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덕: military / 역덕: 歷史 / 근덕: 勤育筋肉

 

문피아 연재작이라 기억합니다. 『근육조선』. 연재 초기부터 제 트위터 타임라인에 자주 보여서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조아라 프리미엄에 들어온 김에 붙잡고 읽기 시작하다가 이번 주말을 날렸습니다. 내용 요약은 익히 들었던 그 이야기가 맞습니다. 생활스포츠지도사 1급 자격을 딴 헬스 트레이너가 어느 날 정신을 차려보니 수양-이 아니라 진양대군 이유의 몸 속이었다는 상황에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체지방따위는 최소한도로 줄여두었던 현생의 몸은 어디가고 몸은 좋지만 제대로 훈련 안된 지방낀 대군의 몸이니, 거기에 눈 앞에 보이는 아버지-세종대왕은 벌써 소갈증(당뇨)의 조짐이 보입니다. 지금 진양대군의 나이 열아홉. 세종대왕의 사망, 문종의 즉위와 빠른 사망, 그리고 단종의 폐위 등등의 일을 모두 헤쳐나가야 합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자신이 사학과 출신이란 것. 그래서 실록도 좀 많이 들여다 본 모양입니다. 게다가 밀덕 기질도 좀 많이 있습니다. 화력덕후인 형 이향(문종)보다는 낫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머리는 굴립니다.

 

하지만 현대인임을 감안해도 조금 많이 넘사벽의 지식을 갖고 있네요. 이사람, 사학과라지만 보통의 사학과는 아닐 겁니다. 화약의 원활한 제조를 위해 초석을 만드는 장면에서 이미...(하략)

 

조선전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기에 상당히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나옵니다. 현재까지 조아라에 올라온 역사선은 청나라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고, 임진왜란의 발발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이며, 이미 경국대전이 편찬되었고, 형조 시스템을 변경하였으며, 그외 수많은 사건들이 바뀌었습니다. 요동도 이미 조선의 손아귀에 들어왔습니다. 그걸 넘어, 아직 조선초기 이기 때문에 성리학이 말랑말랑(...)한 것을 이용해 생각보다 실학적인 부분이 많이 들어옵니다. 수양대군이 편찬한 입신체비서부터가 그렇습니다. 효를 근간으로 하고 있지만 그 또한 기술과 훈련으로 발전하는 기반입니다. 여성을 위한 입신체비서는 한창 제작중이며, 생각보다 생산 소출도 올라가고 중앙집권으로의 발달이 빠릅니다. 세종의 소갈증을 입신체비-적당한 운동과 근력 키우기로 날려버리고, 허약한 문종 역시 체력을 키우니 "마흔이라 들었는데 그보다 훨씬 젊어보이는" 왕이랍니다. 아마도 취향은 문종의 근육쪽이 아닐...(...)

건강한 세종이 방어하고, 건(gun)덕후 문종이 개발하며, 잡서의 귀재로 미래치트키를 갖고 있는 수양대군이 들어가니 조선은 모두 입신체비근육로 하나가 됩니다. 집현전 학자들도, 신숙주도, 한명회도, 심지어 홍길동도 이 세 왕족들의 계략 아래 갈려 나갑니다. 물론 안평대군도 당연히.

 

 

밀덕, 근덕, 그리고 역덕의 삼박자가 맞아 들어가는 즐거운 소설입니다. 이거, 종이책으로 나오면 전질 구매할 의지 있습니다. 분량이 매우 많아 가능할지 모르지만, 모든 도서관에 갖춰놓고 필독도서로 두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합니다.



펠 바르, 마이 슈발, <웃는 경관>, 동서문화사, 2003, 6800원
아리아나 프랭클린, <죽음의 미로>, 웅진지식출판사, 2008, 13800원


생각해보니 나머지 책은 한 번에 몰아서 써도 됩니다. 아주 인상깊게 남아 있는 것은 없는데다 절반 이상이 여행기니까요. 마음에 드는 책만 콕 집어서 길게 쓰고 나머지는 간단 감상으로 써야지요.


웃는 경관은 조금 황당한 경로로 책을 알게 되었습니다. G랑 같이 놀려고 G네 회사 근처의 스타벅스에 들어갔다가, 자유 열람으로 비치된 책 중에 웃는 경관이 있어서 집어 읽었던 겁니다. 뒷면의 내용 소개를 보면 뭔가 아니다 싶어서 읽을까 말까 망설이다가 엔딩 부분만 확인하고 다시 처음부터 읽었습니다. 호오. 상당히 괜찮습니다. 배경이 옛날이고-베트남전에 대한 반대시위가 열리고 있습니다-북구 쪽이라 멀긴하지만 전체적인 짜임새가 괜찮습니다. 여기서도 오래된 격언 하나가 떠오르는군요. 강력한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가려둡니다: 나무는 숲에 숨기는 것이 제격이죠.
추리소설이지만 탐정물이 아니라 경찰물입니다. 주인공들이 다 경찰이라 사건 조서를 들여다보면서 수사를 합니다. 경찰물을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추천합니다. 대신 내용에 약간 수위가 있는-야한쪽으로;-책이니 애들에게 권하기는 미묘하군요. 신경쓰지 않는다면 내용 전개상 크게 문제되지 않긴 하지만 말입니다.'ㅅ'


죽음의 미로는 예전에도 썼던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의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감상평? 필요 없습니다. 여섯 글자면 족합니다.

헨리 전하 만세! ;ㅁ;

지난번에도 폐하 멋져요를 연발했지만 이번에는 더합니다. 흑흑. 게다가 책 마지막의 그 문장! 가장 마지막 문장! 대박입니다. 사모하지 않을 수 없어요. 역사적으로 어떤 평가를 받는지, 말년이 어땠는지는 접어두고서라도 하여간 멋집니다.
이번에도 캐드펠이 오버랩됩니다. 수녀원장님이 그런 느낌이 들더군요. 뭐, 한국에서 그런 학설을 펼쳤다가는 온 기독교-천주교가 아니라-의 공세를 받겠지만 말입니다.

잠깐 딴 이야기를 하자면, 며칠 전 이글루스에서 휙 떴던 예수님과 부처님 이야기도 그렇습니다. 한국에서 정식발매가 될 거라고는 다들 생각하지 않습니다.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절대 정식발매가 될리 없는 책이지요. 그게 나오면 그 어떤 출판사건 간에 매장 당할 각오를 해야하는겁니다. 개인적으로 보고 싶어서 교보에 별도 주문을 넣을 예정이지만 참... 한국이 경직된 사회라는 것은 이런 부분에서 느낍니다. 그렇다고 일본이 유연한 것도 아니죠. 각 사회마다 터부가 있다면 종교는 한국의 터부이고 일본에서는 일왕일겁니다. 여자도 일왕을 할 수 있다는 헌법 개정안을 만들기 직전, 왕실 내부와 극우파들이 짜서(라고 생각합니다) 아들을 낳은 것을 보고는 기겁했지요. 그걸 두고 펑펑 울면서 인터뷰를 한 어느 할아버지도 참 그렇고 말입니다.
(써놓고 보니 정말 딴 소리;)


그러고 보면 헨리 전하가 부르는 엘리의 별명도 무진장 웃깁니다. 증명샷이라도 찍어 올릴까 싶은 정도인걸요. 음, 기억나면 조만간 사다가 찍어 올리겠습니다.


아리아나 프랭클린,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웅진지식하우스, 2007


아까 글에서 언급한 정말 재미있는 추리소설이 이겁니다. 표지는 마음에 안들지만 내용 편집은 꽤 괜찮아서 읽는데 별 문제는 없었습니다. 그리고 책이 두게에 비해 가벼운 편이고요.

원제가 마음에 들어서 번역 제목을 꼭 저렇게 해야했나 싶지만 마땅히 적당한 단어가 떠오르진 않습니다. Mistreess of the Art of Death. 영어 느낌이 더 좋아요.'ㅂ' 아, 아리아나 프랭클린은 필명이고 본명은 다이애나 노먼입니다.


2007년에 출판된 책이고, 출간된지 얼마 되지 않아서 교보에서 책 검색했을 때 보았습니다. 하지만 그 때는 별로 땡기지 않았던 것이 주인공이 여자였거든요. 거기에 CSI 운운하다보니 분위기가 왠지 스카페타 시리즈가 납니다. 그 여주인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뤄두었는데 이번에 두 번째 권이 나왔습니다. 죽음의 미로요. 이걸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도서관에서 검색하니 앞권이 들어와 있고 마침 한 권이 대출가능상태입니다. 조금 고민하다가 대출 여유도 있고 하니 읽어보자라고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은 단 한 단어로 평을 할 수 있습니다. 읽으세요.
그 이상의 말이 필요 없습니다. 단 타겟은 분명 있습니다. CSI, 캐드펠, 역사소설.
세 단어 중 가장 중요한 코드는 역사소설입니다. 그것도 배경이 헨리 2세입니다. 읽다보니 캐드펠과 로드 다아시 시리즈가 동시에 떠올랐는데 그 이유는 두 말할 필요도 없지요. 모드황후(본 책에서는 마틸다 황후)와 사촌인 스티븐 와의 싸움은 스티븐 왕이 후계자를 잃고 나서 자신의 오촌 조카에게 영국의 왕위를 물려주겠다고 하며 끝납니다. 내전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서도 종종 등장합니다. 그 헨리 2세는 (먼나라 이웃나라에 의하면;)  루이9세의 아내, 아키텐의 엘레노오라와 눈이 맞습니다. 이혼한 그녀는 잽싸게 연하남을 꿰어차고 영국은 프랑스와 그 옆의 커다란 영국 섬(;;)으로 영토가 넓어집니다.

캐드펠은 배경이 내전시대로 헨리 2세의 즉위 몇 년 전입니다. 그리고 로드 다아시는, 십자군 전쟁 나갔다가 화살 맞고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리처드가 제정신 차리고 거대 제국을 세운다라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그 리처드는 헨리 2세의 아들입니다. 이 책에서 나온 몇몇 이야기를 보면 헨리 2세의 첫 아들 윌리엄이나 그 아래의 헨리 모두 일찍 사망하는군요. 리처드가 큰 아들은 아니었나봅니다. 그럼 로드 다아시 시리즈에서 나오는 아더는 헨리 주니어(...)의 아들이었을까요.
배경이 그렇다 보니 대체적으로 캐드펠이 겹쳐 보이지만 읽다보면 그 유머감각에 어느 새 캐드펠을 잊고 재미있게 볼 수 있습니다.

자아. 내용 폭로를 막기 위해 아래의 격한 글은 살짝 접어둡니다. 이 책을 읽으실 분들은 읽고 나서 보시고, 나중에 천천히 볼 것이고 내용폭로는 조금 당해도 상관없다 하시는 분들은 보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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