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제가 아이디어가 괜찮다 어쩐다 말할 레벨이 아닙니다. 저자가 마쓰모토 세이초거든요. 하하하하; 미미여사가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 소리를 듣습니다. 그러니 이분은 제가 평할 수준이 아니지요.
하지만 호불호는 논할 수 있습니다.'ㅂ' 그런 고로 감상기는 호불호에 대해 풀어 가겠습니다.

제목인 D의 복합. 저게 왜 D인지는 책 중반에 나옵니다. 아예 주인공의 입을 빌어서 그렇게 쓰거든요. 근데 그 D라는게, 제가 최근에 아주 시달림을 당하고 있는 D와 용어가 같습니다. 그런 고로 이 D가 그 D인가 싶은데. 아, 물론 반쯤은 농담인 거고, 읽다보면 아하 싶습니다. 아이디어가 참 좋아요.

하지만 그 D에 대한 아이디어를 빼놓고도 전체 이야기는 재미있게 흘러갑니다. 앞부분과 뒷부분의 중점이 다르다는 것이 조금 아쉽지만, 맨 뒤의 해결 혹은 사건이 벌어지게 된 계기를 보면 처음에 나온 것들은 오히려 곁다리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니, 곁다리가 아니라 아예 심리적 함정입니다.
범인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왜 그가 이런 일을 벌였는가이지요. 결말은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니까 이렇다고 생각하고 넘어갑니다. 원래 그런겁니다.(...)


좀 안 팔리는 작가인 이세는 어느 날 원고 의뢰를 받습니다. 이름도 낯선 어느 잡지사에서 기고를 요청한 겁니다. 그것도 민속학과 여행기를 섞어서 써달라는 이야기를 말입니다. 취재비도 전폭적으로 지원을 할테고, 원고 비용도 상당히 비싸게 줍니다. 이 소설의 배경이 80년대인 것을 생각하면 굉장히 비용도 대단합니다. 그러고 보니 이 때는 한창 버블경제 때로군요. 그러니 돈이 많아서 심심풀이로 잡지를 창간하는 것도 가능한 일일테고 말입니다.
소설의 시작이 이렇다보니 앞부분은 주로 전해오는 이야기에 맞춰 여행을 떠나는 내용입니다. 아마 이 부분은 M님이 굉장히 좋아하실 겁니다. 코스가 교토 주변이거든요. 게다가 다들 기차 타고 이리저리 다니는 것이라. 이 코스 그대~로 따라가도 재미있을테고, 마침 책 출판사(모비딕)가 친절하게도 지도를 실어 놓았습니다. 다음 여행에 참고하세요.

하여간 그렇게 여행을 다니던 와중에 이상한 일이 몇 가지 발생합니다. 그러니까 살인사건에 대한 제보가 아주 작은 시골마을에 있었다나요.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았지만 그런 이야기도 여행기에 집어 넣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 원고까지 써내고 있던 도중에 이런 저런 사건이 커집니다.

앞부분이 민속학의 이야기를 풀어낸 것인데, 제 입장에서는 조금 억지 같다는 생각이. 그도 그런게 주로 단어의 유사성, 발음의 유사성 등을 들어서 말로 풀어내고 있거든요. 뭐, 니시오 이신이나 미쓰다 신조의 책에서도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지만 이쪽은 조금 더 말장난 느낌이 강한 듯. 솔직히 『퇴마록』이 떠올랐습니다. 하하하하;
(어떤 의미에서, 퇴마록을 좋아했다는 건 흑역사로 생각하고 싶은 정도..ㄱ-; 특히 거기 실린 내용을 믿고 있었다는 점에서 말입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편은 세계편이지만 다시 볼 용기는 없습니다)


앞부분은 민속학을 따라가는 여행이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이 사람 왜 이래?와 그거 도대체 뭐야? 랑 도대체 누가 무슨 짓을 한거야?라는 의문을 푸는데 중점을 둡니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은..ㄱ-;
어쨌던 이세는 이 기고 덕분에 조금 먹고 살만해졌을테니 다행인가요. 기고 후에 이런 저런 일감이 많이 들어왔다 하거든요.


그리고 아래는 어떤 등장인물에 대한 폭언이 들어 있습니다.


그런 자료를 훼손하는 놈은 벌 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벌은 좀. 뭐, 마쓰모토 세이초니까요.;



마쓰모토 세이초. 『D의 복합』, 김경남 옮김. 모비딕, 2012, 13500원.


책의 두께나 내용에 비해서는 가격이 안타깝습니다. 요즘 웬만한 책이 저 가격인 걸 생각하면, 이런 두께에, 이런 내용이면서 가격이 저렴하지 않나 싶은 정도네요. 책은 꽤 잘 뽑아냈고 표지 디자인 등도 마음에 듭니다.
작년에 북스피어랑 모비딕이랑 손잡고는 같이 마쓰모토 세이초 시리즈를 내고 공동 마케팅을 펼친 걸로 기억하는데 이제야 이 책을 보았네요. 마쓰모토 세이초는 솔직히 제 취향에서는 안 맞습니다. 사회문제를 좀 깊게 다루고 파고 들기 때문에 무겁거든요. 게다가 결말이 속 시원하지도 않습니다. 굳이 비교하자면 미미여사의 책 중에 『누군가』나 『이름없는 독』이 이런 느낌에 가깝겠지요. 그나마 미미여사는 결말이 마쓰모토 세이초보다는 조금 후련한 편이니까요.
(아니... 『외딴집』은 조금 예외고...)

B님이랑 C님, I님께 추천합니다. T님도 좋아하시려나..? M님이야 앞에 철로 깔아 드렸으니 보시겠지요. 음하핫!


어느 날, 집에 들어와보니 책상 위에 소포가 있습니다. 셜록 블루레인가 싶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그건 아니로군요. 올 소포가 없는데 뭔가 싶어 발신인을 보니 어머나, 주소가 마포구.-ㅁ-/ 그제야 상황 파악이 되더랍니다.

아직 서점에 깔리기도 전에 펀드 이자 책을 발송한다며, 이 책을 가지고 냉정침착하면서도 은근 뜨겁게 홍보하라-라고 이해를-는 지령이 담김 편지도 있었습니다. 이름하야, 지령 1호. 거기에 위에 놓인 것은 미스터리의 계보 초판 한 정 부록인 원고지입니다. 으허허. 이런 원고지, 참으로 오랜만에 받아보았네요.

그러나 정작 『미스터리의 계보』는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논픽션까지는 좋은데 대강 책을 훑어보니 ① 사회는 참 시궁창, ② 돈 없는게 죄야라는 포스가 팍팍 풍깁니다. 어두운 이야기를 읽으면 한없이 파랑(...)에 가까워지는 제 성격상 묵혔다 보아야 할 것 같습니다. 옆에 입가심할 다른 발랄한 책 가져다 놓고 보아야겠어요.


이 책은 다음 생협 번개 때 들고 가겠습니다.^-^


어느 날 아침. 메일을 확인하는데 스팸메일인지 아닌지 분간이 안가는 메일이 한 통 들어와 있습니다. 대체적으로 제가 받는 메일은 사람 이름으로 오는 메일이 없습니다. 닉은 종종 있지만 제일 많이 오는 것은 교보문고(...)이고 그 다음이 funshop일겁니다. 제게 가장 메일을 많이 보내는 계정이 저렇다니까요. 캔디폰도 아니고 거참..;

하여간 희한한 메일인데 뭔가 제목이 익숙하다 싶어서 열었습니다. 제목에 북스피어란 단어가 들어가 있었거든요.

내용인즉 「인질 카논」이벤트에 당첨되어서 조만간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집 세트가 도착할 거란 이야기였습니다. 읽고 나서도 믿기지 않았던게 이벤트 신청한 기억은 있지만 이런 종류의 이벤트에 당첨된 일이 거의 없거든요. 그리하여 긴가 민가 하는 사이, 주말에 책이 도착했습니다.(이게 이미 한참 전 이야기라...)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집은 이미 이전에 다 읽었습니다.'ㅂ' 가격이 만만치 않으니 구입은 읽어본 뒤에 하겠다고 도서관에 신청했거든요.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상권이고 그 다음권부터는 솔직히 제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읽다가 도중에 손을 놨지요. 사회파 소설이란게 사람을 빡빡하게 조이면서 결국엔 '현실은 다 그런거야'라는 분위기로 흘러가는 느낌이라 두 손 들어버린 겁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장녀라고 불리는 미미여사의 경우 그래도 밝은 분위기, 희망적인 분위기로 가지만 마쓰모토 세이초는 '꿈도 희망도 없어. 이것이 바로 현실'이란 느낌입니다. 허허허.

하지만 당첨될 거라 생각하지 않고 있었는데 책을 받으니 기분은 좋네요.>ㅅ<

지금 이 책들은 S네 집에 가 있습니다. 가벼운 책만 빌려주는 것보다 중간중간 무게를 잡을 수 있는 책을 같이 보내는 것이 좋겠더라고요. 그리하여 낙점된 것이 이 책이었습니다. 그러니 잘 읽으시게, S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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