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우북페스티벌은 아마 3-4년전쯤부터 알았을겁니다. 홍대에 자주 다니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고, 그러다보니 홍대에 걸린 포스터를 보고 그런 행사가 있구나란걸 인식했을테니까요. 뭐, 다른 경로로 와우북에 대해서 알긴 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작년부터일겁니다. 페스티벌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와우북이 있는 때면 일부러 홍대에 가질 않았습니다. 페스티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사람 많은 곳을 다니는 것이 질색이기 때문이고, 특히 홍대는 사람 없는 곳으로만 골라 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출판사 부스들을 둘러보며 창고정리 대방출(...)하는 것을 보았고 그 틈에 대량으로 도서 구입을 했다는 글도 보았으니 올해도 가볼까 싶었습니다. 작년에는 사고 싶은 책이 한 권도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올해는 또 어떨까 싶었고요.

올해 목표는 저보다 먼저 다녀오신 마스터의 제보를 받아 북스피어 부스에 먼저 들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책 4권을 구입한 다음, 다른 곳에 들러서도 이 모양이면 체력 보전은 머나먼 이야기다 싶어서 거기만 찍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날 친구와 같이 와우북을 보고 있던 G의 말에 의하면 뒤쪽 부스로 갈 수록 재미있는 것이 많았다는데 안 가길 잘했다 싶습니다. 갔더라면 아마 지난 주말에 집에서 끙끙 앓았을겁니다.
지난 토요일의 제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감기가 올락말락하고 있었고, 수면 부족에다, 지하철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실수로 한 정거장을 지나쳐 내려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한 정거장 차이라지만 꽤 크더군요. 갈아타려는 곳으로 왔을 때는 이미 체력이 바닥이라, G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책을 사다달라 부탁할걸 그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G가 현금이 없답니다. 제가 직접 갈 수 밖에 없었지요.



허덕대며 먼저 북스피어 부스를 찾았는데 역시 마스터님께 들은대로 보관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책들을 3천원 떨이에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고민을 하다가 선물용으로 미미여사 책 세 권을 구입하고 거기에 읽어보고 싶던 검은별도 같이 챙겼습니다. 총 네 권에 12000원.
(마술은 속삭인다는 제가 가진 책과 장정이 조금 다릅니다. 제가 가진 것은 겉커버가 분리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북스피어 부스에서 나왔을 때 제 손에는 쇼핑백이 두 개 들려있었습니다.
뭐냐면, 왼쪽의 쇼핑백은 사은품입니다. 계산하기 위해 책 네 권을 내밀었을 때, 계산하시는 직원분이 검은별을 보고 반가워 하시더니 아래에서 쇼핑백을 하나 더 챙겨주시더군요. 옆에서 (덩치 있는;) 남자분이 '그 쇼핑백은 선물만 담는거야?'라 웃으시며 이야기 하시던데 무슨 소리인줄 몰랐습니다. 받아 들고서야, 책 담은 쇼핑백이 하나, 사은품 담은 쇼핑백이 하나란 걸 알았습니다. 검은별에 딸려 오는 쇼핑백인가봅니다.



사은품이 뭔가 하면 판타스틱 1주년 기념이라 했던 틴케이스와 커다란 타올, 그리고 검은별 뱃지입니다. 가운데 있는 네스카페는 선물로 주신겁니다.>ㅆ< 집에 들고 와서 맛있게 잘 마셨지요. 후후후.
타올은 쓰기 아까워서 본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보관중이고, 틴케이스는 G에게 넘겼습니다. 저보다는 G가 이런 걸 잘 쓰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 방 베란다에서 뒹굴고 있는 트와이닝 캔도 G에게 주면 별종이 담는데 유용하게 쓰겠군요. 살짝 옆구리를 찔러야겠습니다. 후후후.


미미여사의 책은 한 차례 다 본 것들이라 검은별만 읽으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저 검은별이 누구인지 아는 걸로도 세대 판가름이 나지 않을까요.-_-; 아마 84년쯤을 기준으로 해서 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S가 아냐 아니냐로 확인할 수도 있겠고요. G는 알고 있고, 그 위의 나이는 거의 다 알거라 생각하고. 하지만 20대 초반으로만 가도 검은별이 뭔지 전혀 모를 거란 생각입니다. 후... 이런 곳에서 세대 차이를 느끼는거죠.

이 이야기를 하면 좀 길어질테니 나중에 소설, 고전, 애니, 만화에 대한 세대차이에 대해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 아래 내용은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므로 혹시 이후에 읽으실 분들은 내용폭로를 각오하고 보시거나 피하시길 바랍니다.

이글루스 슈타인호프님의 글을 읽으면서 은영전 을지판이 내용을 잘라낸 부분이 몇 있다하기에 궁금했습니다. 혹자는 그것이 을지판과 서울문화사판이 서로 다른 판본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을지판이 훨씬 먼저 나왔으니 그게 초기 판본을, 서울문화사는 그 이후의 개정판을 이용했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원서과 을지판을 비교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마침 양쪽 모두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다. 을지판은 옛날 옛적, 고등학교 동창인 J양이 일본 유학 가기 전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게 판 책으로 들어와 있었고 원서는 도서관에 있었습니다.

일단 원서가 언제 출판되었는지를 확인해야하는데 그건 아주 쉽게 풀렸습니다. 위키피디아 일본판의 은하영웅전설 항목에 문고판과 애장판 등의 출판년도와 ISBN이 나와 있습니다. 이걸 찾는 것도 쉽습니다. 한국의 위키백과에 은하영웅전설이라 치고 언어 설정을 일본어로 바꾸면 일본어 위키피디아로 바로 이동이 됩니다.
다른 것보다 출판년도를 확인하는 것이 골치 아팠던 것이..

사진에서 보듯이 언제 출판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 저작권이 1983년이라는 것만 나와 있군요. 다행히 ISBN이 있어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 책은 80년대에 출간된 도쿠마쇼텐의 문고판이 맞습니다. 일어 위키에 의하면 1983년 9월 30일에 나왔네요. 문고판 1권과 2권의 합본인 애장판은 1992년에 나왔습니다.

도서관 책 인증 표지 사진도 찍긴 했지만 찍고 나서 보니 도서관 명이 큼직하게 나와 있어서 그 사진은 뺐습니다.

다른 분들께 물어, 은영전 을지판에서 잘린 것이 확실하다는 안네로제와 라인하르트의 대화장면을 찾았습니다. 2권 끝부분에 있더군요. 도서관에 서울문화사판은 1-2권이 없어서 그쪽과는 비교해보지 못했지만 을지판과 비교해본바, 잘렸습니다. 그리고 그 잘린 부분은 안네로제의 마음입니다.



을지판입니다. 어머.-_- 지금 다시 읽어보니 이야기가 홀랑 잘렸군요.
가르침을 달라더니 그 이야기는 홀랑 빠졌습니다. 그럼 원서에는 어떻냐면..



을지판에서는 잘린 부분입니다. 날림으로 해석해보면,

 "알겠습니다. 누님이 그렇게 하고 싶으시다면 원하시는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우주를 손에 넣고 맞이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라인하르트는 침을 삼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누님은 키르히아이스를......사랑하셨습니까?"
 그리고 쭈뼛쭈뼛 누님의 얼굴을 보았다.
 대답은 없었다. 다만 라인하르트는 그 때처럼 투명하게, 그 때처럼 슬퍼보이는 누님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살면서, 그 표정을 잊는 일은 없을거다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가 됩니다. 색이 다른 부분이 잘린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안네로제가 키르히아이스를 사랑했다는 것은 확실하고, 그 이야기가 홀랑 빠진 거죠. 누구씨의 말에 홀려 소꿉친구이자 반신과의 선을 긋는 순간 그를 잃었고, 그를 잃음과 동시에 유일한 가족인 누님도 잃습니다. 키르히아이스도 저 상태로 가면 매형(..)이 되었을 것 같으니 어떻게 보면 가족을 통째로 잃었달까요. 불쌍하지만 불쌍하지 않다란 이중 감정이 듭니다. 키르히아이스를 먼저 버린 것은 너니까 버림 받아도 할 수 없음! 흥!
그나저나 아무리 남동생이라지만 물을게 있고 아닐게 있지, 사랑하던 사람의 사망소식을 접한지 얼마 안된 누님한테 저런 걸 물어본답니까. 약관의 꼬맹이라 눈치가 없다해도 한계가 있지, 안네로제가 남동생을 버리고 싶어진 것도 당연하단 생각이 듭니다.(물론 권력에 취해서 자신의 소꿉친구를 내친걸 보고는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을테지만..;)

하여간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하는데 왜 홀랑 빠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로서 판본이 다른 것이 아니라 빠진 것이 맞다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궁금증 해결!

(두 번 다시는 안 사먹을 스타벅스 쿠키. 훗-_-)

1. G가 말했습니다.

G: A님이 블랙 보러 남자친구랑 다녀오셨대.
K: 어, 그거 개봉했어?
G: 응. 지금 상영중.
K: 그거 헬렌 켈러 이야기는 아닌거지?
G: 헬렌 켈러 이야기가 모티브야. 모델이긴 한데 설리반 선생이 여긴 남자잖아. 게다가 병도 있고. 근데 A님 남자친구가 헬렌 켈러를 모르더래.
K: 으억?
G: 요즘엔 위인전을 강제로 읽힌다거나 하지 않잖아. 그래서 모르나봐. 그런데.
K: 엉?
G: A님은 그 워터 신을 몰랐어. 그래서 B님이랑 나랑 엄청 놀랐지.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고.
K: 아니, 그건 유리가면을 안봐서 그런거야.
G: 아냐. 헬렌 켈러 위인전에도 그 워터 신이 비중있게 나온다고. 거기서 갈리잖아.

사실 전 헬렌 켈러 위인전에 워터신이 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오직 유리가면의 워터신 뿐. 아하하.;
그나저나 헬렌 켈러를 모른다니. 아직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걸로 아는데 말입니다.


2. 1987년에 도쿠마쇼텐에서 나온 은영전을 볼 일이 생겼습니다. 그 김에 을지판과 서울문화사판의 생략부에 대해 찾아볼까 하는데 그 부분이 어딘지 아시는 분? 전 서울문화사판을 보지 않은데다 을지판도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몇 년 전입니다. 집에 달랑 한 권 있는 서울문화사판은 율리안의 일기-외전 2권입니다.-ㅁ-; 좋아하는 책만 사겠다고 하다보니 그리 되었네요.
어쨌건 그 생략부분이 몇 권 몇 페이지인지 아시는 분은 제보해주세요. 제가 87년판에 해당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ㅅ'


3. 레이크 에덴 시리즈에서 딜로어씨가 항상 레전시를 입에 달고 다니길래 그게 뭐냐 했는데 말입니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인가봅니다. ㄱ-  좌절하는 것은 그 아주머니가 하는 짓이 못마땅해서 투덜댔는데 엊그제 그 레전시 로맨스 소설 세 권을 읽고는 홀랑 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어제부터 '19세기 영국이 부족해!'라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찾는 김에 도서관에서 로맨스 소설을 뒤지고 있지만 하나같이 배경이 할리퀸이라, 19세기 영국은 못 찾았습니다. 대부분이 미국 배경, 혹은 중세 영국 등등이더군요. 왜 19세기 영국 배경은 없는 건지.-_- 이러다 로맨스 소설을 사서 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지갑을 터는 것은 라이트 노벨이랑 추리소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로맨스 소설까지 구입하면 ... 아놔. 그건 어떻게 또 판대요.;
그리하여 부족한 분이나마 19세기 자장가로 달래고, 하루 빨리 편집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9세기 영국이 부족해요. 흥.
도서 지름목록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것저것 생각나는 대로 주워 담을겁니다. 카드 한도는 어차피 전혀 관계 없고-카드 한도가 되도록 써 본 적이 딱 한 번 밖에 없습니다-그저 다음달 월급이 걱정될 따름이니... (먼산)

1. 최근 펀샵에서 찍어 놓은 물건이 몇 있습니다.
하나는 라면 끓이는 기구. 말이 그렇지 스타일 자체는 제가 찾고 있던 타입의 전열조리기구입니다.
일본 호텔 등에서 물 끓이는 용도로 종종 볼 수 있는데, 저는 라면 끓이는 용도가 아니라 우유 데우는 용도로 쓰려고 합니다. 지금은 여름이지만 겨울에는 따끈한 밀크티 한 잔에 얼었던 몸이 풀리니까요. 그걸 노리고 구입 여부를 고민중입니다. 구입 가능성은 이미 70%를 넘겼습니다. 하지만 게으름신이 오셔서 미루게 되면 그 사이 품절되어 지르지 못할 가능성도 상당히 높습니다.

다른 하나는 미니 스피커입니다. 용도는 역시 위키. 위키랑 RQ가 같이 쓰지 않을까 합니다. 원래는 G 방에 놓여 있던 컴퓨터의 스피커가 망가져 그걸 대신하려고 생각했는데 그 사이에 컴퓨터가 망가졌습니다. 처분 예정이니 구입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습니다. 하지만 이것도 70%.  어떻게 할지는 고민이로군요.-ㅁ-


2. 도서 구입 목록도 꽤 있습니다.
오늘도 라노베 두 권을 샀건만-문학소녀 7, 이글루스 밸리에서 리뷰보고 낚인 신작 1권-이걸로는 책 충족지수가 턱도 없이 부족합니다. 내일 도서관 가서 헛소리꾼 시리즈랑 기프트, 파워를 빌려오면 조금 나아지지 않을까 추정만 하고 있지만 어떨지는 모르지요. 아, 애거서의 예고살인도 다시 빌려와야 하고요.
구입 예정 목록은 대강 이렇습니다.
하지은씨의 얼음나무 숲. 지음을 찾으려는 몸부림의 결과 거의 모든 것을 잃어버린 남자와, 그의 지음이 되기만을 간절히 바라는 남자의 이야기였지요. 상당히 마음에 들어서 분해 예정입니다. 저는 사랑하는 책에는 과감히 손을 대기 때문에 말이죠. /// 라크리모사도 마음의 준비중입니다. 라크리모사는 가지고 있는데 얼음나무 숲은 아직이라 이번에 구입하려고 합니다. 거기에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도 구입 여부를 고민하고 있고요. 단, 노블레스 최신간으로 10일 발매예정인 모래선혈은 반드시 삽니다. 10일까지 구입하는 사람에 한해 저자사인본을 주는 행사를 진행중이거든요. 예스 24에서만 진행하고 배송이 무료기 때문에 오늘 귀가하는대로 바로 주문 넣을겁니다. 링크는 여기.

3. 비오는 걸 보는 것은 좋지만 대개 비오는 날에는 돌아다니기 마련이라 힘듭니다. 오늘도 돌아다니다가 홀랑 젖었거든요.

4. 돌아다니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아까 다녀온 김영갑 사진전 생각이 나네요. 자세한 리뷰는 따로 올리겠지만 사진을 보고 있자니 제주도에 가고 싶습니다. 아니, 그 전에 사진을 찍고 싶어집니다. 그런 사진을 찍기엔 아직 한참 부족하지만 그래도 보고 있으면 사람의 마음을 울리는 사진이라 그런가봅니다.

5. 위키와 위키의 창(이라고 제멋대로 부르는 와이브로 모뎀)이 있으니 아무데서나 포스팅이 가능하군요. 덕분에 인터넷에서 손 떼기가 힘듭니다. 하하하.

6. 슬슬 고슴도치의 우아함을 다시 읽어야겠네요. 잘못 붙인 곳이 없나 확인해야지요.

정확히는 고서가 아니라 가죽제본 책입니다. 서양 서재를 보면 한켠에 유리장이 있어 그 안에 가죽제본을 한 책들이 나란히 꽂혀 있습니다. 서재의 로망에도 그런 고풍스러운 장정의 책들이 들어 있을테고요. 한데 이런 책들은 구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가죽제본이라면 적당히 성경을 채워도 되겠지만 성경은 제 취향에서 많이 벗어나는 책입니다. 라틴어 성경이나 베리공의 성무시도서, 그도 아니면 구텐베르크의 초판 성경 쯤 되면 두말 않고 덥석 받아들겠지만 그냥 성경은 정말 취향에 안 맞습니다. 한국에서 나온 성경은 더하고요.

기존의 책이 마음에 안 든다면? 만들면 됩니다. 물론 그럴 능력이 있어야겠지요.



이번 도서전에 나간 책입니다. 3권 세트로 케이스도 만들었습니다. 생협 분들 중 몇 분은 도서전 모임 뒤에 보셨습니다. 도서전 마지막 날이라 뒷 정리 도우면서 제 책은 챙겨왔지요.



랜달 개릿의 로드 다아시-다아시 경 시리즈 세 권입니다. 왼쪽부터 <셰르부르의 저주>, <마술사가 너무 많다>, <나폴리 특급 살인>입니다. 가죽 색은 행복한책읽기에서 나온 책 표지 색을 그대로 두고 했습니다. 셰르부르가 지금 붉게 나왔는데 니콘이라 그렇습니다. 실제는 저것보다 한 톤 다운되어 있는, 예쁜 홍매색입니다. 그냥 원래 책 표지 색을 떠올리면 거의 맞습니다.



솔직히 셰르부르의 저 마블지는 마음에 안들지만 어쩔 수 없지요. 딱 이거다 싶은 마블지가 없어서 아예 다른 색으로 가보았습니다. 아무래도 저 가죽과 저 종이는 나중에 따로따로 써서 다시 적당한 조합으로 만들어봐야겠습니다. 저대로는 가죽도 아쉽고 종이도 아쉽습니다.
이전에 북하우스의 브라운 신부 시리즈 다섯 권은 1/2제본으로 했지만(책 표지 귀퉁이를 가죽으로 싼 것임) 이번에는 민소매 제본입니다. 가죽이 붙여지는 면적이 넓을 수록 갈아야 하는 면적도 넓어지기 때문에, 가죽 가는 것을 피하고 싶어서 민소매로 만들었습니다. 그래도 가죽 가는데 한참 걸렸습니다.



초점이 날아갔지만, 작가 이름과 제목은 금박입니다. 외부 업체에 맡겨 찍어오는 거죠.



책 하단의 붉은 도장 자국은 아시는 분만 아실겁니다. 으허허허; 나폴리 특급 살인에 그런 것이 없는 이유는 인터넷 주문이었기 때문입니다.



예술장정은 책을 복원하거나 튼튼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므로 기존의 표지도 다 넣어줍니다. 앞표지는 따로 잘라서 책 앞부분에 넣고 뒷표지와 책등은 책 맨 뒤에 넣습니다. 혹시 작가 소개가 있다면 그것도 맨 뒤에 넣습니다.
(그런데 니콘. 나폴리 특급 살인의 표지 색을 저렇게 핑크로 잡다니 원...-_-)



여기서부터는 본문이지요.


위에서 말한 뒤표지. 중심에 약간 푸르스름하게 보이는 띠 같은 것이 책 등입니다. 접어 넣는데 대개는 책 중심부에 물려들어가는 부분이 많아 보기 쉽지 않습니다.-ㅁ- 책이 두껍다면 잘 보이겠지요.


망치질 잘 못해서 책등이 예쁘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책 배면을 보면 알지요. 특히 마술사는 책이 두꺼운 편이라 다른 책들보다 아치 모양이 두드러집니다. 원래 이 사진은 헤드밴드를 찍으려고 한 것이었는데 생각만큼 잘 나오지는 않았군요. 케세라세라. 나중에 공방에서 사진 찍는다 했으니 그 때 다시 올리겠습니다.


로드 다아시 시리즈는 손이 꽤 많이 갔습니다. 원래 예술 제본을 하려면 책이 실제본이 되어 있어야 합니다. 떡제본(본드제본) 책은 과정이 복잡합니다. 실로 꿰메어야 하기 때문에 본드제본 책은 뜯어서 대수라는 것을 만들어 줘야하는데, 페이지를 맞춰 두 장씩 한지로 이어 붙이는 겁니다. 행복한책읽기의 SF총서는 다 본드제본 책이기 때문에 모두 뜯어서 한지로 이어붙였습니다. 저 세 권도 마찬가지입니다. 세 권 합하면 1천쪽이 넘을건데-장으로는 500장 정도?-그걸 두 장씩 이어붙인 것이니 손이 많이 갔지요. 그래도 좋아하는 책들-판타지 소설이나 추리소설들은 모두 본드제본이니 그걸 가죽 제본하려면 어쩔 수 없이 감수해야합니다. 그것이 애정인 것을요. 좋아하는 책을 만지며 흐뭇하게 작업하는 것이야 말로 행복 아닙니까. 후후후.

솔직히 말하면, 싫어하는 책보다 좋아하는 책을 만질 때의 작업이 빠릅니다. 읽고 싶으면 빨리 만들어서 완성해야 볼 수 있으니까요.-ㅁ-;;;



덧붙임. 제목에는 고서라고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저 책들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고서의 의미와는 떨어져 있지요. 그냥 가죽 제본책을 말한다고 생각해주세요.

이글루스 도서 밸리에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독서론 릴레이가 있습니다. 단, 이것은 본 사람 중 내키는 사람은 다 하는 릴레이가 아니라 글을 쓴 사람이 정말로 릴레이를 받아줄 두 사람을 지정해 하는 겁니다. 그래도 벌써 단계가 7-8단계 넘어가다보니 원래의 취지와도 꽤 많이 달라지고 형식도 지켜지지 않습니다. 뭐,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최소 기준은 지켜야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독서론 릴레이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독서는 [   ]다'라는 꺽쇠괄호 안에 자기가 적당한 단어를 채우고 그에 대한 짧은 설명을 달면 됩니다. 사전 항목처럼 기술하는 거죠. 맨 처음에는 한 문장으로 설명했는데 가면 갈 수록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그것도 맛이라고 봅니다. 맨 처음 시작은 Inuit님의 독서론이었고 그게 가지를 뻗은 겁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bikbloger님의 독서론을 참조하셔도 되고 슈타인호프님이나 sonnet님의 글을 보시면 됩니다. buckshot님의 글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윗 글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sonnet님이라...; 독서론 글에 링크된 다른 글을 보러 갔다가 최근에 올라온 장서가의 조건을 보고는 또 손가락이 간질거리더라고요. 모종의 이유로 뇌가 마비되어 가는 상황에서 그래도 홀랑 홀랑 써봅니다.



서재에 대해서는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글루스에서 쓴 글도 있어 지금 모두 다 찾을 수는 없지만


---- (까지 쓰다가 넋이 나가 초혼제를 한 번 지낸 다음 다시 수습;)

그런데 이전에 썼던 글을 찾으려니까 난감하군요. 이글루스에서 넘어온 초기에는 태그를 달지 않고 글을 썼는데 그걸 다시 찾으려니 눈 앞이 캄캄합니다. 그냥 적당히 기억을 더듬어 써보죠.


인용된 책인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는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보면서 가장 열광했던 부분은 그 즈음 홀딱 반해있던 19세기 영국 요정 그림 작가(화가) 중 한 명인 리처드 도일입니다. 코난 도일의 백부이지요. 아마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또 그 이야긴가 싶으시겠지만, 한 때 일본 여행 가서 사올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에서는 진보쵸의 고서점에서 이 책 가격이 20만엔이라고 했고, 열심히 모으면 못 모을리는 없는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구하진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다른 이유로 그 책이 갖고 싶지만 환율을 생각하면 아직은 무리입니다. 더 내리거나, 혹은 더 많은 돈을 벌거나 하면 다시 도전할까요.

대체적으로 제가 읽는 책- 書 분류에 들어가는 책들은 70% 가량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입니다. 특히 작년부터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구입해서 보는 책은 주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문고판 판타지 소설(라이트 노벨)입니다. 왠지 구입해야하는 책을 구입하지 않고 엉뚱한 책만 사보는 느낌도 조금 듭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절판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전공서적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 서적은 도서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벼운 책들은 찾아보기가 어렵지요. 제 독서론도 여기에 살짝 끼어듭니다.

독서는 [갱신]이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우울해 질 때, 흑점이 점점이 자리잡고 있을 때는 사포로 깨끗하게 한 겹 밀어내어 잘 마무리 하듯 적당한 책을 골라 마음을 가다듬는다.

원래는 갱신이 아니라 '붉은 여왕(red queen)'이라 쓸까 했지만 붉은 여왕은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 가치관이라 뺐습니다. 독서는 붉은 여왕 안에 포함되지만 붉은 여왕은 독서 안에 포함시킬 수는 없습니다. 손으로 하는 작업들도 다 붉은 여왕에 들어가니 말입니다.

그런 고로 구입한 책 중에서 한 번 이상 읽지 않을 것 같다거나, 마음을 오히려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는 책들은 서가에서 퇴출됩니다. 퇴출된 책은 주로 친구나 아는 분 집에 자리를 잡습니다. 지금까지는 온다 리쿠의 책들과 몇몇 만화책들이 그런 운명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버릴 수 없는 책은 존재하니, 이전에 올린 서재 글처럼 바닥도 점점 책으로 차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판타스틱을 퇴출시켜야 할까요. 아니, 마일즈 때문에 퇴출하면 안되는데. 으흑.;


여기서 잠깐 아는 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예전에 제가 다녔던 어느 공적기관의 자료실에 근무하신 분입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같이 근무하는 동안 그 분의 집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형제 중 맏딸이지만 미혼이고, 아래의 동생들은 다 결혼했다고 들었습니다. 혼자 작은 크기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하는데 아파트를 거의 서재로 만드신 모양입니다.
대부분 집에 서재를 만든다 하면 가운데 공간은 비워두고 사방의 벽을 서가로 둘러치는 것을 생각하시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쓰자면 그게 아니죠. 서재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가장 좋은 것은 도서관 서가입니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하중을 견딜 수 있을 것.(...) 일반 주거시설과 공공시설과 도서관의 하중 설계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예전에 본 자료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거시설과 도서관의 하중 기준은 배 이상이었을 겁니다. 아마 그 분은 그런 기준은 상큼하게 무시하지 않았을까 추정하는데요, 중간 단이 나무로 된 것보다는 최근 나오는 것처럼 금속으로 된 쪽이 덜 무겁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집에 도서관 서가를 들여 놓고 거기에 책을 수납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집에 수납된 책이 듣기로는 몇 천 권 수준이었지요. 하도 오래전 이야기라(2002) 지금은 그보다 훨씬 늘었거나 아예 줄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가장 효율적으로 책을 수납한다면 이런 부분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집에서 쓰는 서가는 대출율이 도서관보다 훨씬 낮으니 책을 90% 가까이 채워도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대신 새 책이 들어올 때마다 서가 이동을 해주는 근력을 발휘하면 좋습니다.

[요약]
1. 이상적인 모습을 제외하고 본다면 중앙 공간을 비워두는 스타일보다는 도서관 서가쪽이 도서 집적률이 높습니다.
2. 단, 위의 경우에는 서가와 책의 무게에 따른 하중을 계산해야합니다. 무시해도 되지만 뒷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가장 집적률이 높은 것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가에서 보듯 폐가식. 하지만 이쪽은 하중이 상상 초월입니다. 도서보다는 서류 보관용입니다.)
3. 책을 90% 이상으로 빡빡하게 꽂을 경우 새 책이 들어올 때마다 근력과 공간지각력(서가 재배치용)을 발휘해야합니다.


가끔 장서가의 요건에 대해 언급할 때 고서 이야기가 나오는 때도 있습니다. 저는 고서를 수집할 돈도, 공간도 없습니다. 게다가 탈산처리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 고로 저는 직접 고서를 만듭니다.(음?) 이와 관련된 글은 기억나면 주말에 쓰겠습니다.-ㅂ-;

집에 왔더니 책상 위에 택배가 있습니다. 이름을 아무리 봐도 아는 이름이 아니고, 최근에 지른 것은 커피뿐인데 그건 이미 도착해서 잘 마시고 있고. 들어보니 묵직한 것이 책 같은데 책은 주문한 일이 없고. 이거 이상한 곳에서 체험상품이라도 떨어진건가 싶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박스 오픈. 그리고 확인한 직후 장소를 옮겨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ㅁ-


주소야 안 지워도 될 것 같..... (설마 보이진 않겠지요?)
박스를 뜯은 다음에 사진을 찍은 거라 옆구리(원래는 윗부분)은 열려 있습니다.



보고는 바로 알았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일요일의 도서전 모임에서 '월요일쯤에 도착한다고 하는걸요'라는 키릴님의 이야기를 들었더랬지요. 하얀 늑대들 완결권까지가 한꺼번에 도착한 겁니다.



박스를 개봉하고 나서야 이걸 봤습니다. 상자 바닥 부분을 개봉한 셈이라 마크도 거꾸로 찍혔지요. 요즘 제 책상 위가 조금 지저분해서 박스를 제대로 돌려볼 자리가 마땅치 않았거든요. 아무래도 이번 주말에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토요일의 위기가 무사히 지나간다면 제대로 할 마음이 들겠지요. 하.하.하.



꺼내 보았더니 안에는 카드도 있습니다. 호오. 로일. ... 근데 이 청년이 누구더라. 아, 천재 검사. 커플이라 이미 논외였는데 기왕이면 제이메르가 낫...(거기까지) .. 그러고 보니 하얀 늑대들 중에서 솔로는 쉐이든 하나인가요? 나머지는 다 커플이었지. 으흐흐. 외전에서의 장면들까지 더블로 떠오르니 염장이 대단합니다. 그런데 이중에서 오래오래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는 생각보다 적지 않던가요. 커플척살단도 아니고 이것 참 미묘합니다.



맨 왼쪽은 노트랍니다. 그냥 통째로 노트. 보고 있자니 손이 근질근질한 것이 하나하나 다 분해를 해보고 싶지만 참습니다. 솔직히 전 이전 버전이 더 취향일 것 같아서 놔두고 있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엔딩 부분만 확인했는데 가슴이 저려서 차마 못 읽겠습니다.



뒤집어 보면 패스포트가 있습니다. 유효기간이 1년인가본데 그럼 유효기간 연장을 위한 무엇인가가 그 뒤에 있을라나요. 그 다음 이야기가 있을 것 같은 여지가 있으니 기다려봅시다. 이전판과 개정판의 최대 차이는 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후속작의 여지말입니다.

저 패스포트의 역할에 대해서는 트랙백한 글에 관련 이야기가 있으니 잘 생각하고 주의깊게 사용하시길 바랍니다.


자아. 저는 다시 고민에 들어갑니다. 책 12권을 몽창 붙여서 다시 만드느냐? 그것이 문제로군요.'ㅂ'
조선희,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 노블마인, 2009, 13800원
미야베 미유키, <대답은 필요없어>, 한희선 옮김, 북스피어, 2007, 9500원
딘 사이컨, <자바 트레커>, 최성애 옮김, 황소걸음, 2009, 12000원
에이드리언 코난 도일, 존 딕슨 카, <셜록 홈즈 미공개 사건집>, 권일영 옮김, 북스피어, 2008, 11000원
아리스가와 아리스, <절규성 살인사건>, <46번째 밀실>, 최고은 옮김, 북홀릭, 2009, 각 10000원



목록을 보고 제목이 이상하다고 생각하실지 모르지만 이상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다 의미를 담아 지은 제목입니다. 훗훗훗..


가장 최근에 읽은 것이 어제 끝낸 <자바 트레커>이니 이 책부터 씁니다.
책 제목만 봐서는 감이 전혀 잡히지 않겠지만 이 책은 공정무역 커피에 대한 글입니다. 저자인 딘 사이컨은 딘스빈스라는 회사를 운영하면서 전세계의 커피지대를 돌아다니며 품질 좋은 커피들을 직거래로 구합니다. 요구하는 것은 공정무역일 것이라는 점. 회사 단위로 대규모 매수하는 것이 아니라 협동조합들을 찾아다니며 직접 발로 뛰며 품질을 확인하고 거래를 틉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이 판매하는 원두 양에 따라 인센티브를 부여하여 협동조합에 적립금조로 별도로 비용을 주기도 합니다. 이런 비용은 협동조합이 새로운 설비를 갖추거나 마을 내의 환경을 개선하거나 하는 일에 쓰입니다. 말로 하면 그냥 그런 사업 이야기에 자기 자랑 이야기 같아 보이지만 전혀 아닙니다. 자신이 마시는 커피의 맛을 한 순간에 좌우할 만큼 엄청난 파급 효과를 가지고 있는 책이더군요.
제가 가장 좋아하는 커피 중 하나가 케냐 AA입니다. 신맛이 강한 커피보다는 묵직하고 진하고 강한 맛의 커피를 선호하다보니 케냐를 보통 많이 추천 받아 그렇습니다. 케냐 AA가 구하기 쉬운 커피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자바 트레커>를 보다보니 케냐는 제 선호 순위에서 바닥까지 추락했습니다. 제가 아무리 많은 커피를 사 마신다 한들 그 돈은 커피 재배 농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그 돈들이 어디로 사라졌는지는 아는 사람만 압니다. 농민들이 받는 돈은 받아야 하는 돈의 아주 일부일뿐이군요. 그리고 그런 상황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적어도 이 책이 나온 시점에서는 말입니다.
반대로 페루의 커피는 한 번 맛보고 싶은 커피로 단번에 뛰어 올랐습니다. 물론 나리타 미나코의 <내추럴> 때문에 페루에 관심을 두게 되었고, 그래서 아름다운 가게에서 나온 페루 커피를 마셔보고 싶었지만 배전 취향의 문제로 손을 대지 않게 되었습니다. 아름다운 커피에서 기왕이면 배전 조절도 가능하게 했다면 더 좋았을텐데요. 전광수 커피집에 가면 구할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페루는 협동조합의 지도 아래 양질의 커피를 생산하며 계속적으로 자신들의 생활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멋지죠. 그래서 더 마셔보고 싶었습니다.

Peet's의 예도 있어서 딘스빈스(링크)에 들어갔더니 해외배송이 됩니다.OTL 배송비가 어마어마하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커피가 상대적으로 싼 편(1파운드에 7.25달러)이라 도전해볼까 합니다. 지금 찾아보니 페루 원두는 강배전으로는 나와 있는게 없군요. 아쉽지만 뭐... (근데 장바구니에 담아 결재 직전까지 해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큽니다;)



<대답은 필요없어>는 화차의 원형이 들어 있는 단편집이라길래 일부러 피하고 있었습니다. 혹시 그처럼 뚝 잘려서 끝나면 속이 허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 말입니다. 한데 역자 후기를 보니 대체적으로 밝게 끝난다고 하길래 용기(?)를 가지고 붙잡아 읽었습니다. 과연, 분위기는 나쁘지 않습니다. 초기 단편들이라 지금 읽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의 분위기가 느껴지기도 하네요. 사회 비판적인 이야기가 많으니 스텝파더스텝이나 쓸쓸한 사냥꾼과는 다릅니다. 분위기 자체만 놓고 보자면 나는 지갑이다와 닮았습니다. 묵혔다 읽어서 더 재미있었던 건지도 모르지요.


마법사와 세탁부 프리가. 2권이 완결권이라 하던데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가 있었지만 이는 작가가 직접 개입하여 '덮어둡시다'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OTL 이 이야기를 덮어둔 것은 동인 팬들을 위한 여백인걸까요. 아무리봐도 그렇습니다.;
이번 이야기에서도 빌헬름 하우프의 영향이 많이 보입니다. 게다가 어디서 많이 본 신파극도? 이거야 영원한 무협지(...) 소재이기도 합니다. 아니, 이건 무협지 영향보다는 스타워즈가 강할지도 모르겠습니다. 1권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있었지만 2권에서 프리가가 받은 충격이 더 크지 않았을까 싶고요.
엔딩 부분이 꽤 마음에 들어 그부분만 몇 번 다시 읽었습니다. 완결을 보고 나니 마음이 누그러진건지 평점은 올라갔습니다. 그래도 글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산만하게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네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 두 권과 <셜록 홈즈 미공개 단편선>을 같이 묶어 쓰는 것은 두 책을 읽고 난 뒤의 느낌이 비슷했기 때문입니다. 이 책들의 장르는 추리소설이지만 제 기분은 '동인소설'이었으니까요. 하하하.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책은 학생 아리스 시리즈와 작가 아리스 시리즈가 있습니다. 학생 아리스는 시공사에서 두 권이 나왔고 그 외에 나온 다른 책들은 다 작가 아리스입니다. 학생 아리스는 그런 느낌이 덜하지만 작가 아리스는 분위기가 묘합니다. 약간 어벙버리한 추리소설 작가 아리스, 거기에 반 다인이나 엘러리 퀸의 영향을 듬뿍 받은 것이 분명한 히무라는 확실히 좋은 콤비입니다. 다만 필터링을 심하게 하지 않아도 동인소설에 아주 잘 어울리는 한 쌍이라는 것이 참...;
그런 면을 빼더라도 대체적으로 재미있는 추리소설입니다. 밀도 있는 이야기도 아니고 허술해보이긴 하지만 가볍게 볼만한 이야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스릴 넘치는 이야기를 원하신다면 이런 재미없는 추리소설도 있냐고 분개하실 수 있습니다. 호불호가 상당히 갈릴 이야기인겁니다.

<셜록 홈즈 미공개 단편선>은 감상을 여섯 글자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오피셜 동인지. 셜록 홈즈 본편의 이야기와 맥을 아주 잘 살리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셜록 홈즈 원래 이야기 중에서 그냥 언급만 되고 넘어간 여러 사건들을 상상해 전개했는데 실제 셜록 홈즈 단편과 상당히 닮아 있습니다. 조금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지는 것은 왓슨의 아내가 두 사람의 관계에 대해 늘어 놓는 불평 때문일겁니다. 절친한 두 사람 사이를 질투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제 착각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에 방점을 찍은 것은 출판사 북스피어입니다. 아놔. 맨 마지막의 장난을 보고는 설마설마 했는데 보고 나서는 미친듯이 굴러 다녔습니다. 마스터님, 꼭 찾아보세요. 저처럼 배를 잡고 방을 데굴데굴 굴러다닐겁니다. 저는 거실에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더 심하게 굴러다닐 수 있었습니다. 맨 뒤의 암호는 아주 쉽게 풀었는데 그 세 단어가, 이 책을 바라보는 출판사의 입장을 아주 잘 말해줍니다. 그러니 책을 보지 않으시더라도 미미여사 파이팅부터 이어진 북스피어의 장난만이라도 꼭 챙겨서 봐주세요. 그 덕분에 북스피어에 대한 애정도가 100 상승했습니다.



이 외에 읽은 책이 몇 권 더 있는데 그쪽은 내일마저 적도록 하겠습니다.-ㅂ-

나시키 가호, <뒤뜰>, 이선희 옮김, 이레, 2008, 11800원
헬렌 한프, <채링크로스 84번지>, 이민아 옮김, 궁리, 2004, 8000원


그러니까 마음에 드는 책은 나중에 리뷰를 하고 나머지만 몰아서 한 번에 올립니다. 왠지 그렇게 가르고 싶더군요.



라고까지 쓰고 나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서 목록에서 지웠더니 달랑 두 권 남았습니다. 어머나.; 나머지 책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들었다는 겁니다. 할 수 없지요. 뒤뜰은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서 따로 리뷰를 쓰려고 빼둔 셈이 되었고 채링크로스는 상대적인 만족도가 떨어졌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만족도가 떨어진 이유는 단 하나, 헬렌 한프가 주문한 도서 목록을 보고 있자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거든요.

두리뭉실하게 설명하지 않고 좀더 자세하게 적겠습니다.

<뒤뜰>까지 읽고 났더니 나시키 가호의 책은 더 이상 손대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리뷰를 좀더 보고 책을 골라야겠다 싶더군요. 제 입맛에 맞지 않습니다. <집지기가 들려주는~>은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몇 번이고 다시 읽었는데 그 외의 이야기는 한 번 읽고 나면 가능한 빨리 반납을 하고 싶어집니다. <뒤뜰>도 비슷한 느낌이었습니다. 익숙한 전개와 소재, 모티브가 보이고 엔딩도 제가 원하는 타입의 해피엔딩이 아닙니다. 뭔가 껄끄럽게 남는 느낌이네요.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테루미는 쌍둥이 남동생을 잃은 뒤엔 쓸쓸하게 지내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어렸을 적에 종종 놀러갔던 폐가의 정원에 대한 비밀 이야기를 듣고는 기분 꿀꿀한 김에 놀러갔다가 이상한 세계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오기까지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떠오르는 테마는 비밀의 화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무민(이쪽은 직접적으로 인용됩니다), 거기에 엉뚱하게도 강경옥의 <거울나라의 모험>(제목이 정확하진 않지만 아마도..)이 떠오릅니다. 매개체 때문에 그렇지 않을까 싶군요. 하여간 미묘하게 입맛에 안 맞아서 한 번 읽고는 그대로 반납했습니다. 아마 다음에 나오는 나시키 가호 책은 무작정 달려들어 읽진 않을겁니다.


<채링크로스 84번지>는 영화로도 만들어졌습니다. 안소니 홉킨스 옹이 등장하는 옛날 영화로 말이지요. 사실 이 책을 접한 것은 몇 달 되지 않았습니다. 2004년에 나왔는데 그 동안은 존재를 전혀 모르고 있다가 스타벅스에 비치된 책을 보고는 흥미가 생겨서 빌려봐야지 하고는 또 까맣게 잊고 있다가 이번에 도서관에서 찾아 빌렸습니다. 두 달쯤 전인가에 이 영화가 궁금해서 DVD도 구입했거든요.-ㅁ-
편지글 모음집-서신집이라 중간중간 이야기가 끊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가면 편지의 시간 간격이 더 길어집니다. 하지만 대서양을 사이에 두고 편지가 오가면서 한 헌책애호가와 책을 구해주는 서점 사이의 유대관계는 변함 없어보입니다. 특히 책 앞부분의 연대는 굉장히 부럽습니다. 그런 관계를 가질 수 있는 책방을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물론 저는 끈끈한 인간관계에 조금 거부감이 있기 때문에 생각까지만 하고 실천은 하지 못할겁니다.;
책을 다 보았으니 영화도 어떤 방향으로 나갈 것인지 대강 짐작이 갑니다. 오래된 영화지만 서점 내부 풍경도 나올 것이고 좋은 책들도 많이 등장할테니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할겁니다. 좀더 아껴두었다가 볼렵니다.

이글루스 도서 밸리를 떠돌다가 살짝 보고 넘어간 이야기라 정확한 기억은 아닌데, 인터파크 쪽에서 아마 2009년 동안 책 100권 읽기를 하나봅니다. 문득 그럼 나는 얼마나 읽었을까란 생각이 들어서 아까 잠깐 세어보았습니다. 書(서책)분류에 있는 글에는 읽은 책들에 대한 목록을 죽 늘어 놓았으니 세어보기만 하면 되는겁니다. 그리하여 2009년 1월에 쓴 글까지를 쫓아가 세었습니다. 물론 12월에 읽고서 1월에 리뷰를 올린 책도 있긴 하겠지만 어차피 오차는 염두에 두고 있었고, 만화책과 잡지는 제외, 거기에 집에서 되새김질한 책들은 따로 글을 쓰지 않았으니까 셈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지난 겨울에 델피니아 정주행했던 기억도 있고, NT 노벨 몇 권도 다시 읽었고, 발췌독한 것도 상당히 많습니다. 특히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마땅치 않을 때는 집에 있는 책들을 뽑아 읽으니까요. 이것도 상당하다는 이야깁니다.'ㅂ'
하여간 대강 세어보니 55권. ... 응? 오늘은 4월 2일. 1/4분기가 지나간지 이틀째. 이 수치대로라면 올해는 200권 무난하게 돌파..?

실제 그리 되지는 않을겁니다. 내키지 않을 때는 책을 읽지 않기도 하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출퇴근 시간에 보는 책을 생각하면 100권은 무난하게 돌파하지 않을까 합니다. 시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공급되는 책의 양이 중요하니까 장담은 못하지요.


타자기는 조만간 지를 것 같고.(아마도 4월 중 리뷰가 올라올겁니다)

핫플레이트 구입 여부는 고민중이고.

칼리타 1-2용 드립퍼 구입 여부도 고민중입니다. 메리타 1-2인용 필터와 칼리타 3-4인용 필터는 구입 예정.

커피에 다시 불이 붙어서 빈스서울에 다녀올까도 고민하고 있습니다.

아참, 책도 구입 시기(여부가 아니라;)를 고민하고 있지요.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집 구입 예정입니다. 흑; 같이 주문할까 말까하는 책이 있어서 그렇지 빠르면 오늘이라도 지를겁니다. 근데 이거 꽂을 곳이 있나 걱정이네요. 예전처럼 박스 하나 마련해서 거기에 숨겨둘까요.-ㅁ-;;

위의 이유 때문에 내집마련은 언제나 지름목록 맨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먼산)



덧붙임. 쓰다보니 지름목록의 비중이 커졌네요. 그래도 앞부분이 중심이니까 분류는 書로.

정보 자체는 확실합니다. 어제 오전에 쿠켄출판사-베스트홈에 전화를 걸었다가 알게 된 겁니다. 정기구독 문의를 하러 전화를 했더니 3월호부터 쿠켄 휴간이라 합니다.;ㅅ; 이전에 GEO 휴간할 때도 그랬고 HOW PC 휴간할 때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굉장히 아쉽습니다. 좋아하는 잡지고 꾸준히 챙겨보고 있었는데 이리 되다니요. 가능한 빠른 시일 안에 복간되기를 기원합니다. 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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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올리겠다고 생각하고 있다 홀랑 잊어서 이제야 올린다니까요.-ㅅ-; 저는 이만 델피니아 다시 읽으러갑니다.



2010. 3. 5 수정 : 2009년 9월부터 복간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서점 앞에서 추석 차례상 차림 관련 쿠켄을 보고도 수정하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ㅁ-;

책 읽다가 징하게 공감해서 올려봅니다.
하지만 원래 저작권법상 이렇게 책 내용을 일부 발췌하는 것도 저작권법 위반인데..;ㅂ;


랜달 개릿, <마술사가 너무 많다- 귀족탐정 다아시경 2>, 김상훈 역, 행복한책읽기, 2006, p.268

(중략)
다아시 경이 정말로 되살아난 듯한 기분을 느낀 것은 한 시간 이상 지난 뒤의 일이었다. 뜨거운 물로 목욕을 해서 테임즈 강의 악취를 씻어내고, 혈관까지 스며든 냉기를 어느 정도 쫓아낼 수 있었다. 그런 다음 파트리크 신부에게 짧은 안수 치료를 받았으므로 감기에 걸릴 위험은 사라졌다. 메리 드 컴버랜드와 신부 두 사람 모두 다아시 경은 잠자리에 들어야 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에 그는 실크제 잠옷 차림으로 너댓개의 베개를 베고, 다리에 따뜻한 울 담요를 두 장을 덮은 채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어깨에는 두터운 숄을 두르고, 발치에는 뜨거운 물이 든 탕파를 놓아두고, 뱃속에는 이미 뜨끈하고 영양가가 풍부한 수프 두 그릇이 들어가 있었다.
(중략)




어제부터 날씨가 급격하게 추워졌습니다. 출근하는 길에 손가락이 얼어서 하마터면 동상 걸리는 줄 알았습니다. 출근해서 장갑을 벗는데 손이 곱아 있더라고요. 게다가 날이 추울 때면 으레 그렇듯 추위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도 나타났습니다. 흑; 고등학교 때 나타난 증세인데 추위가 심하거나 하면 갑자기 손이 단단하게 붓습니다. 탱탱하다고 해야하나, 살가죽이 확 당겨지고 만지면 단단합니다. 그러니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도 잠시 불편하고요. 잠시 기다려서 몸이 녹으면 금방 증세는 사라지지만 그런 증세가 나타나면 날이 춥다는 걸 느낍니다. 뭐, 몸이 따뜻하고 아니고는 크게 관계 없더군요. 운동하는 도중에도 갑자기 손이 부으니 말입니다.

하여간 그렇게 추운 날, 다아시 경이 템즈(테임즈보단 이쪽이 맞는 표현일듯;) 강에 퐁당해서 공주님을 구출하고 난 뒤 구출받아 여왕님과 신부님의 간호(?) 아래 잠자리에 드는 장면입니다. 보기만 해도 몸이 따끈해지는 느낌이네요. 물론 그렇게 된 앞 이야기를 떠올리면 온몸이 얼어붙지만 말입니다.

눈이 쏟아져 바깥 풍경이 하얗게 된 것을 보고 있자니 저 장면이 더 생각납니다. 읽고 싶지만 지금 책이 공방에 들어가 있으니 더 기다려야겠지요. 그럼 밀크티 한 잔 마시러 가야겠습니다. 후훗~.

여행 글 마지막이지만 분류는 책으로 넣습니다.
이번 여행의 최대 수확이라고 자타 공인을 받은 것이 바로 이 책입니다. 같이 여행간 G도 저를 보고 '제일 잘한 일이 일본어 배운 것과 예술장정 배운 거네'라고 할 만큼 재미있는 이야기였지요.

고서라고 하면 옛 책을 말하지만 저는 19세기에 출판된 이 책들도 오래되긴 했으니 고서로 부르겠습니다. 사실 정확하게 고서를 나눈다는 것도 무리라고 보니..'ㅂ';
진보초에서 구입한 책 네 권은 다 공방에 넣어두고 왔기 때문에 사진은 그 다음 공방에 간 날, 햇빛 아래서 찍었습니다.


맨 왼쪽은 파스칼의 팡세, 가운데와 맨 오른 쪽 두 권은 빅토르 위고의 책입니다. 공방에서 다음 과정을 진행하려면 반드시 빅토르 위고의 책이 있어야 했기 때문에 이번에 일부러 진보쵸까지 갔던 겁니다.
한국에서 출판된 빅토르 위고의 책은 많지 않습니다. 애들용 책을 다시 제본하기엔 너무 시간과 노력이 아깝고, 제대로 나온 책 중에서는 제 취향의 책이 없습니다. 사실 알렉상드르 뒤마의 책을 제본하고 싶었는데 제가 가장 좋아하는 몽테 크리스토 백작은 본드 제본입니다. 도저히 그걸 실제본으로 만들 생각이 안나더군요. 쳇. 그렇게 다섯 권짜리 시리즈로 낼 거면 기왕이면 실제본으로 해주지.-_-+ 개인적으로 민음사와 한길사 책에 대해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 모 출판사 회장님이 아무리 책을 사랑한다 하지만 그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은 그런 배려가 엿보이지 않는걸요? 거기에 다른 쪽은 괜찮은 책을 잘 뽑아 내면서도 다 본드 제본으로 내고 있으니... 차라리 일본 소설은 실제본이 종종 보이니 낫지만 영미 추리소설계는 희망이 안보입니다. 행복한 책읽기 책은 어쩔 수 없다 치지만 다른 큰 출판사에서 나온 책들에 대해서는 불만이 많아요.

잡담은 이정도로 하고 다음 사진.;;



파스칼의 팡세입니다.


사실 뜯어 만들기가 조금 아깝기도 하지만....



거기에 번역서도 안 읽은 팡세를 프랑스 원서로 보고 있으니 감개 무량이지요. 누군가의 상저여던 모양입니다. 장서인 오른쪽의 한자 알아보기가 쉽지 않네요. 하지만 저렇게 장서인을 직접 만들어 찍을 정도라면 꽤 사랑받았던 책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당연히 실제본이고 프랑스어 책입니다. 그런데 오래된 책이라 가장자리의 황변이 시작되었습니다. 가장자리 여백이 거의 없어서 이걸 어떻게 저리해야하나 싶긴 하군요.=_=

아. 가장 중요한 가격! 200엔입니다. 0하나 빠진 것 아니고, 세 자리 맞습니다. 가격 물어보고 되려 제가 당황했습니다. 오래된 책이고 낡아서 그런 가격이 매겨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서점 밖에 나와 있는 상자에서 찾아 집고 가격을 물었는데 200엔이라 해서 말이죠.



이번의 최대 수확물인 빅토르 위고 책. 사실 무슨 소설(이 아니라 운문이지만;)인지도 모릅니다.; 그도 그런게 책 자체의 내용보다는 실제본 책인가에만 주목을 했으니까요. 작가분께 많이 죄송하지만 전 빅토르 위고의 이야기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어두워요.;ㅅ;



속은 이렇습니다. 나중에 공방에서 잠깐 듣고 깨달았지만 이 책들은 예술제본으로 다시 만들어질 것을 어느 정도로 염두에 두고 출판된 책이라 합니다. 표지가 다른 책보다 약한 편이거든요. 그래야 뜯고 다시 가죽 제본을 할 때 편하니까요.


책 등은 많이 상해있습니다. 그래도 책 만드는 데는 문제 없습니다. 근데 보고 있자니 사람의 손이 많이 탄-누군가 많이 읽은 책이란 생각이 드네요. 저 갈라진 선 하나하나가 종이 묶음(대수) 위치니 말입니다.

아, 그리고 이 책에서 빼먹은 사진이 하나 있군요. 이 책은 인쇄본이 아니라 활자본입니다. 책을 펴 보면 종이에 활자를 눌러 찍은 올록볼록한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활자본을 만져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지요. 와아....;;;



이쪽은 그렇게 예술제본으로 만든 책입니다. 책등 부분은 가죽이 아니라 천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마블지가 붙은 것을 보면 민소매 제본으로 만든 책입니다. 역시 빅토르 위고지요.


<발라드>라는 제목의 책이고 1845년 책입니다. 이 책은 뜯지 않고 놔두는 것이 낫지 않냐는 공방 분들의 이야기도 있지만 일단 제 손에 들어온 이상 .... 음훗훗훗훗.............



약간 물에 젖은 듯한 자국이 남아 있지요. 오래된 책이니 폰트(라고 해야하나 활자라고 해야하나;)의 느낌도 다릅니다. 이런 옛 글자들도 좋아요.


옛날 책을 보면 이런 글씨를 다시 복원해서 폰트로 써도 괜찮지 않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아니, 지금 모 책을 재 편집해야하는 상황이라 폰트나 출판 편집에 관심이 많아져서요. 아는 분께 윤명조가 좋다는 이야기를 듣긴 들었는데 아직 출력해보지 않아서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다음 주에는 직접 편집해보고 출력해서 봐야겠습니다. 후훗.



자아. 이제 슬슬 천 자르러갑니다. 위키 주머니 만들 천은 골랐으니 잘라야죠.>ㅅ<
오늘 저녁 홍대 북새통에 갔다가 드래곤 라자 종이박스판이 들어온 걸 보았습니다. 와아. 책 수가 많은데다 두껍기도 하니 보통 책 박스에 그게 몇 질 들어가지도 못하던걸요. 한 박스에 달랑 네 세트 들어있다던가요. 나무 박스는 별도로 들어왔습니다. 위 아래에 마분지를 대서 나무 박스만 따로 들어왔는데, 거기에 종이박스 세트를 넣어 판다는 모양입니다. 저녁 때 들어온 걸 보니 내일 오전에 풀리려나 봅니다.


주문하신 분들도 빠르면 이번주, 늦어도 다음주까지는 도착하겠다 싶네요~.





하늑 양장본은 언제쯤 도착하려나~. 예전 판본을 뜯어서 재제본하겠다는 생각도 이번 사태로 홀랑 다 날아가고, 아마 책이 도착하면 고이 책장에 모셔다가 한동안 손도 안 댈 것 같습니다. 하기야 외전을 다시 손대서 본 것이 엊그제의 하늑 리뷰 직전이었으니까요. 양장본=개정판이 나온다 한들 엔딩만 확인하고 그대로 묶어두겠지요.

로드 다아시나 마일즈 시리즈는 (여러 가지 의미로) 손대고 있지만 하늑은 이번에 그럴 마음이 싹 달아났고 드래곤 라자는 애초에 생각이 없었습니다. 만들면 폼 날 책 중에 어스시 시리즈도 있지만 그것도 묘하게 손이 안나가네요. 다음에 만들 책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도 참 골치입니다. 아무래도 r님께 파일을 요청해서 편집부터 시작해야하나 싶습니다. 흑흑흑;

<타샤의 특별한 날>을 읽고 있다가 문득....;

2월의 행사로 소개된 워싱턴의 탄생일에는 연극을 한답니다.

(중략)
저녁엔 아이들이 준비한 연극을 보았지. 무슨 연극이냐고?
미국의 첫 대통령이 어렸을 때, 아버지가 아끼는 체리나무를 그만 도끼로 베어버렸어.
(이하생략)

응? 체리나무? 난 벚나무로 기억하고 있었는데?





3초 경과 후.





lllOTL




이 책 번역 좀 많이 마음에 안듭니다. 이전의 타샤 튜더 시리즈에서도 꽤 거슬렸는데 이번에는 나무즙이 딱 걸렸습니다. 3월은 나무즙을 받기에 좋은 계절이랍니다. 보통은 나무즙이 아니라 수액이란 단어를 쓰지 않나요? 아이들에게 해주는 이야기라고 해도 이런걸 풀어서 쓸 필요는 없다고 보는데요.

걸리긴 해도 내용은 마음에 드니 일단 계속 읽겠습니다.

투덜투덜투덜투덜
어제 총판 가서 씨엘 10권이랑 맛의 달인 56권 집어왔는데 말입니다. 계산하고 났더니 판타스틱 12월호가 보이더군요. 이번에는 뭐가 실렸나 봤더니 마일즈 보르코시건의 래비린스 합본입니다. 어쩔 수 없이 구입해야겠군요. 용돈 잔고 생각하고 사야겠지요.

요시나가 후미의 <어제 뭐 먹었어? 1>은 원서로 샀기 때문에 번역판 구입을 미루고 있습니다. 이 책의 분위기는 <사랑이 없어도 먹고 살 수 있습니다>와 닮아 있으니 구입하실 분들은 참고하세요. 보고 나면 부엌으로 달려갈 책입니다.

문학소녀 시리즈는 일본에서 완결 났다는데 왜 한국에서 번역본 나오는 속도는 이리도 더딘가요. 하기야 번역하는 속도를 생각하면 이것도 그리 느린 것은 아닐진대, 마음이 급한 것이겠지요. 어쨌건 정 안되면 원서라도 사보고 싶으나 환율이 협조를 안해줍니다. 흑.

<두나의 서울 놀이>는 구입을 망설이는 중입니다. 두나의 런던 놀이나 도쿄 놀이는 그럭저럭 볼만했는데 이번엔 어떨지 모르겠네요. 집 주변 이야기가 많고 제과 이야기도 있다고 하니 속는 셈 치고 질러? 그러고 있습니다.

토요일에 지른 책은 이번 주 내로 도착할테니 생협 번개 때 들고 가겠습니다.

<나는 허브에 탐닉한다>는 구입여부를 조금 망설이고 있지만 조만간 지르겠지요. 지를 때 잊지말고 해리 포터 최종권도 질러야겠습니다.

부에노스 아이레스 탱고 클럽은 DVD 나오면 지르기로 했습니다. 흑.;

<귀를 기울이면>과 <하울의 움직이는 성>도 DVD 구입 예정. 그런데 <하울의 움직이는 성> 한정판에만 제작기가 들어가 있는 것 같은데 이거 중고로 구해야할까요.OTL

1. 이글루스의 지름 밸리에 올라오는 글이 현저하게 줄어든 것을 깨닫고 불황을 느꼈습니다. 특히 최근 며칠간은 글이 올라오는 속도가 굉장히 느립니다. 오오. 역시 불황은 지름신부터 잡습니다.

2. 그러는 저는 지름신이 붙어서 말입니다. 통장 잔고를 들여다보며 머리를 굴리고 있습니다.

3. 이전에 지름목록에 올린 마일즈 보르코시건 시리즈는 다 채웠습니다. 판타스틱 10월호 지르는 김에 8월호도 지르는 상황이 되어서 당황했지만 아마 한동안은 책 지를 일이 없을 겁니다. 자금 부족보다는 지를 책이 없다는 쪽이 강합니다. 물론 한 달 뒤에는 모았다가 한 번에 지를겁니다.'ㅂ'
.. 이렇게 써놓고 보니 오늘 아침에 결재한 책 한 권이 떠오르는군요. 으하하. 그건 도착하는 대로 원서와 번역서를 함께 찍어 놓고 올리겠습니다.

4. 올 12월에 사고를 칠까 말까 고민입니다. 블로그 들어오시는 몇몇 분이 알고 있는 그건 말고 다른 건입니다. 아니, 도대체 사고 칠 예정인 것과 사고 치고 있는 것이 몇 건이나 되는 걸까요? 저도 정리를 해야겠습니다.
하여간 새로운 사고 건은 지금까지 G에게만 이야기를 했으니 전혀 새로운 이야기입니다. 이번 사고는 문제 발생시 파급효과가 상당한 고로 고민하고 있습니다.=_=
일단 확정된 것도 아니고 보류와 실행 사이를 왔다갔다 하고 있으니까요.

5. 그럼 다음에 올라갈 지름 목록은 뭐가 있을까요?;

다얀 컬렉션 북을 모으는 도중 교보에서 다얀 관련 문고를 몇 권 발견했습니다. 처음 본 뒤로도 계속 문고들이 들어와 보이는 대로 집은 것이 은근히 많이 모였더군요. 물론 나온 문고를 전부다 구입한 건 아닙니다. 몇 권 못 산 것도 있고요. 지유가오카에 있는 와치필드 본점에 가면 해당 책들은 B5사이즈의 책으로 나와 있습니다. 같은 책을 문고본으로 다시 출간한 것이더군요. B5 책은 권당 1천엔 전후였다고 기억합니다. 지금 환율로는 절대 손 못대죠.;


몇 권은 다얀 시리즈가 아닙니다. 왼쪽 맨 위의 <다얀, 와치필드에>는 다얀이 와치필드에 오기까지와 그 뒤 첫 번째 모험을 다루고 있습니다. 다얀이 등장하는 소설 시리즈는 총 5권인데 그 중 첫 번째 이야기입니다. 그 오른쪽의 <다얀과 지탄>은 3권일거예요. 와치필드 이야기는 시공간을 뛰어 넘는 장대한 판타지인데 그 소설판은 저도 두 권만 달랑 구입했습니다. 나머지도 기회가 되면 구해야지요.

'다얀의 스케치 기행' 시리즈는 다얀의 작가 이케다 아키코가 여행을 다니면서 남긴 스케치와 기록 모음입니다. <이탈리아에 가자>, <영국과 아일랜드의 시골에 가자>가 보이는군요. 이 두 권 외에도 다양하게 나와 있습니다. 흑, 전 시리즈 수집을 하고 싶지만 환율이....
(아마 환율 이야기는 이 글 쓰는 내내 나올겁니다. 이러다 엔화 환율이 2천원을 돌파할까 무섭습니다. 21일에 사상 최고치인 1575.84엔을 찍었습니다.)

<요요의 약삭빠른(ちょこっと를 뭐라 해석해야할지..) 고양이 안주>는 만화입니다. 다얀이 주인공도 아니고 배경도 어느 해변이예요. 각 편마다 등장인물(고양이)의 이야기가 등장하고 그에 맞춘 음식 이야기가 나옵니다. 다얀 시리즈는 아니지만 가볍게 볼만합니다.

<타테시나 일기(蓼科日記)>는 타테시나 산에서의 여러 기록을 남긴 겁니다. 다얀의 스케치 기행과 비슷한 느낌입니다. 식물 묘사가 많습니다.


<와치필드, 12월의 이야기>와 <와치필드, 문의 건너편>은 와치필드의 1년 동안 어떤 행사가 있는지, 그 달 그 달의 주요한 이야기나 와치필드의 전설 등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중간에 다얀이나 이반, 마시의 이야기도 있고요. 이반이 등장하는 모 이야기는 정말 웃깁니다. <문의 건너편>은 말하자면 와치필드 기담집입니다. 누가누가 이런 무서운일을 겪었더라라는 내용인데 원래 와치필드는 요정과 괴물들이 공존하는 곳이니 어떤 일이 일어난다 한들 지구에서 일어나는 것만큼 기이하진 않지요. 양쪽 모두 와치필드 설정집으로 생각하고 보시면 됩니다. 하지만 다른 와치필드 책들에 비해 재미는 떨어진다고 생각합니다.
<사계절의 그림이야기>는 위의 두 책과 비슷하지만 방향이 조금 다릅니다. 다얀을 비롯한 여러 와치필드의 동물들이 겪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만화처럼 동화처럼 엮은 겁니다. 이것도 와치필드의 생활을 알기 위해서는 봐야할 책이고요. 표지만 컬러고 안쪽은 전부 흑백입니다. 4B로 그려 색칠한 것 같은 느낌도 드는데, 색연필로 그린 그림을 흑백으로 바꾼 건가 싶기도 합니다. 어느 쪽인지 모르겠네요. 다얀과 친구들의 귀여운 모험담이 주를 이룹니다.
 
<다얀의 컨트리 다이어리>는 그 옛날 탐험일기인가 하는 종류의, 야생 생활하는 법을 다룬 책입니다. 그래서 그림은 이케다 아키코가, 글은 시오노 요네마츠가 담당했습니다. 산 속에서 먹을 것 구하는 법이나 나무 구분하는 법 등을 재미있게 소개했습니다.

<다얀의 크리스마스까지의 12일>은 유레카 당일까지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크리스마스 축제까지의 모습을 하루하루 다룬 것입니다. 일러스트가 작아서 아쉽더군요. 이건 큰 책으로 구해볼 생각입니다.

<다얀의 수프 책>, <다얀의 재밌는 나라의 과자 책(일본어 발음으로는 다얀노오카시쿠니노오카시혼: 동음이의어)>는 둘다 요리책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수프 책은 4컷 만화 비슷하게 그림이 있는데 초기 작품이라 그런지 그림 느낌이 꽤 다릅니다. 수프 책 쪽 그림이 훨씬 귀엽고 펜화 느낌입니다. 그 이후는 거의 색연필 + 파스텔 톤이지요. 책 뒷부분에는 아예 요리법이 실려 있습니다. 수프 몇 가지는 해보고 싶어지더군요.

<연필화와 수채 다얀의 스케치 교실>은 제목 그대로입니다. 다얀의 스케치 기행에서 등장한 그림들을 어떻게 그리는가에 대해 소개하고 있습니다. 스케치북이 들어가는 가죽가방은 정말 탐이 나지만 제가 구입하면 그야말로 돼지목에 진주목걸이입니다. 물건 욕심이 많아서 가지고 싶은 것이지 제가 쓸 일은 없을테니까요. 그림은 그릴 일이 없습니다.; 연습하면 된다고 하지만 아직 거기까지 나가고 싶진 않습니다. 흑흑. 하지만 언젠가 구입하지 않고 만들게 된다면 또 모르지요. 그 때는 가방 둘러메고 나갈지도 모릅니다.
이 책과 연결시켜 볼 것이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입니다. 존 러스킨의 스케치 담론(?)을 곁들여 보시면 꽤 재미있을 겁니다.



집에 있는 다얀 문고는 이정도입니다. 지금부터는 다얀 컬렉션 북 못 읽은 책들을 마저 보고 아래 포스팅을 수정해야겠네요. 다음에는 다얀 캐릭터 상품 몇 가지가 나갑니다.

다얀관련 동화책이 있다는 것을 안 것도 월간 Illust를 통해서였을겁니다. 그리하여 e-hon에서 다얀으로 검색을 하고 다얀 컬렉션을 하나하나 주문하기 시작합니다. 용돈이 허용하는 한도 내에서 조금씩 모으다보니 그것도 꽤 분량이 되더군요. e-hon에 올라 있던 책들을 다 주문해 구하고 몇 년 지나자 한국에서 절대 나오지 않을거란 생각을 뒤엎고 비룡소에서 번역서가 나왔습니다. 이 책들은 아이들이 보는 그림책 수준으로 굉장히 간단한 이야기들입니다. 다얀과 다얀의 친구들이 와치필드에서 생활하는 모습을 짧게 다루고 있습니다. 하지만 삽화가 상당히 많고 이 삽화들이 와치필드의 캐릭터 상품으로 바로 연결되기 때문에 중요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시리즈 중 두 권은 사진에서 빠져 있습니다. 사진 찍는 날에 자리에 없었거든요. 한 권은 G의 책상 위에, 다른 한 권은 공방에 가 있습니다. 그 두 권은 따로 사진을 찍든지 해서 이후에 추가하겠습니다.

<마조리 노엘이 왔다!(마법의 서커스단)>: 마조리(마죠리) 노엘은 와치필드에 있는 단 하나의 서커스단입니다. 지탄이 속해 있고요. 다얀은 은근히 지탄에게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고 있어서 여기서도 그 이야기가 살짝 나옵니다.

<이반의 첫 여행(이완의 첫번째 여행)>: 이반-이완이라 번역했지만 러시아 이름이기 때문에 이반이 맞는 표기입니다-이 어떻게 와치필드에 오게 되었는가의 이야기입니다. 이반이 왜 벚나무와 관계있는지도 이 이야기에서 등장합니다.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고 싶어지는 이야기고요.

<다얀의 맛있는 꿈(동일)>: 꿈먹는 동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뒤의 바쿠는 모델이 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름도 그렇고요.
(추가) 사전에서 찾아보니 貊이 맞습니다. 윈도 사전에서는 북방민족 맥이라고 나와 있지만 다음사전에서 찾아보면 항목 세 번째에 맥이 나와 있습니다. 중국의 전설에서 인간의 악몽을 먹는다는 동물이랍니다. 형태는 곰, 코는 코끼리, 눈은 코뿔소, 꼬리는 소, 발은 범이라는군요. ... 그림만 봐서는 다른 동물이지만 이미지는 따왔을 법합니다.; 이 모습이라면 세상이 가르쳐준 비밀(우유당물어)에 나왔던 그대로인것 같습니다.

<치비쿠로 파티(그림자 축제)>: 치비쿠로는 그림자입니다. 치비쿠로의 날에는 와치필드의 모든 그림자가 모여 놉니다. 그 파티에 대한 이야기고요. 당연히 다얀의 그림자도 따로 놉니다.

<요루카의 하얀 손님(없음)>: 요루카는 와치필드의 명절입니다. 크리스마스의 이미지를 떠올리시면 되지만 축제의 유래는 크리스마스보다는 동지축제에 가깝습니다. 태양을 맞이하는 축제니까요.

<고양이 섬의 게으름뱅이 나무(없음)>
: 고양이회의(네코카이기)가 열리는 고양이 섬의 이야기. 지탄이 여기서 굉장히 멋지게 등장합니다. 훗훗훗. 그리고 그 게으름뱅이 나무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개다래나무 같거든요.




<비오는 목요일 파티(없음)>: 다얀과 개구리의 이야기. 비오는 목요일을 특별하게 만듭니다.

<마녀가 주운 아기(동일)>: 카시가리산의 세 마녀가 사고를 칩니다. 아루스(지구)에서 인간의 아기를 하나 데려와 마녀로 키우겠다고 하지요. 그 사건의 수습 이야기인데, 마녀들이 다얀과 사이가 별로 좋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 아닌가 합니다.;;;

<다얀, 다시 아기가 되다(없음)>: 다얀은 마녀들의 마법 때문에 아기로 변합니다. 하지만 이번은 마녀의 마법 때문이 아니라 다른

<다얀의 생일(동일)>: 와치필드에 온 다얀의 첫 생일잔치. 하지만 이 때 다얀은 꽤 큰 사고를 칩니다. 이야기의 소재는 앞서 밝혔듯이 잠미녀입니다. 으하하; 참고로 다얀의 생일은 7월 7일. 7시에 태어났다고 합니다.

<마시와 아빠(동일)>: 마시의 아버지는 굉장한 역마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달의 아주머니도 마시의 아버지가 어디있는지 모른다 하시니 정말 어디로 가셨는지 알 수 없지요. 그런 의미에서 마시 어머니는 대단합니다. 장녀인 마시를 포함해 아래의 꼬맹이들까지 훌륭히 키워내셨으니까요.

괄호안이 번역 제목입니다. 교보에서 다얀으로 검색하니 총 8권이 나오는데 판매가 부진해서인지 지난 도서전 때 할인 도서로 나왔다 합니다.
와치필드는 상대적으로 아버지의 역할이 적습니다. 원래 나이많은 동물들이 등장하는 일이 드물지만 주요 등장인물 중 하나인 마시의 어머니나 달의 아주머니도 성별은 여성이지요. 토끼쪽이 모계가 강해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른 책들도 더 읽어봐야 알 수 있겠지요.


다음 글에는 문고판 이야기를 올리겠습니다.'ㅂ'

마스터님께 빌린 Happy SF 2호를 보다가 문득 생각난 것들을 모아 적습니다.
「국내 출판된 SF에 대한 모든 것!」을 읽다가 생긴 궁금증들인데, 주로 제가 어렸을 때 읽었던 책들에 대한 것입니다.

1. 진 아울이었나. <석기시대의 아울라>는 목록에 안 보이는군요. 소개된 다른 작품들을 볼 때 이것도 있을 법 한데, 제가 본 부분까지는 없는 것인지 아니면 실리지 않은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동서문화사에서 <100만년 **>라는 시리즈로 6권 모두 소개되었습니다. 그 뒤 1992년에 정신세계사에서 <석기 시대의 여자 아일라>라는 제목으로 출간했습니다. 지진으로 부족을 모두 잃은 크로마뇽인 고아소녀가 네안데르탈인에게 받아들여진 뒤의 일을 모은 것인데요, 지금 생각하면 내용인 좀 ... ... 그렇습니다. 양쪽의 생활상에 대해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아닐진대, 네안데르탈인 쪽의 생활이나 문화에 대해 편견을 가지도록 만들었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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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있습니다. 330쪽에 나와 있군요.+ㅁ+ 하지만 내용 소개가 마음에 안듭니다.


2. 무슨 문고였는지도 잊었지만 애들용 문고로, 붉은 색 책등에다 앞 표지는 수채화도 유화도 아닌 어정쩡한 그림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지구 최후의 날>이란 제목이었다고 기억하고요. 딥 임팩트와 유사하게 행성 두 개가 지구로 돌진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뒤의 일입니다. 사람들은 대 패닉을 일으키고 그 중 일부 사람들은 지구를 탈출하기 위한 로켓을 만듭니다. 행성 중 하나는 지구를 치고 지나가지만 다른 하나는 그 와중에 태양계의 중력에 이끌려 지구의 자리를 대신 차지할테니 거기로 갈아타면(...)된다는 거였지요. 엔딩이 조금 뜨악-건너간 행성에서 토끼 비슷한 것을 잡아, 이걸로 파티하자~는 분위기였던 걸로 기억-했던 것 빼고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3. 그것도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전집이었나요? 도서관에서 본 거였는데 20권은 넘었다고 기억합니다. 비슷한 시기에 들어온 또 다른 전집은 추리소설이었는데 아주 흡족하게 다 빌려다보았습니다. 거기에 한국에는 정식 발매되지 않은 추리소설이 대거 끼어 있었거든요. 낸시 드류였던가, 지경사에서 <서커스 소녀의 비밀>이라는 책 달랑 한 권만 내 준 그 쥬브나일 추리소설이 있었던 겁니다. 그런 류의 추리소설이 대거 들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지금은 구할 수도 없을테고 다시 본다 한들 재미없다 할 것 같아서 다시 정식 발매 되기만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흑흑.
아, 본론은 그게 아니라..
같은 세트로 나온 것 같은 SF 전집도 있었는데요, 거기에서 기억에 남는 소설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이 목록에도 있을 거라 생각은 하는데 정확하게 어떤 건지 감이 안 잡히는군요. 삶이 무료해서 차를 몰고 가다가 절벽으로 떨어져서 자살을 했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여기는 미래입니다. 그리고 이 몸이 내 몸이 아닌겁니다. 자기의 혼이 다른 사람의 몸을 꿰어 차고 들어가 있었고 그게 모종의 실험 결과였다는 겁니다. 결말 부분만 확실하게 기억하는데, 몸을 빼앗긴 사람에게 자신의 몸을 돌려주던가 하고 자기는 비서인가 누군가, 하여간 여자랑 함께 하늘나라로 올라갑니다. 아니, 말 그대로 몸을 떠나 죽은거예요.;;

4. 옛날 옛적 완전학습이라는 문제지가 있었습니다. 이달학습과 완전학습 둘다 좋아했는데 편집은 완전학습쪽이 취향이었습니다. 어쨌건, 완전학습에 연재되던 SF 소설이 있었는데 이게 한국작가가 쓴 건지 외국작가의 작품을 번역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삽화를 떠올리자면 일본쪽에서 들여온게 아닌가 하는데 말입니다. 주인공 여자애가 입고 있는 치마가 무릎 위 20cm... (응?)
내용이 타임패트롤 쪽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시간을 종횡무진 움직이면서 얼굴은 20면상처럼 알려지지 않은 어느 괴도에 대한 이야기가 있었고, 주인공의 아버지는 형사였고요. 주인공도 몸캐릭터-가나와 비슷한 타입이었을테니, 따지고보면 QED와 조금 닮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 나이트 폴도 있군요. 이것도 어렸을 적에 도서관에서 빌려다 읽었는데 꽤 인상깊었습니다. 그 때 이걸 빌린 이유가... 추리소설이 읽고 싶은데 도서관에 있는 웬만한 건 다 읽었고, 그래서 그럴듯한 다른 소설을 찾다가 발견한 것 같은데 말입니다. 설정 때문에 그랬는지 마비노기를 시작할 당시에 달이 두 개 뜨는 것을 보고는 나이트 폴을 떠올리기도 했습니다.

6. 핵전쟁 후의 이야기에 다룬 소설도 예전에 한 권 읽은 것이 있습니다. 배경은 독일이었다고 기억하고요. 주인공은 누나와 부모님이 있는 4인 가족. 어느 날 가족 모두가 차를 타고 할머니 댁에 가는 도중 갑자기 이상한 폭풍을 맞습니다. 폭풍으로 인해 차는 완전히 망가지고 주변은 폐허가 됩니다. 할머니 댁이 더 가까워서 그쪽으로 걸어가는 도중 어머니는 여동생을 사산하고 사망, 간신히 할머니 댁에 도착했으나 할머니는 핵폭탄이 떨어진 뮌헨에 일이 있어 가 계셨기 때문에 생사 불명이고, 그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습니다. 정확한 상황은 나오지 않지만 그저 뮌헨에 핵폭탄이 떨어졌고 그 때문에 독일 사람들이 극심한 고통을 겪는다는 설정인듯 합니다. 누나도 핵폭풍을 정면으로 맞았기 때문에 백혈병으로 사망합니다. 결국 살아 남은 것은 아버지와 아들뿐이었지요. 폭탄이 떨어진 이후 몇 년간이나 어렵게 살아가지만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간다, 희망은 있다는 내용입니다. 장면 묘사는 나가사키와 히로시마의 원폭보다는 체르노빌 사태를 참고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어쨌건 제목이 기억 안납니다...;


7. 응? <세상의 모든 딸들> 3권이 야난의 아들 이야기였나요? 1-2권과는 완전히 다른, 외전이라고 알고 있었는데 말입니다. 하도 오래전에 읽어서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말입니다.
지금 교보에서 검색해보니 제 기억이 맞나봅니다. 1-2권은 야난의 이야기, 3권은 야난의 부족(아니 혈족이라고 해야하나..)과 관계가 있고 야난과도 간접적인 인연이 있는 남자아이가 주인공입니다. 양쪽 이야기 모두 결말이 취향이 아니어서 기억하고 있었지요.


8. <전갈의 아이> 내용 소개가 왜 저래요! 입에서 불을 뿜고 싶은 심정입니다. 흑흑흑.. 저것만 두고 보면 온유한 감정 교류 작품으로 보이지만 실제 읽어보면 처절한 자아성찰 및 성장소설이라고요.


9. 으허허. <스핑크스의 저주>도 소개되었군요. 고등학교 때 추리소설이 읽고 싶은데 하도 읽을 것이 없어서 손 댔다가 좌절했던 작품인데 말입니다. 그 때는 셜록 홈즈 완역판이란 것도 없었습니다.-_-y~


10. 초등학교 다닐 때 말입니다, 방학 때만 되면 위쪽에서 내려온 과학 소설과 과학 관련 무슨 서적들을 팔았습니다. 사이즈가 B5였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리 두껍지 않았습니다. 방학 동안 과학에 대한 관심을 키우라는 이유였겠지요. 지금에 비하면 천양지차? 과학을 그렇게 강조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여간 그 때 <앞으로 30년>, <앞으로 50년> 등의 꽤 재미있는 미래 예측 책들도 봤습니다. 기억나는 것 중에는 앞으로 30년 내에 "배양 용기에 담긴 고기 세포를 집에 가져가 배양 해서 고기를 먹게 될 것이다"는 것도 있었는데 지금 생각하면 미친듯이 웃을 수 밖에 없는 이야기로군요. 앞으로 12년 남았습니다.
거기에 추가로 SF 소설도 있었습니다. 위의 목록에서 본 기억은 없는데 대강 훑어봐서 그럴거라 생각합니다. 절대 없을리 없거든요. 워낙 유명한 소설이라..
홈즈-왓슨처럼 세트입니다. 왓슨에 해당되는 쪽은 주인공의 절친한 친구로, 키가 조금 작고 땅딸막하며 성격이 조금 나쁩니다. 주인공은 엄친아였다고 기억하는데, 그것도 일반적인 엄친아가 아니라 무려 세계 뭐시기 기구의 최연소 의원인가 뭔가입니다. 주인공이 자기의 정체를 드러내는 방법이 팔에 힘을 주는 거였습니다. 힘을 주면 근육 안에 어떻게 해서 염색인지 문신인지 한 마크가 떠오른답니다.'ㅂ' 제가 본 것은 로봇 스파이를 찾는 것이었는데 모두 인간으로 밝혀진 다음 누가 스파이인지 최종적으로 찾는 방법이 재미있었습니다. 로봇 3원칙의 함정이라고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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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강 이정도. 이렇게 되면 Happy SF도 사야하는군요. 목록 체크해보고 도서관에 있는 책들을 찾아봐야겠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교보문고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9월 말에 주문한 책 두 권이 들어왔다는군요. 생각보다 빨리 들어왔다 싶어 그날 당장 교보문고 일서란에 갔습니다. 마침 중순이기도 해서 제가 보는 잡지들도 들어왔고, Cafe Sweets는 놔둔채 MOE만 일단 집어들었습니다. 그리하여 MOE와 에스페란사 7권, 용기단 외전 ONE DAY ANOTHER DAY의 세 권을 챙겼습니다. 용기단 외전 가격은 세금 포함 557엔, 에스페란사가 578엔입니다. MOE는 790엔이고요. 그럼 총 1925엔인겁니다.
계산은 항상 교보국민카드로 합니다. 카드를 긁고 영수증을 나와 받아 들어 집에 와서는 가계부를 적다가 문득 떠올렸습니다. 위의 두 만화책을 주문할 당시 저는 1만원 초반이 나올테니 용돈에는 그렇게 부담이 안될거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MOE 11940원, 에스페란사 8360원, 용기단 8060원, 도합 28360원. ...........................응?
그 보름 전, 10월 2일에 찾아온 음양사 소설판은 17150원. 1400엔짜리 책입니다. 엔화 총계는 525엔이 올랐는데 원화로는 1만원이 오른 셈입니다.


최근 가장 높은 환율이었던 1450엔은 IMF때보다도 높다고 기억하는데 말입니다. 달러 오른다고 난리치는 와중에 엔화 상승 이야기는 묻혔습니다.-_-; .. 뭐, 저렇게 투덜거려도 15배 주고 원서 사던 때도 있으니 괜찮다 ........... 라고 생각할리 없지요. 한동안 일서 주문은 자제할겁니다. 차라리 그 돈으로 엔화를 사서 일본 갈 때 질러올거예요. 흑..


에스페란사와 용기단 구입 이야기는 다음 글에 따로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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