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어머니가 법랑편수냄비의 바닥을 홀랑 태우신 것에서 비롯됩니다. 별 일도 아니었지요. 손님에게 차를 대접하기 위해 물을 올렸다가 그 사실을 까맣게 잊으신겁니다. 문제는 그것이 집에 있는 유일한 편수냄비였다는 겁니다. 손잡이가 한 쪽에만 길게 달린 거라 밀크티 끓일 때는 그만한 것이 없지요. 물 끓일 때도 말입니다. 집에 있던 작은 물주전자 몇 개가 비슷한 이유로 사라진 뒤에는 그냥 냄비만 고집하고 있는데 그것마저도 태운겁니다.
어머니가 작년에 사오신 휘슬러 냄비세트에서 빼다 쓰자는 의견은 기각. 그리하여 한동안 집에 있는 작은 냄비를 써서 밀크티를 끓였습니다. 그런고로 위의 사진은 그 사용예입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저 냄비가 괜찮더군요. 역시 어머니가 여행 다녀오시면서 늘어난 냄비인데, 다른 냄비들보다 높이가 높습니다. 냄비 지름보다 높거든요. 얕은 냄비에다 끓이면 우유가 넘칠 것 같아 높은 걸로 하자고 쓴 건데 의외였습니다. 냄비가 무겁다 했더니 그건 바닥이 두꺼워서 그런 것이고,거기에 우유를 끓였더니 잘 넘치지 않습니다. 우유 거품이 올라오긴 하나, 법랑냄비를 쓰던 때와는 다릅니다. 그래서 또 한 번 냄비욕심에 불이 당겨졌다는 이야기입니다.(먼산)

휘슬러 냄비세트는 어머니가 저나 G 결혼할 때 들고 가라면서 사오셨습니다. 하지만 어머니들이 간과하시는 것. 있잖아요. 저도 유럽여행은 언젠가 갈겁니다. 그리고 그 때 제가 장만해오면 되지 않습니까. 하하하....
(하기야 냄비보는 눈은 살림 3*년차이신 어머니가 더 낫겠지만요.)

 

이 사진을 찍은 다음날, 어머니는 물 끓이기의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시고-제 성화를 못이겨서...라고는 생각하지 않으렵니다;-새 편수냄비를 사오셨습니다.-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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