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에 교토의 지리와 역사라고 달았지만, 교토는 오랜 시간 동안 천황이 있는, 즉 일본의 수도였기 때문에 일본의 역사라고 해도 아주 많이 다르지는 않습니다. 거기사는 될지언정 미시사는 아니겠지만요. 아, 물론 이 책에서는 미시사도 다룹니다. 교토의 일상생활, 즉 교토 거리를 중심으로한 일상 생활을 다루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규슈나 도쿄 등등의 다른 지역은 역사적 사건 때문에 언급될 때 외에는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이 책의 장르를 정하는 건 어렵습니다.
역사서라고 할 수도 있지만 특정 지역을 돌아다니면서 역사적 유물들과 유적들의 이야기를 연대기순으로 다루고 있으니 교토에 대한 여행서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본 역사에 대해 잘 모른다거나, 일본 이름이 낯설다거나, 교토에 처음 가는 사람이 이 책을 보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겁니다. 그렇다고 일본의 역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이 보기에는 내용이 너무 얕습니다. 그 어중간함이 어쩌면 이 책의 매력인지도 모르지요.


저는 만족하며 보았습니다.
첫째, 교토 여행을 자주 갔기 때문에 지역명에 익숙합니다. 교토의 지리도 대강 머릿속에 그릴 수 있습니다. 교토 주변 지역도 대강 압니다. 지리가 그려지는 이유의 40% 가량은 교토를 배경으로 한 헤이안 시대물을 많이 접했기 때문입니다. 『음양사』는 둘째치고 『소년 음양사』라든지, 교토를 배경으로 한 다른 소설이라든지. 그 덕분에 대강 머릿속으로 그릴 수 있습니다. 덧붙여 헤이안 시대의 상황에 대해 조금은 압니다.
둘째,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읽었습니다. 32권에 이르는 장대한 책을 보고 있노라니 일본 이름에 아주 익숙해집니다. 그래도 아버지와 아들 이름이 종종 헷갈리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습니다. 거기에 오다 노부나가부터 시작해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사망에 이르기까지의 역사를 대강은 압니다.

그리고 여기저기서 들어, 신선조라든지 메이지 유신이라든지, 그 즈음의 이야기도 대강은 압니다. 자세히는 모르지만 신선조가 교토 있다가 쫓겨 올라가 하코다테의 고료가쿠에서 결국 최후를 맞이했다든지. .... 아니 왜 기둥은 못 잡고 이상한 덩굴들만 알고 있는 겁니까.OTL


그런 저인지라, 교토를 중심으로 해서 일본의 역사를 차근차근 짚어주는 이 책은 꽤 재미있었습니다. 사실 G 보라고 가져다 준 책인데, 얘가 사진만 보고 넘겼는지 금방 가져다 주더군요. 그냥 반납할까 하다가 집어 들어 읽기 시작했는데 앞부분은 하도 도래인, 한국에서 건너간 사람들의 이야기가 많아서 짜증 나더군요. 왜 다른 이야기는 안나오냐며 화를 냈는데 2장이 시작됩니다. 허허허. 1장은 고대, 즉 아스카 시기이고 2장이 헤이안이더군요. 그렇게 시대별로 구분해서 교토의 주요 유적지를 다루니, 앞부분에는 도래인 이야기가 잔뜩 나올 수 밖에 없었던 겁니다.
덕분에 아오이 마쓰리 이야기도 다시 보았습니다. 그것도 『카라쿠사 도서관 방명록』(링크)에서 중요한 소재로 등장합니다. 공주님이 참 귀여웠지요..////


대강 그런 책이니 교토를 중심으로 한 역사를 보고 싶으시다면 추천합니다. 교토 시가지 뿐만 아니라 교토 주변 지역에 대해서도 가볍게 짚고 지나갑니다. 컬러인데다 사진도 괜찮아서 보기 좋고요. 종이가 조금 두껍고 무거워서 책도 무겁다는게 단점이라면 단점입니다.



자아. 이제 다음책은 다시 채소로군요.-ㅂ-


조관희. 『교토, 천년의 시간을 걷다』. 컬쳐그라피(안그라픽스), 2012, 14000원.


아무리 생각해도 소설이 비싸군요.ㄱ-; 올 컬러인 이런 책 가격이 1만 4천원이다니.


저자는 원래 중국문학 전공입니다. 아마도 교환교수 등으로 교토에 1년 동안 체류하면서 준비한 것이 아닌가 하는데, 사근사근 이야기 들려주는 것을 듣는 것처럼 읽히는 책입니다.'ㅂ'
『가모가와 호루모』의 외전, 혹은 속 이야기, 혹은 뒷 이야기입니다. 오히려 본편 보다 이쪽이 마음에 들어서, 『가모가와 호루모』는 이 책을 읽기 위한 전초전이었다 싶은 정도네요.

『가모가와 호루모』는 호루모라는 특이한 게임을 둘러싼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허니와 클로버』에 등장하는 것처럼 덩실덩실 춤을 추며 청춘은 좋은 것이야! 라고 외치고 싶어지는 그런 청춘물이기도 합니다. 이 독특한 이야기는 무난하게 끝맺는데, 본편의 전, 본편의 속, 본편의 뒷 이야기가 단편으로 여기에 실려 있습니다. 그리고 읽고 나면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이 듭니다.

- 「가모가와 (소) 호루모」는 굉장히 유쾌합니다. 가모가와에 가보신 적이 있다면 절로 상상이 될텐데, 특히 마지막의 절규™가 압권입니다. 이 커플이 잘 되었을지는 알 수 없군요. 하하하;

- 「로마풍 휴일」은 본편의 또 다른 이야기입니다. 본편의 등장인물에 대한 외전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네요. 하지만 이 편의 주인공은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아련하고 또 쌉쌀합니다.
하지만 이 편에서 중요한 것은 중간에 등장하는 우물입니다. 저승과 이어진다는 우물이라는데, 위치를 봐도 그렇고 아무리 봐도 이전에 다른 책에서 언급했던(링크) 그 우물 같습니다. 헤이안 시대의 어느 관리는 낮에는 조정에서 일을 보았고, 밤에는 저승에 내려가 염라대왕 아래서 일을 했답니다. 그 배경이 되는 우물이 실제 있었군요. 가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ㅂ-; 하지만 이 단편에서의 분위기를 보니 아무래도 공개는 하지 않는 모양입니다. 물이 말랐다고 해도 우물은 우물이니까요.
아참, 재미있는 수학퍼즐도 나옵니다. 아마 보면 바로 아실 겁니다. 유명한 퍼즐이니까요.


- 「연애편지와 레몬」은 소재가 된 그 책을 다시 읽어야 겠다 싶더군요. 분명 예전에 지금은 연락이 끊긴 모님께서 주셔서 읽어보았는데 제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 이 단편을 보고 나니 읽고 싶어지더군요. 여기서도 패러디의 진수다, 여기저기에 함정을 팠구나 싶었는데....


- 「도시샤대학 황룡진」은 패러디의 극강입니다. 아니, 오마쥬? 실제 존재한 인물들을 교묘하게 끌어 들여서 새로운 호루모를 탄생시킵니다. 모든 조건이 만족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과연? 이제 한 팀이 더 탄생하는 걸까요? 설마?
하지만 그 자식은 정말.-_-+ 들어다가 가모가와에 수장시켜 버리고 싶을 정도로 얌체 같은 놈입니다. 얌체가 아니라 자기 좋을 대로만 생각하는 이기주의자. 자기 좋을 대로만 해석하는 머저리. 아오! 그 어떤 욕을 퍼부어도 속이 안 풀립니다. 그러니 그런 남자를 선택한 모 아가씨는 눈이 정말 안 좋다고 생각할 수 밖에요. 계속 싸우는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놓지는 않는 걸 보면 외모와 성적이 상당한 영향을 주는 모양입니다.


- 「마루노우치 정상회담」. 이건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힌트도 안됩니다. 그저 펼쳐 놓으세요. 다만 다른 두 곳이 어디였을지 조금 궁금해지긴 하더군요. 아무래도 삐~ 안에 있는 곳을 집어 넣은 모양인데, 여긴 워낙 수가 많은지라 어떤 곳이 선택되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유명 신사가 근처에 있는 곳이 아닐까 싶긴 하네요.


- 「나무 궤 사랑」. 본편과도 이어집니다. 본편의 에필로그에 스치듯이 언급된 부분에 조금 더 자세히 나오는 셈입니다. 이쪽은 순정.


그러니까 이 단편집의 장르는 도대체 종잡을 수 없습니다. 몇몇은 코믹이며 몇몇은 위대한 명작에 대한 오마쥬 이며, 몇몇은 또 순정입니다. 이야아. 하지만 이 모든 소설을 읽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모가와 호루모』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책 면지에 있는 교토 지도는 정말....///// 정말로 귀엽습니다. 이 지도를 들고 여행가고 싶은 정도예요. 물론 교토 초행에, 이 지도를 들고 여행을 가면 난리 납니다. 축척이 어그러진 지도이기 때문에 말이지요. 실제로 교토는 아주 크고 아주 넓습니다.


그러니 교토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보세요.+ㅅ+


마키메 마나부.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 이규원 옮김. 노블마인, 2009, 12000원.



OTL
오늘 Cicero님 이글루에서 2차 대전 당시 쾨니히스베르크에서 벌어진 사건에 대한 글을 보았는데, 도시 명이 익숙하다 생각했습니다. 저 위의 수학 퍼즐이었어....;......


지금 서지정보 찾아보다 알았습니다. 외전격인 이 책이 먼저 나오고 그 다음에 『가모가와 호루모』가 나왔군요. 이러면 처음 책을 찾아본 사람들은 헷갈렸을 텐데.
게다가 두 책의 번역자가 다르기 때문에 호루모 경기의 규칙이나 용어에 대한 번역이 차이납니다. 『가모가와 호루모』를 먼저 읽고 그 다음에 『로맨틱 교토 판타스틱 호루모』를 보아서인지 이번에 본 책의 용어가 틀렸다고 생각했거든요. 하지만 이 책이 먼저 번역되었으니....;
읽으면서 막판에는 『허니와 클로버』의 할아버지 교수들이 눈물을 흩뿌리며 이것이 청춘! 이라고 외치는 장면이 절로 떠오르더랍니다. 앞부분은 뭔가 싶지만, 읽다보면 이거야 말로 제대로 된 청춘 소설입니다.
그리고 읽다 보면 굉장히 교토가 가고 싶습니다. 배경이 교토거든요. 같은 교토 배경인 니시오 이신의 헛소리꾼 시리즈보다 이쪽이 훨씬 묘사가 진합니다. 그도 그런게 교토의 동서남북, 전방위가 다 등장합니다. 소소하게가 아니라 큼직하게 등장한다는 것이 특징이고요. 특히 대물림 의식을 할 때는 책을 붙들고 굴러다녔습니다. 교토 여행을 많이 가진 않았지만(...) 그래도 그곳이 어디인지 금방 알 수 있을 정도였으니까요.

이야기는 간단합니다.
교토대 신입생인 주인공은 아오이마쓰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난 뒤에 수상쩍은 동호회 광고지를 받습니다. 자금이 넉넉치 않아 4월부터 여러 동호회의 환영회에 기웃거리며 들여다보고 있었는데, 그 전단지를 보고 고민하다가, 얼결에 참석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이상형의 코를 가진 아가씨를 만납니다. 그 아가씨 때문에 동호회에 계속해서 출석하는데 이거 뭔가 이상합니다. 교토대 청룡회라는 이름에서부터 불길한 예감이 들었지만, 기온마쓰리에 멀어진 요이야마 해제, 그 뒤에 이상한 언어를 배우고 난 뒤에 대물림까지 끝나니 이제 어엿한 멤버가 됩니다.

그러니까 얘들이 500대라고 하고, 2년에 한 번씩 동호회원을 모집하니 1천년을 이어온 유서 깊은 호루모는 백호, 주작, 청룡, 현무의 네 팀이 서로를 겨루는 경기입니다. 아니, 대결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네요. 그 네 팀은 동쪽의 교토대, 북쪽의 교토산업대학, 서쪽의 리쓰메이칸대학, 남쪽의 류코쿠대학입니다. 뭐, 다들 연결지으실 수 있겠지요. 그 네 대학은 일정한 규칙에 따라 겨룹니다. 그리고 승리자를 따지는 건데, 주인공은 교토대학이고, 청룡입니다. 이 팀은 지난 10년간 단 한 번도 우승한 적이 없답니다. 거의 꼴찌를 다투었다는군요.

다시 말해 이 이야기는 연애담과 결투(...)담이 뒤엉킨 이야기입니다. 연애나 경기나 예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만 그 두 사람이 그렇게 얄미운 분위기로 흘러갈 줄은 몰랐습니다. 그 두 사람이 살신성인-_-을 한 덕에 주인공에게는 반대 급부로 보정이 생기지만 말이죠. 마지막에 흘러나온 그 이름의 비밀도 참.....;;
...
그런데 주인공의 전체 이름이 나온 적이 있나요? 성은 나오는데 이름은..?


전체 이야기 중 가장 백미는 대물림 의식입니다. 대물림 장소는 각 대학에서 가장 가까운 신사입니다. 북쪽은 가미가모신사, 동쪽은 요시다 신사, 서쪽은 기타노텐만구, 남쪽은 후시미이나리다이샤. 그리고 이 대물림 의식은 남자들만으로 먼저 시작합니다. 여자들은 밖에서 대기하다가 남자들의 의식이 끝난 뒤에 들어옵니다. 아무래도 의식의 특성상 여자는 참여할 수 없습니다. 여자는 할 수 없고, 남자만이 할 수 있는 춤입니다. 남녀차별이라 생각하실 분도 있을텐데, 읽고 나면 이건 여성상위의 남녀차별이라고 생각하실 겁니다. 3월의 그 추운 새벽에 참, 고생 많다 싶네요.

그리하여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 공개합니다. 역시 유튜브. 덕분에 아침부터 상큼한 멘붕을 맛 보았습니다.



소설을 읽지 않으셨다면 별 감흥이 없겠지만, 이걸 보고 소설을 읽거나, 소설을 읽고 이걸 보거나 하면 아마 상당한 정신적 충격을 받으실 수 있습니다.(먼산)


마키메 마나부. 『가모가와 호루모』, 윤성원 옮김. 북폴리오, 2010, 11000원.


M님은 이미 읽고 제게 토스하셨고, B님이나 C님 취향에 잘 맞으리라 생각합니다. S 취향에도 맞을 거예요.

교토의 유명한 과자집 중에 센타로라는 곳이 있습니다. 한자로는 제목에서처럼 仙太郞이라고 씁니다. 일본 전통과자를 만드는 곳인데, 저는 이전에 츠다 요코씨의 책에서 老玉이란 것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동그랗고 반짝반짝 빛나는, 정말로 검은색 구슬 같은 간식입니다. 팥이 들어갔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이게 무엇인가 궁금하던 차에, 이번 여행에서 손에 넣었습니다.

이번 여행의 무기력함을 생각하면 구하러 갈 기력은 전혀 없었지요.-ㅁ-; 그랬는데 JR교토역 이세탄에 갔다가 '오늘까지만 행사합니다'며 센타로의 임시 매장이 들어온 것을 봤습니다. 아. 천우신조. 하늘의 도우심입니다. 그리하여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

그런데 이거 냉장해야합니다.;

구입은 여행 둘째날 했는데, 마지막 날 어떻게 들고 갈지 고민되더군요. 어쩔 수 없으니 보냉제를 호텔 냉장고에서 얼려 다시 둘둘 싸서 집에 오자마자 바로 냉장고에 넣었습니다. 여행 구입 물품에 이 간식이 없는 건 그래서입니다.



이런 케이스에 동글동글하고 반짝거리는 구슬들이 들어 있습니다. 9개가 기본 세트이고 이게 800엔인가, 그 정도 했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유통기한이 1주일도 안되는 통에 그주 주말에 만났던 생협분들만 먹었지요.
(미안 G..... 다음에 한 팩 사다줄게....;)




색이 갈색이 돌게 찍혔는데, 실제 보면 까맣습니다. 그러니까 초콜릿 무스 케이크 위에 바르는 코팅 초콜릿을 떠올리시면 얼추 비슷합니다. 과하게 반짝이다보니 손대기 겁이 나는데....




... 엉? 떼어보니 겉의 코팅은 양갱입니다. 아주 반짝 거리는 양갱 코팅. 그럼 속은 뭔가 싶어 한 입 베어무니 속은 통째로 팥. 팥앙금입니다.


...
근데, 근데, 근데! ;ㅂ;
저라면 한 통 혼자서 다 먹을 수 있습니다. 맛있는 녹차 한 잔 있으면 하루 종일 홀짝 거리면서 홀라당 입에 털어 넣을 수 있습니다. 그럴 수 있을 정도로 맛있습니다. 속의 앙금은 아주 매끄럽진 않습니다. 입에 넣으면 적당히 까끌거리는 팥앙금인데 아주 달지도 않고 맹하지도 않습니다. 적당한 단맛, 하나 먹으면 딱 알맞게 기분이 좋아지는 맛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단맛 역치값이 다르니 그 점은 감안하시고..)

더 사올 걸 그랬다고 그 자리에서 후회했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렇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번에 가서 또 사면 되니까요. 그 덕분에 교토 갈 핑계가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팥을 좋아하신다면, 양갱도 잘 먹고 팥앙금도 좋아하신다면 강력히 추천합니다. 꼭 드시어요.;ㅠ;



덧붙임. 팥앙금과 양갱의 조화다보니 우유와도 잘 어울리겠네요.-ㅠ-


0. 엊그제 교보문고 갔다가 충동구매한 잡지 두 권. MOE는 와치필드 30주년 기념으로 무슨 전시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길래 덥석 집었고, 앞의 HANAKO는 두말하면 잔소리. 키치죠지의 가게 안내가 궁금해서 샀습니다. 하지만 둘다 여행촉발에는 실패했습니다. 와치필드 30주년 기념 전시회는 3월 말 경에 도쿄에서, 8월 중순 경에 나고야에서 있는데 둘다 맞춰 가기 어렵겠더군요. 그 시간에 맞춰 가느니, 차라리 그 돈을 모아서 와치필드 원화를 사겠습니다.
(원화라기보다는 판화지만..)
HANAKO도 취향의 가게는 없어서 불발이네요. 딱히 가고 싶은 가게가 없다는 것도 문제.


나아가고 있던 여행병을 다시 불러 일으킨 것은 『골목길 연가』입니다. 북새통의 신간 목록을 뒤지다가 4권이 나온 것을 알았고, 구입하러 가기 전에 1-3권부터 다시 보자며 집어 들었다가 여행가고 싶다며 울부짖었지요. 하지만 항공권 가격을 검색하고는 고이 마음을 접었습니다. 아무리 해도 40-70만원의 돈을 주고 여름에 여행 가는 것은 지금 경제사정에서는 그리 적절하지 않습니다.

1권부터 3권까지 읽어 놓고는 다음 권은 어떨라나 기대 많이 했는데 이번 권이 마지막이더라고요. 후기를 보니 어떻게 하다가 『골목길 연가』를 냈는지부터 시작해, 짧은 뒷 이야기도 나옵니다.
결말을 한 줄로 줄이면 '그래서 모두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가 됩니다. 물론 행복하지 않았을 사람도 몇 있지만 그정도는 넘어가도 됩니다. 왜냐하면 아소 미코토니까요. 『천연소재로 가자』의 마지막 권에서도 그랬고, 『Go 히로미 Go』에서도 마지막에 어정쩡한 이야기를 남기더니만 이번 권은 평타는 쳤습니다. 커플을 저주하는 것이 아니냐는 소리를 듣는 모 애니메이션 감독보다는 커플을 많이 이어줬으니까요. 그래도 꽃집 청년의 슬픈 이야기는 .... 이야기가 그리 흘러갈 줄은 전혀 생각 못했습니다. 특히 '왜 꽃이 싱싱한가'에 대한 대답이 더욱 그렇네요. 그건 본편이 아니라 한 컷짜리 후일담에 나옵니다. 만약 꽃집 청년의 이야기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그 부분은 건너 뛰시는 걸 추천합니다. 사람에 따라서는 정말 취향에 안 맞는 결말일 수 있으니까요.
(전 상관없이 봅니다.)

『골목길 연가』의 이야기, 특히 유젠의 이야기는 지난번에 올렸던 전통 공예의 보존과 융성에 대한 글과도 이어집니다. 그곳에 자리잡은 사람들 중에는 전통 공예를 하는 사람도 있고, 다른 공예를 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 중에는 두 가지 직업을 가지며 공방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지만 그렇게 해서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 것이니 말입니다. 그런게 가능한 것은 그 나가야가 싸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공방 세가 덜 들잖아요.-_-; 현실적인 이야기로 돌아가는 셈인데, 恒産이 있어야 恒心이 있다는 말이 문득 떠오르더군요. 이 나가야의 공예가들은 恒産은 적더라도 유지가 가능하니 恒心을 가지고 자신의 기술을 이어나갈 수 있는 거라고요. 그것마저 안된다고 하면 아마 뿔뿔히 흩어질 수 밖에 없지 않나요.

은공방 청년의 이야기는 쌉쌀하기도 하고 조금 아쉽기도 합니다. 분량이 더 있었다면 더 깊게 더 자세히 이야기를 다룰 수 있었을지도 모르니까요. 모두가 그렇게 나갈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그 곳에는 희망이 보입니다.




아소 미코토. 『골목길 연가 4』(완?), 최윤정 옮김. 시리얼, 2013, 7천원.


그나저나 인형사 아저씨는 .... 어디서 많이 본 것 같다 했더니 그림록하고 닮았더군요. 허허허허허;;
인형 한 체당 10만엔이면 그래도 저렴한 편인건데.ㄱ-;

최근에 영풍문고에서 구입한 책 두 권입니다. 영풍과 교보는 들어오는 라인(일본쪽 총판?)이 달라서 그런지 교보에서 찾을 수 없는 책들이 종종 들어오는군요. 교보 오프 매장은 요즘 거의 가질 않기 때문에 영풍에 들렀다가 덥석 집어 들었습니다. 일본 서적을 보려면 강남점까지 가야하는데 교통편이 애매하거든요. 정기권이 있기 때문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쪽이 저렴하지만 거기까지 가려면 버스가 편합니다. 그리고 요즘은 지하철보다 버스가 좋아요.-ㅁ-;

본론으로 돌아와서.
왼쪽은 제목 그대로 스위츠 = 간식 = 디저트에 대한 책입니다. 도쿄편도 가지고 있는데 이쪽은 간사이입니다. 간사이 지역의 유명한 가게들을 모아 놓았는데 간식 종류에 따라 베스트만 모아놓았더군요. 예를 들면 치즈케이크가 맛있는 집은 어디어디, 초콜릿 케이크가 맛있는 집은 어디어디. 몽블랑은 여기저기, 딸기 쇼트케이크는 요기조기. 화과자는 아예 따로 분류해두었더랍니다. 대부분 고베와 오사카 쪽이고 교토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그래도 유명한 집들은 한 번씩 다 언급되니까요. 사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습니다.

오른쪽의 책은 잡지입니다. 교토 지도가 들어있다는 말에 홀랑 집었는데 니죠성을 중심으로한 지도 같더군요. 아직 제대로 읽지 않아서 확인은 못했습니다. 하여간 교토의 유명한 집 몇 군데를 돌아다니며 잡지 칼럼을 쓴 거라 생각하면 비슷합니다.


최근 교토 관련 책을 여러 권 찾아보면서 여행 계획을 짜고 있습니다. 여행 계획은 몇 번이고 뒤엎더라도 짜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 풀기에 도움이 되니까요. ............. 하지만 이번엔 제대로 도움이 된 것 같지 않군요. 속 스트레스가 있었는지 어땠는지. 그 결과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 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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