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화요일은 한국 스타벅스의 할로윈 신상품이 등장했습니다. 아침부터 줄을 섰는지 어떤지도 모르게, 지방의 산골-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나마 번화한 읍내에 앉아 스타벅스를 생각하면 먼 나라 이야기지요. 하지만 G는 다릅니다. 회사 근처에 스타벅스가 있으니 G에게 넌지시 이야기는 해뒀지만, 요즘 로오히 때문에 취미 지름은 잠시 멈췄던 터라 있으면 사고 아니면 말고의 무념 무상으로 아침을 맞았습니다.

 

그러한데, G가 친구 부탁으로 스타벅스에 갔다는군요. 그 친구 부탁도 G가 먼저 옆구리를 찌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러니까, "이번 화요일에 스타벅스 할로윈 신상품이 나오는데?"라면서 사전 공개 사진을 카톡방에 올려 놓으면, 누군가는 하나쯤 부탁하게 마련입니다. 그러면 스타벅스에 갈 핑계가 생깁니다.

 

뭐, 저도 그 덕에 물품 몇 가지를 부탁했습니다.

고양이 파우치, 고양이 머그, 고양이 키링. 거기에 덤으로 할로윈 자석들도 얻었습니다.

 

 

 

머들러와 자석 한 세트, 그리고 옆으로 보이는 데미타스 스노우볼은 G의 몫입니다. 데미타스를 제일 좋아한 건 G가 아니라 L이였지만요.

 

이번 글의 주인공은 가운데 보이는 머그입니다. 한국 스벅의 할로윈 머그 중 오랜만에 살만한 제품이 나왔다고 좋아했지만, 써보니 아닙니다. 제목에서 유추하신 분도 있겠지요.

 

 

 

새 머그를 쓰겠다며 급탕실에 가서 뽀득뽀득 잘 닦아 왔습니다. 그리고 닦으면서 알았습니다. 고양이의 항문 부위만 딱 흰털. 아무래도 저거 의도적으로 칠했겠지요? 저기만 흰색으로 남겼는지, 아니면 흰색 동그라미를 찍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보고서 피식 웃었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 그리 즐겁지 못했습니다.

무의식 중에, 머그를 왼손에 잡고 음료를 마시는데 뭔가 계속 걸립니다. 머그를 들여다보는 저 검은 고양이가, 제 안경을 자꾸 건드립니다. 머그를 기울이면 안경알을 툭툭 치는데, 아니, 이러다가 안경이 긁히기라도 할까 걱정되더군요. 시력이 좋지 않아 안경알은 공장에도 별도 주문을 넣어야 하는 제품이기 때문에, 당연한 이야기지만 머그보다 안경이 더 비쌉니다. 그런 안경에 흠집이 나면 안되죠.

 

그리하여 머그는 씻어서 한 번 써보고는 고이, G에게 넘기기로 했습니다. G는 안경 안 쓰니 신나게 잘 쓰겠지요.

 

겉은 무광의 검정, 안은 호박색이라 생각하는 그 주황색의 유광입니다. 안쪽이 유광이라 쓸 때도 안심된다며 구입했는데, 참 아쉽습니다. 흑흑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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