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은 날이 싸늘했습니다. 그 며칠 전까지는 포근했다가 갑자기 꽃샘추위와도 같은 찬바람이 몰아 닥쳐 덜덜 떨었지요. 그런 날이어서 였는지 모인 사람들이 다 같이 라멘을 떠올렸습니다. 얼굴 본지도 꽤 오래인데 같이 라멘 먹으러 간 건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ㅠ'


홍대 주변에 있었던 터라 라멘의 선택지는 넓은 편이었는데, 그날 떠오른 것은 부탄츄가 아니라 쿠자쿠쪽이었습니다. 둘다 이글루스에서 자주 본 이름이지만 최근에는 부탄츄보다는 쿠자쿠-공작의 이름을 더 많이 들었지요. 그리고 가보고 싶은 쪽도 그쪽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느긋하게 걸어서 쿠자쿠에 간 것은 6시 넘어서였습니다. 들어가기 전 메뉴판을 받아 들고 뭘 시킬까 고민했는데 슬프게도 교자가 없더군요. 라멘에는 교자를 같이 시켜야 하는데 없으니 얌전히 포기하고, 미소와 소유, 탄탄멘의 세 종류를 시켜봅니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맥주를, 감기 기운이 있었던 저는 음료수를 시켰습니다. 다른 것보다 마음에 드는 것이 500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청량음료를 마실 수 있다는 겁니다. 500엔이 아니라 500원 맞아요.




이쪽이 미소라멘.






이것이 소유였을 겁니다.




이쪽이 탄탄멘.





태공과 함께하는 전체 사진.

미소와 탄탄멘은 달걀이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소유라멘에는 반숙달걀이 원래 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두 라멘에도 달걀을 추가했습니다. 500원 추가였던가요. 흰자는 적절히 익었고 노른자는 걸죽한 것이 딱 좋아하는 타입의 반숙달걀입니다.



취향에 따르면 미소>소유>탄탄입니다. 간의 문제이긴 한데 탄탄멘이 가장 짭짤했거든요. 맛이 강렬하다보니 쉽게 지치더랍니다. 소유는 같이 맛을 봐서 그런지 상대적으로 맹한 느낌이었고, 적절한 된장국물인 미소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니, 소유도 다시 한 번 단독으로 먹어보고 싶으니 최소 두 번은 가봐야 어느 것이 마음에 든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국물있는 음식은 라면을 제외하고는 굉장히 오랜만에 외식하는 걸로 기억하는데 뜨끈한 국물이 들어가니 참 좋았습니다. 면은 얇은 면을 쓰는데 소면 수준은 아니고 중면쯤인지라 적절히 간이 배는 것도 좋았고요. 라멘은 일본에서건 한국에서건 일부러 찾아 먹는 음식은 아니었는데 여기는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교자가 있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게 아쉽네요.



그리하여 최소 두 번은 더 가봐야 겠다고 생각하며 마무리 짓습니다.-ㅠ-

라멘 이름이 뭐였는지는 홀라당 잊어서 그냥 라멘.;

그러니까 그 날이 어떤 날이었더라... 아마 새해 초하루였을 겁니다. 병문안 다녀온 뒤 G랑 같이 노닥거리다가 G가 갑자기 라멘이 먹고 싶다 하여 근처에 갈만한 라멘집을 찾았지요. 저는 라멘을 그리 즐기진 않지만 G는 자주 가는 모양입니다. 대학로의 여기 저기 라멘집을 다 다녀보았지만 딱 여기다 싶은 곳은 없었던 모양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새로운 집을 찾아보겠다며 대학로 라멘집을 열심히 검색하더랍니다. 그러다가 나온 곳이 멘야산다이메. 한자로 어떻게 쓸지는 대강 감이 잡히는군요. 하지만 날이 어두워서 간판을 제대로 확인하진 않았습니다.

대학로라고는 하지만 가기가 조금 복잡합니다. 대학로보다는 성대입구 쪽에 가까우며, 옛날 옛적의 카페 더테이블을 아시는 분이라면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대학로 봉추찜닭 본점에서 그리 멀지 않아요.



보시면 아실라나. 봉추찜닭을 찾아서 그 옆 골목으로 죽 따라 올라가다보면 왼편으로 보입니다. 그 길 건너편이 더테이블 자리고요.


영업을 하나 걱정했는데 하더랍니다. 대신 술이 안되고 라멘을 중심으로 한 일부 메뉴만 됩니다. 메뉴판을 받아드니 술이 안되는 게 아쉽더라고요. 여긴 맥주가 딱인데.-ㅠ- 원래는 저녁 안 먹고 적당히 넘어갈 생각이었는데 메뉴판에 오야코동=닭고기달걀덮밥이 있는 것을 보고는 충동적으로 시켰습니다. 거기에 군만두. 그리하여 이 날도 폭식을 했더란 이야깁니다. 하하하.




G가 시켰는데, 아마 미소라멘이 아니었나 기억합니다. 일본된장을 풀어서 짭짤한 맛에, 기본 국물은 돈코츠였다고 기억합니다. 아마 맞을거예요.; 저야 라멘을 잘 먹진 않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괜찮네요.
(아니, 이 저녁에 뭔들 음식 사진 봐서 괜찮지 않은 것이 있겠냐만은..)




제가 시킨 덮밥도 바로 이어 나옵니다. 오오오. 그릇이 크고 적당히 깊은데다 거기에 닭고기와 달걀이 듬뿍! 거기에 싱싱한 파채! +ㅠ+ 절임도 있었지만 이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간간하더군요. 저는 안 먹었습니다. 그리고 뒤에 보이는 수프 같은 것은 라멘 국물입니다. 그러니 돼지 뼈 국물이지요. 뽀얀 것이 곰국을 보는 것과도 비슷하지만 맛은 다릅니다. 사골국물은 조금 더 얌전한 맛이라고 표현할래요. 상당히 기름지고 느끼합니다. 그러니 덮밥과도 잘 맞아요.




양파와 닭고기와 달걀과 파와.
색은 안 그래 보이지만 예상외로 간간합니다. 하지만 그게 맛있어서 젓가락을 멈출 수 없어요. 아래에는 밥이 적당량 들어 있는데, 먹다보면 오히려 건더기가 남는 느낌입니다. 밥이 남는 것보다야 그쪽이 좋지요. 먹으면서 잘 맞추면 딱 알맞게 끝낼 수 있습니다.-ㅠ-




그리고 잠시 뒤 나온 군만두. 우왕! 얇은 녹말 레이스가 달려 있어요!
젓가락으로 툭툭 부숴 하나씩 집어 먹는데, 생각보다 작은 만두지만 맛은 괜찮습니다. 정말 맥주가 땡기는 맛이예요. 저녁 겸 술상 겸해서 친구랑 놀러오면 좋겠다 생각은 했는데 같이 올 친구가 없군요. 뭐, 그럼 자작하면 되지요.-ㅠ-


가끔 덮밥이 땡길 때나 진한 국물이 땡길 때 집 근처에서 찾아 갈만한 가게를 찾았네요. 언제 날 잡고 덮밥이랑 만두랑 맥주랑 먹으러 가야겠습니다. 그런데 혼자서는 그렇게 많이 못 먹을텐데.;
마하마야가 어디있는지는 기억이 가물가물..OTL
110A번인지 110B인지, 한강진에서 이태원 방면으로 버스 타고 가다가 이태원 소방서 앞에서 내린 다음 버스정류장에서 한강진역으로 조금 거슬러 올라가 언덕길 넘어가기 전, 왼편에 있는 골목으로 들어가 있습니다. 아마 여길 다녀오신 다른 분들이 위치 설명 잘 해주셨을 거예요. 아하하;


이태원 라면집은 하이스트릿 건물 1층에 있는 라멘81번옥을 알고 있었는데, G가 데리고 간 곳은 이곳이더군요. 여기가 더 마음에 들었다나요. 지금은 임시로 비닐을 쳐서 바람을 막고 있는 실외 테라스가 있지만 날이 썰렁하니 안에 들어갑니다. 안데 들어가 벽을 보는 자리에 나란히 자리를 잡고 앉았는데 테이블은 그리 많지 않아보입니다. 점심시간 맞춰 왔는데 자리는 넉넉했다고 기억합니다. 먹는데 바빠서 주변을 둘러보진 않았지만 줄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은 없었고요.

레이디스버전이라 해서 양이 2/3인 메뉴도 있는데 가격은 1천원 쌉니다. 그리 배가 고프지 않은데다 교자를 시키려고 저는 레이디스버전으로 차슈라멘을 주문했습니다. G는 마하마야 라멘이었던듯.'ㅂ'




만두가 먼저 나옵니다. 오오오, 만두! 내가 왜 배고픈 시간에 글을 쓰면서 자폭을 하고 있는 건지 생각하게 만드는 사진..ㅠ_ㅠ
아주 맛있다거나 감동할 정도의 맛은 아니고 무난한 만두입니다. 윗부분은 물만두비슷하게 쪄졌고 프라이팬에 닿은 바닥(사진에서 보이는 쪽)은 바삭하게 구워졌고요. 만두라면 물만두를 제외하고는 다 좋아하기 때문에 맛있게 먹었습니다. 물만두를 선호하지 않는 것은 크기가 작아서입니다.-ㅁ- 전 큰만두가 좋아요.




먼저 나온 차슈라멘. 국물이 뽀얀 것이 돼지뼈국물인가봅니다. 위에 보이는 검은 것은 김이고요. 살짝 데친 숙주와 청경채도 있습니다. 국물은 제입엔 간간한 편인데 지금까지 먹어본 라멘들과 비교하면 중간 정도? 아주 짜다 할 정도는 아닙니다. 하지만 평소 식생활에 비춰보면 짠맛이 차고 넘치니 결국 국물은 남겼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밥 말아먹고 싶었어요.-ㅠ-




이쪽은 G가 시킨 마하마야 라멘. 좀 단촐한 구성이지요.
사진상으로는 확인하기 어렵지만 일반 라면과 여성용라면은 그릇 크기가 차이납니다. 여성용 그릇이 조금 작아요. 같은 그릇에 담았다면 양이 적은 쪽은 티가 확 날텐데, 그릇자체가 작으니 먹을 때도 허전한 느낌은 별로 없었습니다.

이 직전에 먹었던 라멘이 홍대 아지센라멘이었는데, 그쪽보다는 간이 덜하고 면은 조금 굵었다는 기억이 듭니다.

나쁘진 않았는데, 일부러 라멘을 찾아가며 먹는 건 아니라 다음에도 갈거냐 묻는다면 다른 라멘집을 찾아가겠다 대답하겠습니다. 또, 라멘은 미묘하게 가격이 비쌉니다. 가끔 저 국물과 면발이 조화가 생각날 때가 있어 찾긴 하는데, 그게 자주 있는 일은 아니라서요. 그러니 간다면 새로운 집을 개척하는-제 입에 딱 들어맞는 라멘집을 찾는 쪽이 좋지요.


하여간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ㅅ<




덧붙임.
이름이 마하마야길래 왠지 남아시아계 음식점 같다 생각했는데 한자는 마/하마/야였습니다.-ㅁ-;
위치는 여기쯤.




이쪽 길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니 산울림 소극장 앞에서 내려 길을 따라 죽 걸어오는데, 아무리 봐도 라멘집이 안 보이더랍니다. 긴가민가 할 때쯤, 저~기 저 아랫부분에서야 나타나더군요. 라멘집은 2층에 있는데 1층에는 미용실이 있습니다. 찾기는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고요.



일요일 12시 전에 도착했기에 사람이 없었습니다. 첫 손님이라 마음에 드는 안쪽 자리에 잡고 메뉴판을 잡았지요. 뭘 주문할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기본 라멘을 시킬까, 아니면 토핑이 듬뿍 들어간 걸 시킬까. 일단 G는 교자는 시키겠다고 했고 라멘 두 그릇만 결정하면 되었지요. 사실 볶음밥도 도전해보고 싶다고 했는데 먹고 싶었던 것은 라멘이니까, 그쪽부터 집었습니다.



이건 G가 시킨 피리카라네기라멘. S는 절대 시키지 않을 라멘이지요. 이름 그대로 채썬 파가 듬뿍 들어갔습니다.




이건 기본인 아지센라멘.

파라면은 제가 안 먹었으니 넘어가고, 아지센라멘만 이야기 하지요. 라멘을 많이 먹은 것도 아니고 자주 먹는 것도 아니니 제 입에 맞나 안 맞나는 평소 입맛이 갈라주겠지요. 국물은 괜찮았습니다. 약간 매콤한 맛이 감돌면서도 진하고 짭짤한데, 라멘은 간간해야한다는 평소 생각에 맞게 진하고 간간합니다. 다만 느끼하지 않았으니 진하고 느끼한 돈코츠 국물을 원하는 분께는 조금 부족하지 않을까 싶네요. 위에 올려진 검은 것은 목이버섯입니다. 오독오독 쫄깃쫄깃 씹히는게 좋았고요. 달걀이 반숙이 아니라는 점은 조금 아쉬웠습니다.

문제는 면. 면발은 그리 취향이 아니었습니다. 소면 같기도 하고 엔젤헤어 같기도 한 얇은 면인데 약간 딱딱하달까,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심이 남아 있게 삶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그야 저나 G나 푹 삶은 부드러운 면 취향이기도 하니까요.'ㅂ' 그래서 다시 갈지 말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G는 맛있다고 하지만 제 입엔 보통의 맛이었던 군만두.



역시 염장샷은 접사가 최고입니다. 후후후후후.


메뉴나 가격은 홈페이지(http://www.cityfood.co.kr/h6/ajisen)를 참조하세요.



아무래도 겨울에는 라멘이든 우동이든 뭐든, 맛있고 뜨끈한 국수를 찾아 돌아다닐텐데 딱 이곳이다 싶은 곳이 아직 없네요. 다음엔 어딜 갈까나.
국수를 좋아하긴 하는데 일본라면은 다른 국수들보다 순위가 밀립니다. 일단 맛있다고 생각할 정도의 일본라면집이 집 근처에 없어요. 그리고 일본라면보다는 우동이나 짬뽕이 더 좋습니다. 홍대 쪽에 자주가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라면집을 일부러 찾아갈만큼 땡기지는 않고요. ... 아니, 그보다 최근에는 짬뽕 외엔 국수외식을 하지 않았군요. 우오.;
하지만 이날은 조금 달랐습니다. 이 모든 것은 채널 J가 원흉입니다. 날은 어둑어둑해지는데 TV 프로그램 뭐하는지 궁금해서 틀었다가 채널 J에서 더 라멘(The 라멘)을 방영하는 걸 틀어놓았지 뭡니까. 시코쿠쪽이었다고 기억하는데 보면서 아주 맛있지 않아도 좋으니 일본라면이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하여 G를 슬슬 꼬셔서 적당한 일본라면집을 찾아갔습니다.

대학로 소나무길을 따라 성대 대명거리-혹은 창경궁 쪽으로 걸어가다보면 왼편에 사가라면이라는 일본라면집이 보입니다. G가 한 번 다녀오고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G가 대학로 주변 일본라면집 중 가본 곳이 세 군데 있는데 하나는 마마라멘, 하나는 겐페이, 하나는 사가라멘입니다. 셋 중에서 가장 가기 편한 분위기가 사가라멘이라 해서 그날은 사가라면으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들어가보니 사람이 바글바글한데 자리는 또 금방 빕니다. 조금 기다리다가 자리를 잡고 주문을 합니다. 메뉴는 상당히 단촐해서 라멘은 종류가 둘에 반숙달걀이랑 차슈, 볶은 채소를 선택해 올릴 수 있습니다. 술안주로도 몇 종 있긴 한데 사람이 많다보니 느긋하게 맥주를 즐길 분위기는 아닙니다.'


주문하고 얼마 기다리지 않아 라멘 두 그릇이 나옵니다.


이쪽이 G가 시킨 돈코츠입니다. 위에 차슈가 올라가 있네요.



제가 시킨 것은 미소 돈코츠입니다. 된장을 푼 돈코츠(돼지뼈) 국물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일본라면을 자주 먹은 것도 아니고 가끔 먹는 것이니 맛의 비교는 못합니다. 마지막으로 일본라면을 먹은 것은 아마 나오키씨의 아지바코에서 먹었던 라멘일겁니다.(...) 그것도 여기 어딘가에 리뷰가 있겠지만 돈코츠 베이스는 아니었을테니 비교하기도 그렇지요.
돈코츠 미소라멘은 생각한 그대로의 맛이라고 느꼈습니다. 된장맛이 나지만 그 아래에는 또 다른 진하고 걸쭉한 국물맛이 돕니다. 면도 나쁘지 않고 그냥 후룩후룩 먹기만 하면 됩니다. 제 입맛에는 간간하지만 그 짭짤한 국물 맛이 지금도 떠오르는 것을 보면 꽤 마음에 들었나보네요. 그냥 무난한 일본라면이라 생각합니다. 한 그릇에 차슈 추가해서 8천원인가 9천원 했으니 다시 먹을거냐 물으면 분명 망설일겁니다. 가끔 생각날 때면 먹겠지만 자주 먹기에는 가격의 장벽이 너무 높아요.



날이 춥다보니 뜨끈한 국물이 자꾸만 생각나는데 종로 근처에 맛있는 국물을 먹을 수 있는 곳이 없을까요. 냄비우동 같은 것도 좋고, 쌀국수도 좋고, 전골요리도 좋고. 하지만 부대찌개는 싫어요. 부대찌개에서는 당면만 홀랑홀랑 건져먹고 나머지는 거의 손 안댑니다.
어쨌건 조만간 종로 나가서 뜨끈한 국물요리를 즐기고 싶은데 딱 이거다 싶은 집이 안 떠오르네요.;ㅅ;
피곤하다고 투덜대는 사이 포스팅이 밀렸습니다. 이번 주말에도 포스팅 거리가 꽤 생길 것으로 추정하니 오늘은 마구 날리겠습니다?(...)


어느 날 G가 말했습니다.

"라멘이 먹고 싶어. 라면이 아니라 일본 라멘. 기왕이면 돈코츠처럼 진한 것이 좋아."

그리하여 그 주 주말에 점심 시간에 맞춰 홍대에 가기로 합니다. 가는 도중에 약간의 투닥거림이 있었지만 그 정도는 애교로 넘어가고-일상적인 일입니다;-홍대에 도착한 것이 오전 11시 45분 정도입니다. 하카다 분코는 많이 기다려야 하는데다 제가 먹을 수 있는 메뉴가 없고, 제 오후 일정 때문에 빨리 먹고 일어나야 해서 홍대에서 가까운 멘야 도쿄에 갔습니다. 273번을 타고 갔으니 일부러 가까운 곳을 고른 것이죠. 하지만 푸르지오 상가에 갔더니 아직 열리지 않았습니다. 오픈 시간이 12시라네요. 10분 남짓만 기다리면 되니까 다른 곳에 다녀오자고 해서 호미화방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그 이유에 대해서는 나중에 올리겠습니다.
(이렇게 나중에 다시 올려야 하는 포스팅 거리는 메모해둬야 하는데;;)


저희가 첫 손님이었습니다. G는 예정대로 돈코츠를 시켰지만 저는 별로 배가 고프지 않아 고민했습니다. 게다가 제 평소 점심시간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지요. 그래서 면보다는 밥이 편하겠다 싶어 또 고민하다가 가츠동을 시킵니다. 가츠동이 정말 맛있어 보였거든요.
첫 주문이었으니 그리 시간은 걸리지 않았습니다. 잠시 수다를 떨고 있자 곧 라멘이 나옵니다.



한 때 이글루스 밸리에서 돈코츠 국물내기에 대해 말이 많았던 그 국물이지요. 저는 먹을 엄두를 못냈지만 G는 아주 즐겁게, 행복하게, 맛있게 먹었습니다. 밥이 한 그릇 있었다면 말아먹고 싶은 맛이었다라면서요. 별다른 장식이 없지만 그게 묘미 아닐까합니다.
저 파를 보고 있자니 S는 절대 못 먹을거란 생각이 듭니다.-ㅁ-;



덮밥. 덮밥은 조금 뒤에 나옵니다. 그야 돈가스를 튀기고 옆에서는 양파를 살짝 볶아 양념에 조리고 달걀을 풀고 하는 등의 과정이 더 복잡할테니까요. 한 그릇 받아 들고는 굉장히 뿌듯한 마음이었습니다. 아주 오랜만에 먹어보는 덮밥인데다 돈가스도 맛있어 보이고, 제가 좋아하는 양파도 듬뿍 들어 있습니다.



배는 고프지 않았지만 먹어보니 또 술술 들어갑니다. 양념도 딱 적당하고요. 요즘 제 입맛이 조금 괴이한 쪽으로 바뀌고 있어서 조금 달고 조금 짜게 느껴졌지만 보통사람의 입맛이라면 오히려 조금 싱거울 수도 있습니다.
적당히 도톰한 고기와 고슬고슬한 밥, 그리고 반숙으로 익힌 달걀. 반숙이라 생달걀 느낌도 남아 있어 그런 걸 질색하는 사람은 힘들지도 모르지만 저는 좋습니다. 그리고 아삭하지만 짭짤한 양파까지.

그 무엇보다 가격이 마음에 듭니다. 싸게 먹기 쉽지 않은 홍대에서 이 가격에 덮밥과 라멘을 먹기는 쉽지 않을 것 같더라고요. 뭐, 자주 먹으러 다닌 적은 없지만 대강의 가격대가 7-8천원 선이라 보면 여기는 그보다 1천원 정도 쌉니다. 메뉴판을 보고도 즐거운 고민을 할 수 있었던 것이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서 어느 것을 선택해도 그리 부담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지요.
덮밥이 생각나면 종종 가지 않을까 합니다. 그러고 보니 오자와도 맛있다고 하던데 거긴 나중에 한 번 가봐야겠네요. 하지만 요즘 외식은 거의 빵이란게..-ㅁ-;
같은 부서에 올 4월 일본으로 건너가는 분이 있습니다. 부군(夫君)이 일본으로 발령이 나서 같이 따라가기로 한거라지요. 대략 4-5년 정도는 있을 예정이라는데 부군은 이미 일본에 들어가 있고-가끔 한국에 들어오기도 하는 모양입니다-4월 들어갈 예정으로 이것저것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휴직은 가능하기 때문에 휴직계를 내놓고 확정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나봅니다.
이러다보니 가끔 일본 이야기가 부서에서 화제로 오르기도 합니다. 최근 검색엔진(...)이란 별명이 붙어버린 제게도 일본 관련한 질문이 들어오곤 하지요. 그렇지 않아도 작년 초부터 이미 저는 일본을 좋아하는 걸로 도장이 꾹 찍힌 터라-이건 부서 뿐만 아니라 절 아는 분이라면 공공연히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질문이 들어오는 것도 당연하고요. 엊그제는 일본의 물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A : 가면 남편 월급은 어떻게 나오는거야? 거기 물가에 맞춰 나오나?
B(가는 분) : 그렇지 않을까? 일본은 물가가 비싸다고 하니까 거기에 맞춰 나오겠지 뭐.
Kirnan : 일본 물가는 생각보다 안 비싸요. 환율 때문에 그렇기도 하지만 원래 한국에서 먹는거나 일본에서 먹는거나 비슷하게 나가니까요.
A : 하지만 일본에 가면 라면 한 그릇이 만원이라잖아?

허허허허허허허; 좌절.OTL

그러니까 한국 사람들에게 있어 라면이라 함은,

이런 것에 가깝습니다.
사진은 홍대 一0六라면집의 라면. 고명은 듬뿍 올라 있지만 기본 면은 인스턴트 라면입니다. 거기에 가격은 6천원. 이정도까지 생각하셨을리는 없고, 일반적인 라면의 이미지를 생각하셨겠지요. 즉, 이보다는 한단계 아래의 라면이랄까요. 그런거라면 한국에서 2-3천원 정도면 먹을 수 있다, 혹은 5천원은 넘지 않는다 수준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라면은 다르죠.
아지바코의 소유와 미스즈 라멘.
일본의 라면은 면 반죽을 직접해서 사용하는 생면입니다. 거기에 하카다 라멘은 진하게 돼지 육수를 우려서 낸 뼈국물입니다. 보통 사골국물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사골은 우골(牛骨)이지요. 어쨌건 그렇게 어렵게 육수를 내고 면을 만드는 국수입니다. 이름이 라면일뿐이지요.

거기에 라면이 1만원까지 하지는 않습니다. 비싼 집에서는 그럴지도 모르고, 환율이 높던 예전에는 환율 따져서 그 정도 했을지 몰라도 환율까지 팍팍 떨어진 지금에야 당연히 1만원 안갑니다. 보통 7-800엔이니 현재 환율로 하면 5-7천원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겁니다. 면발을 직접 뽑아낸 국수를 그 가격에 먹는다면 한국에서도 그 정도 나오지 않나요? (아니, 칼국수는 예외로 합시다;)


납득시키는데 조금 애를 먹긴 했지만 일본에서 생활하는 비용은 한국에서 생활하는 것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으리라 생각합니다. 뭐, 가보시면 아시겠지요.


..

어찌되었건 부럽습니다.;ㅂ; 저도 부지런히 준비해서 달려야겠군요.
아직 안 올린 사진들을 넣어두는 폴더를 들여다보니 포스팅 거리가 너무 많이 밀려 있군요. 이번주까지는 다 털어내고 마음 편하게 잠적(?)을 해야하는데 말입니다. 부지런히 글을 올려야 겠습니다.=_=;;

지난주에 아지바코에 살짝 다녀왔습니다. 데이트 상대는 마쟈님. 빌려드린 책을 지난 번개 때 받았어야 하는데 까맣게 잊고 안 들고 가서 다시 뵈었지요. 데이트 목적의 50%는 책 받기지만 나머지 50%는 아지바코였습니다. 마쟈님은 아직 아지바코를 못가봤다 하셔서 가고 싶어하셨고 저는 새로 나온 냉라멘이 먹고 싶어서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으니까요.

마쟈님이 시키신 완탕 추가의 소유.
야들야들한 완탕도 좋고 면도 좋고 국물도 좋고.ㅠ_ㅠ 역시 소유라멘이 제 입맛에는 가장 잘 맞습니다.

그리고 제가 시킨 하야시와 미니동.
다양한 고명이 있지만 가장 맛있는 것은 숙주입니다. 소스는 바닥에 깔려 있는데 콩기름 같은 것도 들어 있는 모양이군요. 기름이 들어간 것은 확실한데 약간 느끼하면서도 소스의 달달하고 짭짤한 맛이 느끼함을 어느 정도 상쇄합니다. 느끼하다 생각하면서도 먹다보니 어느새 접시가 바닥을 드러내고...OTL
거기에 미니동을 추가했으니 평소 먹는 분량의 3배 정도는 초과한 셈입니다.


이날 여자 둘이서 먹은 메뉴는 아래와 같습니다.
소유라멘, 하야시라멘, 와사마요 덮밥, 차슈덮밥, 디저트로 딸기 아이스크림 하나씩. 이렇게 듬뿍 먹고도 과식성 소화불량은 없었으니 참 신기하지요. 소화하는데 시간이 꽤 걸리긴 했지만요.

여름이 다 가기 전에 한 두 번 정도는 더 다녀오지 않을까 합니다.( ");;
일본식 라면집이라 쓸뻔했습니다. 아지바코라면 일본식 라면집이 아니라 일본라면집이지요.
지난 토요일에 가크란과 함께 먹자 기행 갔을 때 찍은 사진들이고, 정리한 것도 지난 일요일이지만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한꺼번에 포스팅합니다. 어제도 사진 찍어 놓은게 한가득이라 오늘 몰아서 올리지 않으면 내내 밀리겠더군요. 하드 디스크에 있는 not-up폴더는 점점 가득차고 있으니 슬슬 비워야겠습니다.

친구와 놀러나간다며 갈만한 집 없을까라 묻길래 아지바코는 어때라고 대답한게 이 주쯤 전의 일입니다. 친구와 함께 나가더니 특히 면이 만족스러웠다며 자랑을 하는 통에 저도 호기심이 동해서 같이 가기로 했습니다. 원래 유명한 집은 한참 묵혔다 가는 것이 사람도 없고 좋다니까요.
비오는 토요일에 슬렁슬렁 먹자기행 나가서 첫 번째로 간 집이 아지바코였는데 탁월한 선택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면이 맛있더군요. 쫄깃쫄깃 탄력있고 가는 면발이란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국물은 간이 좀 센편이라 많이 남겼고요.(이리 되면 집에서 인스턴트 라면은 앞으로 못 먹을지도....OTL)

들어간 시간은 12시쯤이었는데 비오는 날이라 그런지 자리는 많았습니다. 들어가서 주문하고 나니 손님들이 점점 들어오더군요.
메뉴선택은 모두 가크란에게 맡겼지만 레모네이드는 제가 시켰습니다. 그리하여 소유라멘, 매운 미스즈라멘, 와사마요덮밥, 레모네이드로 주문을 넣었습니다.

맨 처음으로 나온 레모네이드. 맛있었습니다.-ㅠ-

그리고 소유라멘. 깔끔한 국물맛도 좋았고-제 입맛에는 간간했지만 원래 싱겁게 먹는 편입니다-면발도 정말 마음에 들었습니다.(또 먹고 싶어요.;ㅁ;)

매운 미스즈라멘. 가크란이 지난번에 먹었던 미스즈라멘보다 좀더 매운 것이 좋겠다며 시켰는데, 매운정도는 조금 올라가고 간은 꽤 많이 올라갔습니다. 역시 간간합니다. 그래도 저 미스즈가 맛있어서 계속 집어 먹게 되더군요. 가크란과 합의 하에 서로 계속 그릇을 교환하며 소유와 미스즈를 번갈아 먹었습니다.-ㅠ-

이쪽은 와사마요덮밥.
고추냉이(와사비)와 마요네즈가 뿌려진 덮밥입니다.(속의 주재료는 차슈라고 들은듯) 고추냉이의 알싸한 찌르는 맛에 마요네즈가 섞이니 정말 맛있습니다! 집에서도 해먹고 싶어지더군요. 차슈는 구할 수 없으니 불고기로 대신하고.....;;

1차 전체 세팅은 이랬습니다.

그럼 2차가 있단 말인가? 라고 물으시면, 그렇습니다. 저걸 다 비우고도 도저히 놓칠 수 없다고 생각한 이것.

한정 캬라멜 커스터드 아이스크림입니다. 한정이라는 말에 넘어가 홀랑 주문했지만 후회할 맛은 절대 아닙니다. 집에서도 만들어보고 싶지만 저 맛이 안 나올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달콤하지만 지나치진 않고 캬라멜의 쌉싸름한 맛이 뒤를 살포시 감싸줘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합니다. 표현은 그리하지만 한 단어로 표현하면 "맛있습니다".

좋군요~♡



여기서 뜬금없는 질문.
예전에 동서문화사(로 추측)에서 나온 메르헨시리즈 기억하시는 분 있으신가요? 호첸플로츠 외 독특한 독일 동화들이 들어가 있어서 좋아했던 시리즈인데 그 중에 꼬마 코끼리가 나온 것이 있었습니다. 주인공인 코끼리가 어느 할머니와 만나게 된 계기가 고추냉이였다고 기억하는데 서양산 고추냉이는 그렇게 껍질을 벗겨서 통째로 먹어도 전혀 문제가 없는겁니까?;;;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