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쯤 얼굴을 내밀고 있는 양. 월레스와 그로밋에 등장하는 양입니다. D90 + .4. 접사 렌즈를 사야하는 것인가 고민중입니다.)

※ 쓰다보니 「문학소녀」의 결말 내용 폭로가 나옵니다. 그런 고로 아직 읽지 않은 분, 결말을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어제도 스트레스 푼다고 이 책 저 책 뽑아 읽다가 계속 속에 걸려 있던 말을 뽑아낼 소재를 찾았습니다. 시바사키, 타카히코, 코노하. 이 셋의 이름을 다 아신다면 당신은 독심술의 대가입니다.(웃음)
시바사키는 도서관 전쟁의 중요 조연으로, 주인공인 이쿠의 친구입니다. 굉장히 당차고 무서운 아가씨이지요. 타카히코는 파파 톨드 미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고, 코노하는 문학소녀 시리즈의 남자 주인공입니다. 이 셋을 같이 꺼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서입니다.

뭐, 그리 복잡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고토부키 나나세가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것이 의문의 시작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결말부를 두고 코노하가 비난받는 것도 제게는 잘 이해가 안됩니다. 막말로 표현하자면 단물 쓴물 다 빨아 먹고 버렸다라는 분위기인데 순화하면 '네가 어떻게 나나세를 버릴 수 있어!'가 되겠지요. 근데 제가 보기엔 조금 다르단 말입니다....
제가 코노하를 편애하긴 하지만(귀엽잖아요-ㅁ-), 거기에 나나세가 취향이 아니라고 하지만(토오코>나나세), 그래도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걸리는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소는 시바사키와 아사히나의 관계에서 한 번 나왔고(도서관 내란) 어제 파파 톨드 미를 다시 보면서 타카히코의 대사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간단합니다.
그 쪽에서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당신의 자유이고, 그걸 내가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 자유입니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그 마음을 무조건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타카히코는 엄청나게 많은 초콜릿을 받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초콜릿을 좋아하지도 않으니 이건 짐덩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흔히들 민폐라고 하지요. 하지만 그걸 그렇게 취급하면 비난을 받습니다. 그래서 그냥 받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책무가 따라붙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화이트 데이의 선물 말입니다. 그 이전 해에는 화이트 데이에 선물을 받고 싶은 아이에게만 주었더니 못 받은 아이들이 실망했느니 어쨌느니 했답니다. '받아 주시기만 해도 좋아요. 그냥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는 입에 발린 말이고, 그에 따라오는 마음을 원했던 거란 이야기겠지요.-ㅅ- 뭐, 달라는 애한테만 줬다는 타카히코도 둔하다고 생각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받은 셈이니 조금은 동정합니다.
(발렌타인 데이의 초콜릿과 관련해서 가장 위대한 인간은 이모노야마 노코루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위대하지요.)

시바사키는 예쁩니다. 그래서 선망의 대상입니다.
시바사키의 동료 중에 한 여자가 있습니다. A라고 해두지요. A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는 시바사키를 좋아합니다. 그러자 A는 시바사키에게 남자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그 과정에 걸린 것이 아사히나. 시바사키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고 하자 A는 없던 말까지 지어내면서 시바사키와 아사히나를 이어주기 위해 애씁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가끔 데이트를 하게 되자 A는 주변 여자 동료들을 선동해서 '그 쪽이 좋아한다니까 사귀어 보는 것은 어때?'라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것도 민폐입니다. 그에 대한 감상은 시바사키의 속마음이 도서관 내란에 잘 나와 있으니 보시면 되고, 이걸 방어(?)해주는 것은 의외로 이쿠였습니다. 상대방이 좋아하니까 사귀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였던가요. 그런 내용의 발언을 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그쪽 사정. 그 사정에 맞출지 말지는 내 마음이 어떤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로맨스에도 종종 등장하지 않습니까. 당신이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마음이 없음에도 사귀는 것은 당신 마음에 대한 실례입니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귀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는 것보단 낫다고 하는데 그건 본인이 겪어보면 답이 뭔지 알겁니다. 때에 따라 다를테니까요.

코노하와 나나세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미우와 코노하의 모습을 보고 나나세는 코노하의 모습에 홀딱 반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새침하게 굴지요. 너 따위한테는 관심 없어로 일관하고, 그걸 계속 접하다보면 있던 마음도 떨어질겁니다. 그래 놓고는 나중에야 사실 나, 너 좋아해서 그런거야라고 하면 마음의 상처가 수복이 될까요. 나나세는 코노하를 위해 이리 저리 동분서주하고 싸우지만 위한다는 개념의 차이가 달랐지요. 마지막 권에서 나나세와 코노하의 대화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코노하의 상처에 대한 토오코와 나나세의 대응 차이. 그 차이가 결말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고요.
어, 본래 나나세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한다고 그에 대해 내가 보답해야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코노하는 사귀기까지 했지만 결국 마음이 간 쪽은 다른 쪽이었지요. 비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현실세계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사람과 사귀다가도 도저히 아니라고 생각하면 헤어질 수 있으니까요. 상대방이 나 때문에 얼마나 희생을 했는가, 나를 얼마나 좋아해주는가보다는 내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ㅅ'



어찌되었든 결론은 코노하 만세?


교보에서는 문학소녀 시리즈 주문이 안됩니다. 그런고로 이 책은 일본여행 갈 때나 구해올 수 있겠네요. 외전도 찾아보고 화집도 찾아오고. 우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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