보니 2000년의 일입니다. 지금이 2008년 마지막이니 한참 전인데 말입니다.
G에게 먼저 보라고 건네주었더니 몇 장 보다가 재미없다고 덮었답니다. 재미 없는 책을 먼저 보는 것이 낫겠다 싶어 어제 아침에 출근하면서 집어 들었습니다. 그리고 어제 오후, 오늘 아침, 오늘 오후 세 번에 걸쳐 홀랑 다 읽었습니다. 처음에는 지루한가 싶었는데 책의 앞머리와 끝부분이 인터뷰와 수기(?)라서 그렇습니다. 그 부분을 넘어가고 나니 그 속 내용은 무라카미 하루키가 출판사의 제의로 (내키지 않는) 시드니 올림픽 취재단으로 호주에 가면서 올림픽 기간 동안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에 대해 쓴 수필입니다. 다른 하루키의 수필과 같은 수준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됩니다.(웃음)
호주에 대한 여행기나 수필은 한국에서 찾아보기 어려운데 이 책을 대신 읽어도 되겠다 싶을 정도로 이야기가 많습니다. 호주의 역사, 호주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볍지만 또 가볍지 않게 다루고 있습니다. 읽다 보면 어느 새 호주 이야기가 머리에 쏙쏙 들어옵니다. 물론 하루키의 눈으로 본 호주이니 이걸 그대로 받아 들인다면 문제가 있겠지요.'ㅂ';

주로 다루고 있는 것은 일본 선수단의 경기지만 그 중에서도 하루키가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육상에 대한 이야기가 많습니다. 그러고 보면 시드니의 성화 봉송의 최종 주자가 원주민 출신 선수라고 들었는데 금메달리스트는 아니었나봅니다. 오래전 일이라 호주 원주민(아보리지니였나요?) 출신이라는 것만 기억하고 있는데 메달 획득 여부는 기억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성화 봉송 후에 꽤 말이 많았나봅니다. 전혀 몰랐습니다.; 시드니 올림픽이 어땠는지도 생각이 안납니다. 그와 관련된 이야기도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으니 올림픽을 좋아하든 좋아하지 않든간에 하루키를 좋아하신다면 읽어보세요.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루키도 올림픽 관람 내내 투덜대고 있습니다. 올림픽은 좋아하지도 않고 볼 생각도 없었는데 어쩔 수 없이 끌려(?) 와서 이러고 있다고 말입니다. 마음에 없어서인지 이런 저런 사고도 많이 쳤군요.  하하.




엉뚱하게도 다 읽고 나면 카리야 테츠*가 부럽습니다.
 








* 카리야 테츠: 호주로 이민간 <맛의 달인> 스토리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 <언더 그라운드>, 열림원, 1998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잘 안 읽지만 수필쪽은 꾸준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도서관에 갔다가* 제목만 얼핏 기억하고 있는 책이 보이길래 집어 들었습니다. 수필은 거의 다 챙겨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두꺼운 책을 놓치다니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봤지요. G는 예전에 이 책 앞 부분 몇 장만 보다가 내려놓았다고 합니다. 들고 있노라면 팔목이 아파오는 정도의 무게라 그럴만도 합니다. 총 632쪽. 거기에 A5사이즈에 글씨가 빽빽합니다. 하지만 읽으면 손 떼기가 쉽지 않은 재미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재미있다는 단어를 쓰면서 조금 미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이 책은 1995년에 일어난 도쿄 지하철 사린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95년 3월 20일, 신경계 독가스인 사린 가스가 도쿄 도에이 지하철(지금은 도쿄메트로) 다섯 편의 차량에서 살포되었습니다. 단어 선택에 좀 신경이 쓰이는데 사린은 액체 상태로 비닐봉지에 담겨 있었습니다. 각 실행책(2인 1조로 한 명은 실행, 한 명은 실행자를 다시 운전해서 태워옵니다)이 지하철에 탑승, 신문지 등으로 비닐봉지를 가린 상태에서 우산 끝으로 봉지를 찔러 구멍을 내고는 지하철을 내립니다. 일반 유류품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봉지를 처리하는 사람들이 없었고, 작은 실수가 겹쳐지면서 사건은 크게 확대 됩니다. 저도 95년 당시에 사린 살포에 대해서는 기사를 들어 알고 있었지만 12명 사망에 5510명이나 중경상을 입었을 줄은 몰랐습니다. 게다가 이 독이 신경에 작용하기 때문에 내적으로 크고 작은 후유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많습니다. 기억력 감퇴, 시력 저하, 성격의 급변 등. 일상생활에 크고 작은 영향을 끼쳤습니다.

책은 저자가 이 책을 어떻게 쓰게 되었는지를 말하며 시작됩니다. 사건의 주동자인 옴진리교의 교주가 아니라, 피해자인 일반 시민들의 생활을 담고 싶다고 시작한 거죠. 보통 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쓰면 가해자의 신상명부터 밝히지 않습니까.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다른 르포르타쥬와는 분위기가 다릅니다. 이 책에는 평범한 생활을 하다가 사린 살포라는 사건을 만난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직접 대화를 하고 그것을 녹음해 글로 표현한 다음, 취재에 응한 사람들에게 다시 원고를 보내 첨삭을 받고 다시 수정하고 첨삭과 허락을 받는 식으로 이루어져서 살아 있는 한 권의 사건 기록이 되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쓰면 길어지니 직접 읽어보실 것을 추천하고요.
(아, 현재 절판상태입니다. 도서관에서 구해보셔야....;)

12명의 사망자 중에 절반 이상이 승무원입니다. 사건이 발생했을 때 직접 사린이 담긴 봉지를 치우고 관리했기 때문에 그렇고요. 독가스라는 것을 알았을 때도 도망치는 사람들 없이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승객을 구하기 위해 플랫폼을 돌아다니다보니 가장 많은 희생을 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몇몇 실수들에 대한 지적-원래 회차시에는 유류품을 모두 치워야 함에도 치우지 않았던 차량, 액체가 흥건함에도 대걸레로 제대로 닦지 않아서 피해가 커진 경우도 있었고, 대처가 빠르지 못했다는 것도 문제-가 있었지만 도쿄 지하철에 대한 사람들의 비난은 많지 않습니다. 많다면 역시 구급차와 경찰의 대응 부족쯤일까요.

그나마 사건이 일어나기 얼마 전에도 사린 사건이 있었답니다. 재판정(옴진리교 관련재판)에서 사린이 살포되는 바람에 7명이 사망했는데, 그 당시 환자를 받았던 병원에서 지하철 사린 사건의 피해자를 받은 도쿄내 각 병원에 팩스를 보내 대처 방법을 지시했답니다. 이런 것이 없었다면 어떤 독가스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우왕좌왕 하다 사망자가 더 늘었을 거란 생각도 듭니다.
그외에 책에는 나와 있지 않았지만 그 당시 대처에 대해서도 다음에서 검색하다가 몇 가지 몰랐던 것도 보았고요.

갑자기 휴거 사건이 떠오릅니다. 그 때는 또 언제였더라..? (1992년;)


뭐, 한국에서라고 일어나지 말란 법은 없습니다. 한국도 은근 사이비 종교가 많아요.



*참으로 멋진 도서관이었습니다. 고개를 아래로 내리면 <뱀파이어 헌터 D>, 위로 돌리면 <마술사 오펜>, 그 옆으로 돌리면 <창룡전>, <은영전>, <아루스란 전기> ...(흠흠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