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렇게라도 말하지 않으면 지난 토요일에 앞의 앞에서 몽블랑을 놓친 걸 일요일에 설욕하러 갔을지도 모릅니다. 토요일말고 차라리 지난 번처럼 일요일에 가거나, 아니면 아예 개점 30분 전에 도착하도록 가야하나 봅니다. 다만 먹어보지 않아도 높은 확률로 메종엠오의 몽블랑 엠오가 제 입에 안 맞을 거란 생각은 합니다. 그 이유는 아래에 다시 적겠지만, 아마도 몽블랑에 신맛나는 뭔가가 정말로 섞였을 수 있거든요.





하여간 몽블랑이 없으니 마들렌만 들고 와야죠. 그냥 마들렌과 마들렌 글라세, 그리고 1주년 기념 한정 발매라는 마들렌 몽블랑을 구입했습니다. 셋이 도합 9100원.


사진이 엉망이지만 맨 왼쪽이 마들렌 몽블랑, 가운데가 마들렌 글라세, 오른쪽이 마들렌입니다.






마들렌 몽블랑은 다른 것보다 색이 갈색이 돌고 진합니다. 그냥 마들렌은 코팅이 안되어 있으니 갈색이 진하게 돌고요. 마들렌들이 다들 배가 볼록 올라와 있습니다. 마들렌에 붙은 하얀 것은 마들렌 몽블랑에 붙어 있던 머랭입니다. 머랭을 아주 얇게 판형으로 만들었더군요. 디스플레이도 굉장히 멋진데 방문할 때마다 짐이 많아서 사진 찍을 여유는 없었습니다.





크기 비교는 이 사진으로 대신을.





음료는 얼그레이 밀크티입니다. 로열이 아니라 우유 탄 홍차. 가볍게 마시고 싶은 생각에 밀크티를 준비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확실히 잘 골랐습니다. 우유가 더 들어갔으면 맛이 진해서 금방 지쳤을 겁니다.






제일 맛이 담백한 마들렌부터 먹다가 단면을 찍어야 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구입한 다음날 오전에 먹은 것인데 조금 퍼석퍼석하다고 느꼈습니다.






왼쪽이 마들렌 몽블랑, 오른쪽이 마들렌 글라세.

둘다 설탕시럽코팅이 되어 있는데 양쪽의 시럽이 다른 듯합니다. 오른쪽은 확실히 레몬인데 왼쪽-그러니까 마들렌 몽블랑은 확신이 안섭니다. 이쪽도 감귤계 시럽인지 새콤한 맛이 돕니다.


마들렌 글라세도 조금 퍼석한 느낌이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단독으로 먹는 것보다는 옆에 차가 있어야 하더군요. 그러니까 달아서 음료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퍽퍽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지난 번에 먹었을 때는 새콤한 맛이 더 강했던 것 같은데 지금 먹으니 레몬케이크로 여길 정도로 레몬맛이나 향이 확 올라오는 건 아니더군요.


마들렌 몽블랑은 안에 단밤을 잘라 섞었습니다. 단밤의 단면이 회색이던데 혹시 프랑스산인가 싶기도..?; 중국산이 아무래도 많으니 말이죠. 하여간 마들렌 속살도 갈색인 것이 밤 페이스트를 섞은 모양입니다. 밤 페이스트까지 매장에서 직접 다 만들었을 가능성은 높은데...

중요한 건 예상했던 대로 제가 원하는 맛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굳은 시럽층이 사각사각 씹히는 건 좋은데 혀에 가장 먼저 닿는 부분이 시럽이다보니 새콤한 맛이 먼저 강하게 다가옵니다. 그러다보니 그 신맛 뒤에 오는 밤맛은 상대적으로 약하고요. 몽블랑이라는 이름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진한 밤맛은 아니었습니다. 그리고 이쪽은 퍼석하다기보다는 부드러운 빵에 가깝더군요. 개인적인 감상입니다만....


그렇다보니 아직 못 먹어봤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몽블랑 엠오에 대한 기대도 살짝 낮아집니다. 반쯤 농담을 섞어 제목에 몽블랑이 시다고 적었는데 정말로 몽블랑 엠오에서 새콤한 맛이 날 가능성은 높습니다. 그렇다면 아마도 높은 확률로 제 입맛은 아닐 겁니다. 그래도 한 번, 언젠가 도전은 해봐야겠네요. 그게 아주 가까운 미래일 것 같긴 한데.OTL

모르는 것이 약, 아는 것은 병. 비슷한 맥락에서 만드는 것도 병입니다.-_-;

12월에 G는 업무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습니다. 이모저모 달래줄까 싶어, G가 갖고 싶어하던 마들렌틀을 크리스마스 선물이라면서 덥석 안겨 주었습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구한 틀은 일반적인 마들렌보다는 크기가 크다 하더군요. 받아보니 상당시 크긴 하더랍니다. 그래도 요즘 과자집에 가면 종종 만나는 크기니까요. 8cm라고 했던가.

틀을 샀으니 레시피를 찾아야지요. 찾을 필요도 없습니다. 마들렌이라면 집에도 여러 책에 레시피가 나와 있으니까요. 그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 고르면 되는 겁니다. 한참 고민을 하다 고른 건 NHK에서 나온 책이었습니다. 제목이 『 つくり續けたいお菓子 別冊NHKきょうの料理』.(링크) 조금 길지요. 해석하면 '계속 만들고 싶은 과자'입니다. 뒷부분은 NHK 오늘의 요리 별책이라는 거니까요. 하여간 표지부터 마들렌이니 이 책을 고릅니다. 지금 책이 옆에 없으니 배합 비율은 나중에 따로 올리겠습니다.-ㅁ-/




조개 무늬가 조금 덜 난 것처럼 보이는데, 실제로는 꽤 예쁘게 잘 나왔습니다.
G가 틀에 붙을까 걱정하면서 버터를 듬뿍 바른 덕에, 겉부분은 바삭하게 느껴지더군요. 버터에 튀겼나봅니다.(...)




오븐 온도 조절을 잘 못해서 몇 개는 탔고, 맨 마지막에 낸 것은 또 틀에 붙어서 모양이 일그러졌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 참 잘 나왔습니다. 첫 마들렌에 이 정도면 성공작이지요.

문제는 그건데,
성공작을 만들어내니 '이제 밖에서 마들렌 안 사먹어도 된다는 생각이 폴폴 드는 겁니다. 결국 고생을 자처하는 거죠. 물론 마들렌을 밖에서 자주 사먹는 건 아닌데 이제는 아예 안 사먹을 것 같습니다. 하하; 티라미수 안 사먹게 된 것과도 비슷하군요. 티라미수는 엊그제 간만에 만들었다가 배합 비율을 잘 못맞춰서 실패했지만...

약간 달긴 헀지만 그건 나중에 설탕 비율을 조금 줄이면 되는 거고, 질감이나 다른 부분은 마음에 쏙 들었습니다. 만들기도 그리 어렵지 않네요. 틀만 있으면 비교적 쉽게 만듭니다. 홍차든 커피든 관계없이 잘 어울립니다. 언제 시간 날 때 다시 한 번 만들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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