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반한 것이 지갑과 몸무게에 죄가 될만한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입니다. 크흑; 이럴 때는 '왜 마음껏 사랑할 수 없는 거니!'라고 절규하고 싶다니까요.
(어제 외식의 여파로 몸이 퉁퉁 불어 있음-_-)


본누벨은 케이크만 몇 번 사보았습니다. 강남에만 집중적으로 매장이 있는지라, 집에서 가장 가까운 매장이 본점인 본누벨 압구정이나, 신세계 강남점의 서강현 본누벨입니다. 압구정 매장은 버스타고 가면 한 번에 가지만 버스가 밀리면 한참 걸리고, 지하철 역에서 걸어가면 꽤 걷습니다. 신세계 강남점은 지하철로 한 번 갈아타고 가야하는데다 심리적 장벽이 꽤 멉니다. 이전에도 한 번 썼지만 홍대랑 비슷하게 시간이 걸리는데도 홍대보다 신세계 강남점이 더 멀게 느껴집니다.;

하여간 그런 이유로 멀리(?)하고 있었는데 몇 주 전 신세계 강남점에 간 김에 들러보았습니다. 이글루스에서 어느 분이 서강현 본누벨의 빵이 맛있더라(링크)는 글을 올리셔서 궁금했거든요. 약속장소도 그러하니 한 번 들러보자 했지요. 그리고 거기서 홀려서 구입한 빵이 세 개. 그 중 하나는 부모님께 드린 덕에 맛도 못 보았습니다.;ㅅ;



이것이 빵봉투. 빵을 구입하면 저렇게 종이봉투에 담아주더군요. 손잡이 달린 종이가방은 별도로 돈을 받을 겁니다.
장보러 나갈 때는 거의 장바구니를 들고 가니 봉투 받을 일이 없어 가물가물하네요.




그리고 빵들.
오른쪽의 콩 박힌 빵이 눈의 여왕, 왼쪽은 에멘탈 치즈빵, 맨 뒤의 커다랗고 거뭇한 것이 태양의 뭐시기인데; 저도 빵 이름은 잊었습니다.;ㅅ;




에멘탈 치즈빵은 구입해와서는 그날 바로 G에게 넘기고, 저는 G가 준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이랑 함께 그 다음날 아침을 준비합니다. 사진 하단에 보이는 빙 ... 아니 피라... 아니 송 ... 아니, 정어리로 추정되는 무엇은 생선이 아니라 초콜릿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찰리님 이글루에 정어리 초콜릿이라는 이름으로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링크) 신세계 본점 발렌타인 데이 전 초콜릿 판매전에 나왔더군요. 정어리 초콜릿 6개에 15000원이었나. 하여간 무지막지한 가격을 자랑했습니다. 캔에 담긴 것은 가격이 더 비쌌고요.
초코송이와 그 옆의 초콜릿은 G가 만들었습니다.-ㅠ-




저래놓고는 정작 먹은 건 초콜릿뿐이었습니다. 눈의 여왕은 먹을까 잠시 고민하다가 도로 비닐봉지에 싸두었고, 이날 부모님이 일찍 나가실 때 간식으로 드시라고 드렸습니다. 그런 고로 맛도 못봤고요. 완두배기, 콩배기를 넣은 흰빵 속에는 팥앙금이 들어 있답니다. 부모님 취향일 것 같아 드렸는데 맛이 어땠는지는 못들었습니다. 아니; 물을 생각도 못했네요. 왜냐하면 저는 저 위에 보이는 태양빵에 홀딱 반했기 때문입니다.OTL




굉장히 크고 묵직하며 건포도와 무화과와 견과류가 듬뿍 들어간 빵인데 가격은 7500원. 가격이 높은 편이지만 단면을 보면 납득할 수 있습니다. G는 손 안 댈 그런 빵인데, 무화과 때문인지 빵은 그리 달지 않지만 맛은 상당히 달달합니다. 빵 속의 부재료가 듬뿍 들어가서 씹히는 맛이 있는 쪽을 선호하는 사람이라면 홀딱 반할 맛입니다. 물론 달아서 싫어할 사람도 있겠네요.'ㅂ'; 제게는 약간 달았지만 담백한 빵을 기대한 사람에게는 기대를 배신할 정도의 달기입니다. 빵반죽의 달기가 아니라 부재료의 달달함이라 어쩔 수 없지만 말입니다.

하여간 저는 이 빵에 홀딱 반해서 지난주에 본누벨 압구정 점에 가면서 찾아보았습니다. 그러나 없었습니다. 흑.;ㅂ; 대신 사온 것이 건포도 식빵이었는데 사진은 없어요. 건포도가 듬뿍 들어가 달달하고 살짝 시나몬향이 나는 것이, 건포도를 시나몬을 넣은 물(?)에 절였나 싶더라고요. 그쪽도 나쁘지 않았지만 쿄베이커리쪽이 조금 더 좋습니다. 거기에 태양빵이 없다는 것이 정말 아쉬워서...;ㅠ;



그래서 어제 가서 한 덩어리 더 사왔습니다. 하하하. 이 사진을 보시면 크기가 대강 짐작 가실겁니다.+ㅠ+



역시 몇 주 전 주말의 일입니다. 부모님이 나가고 안계시는 틈을 타서 잽싸게 제작한 호두 메이플 비스코티입니다. 분량은 제멋대로지만 호두 한 줌을 밀어 넣는다는게 은근 양이 많았고, 설탕을 하나도 넣지 않고 메이플 시럽만 썼던 것이 또 은근 괜찮아서 근래 만든 비스코티 중 최고의 질을 자랑했습니다. 과거형인 이유는 이걸 홀랑 다 먹고 나중에 다시 재현하려고 했을 때 실패했기 때문입니다. 괜찮아요. 비율은 알고 있으니 다시 그걸 계량화 하는 일만 남아 있을 뿐.



네트워크 조직 모델이 뭐냐 물으시면 웃지요. 으하하하하;


비스코티를 어디에 담을까 고민했는데 접시에 담는 것은 쿠키나 케이크가 잘 어울리니 기왕이면 그릇이나 컵에 담아보고 싶더라고요. 하지만 비스코티 색에 잘 어울리는 그릇이 떠오르지 않아 잠시 고민하다가 요즘 서랍안에서 잠자고 있던 옻칠 그릇이 떠올라서 꺼냈습니다. 진한 밤색과 비스코티색의 조화가 좋더군요. 그리하야 토요일 저녁에 구운 비스코티를 일요일 아침에 밀크티와 함께 간식으로 후다닥 먹었다는 이야깁니다.
아니, 간식이 아닙니다. 식사였지요.'ㅂ'


어제 쓴 글의 주인공은 연꽃 씨앗입니다. 태그 보고 눈치채셨을 듯? 연꽃 씨앗 싹 틔우는 법을 찾았더니 사포로 껍질을 갈라고 했는데 껍질을 갈다가 포기했습니다. 거의 방탄껍질 수준이라 사포로 갈면 사포가 갈립니다.; 결국 깎다가 포기하고 펜치로 껍질에 금을 냈습니다. 네 개의 씨앗 중에서 둘은 몸통이 갈라지고 둘은 끝부분만 갈라졌는데 몸통이 갈라진 것은 물에 담근지 24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속에서 푸른 싹이 보입니다.
하여간 그 단단한 껍질을 생각하면 그게 3천년이나 땅속에 묻혀 있다가 싹을 틔웠다 한들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어쨌건 잘 키워야지요. 오늘 카메라 들고 와서 사진 좀 찍으려 했는데 또 까맣게 잊고 안들고 왔습니다. 내일은 집에서 뻗을-그러나 읽어야할 보고서와 작성해야하는 PPT가 있지요-예정이니 사진은 이번 주 중으로만 찍게 될겁니다. 기왕이면 관찰일기를 써보고 싶었는데 그건 무리군요.


편도선이 붓는 기미가 보입니다. 어머나.-_-a


지금 먹을 것의 관심사는 옥션에서 파는-그리고 지난주 원어위크이기도 했던 뻥튀기입니다. 아무래도 오늘 집에 가는길에 하나 사들고 가야겠네요.'ㅂ'; 다른 관심사는 요 몇 주간 꾸준히 이어지고 있는 견과류 사랑. 하지만 견과류는 환율이 지나치게 올라서 가격이 오른 덕분에 옥션에서도 가격이 상당합니다. 역시 고민하고 있고요. 게다가 견과류는 한 번 봉지를 뜯으면 다 없어질 때까지 손이 멈추지 않는다는 단점 때문에 구입을 망설이고 있습니다.;


슬슬 업무로 돌아가야겠네요. 오늘의 목표 달성은 과연 가능할 것인가?

로망이라고 제목을 적으려고 했다가 그에 해당하는 적당한 한국어가 없나 머리를 굴렸습니다. 그러니까 로맨스-낭만하고도 비슷하지만 구체적으로 적으면 이런겁니다.

햇살이 하얗게 부서지는 퇴출창. 하얀 커튼이 바람에 살짝 휘날리지만 들어오는 바람은 따스하다. 창 밖으로 내다보이는 정원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나무 아래, 꽃잎이 하나 둘 떨어지고 주변의 다른 나무들은 새싹을 틔울 준비를 하고 있다.
창 바로 앞에는 나무로 된 튼튼하고 커다란 테이블이 놓여 있다. 타자기, 종이, 노트가 펼쳐져 있는 가운데 테이블 가장자리에는 미야베 미유키, 애거서 크리스티의 추리소설들이 쌓여 있다. 앞에 펼쳐진 것은 올리버 색스의 <색맹의 섬>. 그 바로 옆에는 분홍색 티코지를 씌운 티포트가 있고 머그에는 살구빛의 밀크티가 찰랑찰랑 넘칠듯이 담겨 있다.


티푸드가 없는 것은 모종의 이유 때문입니다.-ㅂ-; 그건 나중에 이야기 하고...


하여간 저런 건 꿈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희망이라고 하기도 그렇고 소원이나 망상으로 잡기에도 그렇습니다. 어제 집에 오는 길에 H님(선생님이라 부르지만 여기서는 그냥 H님;)이랑 J님이랑 같이 돌아오다가 잠시 리치몬드 들리면서 로망의 이야기가 나왔거든요. 옮기면 이렇습니다.

K: 으아. 저 바구니 하나 가격이 105000원이예요. 엄청나다.
H: 어, 정말 그렇네? 근데 저런 바구니 하나 받았으면 굉장히 기쁠 것 같아.
K: 그렇긴 한데 바구니는 빼고 과자만 받았으면 좋겠어요.
H: 그렇지. 바구니 들어와야 쓸데도 없고. 차라리 종이봉투 같은 것에 담아줬으면 좋겠어.
K: 전 상자요. 근데 종이봉투도 좋겠네요. 그 갈색 종이봉투에 견과류하고 과자를 듬뿍 담아서 선물로 받는다면 말예요.
H: 아하하, 정말 좋지, 그거. 종류별로 조금씩, 견과류도 들어가 있고 과자도 들어 있고.
K: 코스트코에 가면요, 그 왜 데니시 쿠키 있잖아요? 동그란 캔에 들어 있는 거요. 그거 큰 버전이 있어요. 진짜 한 아름은 될 것 같은데 그게 22000원이거든요. 볼 때마다 살까말까 망설이는데..
H: 오, 좋다! 그냥 사지 왜?
K: 사들고 집에 들어가면 어머니가 화내실까봐요.
H: 엥?
K: '그거 먹고 살찌려고!'라고 하시니..
H: 아하하. 나는 그런 걸 이야기 해 줄 사람이 없어서 까맣게 잊고 있었어.
K: 근데 확실히 그래요. 그렇게 과자 선물 받아서 견과류 잔뜩, 과자 잔뜩 있으면 하나씩 번갈아 가며 맛보겠다고 다 뜯어서는 홀랑 다 먹을 걸요.
H: 맞아맞아. 일주일도 못갈걸. 멍하니 TV 보며 집어 먹고 화장실 왔다갔다 하다 하나, 물 마시러 왔다가 하나, 그러면 정말 금방 없어져.


대강 이런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그러니까 한 줄 요약하면 과자와 견과류가 종류별로 들어간 커다란 종이봉투를 받아보고 싶다는 건데 그게 로망이라는 단어 말고 다른 어떤 걸로 표현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고요. 꿈이라기엔 두루뭉실하고, 희망이라기엔 안 받아도 딱히 상관 없고-그렇게 구속력이 강하지 않다는 겁니다;-, 소원이나 소망도 뭔가 상황하고는 안 어울려요. 어울리는 적당한 단어가 있으면 제보해주세요.

하여간 J님은 두고 둘이서 이런 이야기를 신나게 나누고 있었던 것은 J님이 견과류를 좋아하지 않으셔서 그랬습니다. 저는 견과류를 아주 좋아하기 때문에 무서워서 코스트코의 믹스 넛 같은 건 구입도 못합니다. 맥주안주로 그만인 짭짤한 견과류 한 통 정도는 집에 두면 저 혼자 다 먹을거예요. 언젠가 집에 있던 아몬드 한 팩을 주섬주섬 다 먹은 적도 있고-그래서 아몬드 비스코티를 만들고 싶어도 그 뒤의 상황이 은근 두렵다니까요. 소량은 비싸고 대량은 그 뒷감당이 안되고요. 견과류도 수입이 많아서 요즘은 가격이 비싸겠지만, 그래서 코스트코 가도 눈물만 삼키지만 말입니다. 훗.



아침부터 이런 글을 쓰고 있는 건 토요일에 코스트코 가면서 어떤 것을 사올까 고민중이기 때문입니다. 구입목록을 작성하기 위한 생각 정리용 글. 핫핫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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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 전에 받은 것이니 이것도 일주일은 묵은 사진입니다.lllOTL
어제 카메라 사진을 정리하다보니 이것도 글 7개는 족히 나오는 군요. 그런 고로 이번주는 글이 평소보다 많이 올라가지 않을까 합니다.

추석 연휴 전에 S를 만났을 때-화요 사러 가던 날-받은 겁니다. 만든 사람은 B. B가 추석 선물로 준 것이지요. 그러고 보니 저는 추석 선물이고 문자고 하나도 안 돌렸는데...;ㅂ; 친구들에게 미안해집니다.;;;



땅콩과 검은깨가 듬뿍 들어간 튀일입니다. 워낙 땅콩이 많이 들어가 견과류를 싫어하는 G는 손도 안 댔지만 덕분에 저는 혼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진짜 땅콩을 주워먹는 듯한 느낌이 드는게, 단 맛도 거의 안 돌았거든요. 달지 않다고 안심하다가 저 한 봉지(5개 들이)를 홀랑 다 먹었습니다.


맛있게 잘 먹었어용! >ㅠ<
올림픽 이야기부터 먼저 꺼내지요.


올림픽 경기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보았던 것은 단연 야구입니다. 준결승도 재미있었지만 결승은 특히, 더더욱 재미있었습니다. 축구야 원래 좋아하지 않았지만 야구는 조금 호감이 있었던 고로 이번에는 호감도가 가파르게 상승세를 탔습니다. 심장에는 안 좋지만 말입니다.
어쨌건 이야기 하고 싶은 것은 결승전에서 배터리 교체 이후의 상황입니다. 9회 말, 상대팀의 마지막 공격이고 한국이 1점을 앞서 있으며 원 아웃, 주자는 1루 출루 상태입니다.(2루도 나가 있었던가요?) 그 상황에서 조마조마해서 채널을 돌렸는데 그 직후에 퍼펙트 장면이 나왔습니다. 음, 그런 상황을 일컫는 용어가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지금 단어가 떠오르질 않는군요. 저는 그 장면을 다시 몇 번이고 돌려 보면서 이걸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줄은 몰랐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이런 호수비도 있구나가 아니라 직접 볼 수 있을줄이야라는 말이 나왔다는 겁니다.
그 당시에는 떠올리지 못하다가 머리를 이리 저리 굴려 지난 일요일에야 상황이 정리되었습니다.

1. 베이징 올림픽 야구 결승전에서 마지막 투 아웃을 내는 공격적 수비가 나왔음.
2. 이 수비를 보고 내가 생각한 것은 단순히 멋지다가 아니라 이걸 내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줄이야였음.
2-1. 다시 말해 나는 이런 수비 방법에 대해 알고 있었음.
2-2. 나는 스포츠 중계를 거의 보지 않음. 야구도 마찬가지임. 그럼 도대체 이런 수비 방식을 어디서 보았던 걸까? 나, 스포츠 영화나 드라마도 안보는데?

2-2에서 대강 유추가 됩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면 만화나 애니메이션인겁니다. 하지만 스포츠 애니메이션은 대운동회(이건 격투기?;)가 거의 유일할 것이고 그럼 만화입니다. 어디서 봤나 의도적으로 생각하진 않았지만 어제 길을 걷다가 일목요연하게 저 상황이 정리되면서 3번이 나왔습니다. 어디서 보았는가? 넵, 남녀공학입니다.

응?

남녀공학 = 생도제군(일본 원제목)에서 봤습니다.;
혹시 기억하실지 모르지만 주인공 미키는 소프트볼 소속입니다. 1학년 때인가, 3학년인 주장이 마지막 시합을 치루면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상황이 되었을 때, 계획을 짭니다. 빠른 공 하나만 던져서 원 아웃인 상황에서 시합이 종료가 가능하게 말입니다. 플라잉 게임.. 그랬던가. 하여간 그 비슷한 용어로 부르더군요. 땅볼, 혹은 투수 앞 볼로 유도를 해서 2루로 송구하여 1루 주자 아웃, 그리고 1루로 송구하여 타자 아웃. 순식간에 투 아웃을 시켜서 게임을 끝내는 것입니다.

정말 제 눈으로 직접 볼 수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ㅅ;




하여간 익숙한 맛 하나 추가.

지난번에 코스트코에 다녀오시면서 부모님이 캘리포니아 호두를 한 봉 사오셨습니다. 식탁 위에 올려두고 심심할 때마다 하나씩 집어 먹고 있었지요. 그런데 호두를 보니 괜히 호기심이 동합니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 하지만 이건 장난이 아니라 엄연히 실험입니다.(..)

호두 반쪽은 잘게 다집니다. 그리고 냄비에 우유를 데우면서 다진 호두를 넣습니다. 넣고 데우면 어디선가 은은하게 호두마루의 향기가 납니다. 아, 정말로 믿으시면 안되죠. 그냥 우유 냄새입니다. 끓이는 동안 호두향은 별로 안 납니다.
하여간 그렇게 데우다가 홍찻잎을 준비하고 생각해보니, 홍차 잎을 넣고 끓이면 다진 호두는 나중에 찻잎과 함께 걸러지지 않습니까. 당황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걸름망을 써서 우유 위에 둥둥 떠다니는 호두들을 다 건져 컵에 털어 넣었습니다. 100% 건지는 것은 무리고 그래도 70% 가량은 건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리고 끓는 호두 우유에 찻잎을 넣고 보통의 차이 끓이듯 끓입니다. 다른 향이 나면 호두 향이 약해지니 그냥 트와이닝 잉글리시 브렉퍼스트만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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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완성된 호두 밀크티입니다. 둥둥 떠 있는 호두가 씹히는 맛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 와서 떠올려 보면 이 익숙한 식감 + 맛은 율무차.; 율무차보다 덜 달고 율무차보다는 깔끔한-곡식을 물에 탄 것이니 꺼끌한 식감이 나지요-맛이지만 닮아 있습니다.

그래도 가끔 심심할 때 해먹으면 재미있지 않을까요. 다음엔 호두 말고 다른 견과류로 도전해보겠습니다. 뭐가 좋을까~.
여름 최고의 간식은 과일, 그 중에서도 수박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이 팥빙수. 수박은 여름이 아니면 마음 편히 먹을 수 없지만 팥빙수는 여름이 아니라 해도 집에서 만들어 먹을 수 있으니까요. 나가서 팥빙수 먹기는 굉장히 어렵다지만 밀탑은 사시사철 팥빙수가 나오지 않습니까. 그런 고로 수박이 팥빙수보다 순위가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부모님이 집을 비우신 어느 주말, G도 놀러 나가고 없길래 집에서 혼자 뒹굴거라다가 생각난 김에 만들자고 팥을 꺼냈습니다. 어머니가 계실 때 팥삶겠다 하면 당장에 좋은 팥으로 꺼내주시지만, 혼자서 냉동실을 뒤져보니 있는 것은 그리 좋지 않은 팥뿐입니다. 그러니까 1차로 골라내고 나서 그래도 먹을 수 있겠다 싶어 팥국물(팥죽용)을 만들기 위해 남긴 벌레먹고 가벼운 팥들 말입니다. 어차피 모양으로 먹는 것도 아니고 푹 삶을 것이니 상관없다 싶어 삶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엔 냄비가 아니라 압력밥솥을 썼는데 이게 속도는 훨씬 빠르군요. 1시간 남짓한 시간만에 완성했습니다.
상하지 않게 냉장고에 고이 보관하고 우유를 얼립니다. 밀폐용기에 우유를 붓고 처음에는 한 시간, 그 뒤에는 30분마다 꺼내 포크로 긁어줍니다. 그래놓고는 까맣게 잊어서 다음날 다시 긁어야했지만 먹는데는 전혀 문제 없습니다. 그리하여 완성된 팥빙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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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우유 얼린 것만 놓는 것보다는 그 위에 차가운 우유를 조금 부어주는 쪽이 적당히 녹아서 맛있습니다. 그냥 먹으면 팥과 얼음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듭니다. 소스 겸 해서 초코 우유나 딸기 우유를 부어도 괜찮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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팥을 좋아하니까 팥은 듬뿍. 이걸로도 부족해서 나중에 먹다가 더 집어 넣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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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유 얼린 것은 여러번 긁을 수록 입자가 곱습니다. 덩어리 얼음이 없도록 열심히 포크로 찍었지요. 훗훗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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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일주일 뒤의 아침입니다. 얼음색이 미묘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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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전에 이것부터 소개합니다. B가 만들어준 견과가 듬뿍 들어간 시리얼바입니다. 시리얼바 만드는 방법은 이것저것 있지만 B가 쓴 것은 꿀과 물엿이었을겁니다.(아마도;) 초콜릿이나 마시멜로로도 많이 만드는데 그 쪽은 칼로리가 확 올라가니까요. 그리고 꿀도 가능한 분량을 줄인듯합니다. 생각보다 달지 않았거든요. 말린 과일도 들어가고 견과도 듬뿍 들어가서 씹는 맛이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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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게 잘 먹었습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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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팥을 듬뿍 올린 빙수입니다.
하지만 얼음 색이 누렇지요? 이유가 있습니다. 우유를 얼린 것이 아니라 차이를 얼렸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얼그레이 차이. 우유를 끓여 브렉퍼스트를 넣고 일단 맛을 낸 다음, 불을 끄고는 얼그레이를 넣어 뚜껑을 닫고 5분 가량 놔둡니다. 그리고 걸러서, 찬 우유와 섞습니다. 그러니까 평소 만드는 차이보다는 우유 양을 적게 해서 진하게 만들고 거기에 찬 우유를 섞는 겁니다. 이렇게 해야 차이의 온도가 떨어져서 바로 냉동실에 넣을 수 있습니다. 그냥 차이를 냉동실에 넣으면 다른 음식들의 냉동 보관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서 그렇습니다. 아니면 아예 우유를 조금 얼렸다가 차이를 넣고 섞는 것도 좋겠지요.

얼음 만드는 방식은 동일합니다. 부지런히 긁어주면 되고요.
한 입 입에 물었더니 순간 얼음에서 얼그레이 향이 확 나는데, 얼그레이를 싫어하거나 얼그레이를 맛본 적이 없는 사람에게는 절대 못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뒤에서 아버지가 "뭐 만드냐?"면서 입맛을 다시고 계실 때도 절대 안돼라는 심정이었으니까요. 뭐, 제가 만드는 음식들이 거의 가 다 저만 먹을 수 있는 음식이긴 합니다만..;
아버지몫은 나중에 따로 만들어야겠습니다. 흠흠.;



덧붙여서.
우유 얼릴 때 설탕이나 꿀 등을 넣어 단맛을 넣어주는데요, 넣으시려면 팍팍 아낌없이, 다이어트는 생각하지 않고 넣으세요. 얼리면 단맛이 거의 안납니다. 우유 200ml 한 팩을 얼렸다 치면 설탕 한 큰술, 꿀 2큰술 이상은 들어가야겠다 싶습니다. 팥에도 단 맛을 넣긴 하지만 얼음에도 단맛이 들어가는 쪽이 좀더 맛있긴 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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