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켄과 행복이 가득한 집을 같이 보다면 기사가 같은 내용을 다루는 것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같은 레스토랑이 신규 오픈이나 리뉴얼 등의 기사로 등장하는 것도 종종 있고요.
(대체적으로 이들 잡지 기사의 뒷북이 신문 기사입니다. Passion 5는 두 달 가량, 일본의 카페 이야기는 한 달 가량의 차이를 두고 신문기사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역으로, 이번 쿠켄에서 다룬 일본 먹거리 여행처럼 잡지 쪽에서 뒷북(?)을 치는 경우도 있긴 하군요.)


행복이 가득한 집을 보고 나서 쿠켄을 보다 보니 굉장히 익숙한 음식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혹시 이 음식 레시피 베낀 거야?라고 생각하고 만든 곳을 확인하니 아닙니다. 같은 기사의 다른 버전이라 보면 됩니다.
그러니까..
행복이 가득한 집에 실린 기사 제목은 <광주요, 나파 밸리 VIP를 서빙하다>이고 쿠켄에서는 '네 명의 요리사, 설 상차리다'라는 기획의 일환으로 가온의 <설음식 식도락 코스>를 내놓은 겁니다. 가온은 광주요에서 운영하는 한식당이름입니다.

이 두 기사를 함께 이야기 하려면 행복이 가득한 집의 기사 먼저 설명을 해야합니다. 기사를 간략하게 요약하면,
2년 전, 캘리포니아 나파밸리*에 간 광주요 조태권 회장은 나파밸리의 어느 와이너리 소유주를 만나서 "2년 후에 한국 음식을 이곳 나파밸리에서 선보이겠다"라고 제안을 합니다. 그리고 2년 동안 메뉴 개발, 음식을 담을 그릇 개발, 현지 식자재와 재료 체크 등을 합니다. 2년 동안의 준비 끝**에 나파밸리에서 와이너리 소유주와 와인 메이커들을 초청해 광주요 파티를 열었습니다. 제가 이 기사에 관심을 가진 것은 맨 마지막 부분. 건배주가 되었다는 화요 때문입니다. 광주요에서 만드는 전통 소주인 화요를 얼리면 그라파 처럼 농도가 짙어진다는데 이것을 방울잔***에 담아 마셨다고 합니다.

소개된 요리도 반할만 합니다. 메인요리에 들어갔다는 백김치도, 홍계탕 죽도, 후식으로 나온 밤초와 약차, 그리고 한국 소주까지 모두 한국적이지만 또한 외국인들도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음식들입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이 담긴 그릇도 예사롭지 않습니다. 깔끔하지만 어떻게 보면 밋미살 수 있는 하얀 그릇이 아니라 한국적인 느낌의 도자기 그릇들. 이것도 다 이 파티를 위해 제작한 겁니다. 기사를 보는 내내 군침을 삼키고 감탄했던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거기에 손님들이 들고 왔다는 와이너리 최고의 빈티지 와인들을 들고 왔다 하니 어찌 반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 간단한 레시피는 쿠켄에 소개되어 있습니다. 약차와 밤초와 만두구이, 그리고 메인 음식들도 말입니다. 홍계탕 죽이 없는 것은 좀 아쉽지만 그래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는 그 음식들을 보니 손이 근질근질합니다. 아니, 그것을 넘어서서 이번만큼은 이 한식당에도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결론:
양 잡지의 이단 옆차기를 맞고 저 멀리 날아가 통장 잔고를 확인하고 있습니다. 흑흑흑..
정 안되면 화요랑 방울잔 만이라도 구해보렵니다.

참고 - 행복이 가득한집 2008년 2월호 p.272-275, 쿠켄 2008년 2월호 p.66-71, 허시명의 주당천리 p.245~



* 나파밸리가 어디 붙어 있는지도 정확히 모릅니다.; 그저 여기가 캘리포니아의 유명한 와인산지라는 것은 알고 있고 기사에 등장한 몇몇 와인들의 이름이 낯익다는 정도만 알고 있을 따름입니다.

** 쿠켄에 실린 기사에는 이것이 Korean Cusine and Culture였다고 합니다. 2007년 10월에 있었고요.

*** 방울잔 이야기는 앞서 소개한 책인 <허시명의 주당 천리>에도 등장합니다. 저자가 2005년의 주류박람회에서 처음 술병을 보고 취했고 잔을 보고 반했으며, 그 술병이 화요임을 알았다고 말입니다. 굽이 있는 술잔인데 아래 굽부분에 도자기 구슬을 넣어 방울잔이라는 이름이 붙었습니다. 당연히 소리가 나겠지요. 사진은 <허시명의 주당천리> p. 246. 보면 지름신이 오실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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