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묘미 중 하나는 순간포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정확하게 범고래가 점프하는 장면을 담아낸다든지 하는 것 말입니다. 저는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보통 사진기를 꺼내드는 것은 포기하고 눈으로 담아둡니다. 하지만 파인더를 잘 들여다보면, 그리고 많이 찍다보면 그런 순간포착의 기회를 만날 수 있겠지요.

이 책은 어쩌면 그런 순간포착의 사진들을 모아 놓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길고양이를 못 만나는 것은 아닌데, 가끔 눈이 마주쳐도 그것뿐이고 그런 순간을 사진으로 찍을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엊그제도 운동하러 나갔다가, 작은 골목 옆을 지나는데 뭔가 이상하더군요. 순간 돌아보니, 그 골목 입구에 삼색 고양이 한 마리가 새초롬하게 앉아 있다가 저랑 눈이 딱 마주쳤습니다. 지나가던 사람이 멈추니 이상해서 쳐다보았나봅니다. 더 쳐다보면 실례일 것 같아 조용히 발길을 돌렸습니다.
..
그러니까 그런 순간을 포착하지는 못한다니까요.;ㅁ;


고양이 사진을 많이 찍는 분으로 기억에 남아 있는 분은 두 분. 한 분은 종이우산님, 다른 한 분이 고경원씨입니다. 고경원씨는 이글루스에서 활동하시는데, 닉을 쓰다가 나중에 책을 내면서 실명으로 바꾸셨더군요.
두 분의 사진은 비슷하지만 다릅니다. 둘다 순간포착 길고양이 사진을 찍는다는 점은 같지만 고경원씨의 사진은 약간 거리감을 두고 고양이들과 다큐멘터리를 찍는다 치면, 종이우산님의 사진은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가 길고양이의 스냅사진을 찍는다는 느낌입니다. 직접 보시면 조금 다르지요. 그렇기 때문에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 중, 밝은 이야기를 선호한다면 종이우산님의 책을, 그 속내와 어려움, 길에서 살아가는-그러니까 노숙묘(...)로 지내는 고단함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쪽이 나을 때는 고경원씨의 책을 추천합니다.
(왜 한 분은 님이고 한 분은 씨이냐 하면; 대개 본명에는 님보다는 씨를 붙이거든요.-ㅁ-; 닉에는 님을 붙이는 것이 습관이 들어 그렇습니다. 닉으로 썼다면 님이라고 붙였을 겁니다.)


G는 그래서 이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더군요. 고양이의 사진을 담고는 있지만 어둡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여과없이 볼 필요는 있습니다. 길에 있는 고양이들이 항상 행복하고 즐거운 것은 아니니까요.
아마 B님이나 C님이면 꽤 좋아하실듯.
표지 사진은 정말 순간포착이 환상적이라 생각합니다. 본문에도 나와 있지만 말이지요.

개인적으로는 밀크티가 보고 싶었지만, 어느 해 눈이 많이 온 뒤로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는 말에 사진만으로 만족합니다. 정말 털 색이 밀크티인데..;ㅁ;



고경원. 『고경원의 길고양이 통신: 서울 숲에서 거문도까지 길고양이와 함께한 10년』. 앨리스, 2013, 15000원.


앞서 올렸던 어떤 책과 이 책의 가격이 동일하군요. 끄응. 그 이상의 언급은 하지 않으렵니다.


고경원씨의 책은 첫 책(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부터 다 보았는데 벌써 그 책이 10년인가요.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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