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 살바토레, <다크 엘프 트릴로지 1-3>, 유지연 옮김, 서울문화사, 2008, 9000원
앤 맥카프리, <퍼언 연대기 1-3>, 김상훈 옮김, 북스피어, 2007, 각 권 12800원, 13800원, 14800원


서지사항을 적다보니 퍼언 연대기 책값이 권 당 1천원씩 올랐군요. 하지만 책 두께를 생각하면 절대 비싼 가격이 아닙니다. 1권이 542쪽, 2권이 670쪽, 3권이 782쪽. 종이가 가벼워서 그렇지, 이게 <우울과 몽상>같은 종이로 나왔으면 충분히 무기가 될만한 두께입니다. 거기에 세 권 도합 2천쪽 가까이 되니 모방범보다도 두껍군요. 종이 차이가 있고 편집 차이가 있어서 분량 비교하기는 적당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퍼언 연대기가 읽기 편했던 것을 생각하면 편집도 나무랄데 없습니다.

퍼언 연대기를 처음 만난 것은 작년 와우북페스티벌에서였습니다. 북스피어 부스에서 3권 세트를 싸게 팔고 있었거든요. 하지만 제목이 부담스럽고 책 두께가 부담스러워 집어들지는 않았습니다. 뭐, 이날 집어든 책이 단 한 권도 없긴 했지만 말입니다. 북스피어에서 내놓은 제 취향의 책들은 이미 다 구입한 뒤였거든요. 하하;
그 다음에 만난 것은 알라딘의 50% 할인 목록에 올라 있다는 것이었고 그와 관련해 북스피어 블로그에 글이 올라왔다는 것을 이글루스 밸리에서 보고는 호기심이 생겨 구입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이 날 퍼언 연대기 3권에 다크엘프 트릴로지 3권까지 총 6권을 빌려 왔습니다. 오늘 반납하려고 들고 왔는데 무게가 만만치 않네요. 하.하.하.

퍼언 연대기에 대해 북스피어 편집부는 '자신만만하게 내놓았지만 생각한 만큼 팔리지 않은 책'이라 했습니다. 1권을 읽어 나가면서 왜 이런 책이 전혀 팔리지 않았을까라고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1권을 다 읽은 뒤에는 나름 그럴만하다 생각했습니다. 참 이상한 책입니다. 읽으면서 왜 팔리지 않았을까 궁금하게 여기는 생각과, 왜 안 팔렸는지 이해할만하다라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으니 말입니다. 책 자체는 흥미진진하고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뭐, 번역자의 말 대로 SF ***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전개되는 이야기는 상당히 마음에 듭니다. 모험이 있고 활극이 있으니까요.(어?) 하지만 테메레르가 떠오르기도 하고 석기시대의 아일라(이거 번역 제목이 따로 있는데 뭐더라...;)가 떠오르기도 하고 참 미묘합니다. 읽으면 재미있긴 한데 다 읽고 나서는 왠지 손이 안가요. 손이 안가서 다음 권은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하다가도 어느 새 정신을 차려보면 다음권을 붙잡고 읽습니다. 그리고 책에서 손을 뗄 수 없다고 절규하다가 간신히 책을 내려놓고 그날의 할 일을 합니다. 이런 이율배반적인 상황이...........lllOTL


일단 제 블로그에 오시는 분들 중에서 이 책이 취향에 맞을 것 같다는 분을 찍어보면 티이타님과 첫비행님입니다. 근데 두 분께 추천하는 포인트가 전혀 다릅니다.; 티이타님께는 이 책이 SF ***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첫비행님께는 테메레르와 유사한 분위기에 비행을 중심으로 하고 해서 추천합니다. Kiril님은 보고 계신다니 따로 또 추천할 필요는 없겠지요.

테메레르를 재미있게 보셨다면 한 번쯤 추천할만 하지만 테메레르의 재미와 퍼언 연대기의 재미는 방향이 꽤 다릅니다. 테메레르가 잘다는 느낌이면 퍼언은 조금 굵직하다는 느낌. 배경이 전혀 다르기 때문에 그런지도 모릅니다. 테메레르는 근대에 가까운 사회지만 퍼언은 중세입니다. 종교는 없지만 기본적으로 봉건사회에 가까우니까요. 그런 사회가 근대를 뛰어넘어 현대로 가려는 분위기라는 점도 재미있긴 하지요.

내용부분에서 조금 더 이야기를 하면, 퍼언 연대기는 각 권의 주인공이 다릅니다. 서로 밀접하게 관련을 가지고 있고 1권부터 3권까지의 이야기가 연속하고 이전 권의 등장인물들도 자주 등장합니다. 주인공은 있긴 하지만 중요도는 각 권 주인공들 모두가 비슷하다고 할까요. 아, 그리고 등장인물말고 등장龍물도 은근 중요합니다. 그러고 보면 전체 이야기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이 인간이 아니라 용이군요. 어, 한 번도 주인공이 된 적은 없긴 하지만 청동 드래곤  모씨가 가장 취향입니다. 청동 드래곤 중에서는 가장 자주 등장할거예요. 인간 중에서는 느톤 정도..?



다크 엘프 트릴로지는 아주 무난한 영미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런데 다 읽고 났더니 부작용이 하나 나타납니다. 마비노기에서 키우고 있던 엘프를 은색 머리칼에 검은 피부, 그리고 보라색 눈을 가진 다크 엘프로 환생시키고 싶어지는군요. 주캐릭터가 인간이기 때문에 엘프는 장작 패기 겸 낚시용으로만 쓰고 있긴 한데 말입니다. 괜히 전사로 키우고 싶다는 생각이 모락모락 들면서 번거롭고 시간이 많이 든다는 것은 알지만 도전해보고 싶어지더군요.

최근에는 한국 판타지 소설을 안 읽어서 다크 엘프가 주인공인 소설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본 판타지 소설 중에는 거의 유일하게 다크 엘프가 주인공인 판타지입니다. 게다가 영미 판타지다보니 분위기가 꽤 많이 다릅니다.
미즈노 료의 로도스도 시리즈 중에 다크 엘프가 주인공인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은데요. 크리스타니아의 외전쪽으로 나왔던가. 그쪽은 다크 엘프 아가씨로 전형적인 글래머 아가씨인데 이쪽은 남자 다크 엘프입니다. .. 음, 파티 내 구성원으로 남자 엘프가 주요 인물이었던 판타지 소설이 있었나 뒤지고 있는데 아무리 머릿속을 뒤져도 떠오르는 것이 없습니다. 드래곤 라자도 엘프 여성, 로도스도는 말할 것도 없고. 남자 엘프가 인간 여성과 맺어지는 이야기가 있나요. 내 마누라는 엘프도 엘프 아내, LMK도 사모님(스승님의 배우자)이 엘프, 어, 비상하는 매에서는 주인공이 예전에 어떤 엘프 남성과 연인(인지 단순 파트너인지)으로 지냈다가 그 딸래미한테 눈총을 받는 이야기도 있었는데 중심 파티에 참가한 쪽은 엘프 여성입니다.

이야기가 조금 엇나갔지만 다크 엘프 트릴로지는 꽤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이 책도 한 번 손을 대면 떼기가 쉽지 않습니다. 판형이나 두께, 표지 등이 양산 판타지나 무협지와 비슷한 느낌으로 나왔지만 분위기는 상당히 다릅니다. 등장인물들이 상당히 많지만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는 것도 재미있고요. 그래서 시리즈 다음 편인 아이스윈드테일도 도서관에 신청했습니다.
룰북에 충실한 이야기라 고정이미지-편견이 강하게 만들어진다는 것이 마음에 안들지만 그거야 어쩔 수 없는 거죠. 백과 흑, 빛과 어둠으로 정확히 선악이 갈려 있는 세계니까요. 그러니 다크 엘프 트릴로지 같은 이야기도 나올 수 있는 것이겠지요. 저는 색으로 편이 갈리는 이야기는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말입니다.'ㅂ'

정통 판타지 느낌이니 마스터님, 듀시스님, 키릴님께 잘 맞을겁니다. 다른 분들도 관심 있으시다면 읽어보세요.

간단히 내용을 요약하면 정통 惡을 표방하는 다크 엘프 종족에 돌연변이가 하나 태어나서 가문 여럿 말아먹고 혼자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입니다. 근데 이 녀석 속을 들여다보면 초콜릿으로 코팅한 하이엘프 수준이라, 겉의 코팅만 보고 덤벼들거나 배척하는 존재들 때문에 꽤 고생을 합니다. 게다가 주인공 보정이 있으니 물론 고생은 하지만 죽지는 않지만 스토커도 따라붙습니다. 피부색과 기존 편견을 뿌리치고 그가 영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다루는 것이 전체 시리즈고 다크 엘프는 그 첫 번째 이야기 라는데 뒷 이야기들도 계속 나와주었으면 합니다. 근데 출판사를 보면 나오더라도 오래 기다려야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하.



마지막은 따로 글쓰기엔 내용이 부족한 사진 하나. 따끈한 스콘에 딸기잼 듬뿍 발라 먹고 싶어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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