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책이었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앞의 문장에 부사가 여럿 붙었는데, 원래 이 책을 빌리면서 기대했던 것은 도시 농업이었기 때문이니다. 도시 한 복판에서 이뤄지는 자투리땅 농사나, 옥상 정원을 이용한 농사 같은 도시 농업 말입니다.

제가 책 제목을 잘못 읽었더군요. 도시농업에 대한 책이 아니라 도시청년이 농업에 뛰어 들어 좌충우돌하다가 결국은 살아남은 이야기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귀농해서 성공한 극소수의 케이스가 쓴 책인 겁니다. 대부분의 경우에는 실패하고 도시로 돌아가거나 합니다. 성공한 사람은 많지 않아요.


저자인 히사마쓰 다쓰오는 누차 '만약 농사를 시작한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에게 찾아와 농사일을 배우고 싶다고 하면 쫓아낼 것이다'라고 말합니다.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농사를 하겠다, 키우는 걸 하고 싶다는 것만으로는 아무것도 안된다는 겁니다. 농사일에 뛰어들던 당시의 저자는 요령도 없고, 사고도 많이 치고, 농사일에 필요한 기술들을 갖춘 것도 아니고. 그저 열정만 가진 새내기 농부였던 거죠. 솔직히 농사를 짓기 전에 거품경제 막차를 타고 대기업에 입사했을 때의 설명을 읽어도 '이 사람, 사회생활하기 힘들겠다' 싶은 부분이 있었습니다. 군대에서 말하는 고문관 스타일에 가깝습니다. 새내기에, 풋콩에, 초짜인 주제에 이것이 옳다는 가치관은 확실하게 가지고 있어서 왜 이렇게 하는 거죠? 라고 하는 스타일. 물론 관료제적인 사회 생활에 매몰되는 것도 좋지 않지만 이렇게 튀어 나온 사람도 주변 사람 힘들게 하는 것은 마찬가지입니다. 허허허. 그럼에도 뭔가 독특한 것이 있었으니 회사 다닐 때의 사람들 중 몇몇에게는 관심을 받았던 거겠지요.


아마도 농사 시작한 초기에 가정경제를 이끌어 나갔던 것은 부인이었을 겁니다. 회사를 그만둘 당시 부인이 있었고, 말리지 않고 하도록 내두었다고 하니까요. 막무가내인 이런 남편을 만나서-라는 생각은 역시 나이 들어 떠오르는 것이고.;



농사일을 하면서 좌충우돌하고, 누군가를 스승삼아 배워나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던 히사마쓰가 그럭저럭 농사일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끈기가 아닐까 합니다. 연수로 들어갔던 농장에서도 좋지 않게 그만두고 나온 모양인데, 그 뒤에 밭을 얻어 경작한 이야기를 보면 끈기 있고 꾸준하게 노력했다는 것과, 그런 경험을 손 사이로 흘려 보내지 않고 계속 기록으로 남겼다는 것이 나옵니다. 특히 컴퓨터 도입 초기에 농사월령가(...)와도 같이 농사일 기록을 남깁니다. 그리고 그 다음해에도 그 기록을 바탕으로 경작 준비를 하고, 활동 준비를 합니다. 지금은 그 기록 자체를 클라우드로 공유하여 농장이건 집이건 확인하고는 그날의 업무를 알아서들 결정합니다. 즉, 현재 히사마쓰 농원에서는 집에서 그날 그날의 업무를 확인하고 업무 목표치를 확인한뒤 일정을 조정하고 달성합니다. 그런 시스템이 갖춰졌으니 다들 적응해서 그럭저럭 일하는 것이겠지요. 아니, 그럭저럭 일한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다들 알아서 잘하니까요.



농사일을 시작하려는 사람들이라면, 귀농을 생각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 읽어볼만합니다. 다만 제목의 작고 강한 농업은......; 몇 년 전에 유행했던 강소농과 최근에도 유행하는 작지만 강한 기업이라는 단어가 생각나서 그리 유쾌하진 않습니다. 작고 강하려면 그만큼 경쟁력을 가져야 하는데, 과연...?




히사마쓰 다쓰오. 『작고 강한 농업: 도시 청년, 밭을 경영하다』, 고재운 옮김. 눌와, 2016, 13000원.


쓰는 내내 농삿일과 농사일 중 어느 쪽이 맞는가 고민했는데 사전 진작에 찾아볼 걸 그랬네요. 사이시옷 안 들어가는 농사일이 맞답니다.:)

책의 내용을 요약하면 제목에 적은 그대로라고 생각합니다. 부제가 '미국의 뿌리는 어떻게 뽑혔는가'인데, 기술이 발달하면서 대규모 농작이 가능해지고, 그 때문에 대규모 농장들이 등장하면서 소농민들이 무너졌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까지 농업과 관련해서 읽었던 여러 책들과도 맥락이 닿아 있지만 솔직히 이 책에서 주장하는 바에 다 공감하는 것은 아닙니다.


책의 저자인 웬델 베리에 대한 여러 수식어가 많긴 하지만 솔직히 어디까지가 진짜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대학교수였다가 농부도 했고, 철학자이기도 하고 시인이자 소설가이기도 하답니다. 겸업이 다 가능한 직업으로 보이지만 현재 무엇을 하느냐에 대해서는 정확한 언급이 없네요. 사상가이자 문필가라는 소개를 보니 글쓰는 것은 꾸준히 하나 봅니다.

솔직히 저는 이 사람이 말하는 농업의 근본에는 완전히 동의하지 않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게, 그렇다면 대규모 농업과 그로 인한 소출을 완전히 포기해야하는 것인가 싶었거든요.

저자가 말하는 미국 농업은 초원의 집에서 등장하는 소규모 농업입니다. 소작농도 아니고, 작은 땅덩이를 소유하여 거기서 나오는 농작물을 시장에 내다 팔고 밭에서 키운 여러 작물을 통해 일부의 식량 자급도 하는 그런 모양입니다. 그리고 그런 바탕에서 지역 사회에 기여하고 지역 사회 공동체를 이루고, 문화의 근간이 되는, 그런 작은 농업 말입니다.

그랬던 것이 농업의 기계화를 통해 대규모 경작지가 증대하고, 그러면서 여러 농민들은 소작농이 되도록 몰리고, 대규모 작물 재배는 외국에 수출해서 소득을 올리는 것에 중점을 두며, 땅과 호흡하고 함께하는 그런 문화에는 관심을 두지 않습니다. 보다보면 농업 혁명에 대해 지나치게 비관적이지 않나 싶더라고요.



대규모 경작과 단일 작물 재배로 가장 이득을 본 것은 어떻게 보면 인류입니다. 물론 땅은 망가지고 문화는 무너지고 종의 다양성도 마찬가지로 점점 축소되었지만, 생산량 증대는 인류의 폭발적 인구 증가와도 연결됩니다. 그게 다시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점이 문제죠. 단기적으로는 이득이었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그리 좋지 못한 선택이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대규모 농업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은 걸립니다. 음, 지나치게 자연으로 회귀하여 옛 생활로 돌아가자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 타샤 튜더는 삶으로 보여주지만 이 사람은 글로 보여주고 있구나 하는 생각? 그래서 100% 공감하지 못했다고 말하는 겁니다.


어쩌다보니 요즘 농업이나 공동체에 대한 책을 많이 보게 되는데 지방에 내려와서 그런가봅니다. 어느 책을 읽어도 속 시원하게 답하는 건 아니다라는 점은 마찬가지지만 뭐...=ㅁ=



웬델 베리. 『소농, 문명의 뿌리』, 이승렬 옮김. 한티재, 2016, 19000원.


무난하게 읽어 내릴 책은 아니라...; 거의 슬렁슬렁 넘어가며 읽었지만 번역투가 여럿 섞여 있었다는 건 걸립니다. ~해지다는 표현이 몇 번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한국에서도 몇 년 전부터 도시농장이라는 것이 유행하고 있지요. 현재진행형인지는 모릅니다. 뭐, 올해 본 기사 내용 중에는 도시양봉이 있었으니 현재진행형일 것 같긴 합니다. 도시녹지의 다음 단계를 도시농업으로 보는지라. 솔직히 도시 농업에는 그리 공감하지 않습니다. 도시 농업은 농업을 지나치게 얕보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거든요. 이 책을 보면 농사짓기라는 것이 얼마나 많은 자원을 쏟아야 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종자나 비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력 말입니다.


노벨라 카펜터는 히피 부모 아래서 태어나 대학을 나온 뒤, 애인인 빌과 함께 자유롭게 떠돌며 생활합니다. 그러다가 정착한 곳이 오클랜드입니다. 거기서도 이곳 저곳을 떠돌다가 저렴한 슬램가의 집 2층을 차지하고, 그 옆의 공터에다 조금씩 먹을 것을 키웁니다. 처음에는 채소 몇 종만 키우다가 어느 날부터 그 규모는 점점 커집니다. 벌을 키우고 오리와 닭과 칠면조와 거위를 키우며, 그 다음에는 돼지를 키웁니다. 이 책의 끝은 돼지를 잡아 맛있게 먹는 겁니다.(...)


책의 시작은 소포입니다. 소포 안에는 거위와 오리, 칠면조와 병아리가 있습니다. 이들은 거실에서 자라다가 곧 옆의 공터로 나갑니다. 집 주인은 공터에 뭔가를 키우는 걸 묵인하지만 나중에는 한 번 뭔가를 시도합니다. 실패로 돌아갔지만 그래도 묵인해준다는 것만해도 어디인가요.

양봉 이야기가 나오면 앞서 DIY와 관련된 책 한 권이 떠오르지만 이쪽은 성공합니다. 무사히 양봉에 성공해서 꿀을 땁니다. 하지만 항상 좋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원래 이 지역은 빈민가니까요. 범죄도 자주 일어나고 살인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이 못사는 건 아닙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평범하게 살아갑니다.


그와 대비되는 것은 저자인 노벨라의 언니입니다. 노벨라의 언니는 일하다가 프랑스 남자를 만나 결혼합니다. 노벨라는 첫 조카를 보기 위해 프랑스까지 날아가는데, 사돈댁-그러니까 형부의 부모님과 할머님은 농사를 오랫동안 지었다는군요. 아니, 그냥 농부가 아니라 글의 맥락에서 느껴지는 것은 프랑스의 부농에 가깝습니다. 넉넉하게 살면서 삶을 즐기는 그런 농부말입니다. 어떻게든 생활비를 아끼고 생존하기 위해 농사를 시작한 노벨라와는 상당히 다릅니다. 그래도 거기서 토끼를 어떻게 해체하는지 배웁니다. 닭과 칠면조는 맛있게 잘 먹었지만 중간에 친구에게서 맡아 키우기 시작한 토끼는 아직이었거든요. 하지만 이 토끼도 훌륭한 식사가 됩니다.


노벨라는 그 해 여름에 농장에서 나는 것만 가지고 식사하기로 결심합니다. 정확히는, 채집과 수렵과 농사를 통해 얻은 음식만 가지고 식생활을 꾸미는 겁니다. 채집은 근처의 과일나무에서 얻은 몇몇 과일을 의미하고 수렵은 농장에서 얻은 고기, 농사는 키워낸 채소입니다. 그리고 자기가 얻은 수확물을 교환해 얻은 식사는 가능합니다. 재미있는 프로젝트였지만 결과는 예상대로입니다. 얻는 칼로리가 확 줄어들면서 몸무게도 덩달아 확 줄어듭니다. 신경질이 늘고 빌에게는 입냄새가 지독해서 키스할 수 없다는 말까지 듣습니다. 그게 한 달이어서 망정이지 그보다 길었으면 아마 건강이 망가지지 않았을까란 생각이 듭니다.



그 프로젝트 앞서 시작한 것이 돼지였지요. 돼지 두 마리를 낙찰 받아서 도시의 온갖 음식물 쓰레기통을 뒤져 돼지를 먹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느 음식점을 하나 발견합니다. 도시에서 돼지를 키우고 있다는 말에 흥미를 느낀 음식점의 직원이 음식점 주인인 요리사를 소개했고, 요리사는 노벨라에게 돼지 해체하는 방법과 훈제하는 방법을 가르치기로 약속합니다. 앞서의 농사일은 반쯤은 재미로, 반쯤은 생활로 시작했다 하면 돼지는 더 진지한 단계입니다. 그냥 텃밭이 정말로 농장이 되어가고 새로운 기술을 익혀가는 바탕이 되니까요.



약 1년간의 이야기는 돼지를 도축하고 훈제하면서 마무리됩니다. 이웃들도 많이 바뀌고 주변도 바뀌지만 농장은 계속된다는 이야기로 마무리가 되는데 재미있기도 하지만 생각할 것도 꽤 많더군요. 읽다보니 저도 도전하고 싶은 생각이.. ... .. 이러면 안되는데 말입니다.




노벨라 카펜터. 『내 농장은 28번가에 있다』, 정윤조 옮김. 푸른숲, 2011, 12000원.


중간에 빼먹었지만 노벨라가 농장을 시작한 계기 중 하나는 어머니의 이야기입니다. 노벨라의 부모가 잠시 시골에 들어가 농장을 운영했을 당시의 고생담을, 노벨라의 어머니가 기회가 될 때마다 매번 이야기했거든요. 결국 그 시골 생활 후 부모가 이혼했지만.....=ㅁ=



덧붙임. 이 책을 먼저 읽고 그 다음에 블루베리책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장바구니에 묘목 담아 놓는 짓을 하죠..ㄱ-;

이 책은 도시 농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룹니다. 2008년의 금융위기 당시는 이미 먼 옛적 이야기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 밀가루를 비롯하여 식자재의 값이 엄청나게 뛰어오른 것은 기억합니다. 한국은 그래도 반응이 덜했던 것이, 주식에 해당하는 쌀 가격은 심각한 정도로 뛰어오르지 않았다고 기억합니다. 다만 그런 원자재 가격이 뛰면서 덩달아 외식비용도 증가하긴 했을 겁니다.


하여간 이 책은 그 금융위기의 식량값 폭등에서 시작해, 자연재해가 몰려와 식량난을 더욱 가중시킬 경우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먹을 것을 생산하는 것이라는 생각으로 이어집니다. 한국 사례가 아니라 독일 사례입니다. 그러니 조금 더 현실성이 있는 걸까요.

책에도 언급이 되지만 대부분의 대도시는 식량 공급이 끊어질 경우 딱 3일을 버틸 수 있다고 합니다. 제가 봤을 때는 3일이나 버티냐 싶기도 하지만요. 지금 제 냉장고에는 달걀 하나, 우유 반 팩, 주스 반 팩, 쌀 약간, 사과 여러 개만 들어 있습니다. 그것 가지고는 3일은 무리일겁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쌀만 있으니까요. (그건 반찬에 해당하는 것이 카레라.-_-)


읽는 동안 공감과 반감이 교차하더군요. 상당 부분은 반감에 가깝긴 합니다. 현실적으로 이것이 가능한가라는 문제. 거기에 독일이라면 모를까, 서울에서는 매연을 먹고 자란 식물을 믿을 수 있는가라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일반 도시농업이 아니라 옥상 농업이 기능하는지도 모릅니다. 개인적으로는 도시 농업 혹은 자투리땅 농업을 다룬 책으로는 차라리 『텃밭의 기적』이 더 와닿았습니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이 책은 사례만 수집했습니다. 이러한 시도가 진행중이다-라고. 다시 말해 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지속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여러 국가의 이야기를 모았지만 그건 연구보고서처럼 외국의 사례를 조사한 수준에 지나지 않아요. 이런 종류의 연구 보고서에 등장한 내용은 50%쯤 깎고 들어갑니다. 실제 그만큼 성공하고 잘 운영된 사례는 많지 않을 거다라고 말이죠.



기억에 남는 부분을 골라 적어보았습니다.



p.19

(중략) 흙으로 스며든 물은 소금을 만들기 때문이다.

앞 뒤 이야기를 붙이면, 인공 급수가 나쁘다는 이야기입니다. 인공 급수를 하면 흙으로 스며든 물이 소금을 만들어 토양을 망가뜨린답니다.

정말? H₂O가 어떻게 NaCl로 변하는 거죠?



p.26

FAO는 <2050년의 세게를 어떻게 먹여 살릴까>라는 보고서에서 바이오연료 계획이 전 세계적인 식량 안정성을 위협하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같이 언급되었듯이 옥수수가 문제죠. 사료용 옥수수, 바이오 연료용 옥수수, 액상과당용 옥수수.



p.35-36

1850년 도시 권역에 방목된 소는 2만 마리가 넘었다. 역사 기록을 보면 매년 소가 25만 톤, 말이 20만 톤의 배설물을 도시에 쏟아냈다. 밭에서 채소와 과일을 키우기에 충분한 양이다. 이렇게 해서 런던은 먹거리의 대부분(80퍼센트)을 자급자족했다.

정말? 배설물 처리도 굉장히 힘들지 않았던가요. 그걸 채마밭에 써서 환원했던가..?


다만 그 뒤에 이어지는 독일 밤베르크의 자급자족 이야기처럼 도시 내에 작은 채마밭을 여럿 만들고 관리하여 도시 자체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상당히 멋집니다.



p.40

전기를 사용하여 인공적으로 '농장'을 만드는 건 그닥 취향에 안 맞습니다. 60쪽에서 지적된 대로 에너지 소비문제가 상당하죠. 게다가 그 농장 자체를 만드는데도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니 손익분기점을 넘으려면 상당히 고생해야 할 겁니다.



그 뒤에는 죽 정원이나 텃밭 임대, 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이런 것 좋아요. 자투리 땅에다가 밭을 일구는 그런 것. 협동농장과 비슷하게, 농장과 농부 자체를 임대하여 공동으로 운영하는 농장도 있더군요. 협동농장인데, 아예 전업 농부를 두는 겁니다. 거기서 고기와 유제품, 달걀, 채소 등 다양한 식재료를 공급받고요. 이런 형태도 재미있는데 100 헥타르의 농장이 90가구 300여 명의 식량을 공급하며 성인 한 명당 150 유로, 아이는 그 절반을 매월 회비로 납부하여 운영한답니다.(p.84) 4인 가족으로 따지면 성인 3사람 몫. 그러니까 450 유로일 테고 ... 의외로 월 회비가 비싸네요. 현재 환율로는 60만원 조금 안됩니다. 1인 가족이라면 그럭저럭 견딜만 한데 4인 가족으로 따지니 비용이 만만치 않아서 말입니다.


강가 습지 같이 빈 땅에 공동텃밭을 만드는 경우도 있답니다.(p.104) 다만 이런 시도가 있던 오스트리아는 텃밭이나 과실수를 가로수로 심는 것에 대한 상당한 반감이 있는 모양입니다.


유럽은 공동경제권을 만들면서 인근 지역에서의 농업을 상당부분 포기한 모양입니다.(p.113) 그러고 보니 엊그제 교보에서 얼핏 지나친 어느 책은 로하스, 근거리 지역의 상품만 소비하는 생활을 시도한 미국 가족 이야기를 다루는데, 범위가 반경 350km더랍니다. 이리되면 일단 커피는 물건너가고..? 이렇게 따지면 한국은 전국 어디서든 대부분의 식자재를 공급받을 수 있지요. 단 제주도는 남쪽지방에만 공급이 가능하겠네요.


취리히도 게릴라 가드닝이 있었던 모양입니다.(p.119) 한국은 있던가요? 지방도시에서는 자투리땅에 고추든 호박이든 심는 일이 종종 있죠.



p.172

(중략) 아이들이 열심히 운동하도록 만들거나 브로콜리를 먹이려는 모든 노력은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그들에게 요리를 해줄 때만 성공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건강에 좋은 것을 가려 먹고 균형 잡힌 식사를 할 수 있도록 가르칠 부모의 능력은 갈수록 더 많은 어머니들이 직장생활에 나서기 시작한 20세기 중반부터 극적으로 줄어들었다." (중략) 1996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18-24세 사이의 여성 3분의 2가 요리를 전혀 할 줄 모른다는 결과가 나왔다.

음, 그럼 남자는요? 지금 조사한다면 또 어떨까요? 이미 20년 전 연구니 말입니다.


그 뒤에 이어진 이야기에 따르면 음식 강좌랑 요리 과정에 참여한 아이들이 더 건강한 식생활을 유지한다는군요. 음식도 교육이 필요한 겁니다.



p.203-204

부지를 확보한 뒤 거기에 나무를 심어 목재를 통한 수익을 노리는 사람 이야기가 나옵니다. 과실수를 심으면 지저분해진다고 주변 주민들이 싫어했다는군요. 거기에 채소를 위한 공동 텃밭 같은 것은 지저분한데다 쥐 같은 불청객도 끌어 들인답니다. 으으음. 저는 동의하지 않습니다만. 주택지 주변에 자리잡은 부지에다가 나무를 심어 목재로 수익을 내려면 그거 최소 10년은 묵혀야 하지 않나요. 과연?



p.212

일본의 사례를 들면서 세이카추 클럽이라 번역했는데, 이건 生活클럽이니까 세이가쓰 클럽이라고 표기하는 것이 맞습니다. 아마 Seikatsu를 철자 그대로 읽었나봅니다.

214쪽에는 NTT가 옥상에서 고구마를 심고 급수를 하여 온도 하강이랑 작물 수확으로 일거양득의 수익을 올렸다고 합니다. 근데 어떤 규모로 심었길래 식단에도 쓰고 독한 술도 빚고 판매도 한 거죠?; 녹색 고구마란 이름으로 시장에 출하되었다는데, 그렇다면 아마도 미도리 고코이모..?



p.240 스리랑카가 도시 한 곳에서 벌인 녹색 운동이 있었다는데..

스리랑카의 성공을 이끈 요인은 무엇일까? (중략) 그래서 농업 문제와 도시 식생활 문제를 국가 정책에 의식적으로 반영했다. 스리랑카는 도시 농업과 도시 텃밭 그리고 이를 주로 경작하는 여성에게 정치적 지원을 강화하는 세 가지 법안을 발효시켰다.

맞벌이가 아니니 가능한 거죠. 맞벌이라고 해도 보통은 여자쪽이 일일 잡역을 하는 경우가 많으니 직장을 가지고 꾸준하게 출근해야하는 상황은 아닐 겁니다. 그러니 텃밭 가꾸기를 추가적으로 하는 것이 가능하고, 정 안되면 집안 식솔, 즉 노부모나 아이들의 일손을 빌리겠지요. 설마하니 한국에서 이런 식으로 도입할까 무서워서 그러는 것이 맞습니다. 정치적 이야기는 여기까지만.



그리고 그 뒷부분은 반쯤 졸면서 보아서 제대로 확인은 못했네요. 여러 사례를 모으긴 했지만 어느 정도까지 믿을 수 있을지 미지수입니다. 하하하.... 하여간 덕분에 소개된 사례 중 하나에서처럼 곡물 포대를 화분 대신 써서 작물을 재배하는 방법을 새로 배웠습니다. 내년에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빌프리트 봄머트. 『빵과 벽돌: 미래 도시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김희상 옮김. 알마, 2015, 16000원.




영어로 하면, It's so good, But... 쯤?

(최근 번역 작업이 조금 있어 그렇습니다. 허허허허.-_- 게다가 다음주까지 번역해야하는 것이 약 34장. 으음;)

원제는 The sheer ecstasy of being a lunatic farmer입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원제를 그대로 옮긴 겁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이 책 내용을 잘 설명할 것은 없습니다. 책의 내용은 맨 뒤에 있는 감수의 글을 보면 아주 잘 정리가 되어 있으니 그걸 조금 옮기겠습니다.

1부: 토양의 재생을 이야기 한다. 소의 방목과 퇴비의 사용, 풀농법을 통해 토양이 유기물을 축적하도록 하며, 동물성 사료의 섭식을 통해 발생하는 광우병도 피할 수 있음. 가금류는 소규모로 운영하고, 연못을 만들어 물울 관리함.
2부: '정상적인' 식품을 생산하라. 화학비료, 가축구충제, 유전자조작생물, 전리방사선 처리, 고과당옥수수시럽, 청량음료, 가공식품을 피할 것.
3부: 동물들의 본성에 맞게 키울 것. 기계는 가능한 덜 사용할 것. 가축 품종은 가능한 지역 토착종을 선택할 것.
4부: 농업은 비즈니스임. 최고의 엘리트가 농업 분야에서 일해야함. 또한 직거래를 유도하고, 로컬푸드가 되도록 할 것.

자아. 본격적인 이야기를 풀기 전에 제가 가지고 있는 북미 지역의 농부는 어떠한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요. 아주 간략하게 표현하면 빨강머리앤과 초원의 집입니다.-_-; 소설이 가져다 주는 이미지는 아주 강력하군요. 전 양쪽 모두 실사는 보지 않았거든요.
커스버트 집안은 사과 과수원을 합니다. 거기에 여러 종류의 밭을 가지고 있지요. 대부분의 경우 농작물은 재배해서 밖에 팔고, 인력은 두 남매 외에 사람을 사는 것으로 해결합니다.
초원의 집은 조금 다릅니다. 농사를 짓는 것은 거의 아버지가 합니다. 딸들이 돕기도 하지만 그렇게 많은 수준을 돕지는 않습니다.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지요. 같은 농업이라 해도 근교농업이라 할 수 있는 와일더 집안의 농업방식과 잉걸스 집안의 농업방식은 사뭇 다릅니다. 잉걸스는 식비를 버는 것에 급급한 소농에 해당된다면, 와일더 집안은 훨씬 농업 규모가 크고 재배 농작물도 다양하며 훨씬 부유합니다. 잉걸스 집안에서는 수박먹는 이야기가 한 번도 안 나왔습니다. 와일더는 수박을 먹을뿐만 아니라 얼음을 잘라다가 창고에 보관하기도 합니다. 농사나 집안 재산 규모가 다르기도 하지요.

왜 이 이야기를 하냐면, 이런 책을 읽고 머릿 속에 쌓았던 일반적인 농업의 이미지가 이 책을 읽는 동안 와장창 깨졌기 때문입니다. 그런 농업은 꿈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듯, 그런 농업은 박제화된 농업이고, 현재의 농업은 그런 것과 거리가 멉니다. 뭐, 이 책에서도 내내 공무원과 정부 관료들은 비난의 대상인데 보고 있노라면 그게 이해가 됩니다. 미국의 농업보호법이나 농산물가공법 등은 정말로 아주 괴이한 것이 많습니다. 이 책 말고 앞서 보았던 『텃밭의 기적』과는 같지만 다른 곳을 보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향이 다를뿐만 아니라 솔직히 이 책이 훨씬 더 과격합니다.

일단 이 책의 저자와 저는 정치적이나 경제적, 여러 사상적인 부분이 안 맞습니다. 저자는 작은 정부를 주장하며 복지를 생각하지 않습니다. 심지어는 오바마도 건강보험 개혁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한줄이었지만;) 비난을 받더군요. 뭐, 한국처럼 건강보험이 일상화 된 세계에 오면 뭐라 하려나요. 하하.;
하여간 그런 부분에서 충돌하는 점도 많습니다. 도시에 살고 있다보니 도시 빈민층의 모습이 더 강렬하게 보이죠. 농촌지역의 빈민층은 어떤지 모르겠습니다. 보통 농촌 지역의 경우 '재배'가 가능하다보니 아주 심각하지 않은 이상은 엥겔계수는 낮은 편이라고 봅니다.(물론 제 생각이니..ㄱ-) 하지만 도시 빈민은 조금 다르죠. 일용직이 많고 벌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수준이 되기도 합니다. 이건 거주비용의 여부와도 관련이 있....

...엉뚱한 곳으로 새는 것 같으니 다시 돌아보죠.


1부의 농법 자체는 상당히 좋습니다. 땅을 해치지 않고 그 안에서 운영을 합니다. 다만 저자의 폴리페이스농장은 총 면적이 222헥타르, 67만 3천 2백평이랍니다. 저는 이게 얼마나 되는지 감이 안옵니다. 1평방킬로미터는 아니지만 하여간 아주 많이 넓은 땅이라는 것만 애매하게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정도 넓이의 땅은 한국의 농업에서 가능성 있는 규모가 아닐 겁니다. 아마도. 음, 제가 떠올리는 한국의 축산업은 모두가 다 소규모입니다. 산 아래에 공장 건물과도 닮은 축사를 짓습니다. 아니면 비닐하우스를 짓지요. 가금류 방목이나 축산 방목의 경우도 산 아래쪽 비탈진 곳에다가 적당한 넓이의 땅을 놓고 거기에서 풀 뜯는 정도. 그것도 소는 풀 뜯는 기간이 그리 길지 않지요. 사료가 주식이고 풀은 부식 정도에 가깝지 않나 생각합니다.

저자는 소나 가금류 방목이나 둘다 넓은 땅에다가 키우라고 합니다. 단, 그 넓은 땅을 효율적으로 쓰라고 하고요. 소의 경우 주기적으로 방목을 하되, 초지를 일년생 풀이 아니라 다년생 풀이 자라도록 하랍니다. 그러는 것이 탄소고정(큐티하니아닙니다..ㄱ-)에도 효율적이고, 소가 그 풀을 먹고 탄소를 다시 땅으로 돌리는 것도 훨씬 효율적이라고요. 자세한 이야기는 책을 보시고요.

돼지도 방목을 합니다. 대신 돼지 몸무게가 34kg이 되기 전에는 목초지에 풀지 않습니다. 커야지 무엇이든 싸울 수 있으니까요. 물론 상대가 은수저의 곰이라면 조금 다르겠습니다만. 하여간 돼지들은 들판 아니면 숲속 계곡에 들어가 있게 하고, 가시덤불이나 잡초의 관목 등을 파헤치고 덩이줄기, 도토리, 히코리 열매, 굼벵이, 지렁이들을 먹습니다.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숲의 개간이나 벌목, 잡목 제거 효과도 노릴 수 있겠지요. 은근히 산의 풀베기 작업도 입목 과정에서 골치 아프다고 알고 있습니다
돼지들의 역할 중 하나가 소의 깔짚을 뒤집어서 발효시키는 겁니다. 여기서는 피게어레이터 돼지라고 하는데, 한겨울 몇 개월 간만 초지에 있던 소들이 축사에서만 지내며 건초를 먹습니다. 그 때 축사에 깔짚을 깔아주는데, 깔면서 그 사이에 옥수수를 군데 군데 뿌립니다. 그리고 몇 주 뒤 소들이 초지로 나가면 돼지를 거기에 밀어 넣습니다. 돼지는 옥수수 알갱이를 찾아 먹기 위히 깔짚을 뒤집어 놓고, 사람이 손으로 소의 배설물과 깔짚을 뒤섞어 공기를 넣을 필요 없이, 그 작용을 돼지들이 알아서 합니다. 일석 이조죠.

그런 농법이 나오는 부분은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지만 그럼에도 회의적이었습니다. 한국에는 적용하기 쉽지 않을 거예요. 가금류는 (질소 성분이 많아) 배설물이 상당히 독하기 때문에 매번 자리를 옮겨 줘야 합니다. 다시 말해 한 곳에서 정주하는 현재의 한국식 유기 방목은 좋은 방목 방식이 아니라는 겁니다. 만약 이 책에서 나오는 것과 같은 방목장을 만들기 위해서는 땅이 얼마나 필요할까요.; 시골에서 그런 땅을 구입하고 관리하고 거기에서 닭만으로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할까요. 토종닭으로 할 경우, 책에서는 1년에 한 마리가 25개의 달걀을 낳는답니다. 100마리면 겨우 1년에 2500개. 거기에 닭고기는 굉장히 질깁니다. 야들야들한 것과는 거리가 멀어요. 물론 오래 폭폭 끓이는 요리에는  잘 어울린다지만 그걸로 과연 수익을 내서 살 수 있을까요?
돼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소의 경우도. 그 넓은 땅을 가지고 관리하고, 소득을 내고, 땅을 척박하지 않게 만드는 농법을 고안하고 실험하고, 각 가축의 토종 종자를 계속 개발해 토착종을 만드는 시도를 계속하고.

쉽지 않습니다. 한 두 해에 할 수 있는 일이 아니고, 전체가 다 최소 몇 십년 단위로 해야 하는 일입니다. 더 정확히는 대를 이어가며 농업을 해야 가능합니다. 그것도 쉽지 않아요. 요즘 세상에 누가 자식이 농업하는 것을 찬성하겠습니까. 이런 일을 하려면 어렸을 때부터 농업 환경을 접하고, 그것에 익숙한 상황에서 부모로부터 이전 농업에서의 경험과 기술을 익힌다면 모를까 그게 아니라면 단절되기 쉽죠. 게다가 현재와 같이 농업으로는 밥 벌어 먹고 살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만다면 더더욱 어려울 겁니다.

저자는 거기에 미국 특유의 상황을 더하더군요. 세금, 가공과 관련된 여러 법적 제재, 대를 이어 농업하는 농가에 대한 무배려, 기업적 농업을 훨씬 더 장려하는 미국 특유의 분위기도 추가해야겠네요.


워낙 많은 이야기가 있고, 워낙 많은 태클이 있었던 지라 자세히 적다보면 한도 끝도 없을 겁니다. 다만 『은수저』 12권에 나온 돼지 방목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서도 언급이 있습니다. 아마 앞으로도 하치켄이 고생하겠다 싶더군요. 더 공부해라 하치켄.=ㅂ=


조엘 샐러틴. 『미친 농부의 순전한 기쁨』, 유영훈 옮김. 알에이치코리아, 2012, 15000원.

이 책도 구입 여부를 두고 조금 고민하고 있습니다. 집에 공간만 있다면 아무런 고민 없이 샀을 텐데. 무엇보다 이 책은 시간을 안 타는 책이거든요. 앞부분의 여러 농법에 관심이 있어서 두고두고 보고 싶은데, 아무래도 ... 라고 하고 교보를 들어가보니 품절.ㄱ-; 음, 이 상태로 더 안 나올 것 같습니다. 이 책은 원서로 봐도 이해가 잘 안될 건데 중고로 구할까 말까...;
부제는 도시 농부의 씨앗을 찾는 여행인데, 원제는 Taste, Memory: Forgotten Foods, Lost Flavors, and Why They Matter입니다. 제목 참 길지요. 해석하면 '맛과 기억: 잊힌 음식, 잃어버린 향, 그들은 왜 중요한가'쯤 됩니다. 마지막 부분은 사실 구글 번역을 돌렸지요. 하하하; 저라면 그냥 그들은 왜 문제가 되는가 정도로 적었을 겁니다.


원제와 번역서 제목이 상당히 차이나지만 읽고 나면 번역 제목도 상당히 잘 어울린다 생각합니다. 원제는 학술서적 같지만 번역제목은 다르잖아요. 하지만 다 읽고 나면 도시 주변의 작은 땅들이 텃밭이 되고, 그 텃밭이 잃어버린 음식과 향과 과일과 채소들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하는지 알게 됩니다.
노아의 방주에는 모든 종류의 동식물을 담았다고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 종자보존 프로젝트는 이름을 방주라고 합니다. 문제는 노아의 방주가 아닌 다른 방주들이 그랬던 것처럼 방주가 무너질 경우 그 속에 있던 동식물은 멸종한다는 겁니다. 생물다양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여기서 논할 것은 아니고, 하여간 방주가 무너지면 생물다양성 역시 무너집니다. 하지만 방주, 다시 말해 종자보존 프로젝트는 그리 돈되는 내용이 아니다보니 지원이 적다는 군요. 그렇기 때문에 미국도 다양한 종류의 종자들이 살아 남기만을 바랄 뿐 그 이상의 어떤 것은 하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더랍니다.

이런 때 중요한 것이 민간 지원이지요. 말이 민간지원이지, 실은 취미에 가깝습니다. 일 잘하는 사람도 좋아서 즐겁게 하는 사람들을 못 당한다고 하죠. 양덕이 괜히 양덕인가요. 좋아서 즐기며 하는 일이니 일로 하는 사람들이 당해낼 재간이 없는 겁니다. 마찬가지로 종자보존도 특이한 것 모으고 키우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참가를 한다면 방주가 분산됩니다. 여러 개의 방주가 있다면 하나가 무너진다고 해도 다른 곳의 방주에서 생물은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저자는 이런 저런 일을 하며 기웃거리다가 비교적 최근부터 이렇게 특이한 채소를 재배하고 희귀한 사과나무나 복숭아나무 등을 찾아 심었습니다. 땅은 빌렸고요. 본인의 땅은 없지만 다른 여러사람들에게 안 쓰는 농지나 공터 등을 빌립니다. 대도시에서는 옥상에서 재배하기도 한다는데, 여기는 포틀랜드 주변이라 그런지 그래도 작게 작게 남아 있는 땅들이 많답니다. 농부들 중에서도 휴경지를 빌려주는 사람이 있고요. 그렇게 땅과 사람을 연결하는 단체도 있는 모양입니다.
채소를 재배하고 과일나무를 키우다가 점점 사업은 확대되어 농부의 시장(farmers' market)에 출품하기도 하고, 거기에서 농작물을 가공해 사과주(cider)나 스무디를 팔기도 합니다. 이 모든 재료는 작은 텃밭에서 재배한 희귀한 혹은 멸종해가거나 더 이상 상업적으로 재배되지 않는 관목과 유실수에서 나옵니다. 결국은 행복한 열린 결말로 끝을 맺고요.


사과나무 키우는 법에 대해서도 여기서 처음 제대로 알았습니다. 사과나무 접목하는 방법이 아주 잘 나오더라고요. 기회가 된다면 저도 접목을..-ㅁ-; 아니, 그보다 한국에 그렇게 접붙일만한 희귀 유실수가 있을지는 모릅니다. 뭐, 딱히 희귀하지 않더라도, '맛은 있지만 생산성이 낮아서 상업 재배에서 밀려난' 유실수면 충분합니다. 아니면 토종 유실수라거나요. 보고 있노라면 직접 재배하고 싶다는 망상(...)이 들더랍니다.


데이비드 뷰캐넌. 『텃밭의 기적』, 류한원 옮김. 디자인하우스, 2014, 15800원.


제목에도 적었지만 이 책은 구입예정입니다. 아무래도 이런 책이 취향이라..=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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