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단은 간단합니다. 모처의 영국인과 대화하다가 마말레드 이야기가 나온거지요. 둘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쉬운 먹거리에 대한 화제를 많이 꺼내게 되는데 거기에 마말레드도 따라 나왔습니다. 패딩턴부터 시작해 구글에서 이런 저런 이미지를 찾아서 영국에서 보편적으로 먹는다는 기성품 마말레드에 대해서도 들었습니다. 그게 발단이 되어 올 여름 여행을 다녀온 다음 선물 교환을 했지요. 그리하여 집에 영국에서 날아온 마말레드가 한 병 들어왔습니다.



패딩턴 그림이 들어간 로버트슨(아마도)의 골든 슈레드 마말레드. 홍차 티백도 몇 개 받았습니다.+ㅠ+ 이건 G에게 줬을거예요.

그리고 그 며칠 뒤, 이 마말레드를 먹어보고 싶은 마음에 신촌을 다녀왔습니다.(....) 그날 일정이 좀 복잡하긴 했는데, 여튼 신촌 김진환 제과점에 가서 식빵을 사왔습니다. 토요일 아침 일찍, 오픈 시간에 가깝게 가면 오래 기다리지 않고 빵을 사올 수 있더군요.




거대한 식빵과 작은 마말레드. 옆에 있는 건 사과 한 조각~.




뚜껑을 열어보고 좀 당황했습니다. 껍질은 거의 안 보이고, 젤리에 가까운 모양새였거든요. 하기야 기성품인데..;




........
음.
선물로 준 사람에게는 조금 미안하지만 영국인의 미각에 대해 또 한 번 깨달았습니다. 오렌지 향이 아주 살풋나는, 펙틴 혹은 젤라틴을 듬뿍 넣은 젤리를 빵에 발라 먹고 있는 느낌이더군요. 의외로 G는 괜찮다면서 좋아하던걸요. 제 입에는 '차라리 유자청을 빵에 발라 먹겠다' 싶었으니 뭐..;


그래도 재미있는 경험이었습니다.-ㅠ-
B에게서 금귤 마말레드를 받은 것은 꽤 전의 일입니다. 아마 2주정도? 저도 정확하게 기억은 못하지만 S에게 책을 갖다주려다가 B에게 줄 빈병이 있어서 B에게 책을 맞기러 다녀오던 날의 일이고, 그날은 토요일이었으니 아마 3일이었을 겁니다. 그럼 2주까지는 아니네요.
B가 금귤 마말레드를 만든 것은 그보다도 더 전의 일입니다. 금귤이 들어가기 직전, 말랑말랑하니 약간 무른 금귤을 사다 만든다 했으니까요. 색 때문에 브라질 산 흑설탕은 안쓰고 뜨레봄의 유기농 설탕을 쓴 모양입니다.


사진 상태가 좋지 않은 것은 제방이 많이 어둡기 때문입니다. 옆에서 같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은 목장의 신선함이 살아 있는 우유. 집 앞 슈퍼마켓에 갔더니 이 우유가 용량별로 3개가 나란히 있었습니다. 가장 작은 병을 노리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가 사진 찍기 전날 한 병 사들고 왔습니다. 900원인가 1천원 정도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잠깐 딴소리를 하자면, 파란뚜껑 우유와 서울우유의 포장 방식이 왜 다른가를 이번에 알게 되었습니다. 파란뚜껑(매일이었나요;)은 안에 별도의 캡 없이 뚜껑으로 밀봉이 되어 있는데 서울우유는 뚜껑을 열면 안에 다시 비닐로 밀봉이 되어 있어서 뜯어야 하지요. 비닐을 뜯어 내면서, 왜 뚜껑이 있는데 밀봉을 했을까 싶었는데 이 병을 비워서 들고 다녀보니 뚜껑만으로는 완전 밀폐가 안됩니다. 우유를 담았더니 아주 살짝 새는군요. 그리하여 파란 뚜껑을 집어다가 닫아보니 잘 맞습니다. 빨간뚜껑은 놔두고 매일의 파란뚜껑으로 닫으면 밀봉이 됩니다. 번거롭게 왜 이리 만들었을까 싶지만 속 사정은 알 수 없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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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가 잼을 담아준 병은 P5의 푸딩병입니다.


그리고 나무위에 빵집의 쌀 바게트를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서 일요일 아침으로 G에게 주었습니다.
토요일에 빵을 사러 갔을 때, "쌀 바게트는 다음날 프라이팬에 살짝 구워 먹으면 더 맛있어요."라는 빵집주인언니의 추천을 받아서 말입니다.

대부분의 바게트는 만든 다음날이 되면 무기로 변신합니다. 파*바게트나 뚜*주르나 가리지 않습니다. 뚜*주르는 다음날이 아니라 만든지 몇 시간 뒤면 슬슬 무기로 변신하기 시작합니다. 종이를 씹어 먹는 질감이랄지, 먹고 나면 입안이 헐어서 고생한다든지라는 반응이 나오기도 하죠. 하지만 이 쌀 바게트는 다릅니다. 다음날도 쫄깃한 식감이 살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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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이팬에 살짝 앞뒤를 구운 모습입니다. 색이 연하게 날 정도로만 구웠습니다.
쫄깃하고 담백하고. 오오~. 바게트라는 생각이 안들 정도입니다. 쌀 때문인지 하루 지난 정도로는 식감 변화가 없군요. 우후후~
거기에 감귤 마말레드를 발라 먹습니다. 집에서 만든 잼은 달지 않아서 저도 한 입 얻어 먹었는데, 확실히 금귤만으로는 쓴 맛이 강하지 않나봅니다. 게다가 B...ㅠ_ㅠ 채를 가늘게 썬 것 아냐? 마말레드의 묘미는 껍질 씹히는 맛인데 그게 덜해. 잼으로는 맛이 좋지만 마말레드로서는 많이 부족한데. 다음에 만들 때는 씹는 맛 고려도 해주세요. 하기야 금귤은 껍질도 얇고 해서 그리 씹는 맛이 안나겠지.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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