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어는 제가 아니라 G입니다.

어느날, G의 친구 HJ가 G에게, 영국에서 날아온 트와이닝 얼그레이와 함께 레드 벨벳 믹스를 주었습니다. 부탁한 것은 얼그레이뿐이었는데, 물건을 사온 모님께서 궁금한 김에 사들고 왔다가, 집에 오븐이 없어서 그대로 G에게 온거랍니다. 사실 오븐이 없으면 찜통에 찌거나 프라이팬에 굽는 방법도 있을텐데 말입니다.; 만들기 쉽지는 않지요.



G가 들고온 것들. 봉지에 싼 것은 레드벨벳 케이크에 발라먹는 바닐라 크림입니다.

받자마자 당장에 믹스 한 상자를 뜯어서 바로 케이크 제작에 들어갑니다. 믹스를 선물한 HJ에게 케이크를 만들어서 답례로 건넬 시간이 없다나요. 그래서 받은 그날 퇴근하자마자 달걀과 기름과 물을 꺼내서 케이크를 만들기 시작합니다. 달걀에 기름을 넣고 물을 넣은 뒤에 믹스를 쏟아 섞으면 그걸로 끝입니다. 만들기는 참 쉬워요. 물론 달걀을 거품내서 만들자면 일이 상당히 커지긴 합니다..-ㅂ-




구겔호프틀 작은 것에 두 개, 다른 실리콘 틀에 두 개 해서 총 네 개의 틀을 사용했는데 이 중 실리콘 틀은 안쪽에 기름을 바르지 않아서 떼어내는 데 실패했습니다. 완전히 부서지더라고요. 이 두 가지는 기름을 발라서 그나마 잘 나왔습니다. 하나는 HJ에게, 다른 하나는 그 다음날 만난 다른 분께 갔습니다.

실리콘 틀에 구운 것은 사실 집에 있는데 아직 맛은 보지 못했습니다. 색이야 뭐, 괜찮게 나왔더라고요. 게다가 모양도 괜찮고 또 만들기도 쉽습니다. 사람들이 왜 믹스를 쓰는지 깨달았어요..-ㅂ-; 하지만 원래 레드벨벳을 좋아하지 않으니 저는 구경만 하고 말렵니다.^-^;
(이렇게 써놓고는 냉장고 습격해 집에 남긴 레드벨벳 케이크 홀랑 먹고 말지...;..)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홈메이드 디저트 카페 아베크 폴폴은 시즌마다 조금씩 다른 메뉴를 선보입니다. 할로윈 즈음에 나온 호박파이를 못 먹은게 참 아쉬운데 내년을 기대해야지요. 그래서 이번에 레드벨벳이 새로 나온 것을 보고서는 G랑 함께 잽싸게 다녀왔습니다.




1차로 KFC를 다녀온 뒤라 음료는 따로 시키지 않고 케이크만 시켰습니다. 제목에 쓴 것처럼 레드벨벳 케이크랑 크렘브륄레를 함께 시켰습니다.




사진으로는 잘 안보이는데 트리모양입니다. 투명한 시럽으로 나무를 그리고 그 위에 흰색과 빨간색과 초록색의 장식을 뿌렸습니다.




그리고 반대쪽의 크렘브륄레. 메뉴판에 크렘브릴레라고 적었는지 크렘브륄레라고 적었는지 기억이 가물하네요.

맛은 무난합니다. 평범하고요. 레드벨벳은 예상한 것보다 더 단단하고 크림도 냉장보관해서 그런지 굳어 있더라고요.;ㅠ; 그건 아쉽지만 집 주변에서 디저트를 먹을 수 있는 곳은 많지 않으니 여기도 소중합니다. 대학로는 의외로 디저트의 불모지라고요. 그래도 가격 생각하고 맛 생각하면 나쁘지 않습니다. 그러니 종종 생각날 때마다 들리는 거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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