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이 아닌 이런 책들은 보통 도서관 서가에서 책을 훑어보다가 발견합니다. 브라우징이라고 하지요. 서칭과 브라우징은 둘다 검색이지만 목적에 따라 다르게 파악합니다. hearing과 listening 둘 다 듣기라고 번역하지만 전자는 소리가 귀에 들어오는 행위를 말하고 후자는 귀기울여 듣는 것을 말한다던가요. 그와 비슷합니다.

 

다도 관련 책은 자주 보는 편이 아닙니다. 한국 다도책은 전통문화 관련이나 테이블웨어, 세팅과 관련한 내용을 다룬 책을 주로 봅니다. 한국 차문화를 본격적으로 다루면 철학과 고문이 어우러진 졸린 책이기 마련이니 조용히 피하는 편이지요. 이 책은 사진이 많고 열두 달의 계절에 맞춰 차를 소개하는데 한국적이면서 또 고루하지 않고 세련된 찻상차림이 눈에 들어오더랍니다.

 

차를 우려서 찻잔에 마시되, 아름답게 보이려면 유리잔도 좋답니다. 글라스웨어, 그것도 와인잔이나 샴페인잔, 아니면 이탈리아 유리공예의 잔들에서 자주 보이는 손잡이에 색을 넣은 그런 유리잔을 씁니다. 얼핏 보기에 샴페인 같기도 하여 매우 잘 어울립니다.

다식도 간단하게 만드는 것이 많습니다. 손은 가지만 그래도 복잡하지 않은 다식이더군요. 그러니까 송화다식 같은 것이 아니라, 시판 카스테라를 뭉쳐 다식판에 찍어 내는 것만으로도 멋진 다식이 나온다는 겁니다. 떡도 만들지만 보고 있노라면 밀가루와 달걀을 이용한 디저트보다 힘은 더 들어도 손은 덜가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떡은 치니까 힘이 들지만, 이쪽은 망칠 확률이 낮아 보이거든요.

 

떡도 시루에 올려 쪄내는 설기케이크 외에도, 멥쌀을 쪄서 쳐댄 다음 아이스박스쿠키(냉동반죽쿠키) 만들듯이 색깔을 넣어 도로록 말아 썰면 끝입니다. 구울 필요 없이 가열한 떡을 쳐서 색만 넣고 모양을 내는 것이니까요. 반죽 색을 어떻게 넣느냐에 따라 화사하게도 단아하게도 나옵니다. 아이디어가 매우 멋집니다.

여름에는 찻자리에 월남쌈을 미나리로 묶어 낸 작은 보쌈을 만듭니다. 투명한 쌀피 속으로 보이는 채소의 색에, 진한 미나리로 묶어 내니 눈이 호강합니다. 아마 이런 여러 아이디어들도 경험과 연륜에서 나오는 것이겠지요.

 

정확한 다례를 지키는 것만이 아니라, 생활에서 차를 즐기는 방법에 대해 멋지게 알려줍니다. 여기저기 도서관에 더 신청해둬야겠네요.:)

 

 

이연자. 『찻자리, 디자인하다』. 오픈하우스, 2010, 22000원.

책 정보 추가하려고 검색하다보니 우옷. 역시 종가집 자주 다니는 분이었군요. 최근에 나온 『대한민국 명문종가』를 비롯해 종가집 방문기 여럿을 냈습니다. 책 내용에도 어디 종부에게 배웠다, 종가집에서 배웠다던데 그럴만 합니다.

 

다만 2009년에 있었던 한식 세계화 포럼의 이야기는 등골 서늘하게 지나가는 부분이.(먼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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