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암호 같지만 5월 18일-518데이에 2007년도 Luci Festa(빛의 축제)에 다녀왔다는 이야기입니다. 루체비스타나 루미나리에나 다 같이 빛의 축제지만 이쪽은 2년인가 3년차고, 어제 다녀온 Luci Festa는 올해 처음으로 보는 행사입니다. 청계천에서 걸어서 30분 거리(실상은 15분. 가장 가까운 지점까지는 15분, 청계광장까지는 40분 가량)에 살고 있는 것이 이런 때는 행복이군요.

사진을 한꺼번에 올리자니 너무 많아서 처음으로 이글루스의 포토로그를 써봤습니다. 뜬금없이 제 얼음집에 새 글이 올라와서 놀라셨을지도 모르지만 본 계정의 용량확보를 위한 노력이었음을 밝힙니다. 하하하.

그럼 어제의 이야기를 꺼내보지요.


Luci Festa(지금부터는 줄여서 LF)가 있다는 것은 지난 일요일에 알았습니다. 일요일 동안 뒹굴거리며 놀고 있다가 저녁 느지막히 G를 끌고 청계천에 산책-이라 쓰고 교보에 책 구경가기-을 나갔습니다. 청계천 산책은 종종 G와 함께 나갔기 때문에 코스는 거의 정해져 있습니다. 청계천을 따라 교보문고까지 갔다가 몸 상태에 따라 걸어서 돌아오든지 버스를 타고 돌아오든지 합니다. 이날은 체력이 달려서 버스를 타고 집에 돌아왔습니다.(물론 돌아오는 시간의 문제도 있습니다. 밤 늦게 돌아온다면 대개 버스로 옵니다)
그런데 그날, 이야기도 못들었던 독특한 구조물들이 청계천 길가에 있었습니다. 산책로를 따라 희한한 조명을 밝힌 동물들이 있더군요. 저 날렵한 선은 아무래도 광섬유. 은은한 빛이나, 전구가 아닌 것이나 그래보였습니다. 디카를 들고 나올 걸 그랬다고 후회하면서 걸어갔을 때, 종각에서 청계광장 사이는 진짜 휘황찬란하게 밝혀두었더군요. 반구형 돔도 있어서 거기는 음악에 맞춰 램프(정확히는 LED. 어제 B에게 들었습니다)가 점멸합니다. G랑 같이 있을 때 흘러나오던 음악은 눈의 꽃이라 어이없었지만 뭐, 구조물이 눈 결정을 형상화 하고 있었으니 선곡한 사람이 참 센스 없다라는 정도로 넘어갑니다.

다시 가서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는 목요일 밤에 S와 B를 꼬셨습니다. 순식간에 팀(?)을 구성해서 금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했지요.

금요일 저녁, 남대문에서 S를 만났을 때 갑자기 비가 쏟아지기 시작합니다. 비가 너무도 세차게 내려서 중간에 차양 아래서 비를 피하고 있었더니 우박이 내립니다. 서울에서 산 것은 1998년부터지만 우박 내리는 것은 이번에 처음 봤습니다. 아니, 지금까지 생각해보면 우박은 초등학교 때 딱 한 번만 보았고 그 때도 설렁설렁 내렸지요. 이번처럼 폭우 쏟아지듯 내린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것도 서울 한 복판에서!


신세계에서 다시 롯데로, 거기서 B를 만나 저녁으로 죽을 먹기 위해 근처를 뒤집니다. 그 많던 죽집들은 어디로 숨었는지. 롯데백화점에서 시청 옆골목(산하네 분식 쪽)으로 올라가, 광화문 우체국에서 종각 방향으로 걸어가는 도중, KFC 옆에 있는 본죽 매장 하나 말고는 종로 2가를 한참 돌아보아도 찾기 어려웠습니다. 길 건너기 번거롭다고 KFC 옆의 본죽은 안 갔는데 후회하면서도 이쯤 되면 오기가 생긴다고, 열심히 돌아보며 찾았습니다. 결국 종로 2가 그 어딘가에서 본죽 매장을 찾았습니다. 안쪽 골목에 깊숙히 들어가 있었는데 의외로 매장도 크고 깨끗한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먹는 포스팅은 별도로 하도록 하지요.

저녁을 먹고 나오니 해도 완전히 지고 깜깜해집니다. 하지만 갑자기 소나기가 내린데다 우박까지 내려서인지 청계천은 사람들의 통행을 제한하고 있었고 광섬유 동물들도 철수했더군요. 대신 공중(?)에 설치한 구조물들은 전기설비를 가동해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종로 1가, 영풍문고 청계천 쪽 출구에서 길건너 찍은 사진입니다.

위 사진 끝부분에 있는 돔이 이겁니다. 아래에는 SK나방(...)이 떠 있습니다.
그 외의 사진들은 이글루스 포토로그에 가서 보시면 됩니다. 링크는 여기.

이번 주말에는 석가탄신일 연등 축제가 있습니다. 시간 되면 양쪽 모두 구경하시는 것도 재미있을 겁니다. 물론 이런류의 축제가 겹치면 사람 구경을 하게 되어 쉽게 지친다는 것도 염두에 두세요. Luci Festa(라 쓰고 루체 페스타라 읽는 모양입니다)는 가정의 달 한정(?) 행사입니다. 28일인가까지 한다니 그 전에 한 번 가보세요. 눈이 즐거운 행사입니다.


덧붙임 : S에게. 도깨비 사진 필요하면 이야기 하세요.+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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