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에 이런 저런 책들을 뒤적거리다가 문득 『마법기사 레이어스』가 보고 싶어졌습니다. 해적판은 예전에 정리했고 집에 있는 책은 원서뿐이지요. 오랜만에 보니 참 그리운 그림체에, 요즘 나오는 『츠바사』나 『홀릭』과는 비교가 어려운 그림 스타일이다 싶더랍니다. 『츠바사』나 『홀릭』은 선이 굉장히 깔끔하고 간결해져서, 레이어스 때의 그림과 비교하면 컴퓨터로 선을 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거든요. 적다보니 「방망이 깎는 노인」의 패러디작 「비툴 깎는 노인」이 떠오릅니다.(...)

아래 내용은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혹시라도 『마법기사 레이어스』 애니메이션이나 만화책을 볼 생각이 있는 분들은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마법기사 레이어스』는 제가 본격적으로 클램프에 빠진 원인이었습니다. 마법 소녀물이긴 하지만 기존의 마법 변신소녀물하고는 내용에서 상당히 차이가 있었지요. 『마마마』나 『너스 엔젤 리리카』의 꿈도 희망도 없는 전개에는 비할바 아니지만 그래도 나름 암울하고 어두운 이야기를 담고 있으니 말입니다.
물론 빠진 이유는 일러스트의 색채와 판타지 설정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기 때문으로 심오한 내용에 반했다는 것과는 거리가 멉니다.-ㅁ-;


일요일 밤에 들여다 본 것은 2부 3권입니다. 1부가 세 권, 2부가 세 권으로 총 6권 완결이며 애니메이션과는 세부 설정이 다릅니다. 가장 차이가 나는 것은 이글 비전(젼?)에 대한 처우인데 만화판은 살려두지만 애니메이션은 싹둑 자릅니다. 죽는 걸 알고는 굉장히 충격을 받았지요. 왜냐면 『마법기사 레이어스』를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남자주인공이었단 말입니다.;ㅂ; 덧붙이자면 클램프 작품을 통틀어 가장 마음에 드는 남자주인공은 1위가 감자산 막내아들, 그 다음이 이글입니다. 그리고 3위는 와타누키. 와타누키는 집안일 보정이 상당히 들어갔지요. 키르난의 망상서재 집사는 알프레도(배트맨), 메이드는 엠마(엠마), 시종은 와타누키입니다.(...)

본론으로 돌아가서..
1부에는 아이들의 꿈과 희망을 단칼에 부숴버리는 멋진 상황으로 마무리를 짓습니다. 딱 클램프 답다고 해야하나요. 1부 마지막을 보면 아무래도 2부가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도 그랬습니다. 바로 뒤이어 연재를 했는지 아닌지는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2부 완결은 1996년입니다. 책 뒷면에 그리 나와 있더군요.
96년 완결이라면 아마 시작은 92년에서 94년쯤이 아닐까 하는데 엔하위키에는 93년이라는군요. 집에 가서 다시 확인해보겠습니다.₁
93년에 중학교 2학년이라면 주인공들은 지금 30대. 저랑 나이가 비슷하다는 걸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군요. 이 세 아가씨들이 서른이라니, 믿을 수 없어! ;ㅁ; (정확히는 33인듯.-_-) 아니 그보다 그렇게 나이를 계산한다면 2011년 기준으로 란티스의 나이는..? (...)

갑자기 란티스의 나이를 언급하는 것은 이 녀석이 2부에서 보여준 작태가 상상 이상이라는 걸 깨달아서 그렇습니다. 예전에는 별 생각 없이 넘어갔는데 지금 다시 보니 이녀석이나 형이나 둘다 로리콘이잖아요! 에메로드 공주의 원래 모습은 10대 초반의 꼬맹이지요. 마법기사들이랑 비슷하거나 조금 어려보입니다. 물론 실제 나이는 더 많을 것으로 추측하지만 겉모습은 일단 그렇지요. 그런데 자카드는 그런 공주에게 반했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반해있었지만 그 때도 자카드의 외모는 10대 후반(18-9세), 에메로드는 10대 초반(10세 조금 넘는 수준). 그 당시 자카드의 겉모습 나이는 젊게 보면 10대 후반에서 조금 더 많게 보면 20대 후반. 물론 겉모습 외모가 그렇다는 것이지 실제는 그보다 많을 수 있습니다. 란티스가 세피로를 떠나기 전에 공주의 호위 대장을 맡았다는데, 그렇다면 그 당시 나이가 20대는 되어야 할 것 같거든요. 잘 봐서 20대 초반이라 하면 오토잠에서 조금 머무르다가, 다시 돌아오기까지의 기간이 몇 년 있을 것이고, 2부에서의 나이는 적게 봐야 20대 중반쯤이지 않을까요.

그런데 야가 대놓고 대쉬하는 히카루는 중학교 2학년-일본 나이로는 열 셋. 한국 나이로는 열 넷입니다. 훗. 최소 열 살은 차이나요.^-^ 요즘 세상에도 대학생이 중학교 2학년 애들에게 사귀자 그러면 로리콘이니 뭐니 하며 한 소리 들을 겁니다. 그런데 히카루는 또 동안이예요. 마법기사들 셋을 놓고 보면 히카루가 제일 어려보이고 후가 제일 성숙해보입니다. 란티스가 크기도 하고 히카루가 크지 않기도 하지만 이거...-_- 둘이 같이 있는 모습을 보면 20대 삼촌이 조카를 데리고 노는 느낌이 폴폴 납니다.

그래서 깨달았지요.
이 클램프 아줌마들.; 이전에도 그랬지만 (성전이라든지..) 『카드 캡터 사쿠라』에서 대놓고 그러더니만 『마법기사 레이어스』도 예외는 아니었구나라고요. 하하하...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클램프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여자캐릭터는 레이어스의 후입니다. 하지만 여자 캐릭터는 후 외에 마음에 드는 인물이 하나도 없다는게 다를뿐.(먼산)
그러고 보니 경외하는 여자캐릭터는 하나 있습니다. 토모요.; 츠바사에서도 상당히 멋지지요. 주가가 올라간 이유 중에는 누구씨가 토모요의 소꿉친구로 등장한다는 것도 있을 듯..-ㅁ-;


₁ 확인해보니 93년부터 96년까지 연재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 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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