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치몬드 제과점을 안 건 홍대를 다니기 시작한 것과 비슷한 시점이니 꽤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거기서 빵을 산 것은 손에 꼽을 정도로 몇 번 안됩니다. 가격이 비싸니 들어가서도 구경만 하고 돌아나오는 일이 많았거든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빵쪽 물가가 상승하니 이제 리치몬드 과자는 그럭저럭 허용범위 안에 들었습니다. 그렇다는 것이 더 무섭군요.

리치몬드의 슈크림이 맛있다는 이야기는 몇 번 들었지만 슈크림이 땡기는 날이 그리 많진 않은데다, 슈크림이 먹고 싶은 날에는 리치몬드가 너무 멉니다. 대개 먹고 싶으면 참거나 적당히 때우는데 이날은 마침 먹고 싶다와 리치몬드가 근처에 있다가 맞아 떨어져서 슈크림을 샀습니다.


옆에 있는 것은 그 근처 다른 제과점에서 산 대량생산형 슈크림입니다. 먹어보니 겉은 그래도 바삭한 편이지만 속의 크림은 뻑뻑합니다. 크림이 꺼졌다는 느낌이네요.

오른쪽에 있는 것이 리치몬드 슈크림입니다. 불어로 썼지만 그건 그냥 그러려니 생각합니다. 하지만 홍대 리치몬드는 밖에 걸어둔 간판에 독어로 이름을 써두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리치몬드란 이름도 철자를 생각하고 보면 동 떨어져 있고요. 이름 이야기는 여기까지로 줄이고..

맛은 호불호가 갈릴 맛입니다.
제 입맛에는 일단 안 맞았고요. 슈크림치고는 끈적한 맛이라고 평하겠습니다. 슈껍질은 촉촉한 것이 크림이 한 가득 들어 있어 크림과 일체가 된 느낌이고, 달걀맛이 많이 나지만 이건 그리 신경쓰이지 않았습니다. 문제는 크림인데, 부드럽다기보다는 끈적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커스터드로만 듬뿍 속을 채웠는데, 달긴 단데 그래도 달지 않다는 이상한 표현 밖에 못하겠네요. 슈크림 치고는 그리 달지 않다 싶지만, 그래도 단데다가 그 단맛이 강조되어 있나봅니다. 우유맛이 듬뿍 난다든지 하진 않았으니까요. 더블크림으로-생크림과 커스터드를 섞어서 만들었다면 더 나았을까요.

그래도 가격 대 성능비를 생각하면 좋습니다. 개당 1300원인데 크림이 한 가득 들어 있고 최근 물가를 생각하면 적당하지요. 오히려 저렴하지 않나 싶은 생각도 듭니다. 옆의 슈크림은 가격은 싸지만 크림이 적고 맛도 떨어집니다.

그러니 포인트는,
- 슈의 껍질이 바삭하지 않아도 괜찮다.
- 껍질에서 달걀맛이 나는 것이 옛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 생크림 같은 사도(..)가 섞이지 않고 커스터드의 끈적한 맛이 강조되어 있다.
- 가격 대 성능비가 괜찮다.

라는 겁니다.

취향이 아닐 것 같긴 하지만 다음에 G에게 사다줘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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