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운 분이 그동안 공방 다니는 것 결산 비슷하게 해서 전시회에 참여하신다더군요. 1년 훨씬 넘게 다니시던데 그 솜씨야 선물로 받은 접시가 있어 익히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 외에 몇 점 작품 본 적이 있었고요. 테이블과 액자를 출품한다던데 거기서 배우는 분들이 여럿 같이 나온다던가요. 지난 연휴 기간 동안 가나 아트센터에서 있었습니다.


작지 않은 공간에 여러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는데 아마 공방 수업 과정에서 비슷한 것을 진행했는지 몇몇 작품들은 소재가 같더군요. 그래도 그린 사람에 따라 분위기가 조금씩 다르더랍니다. 사진 촬영을 물어보니 흔쾌히 찍어도 된다고 해서 마음에 드는 것만 몇 점 찍었습니다.


참고로 이미 전시회는 종료되었고요. 하하하.... 게으름에 글 올리는 것을 미뤘더니 이런 일이 발생합니다.






테이블은 저렇게 타일을 끼워 넣은 형태입니다. 테이블 자체도 제각각이더군요. 거기에 벽걸이도 있고요. 도자기를 출품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숲을 거니는 오리들. 동화책 삽화같기도 하고, 거위(아니, 오리였나;)가 걸어가는 모습이 어쩐지 『프레드우드의 오리』가 떠올라서 말입니다. 이 작가도 꽤 좋아했더랬지요.






자작나무 숲 사이로 이쪽을 바라보는 사슴이 굉장히 인상적입니다. 자작나무 하니까 홋카이도의 바움쿠헨이 떠오르는데...(거기까지)






시계지도의 일부를 이렇게 그려 넣은 것도 재미있더군요. 북미와 호주를 중심으로 한 오세아니아. 그것도 색칠한 것이 구성을 보는 것 같아 재미있습니다.






다른 관람객들이 제일 마음에 들어하던 티타임 테이블.

하지만 제게는 미묘하게 뭔가 걸리더군요. 나쁘진 않은데 그림이 뭔가 걸려요.; 티타임의 간식들이 그리 맛있어 보이지 않아서인가. 기왕 그릴거면 방과후티타임부 수준으로 그려야..(...)






꽃병으로 쓰는 도자기에 그림을 그린 것 같은데 소용돌이 같은 문양으로 그린 것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건 대항해시대..?






강아지를 그린 것도 있더랍니다.






감을 쪼아먹는 참새가 있는데 이런 그림도 좋아합니다. 다만 감을 먹는 건 주로 까치 아니던가요. 참새도 먹던가..?




가끔 이런 전시회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림이 재미있기도 하고 발상이 재미있기도 하고요. 그리고 저는 이날 이 분께 최근 구입한 그림책을 보여드리고 유혹하는데 성공했....(....) 그리하여 그 그림으로 아예 티세트를 주문할까 고심중입니다. 하하하;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줄여서 국어청. 강남에 있는데 다들 여기에 이런 도서관이 있는 줄 모릅니다. 저도 몇 년 전에 가보고서야 여기 이런 도서관이 있는 줄 알았습니다. 강남 노른자위 땅-까지는 아니지만, 하여간 강남역에서 등산 몇 분하면 바로 갈 수 있습니다. 포인트는 등산. 정확히는 국기원 옆에 있어요.



그림이 상당히 많이 걸려 있던데 옆에 안내가 있어 들어다보니 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빌린 거랍니다. 오오. 이런 대여 서비스도 하는구나!

중요한 것은 책과 고양이와 도서관.




여기도 책과 고양이와 도서관.


고양이와 도서관은 상당히 밀접한 관계인게, 쥐 때문만은 아니고 몇 년 전에 굉장히 인기를 끌었던 도서관 고양이 듀이 때문입니다. 듀이에게 동생이 있었다면 갸는 커터라는 이름이었을거라 주장하는데, 하여간 그림이 참 예쁘더랍니다. 언제 시간 나면 두고두고 보고 싶을 정도로.

2층에 세미나실이 있던데 이것도 예약해서 쓸만하더군요. 다른 사람에게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떠드는 것만 허용되는데, 어느 정도로 소음 차폐가 가능한지는 모르겠습니다. 언제 기회될 때 신청해서 이용해보고 싶은데, 강남 갈 일이 별로 없더군요. 하하하하하...;


이런 차가 나옵니다.+ㅅ+

발견(?) 장소는 종로문화원 옆. 저기 보이는 붉은벽돌 건물이 종로문화원입니다. 바로 옆 주차장에 세워 놓았더라고요. 종로문화원은 한진이 7성급 호텔을 세우겠다며 벼르고 있는 그 땅 바로 앞입니다. 트윈트리 타워 길 건너편이라 해도 맞지요.

매번 본 것은 아니고 이 때 처음 보았고 그 뒤에 한 번 더 보았습니다. 지난 주였나, 이번 주였나. 차를 세워 놓았더군요. 색채도 그렇고 차 분위기도 그렇고, 왠지 서아프리카 분위기가 나더랍니다. 색 조합만 놓고 보면 단청과도 비슷한데 그렇게 느낀 것은 어렸을 때 보았던 웅진 세계전래동화의 그, 거미 아난시가 떠올라서 그렇습니다. 아난시는 서아프리카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전래동화에서 종종 보았는데, 어느 지역에서는 로키 수준의 악당이고, 어느 지역에서는 로키 수준의 현자입니다.(...) 하여간 이 차를 보고 있노라니 전래동화를 도로 꺼내서 읽고 싶더지더군요.




그리고 누가 그렸는지도.+ㅅ+ 차 그림이 눈에 확 들어오다보니 차 종이 뭔지는 이제야 확인했습니다. 아, 멋지네요.


봉현님의 책이 막 나왔을 무렵의 일입니다. 그 당시 G의 옆구리를 퍽퍽 찔러 G도 보러 다녀왔지요. 보였던 여러 그림들 중에서 공통으로 멋지다 생각한 것은 이 그림입니다. 수채 컬러로 그린 엽서 5부작. 각각의 도시를 간략하지만 독특한 느낌이 묻어나는 그림으로 그리셨더라고요. 홀딱 반했습니다.

그리고 그 얼마 뒤 G가 주문해서 이걸 선물로 받았습니다. 하하하하; 선물 받은 건 작년 가을 초입이었는데 이제야 사진을 찍었네요. 제 방은 해가 잘 들어서 상할까 무서워 걸지도 못하고, 고이 안쪽에 모셔두었다가 아직 포스팅 하지도 않았다는 걸 떠올려 엊그제 꺼내보았습니다. 혹시 망가졌을까 걱정했는데 무사히 잘 있더군요. 언젠가 독립하게 되면 꺼내다 걸어 놓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언제쯤일까 생각을..'ㅂ';


사진은 전시회장에서 마신 커피. 베트남 커피로 핸드드립 해주셨는데 맛이 굉장히 독특합니다. +ㅠ+ 신기하게도 달달한 맛이 감도네요. 다음에 가서 한 잔 더 마시고 싶습니다. 언제 날잡고 가서, 서점의 책 한 권 사들고는 노닥 거리고 싶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에.


원래 이야기는 여기 http://bonh.egloos.com/3956732 에서 출발합니다.
이글루스의 봉현님이 23개월 간의 여행 기록을 묶어 책을 내셨습니다. 그 간 그림들을 쏠쏠히 잘 보았는데 이번에 책을 내면서 원화 전시를 하신다니 보러 가야지요.
6월 1일부터 시작해 30일에 끝나는데, 장소는 대학로 이음책방입니다. 어디에 있나 했더니 몇 번 근처를 지나다니며 보았더라고요.



야구 연습장 있는 근처인데, 이음책방으로 검색하면 쉽게 찾으실 수 있습니다. 1번출구에서 아디다스 상설할인매장 쪽으로 걸어올라가면 스타벅스가 있는데, 스타벅스 반대쪽-그러니까 길 건너편, 혹은 맞은편 골목 안쪽에 있습니다. 이음책방 앞에서 고개를 들어보면 그 스타벅스가 보입니다. 안쪽 골목에 있지만 찾기 아주 어렵지는 않네요.
책방이 지하에 있어 한 번도 들어간 적이 없는데 들어가 보고 깨달았습니다.
옛날 옛적에 성대 근처에 있었던 논장이나 지금도 있던가 기억이 가물가물한 풀무질. 그런 느낌의 책방입니다. 근데 주로 다루는 책이 예술서적이라, 아마 C님이 좋아하실 겁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도 세 권 들어와 있더군요. 『집을 순례하다』는 없어서 아쉬웠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처음 찾아가본 책방 안쪽에는 넓은 테이블이 있어 카페도 겸합니다. 한쪽에서 커피를 내려주시는데 4천원. 진짜 싸더군요. 우와..-ㅠ- 커피도 마음에 들어서 다음에 한 번 더 갈 생각입니다.
그 테이블을 둘러싼 공간의 벽에 원화들이 걸려 있었습니다.

대부분 연필 혹은 펜, 혹은 볼펜을 써서 그렸습니다. 책에 사인도 하나 받았는데, 그 자리에서 슥슥 그려주시는게 진짜 신기하더라고요. 아.. 저도 그림 연습 해야하는데 말입니다.ㅠ_ㅠ
하여간 대부분은 단색인데, 몇몇은 일부 채색 혹은 전체 채색입니다. 저는 전체 채색인 수채화 그림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건 나중에 엽서로 만들 생각이 있으시다 하더군요. 솔직히 저는 원화가 탐났지만 가격이...;
(그림 판매도 하신다 하더군요.+ㅅ+)

제일 많이 듣는 소리가 상뻬를 닮았다는 말이라는데, 아마 단색에 슥슥 그린듯한 선이라 그럴 겁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전에 나온 오기사씨의 그림도 닮아 있는데 좀 다릅니다. 오기사씨는 광각 렌즈로 찍은 듯이, 그림의 전체적인 구도가 약간 굽어져 있다거나, 그런 느낌이 있는데, 이건 간략화에 가깝습니다. 간략하지만 세밀합니다. 보시면 아실거예요.;

저는 상뻬보다는 이케다 아키코가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케다 아키코의 여행기를 보신 분은 ... 저 말고 C님뿐인가요.; 집에도 몇 권 가지고 있는데, 어떤 때는 캐리커쳐고 어떤 때는 실사화나 크로키입니다. 봉현님의 그림도 그런 분위기가 뒤섞여 있어요. 재미있는 것은 모든 그림에 본인, 즉 봉현님이 들어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옛날 윌리를 찾아서도 떠올랐지요.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훗훗훗.


사실 마음 같아서는 지난 주에 가고, 이번주에 가고, 다음주에 또 가고 싶은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업무 마감이 끝나지 않아서 지난주 토요일 일요일도 출근한 터라 더하죠.ㅠ_ㅠ
그래도 지난 금요일에 첫 책을 받아 들면서 제가 예전에 만들었던 책(봉현님께 - 엽서 포트폴리오가 완성되었습니다)도 들고 갔습니다. 여기 나오는 엽서는 봉현님 그림이거든요. 총 다섯 장인데, 이 엽서에서는 제가 주인공입니다. 음흐흐흐흐흐~


하여간 다음에 시간이 나면 몇 번 더 보러 갈 생각입니다. 30일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빨리 더 보러 가야겠네요.:)



덧붙임.
주소를 찾다보니 이음책방의 주소가 혜화동이군요. 위치상으로 여긴 미스터 피자 뒷골목인데, 여기도 혜화동...;
감상문 올렸다고 생각했는데 빼먹고 있었군요. 이런.;
이 책은 첫비행님 여행 가시기 전에 올리려 했는데 늦었습니다. 아마 제가 이 리뷰 올렸으면 첫비행님의 여행비용은 상당한 수준으로 증가했을 것이란 생각이 폴폴~ ;;; 그도 그런 것이 이 책 감상은 첫비행님을 노리고(!) 올리는 겁니다. 나카무라 요시후미랑 비슷한 계통이거든요.

일본에서는 이런 측량형 여행기(?)가 종종 출판되는데, 한국에서는 별로 못봤습니다. 번역 나온 것만 해도 셋이나 되는데 한국에는 비슷한 책을 못 보았네요. 일단 세노 갓파의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 『작업실 탐닉』, 『유럽낭만 산책』이 먼저 떠오르고, 첫비행님이 먼저 옆구리 찔러 주신 나카무라 요시후미의 책도 많지요. 그리고 이 책이 있습니다.
세 사람의 공통점은 건축계통 종사자라는 겁니다. 세노 갓파는 건축가는 아니지만 무대미술가랍니다. 한국에는 책이 몇 권 소개되지 않았는데 저서도 상당히 많고요. 그 중 한국에도 나온 『유럽낭만 산책』이 이 책의 모델인가 싶은 생각도 들더라고요. 『펜끝으로 훔쳐본 세상』에도 등장하지만 하는 짓(..)이 닮았습니다. 하하;

『여행의 공간』은 건축가인 저자가 세계 각지를 여행 다니면서 머물렀던 호텔 측량기입니다. 숙소에 들어가자마자 줄자와 필기도구를 들고 여기저기 측량을 해야 마음 편히 쉴 수 있었다네요. 측량하는데는 대략 두 시간이 걸린답니다.(...) 신혼여행 가서도 그랬다는데 아내가 동종업계 종사자여서 다행이었지, 아니었다면 신혼여행 시작하면서부터 싸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머물렀던 호텔이 다 '유명한' 호텔이라는 점도 특이합니다. 세노 갓파는 내키는 대로 돌아다니며 머물렀다는 느낌이 강한데, 우라 가즈야는 유명 디자이너나 건축가가 만들었거나 리모델링에 참여한 호텔, 소설이나 영화 등의 배경이 된 호텔, 고급 호텔 등을 일부러 골라 갑니다. 건축가니까 공부가 된다는 핑계도 있지만 이런 평면도와 그림, 그에 따른 자세한 설명과 감상을 읽고 있노라니 비용이 들더라도 머물러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서비스부터 배치 형태나 동선, 물품이나 호텔에서 보이는 경관 등에 대해 자세히 쓰고 있거든요. 덕분에 읽고 나니 가고 싶은 여러 호텔들이 생기는 바람에..-_-;
지역 비율로 따지자면 뉴욕이 제일 많은 것 같군요. 일일이 세어보진 않았습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스케치북에 그린 그림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호텔에 비치된 전용 메모지를 썼더군요. 거기에 스케치할 생각은 해본 적 없는데, 거기에 그린다면 나름의 제한(?)도 있고, 호텔이 어디였는지 적을 필요도 따로 없겠네요. 종이 상단에는 로고가 떡하니 박혀 있고 아래에는 주소까지 친절하게 찍어 두었으니 말입니다.
저도 종이니 뭐니 핑계대지 말고 도전해볼까요..-ㅁ-;;;


우라 가즈야. 『여행의 공간: 어느 건축가의 은밀한 기록』, 송수영 옮김. 북노마드, 2012, 16000원


덧붙여. 그림 중 몇가지는 흑백으로 나왔습니다. 아니, 몇가지가 아니라 꽤...군요. 기왕 싣는 김에 전체를 다 채색으로 실어도 좋았을텐데 말입니다. 아쉽네요.

꽤 전에 G에게 받은 물건입니다. 육각모양의 필통 같은 건데 위 아래를 분리할 수 있습니다. 강남 어느 술집에 갔다가, 호가든 다섯병인지 여섯병을 마시면 사은품을 준다는 말에 도전해서 받아왔다나요. 물론 혼자서 그걸 다 마신 것은 아니고 일행이 같이 시킨 다음 제일 나이 어린 G가 받아온 모양입니다.




위 뚜껑을 열면 색연필이, 아래를 열면 저렇게 연필깎이가 들어 있습니다. 저는 깎은 도구보다는 칼을 선호하기 때문에 쓸일이 없겠지만 그래도 재미있는 세트라 생각해 덥석 받았습니다.


그림은 거의 그리지 않지만 이런 도구를 받으면 괜히 손이 근질근질합니다. 다른 기술들과 마찬가지로 그림 그리기-스케치도 연습하면 는다는 걸 압니다. 화가들처럼 근사하게 그린다거나 특유의 그림체, 화풍을 갖지는 못하겠지만 여행을 가서 사진을 찍지 않고 대신 그림으로 기록을 남기면 더 멋진 기억을 가지게 될 것이란 것도 압니다. 사진 때문에 기억을 놓치는 경우가 상당히 많아서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다른 것에 손을 너무 많이 대었으니 조금 여유가 생긴 다음에 그림을 그려야겠지요. 지도도 잘보고 길치도 아니고 공간감각도 꽤 있지만 그림에 대한 거리 감각 같은 것은 거의 없습니다. 특히 그림에서 중요한 구도라든지 사물간의 거리라든지 크기를 재는 능력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연습(혹은 훈련)을 하지 않아서겠지만 가끔은 절망적이라는 생각도 하니까요.
(제 고등학교 때 그림을 본적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 지금쯤 웃고 있을 겁니다. 하하하하하.)


어쨌건 다음 여행 때 혹시라도 긴자의 모 화구상점을 가게 되면 이런 걸 또 질러올까 무섭습니다. 아직은 때가 아니니까요.; 언제가 때냐고 물으신다면, 음..... (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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