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느 날의 이야기

K: 이번 제2롯데월드 사건으로 롯데가 싫어졌어. 이제 이용 안 할래.
어머니: 어이구, 그럼 네가 좋아하는 대기업은 뭐가 있어?
K: LG!
어머니: 아, 그래.

뭔가 허무 개그 같지만 실제 상황이었습니다.-ㅂ-;
묘하게 대기업 중에 제게 미움 받는 곳이 한 두 군데가 아니라서 말입니다. 직접적으로 불매, 불이용을 고집하고 있는 곳도 있고 미우면서도 그냥 이용한다는 곳도 있지만 정말 이곳 저것 떠오르는 곳들을 보면 이상하게 선호도-호불호가 확실히 갈립니다.

- 삼성은 당연히 불호. 하지만 핸드폰은 개통 당시부터 지금까지 죽 애니콜입니다. 하지만 다음에 바꾸게 된다면 LG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통신사는 KTF.

- 삼성과 더불어 CJ, 신세계(이마트) 등도 불호입니다. CJ의 불호도는 신세계보다 더 높습니다. 어차피 이마트는 이용하지 않은지 한참 되었지만 신세계는 백화점 중에서는 호에 들어가는지라 종종 이용합니다. 집에서 가장 가기 편한 곳이 신세계 본점이거든요. 거기 말고 이용하는 백화점은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정도? 그 외에는 가질 않습니다. 롯데 백화점의 경우 카드 이야기와 연계해서 다시 다루겠습니다.; 신세계야 삼성 불호에 끌려가는 느낌이 강하지만-경영자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도 있고;-CJ는 뚜레주르 체인점을 운영하기 시작하면서 확고한 불호입니다. 그러나 영화는 CGV에서 봅니다. 1년에 두 번 정도 가나요? 작년에는 조금 많이 가서 네 번이었을겁니다.(아마) 집에서 가장 가까운 영화관이 CGV입니다. 국민카드 포인트로만 보고 있지요. 하하.

- 롯데는 이전부터 좋아하지 않았지만 이번 건으로 확실히 불매 들어갔습니다. 덕분에 군것질값이 확 줄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의 상당수가 롯데와 롯데삼강이었군요.

- 월드콘이나 구구콘 대신 부라보콘을 집어 들고 있는데 이것도 꽤 괜찮습니다. 요즘에는 거의 차이가 없군요. 어차피 가장 좋아하는 통 아이스크림은 투게더인데..

- 빙그레가 한화것이라는 이야기를 최근에 듣고 좌절했습니다. 한화는 모체 기업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다(한국화약), '권력과 돈을 가진 아버지의 일방적인 보복극' 때문에 기업 이미지가 바닥을 쳤습니다. 후훗. 하지만 찾아보면 또 한화와 관련해서 제가 이용하고 있는 곳이 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보험은 교보입니다. 그건 확실히 아니군요.

- 음식 이야기로 돌아가서, 농심도 불매 대상입니다. 레토르트는 무조건 CJ 배제, 인스턴트와 라면류는 농심을 빼고 구입합니다. 라면은 먹는 일이 드물지만 먹는다면 삼양라면을 먹지요. 신라면이 더 맛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가끔 하지만 어차피 자주 먹는 것이 아니니 상관없습니다. 뭐, 찬장에 있는 라면이라면 그냥 적당히 꺼내서 먹는걸요. 하지만 다른 건 몰라도 인스턴트 자장면은 절대 짜짜로니! 짜파게티는 비교가 안됩니다. 짜짜로니가 훨씬 더 맛있어요. 수프 차이라고 하는데 확실히 그런가봅니다. (아아. 설 연휴에 짜짜로니와 삼양라면을 끓여먹고 싶어지는 이 상황.-ㅠ-;) 그래봐야 최근 라면 섭취량은 한 달에 1개 꼴도 안됩니다.
새우깡은 잘 안 먹고, 짠 과자 중에서는 포스틱을 좋아하는데 최근에는 손도 안댔군요.

- 그럼 과자중에서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는? 당연히 동양=오리온.

- 덧붙이자면 CMA도 동양입니다.

- 은행에 있어서는 딱히 대기업 어쩌고는 없습니다. 주 거래가 제일은행과 국민은행이군요.

- 네이버는 삼성 라인이더군요. 삼성이든 아니든 어차피 네이밥은 입맛에 안 맞습니다. 그런고로 주 검색엔진은 다음. 맛집 정보는 네이버 블로그를 이용하긴 합니다. 하지만 1차 검색은 언제나 이글루스. 근데 NEXON도 NHN라인이었습니까?

- SK는 G와의 트러블이 생기면서 점점 이미지가 확 나빠졌습니다. 선경까지는 이미지가 좋았는데 교복문제(브랜드 가격 담합 및 가격 상승), 싸이월드 클럽들에서의 상거래 금지, 저작권 문제 등으로 기분이 확 상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글루스가 SK에 인수되는 것을 알고는 잽싸게 이사한 겁니다.-ㅂ-;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SK는 대기업 티를 팍팍 내니까요. 소통부재, 경직된 구조, 앞뒤 꽉꽉막힌 모습으로 보입니다.

- 하지만 주 이메일은 대기업의 수준을 넘어서 공룡(아파토사우르스급?) 기업인 핫메일. 미소년(MSN)을 주로 쓰다보니 주 이메일은 핫메일입니다. 대신 업무용 메일은 다음=한메일. 업무메일과 주 이메일은 확실히 분리되어 있습니다. 공적메일과 사적메일로 불러도 되겠네요.



싫다는 대기업이 워낙 많다보니 어머니가 저런 이야기를 하신건데 묘하게 LG는 기업 이미지가 (제겐) 좋습니다. 묘하죠. 부딪힐 일이 없어서 그런가요? 하여간 노트북 구입을 고려하면서 작년부터 열심히 정보를 찾아다녔을 때도 무조건 삼성은 배제했습니다. 덕분에 구입 희망 노트북이 정확하게 한 모델로 고정될 수 있어서 작년부터 열렬히 사랑에 빠져 있었지요. 그 사랑은 지금 Wiki로 결실을 맺..........(거기까지.)

적고 보니 저 참 속좁은 인간이란 생각이 듭니다. 허허허허허허......................


2. 카드 이야기.
제 명의의 카드가 상당히 많아서 정리할 필요를 느꼈습니다. 그런 고로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롯데카드. 집에 롯데카드가 두 장이라, 잘 쓰지 않는 제 쪽을 정리하려 한 겁니다. 그리하여 전화를 걸었더니 '고객님, 롯데포인트가 21000점 사용 가능하신데 해지하시겠습니까?'랍니다. '아니오.' 당연히 포인트를 쓰고 해지해야지요. 어쨌건 해지하겠다고 하니 올 한 해의 연회비는 면제해준다고 합니다. 그건 일단 다음 일이고, 일단 포인트를 써야하니 어디서 쓸까 하다가 가장 가까운데서 쓸 수 있다면 역시 롯데백화점이라 생각하여 거길 갔습니다. 롯데마트는 가장 가까운 것도 멉니다.
하도 오랜만에 롯데백화점을 갔더니 사람은 또 왜이리 많답니까. 사람 많은 곳은 질색인데다, 롯데는 신세계처럼 슈퍼마켓 부분이 따로 분리되어 있지 않습니다. 게다가 통로가 좁아 다니기 정말 힘들어요! 그보다는 롯데가 신세계 지하 식품매장보다 더 크긴 합니다. 크더라도 그렇게 매장들을 우겨 넣은 것과 산만한 동선배치는 마음에 안들지만 포인트를 쓰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지요. 일단 우유와 저지방우유와 바나나우유와 요거트를 사고는 물러납니다. 그리고 뱅글뱅글 돌며 여기저기서 포인트를 씁니다. 쓰는 과정에서 꽤 재미있는 사실을 알았는데 이거 1천원 단위로 사용가능하네요? 5천원 이상이면 현금처럼 쓸 수 있고 롯데 계열사면 어디든 쓸 수 있다고 하던데-덕분에 계열사 목록검색하다 TGI가 롯데에게 넘어갔다는 사실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1천원부터 사용가능하다는 건 처음 알았습니다. 처음 써보는 것이었고, 어쩌면 제가 1천원 단위로 사용가능하다는 글귀를 못 보고 넘어갔을 수도 있으니 넘어갑니다.
중간 중간 동전과 지폐를 준비해가며 포인트를 잘 쓰고 마지막 남은 포인트를 털어 쓰기 위해 취영루에 가서 만두를 삽니다. 카드를 내밀면서 포인트로 결재해달라 하고는 영수증을 받아 돌아섰습니다. 마지막까지 깨끗하게 잘 털어썼다고 만족하며 무의식 중에 영수증을 내려다 보는데 포인트가 그대로입니다. 엥? 다시 확인해보니 카드 결재가 되어 있고 포인트 적립이 되었습니다. 어머나. 확인을 요구했더니 대뜸' 포인트로 결재하시겠다고 하셨어요? 미리 말씀하셨어야죠.'라며 짜증을 내십니다. 옆에 있던 G가 벌컥 화내는 것을 제가 역으로 화내서 제지하고 승인 취소 후 포인트로 재결재를 합니다. 백화점을 나오는 내내 G는 서비스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고, 저런 것은 사과를 받아야 한다고 버럭버럭 화를 냅니다. 저야 확실하게 포인트 결재를 해달라며 카드를 내밀었고, 그러니 제대로 듣지 못하고 카드 결재 처리를 한 직원이 사근사근한 응대 없이 화를 낸 시점에서 뚜껑이 열리고 김이 빠졌습니다. 다음부터는 이 가게를 이용하지 않겠다, 롯데백화점 이용은 더더욱 하지 않는다고 말입니다. 어차피 이용도 하지 않을 것, 카드 포인트 때문에 온 것이었으니까요. 아무리 그래도 그 포인트로 크리스피 크림을 살 생각은 들지 않았고(혈당치가;) 롯데리아에서 쓰긴 더 아깝고 말입니다.

내일 카드 업무를 볼지 어떨지 모르지만 내일 업무를 하지 않는다면 수요일에 바로 해지할 생각입니다.-ㅂ-


그나저나 교보국민카드의 유지여부도 고민입니다. 5% 차감 할인인데 차감을 받는다 한들 크게 느낌이 와닿지 않아서 말입니다. 그래서 차감할인보다는 즉시할인이 좋아요. 어차피 올해는 교보에서 책을 많이 살 것 같지도 않은데, 그냥 그쪽은 해지하는 것이 연회비 없애는 길이기도 하겠지요. &d가 있으니 국민카드는 계속 쓰겠지만 말입니다.


3. 최근에는 던킨에 다니고 있습니다. 스타벅스에 발을 끊고 나서는 어디를 갈까 했는데 던킨이 의외로 괜찮더군요. 다른 것보다 요즘 던킨이 행사중이라 던킨 커피를 1900원에 마실 수 있어서 그런 것이기도 하지만 맛 수준(?)도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와 비슷합니다. 오늘의 커피가 더 진하고 쓰고 시기 때문에 물이나 우유를 타지 않으면 마시기 힘들다는 것이 다릅니다. 던킨 커피는 그래도 그냥 마실 수 있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츄이스티에 맛을 들여서 갈 때 마다 하나씩 집어 먹고 있습니다. 왕~ -ㅠ- 미스도는 LG 라인(정확히는 GS)이긴 한데 매장이 많지 않고 음료가 던킨보다는 비싸죠. 폰데링이 츄이스티 원조이긴하지만 요즘 나오는 츄이스티를 보건데 크게 차이는 없어보입니다. 던킨, 애썼다. .. 그래도 크롤러는 미스도가 더 맛있습니다. 가격을 생각하면 던킨쪽을 선택하겠지요. 엔젤크림도넛 하나에 1500원이라. 훗.
최근 나온 던킨 커피 중에 카페오레란 것이 있어서 호기심에 시켜보았습니다. 예전에 읽은 어느 커피 관련 책 중에 카페라떼는 에스프레소에 우유를 섞은 것, 카페오레는 드립커피에 우유를 섞은 것이라고 하길래 그걸 알고 이름을 붙인건가 싶었는데 맞습니다. 던킨 카페오레는 보통 커피에 스팀우유를 섞은 겁니다. 그러므로 카페라떼를 기대하고 마시면 맹탕으로 밖에 안 느껴집니다. 물론 익숙해지면 그냥, 스타벅스 오늘의 커피에 우유 섞은 맛 정도죠. 오늘의 커피가 더 진하니까 그보다는 맹하긴 하지만 제게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가격이 2200원이라 그런 것도 있지요. 다만 그걸 모르고 마셔서인지 이걸 사 마신 날 제 옆에 있던 어느 남학생 둘은 '야, 왜이리 맹해? 이거 맥심 커피 믹스 여섯 개 타고 놔둔 것 아냐?' '싼 이유가 다 있다.' 등의 평을 하더군요.

.. 그렇습니다. 저, SPC 은근히, 아니 대놓고 좋아합니다. 던킨도 파리바게트도 배스킨라빈스도 다 좋아요. P5도 좋아요. 그래도 대학로 모처의 배스킨라빈스는 직원 교육을 제대로 못 시켜서 응대가 영 아니라 갈 마음이 전혀 안듭니다. 흥! 거기에 파리바게트는 마지막으로 간 것이 언제적인지 기억도 안나고, 배스킨라빈스도 간지 오래되었지만 말입니다.;

4. 오늘의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전 이만 책 읽으러 갑니다.

더 미뤘다가는 아무 글도 안 나올 것 같아서 짧게라도 씁니다. 너무 길게 쓰면 뒤이어 올라갈 다얀 글이 안써질겁니다. 글을 길게 쓰거나 하면 기운이 죽 빠집니다.


이글루스가 SK에 인수되었을 때 바로 박차고 나온 것은 SK가 대기업이기 때문입니다. 간략히 말해 대기업이 작은 기업 혹은 벤처를 인수했을 때는 뭔가 원하는 것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대기업의 목적은 수익 창출이고, 인수한 곳이 수익창출에 도움이 될거라 판단해서 인수를 했을 거란겁니다.

- 요약: SK가 이글루스를 인수한 건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 이유는 아마 수익창출일 것이다.


그러나 대기업과 벤처의 차이는 저 수익창출에 있습니다. 벤처나 작은 기업은 자금이 굴러가는 한도 내에서 그리 큰 이익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일단 직원 월급 나오고 기업이 잘 굴러가고 앞으로도 그러리란 보장이 있으면 현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앞으로의 개발도 필요하겠지만 그건 상황 봐가면서 하면 되고 그리 급할 것이 없습니다. 여유를 두고 가면 되는 겁니다.
하지만 대기업은 다릅니다. 큰 기업들은 현재의 수익 창출에 만족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수익을 창출할 것인가에 대해 생각합니다. 그리고 인수해서 자신들의 직원이 된 사람들에게는 계속해서 일할 것을 요구합니다. 주 단위, 월 단위, 분기 단위로 얼마나 일을 했는지 업무 내역서라든지를 요구할겁니다. 내(대기업)가 일을 시키고 그 댓가로 돈을 주는만큼 받는 돈이나 그 이상의 업무를 하라고 하는 겁니다. 문제는 이거죠. 얼마나 업무를 했는지 가시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겁니다. 서류에 어떤 일을 했다고 적을 수 있는 일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눈에 보여야 합니다. 특히 수치로 보여야 좋습니다.
이렇게 되면 일하는 사람들은 일을 만듭니다. 본인이 하는 기본적인 유지 업무 외에 새로운 업무를 끊임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대기업에서 사람들이 피폐해지는 이유중 하나가 이런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지만 주변에 대기업에 다니는 사람이 없어서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확인할 수는 없지만 여기서 생각을 한 발짝 더 보낸다면 새로운 업무를 끊임없이 만드는 과정에서 뱀의 다리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업무도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붙였다가 그냥 떼면 붙인 의미가 없으니 붙였다가 조금 잘라내고 닭발을 붙이거나 돼지발을 붙인다는 것도 생각할 수 있지요. 물론 비유적 표현입니다.

- 요약: 대기업은 성과를 요구한다 → 그에 대한 압박으로 사람들은 뱀의 다리를 붙였다 떼는 것 같은 일도 일부러 만든다. 비효율적인 업무도 발생할 수 있다.


성과를 요구하면서 나타나는 직원들의 피폐 때문에 작은 기업에서 일할 때와는 달리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간의 상호 대화도 질이 떨어집니다. 제공자 쪽은 그리 질이 떨어지지 않는다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용자는 예전과 분위기가 다르다, 뭔가 삭막하다라는 식으로 느낄 수 있겠지요.'ㅂ' 이부분은 이글루스를 이용하면서 나온 불평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예전처럼 상호소통하는 서비스 변경이 아니라 일방적으로 내려오는 서비스 변경이란 것도 그런 곳에서 나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그리고 대기업에 들어간다는 것은 예전보다 결재단계가 많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SK 인수 전의 작은 이글루스에서는 어떤 사항에 대한 공개도 자체적으로 의논해 결정할 수 있었지만 인수 후에는 SK 내부의 작은 팀에 불과하니 팀장과 그 윗선에 보고하고 그 지시를 기다려야합니다. 의사소통 단계가 훨씬 길어질테고 이번 사태처럼 서비스 변경에 대한 공지가 갑작스레 나온 것도 그런 부분을 염두에 두어 생각해봄직 합니다. 그러니까 SK의 상위 결정층에서 이글루스도 11월 중으로 연령 제한을 풀어라라고 지시가 왔다고 가정해봅시다. 이글루스 팀에서 그 지시가 사용자의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의견을 내서 그 의견이 위로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는, 다시 말해 내부 의견이 조율되는 것이 예전보다 시간이 오래 걸렸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결론이 나면서 그런 의견 조율은 기업 내부사정이니 사용자들에게 공개하지 말고 대외비로 하라고 지시가 함께 내려왔다면 이글루스 팀은 어쩔 수 없이 따를 수 밖에 없지요.

- 요약: 대기업에 들어가 하부구조가 되었기 때문에 의사소통라인(결재라인)이 굉장히 길어졌고 이글루스 팀은 그 때문에 경색되었을 수 있다.


이글루스 자체를 하나의 커뮤니티로 본다면 이번 사태는 이전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보았던 운영진의 경색과도 닮아 있습니다. 조금은 말입니다. 하지만 이누이트들은 사용자이고 SK는 서비스 제공자이며 이글루스 팀은 SK의 직원입니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이글루스에서 대규모로 인원이 빠져나가고 이 공백을 메울 수 없다면 이글루스라는 블로그 서비스가 또한 사라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덧붙이자면 전 성과주의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모든 업무에는 결과가 있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나 성과가 없으면 무슨 의미가 있는가?

지난번에 어느 분께 이 말을 듣고는 속으로 울분을 삼켰던 적이 있었지요. 눈에 보이는 결과나 성과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눈에 보이는 시점이 일주일 뒤일지, 한 달 뒤일지, 1년 뒤일지, 10년 뒤일지는 모르지 않습니까. 그렇게 성과를 쫓아가다보니 기초과학과 인문학이 부실해지는 일도 생기는 것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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