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90을 가져간 김에 열차 사진도 여럿 찍었습니다. 여행 첫날은 D90을 주력으로 쓰겠다며 꺼내 놓은 탓에 매우 고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D90을 잘 들고 갔다 생각했습니다. 전시회 사진도 그렇지만, 철도 사진과 건물 사진, 눈 내리는 풍경 등은 P330이나 아이패드에 비할바가 아닙니다. 비교하는 것 자체가 실례죠.



가장 처음 탄 열차는 나리타에서 도쿄로 이동하는 N'EX였지만 사진을 못 찍었습니다. 그러니 사진은 그 다음날부터. 몇 번이고 강조하지만 저는 철덕이 아닙니다. 밀덕도 아닙니다.





여행 둘째날, 도쿄역의 신칸센 대기실입니다. 유리문 달린 공간에 소파를 배치하고는 저렇게 열차 안내 전광판을 달았습니다. 제가 탑승할 열차는 왼쪽 맨 하단. 하야부사 11호입니다.



조금 시간 넉넉하게 올라가 사진을 찍습니다. 대형 캐리어가 있으니 플랫폼 끝쪽에서의 사진은 포기하고, 얌전히 탑승구 근처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연속 사진만 찍습니다. 역시 촬영 속도가 빠르니 P330보다 훨씬 좋군요. P330은 사진 저장에 시간이 걸려서 연사는 별도 기능을 이용해야합니다.






제가 철덕이었다면 건너편에 대기중인 열차가 무엇인지도 알았겠지만 그런 건 무리입니다.






오리너구리주둥이가 보이는군요.





오리너구리주둥이가 보이는군요.(2)





오리너구리주둥이가 보이는군요.(3)






사진 촬영하는 시간은 매우 짧은 시간이라 정신없이 촬영하고 나서, 열차 색을 보고 미친듯이 웃습니다.








이거 미쿠색.






청록이나 분홍이나 검정이나 색조합을 보면 모두 다 얘입니다. 하츠네 미쿠.


도호쿠 신칸센이 뚫리면서 그 열차명을 무엇으로 하느냐 갑론을박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JR동일본 홈페이지에서 투표를 했는데, 오타쿠들이 대거 몰려가서는 하츠네에 투표했고, 철덕들은 이에 맞서 하츠카리를 1위로 올렸답니다. 그리고 정작 이름은 하야부사.


그러나 제가 하야부사라는 이름을 듣고 이거 미쿠네!라고 당당하게 외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MMD-PV】Starduster 「はやぶさ」~はじめてのおつかい~完結編


https://youtu.be/rJerI0Hyb_c



하야부사는 일본어로 매입니다. 그리고 저 멀리, 소행성대에서 샘플을 채취, 지구까지 긴 여정으로 돌아와 산화했던, 그 탐사선의 이름도 하야부사였습니다. 과거형인 건 지구 돌입 당시에 자료 캡슐을 방출하고는 본체는 대기권 돌입 당시 산화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탐사선 하야부사와 하츠네 미쿠'(https://esendial.tistory.com/6150)를 참고하세요.


저 영상이 뇌리에 깊게 남아 하츠네 미쿠에게도 하야부사라는 이름에 연이 생겼습니다. 그리하여 하야부사가 하츠네 미쿠 색인 건 당연하다는 이상한 흐름으로......; 철덕은 아니나 오타쿠라고 자타공인하는 바, 하야부사 타기를 잘했다 생각합니다. 참 예쁘군요.






하야부사는 전석 지정석입니다. 예약하면서 좌석 배정을 받고요. 짐칸이 다 차서 좌석쪽으로 끌고 들어왔는데, 앉아가는 동안 옆 좌석에 사람이 없어서 옆으로 옮겨 놓고 편하게 있었습니다. 나중에도 그랬지만 센다이에서 신아오모리 갈 때를 제외하고는 내내 2인석을 혼자 앉아 썼습니다.






또 재미있는 것이 이 머리받침인데, 위 아래로 조정이 가능합니다. 기본은 저렇게 맨 아래로 내려두는데, 키가 큰 편은 아니지만 당연히 불편합니다. 이런 데서 평균 키 차이를 느낀다고 하면 이상한가요.;






나중에 M님께 들었지만 좌석 하단에 USB 포트 충전 단자가 있습니다. 오오오오오!

(실시간 트윗을 하고 있으려니 M님이 알려주시더군요.)




3일째, 센다이에서 삿포로로 북상할 때도 하야부사를 탑니다. 하야부사의 종착역은 신하코다테호쿠토지요. 하지만 저는 신아오모리에 볼 일이 있었으니, 그 직전 열차를 탑승합니다.






핫, 들어오는군요.






... 응? 으으으으으으응? 왜 미쿠색이 아니지? 오리너구리주둥이로 보이지만 왜 빨강이지?






당황해서 셔터 속도가 조금 늦었습니다. 하여간 미쿠색이 아닌 빨강.



그렇지만 탑승 열차는 미쿠가 맞습니다.




신아오모리행.

앞과 뒤는 서로 다른 열차 두 대를 연결한 겁니다. 사진 찍는 걸 놓쳤는데 한쪽은 모리오카에서 갈라져 아키타로 가고, 뒤쪽의 하야부사는 신아오모리까지 간답니다. 그렇군요. 여기서 아키타로 가는 것도 가능. 그렇지만 아마도 갈 일은 없겠지...?






센다이까지는 눈이 없었는데, 슬슬 저 멀리의 산은 만년설이 덮인게 보입니다. 도쿄에서 센다이 올라올 때의 풍광하고는 또 많이 다릅니다.






터널 하나를 지났는데 눈이 보입니다.


"터널을 벗어나니 그곳은 설국이었다."






덕분에 눈은 신나게 보고 갑니다. 그러나 이 눈이 끝이 아니었는데...




신아오모리에 내려 잽싸게 다자이 오사무의 사과쿠키를 집어 들고는 돌아옵니다. 20분 정도 시간이 있었는데 그 정도면 충분하더군요. .. 다음에는 그냥 숙소로 주문하겠습니다. 하하하. 고기와 맥주는 좋지만, 이 여정을 기록하고 있는 동안에도 엉덩이가 아픕니다. 기차여행은 좋지만, 7시간의 기차 여행은 반갑지 않습니다. 진짜, 센다이에서 9시 52분발 신하코다테호쿠토행 열차를 탑승하면 삿포로 도착 시각이 16시 10분이라니까요. 그보다 앞 차를 탄다면 15시 몇 분 정도지만 1시간 일찍 도착하는 겁니다.


다음 센다이-삿포로 여행은 삿포로 신칸센 개통 후로 미루겠습니다.OTL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 가는 하야부사도 아주 자주 있는 것은 아닙니다. 위의 시각표를 보면 1시간 10분 정도의 텀인데, 다른 열차도 그렇습니다. 신하코다테호쿠토가 아니라 모리오카나 신아오모리 종착 열차는 그보다 조금 더 자주 있고요. 그러니 센다이까지는 열차가 자주 있지만 홋카이도까지는 시간 안배를 잘 해야합니다. 신아오모리에서 찍은 사진이라 열차들은 모두 신하코다테호쿠토 종착 열차만 보입니다.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 간다는 건, 다시 말해 본토인 혼슈와 섬인 홋카이도까지를 이동한다는 겁니다. 다리가 아니라 해저터널로 연결했고, 길이가 53.8km라는군요. 이 중 23km가 해저구간이랍니다. 그것도 140m 지하. 한 번쯤 경험하는 것도 괜찮습니다. 가벼운 고소공포증이 있지만 그 외의 공포증은 없어서 다행이네요.







M님이 시간표를 보고 제일 걱정하던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의 환승. 예상외로 시간은 넉넉했습니다. 12시 21분 도착, 26분에 저 2번 승강장에 도착합니다. 34분 탑승이고 열차는 시간 맞춰 오더군요. 시발점이 여기가 아니라 하코다테쪽이라, 그야말로 정차만 합니다.





시간이 있으니 사진을 찍습니다. 2번 플랫폼은 I. 저 앞은 H.







M님이 앞서 올린 다른 글에 이 희한한 탑승구 안내판의 유래를 알려주셨습니다. 비수기와 성수기의 열차 편성이 상당히 다르답니다. 그러니까 몇 량이냐의 문제 말입니다. 지정석을 비롯한 특급 좌석의 위치 배정 문제 때문에 숫자로 표기하면 열차마다 또 위치가 다르니 일일이 표기해야하고, 그러면 알아보기가 어렵고. 그러니 알파벳으로 탑승구 표기를 하고 방송으로 각 알파벳별 몇 호차인지 알려주는 모양입니다.

...

듣는 것이 안되는 사람에게는 참 복잡한 방법입니다. 일단 탑승하고 열차내에서 이동하는 방법도 있지만.. 으으음.





신하코다테호쿠토니 신칸센 도착역임에도 여기 분위기는 ... 그냥 평범한 시골역이군요.





건너편에 들어온 열차는 연식이 있어 보입니다. 오오.






열차는 언제쯤 올까요.





응? 오나? 오나?






핫. 저 멀리에 보이네요.






온다아아!






얼핏 보기에는 앞서 본 재래식 열차 같은 사각인가 했더니 이쪽도 유선형입니다. 슈퍼 호쿠토.





아무래도 특급열차니까 그렇겠지요.





빨강인가 했더니 노랑색입니다.






오리너구리주둥이는 아니지만 하여간 사각은 아닌걸로.





일본은 철도의 국가다보니 열차도 얼굴(?)이 다 다릅니다 하지만 저는 그걸 구분할 정도의 내공이 없습니다. 철덕은 아니라니까요.-ㅁ-/





하코다테에서 삿포로로 북상하는 도중, 매우 큰 산이 보입니다. 근데 이렇게 큰 산이 한 둘이 아니니까요.






그리고 바다.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 삿포로까지 가는 여정은 거의 바다와 함께 합니다. 지도를 보면 아시겠지만 열차는 바닷가를 끼고 내내 달리다가 노보리베츠도 지나서였나, 하여간 상당히 달린 후에 내륙으로 들어갑니다. 이전 여행 때 도로로 달릴 때는 몰랐지만 열차는 그렇더군요. 덕분에 바다는 신나게 보았습니다.


바닷가에 면한 집들도 많은데, 풍경 좋겠다-보다는 저 소금기는 어쩔라나라는 생각이 먼저 드네요. 하하하하;





그리고 저거. 오른편의 저 간판이 뭐냐면, 자위대 홍보 간판입니다. 다시 말해 저기가 자위대 부지라는 거죠. 치토세를 지나 삿포로 도착하기 전에 보았는데, 홋카이도에 자위대가 있다더니 정말로 삿포로 근방이라 놀랐씁니다.






마지막 날은 폭설이 쏟아집니다. 항공기 연착을 걱정하며 열심히 사진을 찍습니다. 크흑. D90 가져오길 잘했어!





열차 들어오려는 사진을 찍고 싶었는데 왜 이런 사진이 나왔는지....;






하여간 승강장 끝은 눈이 들이쳐 하얗게 덮였습니다. 저기 보이는 발자국은 제 발자국입니다.






열차 들어오는 것을 찍고 싶었지만 저쪽 방향에서 들어오는 바람에 실패.






열차 두 대가 나란히 서 있군요. 앞의 사진과 비교하니 왼쪽은 슈퍼 호쿠토. 하코다테행인가 봅니다. 오른쪽은 모릅니다.-ㅁ-







순식간에 지나간 이 건물이 앞서 올렸던 그 자위대 건물입니다.




그리고 삿포로의 폭설과는 다르게...






치토세 쪽은 멀쩡합니다. 휴. 다행이네요.





자. 그리고 삿포로의 눈 이야기 여담입니다.



삿포로 둘째날, 바리스타트 커피를 찾아 가던 길에 오오도리 공원을 지나갑니다. 삿포로 맥주축제 장소이기도 하지만 눈축제 장소이기도 한데, 축제는 2월이라 가본 적이 없습니다. 겨울 삿포로는 이번이 처음이었으니까요. 그보다도 2월이면 숙소며 항공권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갈 일이 없다는 쪽이 맞겠네요.


하여간 그 눈축제 준비에 자위대가 들어간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습니다. 그 이야기입니다.






아침에 내리던 눈은 이 때쯤은 다 그쳤는데, 제설을 아예 안하는 건지 포기한 건지. 도로 노면이 이렇습니다. 스노우타이어는 필수로군요.






왼쪽 저편에 홋카이도 구청사가 있습니다. 사진상으로는 잘 안보이네요.






그러니 다시 한 번 촬영합니다. 내부에 들어간 적은 없지만 없는 걸로 마무리합니다. 삿포로는 먹으러 가는 곳이니 이런 유적은 고이 넘어갑니다.






바리스타트 커피 가는 도중에 오오도리 공원에서 발견한 대형 구조물입니다. 아마도 눈축제 관련 조형물을 만들기 위해 만들지 않았나 싶은데...





그 규모가 상당합니다. 그러고 보니 저는 국내 눈축제도 간 적이 없군요. 더운 것도 싫지만 추운 것도 싫어하니 축제 구경은 안갑니다. 아니, 애초에 축제 구경 다닌 적은 나이 먹고 나서는 더더욱 없군요.






커피 마시고 돌아오는 길에 확인합니다. 출입금지 안내. 그런데 저기 서 있는 사람들이 말이죠...





이런 사람들입니다.(....)






그러니까 자위대. 자위대 홍보물을 안내판에 걸어 놓았더라고요.


자위대의 중장비-까지는 아니고 경장비(?)쯤 되는 포크레인 등도 들고 와서 눈 작업 중입니다. 자위대의 인력 부족 이야기는 나왔는데 음, 저런 홍보물을 보니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 아냐, 한국이 이런 공보물은 매우 잘 만듭니다. 최근에 나온 화보 하나는 정말로 감탄하며 보았으니까요.



결국 자위대가 인력을 확보하고 싶으면 대우가 좋고, 전역 이후에도 다른 직업으로 이어질 수 있는 길을 열어주면 될 것인데, 안하죠. 그리고 모병제에서 징병제로 개정할 움직임도 있으니. 하하하하. 징병제가 되면 지옥문이 열릴 것이라며 안쓰럽게 바라보는 쪽입니다. 애초에 징병제 전환은 평화헌법의 개정, 그리고 아베를 중심으로 한 '대동아공영권'으로의 회귀 움직임이 가시화를 넘어서 실행으로 간다는 것이니까요.



일단은 2020년까지는 천천히 갈 것이고, 2020년의 올림픽이 어떻게 되느냐에 따라 방향도 또 달라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하여간 2020년까지의 일본은, 모 애니메이션의 길을 따라가고 있지 않나 싶네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