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로!



저렇게 뚜껑이 달린 책상을 뷰로라고 부르는데 예전에는 로망이었지요. 서재에 이런 책상을 하나 가져다 놓고 싶었습니다.




만.;
예전이라고 붙인 것은 지금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제가 쓰기에는 너무 좁거든요. 저는 커다란 탁자에 이런 저런 서류들을 잔뜩 벌여 놓고 작업하는 것을 좋아합니다. 요즘 공부하거나 일하거나 놀 때 쓰는 것이 상인 것만 봐도 빤히 보이지요. 거기에 노트북 가져다 놓고, 책도 두 세 권 올려놓고, 일기장 놓고, 커피포트 놓고, 컵 놓고, 간식 담은 접시까지 올려야 하니 뷰로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사진에 보이는 뷰로는 이번 도서전에서 찍어온 것인데 제가 실물로 본 뷰로 중에서는 큰 편에 속하지만 그래도 작아요.'ㅂ' 역시 로망과 현실은 괴리가 있는 건가봅니다.;








실은 기획서 수정안을 지난주에 보냈어야 하는데 까맣게 잊고 있다가 오늘 아침부터 허둥지둥대고 있었더란.-_-;
넋 놓고 있다가 이런 바보짓을 저질렀지 뭡니까.;

로망이라고 제목을 적으려고 했다가 그에 해당하는 적당한 한국어가 없나 머리를 굴렸습니다. 그러니까 로맨스-낭만하고도 비슷하지만 구체적으로 적으면 이런겁니다.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는 퇴출창. 하얀 커튼이 바람에 살짝 휘날리지만 들어오는 바람은 따스하다.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정원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주변의 다른 나무들은 새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창 바로 앞에는 나무로 된 튼튼하고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다. 타자기, 종이, 노트가 펼쳐져 있는 가운데 테이블 가장자리에는 미야베 미유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이 쌓여 있다. 앞에 펼쳐진 것은 올리버 색스의 <색맹의 섬>. 그 바로 옆에는 분홍색 티코지를 씌운 티포트가 있고 머그에는 살구빛의 밀크티가 찰랑찰랑 넘칠듯이 담겨 있다.


티푸드가 없는 것은 모종의 이유 때문입니다.-ㅂ-;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하여간 저런 건 꿈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희망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소원이나 망상으로 잡기에도 그렇습니다. 어제 집에 오는 길에 H님(선생님이라 부르지만 여기서는 그냥 H님;)이랑 J님이랑 같이 돌아오다가 잠시 리치몬드 들리면서 로망의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옮기면 이렇습니다.

K: 으아. 저 바구니 하나 가격이 105000원이예요. 엄청나다.
H: 어, 정말 그렇네? 근데 저런 바구니 하나 받았으면 굉장히 기쁠 것 같아.
K: 그렇긴 한데 바구니는 빼고 과자만 받았으면 좋겠어요.
H: 그렇지. 바구니 들어와야 쓸데도 없고. 차라리 종이봉투 같은 것에 담아줬으면 좋겠어.
K: 전 상자요. 근데 종이봉투도 좋겠네요. 그 갈색 종이봉투에 견과류하고 과자를 듬뿍 담아서 선물로 받는다면 말예요.
H: 아하하, 정말 좋지, 그거. 종류별로 조금씩, 견과류도 들어가 있고 과자도 들어 있고.
K: 코스트코에 가면요, 그 왜 데니시 쿠키 있잖아요? 동그란 캔에 들어 있는 거요. 그거 큰 버전이 있어요. 진짜 한 아름은 될 것 같은데 그게 22000원이거든요. 볼 때마다 살까말까 망설이는데..
H: 오, 좋다! 그냥 사지 왜?
K: 사들고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가 화내실까봐요.
H: 엥?
K: '그거 먹고 살찌려고!'라고 하시니..
H: 아하하. 나는 그런 걸 이야기 해 줄 사람이 없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어.
K: 근데 확실히 그래요. 그렇게 과자 선물 받아서 견과류 잔뜩, 과자 잔뜩 있으면 하나씩 번갈아 가며 맛보겠다고 다 뜯어서는 홀랑 다 먹을 걸요.
H: 맞아맞아. 일주일도 못갈걸. 멍하니 TV 보며 집어 먹고 화장실 왔다갔다 하다 하나, 물 마시러 왔다가 하나, 그러면 정말 금방 없어져.


대강 이런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러니까 한 줄 요약하면 과자와 견과류가 종류별로 들어간 커다란 종이봉투를 받아보고 싶다는 건데 그게 로망이라는 단어 말고 다른 어떤 걸로 표현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꿈이라기엔 두루뭉실하고, 희망이라기엔 안 받아도 딱히 상관 없고-그렇게 구속력이 강하지 않다는 겁니다;-, 소원이나 소망도 뭔가 상황하고는 안 어울려요. 어울리는 적당한 단어가 있으면 제보해주세요.

하여간 J님은 두고 둘이서 이런 이야기를 신나게 나누고 있었던 것은 J님이 견과류를 좋아하지 않으셔서 그랬습니다. 저는 견과류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무서워서 코스트코의 믹스 넛 같은 건 구입도 못합니다. 맥주안주로 그만인 짭짤한 견과류 한 통 정도는 집에 두면 저 혼자 다 먹을거예요. 언젠가 집에 있던 아몬드 한 팩을 주섬주섬 다 먹은 적도 있고-그래서 아몬드 비스코티를 만들고 싶어도 그 뒤의 상황이 은근 두렵다니까요. 소량은 비싸고 대량은 그 뒷감당이 안되고요. 견과류도 수입이 많아서 요즘은 가격이 비싸겠지만, 그래서 코스트코 가도 눈물만 삼키지만 말입니다. 훗.



아침부터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 토요일에 코스트코 가면서 어떤 것을 사올까 고민중이기 때문입니다. 구입목록을 작성하기 위한 생각 정리용 글.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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