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피아노 소나타는 책이 나왔을 때부터 구입 여부를 두고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계속 미루고 있다가 결국 완결난 책을 생협에서 키릴님께 빌려 보았습니다.

라이트 노벨이니 읽는 속도는 빠릅니다. 하지만 한 번 읽어서는 완전히 소화시키기 쉽지 않은 책이라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연주 장면과 관련된 묘사들이 많기 때문에 그걸 다 이해하려면 음악을 직접 들어서 감을 잡은 다음에 읽는 수 밖에 없습니다. KISS는 아예 드라마 CD도 나왔으니 그나마 낫지만 이쪽은 그런 보조자료(?)도 없고, 결국 본인이 구하는 수 밖에 없지요. 쉽지 않겠습니다.

일단 처음 읽은 내용에 대한 감상부터 이야기 해보죠. 그 전에 전체적인 흐름을 잡자면, Boy meets girl(s).
지금부터 들어가는 내용 소개는 말장난입니다.-ㅂ-;

소년 켐벨은 소녀 에비마요를 만납니다. 에비마요를 마음에 들어 했던 혁명가의 함정에 빠져 결국 소꿉친구, 에비마요, 혁명가, 켐벨이 같이 밴드를 하게 됩니다. 당연히 이 과정에는 수 많은 우여곡절과 함정과 음모, 병원이 함께 합니다.(음?) 이야기를 전개하는데 가장 중요하게 공을 헤우는 것은 켐벨의 둔함, 무신경, 바보짓이고 켐벨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밖에서 켐벨을 보면 이런 케이이치같은!이라고 버럭 소리를 지르게 됩니다.


자아. 풀어서 설명하겠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켐벨이란 성과 아주 잘 어울립니다.
소녀 에비마요의 아버지는 에비칠리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이쪽은 에비마요. 에비칠리를 해석하면 칠리새우. 에비마요는 마요네즈 새우입니다. 에비칠리야 주인공의 아버지가 친구에게 붙여준 장난 별명이지만 에비마요는 아마 대부분의 독자가 떠올렸을 별명입니다. 훗.
소꿉친구는 유도소녀였다가 부상으로 은퇴(?)한 드러머입니다.
혁명가는 땡땡이를 밥먹듯이 하고 함정의 달인인, 어디선가 참 많이 본 듯한 인물입니다. 프리티 보이(덤의 고바야시군)에서 나오는 치히로의 업그레이드 여성 버전 ... 이라고 하기엔 치히로에게 참 많이 미안합니다. 그러니까 위에 흰 가운 하나만 걸쳐 놓으면 수 많은 세대를 거쳐 유전되어 온 매드 사이언티스트 겸 음모가의 모습이 여기에 응축된 것 같달까...


앞서도 잠깐 이야기 했지만 1인칭 주인공 시점이다보니 주인공은 꽤나 못난 놈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역자 후기에서도 언급되었듯이 그대로 믿으면 안됩니다. 클래식 음악 평론가인 아버지 대신 글을 써도 대부분의 사람이 못 알아채고, 아버지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그럭저럭 음악적 지식이 쌓여 있고, 거기에 상당한 손재주를 가졌습니다. 편곡 실력도 대단합니다. 그러나 본인은 이게 아무것도 아닌 잡지식, 잡기술이라 생각하나봅니다. 어이, 읽는 사람도 좀 생각해달라고.

이런 저런 이야기 다 빼놓고- 특히 로맨스를 제외하고 본다면 이 이야기는 성장소설로 보아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그 무엇보다 여기서 가장 많이 성장한 것은 주인공 나오입니다.(애칭이 아니라 본명을 쓰고 싶어 손이 근질근질하지만 그건 앞에서 유추하시면 대강 알테니 안 적겠습니다.) 처음에는 룸펜 느낌에 가까웠던 나오는 소꿉친구의 부추김과 혁명가의 함정에 걸려 에비마요와 함께 밴드에 낚입니다. 거기서 슬슬 자신의 실력을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발휘하게 되는데, 아무리 그렇다 해도 연습한지 몇 년 만에 프로들이 인정하는 수준까지 올라간다니, 거참.-_- 네가 아무리 천재가 아니라 한들 수재 이상임은 분명하다고 소리를 버럭 질러주고 싶지 뭡니까. 4권 끝부분을 보면 아무렇지도 않게 슬렁 슬렁 써놓았던데 보고 있으면 속에서 열이 치솟습니다.

네 이놈! 못 가진 게 뭐냐! 마지막에 보면 천연기념물둔치가 눈치까지 업그레이드 하지 않냔 말이다!


하여간 클래식이건 팝이건 락이건 상관 없이 음악을 좋아한다면 한 번 읽어보세요. 읽어보고 나면 CD를 뒤적거리고 블로그를 뒤적이며 음악을 찾다가, 결국 못 찾는 것은 지르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거기에 귀도 덩달아 높아지는 느낌에 좋은 헤드폰을 장만해야할 것 같은 심리적 압박감에 시달리게 되지만, 그리고 옆구리 허전함을 배로 느끼게 되지만 함께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콘서트에 가고 싶어지니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책이 아닐까요.


그리하여 열심히 돈을 모아 헤드폰을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더랍니다. RQ에게 좋은 헤드폰을 쓰자니 이거 왠지 헤드폰에 미안하다는 생각이 들지만-돼지목에 진주 목걸이?-나노는 헤드폰을 좋은 걸로 해주면 또 다른 소리를 낸다는 말도 듣긴 했습니다. 그런 고로 당위를 만드는거죠.


완결 뒤에 떠돌았던 모 삽화 때문에 이글루스 도서 밸리가 들끓었는데, 그 이야기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스기이 히카루, <안녕 피아노 소나타 1-4(완)>, 정효진, L노벨, 2009, 각 6000원


덧붙임.
1. 그러고 보니 나오의 아버지....... 중간에 등장한 묘사 중 '나가면 재수생으로 본다'는 말에 기겁했습니다.-_-;
2. 삽화는 그리 취향에 맞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맨 마지막 삽화. 종종 소설 내용과 삽화가 맞지 않는 경우가 있던데 그 장면도 달랐습니다. 키 차이가 그거 밖에 안 날리 없잖아요. ... 근데 소년, 그 사이에 키가 좀 컸나? 그 앞에서는 키에 대한 이야기가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


(반쯤 얼굴을 내밀고 있는 양. 월레스와 그로밋에 등장하는 양입니다. D90 + .4. 접사 렌즈를 사야하는 것인가 고민중입니다.)

※ 쓰다보니 「문학소녀」의 결말 내용 폭로가 나옵니다. 그런 고로 아직 읽지 않은 분, 결말을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읽지 말아주세요.


어제도 스트레스 푼다고 이 책 저 책 뽑아 읽다가 계속 속에 걸려 있던 말을 뽑아낼 소재를 찾았습니다. 시바사키, 타카히코, 코노하. 이 셋의 이름을 다 아신다면 당신은 독심술의 대가입니다.(웃음)
시바사키는 도서관 전쟁의 중요 조연으로, 주인공인 이쿠의 친구입니다. 굉장히 당차고 무서운 아가씨이지요. 타카히코는 파파 톨드 미에서 너무 어린 나이에 일찍 세상을 알아버린 초등학교 6학년 남학생이고, 코노하는 문학소녀 시리즈의 남자 주인공입니다. 이 셋을 같이 꺼내 이야기를 하려는 것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어서입니다.

뭐, 그리 복잡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고토부키 나나세가 왜 인기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는 것이 의문의 시작이었으니까요. 그리고 결말부를 두고 코노하가 비난받는 것도 제게는 잘 이해가 안됩니다. 막말로 표현하자면 단물 쓴물 다 빨아 먹고 버렸다라는 분위기인데 순화하면 '네가 어떻게 나나세를 버릴 수 있어!'가 되겠지요. 근데 제가 보기엔 조금 다르단 말입니다....
제가 코노하를 편애하긴 하지만(귀엽잖아요-ㅁ-), 거기에 나나세가 취향이 아니라고 하지만(토오코>나나세), 그래도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그 걸리는 부분이 무엇인가에 대한 해소는 시바사키와 아사히나의 관계에서 한 번 나왔고(도서관 내란) 어제 파파 톨드 미를 다시 보면서 타카히코의 대사에서 다시 확인했습니다.

간단합니다.
그 쪽에서 나를 좋아한다는 것은 압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기가 될 수는 없습니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는 것은 당신의 자유이고, 그걸 내가 받아들일지 말지는 내 자유입니다. 당신이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내가 그 마음을 무조건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타카히코는 엄청나게 많은 초콜릿을 받습니다. 하지만 본인은 초콜릿을 좋아하지도 않으니 이건 짐덩이에 지나지 않습니다. 흔히들 민폐라고 하지요. 하지만 그걸 그렇게 취급하면 비난을 받습니다. 그래서 그냥 받습니다. 하지만 거기에는 또 다른 책무가 따라붙습니다. 그에 대한 보답-화이트 데이의 선물 말입니다. 그 이전 해에는 화이트 데이에 선물을 받고 싶은 아이에게만 주었더니 못 받은 아이들이 실망했느니 어쨌느니 했답니다. '받아 주시기만 해도 좋아요. 그냥 제 마음을 전하고 싶었어요'는 입에 발린 말이고, 그에 따라오는 마음을 원했던 거란 이야기겠지요.-ㅅ- 뭐, 달라는 애한테만 줬다는 타카히코도 둔하다고 생각하지만 억지로 마음을 받은 셈이니 조금은 동정합니다.
(발렌타인 데이의 초콜릿과 관련해서 가장 위대한 인간은 이모노야마 노코루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위대하지요.)

시바사키는 예쁩니다. 그래서 선망의 대상입니다.
시바사키의 동료 중에 한 여자가 있습니다. A라고 해두지요. A가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는 시바사키를 좋아합니다. 그러자 A는 시바사키에게 남자친구를 만들어 주기 위해 동분서주합니다. 그 과정에 걸린 것이 아사히나. 시바사키에게 마음을 두고 있다고 하자 A는 없던 말까지 지어내면서 시바사키와 아사히나를 이어주기 위해 애씁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가끔 데이트를 하게 되자 A는 주변 여자 동료들을 선동해서 '그 쪽이 좋아한다니까 사귀어 보는 것은 어때?'라는 분위기를 조성합니다.
이것도 민폐입니다. 그에 대한 감상은 시바사키의 속마음이 도서관 내란에 잘 나와 있으니 보시면 되고, 이걸 방어(?)해주는 것은 의외로 이쿠였습니다. 상대방이 좋아하니까 사귀어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였던가요. 그런 내용의 발언을 합니다. 좋아하는 것은 그쪽 사정. 그 사정에 맞출지 말지는 내 마음이 어떤지에 달려 있습니다. 그리고 로맨스에도 종종 등장하지 않습니까. 당신이 나를 좋아한다고 해서 내가 마음이 없음에도 사귀는 것은 당신 마음에 대한 실례입니다. 자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랑 사귀는 것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사귀는 것보단 낫다고 하는데 그건 본인이 겪어보면 답이 뭔지 알겁니다. 때에 따라 다를테니까요.

코노하와 나나세의 관계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미우와 코노하의 모습을 보고 나나세는 코노하의 모습에 홀딱 반합니다. 하지만 그 마음을 들키지 않으려고 일부러 새침하게 굴지요. 너 따위한테는 관심 없어로 일관하고, 그걸 계속 접하다보면 있던 마음도 떨어질겁니다. 그래 놓고는 나중에야 사실 나, 너 좋아해서 그런거야라고 하면 마음의 상처가 수복이 될까요. 나나세는 코노하를 위해 이리 저리 동분서주하고 싸우지만 위한다는 개념의 차이가 달랐지요. 마지막 권에서 나나세와 코노하의 대화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코노하의 상처에 대한 토오코와 나나세의 대응 차이. 그 차이가 결말을 만들지 않았을까 하고요.
어, 본래 나나세에 대해 하고 싶었던 말은, 상대방이 나를 좋아한다고 그에 대해 내가 보답해야할 필요는 없다는 겁니다. 코노하는 사귀기까지 했지만 결국 마음이 간 쪽은 다른 쪽이었지요. 비난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현실세계에서도 두 사람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나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 사람과 사귀다가도 도저히 아니라고 생각하면 헤어질 수 있으니까요. 상대방이 나 때문에 얼마나 희생을 했는가, 나를 얼마나 좋아해주는가보다는 내 마음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ㅅ'



어찌되었든 결론은 코노하 만세?


교보에서는 문학소녀 시리즈 주문이 안됩니다. 그런고로 이 책은 일본여행 갈 때나 구해올 수 있겠네요. 외전도 찾아보고 화집도 찾아오고. 우후후~
감상을 쓸 책이 두 종이지만 일단 하나는 뒤로 돌리고, 아리카와 히로의 이야기부터 먼저 하겠습니다.


도서관 전쟁부터 시작해 도서관 내란, 하늘 속을 읽고 그 뒤에 도서관에서 빌려 소금의 거리 , 바다 밑까지 읽어 한국에 출간된 아리카와 히로의 책은 다 보았습니다. G는 이중 도서관 시리즈까지 보고는 손을 뗐고 그 이유로 '자위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싫다'고 했습니다. 저야 로맨스 소설 보는 느낌으로 책을 읽고 있었으니 조금 덜하긴 했는데 전체를 다 보고 나니 G의 심정이 이해가 갑니다. 그리고 그 때까지 묻어두고 있던 불편한 감정들이 하나 둘 튀어 나옵니다. 그러니 이 글은 불평글입니다. 이 작가를 좋아하신다면 넘어가시는게 나을지도..?



작가가 깊이 생각하고 포석을 깔았든 아니든간에,현재의 헌법 체계에 대해서는 불만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자위권만 인정하고 공격은 할 수 없게하는 것 말입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양화대와 도서대의 싸움이 그랬고, 그 싸움에 대해 묘사하는 '신세계'의 오리쿠치가 그랬습니다. 물론 그렇게 끼워맞춰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책에서도 자위권에 대한 이야기는 종종 등장합니다. 하늘 속은 아직 세계군수시장에 내놓을 수준이 안되는 일본의 항공기술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바다 밑은 아예 대놓고 써놓습니다.

엄청나게 웃자란 갑각류가 사람들을 습격해서 마구 잡아 먹는데, 경찰로서는 대응에 한계가 있습니다. 그런 고로 자위대의 출동을 바라고 있지만 자위대는 출동할 수가 없습니다. 그리하여 상황을 유도해 자위대가 출동하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듭니다. 그 뒤에 이런 이야기를 담습니다.

<바다 밑>, p. 406
(중략)
 누구에게도 위로할 말이 없었다. 헛되고 중대한 희생을 강요당한 것은 전원이 알고 있었다.
 자위대만 빨리 나섰다면 이렇게 되지는 않았을 텐데.
 모두가 생각하는 그런 가정에는 의미가 없었다.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이 나라였다.
(중략)


그리고 이런 '자위권'에 대한 응당한 이유로 등장하는 것은 같은 편이라지만 뒷짐지고 사태 추이만 바라보고 있다는 미국과 모 나라입니다. 이에 대해서는 자위대에 대한 이야기가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는 하늘 속에 자세히 나옵니다. 일본 정부가 공격을 했던 것은 모 나라에서 그 괴물을 없애라고 압박을 하며, 만약 공격하지 않으면 핵 미사일을 날리곘다라고 협박을 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핵 미사일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는 없지만 시간까지 정해놓고 압박(협박)을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와아. 안봐도 뻔하죠. 모 나라가 어느 나라인지는 말입니다.
소금의 거리나 하늘 속이나 바다 밑이나 다 군대 이야기가 주류이기 때문에 미군도 꼬박꼬박 등장하는데 말입니다, 하늘 속에서는 역시 관망세. 바다 밑에서는 자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군대가 주둔한 국가의 지역민은 안중에도 없는 것처럼 등장합니다. 아니, 뭐, 실제도 그럴거라 생각하지만 말입니다.-_-;

하여간 이들 책에서는 더 적극적인 자위권, 방위권을 주장하고 있고 이런 책을 읽은 학생들 역시 그런 생각에 공감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왜 '우리나라'는 제대로 된 군대를 갖지 못하고, 세계에서 통하는 군수물자를 생산하지 못하며-하늘 속에서는 대체적으로 그런 분위기입니다;-이런 괴물들이 등장했을 때도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가라고 말입니다.

바다 밑이나 소금의 거리를 읽지 않았다면 이런 생각은 떠오르지 않았을텐데 끝까지 읽어서 차라리 다행입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잡다한 이야기.

바다 밑은 밀덕이 등장합니다. 으허허. 밀덕의 무서움을 느끼실 수 있을겁니다. 아니, 그보다는 밀덕이 일본을 구하는 모습을 보실 수 있습니다.(...)

소금의 거리나 바다 밑이나 나이차는 엄청납니다. 하늘 속은 그래도 정상적이었는데 도서관 전쟁은 최대 7년 정도. 하지만 코마키는 (...) 도둑놈. 소금의 거리는 자위대 이위(한국에서는 중위)와 고등학생의 커플링이니 코마키 수준. 바다 밑은 5-6년 정도. 하지만 여긴 삼위(한국에서는 소위)와 고등학생. 훗.

소금의 거리는 일러스트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어쨌건 지고지순하고 백치미가 엿보이지만 고집하나는 끝내주는 여학생과 거기에 낛인 전 자위대 이위와의 로맨스. 뒤에 나온 다른 이야기들과 틀은 비슷합니다. 근데 보고 있자면 바다의 소금 농도가 몇 배로 진해지는 것에 더해, 달달하다 못해 입안이 소태가 됩니다. 특히 맨 마지막 장면이 압권입니다. 온몸에 닭살이 돋아 치킨 스타가 되어버릴 것 같아요.

재미로 보자면 도서관 시리즈 = 하늘 속 > 바다 밑 > 소금의 거리. 구입 예정도 하늘 속까지입니다. 다만 하늘 속은 구입할지 말지 확실하게 결정을 못내렸습니다. 메인 커플 두 팀 중 한 팀만 마음에 들었거든요.




새장관~은 도서관에서 책을 뽑아오다가 이전에 살까 말까 망설였던 책이 도서관에 들어와 있길래 앞 뒤 안 가리고 빌렸습니다. 표지나 분위기를 보고는 치유계라 생각해서 구입하려 했던 것이었는데 주말 동안 두 권 다 보고는 이 책을 사지 않았다는 것에 대해 제 자신을 마구 칭찬했습니다. 예. 전혀 취향에 안 맞습니다. 표지나 책 제목만 보고 홀린 것이지, 실제 내용은 굉장히 암울합니다.
새장관은 윌리엄스 차일드 버드라고 하는 건물입니다. 원룸형 맨션에 가까운데 방마다 주방과 욕실이 딸려 있고 가구도 다 들어가 있습니다. 하지만 묘하게도 이 건물에는 이상한 사람들만 모여삽니다. 그리고 그 이상한 사람들 중 여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에도 키즈나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풀립니다.
에도 키즈나는 부모님은 안계시고 멀리 영국에 있는 후견인이 배려하여 이 건물에 혼자 살고 있습니다. 직업은 모델. 같은 건물 5층에 있는 아사이 유세이라는 화가의 모델입니다. 그리고 이들 둘을 연결해준 것이 아사이의 사촌인 이노우에 유키. 이들 세 사람의 이야기에 종종 같이 등장하는 것이 거대한 고양이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초딩 3학년의 야마다 카노코.
하나 하나 봐도 다 독특한데 이들이 같이 모여 있으면 아주 독특합니다. 그리고 암울합니다. 각 등장인물들의 뒷 이야기가 그런 분위기이기도 하고, 2권 말미에서는 아사이의 옛 연인과 관련해서 삼각, 아니 사각 관계가 이루어지기 때문에 이야기는 더 복잡해집니다. 연애담이 이렇게 꼬이는 것도 질색인데 이야기 분위기도 암울하다보니 2권까지 읽은 것도 대단합니다. 말은 그리 하면서도 3권을 도서관에 신청한 건 무슨 심보인지 저도 모르겠어요. 아하하.

완결 나면 그 때 보겠지만 지금 분위기를 봐서는 다 콩가루가 될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듭니다.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답게, 저는 연애는 행복하게 마무리 짓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안 될 것 같군요.(먼산)



카베이 유카코, <새장관의 오늘도 졸린 주민들 1-2>, 김진수, 대원씨아이, 2009, 6000원
아리카와 히로, <소금의 거리>, <바다 밑>, 김소연, 대원씨아이, 2007, 각 6000원, 9800원
요네하라 마리의 미식견문록.
앞서 요네하라 마리의 책을 한 권 보았는데, 이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미식견문록>쪽이 먼저입니다. 이 책을 도서관에 신청했는데 무슨 이유에선지 그보다 늦게 주문한 다른 책들은 다 들어왔는데도 들어오지 않아 기다리다가 다른 책을 먼저 본 거죠. 그러다가 포기하고 있을 때 슬그머니 <미식견문록>이 들어왔습니다.

요네하라 마리는 이력이 상당히 독특합니다. 도쿄 출생이지만 아버지의 직장 때문에 동유럽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프라하의 소비에트 학교에 다니면서 언어의 영역이 넓어집니다. 러시아어를 통역하지만 이 책에서 등장하는 언어를 보면 다른 언어에도 꽤 재능이 있던 모양입니다. 본인이 몇 개국어를 하는지 정확히 이야기 하진 않았거든요.
어쨌건 언어를 다양하게 하면 읽을 수 있는 책의 영역이 훨씬 더 넓어집니다. 그러니 똑같은 소재로 잡학을 늘어 놓더라도 더 풍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이지요. <미식견문록은> 그런 잡다한 이야기의 모음집입니다.식재료와 음식, 전통음식, 역사 등에 대해 이렇게 저렇게 섞어서 글을 쓰는데, 대개는 앞서 나온 이야기의 반전이 뒤에 등장합니다. 그렇게 뒤통수를 맞은 이야기 중 하나가 보드카와 멘델레예프. 주기율표를 만든 멘델레예프가 보드카의 주조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사실은 아니라고 합니다. 보드카에 대해 연구한 것은 맞지만 보드카의 도수에 그렇게 많이 관여한 것은 아니었다나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식재료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가볍게 읽어볼만하지만 가벼운 이야기 수준이기 때문에 가격을 생각하면 추천하기 조금 망설여집니다. 에세이인지라 아주 깊이 있는 이야기는 나오지 않거든요.
하지만 로쿰, 터키젤리, 터키시 딜라이트를 좋아하는 분들께는 꼭 권하고 싶은 글이 있습니다. 할바라고 하는 전통과자에 대한 이야기가 죽 이어지는데 보고 있자면 절로 혈당치가 올라가면서 입안에 침이 가득 고입니다. 어렸을 적, 친구에게 얻어 먹은 터키꿀엿에 대한 환상 때문에 이것을 다시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등장하는 궁금증에 대한 해결을 읽으면 무릎을 탁 침과 동시에 이란으로 가는 항공편을 찾아보고 싶은 충동이 생깁니다. 충동은 충동대로 놔두고 실제 결제는 하지 말아야겠지만 말입니다. 첫비행님이 챙겨주신 로쿰도 떠오르면서 꽤 재미있게 잘 보았습니다. 후후후.


원래대로라면 주말에 읽은 다른 책들도 몰아서 같이 리뷰를 쓰려고 했는데 미식견문록 감상이 길어지면서 따로 뺐습니다.'ㅂ'


요네하라 마리, <미식견문록>, 이현진, 마음산책, 2009, 12000원

로맨스 소설 중에서 1816 시리즈는 따로 올리지 않았네요. <애쉬번 공작, 1816>, <레이디 블라이던, 1816>, <윌리엄 던포드, 1816>. 줄리아 퀸의 시리즈이고 브리저튼 시리즈와도 이야기가 살짝 겹칩니다. 애쉬번 공작은 브리저튼 시리즈에서도 살짝 언급만 되는 것 같더군요. 시리즈 순서는 제가 소개한 대로입니다. 무난한 로맨스 소설이긴 한데 전 브리저튼 시리즈가 더 좋군요.
브리저튼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본 것이 <마지막 춤은 콜린과 함께>입니다. 늑대와 함께 춤을이 떠오르는 제목인데 전혀 관계 없습니다. 이 시리즈의 최대 미스터리인 콜린의 결혼 상대자, 그리고 또 다른 건 하나가 여기서 밝혀집니다. 브리저튼가의 위쪽 세 형제 중 가장 나중까지 남은 대어 콜린이 누구랑 결혼하나 싶었는데 나름 이유가 있었군요. 재미있습니다. 시리즈 전체를 통틀어서 가장 좋아하는 이야기일거라 생각합니다. 취향에 잘 맞는 것은 추리요소가 가미되어 있는데다 히아신스 이야기보다는 결말이 낫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그러고 보니 이 작가는 결혼한 식구들이 모두 한 자리에서 와글와글 떠드는 장면은 쓴 적이 없습니다. 그런 일이 없는 것은 아닌데-레이디 브리저튼의 생일이라든지;-전체가 다 모여 있는 모습은 그리질 않더군요. 워낙 개성이 강한 인물들이니 모아 놓으면 누가 무슨 말을 어떻게 했는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될겁니다. 말하자면 델피니아 + 스칼렛 위저드의 인물들을 모두 한 자리에 모아놓고 알아서 놀게 했을 때 대화가 어디까지 튈 수 있는가의 문제쯤?;
콜린 편이 재미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 재미의 상당부분은 수수께끼의 그녀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앞서 다른 이야기들을 봐야 더 재미있습니다. 히아신스를 먼저 보았다는 것이 조금 아쉬웠습니다. 순서대로 보았다면 더 재미있었겠지요.

도서관 전쟁 시리즈는 지난 추석 기간에 다 보았습니다. 혁명의 엔딩 부분이 입맛에 잘 맞아서 그 부분만 몇 번이나 돌려보고, 그러고 나서도 아껴두고 싶은 마음에 한참 망설이다가 위기-혁명을 차례로 읽었습니다.
와아.-ㅁ-
이 민폐커플. 염장커플. 게다가 혁명 결말에서 그 이야기는 뭔가 좀 뜬다 싶었는데 그 포석(?)이 위기편에 깔려 있었군요. 으허허허. 애니메이션은 아마 위기까지 나온 상태에서 만들어진 모양인데 그래서인지 맛이 좀 덜합니다. 아쉽다고 할까. 애니메이션은 잘 만들어졌다고 하는데 제가 보기엔 좀 많이 부족합니다. 25화 정도였다면 좋았을텐데 쉽더군요. 책 한 권당 이야기가 다섯 가지이니, 한 가지 이야기를 한 편씩 해서 25화로 만들었다면 끝까지 이야기를 다 다룰 수 있었을테니까요.
어쨌건 이 책으로 로맨스 소설 읽기의 마무리는 잘 했다 싶습니다. 이제 한동안은 아리카와 히로의 다른 책을 읽으려 합니다. 근데 소금의 거리는 도서관에 1권만 있는 것 같던데. 흐음..
(지금 찾아보니 1권만 출간된 모양입니다. 도서관에 있는 것은 겉표지를 벗겨두었는데 <소금의 거리 1>이라고 되어 있어 도서관에서 빌리지 않았습니다. 시리즈 1권만 있으면 안보거든요.)

아리카와 히로의 다른 책 중에서 가장 처음으로 빌린게 <하늘 속>입니다. 도서관 전쟁보다 앞에 나온 책 같은데 그 앞쪽 시리즈가 어떤 순서로 나왔는지는 전혀 모릅니다.; 그저 도서관에서 보이길래, 가방 무게를 계산해서 한 권만 빌린 것이 하늘 속이었지요.
이것도 주 내용은 아마도 로맨스.OTL 근데 이 작가가 쓰는 주인공들의 성격이 굉장히 취향입니다. 아, 물론 여기서는 어린쪽이 아니라 나이많은 쪽입니다. 나이 많다 해봐야 20대 중반이지만 서로 말 주고 받는 것이, 툭툭 말은 던지고 싸우지만 상대방에 대한 신뢰가 자리잡고 있어서 가능한 상황들입니다. 게다가 엔딩. 헉. 사카린을 입에 넣은 것도 아닌데 달아서 죽을 것 같...
주인공들의 관계는 그렇다치고, 소재라든지 배경도 독특합니다. 아마도 취향이 이런 밀리터리인가 싶은게, 하늘 속의 소재는 항공기 제작입니다. 첫비행님이 이 책을 보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안보셨다면 꼭 챙겨보시라 권하고 싶네요. 일본의 항공기 제작과 관련된 이야기가 여럿 있습니다. 한국에서도 민항기 제작, 시험기 제작 등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었던지라 남의 일만은 아니고요. 제가 알고 있는 것은 민항기가 아니라 헬리콥터 쪽이긴 합니다만 크게 다르진 않을겁니다. 어차피 그 바닥이 그 바닥이거든요.
그리고 티이타님 입맛에도 맞지 않을까 합니다.^^;

일본호러걸작선도 이번에 빌려다 보았습니다. 책세상에서 나왔는데 이전에 소개한 적 있는 <뱀파이어 걸작선>처럼 유명한 일본의 공포 소설들을 모아 놓은 단편선집입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할 소설, 작가들이네요. 게다가 제가 읽어보지 못한 이야기들이라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주문 많은 요릿집은 확실히 알고 있고, 기비쓰의 생령은 익숙한 이야기입니다.
공포의 방향은 꽤 다양해서, 직접적으로 요괴가 등장하는 것이 있기도 하지만 사람의 심리를 자극하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비중은 비슷하네요. 유령폭포는 무서운 이야기할 때 비슷한 종류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지만 다시 봐도 무섭습니다. 허허허. 한 여름밤에 꺼내 놓고 읽으면 스릴 만점입니다.
기억이 맞다면 벚나무 아래의 시체 이야기는 사카구치 안고의 "활짝 핀 벚꽃나무숲 아래"라는데 그 이야기도 실려있습니다. 왜 벚나무가 아니라 벚꽃나무가 되었는지는 번역자에게 다시 묻고 싶군요. -ㅂ-;
아쿠타카와 류노스케나 나쓰메 소세키의 이야기도 실려 있으니 일본문학에 관심이 있는 분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소세키 선생의 사건일지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재해석입니다. 고양이~는 워낙 예전에 읽어서 가물가물하지만 이야기를 보고 있노라면 고양이~를 다시 읽어보고 싶어집니다. 이 이야기는 선생님의 서생으로 들어가 살고 있는 '나'라는 인물의 입장에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의 전체 이야기를 다시 기술하고 있습니다. 원작을 몰라도 상관은 없고, 이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이야기가 됩니다. 다만 이 책을 보고 다시 고양이~를 보면 맛이 색다를 거란 생각은 드는군요.
사건일지라는 제목대로 이 소설은 일개 서생이 선생님을 중심으로 주변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들을 잘 듣고 있다가 한 번에 풀어내는 이야기입니다. 딱히 탐정인 것은 아니지만 이렇고 저런 것을 보다보니 이게 실은 이런 이야기인 것 같아라는 생각에 내가 끼어들어 이차저차한 것이 아니냐고 물으면 거의 맞습니다. 그렇게 수수께끼를 풀이하다보니 참 가엾은 말도 듣습니다. 유유상종이랄까. 정말 그 학생 입장에서는 절대로 듣고 싶은 말이 아니었겠지요. 불쌍합니다.
(하지만 그런 소리 듣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_-)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은 제인 구달의 <희망의 밥상>. 원래 도서관에서 빌릴 예정이 없던 책인데 다른 책을 빌리러 갔다가 눈에 들어와서 덥석 집었습니다. 빌리러 갔던 책은 또 마침 대출되고 없더군요. 그래도 이 책을 만족스럽게 봤으니 불만은 없습니다.
방향은 <육식의 종말>이나 <잘 먹고 잘 사는 법>, <슈거 블루스>와 유사합니다. 채식을 강조하지만 강요하지는 않으며, 자연스레 채식으로 돌아가도록 이야기를 합니다. 하지만 채식이 어렵다 하면 건강하게 키운 소를 먹으라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지역 공동체에서 나온 먹거리를 선택하고, 다국적기업이나 대규모기업들이 환경을 망가뜨리면서 만든 먹거리는 피하라고 말이지요. 슬로우 푸드나 로컬푸드 이야기와 같습니다.
상당히 설득력 있는 이야기고 평소 이쪽에도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보고 났더니 고기를 먹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집니다. 이전에 <슈거 블루스>보고도 한동안 설탕을 안 먹었는데 이번에도 또 비슷하게 가려나 보네요. 아마 외식은 줄이고 유기농이나 공정무역 식자재를 구하게 되지 않을까 합니다. 진짜 그렇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요.
다양한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에 한 번쯤 교양서적 읽는 셈치고 읽어보세요. 거기 있는 이야기들을 다 지킬 필요는 없을 것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수준에서 선택적으로 받아들이면 되겠지요.
읽고 나니 딘스빈스의 공정무역 유기농 커피가 사고 싶어졌습니다. 로컬푸드하고는 거리가 아주 멀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커피를 산다는 것은 그런 것이니까요.-ㅁ-;
중간 중간 번역한 단어에서 걸려 넘어졌습니다. 오타도 그렇고('한 땀 함 땀' 같은) <샬롯의 거미줄>을 <샤를로트의 거미줄>이라고 한 것도 조금 그렇지만 무엇보다 영국 음식으로 등장한 양치기 파이는 헛웃음을 짓게 만들었습니다. 셰퍼드를 번역하지 않고 그냥 셰퍼드 파이라고 두어도 될 것 같은데요. 그런 몇몇 단어 빼고는 대체적으로 읽기 무난했습니다.


줄리아 퀸, <마지막 춤은 콜린과 함께>, 신영미디어, 2003, 9000원
<애쉬번 공작, 1816>, <레이디 블라이던, 1816>, <윌리엄 던포드, 1816>, 신영미디어, 2004-2005, 9000원
아리카와 히로, <도서관 위기>, <도서관 혁명>, 민용식, 대원씨아이, 2008-2009, 11000원
<하늘 속>, 김소연, 대원씨아이, 2007, 9800원
아쿠타카와 류노스케, <일본 호러 걸작선>, 임희선, 책세상, 2009, 12000원
야나기 코지, <소세키 선생의 사건 일지>, 안소현, 들녘, 2009, 9500원
제인 구달, <희망의 밥상>, 사이언스북스, 2006, 11000원

브리저튼가 시리즈도 거의 다 읽어갑니다. 한국에 몇 권이나 시리즈가 들어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남매가 8명이니 8권이 아닐까 추측만 합니다. 다만, 막내인 그레고리의 이야기도 있는지는 모르겠네요. 제가 본 가장 마지막은 H인 히아신스 건입니다.(마스터님, 안심하세요. 아폴론도 아니고 제피로스도 아니고 그저 평범(..)한 남정네입니다.)

가장 최근에 본 것은 둘째인 베네딕트의 결혼담인데 신데렐라 이야기를 모티브로 꽤 잘 풀어 냈습니다. 재미있게 잘 보았지요. 로맨스가 거의 그렇듯이 만나서 결혼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짧게 걸렸습니다. 브리저튼가 남매들 중 최단 시간은 .... 정확히 기억은 못하지만 아마 엘로이즈일겁니다. 남편이 아벨라르는 아니지만, 하여간 이쪽은 만나서 결혼 결정내는데까지 채 2주도 안 걸렸을 겁니다. 상대와 알게 된지는 조금 되었지만 하여간 그랬지요.-ㅂ-; 그 이야기에서 베네딕트의 이야기를 잠시 읽었고, 히아신스 책에서도 잠시 등장합니다. 하지만 히아신스 이야기에서 가장 대박으로 재미있었던 것은 장남 안소니의 대응이었고, 베네딕트 부부는 잠깐 언급만 하고 넘어가는 수준입니다.
아직 못 읽은 것은 콜린인데, 콜린은 거의 모든 이야기의 중재자 역할을 맡고 있습니다. 시리즈 1권인 다프네 때도 그랬고, 엘로이즈 때도 그랬고, 베네딕트도 그랬고. 프란체스카 때는 대놓고 밀어붙입니다. 그런 고로 콜린의 이야기가 어떨지 참 궁금하군요. 결혼 상대는 알고 있지만 가장 취향의 커플인데다 둘다 성격이 만만치 않아서 말입니다.

생각난 김에 정리 좀 해봅니다.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내키지 않는 분은 열지 마세요.

도서관 전쟁과 도서관 내란은 읽을지의 여부를 꽤 오랫동안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애초에, 도서관에 이 책을 신청한 것도 저였거든요.-_-; 신청은 해놓고 내키면 읽자고 생각했는데 정작 전쟁, 내란을 빌려 읽고는 굉장히 마음에 들어서 위기와 혁명을 당장에 봐야겠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반납일은 멀고도 먼데다 앞에 예약자도 있는 상황.
그리하여 어제 홍대 간 김에 도서관 위기, 혁명을 구입하고 신간 살펴보다가 심야식당 4도 샀습니다. 심야식당은 날개부분에 한국독자들에게 작가가 보내는 메시지도 있더군요.

도서관 전쟁은 처음 읽고 나서 진행되는 내내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불편할 수 밖에 없지요. 아마 이바닥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게다가 작년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왔지만 지금의 한국 언론 상황이 양화법이 성문법이 아니다뿐이지 비슷한 효력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드니까요. 촛불집회 때의 상황을 떠올려보면, 그리 멀지 않은 일이지만 벌써 몇 년이나 된 것같고 그리고 그 때의 언론 통제는 정말 양화법이 실제 존재하는 법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습니다. 그러다보니 불편할 수 밖에 없었지요.

하지만 등장인물들은 마음에 들었습니다. 혹자는 도서관전쟁 시리즈는 로맨스소설이다라고 이야기하는데, 보고 있노라면 공감하게 됩니다. 아놔. 이 민폐커플. 그나마 이쿠는 맨 마지막 부분을 보니 도조의 괴로움을 절절히 이해하나보더군요. 본인이 저지른 실수에 대한 자학까지 겹치면서..(이하생략) 다만 번역은 조금 걸립니다. 원서를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호칭에 있어서 헷갈리는 부분이 몇 있더군요. 이름을 불러야 하나, 성을 불러야 하나, 혹은 성과 이름을 다 불러야 하나라는 것에서 걸리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원서를 구해야할까요. 북오프에 있으면 구입해야지 정도로만 생각해야겠습니다. 허허.

아참, 작가 후기에 오마쥬를 허락한 시구사와 케이이치씨에게 감사한다는 이야기가 있던데 도대체 뭐가 오마쥬인겁니까? 후기를 읽고 나서도 한참 동안 생각 못하다가 시구사와 케이이치가 누군지 떠올리고는 경악을 금치 못했기 때문에 말입니다. 이런 뒷북이라니.


도서관 위기와 도서관 혁명은 아직 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하도 결말이 궁금해서 도서관혁명의 끝부분만 보았습니다.
훗.
후후후후후후후훗.
-_-y~


이후에 위기와 혁명까지 다 읽으면 감상 다시 올리겠습니다.

줄리아 퀸, <나를 사랑한 바람둥이>, <신사와 유리구두>, 신영미디어, 2001, 2003, 8500원, 9000원
아리카와 히로, <도서관 전쟁>, <도서관 내전>, 민용식, 대원씨아이, 2008, 각 11800원


2009.10.1. 수정분.
어제 찾아보니 히아신스는 백작이 아니라 남작부인입니다. 그런고로 후작만 빼면 다 달성! (어?)

요즘 잡담 포스팅이 덜 올라가는 것은 잡담 포스팅을 쓰려고 사진이 들어 있는 미리저장글을 열었다가 본문 내용만 쓰고는 잡담 쓰는 것을 잊기 때문입니다. 단기기억력의 감퇴가 원인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니로군요. 잡담써야지~라고 글 열어 놓고는 사진과 관련된 글만 죽 적고는 다 썼다고 저장하니 말입니다. 하하하.

그래서 잡담글을 쓰려고 글 쓰기를 눌렀더니 이번에는 미처 리뷰를 올리지 못한 어느 책이 떠오르더랍니다. 그리하여 잡담 쓰려다가 섞어 쓰게 되었다는 이야깁니다. 하하하.

크로스 파이어는 교보문고 책 소개글을 보고는 기억의 저편으로 던져두었던 책입니다. 그러다가 읽을 책이 너무 부족하다고 광분하다 못해 책을 집어 들었는데 입맛에 참 안 맞았습니다. 제가 책 리뷰를 쓸 때 가능한 내용 정보를 적지 않으려고 하는 것도 그 내용 정보 때문에 혹시 이 글을 읽은 사람이 선입관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될까봐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리뷰 쓰는 책의 상당수가 추리소설이라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입니다.
그런데 이 책... 그 소개글도 참 그랬지만 실제 읽어 보고 나서도 참 그랬습니다. 소개글의 느낌과 책의 느낌이 별로 일치하지 않았거든요. 소개글의 내용이 1권 앞부분 상당히를 압축했기 때문에 그 뒷부분 이야기까지도 손에 닿는 듯 싶었습니다. 미리니름까지는 아니지만 그 비슷하게 당한 느낌이었습니다.
불편한 이유를 또 들라면 역시 내용이지요. 내용이 취향에 안 맞습니다. 미미여사의 다른 책들 중에서 가장 비슷한 것이 용은 잠들다입니다. 그 책을 읽어보신 분이라면 짐작하시겠지요. 용은 잠들다도 예전에 손에 댔다가 앞 뒤만 읽고는 도서관에 고스란히 반납했습니다. 이것도 읽긴 했지만 1권은 절반 정도, 2권은 거의 건너 뛰며 훌훌 읽었습니다. 두 권을 읽는데 걸린 시간이 두 시간도 안될겁니다. 제가 책을 빨리 읽는 편이긴 하지만 이런 두께의 책을 두 시간에 보았다면 막판엔 거의 넘기다시피 한 거죠.
이능력과 복수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볼만하지만 그다지 추천하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ㅁ-;


...
그런데 리뷰글 쓰다가 또 잡담 쓰려던 것 잊어버렸어요.;ㅂ;


이글루스에서 말싸움이 한창인데 이쯤되면 저도 질립니다. 싸움구경하는 것이 재미있다고 하지만 서로 다른 주제로 연속해서 비슷한 패턴의 싸움이 이어지면 지루하지요. 허허허. ㄲ으로 시작하는 세 글자 단어는 혐오감을 유발하며, ㅊ으로 시작하는 두 어절 단어는 제가 그런 복근을 싫어하기 때문에 내키지 않으며 ㅈ으로 시작하는 두 어절 단어는 역시 혐오감을 유발합니다. 특히 맨 마지막 단어는 내포 의미가 굉장히 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말입니다. 덧붙여 ㅈㅅㅁ가 떠오르기 때문에 기분 나쁨은 배가 됩니다.(S와 K 정도만 알아들을지도.OTL 아, 우주 가희양도 알아들을거예요.) 생각난 김에 주변에다 이 단어들을 아냐고 물어보는데 대체적으로 인터넷 신문을 잘 챙겨보는 쪽은 알더군요. 인쇄매체와 인터넷매체의 접촉빈도수 차이일까요. 흐음. 하여간 이 단어들이 더 이상 등장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 근데 하도 ㄲ, ㄲ 그러니 이젠 익숙해져서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되기도 한다니까요. 무감각해진건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무감각해져서는 안되겠지요.'ㅅ' 뜻을 잘 되새겨서 제 발화사전에서는 추방해야겠습니다.


최근 고등학교에서는 한국어문법을 거의 가르치지 않는다고 합니다. 세대차이를 느낄 수 밖에 없군요. 하기야 세 살 아래의 동생과도 배운 것에 대해서는 세대차가 있습니다. 왜냐면 차수가 갈렸습니다. 저는 5차, 동생은 6차. 6차부터는 수행평가란 것이 등장해서 사람을 무진장 괴롭힌바, 실기시험이라면 질색을 하는 저는 동생이 수행평가 준비를 하는 것을 보고는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7차부터는 과목수도 줄고, 학생의 학습 부담을 줄이네 어쩌네 하며 내용을 많이 바꿨는데 말입니다, 저는 과목을 줄이는 것이 학습 부담을 줄인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줄이는 과정에서 오히려 문법같은 중요한 과목이 빠지기도 하니까요. 고등학교 때 제가 배운 국어는 총 네 과목이었는데 작문, 문학, 국어, 문법입니다. 가장 좋아했던 것은 문법. 외우는 것마저도 재미있게 생각되었으니까요. 하지만 지금은 한국어 문법 시험 보면 엉망일겁니다.;
사회과목도 꽤 여럿 배웠는데 동생은 사회문화인가를 배우지 않았다고 합니다. 한국지리, 세계지리, 세계사, 국사, 사회문화까지. 여럿 배웠는데 사회문화는 거의 기억에 남지 않았지만 국사를 제외한 나머지 과목들은 재미있게 배웠습니다. 지금까지 남아 있는 이론은 몇 안되지만 사회와 관련해 제 지식의 틀을 채운 과목들이니까요. 과학도 마찬가지입니다. 생물과 화학을 좋아하고 그 다음이 지구과학, 그리고 물리. 다들 재미있게 배웠고 벤젠의 고리는 아직까지도 기억합니다.
다들 재미있고 소중한 과목이라 생각하는데 말입니다... 상식의 기초를 잡아준 과목이라고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렇지요. 물론 배우는 당시에는 왜 이렇게 많이 배워야 하나 끙끙댔지만.

괜히 아쉬워서 끄적여봤습니다.-ㅁ-

미야베 미유키, <크로스 파이어 1-2>, 권일영, 랜덤하우스코리아, 2009, 각 권 12000원



 

재미있겠다 싶어 골라 놓은 책이 폭탄인 경우 참 난감합니다. 그리고 폭탄이 심지가 길어서 앞부분만 봐서는 모르는 경우가 있습니다. 제가 엊그제 골라온 책도 그런 폭탄이었거든요. 오늘 아침 출근길에 그 책을 읽다가 진도가 잘 안나간다 싶어서 결말부를 확인했는데, 거기서 폭탄임을 확인했습니다. 허허허.

추리소설인 그 책 자체는 그리 별 문제가 없다는 겁니다. 라 트라비아타 살인사건. 엊그제 아리아 전 권을 막 다 읽어낸 참이라 베네치아가 배경인 이 책에 끌렸는지도 모릅니다.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들이 배로 이동해 온다는 것도 흥미로웠고 말입니다. 하지만 읽어나가다보니 생각보다는 재미없다 싶어서 결말부를 확인하려고 보았는데 그 사건의 실마리가 폭탄이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소재가 등장하더군요. 하하하. 개인 블로그라 일기장과 비슷하지만 여기는 열려 있으니 차마 욕을 쓸 수는 없고, 인면수심-그렇게 비교하기엔 獸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고상하긴 합니다-이란 단어만 날립니다. 그래서 사건의 동기에는 참으로 공감이 갔습니다. 가장 확실한 복수를 했더군요. 그것도 처절한.
일단 베네치아 배경의 추리소설이고 글 자체는 괜찮지만 결말을 알아버린 이상 손 대기가 힘듭니다. 그래도 다른 분들에겐 일단 추천 날립니다.; 이건 개인적인 견해일뿐이니까요.(먼산)
지금 다음 권을 빌려다볼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줄리아 퀸의 브리저튼가 시리즈도 열심히 빌려다 보았습니다. 인기 있는 책인지 도서관에 시리즈가 다 있는 것 같긴한데 대출되어 나가 있어서 순서대로 읽지는 못합니다. 그저 서가 있는 대로 보는 거죠. 공작의 여인 다음으로 본 것이 <프란체스카의 이중 생활>인데, 이건 번역 제목이 잘못 붙은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중 생활이라기보다는 두 번째 생활 정도가 맞지 않나 싶어요. F로 시작하는 이름을 보면 아시겠지만 여덟 형제 중 여섯 번째이고 세 번째 딸입니다. 프란체스카는 평범한 속도로 결혼을 했지만 바로 위의 언니인 엘로이즈는 서른이 다 되어 결혼을 합니다. 그 이야기는 <사랑은 편지를 타고>에 나옵니다. 이 쪽도 제목이 조금 미묘한 게 읽다보면 사랑이 편지를 타고 간 것이 아니라 호감이 왔다갔다 하다가 모종의 사건으로 충동구매...가 아니라 충동동거(?)를 하게 된 두 사람의 이야기입니다. 이쪽도 무난하지만 아주 재미있다는 생각은 못했습니다. 버드나무 껍질 이야기가 나온 걸 보고 키니네가 언제 만들어 졌는지 궁금해졌지만요.
이번에 빌린 관련 시리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히아신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입니다. 막내딸 히아신스가 주인공입니다. 바로 위의 오라버니는 아직 나이가 어려서 결혼 대상이 아니지만 비슷한 나이의 히아신스는 대상이지요. 워낙 위의 오라버니들과 언니들이 결혼을 잘해서 집안이 대단한지라 막내 히아신스도 그런 점에서는 꽤 좋은 결혼상대이지만 딱 하나 안 좋은 것이 있습니다. 입. 브리저튼가의 인물들은 입담이 대단한데 그 막내도 그 점에서는 전형적인 브리저튼 사람입니다. <프란체스카~>가 막내동생에게 휘둘리는(?) 것을 보고 대강 짐작은 했는데 확실히 무서운 아이로 자라났더군요.(이 부분은 예의 그 톤으로 읽어주시면 됩니다) 게다가 결혼 상대가 앞 편에서 꾸준히 나온 무서운 할머니와 관계가 있는 인물이라 말입니다. 양쪽의 밀고 당기기가 꽤 재미있습니다. 단 맨 마지막은 맥이 좀 빠져서..-ㅁ-;

<윌리엄 던포드, 1816>은 뒷면의 내용을 보고 호기심에 집어 들었는데 다른 시리즈가 앞에 있더군요. 빌려볼까 말까 고민중입니다.^^; 이쪽도 그냥 그냥 무난하게 볼만합니다.

<레이디 소피아의 연인>은 리사 클레이퍼스의 책입니다. 몰락한 귀족가문 아가씨-직업은 하녀-와 잘나가는 집안이지만 공직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는 남자와의 연애물. 근데 이쯤되면 로맨스 소설도 슬슬 패턴이 보이는게, 거의 대부분의 경우는 첫눈에 반하더군요. 사랑고백할 때 보면 하는 말이 그겁니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반했어. 아하하. 밀고 당기는 것을 좋아하는지라 그런 점에서는 처음부터 잘난 무협지 주인공을 보는 것과 뭐가 다른가 싶기도 합니다. 어쨌건 재미있게 보았으니 괜찮습니다.


로맨스는 이제 적당히 읽고 다른 책을 봐야하는데 영 손이 안가네요. 하기야 요즘 로맨스 말고 보고 있는 것은 학술지에 실린 논문이라...OTL



돈나 레온, <라 트라비아타 살인사건>, 휴먼앤북스, 2007, 10000원
줄리아 퀸, <프란체스카의 이중 생활>, <사랑은 편지를 타고>, <히아신스에겐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윌리엄 던포드, 1816>, 신영미디어, 2004, 9500원(앞의 두 권), 2006, 1만원(히아신스) 2005, 9500원, 9천원(윌리엄)
리사 클레이파스, <레이디 소피아의 연인>, 큰나무, 2004, 9500원
와우북페스티벌은 아마 3-4년전쯤부터 알았을겁니다. 홍대에 자주 다니기 시작한 것도 그즈음이고, 그러다보니 홍대에 걸린 포스터를 보고 그런 행사가 있구나란걸 인식했을테니까요. 뭐, 다른 경로로 와우북에 대해서 알긴 했지만 말입니다. 하지만 본격적으로 발을 들인 것은 작년부터일겁니다. 페스티벌은 별로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와우북이 있는 때면 일부러 홍대에 가질 않았습니다. 페스티벌을 좋아하지 않는 것은 사람 많은 곳을 다니는 것이 질색이기 때문이고, 특히 홍대는 사람 없는 곳으로만 골라 다니는 걸 좋아하기 때문에 더 그렇습니다.

하지만 작년에, 처음으로 출판사 부스들을 둘러보며 창고정리 대방출(...)하는 것을 보았고 그 틈에 대량으로 도서 구입을 했다는 글도 보았으니 올해도 가볼까 싶었습니다. 작년에는 사고 싶은 책이 한 권도 없어서 다행이었지만 올해는 또 어떨까 싶었고요.

올해 목표는 저보다 먼저 다녀오신 마스터의 제보를 받아 북스피어 부스에 먼저 들렀습니다. 그리고 거기서 책 4권을 구입한 다음, 다른 곳에 들러서도 이 모양이면 체력 보전은 머나먼 이야기다 싶어서 거기만 찍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그날 친구와 같이 와우북을 보고 있던 G의 말에 의하면 뒤쪽 부스로 갈 수록 재미있는 것이 많았다는데 안 가길 잘했다 싶습니다. 갔더라면 아마 지난 주말에 집에서 끙끙 앓았을겁니다.
지난 토요일의 제 몸 상태는 그리 좋지 않았습니다. 감기가 올락말락하고 있었고, 수면 부족에다, 지하철을 갈아타는 과정에서 실수로 한 정거장을 지나쳐 내려 다시 돌아와야 했습니다. 한 정거장 차이라지만 꽤 크더군요. 갈아타려는 곳으로 왔을 때는 이미 체력이 바닥이라, G에게 전화를 걸어 대신 책을 사다달라 부탁할걸 그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G가 현금이 없답니다. 제가 직접 갈 수 밖에 없었지요.



허덕대며 먼저 북스피어 부스를 찾았는데 역시 마스터님께 들은대로 보관상태가 그리 좋지 않은 책들을 3천원 떨이에 팔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고민을 하다가 선물용으로 미미여사 책 세 권을 구입하고 거기에 읽어보고 싶던 검은별도 같이 챙겼습니다. 총 네 권에 12000원.
(마술은 속삭인다는 제가 가진 책과 장정이 조금 다릅니다. 제가 가진 것은 겉커버가 분리됩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북스피어 부스에서 나왔을 때 제 손에는 쇼핑백이 두 개 들려있었습니다.
뭐냐면, 왼쪽의 쇼핑백은 사은품입니다. 계산하기 위해 책 네 권을 내밀었을 때, 계산하시는 직원분이 검은별을 보고 반가워 하시더니 아래에서 쇼핑백을 하나 더 챙겨주시더군요. 옆에서 (덩치 있는;) 남자분이 '그 쇼핑백은 선물만 담는거야?'라 웃으시며 이야기 하시던데 무슨 소리인줄 몰랐습니다. 받아 들고서야, 책 담은 쇼핑백이 하나, 사은품 담은 쇼핑백이 하나란 걸 알았습니다. 검은별에 딸려 오는 쇼핑백인가봅니다.



사은품이 뭔가 하면 판타스틱 1주년 기념이라 했던 틴케이스와 커다란 타올, 그리고 검은별 뱃지입니다. 가운데 있는 네스카페는 선물로 주신겁니다.>ㅆ< 집에 들고 와서 맛있게 잘 마셨지요. 후후후.
타올은 쓰기 아까워서 본래 용도가 아닌 다른 용도로 쓰기 위해 보관중이고, 틴케이스는 G에게 넘겼습니다. 저보다는 G가 이런 걸 잘 쓰기 때문에 말입니다. 그러고 보니 제 방 베란다에서 뒹굴고 있는 트와이닝 캔도 G에게 주면 별종이 담는데 유용하게 쓰겠군요. 살짝 옆구리를 찔러야겠습니다. 후후후.


미미여사의 책은 한 차례 다 본 것들이라 검은별만 읽으면 됩니다. 그러고 보니 저 검은별이 누구인지 아는 걸로도 세대 판가름이 나지 않을까요.-_-; 아마 84년쯤을 기준으로 해서 가를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건 S가 아냐 아니냐로 확인할 수도 있겠고요. G는 알고 있고, 그 위의 나이는 거의 다 알거라 생각하고. 하지만 20대 초반으로만 가도 검은별이 뭔지 전혀 모를 거란 생각입니다. 후... 이런 곳에서 세대 차이를 느끼는거죠.

이 이야기를 하면 좀 길어질테니 나중에 소설, 고전, 애니, 만화에 대한 세대차이에 대해 따로 다뤄보겠습니다.

(꿀단지가 아니라 잼단지. 어머니가 아는 분께 사오신 잼인데 설탕이 많이 들어간데다 너무 되직합니다. 복분자 주스를 넣고 다시 끓일까 고민중입니다. 일단 조금 만들어 보고 나서...)


제목이 저런 것은 읽은 책의 절반 정도가 로맨스이기 때문입니다. 하하하. 일단 이 이야기는 뒤로 미루고 다른 책들부터 감상을 써보죠.

야마오 산세이의 책은 <여기에 사는 즐거움>을 꽤 재미있게 보아서, 도서관에 다른 수필도 있는 것을 보고는 한 번에 빌려다 보았습니다. 이 작가의 의견에는 동의하지 않는 부분도 많지만 무난하게 읽을 수 있습니다. 자연으로 회귀하는 삶, 인위적이지 않은 삶을 주장하고 있지요. 이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 것은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살 수는 없을뿐더러 저는 인간이 살아가는 것 자체가 자연에 대한 원죄를 짓고 산다고 보기 때문입니다.'ㅅ' 발버둥 쳐서 자연에 피해를 끼치는 것은 막을 수 있지만, 인간은 점점 더 편한 것을 찾아갑니다.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면 그 편한 속성에 빠져 자연에 대한 배려는 저 멀리 가버리겠지요. 인간이 원래 그런 종자(..)일진대 말입니다. 그리고 의견이 일치하지 않는 더 큰 부분은 따로 있지만 그건 패스~. 블로그에서 이야기할만한 생각이 아니라서 말입니다. 아니, 애초에 오프에서도 대화 불가능한 거라..-ㅁ-;
하여간 자연속의 삶을 동경하는 분이라면 한 번쯤 읽어보세요. 하지만 야마오 산세이처럼 사는 것은 아마도 굉장히 힘들겁니다.
(그러고 보니 자연에 영향을 가장 덜 주는 것 중 하나가 산아제한이라고 생각하는데 이 분은 아홉 자식을 두었습니다.;)

오시이 마모루의 블러드~는 이런 저런 말이 많길래 빌려다 보았는데 앞부분 읽다가 안 맞아서 결말만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생각한 것. R모 집안이 조금 문제가 있다는 건 인정하지만 일본 만화, 소설 등에서 꽤 많이 비난 받는군요. 악의 군주집안이라는 이미지가 확 들어와 박혔습니다. 제가 지금 당장 떠올리는 것은 칸타렐라 작가가 이전에 쓴 소프트(하드?) BL 만화에서 이미지인데, 여기서도 대놓고 악의 근원이라 말합니다. 아까 티이타님 댓글에 창룡전 관련 답글 쓰면서도 생각했지만 그 쪽은 돈 많이 벌어서 그런건지 이미지가 참으로 안 좋아요. 뒤로 나쁜 짓 꽤 했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이렇게 악의 축이 되면 할 말이..-ㅁ-;
중간을 통채로 들어내고 읽은 셈이지만 두 번 손 댈 생각은 없습니다. 뭐, 딱히, 전모씨가 주연맡은 영화가 흥행실패해서 그런 것은 아니예요. 그저 표지와 영화 포스터 사진의 갭..(중략)

다질링 살인사건도 제목보고 낚였다가 실패한 책입니다. 분위기나 내용이나 배경이나 충분히 제가 좋아할만한 내용인데 앞부분 읽다가 때려치우고 결말만 확인한 다음 그대로 반납했습니다. 미국 어느 주(조지아였나 필라델피아였나, 그 근방)의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홍차를 전문으로 하는 찻집 여주인과 그 마을에 얽힌 사건에 대한 추리소설입니다. 하지만 소프트 추리소설이고 기본은 코지 미스테리-레이크 에덴과 비슷합니다. 홍차도 많이 나오고 티푸드도 있는데다 분위기나 배경도 괜찮은데 재미가 없어서 말입니다. 번역 문제인지 아니면 책 자체가 재미없는지는 제대로 읽지 않았으니 판단하기 어렵습니다. 가벼운 추리소설이 취향이시라면 한 번 보셔도 좋지만 재미없을 경우 책임은 지지 않습니다.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도 길고양이 관련 책이라 해서 도서관에서 빌려다 봤습니다. 하지만 역시 취향에 안 맞습니다. 요즘 책 관련 글을 도통 쓰지 않은 것도 이렇게 입맛에 안 맞는 책을 하도 많이 빌려다 봐서 그런 겁니다. 이전보다 권 수가 줄기도 했지만 일단은 그렇지요.
블로그에 연재되었던 글을 모아 책을 만들었으니 일단 느낌은 작은 탐닉 시리즈로 나온 <나는 길고양이에 탐닉한다>와 닮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많이 다릅니다. 길고양이~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만난 길고양이에 대한 이야기지만 고양이는 고마웠~은 자기가 살고 있는 동네의 길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습니다. 지속적인 관찰이 계속되다보니 발랄하고 좋은 이야기만 있진 않습니다. 사진은 좋지만 그래서 무겁게 볼 수 밖에 없는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볼 생각이었는데 그런 점에서는 실수였지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보실만 하지만 밝은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 그리고 길고양이인만큼 사진에 찍힌 고양이들에게 깨끗하고 윤기가 흐르는 털을 기대하지는 마세요. 다들 귀여운 고양이지만 꾀죄죄한 것은 감출 수 없지요.


스테파니 로렌스의 키스 3부작(이라고 제멋대로 부르는 책)은 수룡님의 감상글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보게 되었습니다. 추천하셨던 것은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인 천사의 키스였는데, 그 책을 찾으러 갔더니 도서관에 이 작가의 책 세 권이 다 있지 뭡니까. 로맨스 소설이 풍부한 모 도서관을 예찬해야겠군요. 후후후. 수룡님이 이후에 추천하신 책들을 적어서 도서관에서 체력이 허락하는 한도 내에서 빌려왔습니다. 로맨스 소설은 은근 두껍고 무겁기 때문에 한 번에 3권을 빌리면 무협지 5권 정도의 무게는 가뿐히 나갑니다. 그래서 조금씩 빌려다 보고 있지요.

스테파니 로렌스의 책 이야기부터 해야겠네요.
제가 맨 처음으로 로맨스 소설을 읽은 것은 고등학교 때입니다. 그 때 집 근처에 처음으로 책 대여점이 생기면서부터 로맨스 소설을 빌려다보았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도서관에서 로맨스 소설을 빌렸던 기억은 없습니다. 도서관에 로맨스 소설이 없었을거란 생각은 안하는데-남궁세가 같은 무협지도 있었으니 로맨스도 있었을겁니다-이상하게도 빌린 기억이 없습니다. 민망해서 그랬을까 추측은 하지만 확실하진 않지요.
맨 처음으로 보았던 로맨스 소설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기억하진 못합니다.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데 대략적인 내용은 맨하튼인가, 그런 이름의 드라마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서로 맺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맨하튼(혹은 탄)이 책 제목일 수도 있겠군요.
(*이후 추가. 어쩌면 가슴에 핀 붉은 장미일지도 모릅니다. 그 당시 한창 선전 날리던 로맨스라 말이죠.))
고등학교 때 야자시간을 이용해 온갖 무협지와 로맨스를 독파했는데, 판타지 소설은 그 때 출간된 것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러니 할리퀸과 로맨스, 무협지로 스트레스 풀이를 했다는거죠.
그 이후에 거의 로맨스 소설은 손을 안 댔는데 레이크 에덴의 딜로어씨가 리전시(레전시) 로맨스에 푹 빠져 있는터라 궁금하기도 했고, 마침 수룡님의 추천으로 보게 된 스테파니 로렌스의 책이 리전시 로맨스였던 겁니다. 그걸 보고 나니 19세기 영국이 부족해라고 광분을 하게 되어 비슷한 책들을 추천받았습니다. 이 자리를 빌어 수룡님께 무한한 감사를 드립니다.
스테파니 로렌스의 시리즈 세 권을 재미순으로 나열하면 천사>타락>악마 순입니다. 그리고 에로도는 타락>천사>악마. 그런 고로 천사의 키스에 대한 느낌이 제일 좋습니다. 주인공들이 서로 밀고 당기는 모습도 재미있지만 19세기 초반의 무도회, 그리고 결혼시장(사교계)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거든요. 그리고 여주인공이 제일 마음에 듭니다. 악마의 키스는 남자를 휘어잡는 여자는 맞긴한데, 스스로 서 있다는(자립) 분위기가 덜합니다. 타락의 키스 주인공은 애초에 상류계층이 아니었고요. 귀족집안 딸래미이면서도 장녀로서 아들노릇을 하는 것이 꽤 멋져보입니다. 게다가 제 취향을 직격한 포인트는 두 사람이 소꿉친구였다는 겁니다. 빨강머리 앤 이후로 소꿉친구끼리 결혼한다는 건 제 로망 중 하나입니다. 훗.
(그러나 전 소꿉친구가 없습니다. 그런 고로 로망은 어디까지나 로망. 그러니 안될거야........)
시리즈 세 권 모두 사건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추리요소도 많이 들어가 있습니다. 어차피 주인공들은 결혼할 거라 생각하고 그 밀고 당기는 과정이 재미있기도 하지만 거기에 추리요소가 들어갔다면 재미는 배가 되죠. 그래서 더 재미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솔직히 천사의 키스는 구입하고 싶은 생각도 조금...////

<내 사랑 캐롤라인>은 제목은 참 그렇지만 내용은 일반 로맨스의 분위기와 많이 다릅니다. 여주인공(캐롤라인)은 수학적, 식물학적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것도 천재수준입니다. 남자로 태어났다면 아마 수학나 육종업계에 한 획을 그었을텐데 불행히도 여자입니다. 본인도 그것이 불행이라 생각하고요. 이 시대만 해도 여자들이 대학 수업 듣는 것은 말도 안되는 일이었고 강의실에 들어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었습니다. 복도에서 강의를 듣는 정도만 허락되었지요. 그 때문에 실패를 맛보았던 캐롤라인은 미국으로의 유학을 꿈꾸지만 그 눈 앞에서 좌절됩니다. 갑자기 결혼을 하게 된거죠. 그리고 다른 로맨스 소설과 마찬가지로 남편과의 실랑이가 계속됩니다. 단, 그걸 다 뛰어 넘고 나면 마지막 에필로그에 반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어허허허허허허허허. 반전을 보고는 기암했습니다. 읽으면서 상황이 뭔가 이상한데라고 생각했던 부분이 몇 있었는데 그 반전부에서 다 밝혀집니다.
육종, 식물학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아직 멘델의 유전법칙은 발표되지 않을 시기-그런 부분을 중점으로 봐도 재미있습니다. 후반부의 전개만 놓고 보면 천사의 키스보다 더 재미있었고요.>ㅆ< 밀고 당기는 부분이 조금 약해서 천사의 키스가 조금 더 마음에 들긴 했지만 말입니다.

공작의 여인은 보는 내내 표정관리가 안되던 작품입니다. 브리저튼가 시리즈 중 첫 번째 이야기라고 해서, 먼저 추천하신 다른 책보다 이 책을 먼저 보았습니다.(다른 책은 이번 주말에 볼 생각입니다)
브리저튼 가에는 애가 여덟인데 나이가 다 고만고만하고 현재 시점에서 막내는 열 살입니다. 시리즈가 있다는 것은 각각의 형제들이 다 로맨스 소설 주인공이란 이야기지요.(웃음) 여기서는 주인공이 장녀이자 넷째인 다프네인데, 집안 특성상 이름만 들어도 몇 번째 아이인지 다들 압니다. 무슨 생각이었는지 부모님이 애들 이름을 알파벳 순으로 붙였더군요. 장남은 앤서니, 둘째는 베네딕트, 셋째는 콜린, 넷째는 다프네, 그리고 그 아래 애들도 이름이 알파벳 순입니다. 막내가 히아신스. 여자아이입니다. 그리스 신화의 히아신스 성별은 여기서 빼고 논하죠.;
다프네는 넷째지만 위의 셋이 남자고 다 미혼이기 때문에 사교계에 데뷔하고 나서도 주변의 가드가 장난 아닙니다. 어쨌건 그 가드를 뚫고(?) 다프네를 채간 남정네와 오라버니들의 다툼도 재미있는데다 주인공들의 밀고 당기는 초반부도 굉장히 웃깁니다. 보는 내내 피실피실 웃고 있어서 지하철에서 읽기 조금 민망했습니다. 반전이나 그런 분위기는 없고 주인공들이 어떻게 관계를 극복해서 자리를 잡는가가 주요 내용입니다. 유쾌하게 볼만한 로맨스입니다. 다른 시리즈도 한 권씩 차례로 독파할까 고민되네요.


상당히 길어졌지만 이 정도로 이야기를 마무리하지요. 이제 슬슬 자료 찾으러 가야합니다. 하하하...;

E. T. A 호프만, <스퀴데리 양>, 열림원, 열림원, 2006, 9000원
야마오 산세이, <어제를 향해 걷다>, 조화로운삶, 2006, 9800원
<더 바랄 게 없는 삶>,  달팽이, 2003, 9000원
오시이 마모루, <블러드 더 라스트 뱀파이어>, 황상훈, 황금가지, 2008, 9000원
로라 차일즈, <다질링 살인사건>, 파피에, 2008, 9800원
이용한, <안녕, 고양이는 고마웠어요>, 북폴리오, 2009, 13000원
스테파니 로렌스, <악마의 키스>, <천사의 키스>, <타락의 키스>, 신영미디어, 2003, 9000원, 9000원, 9500원
아델 애쉬워드, <내 사랑 캐롤라인>, 신영미디어, 2004, 9000원
줄리아 퀸, <공작의 여인>, 신영미디어, 2001, 8500원

※ 아래 내용은 다나카 요시키의 은하영웅전설의 내용을 일부 포함하고 있으므로 혹시 이후에 읽으실 분들은 내용폭로를 각오하고 보시거나 피하시길 바랍니다.

이글루스 슈타인호프님의 글을 읽으면서 은영전 을지판이 내용을 잘라낸 부분이 몇 있다하기에 궁금했습니다. 혹자는 그것이 을지판과 서울문화사판이 서로 다른 판본을 사용했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이야기를 하더군요. 을지판이 훨씬 먼저 나왔으니 그게 초기 판본을, 서울문화사는 그 이후의 개정판을 이용했다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원서과 을지판을 비교하면 되겠다 싶었는데 마침 양쪽 모두 손이 닿는 곳에 있었습니다. 을지판은 옛날 옛적, 고등학교 동창인 J양이 일본 유학 가기 전 유학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제게 판 책으로 들어와 있었고 원서는 도서관에 있었습니다.

일단 원서가 언제 출판되었는지를 확인해야하는데 그건 아주 쉽게 풀렸습니다. 위키피디아 일본판의 은하영웅전설 항목에 문고판과 애장판 등의 출판년도와 ISBN이 나와 있습니다. 이걸 찾는 것도 쉽습니다. 한국의 위키백과에 은하영웅전설이라 치고 언어 설정을 일본어로 바꾸면 일본어 위키피디아로 바로 이동이 됩니다.
다른 것보다 출판년도를 확인하는 것이 골치 아팠던 것이..

사진에서 보듯이 언제 출판되었는지에 대한 기록이 없습니다. 저작권이 1983년이라는 것만 나와 있군요. 다행히 ISBN이 있어 확인이 가능합니다. 이 책은 80년대에 출간된 도쿠마쇼텐의 문고판이 맞습니다. 일어 위키에 의하면 1983년 9월 30일에 나왔네요. 문고판 1권과 2권의 합본인 애장판은 1992년에 나왔습니다.

도서관 책 인증 표지 사진도 찍긴 했지만 찍고 나서 보니 도서관 명이 큼직하게 나와 있어서 그 사진은 뺐습니다.

다른 분들께 물어, 은영전 을지판에서 잘린 것이 확실하다는 안네로제와 라인하르트의 대화장면을 찾았습니다. 2권 끝부분에 있더군요. 도서관에 서울문화사판은 1-2권이 없어서 그쪽과는 비교해보지 못했지만 을지판과 비교해본바, 잘렸습니다. 그리고 그 잘린 부분은 안네로제의 마음입니다.



을지판입니다. 어머.-_- 지금 다시 읽어보니 이야기가 홀랑 잘렸군요.
가르침을 달라더니 그 이야기는 홀랑 빠졌습니다. 그럼 원서에는 어떻냐면..



을지판에서는 잘린 부분입니다. 날림으로 해석해보면,

 "알겠습니다. 누님이 그렇게 하고 싶으시다면 원하시는대로 따르겠습니다. 그리고 우주를 손에 넣고 맞이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전에 가르쳐주셨으면 합니다."
 라인하르트는 침을 삼키고 호흡을 가다듬었다.
 "누님은 키르히아이스를......사랑하셨습니까?"
 그리고 쭈뼛쭈뼛 누님의 얼굴을 보았다.
 대답은 없었다. 다만 라인하르트는 그 때처럼 투명하게, 그 때처럼 슬퍼보이는 누님의 얼굴을 본 적이 없었다. 살면서, 그 표정을 잊는 일은 없을거다라고 생각했다.


이런 이야기가 됩니다. 색이 다른 부분이 잘린 부분입니다. 다시 말해 안네로제가 키르히아이스를 사랑했다는 것은 확실하고, 그 이야기가 홀랑 빠진 거죠. 누구씨의 말에 홀려 소꿉친구이자 반신과의 선을 긋는 순간 그를 잃었고, 그를 잃음과 동시에 유일한 가족인 누님도 잃습니다. 키르히아이스도 저 상태로 가면 매형(..)이 되었을 것 같으니 어떻게 보면 가족을 통째로 잃었달까요. 불쌍하지만 불쌍하지 않다란 이중 감정이 듭니다. 키르히아이스를 먼저 버린 것은 너니까 버림 받아도 할 수 없음! 흥!
그나저나 아무리 남동생이라지만 물을게 있고 아닐게 있지, 사랑하던 사람의 사망소식을 접한지 얼마 안된 누님한테 저런 걸 물어본답니까. 약관의 꼬맹이라 눈치가 없다해도 한계가 있지, 안네로제가 남동생을 버리고 싶어진 것도 당연하단 생각이 듭니다.(물론 권력에 취해서 자신의 소꿉친구를 내친걸 보고는 강력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을테지만..;)

하여간 상당히 중요한 장면이라 생각하는데 왜 홀랑 빠졌는지 모르겠습니다. 이로서 판본이 다른 것이 아니라 빠진 것이 맞다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궁금증 해결!

(두 번 다시는 안 사먹을 스타벅스 쿠키. 훗-_-)

1. G가 말했습니다.

G: A님이 블랙 보러 남자친구랑 다녀오셨대.
K: 어, 그거 개봉했어?
G: 응. 지금 상영중.
K: 그거 헬렌 켈러 이야기는 아닌거지?
G: 헬렌 켈러 이야기가 모티브야. 모델이긴 한데 설리반 선생이 여긴 남자잖아. 게다가 병도 있고. 근데 A님 남자친구가 헬렌 켈러를 모르더래.
K: 으억?
G: 요즘엔 위인전을 강제로 읽힌다거나 하지 않잖아. 그래서 모르나봐. 그런데.
K: 엉?
G: A님은 그 워터 신을 몰랐어. 그래서 B님이랑 나랑 엄청 놀랐지. 그걸 어떻게 모를 수가 있냐고.
K: 아니, 그건 유리가면을 안봐서 그런거야.
G: 아냐. 헬렌 켈러 위인전에도 그 워터 신이 비중있게 나온다고. 거기서 갈리잖아.

사실 전 헬렌 켈러 위인전에 워터신이 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것은 오직 유리가면의 워터신 뿐. 아하하.;
그나저나 헬렌 켈러를 모른다니. 아직 교과서에도 실려 있는걸로 아는데 말입니다.


2. 1987년에 도쿠마쇼텐에서 나온 은영전을 볼 일이 생겼습니다. 그 김에 을지판과 서울문화사판의 생략부에 대해 찾아볼까 하는데 그 부분이 어딘지 아시는 분? 전 서울문화사판을 보지 않은데다 을지판도 마지막으로 읽은 것이 몇 년 전입니다. 집에 달랑 한 권 있는 서울문화사판은 율리안의 일기-외전 2권입니다.-ㅁ-; 좋아하는 책만 사겠다고 하다보니 그리 되었네요.
어쨌건 그 생략부분이 몇 권 몇 페이지인지 아시는 분은 제보해주세요. 제가 87년판에 해당 부분이 있는지 확인해보겠습니다.'ㅅ'


3. 레이크 에덴 시리즈에서 딜로어씨가 항상 레전시를 입에 달고 다니길래 그게 뭐냐 했는데 말입니다. 19세기 영국을 배경으로 한 로맨스 소설인가봅니다. ㄱ-  좌절하는 것은 그 아주머니가 하는 짓이 못마땅해서 투덜댔는데 엊그제 그 레전시 로맨스 소설 세 권을 읽고는 홀랑 반했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어제부터 '19세기 영국이 부족해!'라며 울부짖고 있습니다. 찾는 김에 도서관에서 로맨스 소설을 뒤지고 있지만 하나같이 배경이 할리퀸이라, 19세기 영국은 못 찾았습니다. 대부분이 미국 배경, 혹은 중세 영국 등등이더군요. 왜 19세기 영국 배경은 없는 건지.-_- 이러다 로맨스 소설을 사서 보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 지갑을 터는 것은 라이트 노벨이랑 추리소설만으로도 충분합니다. 로맨스 소설까지 구입하면 ... 아놔. 그건 어떻게 또 판대요.;
그리하여 부족한 분이나마 19세기 자장가로 달래고, 하루 빨리 편집을 해야겠다는 생각과 함께(...) 출근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19세기 영국이 부족해요. 흥.

구입은 옛날 옛적에 했지만 서가에 뉘어 놓고 지금까지 한 번도 펼쳐 보지 않았습니다. 봉인은 아닌데 지금은 손이 안갑니다. 역시 도서관에서 대출 연장을 반복하며 지금껏 끌어 안고 있는 피플오브더북도 방치중이고..

어스시의 구입은 8월 초에 했습니다. 완결권인 6권 발매 기념으로 달력을 준다길래 눈이 멀어서 주문했습니다. 어스시의 표지 그림이 달력에 들어가 있는 것 같아 그림이 탐이 나서 그랬던 겁니다. 어스시는 1-5권 모두 구입하지 않았습니다. 핫핫핫.



5권 표지도 굉장히 마음에 들었는데 이번 권도 멋집니다. 판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의 검은 선, 그리고 화려한 색. 실제본이기에 이 책을 뜯어서 가죽제본을 할까 싶어도 표지가 아까워 차마 건드리지 못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휙 뜯어 버릴지도 모르지요.
달력에는 2009년 8월의 달력부터 작게 실려 있습니다.



달력 자체는 2010년 달력. 2009년 분은 달력이 나온 8월부터 12월까지를 담은 것이겠지요.



펴보면 이렇습니다. 달력 뒷면(아니 앞면?)은 일러스트와 함께 어스시 이야기가 짤막하게 들어 있고 표지에서는 책 제목과 저자가 들어가 있던 공간에 작은 전체 달력이 있습니다. 일정을 적는 곳은 나무 그림 외에는 특별한 장식이 없습니다.
내년 2월. 꿈도 희망도 없는 구정이 있지요. 발렌타인데이를 포함한 3일연휴. 이번 추석이 금토일인데 내년 구정은 토일월입니다. 후훗. 근데 지금 보니 연휴에 빨간 날 표시가 안되어 있는 것 같네요? 하지만 14일에는 구정 1.1이라고 써놓은 것 같은데.


내년에도 티스토리 달력이 나오면 양쪽을 두고 한참을 고민할 것 같습니다. 쓰기 아까워요.>ㅆ<
(설마하니 내년 달력을 쓰기 전까지는 6권 읽겠지요.;;)
노무라 미즈키(문학소녀 시리즈 작가)를 검색하다보니 단편을 써냈다는 紅桃寮の7日間이란 책이 있었습니다. 기숙사란 말에 그린우드를 떠올리고는 잽싸게 교보문고에 주문해 구입해보았습니다.



표지는 이렇습니다. 표지 사진은 e-hon에서 다운 받아 올립니다.-ㅂ-

지금 본 것은 앞의 두 편만입니다. 하지만 두 번째 이야기가 노무라 미즈키 것이라, 뒷 이야기는 언제 볼지 저도 모릅니다.; 내키면 보지 않을까 싶은데 앞의 두 편을 보고 있자니 지정된 소재가 뭔지 대강 감이 잡히더군요. 기숙사이름인 紅桃寮, 기숙사 방 번호인 404, 기간은 7일. 거기에 미스터리가 들어갔나봅니다.
표지만 보면 마녀 위*가 떠오르는 그런 분위기지만 실제 내용은 기숙사를 배경으로한 평범(?)한 추리물입니다. 물론 첫 편을 볼 때까지만 해도 위의 소재라든지를 전혀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그냥 학원물이 되려나 했더랍니다. 그러기엔 분량이 적긴 하죠.

첫 번째 편은 성모상 이야기입니다. 제목은 뒷전에 두고 읽다보니 나중에 성모상이 등장했을 때야 제목이 그래서 그렇구나 했는데 말입니다, 함정입니다. 헛소리꾼 시리즈처럼 진정한 이야기는 항상 뒤에 나옵니다.(먼산) 미술학교 기숙사가 배경이고 주인공의 험난한 인생역정을 보고 있자면 난 참 행복하구나란 생각이 듭니다. 아니, 그 전에 공부 좀 해놓지. 응석받이로 자란 걸 그런데서 티 내면 안된다? 그나마 참한 선배 만나서 인생 폈으니 그 다음에도 잘해. 또 도중에 손 놓고 게임에 빠지진 않겠지?

두 번째 편은 과수원 이야기입니다. L.M 몽고메리가 쓴 동명 단편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이니 신경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물론 몇 가지 코드는 비슷할지도 모릅니다. 과수원이 주요 무대 중 하나라는 것, 천연 미소녀가 등장한다는 것. 처음에 읽으면서는 위화감이 굉장히 심해서 이 작가가 이런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다른 책은 안 봐도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위화감의 정체는 뒤에 밝혀집니다. 이 단편의 주제는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로 요약할 수 있으니, 한을 품으면 몸을 던져서라도 풀어낸다는 걸 보여줍니다. 그리고 여자기숙사, 여학교에서 발생할만한 일이 주제니까 말이죠. 여학교에 다닌 분이라면 아마 공감도가 더 높을겁니다. 다니지 않으셨다면 사전에 마리미떼, 아니 마리아님이 보고 계셔를 몇 권 보고 여학교의 분위기를 파악하시면 좋습니다. 저게 여학교의 실상을 보여주진 않지만 대강 이런 분위기 아래서 나온 이야기라는 것은 아실 수 있을겁니다.
여학교의 실상이란 .... 웃지요. 훗.


문고판형보다 조금 큰, 요즘 나오는 일본 소설의 하드커버 판형 정도의 크기입니다. 대상 연령이 낮은 편이라 그런지 요미카타도 많이 달려 있고 책 글씨도 크고 자간이나 행간도 넓습니다. 읽기 편하고 각 편이 80쪽 남짓이니 읽는데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습니다. 관심 있으신 분은 한 번 도전해보셔도 좋을듯.. .하지만 일부러 구해서 보실 필요는 없을겁니다.; 기숙사 모에라면 한 번쯤 읽어보셔도 좋습니다.
8월은 생각보다 읽은 책이 얼마 되지 않습니다.
7월에 왕창 읽고는 8월에 물렸나 싶기도 한데, 다른 것보다 읽어야 하는데 읽지 못하는 책이 한 권 있어 거기에 발목을 잡힌 느낌입니다. 보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심리적인 압박이 상당해서 손을 못대고 있습니다.<피플 오브 더 북>이라고, 분명 제가 좋아할 타입의 책임에도 손이 안갑니다. 그래서 그 사이 그냥 보던 책만 계속 돌려 보고 있었습니다.

도서관에서 이전에 빌린 목록을 뒤져 보니 이정도가 전부입니다. 거기에 지금 읽고 있는 모래선혈이 이달의 독서 목록에 추가될 것이고요. 아하하. 사실 지금 눈물 날 정도로 머리 아픈 건이 몇 가지 저를 쥐어 짜고 있어서 마음의 여유가 전혀 안생깁니다. 그 건에 대해서는 조금 있다가 따로 글 올리겠습니다.

공의 경계는 무슨 이유에서였는지 기억은 나지 않는데, 갑자기 보고 싶어져서 두 권을 빌렸습니다. 빌린 시점을 보니 헛소리꾼 시리즈를 보고 있다가 보고 싶어진 것이 아닐까 합니다. 마지막 책을 빌릴 때 빌렸거든요. 간만에 처음부터 다시 보았는데 분명 맨 처음 보았을 때는 이런 장면이 있었다고 기억했는데 이번에 볼 때는 그런 장면은 나오지도 않더군요. 잘못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미키야가 말한 '두 눈 뜨고 못다닌다'라는 그 대화장면을 본 기억이 있었거든요. 착각인듯...;
보고 있자니 기모노 입은 시키의 피규어가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며 지를 걸 그랬나 조금 후회하게 됩니다. 그래도 괜찮아요.-ㅁ-; 지르면 분명 어딘가에 처박아 두고 있을겁니다. 다행히 이번에 나오는 넨도로이드 시키는 취향이 아닙니다. 시키는 뭐니뭐니해도 몸매가 좋아야... (...) 고양이는 조금 탐이 나더군요.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선, 두 번째 책에는 단편 소설만 실려 있습니다. 쓸쓸한 여자, 불쾌한 남자로 나누어 이야기를 실었는데 제 입맛에는 전혀 맞지 않았습니다. 대부분의 이야기들이 쫓기거나 어딘가에 몰려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라 읽고 나면 가슴이 무거워집니다. 결국 절반 정도 읽고는 두 손을 들었습니다. 굉장히 현실적이지만 그래서 더 읽지 못했다는 것이 맞을겁니다. 마쓰모토 세이초의 이야기는 이렇구나란걸 뼈저리게 느낀 셈입니다.

그러고 보니 문학소녀의 졸업논문 주제가 모리 오가이였다 했지요. 제가 모리 오가이의 이름을 처음 들은 것이 마쓰모토 세이초의 걸작 단편선 상권에서였습니다. 거기에 모리 오가이가 소재인 단편이 하나 실렸습니다. 그래서 모리 오가이가 누구인지 대강이나마 알고 있었던 것이지, 안 봤더라면 그게 누구야라고 했을겁니다. 간발의 차라고 해야겠지요. 마쓰모토 세이초 단편선을 본 것이 올해 초, 문학소녀는 올 여름에 보았으니 말입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읽다보니 이제 슬슬 물립니다. 할로 저택의 비극, 살인은 쉽다, 슬픈 사이프러스, 밀물을 타고, N 또는 M, 푸아로 사건집까지 여섯 권 중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읽은 것은 절반입니다. 푸아로 사건집은 예전에도 읽었기 때문에 트릭을 거의 기억하고 있어서 몇 군데만 뽑아 보았고, 슬픈 사이프러스는 앞과 뒤만 보았습니다.
이번에 읽은 이야기는 로맨스가 중심인 이야기가 많아서 재미가 반감되었습니다. 보고 있노라면 내가 읽는 것이 추리소설인지 로맨스 소설인지 헷갈릴 지경입니다. 아마 이번을 마지막으로 애거서 크리스티는 한 동안 쉬겠지요. 그러다 2-3개월 뒤에 다시 손대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아빠의 여름방학은 사카키 쓰카사의 신작입니다. 먼저 본 <신데렐라 티쓰>에서 잠시 소개가 되었길래 언제쯤 나올까 생각하다 홀랑 까먹고, 도서관에 들어와 있는 것을 보고는 빌려왔습니다. 신데렐라 티쓰나 끊어지지 않는 실은 생활 추리형이라고 하면 이쪽은 그보다는 로드무비에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호스트 생활을 하고 있는 무뚝뚝남 야마토는 어느 날 아들을 만납니다. 한창 업무(접객) 중이었는데 왠 초등학교 꼬맹이가 와서 아빠라고 하는군요. 절대 아니다라고 했지만 꼬맹이의 엄마 이름을 듣고는 K.O. 당합니다. 아빠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다는 말에 결국 여름방학 동안 같이 생활을 하게 됩니다. 여름 방학이라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초보 아빠와 그보다 더 어른스러운 초등학생의 동거일기가 시작되었다 끝을 맺습니다.
표지가 박스인 것은 모종의 이유로 야마토가 소설 초반에 전직을 하기 때문입니다. 호스트에서 택배 배달원으로 말입니다. 그러니 이야기도 택배배달을 하는 사이에 벌어지는 마을 내의 소소한 사건들을 소재로 해서 돌아갑니다. 중심은 역시 아빠와 아들 이야기죠.
잔잔한 이야기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끊어지지~나 신데렐라~와 마찬가지로 아빠의 여름방학도 1인칭 주인공 시점입니다. 작가가 특별히 좋아하는 시점인지도 모르죠.^^;

마경의 기사는 갑자기 옛날 옛적에 읽었던 기억이 떠올라 다시 읽어볼까 싶어서 도전했지만 말입니다. 그 표지를 도저히 용서할 수 없습니다. 나름 몸매 좋은 언니와 여자처럼 보일 정도로 예쁜 외모의 남자주인공이 있음에도 그 얼굴을 그렇게 밖에 못 그리나 싶더군요. 표지를 그린 사람에게도 흑역사가 아닐까 싶은데요..;
오랜만에 본 이야기고 약간의 환상을 품고 있었지만 그래도 특별히 걸리는 곳 없이 무난하게 읽었습니다. 다만 디켈이 디네즈가 되고, 제레뮤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있었을 심정적인 변화가 크게 다뤄지지 않은 것은 아쉽습니다. 그 부분을 바꿔 생각하면 이거 BL인데 말입니다.;;; 제레뮤의 얼굴이 여자같다는 것이 혹시 포인트였을까요.ㄱ-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는 이번에 본 책들 중에서 가장 추천하는 책입니다.
무르무르가 나올 때 구입할까 말까 고민하다가 일단 평부터 보고 나서 구입 여부를 결정하자 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평이 좋지는 않더라고요. 읽고 난 사람들이 단 권으로 끝날 이야기가 아니다라고 하기도 해서 한참 손을 안 댔더랍니다. 하지만 막상 빌려 놓고 나서 한참만에 손을 댔더니 읽고 읽고 또 읽게 됩니다. 무르무르, 모래 선혈, 먼 곳의 바다 모두 괜찮았으니 올해의 노블레스 클럽은 상당히 만족스럽습니다.-ㅠ-
어떤 이야기인지 대강이나마 적어보자면, 신화에 따르면 창조주는 처음 달을 하나 만들고 거기에 따라 조그마한 달들을 여럿 만들었답니다. 그리고 서로의 교류가 없도록 하였으나, 다른 달들의 간청이 있어 때마다 서로의 달을 오갈 수 있게 하였다 합니다. 이 이야기의 배경은 그런 조그마한 달들과는 달리 아예 알려지지도 않은 어둠의 달, 일곱 번째 달입니다.
어둠 속의 달이다보니 환경은 척박합니다. 그런 환경 속에서 고든은 아들을 하나 얻고 스포러라 이름 짓습니다. 그리고 스포러를 데리고 '사냥터'를 떠돌다 무리에 들어갑니다. 처음에는 사냥터에서 다양한 자원을 얻고 채취하고 모아서 암컷을 얻어 스포러의 자식을 보는 것이 목적이었지만-고든과 스포러가 속한 무르무르족은 일생에 한 번 밖에 짝짓기를 할 수 없습니다-원래 목적대로 가긴 하더라도 이리저리 돌아가게 되지 않습니까. 이 이야기도 어떻게 보면 스포러가 암컷을 얻으려다 무리의 목적에 따라 움직이게 되는 이야기에 가깝습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이 지적했다시피 이야기는 더 나갈 수 있는 부분에서 끝을 맺습니다. 뒷 이야기가 6-7권 정도 더 나올법한테 일단은 한 권으로 마무리를 지었더군요. 채집, 수렵, 그리고 주인공의 성장을 좋아한다면 굉장히 재미있게 볼만합니다. 어, 솔직히 말하면 마비노기와도 크게 다를바가 없네요. 아하하. 채집해서 스킬을 올리고 수렵해서 경험치를 쌓으며 그걸 돈으로 바꿔 새로운 스킬을 익히는. 그러면서도 메인 스트림이 있어 그걸 따라가게 되니까 말입니다.

상당히 취향에 맞았지만 뒷 이야기의 여지를 많이 남겼던데다 마지막에 먼치킨이 하나 만들어진 것은 아쉬웠습니다. 다음 이야기가 언제쯤 나올지 기대되네요.>ㅅ<




나스 기노코, <공의 경계 상-하>, 권남희, 학산문화사, 2005, 각 12000원
마쓰모토 세이초,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선 중>, 이규원, 북스피어, 2009, 14000원
애거서 크리스티, <할로 저택의 비극>, <살인은 쉽다>, <슬픈 사이프러스>, <밀물을 타고>, <N 또는 M>, <푸아로 사건집>, 황금가지, 2007-2008, 9000원
사카키 쓰카사, <아빠의 여름방학>, 인단비, 노블마인, 2009, 1만원
유민수, <마경의 기사 1-4>, 너와나미디어, 1999, 각 7500원
탁목조,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 로크미디어, 2009, 12000원
해가 뜹니다.



어, 틀렸다.
Sun rise가 아니라 sunny side up이로군요. 순간 헷갈렸습니다.'ㅂ'


지난 주에 이대 후문의 북카페 북포럼에서 있었던 문화살롱에 다녀왔습니다. 강사는 권일영씨, 주제는 하라 료를 중심으로 한 일본 하드보일드 이야기였습니다.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취침시간을 넘긴 것은 뼈아프지만요. 흑..


그리고 밤은 되살아난다에 대해서는 이전에 리뷰를 올린 적이 있으니 넘어가고, 올 여름에 새로 출간된 내가 죽인 소녀는 당일에야 읽었습니다. 꽤 재미있게 보았지요. 그리고 밤은~보다는 내가 죽인 소녀의 유머도가 더 높습니다. 단 결말부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트릭이라 해야할지, 아니면 사건의 실체라고 해야할지 모호한 그 부분이 이전에 어디에선가 보았던 것과 닮았습니다. 그래서 제게는 반전의 의미가 굉장히 약했습니다. 오히려 이야기들이 전체적으로 흘러가는 것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니시고리와 사와자키의 밀고 당기는 것이 굉장히 재미있거든요. 일본 소설, 추리소설을 좋아하신다면 꼭 추천하고 싶습니다. 키릴님, 첫비행님께 추천. 티이타님은 아마도 다른 책들이 밀려서 읽기 힘드실..(음?;)

제게 하드보일드의 이미지는 역시 험프리 보가트입니다. 중절모를 눌러쓰고 흔히 후카시라고 하는 것 비슷하게 분위기를 잡고 우수에 찬 눈빛.... 어, 잘못된 이미지라는 것은 알고 있지만 고치기가 쉽지 않군요.

--

그 사이에 책을 안 읽은 것은 아닌데 상당히 부실합니다.-ㅁ-; 애거서 크리스티는 슬슬 물렸고, 거기에 마경의 기사는 리뷰 쓸만한 책은 아니라 생각하고. 갑자기 필이 와서 마경의 기사를 빌려다 보았는데 가볍게 볼만한 옛날 판타니라는 느낌입니다. 거기에 지금 다시 보니 BL 요소도 있긴 한데 그 부분에 대한 심리 묘사가 거의 없어서 아쉬웠습니다. 지금 망설이는 것은 S에게 SKT를 빌려 볼 것인가 말 것인가라는 점인데, 2부가 11월에 출간된다 하니 또 보고 싶은 생각이 조금 드는군요.
뭐, 그걸 다 뛰어 넘어서 9월부터 12월까지의 하드 트레이닝을 이겨 낼 수 있을 것인가가 관건..-_-;

다른 책에 대한 리뷰는 나중에 한 번에 올리겠습니다.


하라 료, <내가 죽인 소녀>, 권일영, 비채, 2009, 12000원
드디어 사진 정리를 했습니다. 위키의 하드디스크에 옮긴것은 월요일이었는데 계속 미루다보니 어제 정리를 마쳤습니다. 정리라고 해봤자 사진 백업해두고 크기줄이고 포토샵 작업해서 저장하고, 중복 사진 지우는 것이 전부죠. 잠깐이면 할 수 있는 작업이긴 한데, 데스크탑이 아니라 노트북을 가지고 하다보니 미루게 되더랍니다. 어제는 일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정리를 했지요.

그리하여 첫 번째 글은 북스피어에서 나온 파일로 밴스의 정의에 대한 겁니다. 거기에 최근 읽은 몇몇 추리소설에 대한 감상도 들어갑니다.

이글루스 도서밸리에는 종종 신간 정보가 올라옵니다. 그래서 파일로 밴스 시리즈가 나왔다는 것을 알고는 냉큼 달려가 도서 주문을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에 바로 도착한 책. 책을 받아보고는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습니다. 제가 최근에 보았던 책 중에서 가장 취향의 표지입니다.


저작권법이 조금 걸리긴 하지만 일단 올려봅니다.
책 판형은 기본 판형입니다. 신국판? 그것보다는 작을겁니다. 책을 처음 보았을 때 책이 생각보다 두꺼워서 놀라고 하드커버라서 놀라고, 손에 잡고 다른 책과 비교해보니 생각보다 작아서 놀랍니다. 책등을 둥글리지 않고 판지제본 형식으로 만들었는데 그래서인지 책장에 꽂았을 때 상당히 폼이 납니다.
게다가 책등 쪽의 저 무늬는 가까이에서 보면 꽤 웃깁니다. 뱀가죽같은 느낌인데 잡아보면 종이거든요.



뒷표지. 뒤표지는 앞표지보다 뱀가죽무늬쪽이 넓습니다. 붉은색은 완전한 빨강이 아니라 다홍색에 가깝습니다. 이렇게 보니 다른 책들은 어떻게 나올지 궁금합니다. 시리즈의 묘미는 다음 책이 무슨색으로 나올까지요. 표지가 어떤 색일지 가장 행복하게 기다렸던 것이 바로 용의 기사단(원제 ドラゴン騎士團)이었습니다. 꽂아놓고 보면 책 등이 굉장히 화려합니다. 그게 책 모으는 재미이기도 했지요.
그 외엔 행복한 책읽기 시리즈도 좋았습니다. 몇 권 모으지 않았지만 꽂아 놓으면 색이 화려한 것이 재미있습니다. 북하우스에서 나온 브라운 신부 시리즈도 다섯 권이 제각각 다른 색이었고 한 번에 꽂아 놓으면 또 잘어울렸지요.



책등. 역시 깔끔합니다.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실물로 보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ㅅ+

게다가 무엇보다 감동한 것은 이 책의 제책 방식. 으허허허! 실제본입니다, 만세!
다만 책 자체가 굉장히 멋지게 잘 나와서 손대기가 망설여지더군요. 단, 그 생각은 24시간을 못갔습니다. 버스에서 책을 떨어뜨리는 바람에 책이 조금 불안정해졌습니다. 흔들흔들거린다고 할까요. 그리하여 지금 손대고 있는 책만 끝나면 너는 분해에 들어갈지도 모른다고 협박(?)중입니다. 지금 만들고 있는 책이 네 권짜리고 풀로 붙여야 하기 때문에 언제 끝날지 감이 안잡힌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ㅁ-;



하지만 저를 포복절도하게 만든 것은 저겁니다. 책 사이에 끼어 있던 광고지. 아니 광고지가 아니라 북스피어 소식지입니다. 제목이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라는데서 크게 공감하고 갑니다.



앞에는 미야베 미유키를 비롯해 북스피어에서 내고 있는 책 작가들의 사진이 실려 있습니다. 미야베 미유키, S.S. 밴 다인, 마쓰모토 세이초입니다. 여담이지만 G는 미야베 미유키의 사진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직원들이 게임 못하게 뜯어 말린다는데, 그런 이 아줌마(죄송합니다;)가 게임을 한단 말야?'
게임 중독에는 나이가 없죠.-ㅂ-;



뒷면에는 다른 책들에 대한 소식과 함께 북스피어의 편집부, 북스피어를 만드는 사람들의 이름이 있습니다. 아는 이름들이 많아서 재미있더군요. 그리고 상당수가 왠지 이글루스에서 본 이름 같...?



자, 여기부터는 감상입니다.'ㅂ'


파일로 밴스 시리즈는 총 12권입니다. 이 중 한국에 출간된 것이 7종인가 그럴겁니다. 다시 말해 북스피어에서 책을 낸다면 이 7종은 겹칠 수 밖에 없다는 이야기고요. 해문에서 나온 3종은 확인을 하지 않았지만 동서 미스테리 북스(DMB)쪽은 라이센스 체결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번역도 엉망이지만 읽을 수 있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덤볐더랬지요. 하여간 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책을 내더라도 겹칠 수 밖에 없는데다 밴슨 살인사건은 이미 황금가지에서 한 차례 냈습니다. 밀리언셀러 시리즈로 말입니다. 기억에 의하면 밴슨 살인사건이 파일로 밴스 시리즈의 첫 사건이었을겁니다. 그러니 북스피어에서는 고민이었을겁니다. 순서대로 하자니 중복 출간도 걸리고, 첫 작품인 밴슨은 이미 정식으로 나왔고. 그래서 순서를 가리지 않고 이미 나왔던 책과 나온 적이 없는 책을 묶어 한 권으로 낸 것이 아닐까 합니다.
파일로 밴스의 정의에 실린 이야기는 '스카라베 살인사건'과 '겨울 살인사건'입니다. 스카라베~는 DMB에서 딱정벌레 살인사건이란 제목으로 나왔습니다. 최근에는 다시 읽진 않았으니 새롭게 읽는 기분이었지만 범인을 알고 있다는 것은 재미가 꽤 떨어지는군요. 그래도 번역이나 분위기나 약간의 위화감이 있을 뿐 대체적으로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위화감의 정체는 다른 번역으로 먼저 읽었다-그래서 말투가 조금 달라진 부분이 있다는 것이겠지요.
엘러리 퀸이 결혼한 뒤, 유일하게 남아 있는 30대 독신 엄친아를 다시 보는 재미는 쏠쏠합니다. 후후후. 30대라고 정확하게 찍은 것은 독신 엄친아는 그 외에도 은근 있기 때문입니다. 브라운 신부님.(...)

하지만 99쪽에 있는 오타는 용서할 수 없습니다. 큰따옴표가 하나 더 들어갔습니다. 2쇄를 찍게 된다면 수정해주시길...


파일로 밴스와 비슷한 시기에 주문해서 먼저 도착하고 먼저 본 책이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입니다. 이 책은 제목을 쓸 때마다 헷갈립니다. 악마가 와서 피리를 분다, 악마의 피리 뭐시기 등등. 긴다이치 코스케의 다른 시리즈는 이런 문장 제목이 아니었으니까요. 악마의 공놀이 노래와도 헷갈리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내용만큼은 지금까지 보았던 다른 시리즈보다 가장 강렬하게 남습니다. 문제는 그겁니다. 왜 강렬하게 남는가라는 점. 제가 가장 싫어하는 코드가 들어 있어서 그렇습니다.-_- 이 책이 나온 시점을 생각해보던 G가 '일본 사람들은 이런 코드를 옛날부터 좋아하는 구나'라고 했으니. 유구한 소재(떡밥)인가 싶습니다. 범인을 잡는 과정이나 몰아가는 과정이 재미있긴 한데 그 이유가 밝혀지는 시점에서는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습니다. 알고 나서 다시보니 정말 입에서 불을 뿜을 지경입니다. 그런 고로 이 책도 다음 처분대상에 들어갈 거라 생각합니다.
일본 추리소설을 좋아한다면 읽어볼만은 하나, 하지메의 원조가 코스케라는 것을 납득할만한 상황이 꽤 많습니다. 그리고 모티브가 되었다는 사건들은 나중에라도 한 번 찾아보고 싶어지더군요.
긴다이치 코스케 시리즈는 시공사에서 계속 내주고 있고 번역자도 같아서 위화감같은 것은 없습니다. 하기야 100% 없다고 하긴 또 그렇네요. 워낙 옛날 작품이니 시대의 간극은 느껴집니다. 이건 지금 보고 있는 마쓰모토 세이초도 그렇지만 말입니다.


역시 비슷한 시기에 주문한 소설이 <항설백물어>입니다. 이건 작가 이름을 보고 대강의 내용을 확인한 다음 무조건 구입이란 결론을 내려 책이 나온 걸 안지 24시간 안에 주문했습니다. 역시 여름은 추리소설과 괴기소설의 계절이지요. 여름에 도서구입 금액이 높은 것은 다른 이유가 아닙니다. 좋아하는 책이 많이 나와서 그런거죠.
이 책은 생협분들-특히 키릴님의 취향에 잘 맞을거라 생각합니다. 샤바케나 혼조 후카가와와 닮은 꼴입니다. 우부메의 여름보다는 이게 뒤에 나왔겠지만 교고쿠도 시리즈의 골격(기본 구조)는 이어받았으면서도 가볍지만 가볍지만은 않은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G가 제 책상 위에 쌓여 있던 책 중에서 어떤 것을 먼저 보냐며 투덜거렸는데 그 때도 이 책을 먼저 추천했습니다. 파일로 밴스보다는 이쪽이 훨씬 가볍게 접근할 수 있습니다. 연작 단편집이기 때문에 각각의 이야기는 따로 또 같이 움직입니다. 맨 처음 이야기만 먼저 본다면 그 외의 이야기들은 어떤 순서로 봐도 문제가 없을 겁니다.
이 책이 재미있다고 여긴 것은 통쾌하기 때문입니다. CSI보다 NCIS를 좋아하는 것도 그런 이유입니다.-ㅂ- 양쪽 모두 보신 분은 대강 짐작하시겠지요.
번역도 읽으면서 걸리는 부분 없었습니다. 이름이 조금 낯설어서 걱정했는데 다행이군요. 하기야 비채에서 나온 시리즈도 번역이 크게 문제된 책은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S. S. 밴 다인, <파일로 밴스의 정의>, 김상훈, 북스피어, 2009, 16500원
요코미조 세이시, <악마가 피리를 분다>, 정명원, 시공사, 2009, 11000원
교고쿠 나쓰히코, <항설백물어>, 금정, 비채, 2009, 14000원



덧붙임. 태그 넣다보니 반 다인과 교고쿠 나츠히코로 들어가 있네요. 태그 수정하러 가야겠습니다.ㅠ_ㅠ

어제의 사진입니다.-ㅁ-
지금이라고 크게 다를 건 없고, 지금은 제 앞에 hoo~컵이 아니라 스타벅스 그란데 머그가 놓여 있다는 것이 다릅니다. 그리고 지금은 낚시 중. 이샤크의 밥을 위해 열심히 낚시를 하고 있습니다.

휴가 중 마비노기 ㄹ군 10살 50렙 타이틀 따기 프로젝트는 오늘 오전 달성했습니다.>ㅅ<
설마 했는데 이리도 빨리 끝날 줄은 저도 몰랐습니다. 처음 준비하면서 생각했을 때는 어려울거라 생각하고 시간도 넉넉히 잡았는데 실제 해보니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습니다. 이전보다 레벨이 오른 것도 있지만 따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으니 말입니다. 뗏목 한 번 탈 때마다 얻는 경험치가 5만 전후였습니다. 거기에 탐렙도 5천 이상은 획득합니다. 탐렙 25를 찍은 이후에는 모두 아이템과 돈으로 바꿔 받았지만 말입니다.
50렙 찍으면서 최고실크 2뭉하고 약간, 최고가 3장, 골드 허브도 2뭉 정도, 마나 허브는 5뭉 이상, 포이즌 허브는 1뭉, 해독초도 5뭉 정도는 받았을 겁니다. 다 다른 계정으로 보내서 정확한 수는 아닙니다. 아, 최고옷감도 받았지요. 돈은 대략 30-40만 정도인듯. 이 역시 정확하진 않습니다.; 대신 마나 포션을 상당히 썼지만 그래도 생각했던 것보다는 소모가 훨씬 적었습니다. 준비한 마나 포션의 60% 정도가 남았습니다. 아니... 70%.;

이제 10주간은 열심히 이샤크 키우고, 마스터 따기에 도전하거나 1랭 찍기에 도전하거나 해야겠네요.'ㅂ'




어제와 오늘 도착한 책입니다. 아마 내일이나 오늘 오후 쯤에 한 권이 더 도착할겁니다. 먼 곳의 바다는 이미 다 읽었고 몇 번이고 반추하고 있습니다. 먼저 산 모래선혈은 아직 손이 가질 않아 놔두고 있는데 말입니다.;
맨 아래 깔린 것은 일본 여행 계획짜기 놀이를 위한 도쿄 카페 시간 2010. 휴가 기간은 방콕이지만 방콕에서라도 도쿄여행 계획을 짜는 것이 묘미지요. 훗. 가끔은 G에게 위문품을 전하러 나갈지도 모릅니다.

아, 이 글이 書 분류에 들어가 있는 것은 리뷰 때문입니다. 잊고서 안 쓰고 있던 리뷰 두 개를 몰아 쓰려고요.

하나는 명탐정 코난 극장판.
지난 토요일에 조조로 보러 다녀왔습니다. 대학로에서 봤는데 거의 만석이더군요. 상황을 보아하건데 애니메이션이라 보러 온 사람이 반, 코난이 좋아서 보러온 사람이 반 정도입니다. 그리고 후자는 연령대가 굉장히 다양합니다. 투니버스에서 계속 해주고 있으니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은 그걸 보고 보러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어쨌건... 내용은 꽤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귀가 안 맞든 어쨌든 재미있게 보았으니 그걸로 좋지요. 하지만 이번 편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을 한 줄로 요약하면 '도쿄타워 보러 오셈. 데헷~☆'쯤 됩니다.-ㅁ-; 도쿄에 그렇게 자주 갔으면서도 밤에 약하기 때문에 야경 보러 갈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도쿄타워에 올라가고 싶더라고요. 어, 도쿄 타워에서 맑은 날에 정말 은하수와 북두칠성이 보일까란 의문은 제쳐두고, 하여간 괜히 올라가서 주변을 둘러보고 싶더라니까요. -ㅁ-;

그외의 짤막 감상들.

- 이번 편에서도 누님 파워는 건재합니다.
- 가장 뜨거운 장면을 연출한 커플은 미소녀 커플(..)이 아니라 고딩-초딩 커플이었습니다.
- 검은 조직의 조직원은 다 암호명이 술이름인데 찾아보면 막걸리도 있을까요.(...) 찾아보면 스카치도 있을 것 같고. 앱상트라든지?
- 애거서 박사님과 같은 수준의 썰렁 추리를 구사하는 사람이 또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아니, 이 경우는 조금 다른가요.


그리고 이어 적는 책 리뷰. 먼 곳의 바다입니다. 어제 도착해서 찾아왔는데, 엊저녁에 별 생각 없이 앞부분만 본다고 휙 훑어보다가 그대로 낚였습니다. 읽고 있던 블루 트레인은 옆에 밀어두고 단숨에 읽어 내려갔습니다. 마비노기는 목표했던 46렙-아니, 47이었나-달성 후 접었고요.

이야기 흡입력은 상당히 좋지만 이야기를 다 보고 나서 다시 봐야 이해가 가는 부분이 조금 있습니다. 그리고 사족이라고 해야하나, 군더더기로 여겨지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없어도 좋지 않았을까 싶은 부분이요. 그리고 몇몇 등장인물은 지나치게 판타지 소설적입니다. 어, 그러니까 누구 오라버니 말이죠.
그래도 이 이야기가 마음에 들었던 것은 '이 섬이 그 섬이었어?'라는 겁니다. 가장 아쉬워 했던 부분에 대한 것인데,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일단 접습니다.


약간은 로맨스 소설같은 분위기도 나고, 공포물 같기도 하지만 근본은 미스터리를 가미한 판타지 소설입니다. 그리고 결말도 제 취향인지라.. 후훗.

전체적인 완성도도 높고 재미있게 보았지만 앞서 말한 튀는 등장인물 하나 때문에 추천이 망설여지네요. 갸들 둘만 없었다면 추천도가 더 올라갔을텐데, 거기에 주인공의 스펙도 그렇다보니 왠지 BL분위기가 나서 말입니다. 흑. 그런 스펙은 그쪽 동인소설에서 자주봐서 엉뚱하게 감정이입(?)이 되었습니다. 그렇다고 이 이야기가 묘한 분위기가 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주가 되는 것은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미스터리 요소들이니까요.

이제 슬슬 책 읽으러 갑니다. 그 전에 점심부터 챙겨 먹어야겠네요.-ㅠ-


(짤방은 홍대 카페 골목의 B+C- 옆 사진. 새로 카페가 생기는 모양입니다. 추가 정보는 오프에서만.)

씨네21에서 제공하는 독서 피서용 목록을 봤다가 피봤습니다. 피본 대상은 제가 아니라 제 지갑입니다. 아니, 카드일지도 모릅니다. 어쩌면 통장일지도요. 취향의 책들만 골라 목록으로 만들어 놓으니 눈물이 눈 앞을 가리면서 내 카드를 구해줘라고 절규하게 됩니다.

이 작은 책자의 제목은 '이 책에, 마음을 놓다 - 출판사 편집자들이 추천하는 33가지 독서 피서)입니다. 714호 별책이니 이번 주 발행분인가보네요.

책 목록 자체는 그리 신기할 것도 없습니다. 신간 검색하면서 한 두 번은 보았던 책인데 이게 맛깔나는 책 소개글과 함께하면 지름도가 200% 상승하는 겁니다. 우와.-ㅁ- 그리하여 지금 도서관 희망도서 신청 목록에 넣어야 하나, 아니면 사다 봐야하나 갈팡질팡하고 있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지금 8월로 구입을 미루어둔 도서들이 잔뜩 있거든요. 시간을 달리는 소녀 DVD와 클래지콰이 신작을 포함해서 말입니다.

시험 삼아 그래도 발행된지 시간이 경과한 그레이브야드 북을 검색했더니 역시 예약자가 잔뜩 밀려 있습니다. 이건 인기가 사그러든 다음에 봐야겠네요. 기담수집가도 재미있어 보이고, 내가 죽인 소녀는 전작을 읽고 워낙 건조한 책이라 읽기가 망설여지지만 반전 때문에라도 궁금합니다.
그리하여 지금 한 권 한 권 목록을 살펴보며 이번 휴가 때 읽을 책을 선별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도서관 갈 때는 가방 좀 가볍게 돌아오자고 했는데 절대 안되겠네요. 흑흑...

꽤 오랫동안 안 적었다 했는데 그래도 그간 읽은 책은 별로 많지 않습니다. 간단히 적을 수 있는 책부터 리뷰를 하고 애거서 크리스티나 니시오 이신은 뒤로 미루지요.

카페 책은 <모든 카페의 요일>입니다. 커피에 카페에 대한 책이라 두근두근하며 읽었는데 기대한 만큼 괜찮았다 싶습니다. 카페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커피나 다른 음료, 인테리어, 분위기, 위치 등등-에 대한 잡다한 이야기가 많은데 말입니다, 제가 재미를 느낀 부분은 그런 이야기에 대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글쓴이의 거주지와 활동 영역이 저와 상당히 겹치기 때문에 여기에 등장한 대부분의 카페를 알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니까 혜화에서 성북동쪽으로 달려 어디를 들어갔다가 어디를 잠깐 거쳐 산울림 소극장 앞의 카페에 들어갔다고 하면 그 코스가 제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재생되는 겁니다. 그리고 홍대 앞도 자주 다니다보니 언급된 카페들이 어떤 분위기인지, 어디 있는지, 평이 어땠는지도 재미있게 볼 수 있었고요. 가장 큰 수확이라 하면 강릉의 테라로사인데 민박이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홀랑 혼자서 여행가는 것을 꿈꿨더랍니다. 어머니의 반응이 별로 안 좋아서 눈물을 머금고 미뤘습니다.
커피와 카페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재미있게 볼만한 책입니다. 서울 여행책으로 삼아도 재미있겠더군요.
덧붙이자면, <나의 핫 드링크 노트>, <오늘의 행복 레시피>를 낸 나비장책이 효형출판이더군요. 나비장책에서 나온 음식 관련 책들이 마음에 들었는데, 그래서 망하면 안되는데 싶었더니 그래도 중견 출판사였습니다. 다행입니다.ㅠ_ㅠ

슬로라이프 책이라 언급한 것은 출간된지 시간이 지난 책인데, <여기에 사는 즐거움>입니다. 도서관의 일본 소설 서가를 들여다보다가 엉뚱하게 꽂혀 있는 책이 한 권 있어 빼들었더니 이 책이었습니다. 잘못 꽂힌 책이니까 일단 서가 옆에 놔두려고 했는데 대강 훑어보니 재미있어 보여 집어 들었습니다.
이 책의 글들은 일본 '아웃도어'지에 96년 즈음해서 연재된 글이랍니다. 그걸 모아서 책을 만들었고 저자는 2001년에 암으로 사망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10여 년 전의 글이지만 그 몇 년 뒤에 유행한 슬로라이프와 닿아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방향은 조금 다르군요. 풀뿌리 문화운동이랄까, 주변에서 신(가미)를 찾아 그에 감동하고 모든 것에 만족하는 작은 삶을 사는 것이니까요. 저는 아웃도어 라이프, 산에서 작고 소박하게 사는 생활로 보았습니다. 오키나와보다는 규슈가 가깝긴 하지만 기후는 아열대니 그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좋았습니다. 다른 것보다 새해맞이 떡치기는 상상만 해도 좋습니다. 어렸을 적에 시골에서 보았던 절구통이 떠오르더군요. 절구통에 떡을 치면 밥알도 살짝 살짝 씹히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지금이야 그런 분위기도 맛보기 힘들죠.'ㅅ'
그러고 보니 이 책 번역 중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것은 마구노리아. 목련이야기를 하면서 마구노리아가 등장하면 그걸 적당히 매그놀리아로 바꿔주면 안됩니까.OTL 일본어 발음 그대로 적으시면 안되죠.

애거서 크리스티는 지난번에 리뷰 올린 책과 뒤죽박죽이 되어 저도 헷갈립니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예고 살인>, <시태퍼드 미스터리>, <뮤스가의 살인>, <테이블 위의 카드>, <골프장 살인사건>. 아마 여기까지가 그간 읽은 애거서 크리스티 같네요. 근데 지금 제목만 봐서는 무슨 내용인지 기억이 안나! 하도 많이 봐서 저도 헷갈립니다.
예고 살인은 미스마플이 등장하는 만큼 재미있었습니다. 가장 재미 없었던 것이 골프장 살인사건. 오늘 아침에 막 다 읽은 책인데 로맨스 분위기가 너무 나는데다 영국인과 프랑스인이 서로 으르렁대는 모습이 보기 안 좋았습니다.(..) 다섯 마리 아기 돼지는 열세가지 수수께끼의 어느 트릭을 떠올렸고 테이블 위의 카드도 그런 점에서는 닮아 있습니다. 뮤스가의 살인은 단편집. 상대적으로 이미지가 엷게 남아 있네요. 어쨌건 저는 헤이스팅스의 비중이 적은 것을 선호하나봅니다. 이 순박한 아저씨의 비중이 높아지면 이야기가 산으로 갑니다.; 더 꼬이더라고요.

니시오 이신은 다 읽고 나서 그 간의 평을 확인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본 책이 사이코 로지컬과 모든 것의 래디컬인데, 사이코 로지컬은 다 보고 나서도 트릭이 헷갈려서 다시 봤더랍니다. 그리고 트릭을 다 안 상태에서 주요 장면을 다시 보았더니 이렇게 골 때릴 수가. 어허허. 맨 첫 번째 권인 잘린 머리 사이클, 사이코 로지컬이 제일 마음에 드는군요. 그 다음이 목조르는 로맨티스트, 목매다는 하이스쿨. 맨 마지막의 두 시리즈는 별로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특히 모든 것의 래디컬은 사족에 가깝지 않나란 생각이 들 정도로요. 물론 제가 경사났네 경사났어~이야기를 좋아하지만 이건 좀 심합니다. 이런 엔딩을 보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는데 말입니다. 그냥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만으로도 족한데 그게 지나쳤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특히 맨 마지막 두 이야기는 특이능력이 중심이 되어 있지, 트릭이나 추리 요소는 굉장히 약합니다. 그 간의 평이 다 맞습니다. 아하하......
그래도 앞 권이 재미있으니까요. 그리고 토모는 언제나 좋아요.>ㅆ<

그 간 읽었던 책 중에는 문학소녀 앞권도 있습니다. 한 권 두 권 읽고 있는 참인데 일러스트에 실수가 보입니다. 연어와 하얀 머플러와 곰이야긴데, 컬러 삽화에는 건장한 남자가 흰 머플러를 두르고 손에 창(작살)을 든 채 옆구리에 연어 한 마리를 끼고 있습니다. 곰은 그 뒤를 따르고요. 하지만 소설 상에서는 곰이 연어를 입에 물고 있어야 합니다. 엔딩에서도 그리 나오지요.-ㅁ- 내용 전달과정에서의 실수라고 봅니다. 그런 일이 종종 있는지라 모 BL 소설은 삽화에  Love & Heart를 Love & Hate로 적었습니다. 발음을 생각하면 헷갈릴만하죠.
하여간 화집은 조만간 구입할 예정입니다. 8월 넘어가야 지르죠. 그 전까지 부지런히 구매 목록을 작성해야겠네요.


이명석, <모든 요일의 카페>, 효형출판>, 2009, 13000원
야마오 산세이, <여기에 사는 즐거움>, 이반 옮김, 도솔, 2002, 8500원
애거서 크리스티, <다섯 마리 아기 돼지>, <예고 살인>, <시태퍼드 미스터리>, <뮤스가의 살인>, <테이블 위의 카드>, <골프장 살인사건>, 2003-2007, 9천원
니시오 이신, <사이코 로지컬 상-하>, <모든 것의 래디컬 상중하>, 현정수 옮김, 학산문화사, 2008-2009, 각 9500원, 11000원
아침부터 신나게 하품을 하고 있습니다. 아하하. 늦게 잔 것도 아니고 어제 거의 파김치가 되어서 늘어져 있다가 일찍 들어가 잤는데 왜 그런걸까요. 지금 커피를 마구 들이키고 있지만 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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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이 글 하나 쓰는데 세 번이나 저장하며 쓰게되었고 지금은 졸리진 않지만 그래도 기본 감상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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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어제, 어슐러 K. 르귄의 서부 해안 시리즈 마지막 권 <파워>를 다 읽었습니다. <기프트>, <보이스>, <파워> 중에서 도중에 읽다가 건너 뛴 것은 기프트뿐이고 보이스나 파워는 다 읽었네요. 그것도 다른 두 권은 몇 번이고 다시 읽었습니다. 보통은 좋아하는 부분만 다시 읽는데 보이스는 다시 읽을 때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고, 발췌독은 여러 번 했으니 꽤 마음에 들었나봅니다.

세 권의 이야기를 꿰뚫고 있는 것은 '나'의 성장기, 그리고 책입니다. 기프트와 보이스, 파워의 도시 국가들은 해당 시점에서 책을 탄압하기도 하고 장려하기도 합니다. 기프트의 세계인 고원지대에는 아예 책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아니, 기프트의 주인공 오렉에게는 책이 있긴 있습니다. 오렉의 어머니가 만들어준 린넨천으로 된 책. 그것이 고원 지대의 유일한 책이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오렉 자신도 어머니가 만든 또 다른 책이라 생각합니다.

보이스에서는 책이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메메르가 살고 있는 곳은 주변의 다른 도시국가에 점령당해 노예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데다, 지배민족이 책을 극도로 혐오하기 때문에 책을 보는 일은 목숨을 거는 것과도 같은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라도 더욱더 책은 힘을 가지고 또 선망의 대상이 됩니다. 거기에 걸어다니는 시집(웃음)이 등장하면서 이야기는 급류를 탑니다.

파워에서는 가르친다는 것, 그리고 책이라는 것이 상당히 대접을 받습니다. 파워의 지리적 배경은 앞서의 두 이야기와는 달리 많이 바뀝니다. 주인공이 한 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자신이 있을 곳을 찾아 흘러가기 때문이지만 어느 지역에 머무르느냐에 따라 책과 이야기, 배움의 존재가치는 많이 변합니다. 이야기의 시작에서 가비르가 사는 곳은 배움의 중요성을 인정하며 노예들에게도 배움의 기회를 줍니다. 하지만 가르치는 사람에 따라 배움의 기회는 많이 바뀌기도 하지요. 가비르는 그 속에서 다른 노예를 가르치기 위한 노예로 길러지며 이차 저차한 상황에 휩쓸려 본인이 강하게 의도하지 않았지만 다른 곳으로 떠나게 됩니다. 새로 또 존재가치를 인정 받아 이야기꾼으로 남지만 누군가에게 고용되어 있다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그 다음에 돌아간 곳은 자신의 원래 고향입니다. 거기서 환시를 보고, 잠시 딴 짓을 하다가 츤데레 이모의 도움을 받아 길을 떠납니다. 위험이 도사리고 있던 이번 여행은 가비르에게 상당히 많은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꼬마를 만났을 때와, 꼬마와의 교감을 느꼈을 때는 읽는 저도 상당한 희열을 느꼈습니다. 공감하는 부분에서의 희열이 Common People의 공감대 형성이나 아무렇지도 않게 문학적인 이야기를 설파해도 문제가 없는 세상을 사는 모 문학소녀의 이야기와도 겹쳐 보인다면 과장일까요. 하지만 서부 해안에서는 같은 이야기를 하고 같은 감성을 공유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그리 쉽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어제 읽기를 마친 황야제의 느낌도 같은 연장선상에 있습니다. 잘 짜인 태피스트리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제 취향에 부합하진 않는 이야기입니다. 추천은 하지만 제 입맛에는 맞지 않았으니, 밝은 이야기는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도 이야기꾼의 존재는 상당히 중요합니다. 화학약품이 잔뜩 들어 있는 바다를 사이에 두고 공전을 하는 세 단계의 섬이 있습니다. 왕도와 그 주변, 그리고 그 밖의 세계인데 언뜻 보면 중세시대의 질서를 떠올리게도 합니다. 왕과 봉건귀족, 그리고 그 아래의 농노 말입니다. 농노들은 위계 질서 속에서 가장 대접을 못 받는 존재이지만 이들이 없다면 귀족이나 왕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생산을 하는 존재가 이들이니까요. 하지만 귀족들은 그러한 사실은 망각한채 기존 질서를 유지하는데만 급급합니다. 이 세계 속에는 또 다른 존재가 있으니 암적인 존재로 취급받는 마물입니다. 사람을 잡아먹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이들은 사람들 사이에서 태어납니다. 이 마물들은 이야기꾼과도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이야기꾼은 음유시인과도 비슷하게 가면을 쓰고 다니며 여러 이야기를 전하는 사람들입니다. 역마살이 낀 존재지요. 물론 타고날 때부터 역마살이 끼어 있던 사람도 있고 어쩔 수 없이 역마살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황야제의 시작은 두 명의 이야기꾼이 황폐한 건물 앞에서 모닥불을 피우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데부터 입니다. 이들은 자기가 알고 있는 이야기를 풀어 기나긴 동짓밤을 보냅니다. 그리고 서로 연관이 없어보이던 이야기는 점차 씨실과 날실로 엮어지며 마지막으로 한 장의 그림을 완성합니다. 그 그림을 보고 나서 다시 앞부분으로 돌아가면 중간 중간 등장한 복선들이 이해가 갑니다. 그러므로 이 책은 두 번 읽어야 완전하게 이해를 할 수 있습니다. 저는 한 번 읽고 나서는 도저히 손이 안가서 그대로 G에게 넘겼습니다. 저는 이런 이야기에 약합니다.(먼산)

서부 해안 이야기에 대해서 주인공 아이들이 능동적이지 못하고 수동적이며 상황에 끌려 다닌다라는 지적이 종종 있던 걸로 압니다. 하지만 그건 어른의 시각이라 생각합니다. 10대 아이들이 능동적이고 자기 스스로 움직이고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래도 등장하는 아이들은 자신들의 주관을 가지고 자신의 생각에 따라 움직입니다. 오렉은 그 나이에 가장 걸맞은 선택을 합니다. 메메르의 선택, 혹은 시선은 아직 세상물정을 잘 모르는 아이같습니다. 본인도 중간 중간 그런 이야기를 합니다. 가비르는 성년이 되어 조금은 고통스러운 감정으로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적고 있고, 그 속에서 가비가 선택하는 것은 상황이 닥쳤을 때 차악의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보이고 충동적인 것으로 보이지만 아이들다운 선택이 아닌가 합니다.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아이들, 머리가 휙휙 돌아가는 아이들은 겉모습만 아니고 실제로는 어른이지 아이가 아니죠.



서부 해안 이야기 중에서 궁금한 것 하나. 가비르가 이야기를 전하는 존재가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인지, 아니면 별도의 사람인지가 조금 궁금합니다. 뭐, 그런 부분은 일부러 상상의 여지를 남겼을테고 작가도 결정하지 않았을까 싶긴 한데 말입니다. 안에서 소화한다면 그것은 또 지나치게 작위적일 수도 있겠지요.-ㅁ-



그리하여 구입 여부를 두고 고심중입니다. 다음 서가 방출 때 나가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는데, 참...;



모래선혈 예약본 인증 사진입니다. 우후후~. 두고두고 아꼈다가 볼렵니다. 그리고 잘 아낀 다음에는 물론 분해여부도 고려해야겠지요.



어, 근데 지금 손대고 있는 책이 너무 많아서 언제 분해가 될지는 저도 모릅니다.-ㅁ-;
(히죽)

전 권 삽니다.+ㅠ+b


아, 7-8은 있으니 1-6만 사면 되겠네요. 문제는 이후에 단편집이 나올 수 있을지지만. 학산은 안내주기로 유명하다는군요. 이번에는 그 공식을 깼으면 좋겠는데 말입니다. 안나오면 그냥 원서로 삽니다.

어슐러 K. 르귄, <보이스>, 시공사, 2009, 1만원
문형진, <인드라의 그물>, 로크미디어, 2009, 1만원

따로 빼서 리뷰를 하는 것은 그만큼 마음에 들었기 때문입니다. 두 편 모두 읽고 나서 마음에 들어 몇 번이고 좋아하는 장면만 골라보고 했을 정도입니다.


인드라의 그물은 우연한 기회에 보게 되었습니다. 노블레스 클럽으로 나온 책들을 둘러보다가 도서관에 있다는 것을 확인은 했는데, 그 책이 마침 민소영씨의 다른 책들 근처에 있었던 겁니다. 거울성의 열쇠를 빌리려다가 그 근처에 있는 인드라의 그물을 보았고, 내용이 어떤지 대강 훑어 보고는 빌릴까 말까 고민을 했는데 최근에 폭독(爆讀)을 하는 바람에 읽을 책이 점점 줄어들어 빌리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제가 판 함정에 제가 빠졌다는 겁니다.-ㅂ-;
제가 책을 빌릴 때 대강 훑어 보는 것은 맨 앞 혹은 맨 뒤입니다. 인드라의 그물은 맨 뒤를 훑어 보았는데, 문제가 해결되는 그 장면을 보고는 야가 야인가보다라고 어림짐작을 한 겁니다. 그래서 얼개는 파악했다 생각하고 책을 읽었는데 방향이 좀 이상하게 갑니다? 그의 정체가 그것이라는 것은 알고 봤지만 엉뚱한 부분에서 헛짚은 겁니다. 나중에 다 읽고 나서야 제가 훑어 보았던 부분이 외전이라는 것을 알았으니, 왜 그게 안 나올까라고 갸우뚱하며 책을 본 것도 당연합니다. 그걸 좀더 자세하게 풀어쓴다면 아래의 내용인겁니다.

외전은 전생과 관련된 이야기였습니다. 그것도 최면술사와 교의 전생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최면술사를 따라다니는 고양이가 아난다의 환생이라고 등장합니다. 거기에 싯다르타도 따로 나오지요. 그래서 저는 본편을 읽는 내내 왜 고양이가 이야기에 등장하지 않는가와 데바의 현생이 왜 등장하지 않는지에 대해 궁금해했습니다. 교의 전생이 관세음보살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그 관계성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지요.
그래서 본편 뒷부분의 해결은 꽤 충격을 받으며 보았습니다. 허허허.


하여간 인드라의 그물은 기본 전개가 불교와 환생, 인도 신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른다 해도 크게 관계는 없습니다. 간단한 주가 내용을 설명하고 있고 불교 신화를 모른다 한들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저야 불교 신화를 간단히 알고 있고 싯다르타-부처의 일생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으니 더 재미있게 보았다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이글루스 밸리에서의 리뷰를 보니 이 책은 신인작가가 쓴 소설이더군요. 그런 분위기가 별로 느껴지지 않았지만 딱 하나, 본편 뒤에 덧붙여진 에필로그는 그야말로 사족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 부분이 없었다면 차라리 낫지 않았을까 싶더군요. 외전은 관계가 없지만 말입니다.
이 책을 워낙 재미있게 읽었기 때문에 노블레스 클럽의 다른 책에도 흥미가 생겨서 볼테르의 시계도 빌려 왔습니다.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도 도서관에 신청해두었으니 들어오면 빌려봐야지요.


보이스는 기프트를 대강 훑어 본 다음 파워와 함께 빌려왔습니다. 하지만 영 손이 가질 않더군요. 기프트 내용 자체가 그닥 취향은 아니었지만 묘하게 앞 뒤 내용만 보고 난 다음에 흥미가 생겨서 보이스와 파워를 함께 빌리게 되었습니다. 단, 빌려 놓고도 같이 빌린 다른 책들을 다 보고 난 뒤까지 손이 가질 않았습니다. 그러다 도서를 반납하는 날은 읽을 책이 없길래 보이스를 꺼내놓고 읽기 시작한 겁니다.
아놔.
르귄 여사님.ㅠ_ㅠb
보지 않고 넘어가려 했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치시다니 말입니다. 흑, 안 보았다면 정말 두고두고 후회할뻔 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파워를 보지 않고 그냥 반납한 것을 후회하고 있습니다.

시공사에서 표지를 아주 제대로 뽑은 덕에 서부해안 삼부작은 책에 손이 가질 않았고, 기프트도 그 척박한 분위기 때문에 앞 부분과 뒷 부분의 몇 장만 읽고 중요한 부분은 뛰어 넘었습니다. 보이스는 한참을 볼까 말까 망설이다가 앞 부분을 조금 읽고는 계속 읽기로 결정한 것은 그 소재 때문입니다. 소재이기도 하고 주제이기도 한 것이 바로 책이었으니까요. 활자중독자라기보다는 책 중독자에 가까운 저라, 책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면 반하지 않을 수 없고 거기에 책이 이야기 열쇠이니 읽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보고 있었습니다.
그러고 보니 기프트도 그렇군요. 책이 중심 소재는 아니지만 열쇠 중 하나입니다. 책이란 것이 존재하지 않는 척박한 땅에서 주인공은 어머니가 직접 만든 책을 보고 익힙니다. 그리고는 그 자신이 책이 되지요. 음유시인이란 존재는 몸에 책을 담고 그것을 입으로 전하는 존재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책이 되었다고 본 겁니다. 그리고 본인이 책을 쓰기도 하고요.
활자로 찍기도 하지만 필사가 중심이 되어 움직이는 세계다보니 파워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나오나봅니다. 보이스를 다 읽은 것이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였는데 다 읽고 나니까 파워도 읽고 싶어지지 뭡니까. 르귄여사의 책은 대체적으로 분위기가 어두워서 좋아하지 않지만-그래서 손 대는데도 시간이 걸리지만 이렇게 취향에 맞는 책일줄은 미처 몰랐으니 반납을 했다 한들 어쩔 수 없지요. 그저 다음에 도서관에 갈 때까지 파워가 대출되지 않고 남아 있기를 바랄 따름입니다.

서부해안 삼부작은 청소년을 위한 소설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소설의 중심 소재 중에 책과 입으로 전해지는 이야기와 도서관이 있다는 것이 꽤 의미심장하게 느껴집니다. 주인공들의 정신세계를 넓히는 존재에는 그들을 보호하는 어른말고도 책이 있으니까요. 오렉의 어머니가 만들어 주었던 책, 갈바에서 대대로 전해지는 책, 자유를 호소하는 시인 오렉의 책. 물론 책을 읽는 청소년과 어린이들에게는 보이지 않겠지만 은연중에 그런 분위기가 스며 있다고 생각합니다.'ㅅ'


인드라의 그물에서도 책은 중요 소재중 하나입니다. 보통 책이 아니라 경전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아, 연애소설도 있긴 하지요. 그 누가 연애소설에 홀딱 빠져 있다가 사고를 친 걸 생각하면 말입니다. 후훗.




중구 난방 감상글이지만 책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서부해안 삼부작은 꽤 볼만할겁니다. 저는 보이스를 한 번 더 읽으러 가야겠습니다~.

여름에는 추리소설이 제격입니다. 하지만 추리소설도 나름이지요. 입맛에 맞는 것만 좋아하지, 괴기나 호러가 들어가 있다거나 잔혹 엽기코드가 들어 있으면 못봅니다. 특히 엽기의 경우, 2000년대 초반에 유행한 것처럼 의외성이나 유쾌한 반전 등을 주제로 했다면 괜찮지만 엽기 잔혹 호러라면 절대 안 봅니다. 테스 게리첸의 외과의사 시리즈, 막심 샤탕의 악의 3부작, 그외 노블마인에서 나온 링컨 라임 시리즈나 퍼트리샤 콘웰 책은 몇 권 보다가 최근에는 손을 안대고 있습니다. 보고 있자면 제 영혼을 갉아 먹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고풍스러운 표현이니 조금 바꿔 쓴다면 제 마음을 좀 먹는 책이란 겁니다. 사람을 피폐하게 만들더군요. CSI 라스베가스 편의 엽기 살인마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바꿔쓰고 150% 정도 잔혹도를 올리면 저런 책이 나옵니다. 물론 책에 따라 잔혹도의 뻥튀기 여부는 다릅니다. 가장 심한 것이 막심 샤탕이고 나머지는 테스 게리첸>퍼트리샤 콘웰=링컨 라임 시리즈정도 되겠네요. 이런 책을 좋아하신다면 추천합니다.(먼산)


최근에 읽은 추리소설은 거의 가 다 가볍습니다. 저런 책을 떠올리다가 애거서 크리스티를 돌아보면 참으로 밝고 경쾌하게 느껴집니다. 어렸을 적-초등학교 때-기암성의 표지가 무섭다고 책을 박스에 담아 놓고도 무서워서 가위 눌렸던 것을 생각하면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지금에야 뭐, 피 뚝뚝 흘리며 지옥으로 끌고 가겠다는 살인마가 아니라면 괜찮습니다. 요약하면 미친놈이 등장하는 추리소설이 아니라면 그럭저럭 괜찮다니까요.


슈가와 미나토의 <도시전설 세피아>를 다 보고 나서 감상을 써야겠다는 생각에 컴퓨터를 붙들었는데 생각해보니 그 간 책을 또 많이 읽었더랍니다. 어제 반납한 책도 꽤 되었으니까요. 그 중 한 권은 리뷰를 따로 쓰기로 하고 나머지만 몰아 올립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 <침니스의 비밀>,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서재의 시체>는 모두 애거서 크리스티입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는 그저 마플 여사님이 보고 싶어 빌렸는데 뒤적거리다보니 서재의 시체도 마플여사 책이더랍니다. 흐뭇한 마음으로 읽었는데 서재의 시체는 보면서 얼추 트릭이 보였습니다. 엘러리 퀸의 모 소설과 분위기가 닮았더군요. 아니, 분위기가 아니라 구조라 해야 맞겠네요. 하여간 넷 다 모두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열세가지 수수께끼는 마플 여사가 본격적으로 추리실력을 발휘하는 이야기고, 침니스의 비밀과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는 서로 연관된 이야기입니다. 앞쪽은 연애소설이고(..) 뒤쪽은 하드보일드가 되려다가 만 것 같은 느낌의 첩보물입니다. 읽다보면 역시 애거서란 생각과 함께 짝짓기의 화살표를 들고 흉악한 웃음을 짓고 있는 할머님이 떠오르게 될겁니다. 이번에도 또 왕창 애거서를 빌려왔는데 이러다가 올 여름에는 애거서 크리스티만 읽게 되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목매다는 하이스쿨>과 <카니발 매지컬>은 헛소리꾼 시리즈의 중간쯤 됩니다. 목매다는~은 앞서 본 목조르는 이야기와 바로 이어지는데 카니발 매지컬은 그 다음 다음 이야기였습니다. 사이에 <사이코 로지컬>이 있더군요. 두 권 짜리인데 책이 일부만 있어서 안 빌렸더니 사이가 떴습니다. 지금까지 읽은 것이 4권이고 앞으로 다섯 권이 남았으니 절반쯤 왔나봅니다. 하지만 책 권 수는 그렇다 해도 시리즈는 두 개만 남았으니까요. 사이코 로지컬은 평이 나쁘지 않은데 마지막인 모든 것의 래디컬은 평이 안 좋습니다. 크게 기대는 하지 않고 읽어야겠군요.
목매다는 하이스쿨은 니시오 이신의 마구 죽이기 필살기가 발휘되었다 하여 원성을 샀는데 저는 그냥 그랬습니다. 저는 주인공과 그 커플에만 관심이 있으니까 그 둘만 살아남으면 됩니다.(...) 그런 고로 그 외의 등장인물은 웬만해선 사라져도 관계 없다는 겁니다. 아하하.

그런 의미에서 문학소녀 8권이 어떻게 마무리 될지 걱정됩니다. 6권 맨 뒤의 에필로그만 다시 보았는데 묘한 분위기던걸요. 거참. 지금 검색하니 8권 나왔던데 오늘이라도 당장 책 사러 달려가고 싶은 걸 참고 있습니다. 내일 가서 사야지요. 오늘은 무조건 집에서 쉬는 날입니다. 삐~랑 이어지면 화낼겁니다.;ㅂ; 그렇게 되면 7-8권 합해 마스터님께 넘기겠습니다.(응?)


그리고 마지막으로 감상 적는 책이 <도시전설 세피아>입니다. 제목이 참 뭣하죠. 슈가와 미나토는 이전에 꽃밥이란 책이 나오키 상을 탔다 해서 도서관에서 관심깊게 보았지만 정작 빌려보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최근에 수은충이란 책이 나와서 빌려 볼까 말까 망설이는 사이에 옆에 있는 책과 함께 집어 오게 되었으니, 그 옆에 있던 책이 도시전설 세피아였습니다. 단편집인데 대강 넘겨 보는 사이에 그럭저럭 괜찮다 싶어서 빌렸습니다.
하지만 취향을 꽤 탈만한 이야기네요. 분위기는 도쿄기담집(무라카미 하루키)이나 환상루기담(아사다 지로), 아시야 가의 전설(쓰하라 야스미)와 유사합니다. 그리고 도시 괴담이라는 점에서는 코끼리와 귀울음(온다 리쿠)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맥은 같이 하지만 완성도에서는 상당히 차이가 난다는 생각이 듭니다. 연작 단편인 다른 책들과는 달리 이쪽은 단편들이 다 떨어져 있거든요. 앞의 두 편은 해설(이시다 이라;)에 의하면 문학지 발표작이랍니다. 분위기가 조금 가볍다 싶었는데 그렇더군요. 하지만 그 중에서도 어제의 공원은 꽤 느낌이 좋았습니다. 아니, 그 뿐만 아니라 전체적으로 괴담이지만 그 풀어내는 느낌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아시야가의 전설처럼 약간의 장광설을 포함해 이야기를 풀어내다가 조금은 혐오스런 분위기로 가서 마무리 짓는 것이 아니라, 이쪽은 아예 단편 하나 하나가 완결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완전한 끝맺음에 여운은 조금 남지만 완결된 공간 안에서 만족스러운 여운을 맛보는 겁니다. 먹는 것에 비유하자면 맛있게 커피 한 잔을 마시고는 혀 끝에 남는 향기로움을 만끽하는 것 같은 거죠. 단편에 따라서는 마지막에 혀끝에 와닿는 맛이 의외인 경우도 있습니다.
괴담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추천하기 망설여지네요. 하지만 글 자체의 느낌은 꽤 좋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단편인 월석이 기분 좋은 마무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감상도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저 맨 마지막 문장가지고 한 마디 더.'ㅅ'
란포상 수상 작가의 단편 모음인 *색의 수수께끼 시리즈는 단편 단편의 느낌은 꽤 좋습니다. 마음에 드는 단편도 여럿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책이 집 서가에서 방출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책을 읽었을 때의 뒷맛이 썼습니다. 대개 맨 앞에 놓인 것은 시대물이고 중간에는 제 취향에 잘 맞는 단편이 들어가 있었지만 맨 뒤에는 꺼림칙한 이야기가 들어 있어 마무리가 나빴습니다. 그런 고로 방출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책을 보면서도 '다나에'는 조금 아쉽지만 나머지는 아쉬울 것도 없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단편 한 편 때문에 들고 있기에는 집안 서가가 포화상태입니다.



오늘 대강 거실에 있는 책을 뽑았습니다. 오래된 책들이 많아서 뽑아 내면서도 대부분은 폐지 처분되겠다 싶었습니다. 전체 목록 올리고 나서 안 나가는 것은 대학로의 구세군 카페에 기증해야지요.



애거서 크리스티, <열세가지 수수께끼>, <침니스의 비밀>, <세븐 다이얼스 미스터리>, <서재의 시체>, 황금가지, 2003-2007, 9천원
니시오 이신, <목매다는 하이스쿨>, <카니발 매지컬>, 현정수,  학산문화사, 2007-2008, 9500원, 13000원
슈가와 미나토, <도시전설 세피아>, 이규원, 노블마인, 2007, 1만원

어슐러 K. 르귄, <어스시의 이야기들>, 황금가지, 2008, 15500원

어스시 이야기를 맨 처음 접한 것이 언제인지는 기억하지 못합니다. 아주 옛날 옛적이었을거라 생각할 따름입니다. 그도 그런 것이 '매는 하늘에서 빛난다'라는 이상한 제목의 책을 먼저 보았기 때문입니다. 기억하는 분이 있을지 모르지만 동서문화사에서 나온 해적판인 에이스88시리즈였습니다. ... 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실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제가 먼저 본 것이 에이스88인지, 아니면 웅진에서 나온 파란 표지의 '어스시의 마법사'인지 기억이 안납니다. 어느 쪽이건 간에 고등학교 때 읽었을 것이란 점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웅진에서 어스시 다음권을 내주었을 때는 기적과도 같다고 생각했지만 그 때는 이미 취향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더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 다음에 본 것은 나우누리 환동에 올라온 번역본이었고요.

이러니 저러니 해도 어스시 시리즈 다섯 번째 권인 '어스시의 이야기들'은 한국에서의 첫 번역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어스시는 제 입맛에 100% 맞지는 않지만 이번의 단편은 표지에 홀랑 반해 집어 들었습니다. 표지가 상당히 멋지지요. 드래곤라자의 양장본도 같은 타입인걸 보면 같은 디자이너가 표지를 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스테인드 글라스 같은 분위기로, 밝지만 선명한 색을 쓴데다 각 단편들을 상징하는 그림들이 박혀 있습니다.

단편들은 거의가 입맛에 맞았습니다. 보면서 이 책을 뜯어 다시 제본하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표지가 취향이라 차마 뜯지는 못하겠지만 소장하고 싶다고 생각한 어스시 시리즈는 이 책이 처음이군요. 짧기 때문에 주인공이 겪는 고생이 상대적으로 덜 힘들고, 힘들지만 다시 부활할 수 있다는 희망이 보입니다. 게다가 어스시 본편의 앞 뒤 이야기를 모두 다루고 있기 때문에도 마음에 듭니다. 작가의 말에는 테하누가 마지막 이야기가 될 거라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난 뒤 어스시의 다른 시리즈를 써달라는 출판사의 요청을 받았을 때는 종결된 줄 알았던 어스시의 세계가 움직이고 있었다고 나와 있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잠자리일테고요. 잠자리는 6권과도 이야기가 이어지나봅니다.

제가 어스시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은 척박한 환경도 그렇고, 어스시의 세계나 '학교'에서의 남녀차별이 건재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어스시뿐만은 아닙니다. 최근에 읽은-읽다가 던진;-기프트도 그렇습니다. 여자들은 대체적으로 남자에게 종속되어 있으며 대등하진 않습니다. 옛 생활들은 상당히 남성의존적이고 남성 중심적인건 알지만 이해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은 별개의 이야기니까요.

어쨌건 어스시 이야기를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왜 현자가 아홉명이 되었는지, 어떻게 해서 대현자의 자리가 비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시대가 나오지 않은, 가벼운 이야기도 있습니다.




서가를 비우려고 하니 다시 책 욕심이 생깁니다. 마지막으로는 G와의 대화를 한 토막 적지요.

K: 다 채우는데 얼마나 걸릴까.
G: 응?
K: 비워 놓은 서가가 다시 채워지는데 얼마나 걸릴까.
G: 얼마 안 걸리지. 경험상 알잖수.



 

(시즈루와 끝없는 밀실들, 대역백작의 모험, 매미소리 그칠적에. 어. 아래 깔린 두 권 리뷰를 잊었네요. 여기에 덧붙여 쓰겠습니다.)


교보문고 회원 검증 시스템이 6개월 간 20만원으로 바뀌었는데 아무래도 한 달에 몰아사는 것보다는 달마다 조금씩 사는 것이 낫겠더군요. 6월에 온다 리쿠를 구입한 다음 호시탐탐 다음 주문할 책을 노리고 있는데 시간이 안갑니다. 그래도 조만간 7월로 달이 바뀌니 바로 질러야지요. 일곱 번째 달의 무르무르와 얼음나무 숲을 구입할 예정입니다. 꿈을 걷다는 아직도 구입 여부를 고민하고 있습니다. 사고는 싶은데 이무기 이야기가 마음에 걸립니다. 바리데기 분위기인데 언 해피잖아!라고 불평하고 있으니...;

B에게.
어제 귀가 늦었... 이 아니라 까맣게 잊고 있었음.; 종이와 책에 대해서는 따로 포스팅 올릴겁니다. 단, 문제는 집에 있는 종이로 만들 수 있는게 A5(크래프트지), B6(콩코르지)뿐이란 것. 아하하.;ㅁ; 혹시 다른 크기를 원하시면 추가 제작해드립니다. 아무래도 샘플 들고 나가서 따로 봐야겠다.-ㅁ-; 천 샘플은 내가 집에서 재고 확인하고 사진 찍어 올릴게. 어차피 같은 천으로 만든 수첩들이 있으니 그걸 들고 나가도 되고.

그리고 만월님께.
조만간 크래프트지 노트 제작기 올라갑니다. 으하하.;ㅁ; 너무 늦어서 죄송해용.;;


자아. 그럼 대역백작과 매미소리 이야기를 해볼까요.

대역백작의 모험은 지극히 평범한 소재를 지극히 평범하게 다루고 있습니다. 예상되는 이야기 전개에 예상되는 인물들이지만 꽤 매력적인 이야기입니다. 단,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이어질 것인가가 난제네요. 게다가 일러스트로 보아서는 저 얼굴로 남자라니 믿어지지 않는다고 해야겠지요. 허허허. 간단한 내용 소개는 흰 글씨로 써 넣을테니 내용 폭로는 당해도 관계없다는 분만 보세요.
어떤 나라(이름을 잊었습니다)의 빵집 3대손인 아가씨는 외조부모님과 어머니와 함께 평범하게 살고 있습니다. 빵집의 부흥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빵 만드는 실력은 참 대단합니다. 이도 안 들어갈 물건을 만들어내곤 하니까요. 그러던 어느 날 잘생긴 청년 하나가 나타나더니 아가씨를 납치해 데리고 갑니다. 그리고 깨어났을 때는 왠 푼수 같은 30대 아저씨가 펑펑 울며 하는 말, '내가 니 애비다.' 알고 보니 자기가 태어나기도 전에 죽었다던 아버지는 멀쩡하게 옆 나라에 살아 있고 게다가, 자기만 그걸 몰랐답니다. 쌍둥이 오빠가 옆 나라 잘사는 집에 입양 가서 잘 살고 있는 건 알았지만 입양 갔다는 집이 진짜 집-아버지네인줄은 몰랐던 겁니다. 거기에 아버지의 정체가 옆 나라 공작님=국왕의 이복동생이라네요. 납치 당한 것은 쌍둥이 오빠가 '저 (예비) 황태자비님께 홀랑 반해서 함께 가출합니다'라고 해놓고 사라져서랍니다. 오빠가 그렇게 사라졌으니 돌아올 때까지 대역을 해야한다는 겁니다. 아버지가 공작이라 오빠는 백작 작위가 있습니다. 그래서 대역백작. 참고로 그 잘생긴 청년은 오빠의 학교 동창에다 심복 부하쯤 되는 청년인데 .. (이하 생략)
뻔한 이야기지만 꽤나 괜찮다는 것은 등장하는 인물들 중 재미있는 존재들이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막무가내적인 성격에 가까운 주인공, 주인공 앞에서는 푼수인 30대 아저씨, 주인공 놀려 먹기에 심취한 주변 인물들, 그리고 모든 악의 대마왕인 그 청년과, 그 청년의 심복입니다. 그러고 보니 악의 대마왕의 사촌도 만만치 않은 성격이군요. 그 삽화를 보고 뒤집어 졌으니... 으하하하;
마음에 들어한 이유 하나 더. 표지에서 보이는 저 청년이 좋습니다.-ㅁ-

매미소리는 오래간만에 만나는 요시다 아키미의 신작입니다. 프렌치 키스였나, 퍼스트 키스였나, 하여간 그 연작 만화의 뒷 이야기(혹은 앞 이야기?)를 살짝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앞 이야기라고 생각했는데 G는 뒷 이야기로 봤더군요. 하지만 뒷 이야기로 보면 토모가 너무 회춘했어요. 전작에서는 능글맞은 아저씨 분위기였으니까 여기서의 상큼발랄한 모습은 적응이 안되는겁니다.
밝은 이야기를 모아 놓은 것은 좋지만 보고 나면 가마쿠라에 가고 싶어진다는 것이 단점입니다. 아예 가마쿠라 전체 지도가 실려 있더군요. 그래도 거긴 너무 멉니다. 다녀오려면 하루를 통째로 바쳐야하는데 그러기엔 체력도 안되고 시간도 안되고. 언젠가는 갈 수 있겠지요. 아마도.;

짤막 감상 및 잡담입니다.-ㅁ-
마지막으로 책 리뷰를 쓴 것이 15일. 이것도 이주만이네요.
읽으면서 바로바로 써야지 해놓고는 홀랑 잊었으니, 책 리뷰는 다른 글감에 묻힌 겁니다. 하하.



카도노 코헤이, <시즈루와 끝없는 밀실들>, 김수현, 학산문화사, 2009, 5900원
에도가와 란포,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 기괴환상>, 두드림, 2008, 13500원
애거서 크리스티, <맥긴티 부인의 죽음>, <부부탐정>, <패딩턴발 4시 50분>, 황금가지, 2008, 9000원
온다 리쿠, <나뭇잎 사이로 비치는 햇살 속을 헤엄치는 물고기>, 박수지, 노블마인, 2008, 10000원
가와후치 게이이치, <내과의사 고로와 유령 고로>, 한성례, 바이북스, 2007, 9000원
타무라 히로시, <홈리스 중학생>, 양수현, 씨네21, 2008, 9800원
니시오 이신, <잘린머리 사이클>, <목조르는 로맨티스트>, 현정수, 학산문화사, 2006, 11000원
쓰하라 야스미, <아시야가의 전설>, 권영주, 비채, 2009, 10000원
다나카 로미오, <인류는 쇠퇴했습니다 3-4>, 곽형준, 2009, 6000원
미야베 미유키, <퍼펙트 블루>, 김해용, 황매, 2009, 11000원


어, 책이 많네요. 밀려서 그런 것이니 어쩐답니까. 흑.(목록 체크하기 전까지는 이렇게 많을 거라 생각 안했는데.)


재미없었던 책부터 먼저 체크합니다. <홈리스 중학생>은 소설쪽에 꽂혀 있어서 집어들었는데 실화입니다. 그러니 수필이나 르포르타주로 분류 변경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네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뭔가 맥이 빠진 아버지가 어느 날 갑자기 가족 해산을 외치면서 순식간에 홈리스가 된 어느 중학생의 이야기입니다. 주변의 도움으로 점차 자리를 잡고 요시모토 흥업에 들어가 만담(?) 콤비를 이뤄 꽤 유명해진 개그맨이라는데 저는 모릅니다.; 그야 일본 연예계에서는 쟈니즈나 가수 쪽에만 관심을 두고 있거든요.-ㅁ-; 그럭저럭 볼만은 하지만 미묘합니다.

보다가 접은 책이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 3>입니다. 2권은 안나오고 1, 3권만 나와 있는데 1권은 챙겨 보았습니다. 이전에 리뷰 올렸던 걸로 기억하는데, 그 때는 1권만 했을 겁니다. 3권은 나온 줄도 모르고 있다가 이제야 확인하고는 빌려다보았는데 보다가 포기했습니다. 제가 감내할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에도가와 란포의 이름 유래처럼, 에드거 앨런 포의 감성을 일본적으로 재해석한 작품만 한 가득하니 읽다가 도저히 못 읽겠다 싶어 던졌습니다. 포의 이야기가 심리와 공포가 중점이라면 에도가와는 일본적으로 한 번 걸러서 그런지 제게는 혐오에 가까운 느낌을 주었습니다.
아시야가의 전설도 읽다보면 포의 영향이 물씬 풍깁니다. 이쪽도 마찬가지로 혐오 또는 기피할만한 이야기들이 들어 있지만 그래도 조금 낫습니다. 비위가 약한 분이라면 안 보시는 것이 낫겠지만 제게는 에도가와 보다 쓰하라 쪽이 나았습니다. 아마도 주인공인 나와 '백작'의 관계가 참으로 마음에 와닿는 것이, 흐뭇함을 불러 일으켜서 기피하는 마음을 눌렀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게다가 단락 단락 끊어지는 각각의 이야기들 앞에는 일본의 전통적인 전설이나 설화에 대한 재 해석이 덧붙여집니다. 표제작인 아시야 가의 전설도 읽다보면 고개를 끄덕이는데다 맨 마지막의 역자 후기를 보면 제목에 또 다른 의미가 더해지는군요. 몰랐습니다. 하하.
그런 고로 제게는 아시야 가의 전설 >>>>> 에도가와 란포 전단편집3 입니다.


내과의사 고로와 유령 고로는 그냥 따뜻한 이야기. 업무 만능주의에 일만을 생각하며 달리던 레지던트 고로가 우연히 유령을 만나 조금씩 감화를 받고 그의 부탁을 들어주다가 성격이 확 바뀐다는 것이 주 내용입니다. 그냥 무난하게 가볍게 읽을만한 소설입니다.
 
시즈루와 끝없는 밀실들. 3권은 안 살 겁니다. 표지나 내용이나 다 백합 분위기가 물씬 풍기지만. 안락의자 탐정과 조사원의 이미지는 잘 잡았는데 그 해결책-풀이가 일반적인 상식과는 동떨어진 것이 많았습니다. 그나마 이번 권은 1권보다는 조금 나은 것 같은데 그래도 입맛엔 잘 맞지 않네요.

애거서 크리스티는 진리입니다.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마땅치 않을 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주시는 그분. 다시 말하면 요 며칠 사이엔 읽을 책이 별로 없었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보석 같은 책을 여럿 찾았으니 이제는 괜찮겠지요.
맥긴티 부인의 죽음은 애거서 크리스티 다운 이야기입니다. 포와로가 등장하고요.
부부탐정은 연작 단편 모음인데 그 당시 유명한 추리소설 이야기가 많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알아 들을 수 있는 것이 몇 없어서 아쉽습니다. 번역이 들어오지 않은 것도 상당하니까요. 그나마 알아챈 것은 어렸을 때 읽은 명탐정 추리 트릭이나 범죄 트릭 같은 해적판 모음에서 이름만 들었던 탐정들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앞보다는 뒷부분이 더 재미있습니다. 남편과 아내가 서로 먼저 문제를 풀려고 벌이는 신경전도 괜찮고요.
패딩턴발~은 미스 마플이 보고 싶어서 예전에 읽었던 것을 다시 빌렸습니다. 아니, 뭐, 거기에서 중요한 역할은 아니고 어떤 꼬맹이가 꽤 제 취향이어서 마음을 울렸다고는 말 못합니다. 그 색의 조합이...;; 루시가 어느 쪽을 선택했는지는 빤히 보입니다. 그러고 보니 루시 같은 타입도 좋습니다. 집사가 아니더라도 이런 멋진 누님이 집을 돌봐주신다면 좋지요. 하지만 이 분은 가격이 비싸고 한 번에 2주 남짓 밖에 고용할 수 없으니 오래 고용하려면 결혼하는 수 밖에 없는데 성별의 장벽을 뛰어넘기는 어렵습니다. 아쉽네요. 메이드 엠마, 가정부 와타누키, 집사 알프레드에 가정부 루시까지 두면 완벽할텐데.

나뭇잎 사이로는 연극 같은 분위기도 줍니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방에서 밤새 이야기를 주고 받으면서 밀고 당기기를 반복하는데, 그 동안의 여러 미스테리가 파해됩니다. 그리고 싸늘하게 식지요. 제 취향은 둘째치고서라도 온다 리쿠다운 소재에 온다 리쿠다운 이야기라고 생각했습니다. 덧붙여 온다 리쿠는 이런 대결신에서는 남자보다는 여자의 손을 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더 쿨한 이미지로군요. 하기야 온다 리쿠의 소설 책 중에서 남자들이 강한 이미지로 남은 것은 세키네 가 사람들을 빼면 네크로만...이 아니라 네크로폴리스의 준, 네버랜드의 학생들 정도입니다. 나머지는 여자만 남아요.

미미여사의 퍼펙트 블루는 재미있습니다. 하지만 그 재미를 반감시키는 것은 번역입니다. 이름을 자주 들어본 역자이기도 하고 이전에 다른 번역도 읽어보긴 했는데 이번에는 초반에서부터 확 열이 치솟게 만듭니다.;
그러니까 처음부터 이야기를 하자면, 이 짧은 책 감상을 쓰려고 도서관에서 빌린 책 목록을 뽑아 쓰고 있는데, 그 사이에 읽은 책 중에서 번역 때문에 저를 화나게 만든 책 한 권이 떠오르질 않는 겁니다. 그래도 이름을 들어본 역자였고 남자였는데 번역이 취향에 안 맞아서 버럭 화나게 만든 그 책이, 분명 일본 소설일텐데 도서관에서 빌린 책에는 없더군요. 교보에서 구입한 책 목록을 뒤지다가 뒤늦게 퍼펙트 블루도 읽었다는 걸 떠올린 겁니다. 책 내용보다 번역이 더 강렬하게 기억에 남았다는 거네요.
지금 책이 옆에 없어서 정확한 번역투는 기억나지 않지만 제일 걸렸던 것은 '짱'과 '상'이었습니다.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닌 이상 저는 번역 소설에서 ~짱이나 ~상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몇몇 예외는 있지만 특히 미미여사의 책에서라면 더욱 보고 싶지 않았던 거죠. 뒤에서 다시 다루겠지만 니시오 이신의 소설에서는 이짱이나 이군이라는 호칭이 등장합니다. 하지만 이건 무난하게 받아들일 수 있더라고요. 아무래도 전체 소설의 분위기, 대체할 수 있는 호칭이 있는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그 번역 문제를 빼놓는다면 퍼펙트 블루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제목에서 느껴지는 것처럼 소재가 야구입니다. 그러니 민메이레이에게 가장 추천하고 싶네요. 가볍게 볼 수 있는 추리소설이고요. 소재가 야구이지만 야구 이야기가 많이 나오진 않는다는 것이 조금 걸리긴 합니다.
레이냥. 보고 싶다면 이야기 하시게. 다음에 볼 때 책 들고 가도 되니까.

인류 쇠퇴는 1권보다는 2권이, 3권이, 4권이 더 재미있습니다. 이야기가 어디까지 튈 수 있는가, 상상력이 어디까지 갈 수 있는가, 쥘 베른과도 유사한 상상력은 판타지 요소를 가미하면 어떻게 되는가를 흥미롭게 보여줍니다. 특히 4권 띠지에 있는 닭들의 질주는, 띠지만 보고 소름돋는 이야기로 생각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살신성계는 열심히 본받아야 할 이야기였습니다. 보고 있으면 저절로 피실피실 웃게 되니 대중교통을 이용하실 때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니시오 이신.
이글루스 밸리에서 자주 보이지만 취향이 극과 극으로 갈린다고 해서 손대는 것을 망설였던 책입니다. 책이 굉장히 화려한데다, 표지를 벗긴 속표지도 화려해서 손이 잘 안갔습니다. 도서관에서 본지는 꽤 오래되었지요. 읽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에라 모르겠다 싶어 한 권 들고 오고, 그리고 또 한 권을 빌려 온 다음엔 전권을 다 빌려올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은근히 괜찮네요.
근데 이리 저리 살펴보면 주인공에 대한 비난이 많습니다.-ㅁ-; 최강의 헛소리꾼에 심지어는 미군마짱의 주인공보다 상태가 심각하다고 하는걸요. 하지만 제가 봤을 때는 무념무상의 이상한 애 정도인데..; 제가 그냥 가볍게 읽고 넘어가서 그런걸까요. 아직까지는 재미있게 읽었으니 한 번에 몰아본다 한 들 큰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시간이 문제지요.



안 적은 책은 없겠지요?
다음 리뷰는 애거서 크리스티와 르귄 여사의 대결입니다.(음?)

이글루스 도서 밸리에 오랜만에 들어갔더니 독서론 릴레이가 있습니다. 단, 이것은 본 사람 중 내키는 사람은 다 하는 릴레이가 아니라 글을 쓴 사람이 정말로 릴레이를 받아줄 두 사람을 지정해 하는 겁니다. 그래도 벌써 단계가 7-8단계 넘어가다보니 원래의 취지와도 꽤 많이 달라지고 형식도 지켜지지 않습니다. 뭐, 형식보다는 내용이 중요하겠지만 그래도 최소 기준은 지켜야 재미있지 않았을까 싶어서요.

독서론 릴레이의 내용은 간단합니다. '독서는 [   ]다'라는 꺽쇠괄호 안에 자기가 적당한 단어를 채우고 그에 대한 짧은 설명을 달면 됩니다. 사전 항목처럼 기술하는 거죠. 맨 처음에는 한 문장으로 설명했는데 가면 갈 수록 이야기가 길어지네요. 그것도 맛이라고 봅니다. 맨 처음 시작은 Inuit님의 독서론이었고 그게 가지를 뻗은 겁니다.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bikbloger님의 독서론을 참조하셔도 되고 슈타인호프님이나 sonnet님의 글을 보시면 됩니다. buckshot님의 글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윗 글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본 것은 sonnet님이라...; 독서론 글에 링크된 다른 글을 보러 갔다가 최근에 올라온 장서가의 조건을 보고는 또 손가락이 간질거리더라고요. 모종의 이유로 뇌가 마비되어 가는 상황에서 그래도 홀랑 홀랑 써봅니다.



서재에 대해서는 몇 번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이글루스에서 쓴 글도 있어 지금 모두 다 찾을 수는 없지만


---- (까지 쓰다가 넋이 나가 초혼제를 한 번 지낸 다음 다시 수습;)

그런데 이전에 썼던 글을 찾으려니까 난감하군요. 이글루스에서 넘어온 초기에는 태그를 달지 않고 글을 썼는데 그걸 다시 찾으려니 눈 앞이 캄캄합니다. 그냥 적당히 기억을 더듬어 써보죠.


인용된 책인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는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보면서 가장 열광했던 부분은 그 즈음 홀딱 반해있던 19세기 영국 요정 그림 작가(화가) 중 한 명인 리처드 도일입니다. 코난 도일의 백부이지요. 아마 제 블로그에 자주 오시는 분이라면 또 그 이야긴가 싶으시겠지만, 한 때 일본 여행 가서 사올 생각을 했습니다. <일본 고서점 그라피티>에서는 진보쵸의 고서점에서 이 책 가격이 20만엔이라고 했고, 열심히 모으면 못 모을리는 없는 돈이었습니다. 하지만 결국 구하진 않았습니다. 지금이야 다른 이유로 그 책이 갖고 싶지만 환율을 생각하면 아직은 무리입니다. 더 내리거나, 혹은 더 많은 돈을 벌거나 하면 다시 도전할까요.

대체적으로 제가 읽는 책- 書 분류에 들어가는 책들은 70% 가량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입니다. 특히 작년부터는 도서관에서 빌린 책의 비중이 상당히 높습니다. 구입해서 보는 책은 주로 추리소설이나 판타지 소설, 문고판 판타지 소설(라이트 노벨)입니다. 왠지 구입해야하는 책을 구입하지 않고 엉뚱한 책만 사보는 느낌도 조금 듭니다. 하지만 이런 종류의 책은 절판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전공서적이나 사회과학, 자연과학 서적은 도서관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벼운 책들은 찾아보기가 어렵지요. 제 독서론도 여기에 살짝 끼어듭니다.

독서는 [갱신]이다.
마음이 어지럽거나 우울해 질 때, 흑점이 점점이 자리잡고 있을 때는 사포로 깨끗하게 한 겹 밀어내어 잘 마무리 하듯 적당한 책을 골라 마음을 가다듬는다.

원래는 갱신이 아니라 '붉은 여왕(red queen)'이라 쓸까 했지만 붉은 여왕은 독서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제 가치관이라 뺐습니다. 독서는 붉은 여왕 안에 포함되지만 붉은 여왕은 독서 안에 포함시킬 수는 없습니다. 손으로 하는 작업들도 다 붉은 여왕에 들어가니 말입니다.

그런 고로 구입한 책 중에서 한 번 이상 읽지 않을 것 같다거나, 마음을 오히려 어지럽힐 가능성이 있는 책들은 서가에서 퇴출됩니다. 퇴출된 책은 주로 친구나 아는 분 집에 자리를 잡습니다. 지금까지는 온다 리쿠의 책들과 몇몇 만화책들이 그런 운명을 겪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버릴 수 없는 책은 존재하니, 이전에 올린 서재 글처럼 바닥도 점점 책으로 차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이 판타스틱을 퇴출시켜야 할까요. 아니, 마일즈 때문에 퇴출하면 안되는데. 으흑.;


여기서 잠깐 아는 분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예전에 제가 다녔던 어느 공적기관의 자료실에 근무하신 분입니다. 지금은 연락이 끊겼지만 같이 근무하는 동안 그 분의 집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형제 중 맏딸이지만 미혼이고, 아래의 동생들은 다 결혼했다고 들었습니다. 혼자 작은 크기의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하는데 아파트를 거의 서재로 만드신 모양입니다.
대부분 집에 서재를 만든다 하면 가운데 공간은 비워두고 사방의 벽을 서가로 둘러치는 것을 생각하시는데 가장 효율적인 방법을 쓰자면 그게 아니죠. 서재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지 않다면-가장 좋은 것은 도서관 서가입니다. 단, 여기에는 조건이 붙습니다. 하중을 견딜 수 있을 것.(...) 일반 주거시설과 공공시설과 도서관의 하중 설계는 상당한 차이가 납니다. 예전에 본 자료라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주거시설과 도서관의 하중 기준은 배 이상이었을 겁니다. 아마 그 분은 그런 기준은 상큼하게 무시하지 않았을까 추정하는데요, 중간 단이 나무로 된 것보다는 최근 나오는 것처럼 금속으로 된 쪽이 덜 무겁습니다.
하여간 그렇게 집에 도서관 서가를 들여 놓고 거기에 책을 수납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 집에 수납된 책이 듣기로는 몇 천 권 수준이었지요. 하도 오래전 이야기라(2002) 지금은 그보다 훨씬 늘었거나 아예 줄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가장 효율적으로 책을 수납한다면 이런 부분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집에서 쓰는 서가는 대출율이 도서관보다 훨씬 낮으니 책을 90% 가까이 채워도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대신 새 책이 들어올 때마다 서가 이동을 해주는 근력을 발휘하면 좋습니다.

[요약]
1. 이상적인 모습을 제외하고 본다면 중앙 공간을 비워두는 스타일보다는 도서관 서가쪽이 도서 집적률이 높습니다.
2. 단, 위의 경우에는 서가와 책의 무게에 따른 하중을 계산해야합니다. 무시해도 되지만 뒷일은 책임지지 않습니다.
(가장 집적률이 높은 것은 다치바나 다카시의 서가에서 보듯 폐가식. 하지만 이쪽은 하중이 상상 초월입니다. 도서보다는 서류 보관용입니다.)
3. 책을 90% 이상으로 빡빡하게 꽂을 경우 새 책이 들어올 때마다 근력과 공간지각력(서가 재배치용)을 발휘해야합니다.


가끔 장서가의 요건에 대해 언급할 때 고서 이야기가 나오는 때도 있습니다. 저는 고서를 수집할 돈도, 공간도 없습니다. 게다가 탈산처리에 대한 문제도 있습니다. 그런 고로 저는 직접 고서를 만듭니다.(음?) 이와 관련된 글은 기억나면 주말에 쓰겠습니다.-ㅂ-;

나루미 쇼 외, <흑색의 수수께끼>, 황금가지, 2008, 9500원
하지은, <얼음나무 숲>, 로크미디어, 2008, 1만원
가노 도모코, <무지개 집의 앨리스>, <나선 계단의 앨리스>, 손안의책, 2008, 각 8500원
쇼지 유키야, <하트비트>, 현정수, 한스미디어, 2008, 1만원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베네치아의 연인>,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 강혜연, 시공사, 2008, 각 1만원
문상현,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 시공사, 2009, 13000원
오카다 데쓰, <국수와 빵의 문화사>, 이윤정, 뿌리와이파리, 2006, 14000원
오쿠보 히로코, <에도의 패스트푸드>, 이언숙, 청어람미디어, 2004, 12000원
조앤 플루크, <Cream puff murder>(원서)
시구사와 케이이치, <키노의 여행 12>, 김진수, 대원씨아이, 2009, 6천원
애거서 크리스티, <맥긴티 부인의 죽음>, 황금가지 2008, 9천원


회색으로 체크한 것은 이전에 리뷰를 올린 책입니다. 얼음나무 숲은 짧게 올렸지만 그래도 나중에 2009년도 결산 시에 중복될까봐 회색으로 넣었습니다.

제목을 보면 대강 아시겠지만 얼음나무의 숲을 제외하면 저 세 권을 가장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이번에도 리뷰는 간단하게 적고 넘어갑니다.



루커리 정원의 여행자는 글맛이 지독하게 떨어집니다. 박훈규의 오버그라운드 여행기가 슬쩍 떠오르는데 양쪽의 방향이 다르기도 하지만 제게 필요한 이야기는 아니었습니다. 워킹홀리데이와 비슷한 '영국 농장에서 일하면서 여행하기'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분이라면 정보를 얻기에 좋을 수도 있습니다. 앞 부분 조금 읽다가 말았씁니다.

흑색의 수수께끼는 읽은지 벌써 몇 주 되어서-도서관 대출 목록을 확인하지 않고 있다가 이 책을 읽었다는 걸 뒤늦게 깨달았습니다;-내용이 가물가물합니다. 다른 색 시리즈보다 책이 얇지만 꽤 강렬한 이야기가 있었다고 기억합니다.(..) 뒷맛이 안 좋은 이야기도 있어서 아마 뇌리에서 빨리 지웠을겁니다? 아.-ㅅ- 뇌리에서 왜 지웠나 했더니 그 단편이 지독하게 마음에 안 들어서 그랬군요. 흠흠.

Cream puff murder는 조앤 플루크의 쿠키단지 시리즈 최근 책입니다. 교보에서 검색해보니 페이퍼북도 책 한 권에 3만원이 넘어가는군요. 어머나...; 번역본의 레시피 번역을 확인하려고 찾아보았는데 보고 있자니 레시피가 별 다를게 없어보입니다. 직역하면 이런 느낌이겠구나 싶더군요.

무지개 집, 나선계단~은 예전에도 읽었지요. 생활 속의 추리소설이라고 해야할까요. 꽤 잔잔한 추리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인 아리사가 마음에 들어서 더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좋아한다면 더 재미있게 볼 수 있지요. 간만에 보니 이전의 추리 내용을 거의 잊어버려서 새 책을 읽는 기분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하하;

맥긴티 부인은 도서관에서 빌릴 책이 없어 손을 댔는데 간만에 보니 애거서 크리스티도 좋군요. 하지만 전 포와로보다 마플이 좋습니다. 마플 여사가 등장하는 시리즈만 뽑아서 다시 찾아볼까요.

바다 건너 히치하이크, 베네치아의 연인, 아름다운 나의 사람들은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책입니다. 그래서 낚였습니다. 낚였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만큼 책이 재미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각각의 책에는 해당 지역-미국, 이탈리아, 파리-의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것이 글은 잘썼다 싶지만 주인공인 카티가 제가 좋아하는 타입이 아닙니다. 하하. 이 책은 카티의 연애담으로 세 권을 묶어서 한 책으로 만들어 '아스트리드 린드그렌'의 로맨스라고 광고를 해도 문제가 없을 정도입니다. 실제 로맨스 분위기는 두 번째인 베네치아의 연인만 나지만 각 권 모두 커플이 있으니까요. 아주 가볍게 훌훌 넘어가는 책이고, 짧지만 지역색을 잘 살리고 있으니 한 번쯤 보셔도 무난합니다.

에도의 패스트푸드와 국수와 빵의 문화사는 일본 음식 자료가 필요해 빌렸습니다. 원래는 에도의 패스트푸드를 빌리러 갔는데 도서관 서가에 국수와 빵도 꽂혀 있어서 덥석 집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자료는 국수와 빵의 문화사가 훨씬 내용이 풍부합니다. 밀가루를 사용한 일본 음식의 유래에 대해 상당히 자세히 적어둔데다 세계 각지의 국수, 빵, 과자에 대해서도 표로 만들어 간단히 설명을 적었습니다. 특히 세계의 과자나 빵을 적은 표를 보고는 감탄했습니다. 보통 이런 번역본을 보면 가타카나 때문에 엉뚱한 명칭을 적기 일쑤인데 이 책은 눈에 걸리는 것이 없을 정도로 매끄럽습니다. 일본 문화와 빵, 밀가루, 국수 등 음식 문화에 관심이 있는 분이라면 꼭 읽어보세요.

키노의 여행 12권. 무슨 말이 필요합니까? 역시 키노의 여행 답습니다.
만..........
평화주의자 관련 글은 묘하게 걸립니다. 어, 일본에서 나온 이야기라 더 걸린 걸까요. 키노의 세계에서는 당연한 반응이라 보지만 시선을 올려 일본의 입장에서 쓴 글이라고 보면 미묘합니다. 이 때문에 평이 갈릴 수 있겠다 싶습니다.

그리고 하트비트. 이전부터 도서관에 있는 것은 보았지만 손이 안가다가 읽을 책이 없길래 빌렸습니다. 쇼지 유키야는 이전에 극찬에 가까운 평을 올렸던 도쿄밴드왜건과 쉬러브즈미의 작가입니다. 이 뒷 권이 나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는데 아직 나올 기미는 안 보이네요. 재미있는데 왜그럴까. 하여간 같은 작가라 책 뒷면의 줄거리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일단 빌렸습니다.
책은 서로 다른 인물들의 이야기가 번갈아 나옵니다. 각각의 인물들이 하는 이야기가 겹치는 것은 중반 이후. 그리고 당연히 중반 이후부터 전개가 빨라집니다. 마지막에 나온 결론은 뒤통수를 후려 갈기는데, 마지막까지 다 읽고 나서 앞부터 다시 보면 몇몇 대사들이 다르게 보입니다. 우와. 노리고 있었구나 싶던걸요. 그리고 애잔하게 느껴질 수 있는 결말도 마지막 대사 때문에 마음을 놓을 수 있습니다.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입니다. 그런 점에서 도쿄밴드왜건과도 같은 선 위에 서 있습니다. 아주 마음에 들었지요. 하드 커버였다면 당장에 뜯었을지도 모릅니다.



맨 마지막 문장을 썼더니 또 예고 하나 올려야 겠다는 생각이.-ㅂ-; 전시회 안내 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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