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와일라잇 살인자들』은 시사IN에 연재되었던 칼럼을 보강해 엮은 책입니다. 광고 보았을 때부터 관심이 있었고, 그래서 점 찍어 놓았다가 읽기 시작했는데, 어제 저녁 베갯머리 책으로 읽고 나서는 기분이 확 가라앉더랍니다. 따라서 이 책을 읽을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노약자에게는 권하지 않으며, 피해자들에 대한 감정이입이 심하다면 더더욱 권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반짝반짝한 정신상태에서 보실 것을 추천하며, 우울하거나 기분이 가라앉을 때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제게 독서 후 충격이 컸던 큰 이유는 아마도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범인 관련 기사를 최근 자주 접했기 때문이 아닐까 추측합니다. 화성 사건이 하도 오래전 일이라, 땔감위키에서 관련 글을 읽고는 정신에 살짝 금이 가 있던 상태에, 그처럼 이상한 사람들이 저지른 이상한 사건들을 보았더니 무리했나봅니다. 하하하하하하. 읽고 나서 탈력감이 드는 책은 오랜만이었습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여러 사건들은 영국에서 일어난 사건들입니다. 판결에 문제가 있었던 사건, 사회의 변화를 가져온 사건, 연쇄살인사건 같이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킨 사건, 사회적 약자를 겨냥한 혐오살인사건까지 종류도 매우 다양합니다. 표제인 트와일라잇 살인자들은 영국에서 실제 일어난 살인사건의 가해자를 가리킵니다. 피해자들을 잔혹하게 살해하고 그 뒤에 그 집에서 영화 트와일라잇 시리즈를 보고 있었다는 범죄자들이요. 이 내용이야 책 뒷면에도 소개되었고 온라인서점의 책 소개에도 나와 있어서 익숙했지만, 실제 내용을 읽으니 원. 하하하하하하하. 멘탈이 가루가 된 이유는 그 범죄 사건 역할이 제일 컸을 겁니다. 하하하하하하하.

 

 

그러고 보니 여기 등장했던 혐오살인사건 중에는 모 소설에서 차용한 것이 아닌가 싶은 것도 있었고요? 물론 제가 읽었던 소설은 빅토리아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이라 책에 소개된 사건보다는 훠얼씬 뒤이지만, 왠지 닮았습니다. 가만있자, 그 소설을 어디서 읽었더나. 엘리스 피터스 헌정 소설집에서 본 것 같은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시사IN에 연재하면서, 그 때 그 때의 여러 사회적 상황에 맞는 이야기를 소개했던 모양이라 읽으면서 한국에서의 여러 사건들이 겹쳐집니다. 그래서 더 이 책의 피해자들과 희생자들에게 감정을 이입했을 것이고요. 안타깝게 죽어간 아이들이나, 경찰의 외면에서 사망한 사회적 약자들의 모습이 영국에서만 보이는 건 아닙니다. 그래서 더더욱, 한국은 그렇지 않은가 돌아보게 되더군요. 여성이라서, 소수자라서, 피부색이 달라서, 혹은 남성이라서. 읽으면서 저도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에 편견을 갖고 사람을 집어 넣게 되더군요. 특정 에피소드를 읽으면서는 특히 성역할과 피부색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음을 반성했습니다.

 

 

읽는데 심력을 소모하지만 재미있습니다. 남의 나라 일이지만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닙니다. 꼭 읽어보세요.

 

김세정. 『트와일라잇 살인자들』. 시사인북, 2019, 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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