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오랜만에 들고 나온 와치필드입니다. 엊그제 다얀 문고본 글에 달린 댓글을 보고 있자니 다얀 + 와치필드 관련해서 글 쓸 것이 있었는데라는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르더군요. 그러고 보니 번역해석해서 올리겠다는 것도 까맣게 잊고 있었군요. 끄응..;

하여간 해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홀랑 잊고 있었던 것은 페브입니다. 지난 1월의 도쿄 여행 때 G가 사다준 것을 서랍장에 고이 모셔두고 까맣게 잊고 있었습니다. 물론 자주 여는 서랍장이긴 한데 눈에 들어와도 보이지는 않는 겁니다. 인식이 안되는 거죠. 그러다가 홀연히 떠올랐으니, 당장 사진 찍어야겠다 싶어서 저녁에 카메라 들고 거실에서 뒹굴며 찍어보았습니다.


와치필드 페브입니다. 페브가 무엇인지에 대해서 먼저 설명을 해야겠지요. 그건 케이스 뒷면에 나와 있는 설명을 해석해서 대신하겠습니다.



뒤집어 보면 이렇게 FEVES에 대한 설명이 나와 있습니다. 가격은 3675엔이었군요.(비싸다.;ㅅ;)

해석은 직역입니다. 그런 자세한 설명은 그 아래 다시 달지요.

페브는 1월 6일의 에피파니(Epiphany, 크리스트교 공현제)를 케이크와 함께 기원한다는 프랑스의 전통적인 행사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축제의 날에는 페브가 1개만 들어간 케이크를 모두가 둘러 나눕니다. 그리고 케이크의 안에서 페브를 발견한 사람이 그 날의 임금님이 됩니다. 페브(FEVES)라는 것은 하늘콩으로, 옛날에는 하늘콩을 케이크의 안에 숨겨서 만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하늘콩 대신 금화를, 프랑스 혁명 때에 작은 도자기제의 것으로 바뀌어 갔습니다. 이 페브를 실제 케이크 만들 때 안에 넣어 구워 전통적인 프랑스의 축제를 즐겨보는 것은 어떤가요?

사실 이와 유사한 형태의 행사(축제)는 옛날 옛적에 만화판으로 나온 애거서 크리스티의 '크리스마스 푸딩의 모험'에서 보았습니다. 거기서는 크리스마스 푸딩 반죽을, 크리스마스 만찬에 참가하는 사람들이 모두 한 번씩 저으면서 소원을 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안에 잡다한 소품(반지라든지 콩이라든지, 기타 등등)을 넣는 것으로 나옵니다. 워낙 옛날에 읽은 이야기이고 실제 소설판은 이와는 다른 분위기여서 어중간하게 기억하고 있다는게 문제로군요.;

하여간 중요한 사항은 1월 6일에 케이크를 만들면서, 그 안에 페브를 하나 넣고, 그 조각을 찾아낸 사람이 왕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옛날에는 페브가 도자기 인형이 아닌 하늘콩(원문에는 そら豆)이었다는 것이고요.

와치필드의 세계에서 저 공현제가 중요한 것은 유레카-와치필드의 크리스마스 축제가 끝나는 것이 저 날이기 때문입니다. 와치필드의 크리스마스는 성인의 탄생일이 아니라 태양의 탄생일입니다. 동지축제인거죠. 아마 작년쯤에 나온 와치필드 이야기 중에 공현제 관련 에피소드가 있지 않나 싶은데 최근에는 MOE건 문고판 와치필드건 손을 대지 않아서 확신을 못하겠습니다.ㅠ_ㅠ



종이상자에서 꺼내면 이렇습니다. 피규어 포장법과 유사하군요.
맨 왼쪽부터 노엘 케이크(통나무니까)에 앉은 다얀, 컵케이크에 들어간 이반, 타르트에 올라간 지탄, 포트에 빠진 마시, 푸딩(혹은 바바로아)에 올라간 바닐라, 사탕인지를 운반하는 생강빵입니다.



크기 비교용으로 놔둔 것이 w270.
뒷모습은 저렇습니다.



꺼내 놓다가 다얀과 이반의 자리가 헷갈렸습니다. 하하하;




가까이서 찍어보았습니다.
이반도 어렸을 적 모습, 다얀도 베이비 다얀. 근데 지탄은 성인버전?



마시는 분간이 안되지만 바닐라는 애초에 '애'죠.
가까이서 보니 캐러멜 푸딩이 아닌가 싶습니다. 위의 검은 부분은 시럽이 아닌가 싶은 걸요.



포장 옆면에는 생강빵(진저브레드맨)이 축하한다고 외치고 있습니다. 아마 페브를 찾아서 임금님이 된 사람에게 하는 말이겠지요.








1월 6일에 해보면 재미있을 것 같긴 하지만 반년 넘게 남았지요? 그 동안 케이크 만드는 실력을 조금 키워서 도전해볼까나..-ㅁ-;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저건 못쓰겠습니다.
누군가의 이에 씹힐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케이크 속에 넣어 굽는 것이 무섭거든요.; 그리고 저는 케이크보다는 비스코티를 훨씬 더 많이 만듭니다. 음, 푸딩이라면 만들지도 모르지만 반죽이 묽으니 저런 도자기 인형을 넣으면 가라앉아서 금방 보이지 않을까요.

그리하여 저 페브는 집에서 거의 피규어(?) 취급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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