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나온 제과제빵책을 산다면 현재 1순위에 가깝게 올라있는 것이 린다 콜리스터의 베이킹 바이블입니다. 제 취향에 맞는 제과제빵책은 거의가 일본책이지만 이쪽은 묘하게 취향에 맞더군요. 그러고 보니 이끼북스는 제가 따로 수집을 해야하나 싶을 정도로 나오는 책들이 거의 취향에 맞습니다. 어흑; 유럽 브런치 스타일도 그렇고 그린푸드도 그렇고, 아직 리뷰는 올리지 못한 프랑스 과자 이야기도 그렇고. 아, 0순위는 프랑스 과자 이야기입니다. 이 책도 가능하면 오늘 중에 리뷰 올리겠습니다.

지난번에 「베이킹 바이블」을 읽어보고 마음에 드는 몇몇 레시피는 직접 만들어보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믹서를 쓰지 않고 만들려고 하니 가장 편한 것이 블론디라는 이름의 케이크더군요. 버터에 설탕을 넣고 크림처럼 하얗게 만드는 것, 그리고 차가운 버터를 잘게 잘라 밀가루 넣고 비비는 것을 질색하기 때문에 사실 만들 수 있는 것이 질색이라 말입니다. 하지만 이걸 빼면 제가 좋아하는 과자류는 만들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습니다.(먼산)
뭐, 애초에 버터를 사지 않기 때문에 비스코티 외엔 거의 만들지 않기도 하지요. 이번에는 「베이킹 바이블」을 보고 필이 확 꽂혀서 버터, 초콜릿 구입을 한 달 넘게 고민하다가 충동구매하고는 한 달간 방치했더랍니다. 그러다가 내버려두면 더 못만들겠다 싶어 마음잡고 지난 주말에 도전했습니다.


블론디라는 이름은 케이크의 색 때문에 붙은 이름이 아닌가 합니다. 책에 실린 사진을 보면 진한 황금색이  도는 빵이더군요. 거기에 브라우니와 비슷한 질감이랄까, 하여간 브라우니를 하얗게(?) 만들면 이런 느낌일까 싶더랍니다. 게다가 만드는 방법이 아주 간단합니다. 심지어는 브라우니보다도 더 만들기 편합니다.

브라우니 만드는 방법은 여러 가지이고, 「이기적 식탁」의 캣테일님이 올려주신 것도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다 생각하지만 과정이 복잡해서 나중으로 미뤄두고 있습니다. 말은 그리하지만 지금까지 만들어본 브라우니는 딱 한 번, 레시피는 나이젤라의 밀가루 안 들어간 브라우니였습니다. 밀가루를 넣지 않고 아몬드 가루를 넣은 것인데 약간 퍼석퍼석한 느낌이 들더군요. 오래 구워서 그런 것도 있겠지요.

블론디는 조금 쫄깃한 느낌의 빵이었습니다. 음, 제가 적당히 만들었다거나 오래 구워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고, 들어간 재료의 차이도 있겠지만 부모님들이 꽤 좋아하셨습니다. 아마도 달달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그런게 아닌가 싶지만 다음에 한 번 더 만들어서 부모님의 반응을 한 번 더 확인할 생각입니다.-ㅁ-


분량을 줄여 만들었기 때문에 굽는 시간을 제대로 못맞춰 윗부분이 탔습니다.OTL
이 사진이 메인으로 뜰 걸 생각하면 조금 아찔하긴 하지만 제대로 찍은 사진이 없는걸요.



얼핏보면 파운드케이크 같지만 느낌은 다릅니다. 파운드케이크는 버터를 크림처럼 만드는(버터크림화) 과정이 있지만 이건 그냥 녹입니다.
분량의 버터를 냄비에 넣고 녹이고, 여기에 설탕을 넣어 잘 저어주고 불에서 내려 식혔다가 풀어 놓은 달걀과 바닐라 에센스를 넣습니다. 그리고 체 친 밀가루, 베이킹파우더, 소금을 넣고 섞일 때까지만 젓습니다. 반죽을 틀에 넣고 위에 초콜릿을 뿌리면 끝. 위의 사진에서 탄 부분은 다크와 화이트초콜릿입니다. 어흑...; 게다가 발로나...OTL



G는 안 먹겠다고 끝내 사양하길래(...) 포크 두 개 가져다 놓고 저만 먹었습니다.
근데 생각보다 괜찮았다니까요. 가루를 체에 치는 걸 잊어서 그냥 넣었더니 덩어리 지는 부분이 있어 좀 많이 저었다는 것, 많이 구웠다는 것, 그리고 설탕 들어가는 것이 무서워서 꿀로 대치했다는 것이 달라지긴 했지만 이것도 괜찮습니다.

어, 사실 이 레시피에서 가장 바뀐 것은 설탕입니다.
원래 레시피에서는 버터 140, 비정제 황설탕 400, 큰 달걀 셋, 밀가루 300, 베이킹파우더 1작은술, 소금 약간, 바닐라에센스 1작은술이 들어갑니다. 하지만 집에 있는 오븐은 오븐토스터인데다 틀도 레시피에서 나오는 것처럼 30×22㎝가 없으니 집에 있는 락앤락글래스를 꺼내 썼습니다. 당연히 분량을 줄여야 하는데, 기준은 달걀이 되어야 하니 달걀 하나. 그런고로 다른 분량도 다 ⅓로 줄입니다.
하지만 계량하다보니 일일이 따지기 귀찮더라고요. 그래서 버터는 50, 밀가루는 100을 넣습니다. 베이킹파우더는 1g정도 들어갔습니다. 거기에 설탕은 17g까지 넣었더니 이거 왜이리 설탕 분량이 많답니까. 마스코바도 설탕을 넣었는데 설탕값 생각하니 도저히 더 못넣겠더군요. 그리하여 아버지가 드시겠다고 사다 놓은 코스트코제 꿀을 꺼내다가 90g 더 부었습니다. 그러니 당분도 대략 100g, 원래 분량에 비하면 꽤 많이 줄었습니다. 그런데도 어머니가 한 조각 드시더니 '왠일로 이렇게 달게 만들었냐?'하시더군요. 하하하. 다음에는 조금 더 줄여봐야겠습니다. 그럴려면 밀가루도 줄여야겠지만요.-ㅂ-;

냉동하면 한달까지 보관할 수 있고, 갓구웠을 때보다 맛이 진득해진다는데 구우면 한 달은 못 갈 것 같습니다. 저건 180도에 오븐토스터로 30분 구웠다가 저리 된 것이고, 원 레시피에서는 180도 오븐에 25분 구워 살짝 단단해지면 된다고 했으니 원래 맛하고는 거리가 있을....(먼산)

하여간 한 번 더 구워야 한다는 결론이네요. 집 냉동실에 들어간 버터는 브라우니 만들기 전에 블론디로 다 끝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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