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목적지는 여행 마지막날 들어간 신치토세 공항이라 할 수 있지만, 신치토세공항은 삿포로 남쪽에 있습니다. 따라서 제목에 맞춰 가장 북쪽 지역을 종착지로 삼는다면 삿포로가 됩니다. 신치토세공항도 목적지로 넣는 것은 마지막 퀘스트를 거기서 두 건 해결했기 때문입니다.



하여간 여행 세 번째 날의 퀘스트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사과쿠키였습니다. 앞서도 적었지만 센다이에서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 한 번에 갈 수 있었음에도 신아오모리에 들린 것은 과자 때문이었습니다. 신아오모리에서의 퀘스트였지요.

(그러나 방문 후에 실책을 깨닫습니다.)






신칸센 하야부사 탑승 승강장에서 찍은 센다이 역 앞. 저기 보이는 길이 다 보도=육교입니다.



열차 시각표를 보고 짐작은 했지만 센다이에서 삿포로까지 올라가는 열차 여행은 만만치 않습니다. 이정도면 열차편은 자주 있지만, 오전 9시 경 센다이에서 출발하면 오후 4시 경에 삿포로에 닿습니다. 7시간 걸리는 셈입니다. 시간으로 따지자면 그냥 항공편 타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센다이에서 삿포로까지의 열차 비용도 상당합니다. 패스를 갖고 있으니 내키는 대로 내리고 탔지, 여행 출발 전에 패스로 다니는 것과 열차표 개별 구매 비용을 비교하기 위해 사전 확인했을 때 이미 패스 비용을 초과하고 있었으니까요. 무엇보다 도쿄, 센다이, 신아오모리, 삿포로 모두 볼일이 있었으니 이럴 때는 JR패스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입니다.



신칸센이 신아오모리 종점이었던 터라 열차에서 내린 뒤, 바로 게이트를 나와 신아오모리역의 상점가로 들어갑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이 라구노오의 매장이더군요. 출구를 나와 계단을 내려가면 바로 상점가가 보이니 찾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등불에 간판이 가렸지만 가타카나로 라구노오라고 씁니다. 아오모리의 사과를 쓴 디저트를 주력으로 미는 가게인가봅니다. 목적은 다른 디저트가 아니라 사과과자입니다.







그러니까 이거. 다자이 오사무의 『쓰가루』 문고본 형태를 한 사과쿠키입니다. 문고판 크기의 작은 책과 일반서 크기의 큰 책이 있습니다. 작은 책이 500엔을 조금 넘는 정도입니다. 과자라서 유통기한도 넉넉한데다 아오모리의 사과향이 폴폴 나는 잘 만든 쿠키입니다. 사브레에 가까운 쿠키로, 이런 종류의 쿠키들보다는 덜 단단하고 맛이 좋습니다. 그러니까 단단하고 기름기가 밴 쿠키보다 훨씬 제 취향입니다.'ㅠ'


제몫과 선물용을 구입하고는 다시 승강장으로 올라옵니다. 다음에는 그냥 라쿠텐에서 주문하겠지요.






신아오모리에서 11시에 내려 11시 21분 하야부사를 다시 탑승합니다. 애초에 센다이를 출발해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 가는 열차는 센다이에서 9시 52분에 출발하고, 저는 그 앞의 신아오모리 종착 열차로 왔으니 20분의 시간을 벌어 과자를 살 수 있었습니다.







만.

나중에 확인해보니 라구노오의 쓰가루 쿠키는 라쿠텐에서도 판매합니다.OTL 아마존에는 없지만 라쿠텐과 야후 쇼핑에서 구입 가능하니, 일부러 저기에 들리지 않아도 숙소로 배송받아 챙기는 방법이 있습니다. 하하하하. 뭐, 저야 라구노오에 직접 방문했다는데 의의를 둡니다.

그리고 저 옆의 말차 과자 두 개를 서비스로 받았으니까요. 저 말차 과자가 이날의 점심이었습니다. 왜 그런지는 아래서 설명하지요.







12시 25분쯤 신하코다테호쿠토에 도착합니다. 제 일정표를 본 M님이 제일 걱정하던 것이 이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의 환승입니다. 시간이 짧아, 만에 하나 열차가 연착되면 환승 시간이 부족할 수 있다고요. 다행히 날씨가 좋아서 정시에 도착하고 환승하기까지 시간도 여유있었습니다. 대형 캐리어와 함께 하는 여행은 에스컬레이터의 위치를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매의 눈을 갖고 있거나, 시간이 부족하면 일단 들고 계단을 오를 수 있는 체력을 필요로 합니다. 둘 다 없다면 여행이 피곤합니다. 하하.;






그리고 이번 여행에서 새삼 깨달았지만 일본 열차 안내방송을 이해할 수 있을 정도의 일본어 실력이 되니 여행의 질이 올라갑니다.(...) 신하코다테호쿠토의 승강장은 1호차, 2호차 식으로 안내한 것이 아니라 알파벳 표기를 해뒀습니다. I호차, A호차 등등. 이게 알파벳 순서도 아니고, 도대체 모르겠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H는 Horse이고 1호차 입니다. 하여간 2호차는 Iris의 I에 서면 된다는 안내방송에 맞춰 섰습니다. 이것도 안내방송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역무원에게 물어볼 용기가 없으면 열차가 온 뒤에 이동해야합니다.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열차는 하코다테 방향입니다. 제가 탈 열차는 삿포로 방향의 슈퍼 호쿠토.






열차에 탑승해 가면서 바다와 눈은 원없이 보았습니다. 올해 한국은 눈이 덜왔는데, 홋카이도에서 실컷 보고 와서 그런지 별로 눈이 기대되지 않습니다. 특히 삿포로에서 돌아오던 날에는 눈보라를 만나 더 그렇습니다.



신칸센은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만 연결되었고, 삿포로는 아직입니다. 그러니 신하코다테호쿠토에서 삿포로까지는 재래선으로 움직입니다. 12시 34분에 출발하여 16시 조금 넘어 도착합니다. 대략 3시반 반 걸린다 생각하면 얼추 맞습니다. 중간에 치토세도 경유하지만 공항이 아니라 그 옆의 치토세이며, 공항에 가기 위해서는 치토세역에서 갈아 타야할겁니다.(아마도)






그리고 재래선의 문제.


신칸센은 열차 안에 이동 매점이 있습니다. 거기서 커피를 비롯한 음료와 도시락 등을 구입할 수 있지요. 하지만 슈퍼 호쿠토는 그런게 없습니다.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는 가방에 처박아 두었던 간식을 주섬주섬 꺼냅니다. 음료도 챙겨오지 않은 상태라 눈물을 머금고 마음에 점을 찍습니다.

왼쪽이 라구노오에서 서비스로 받은 과자입니다. 말차과자로, 폭신폭신한 말차케이크 속에 부드러운 말차크림이 들었습니다. 아주 거칠게 비교하자면 롯데 커스터드의 호화버전이며, 사실 비교가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겉은 폭신한 케이크이고 속은 고오급 말차크림이 들었는데 어찌 커스터드와 비교할 수 있나요. 하지만 이런 종류의 과자는 한국에서 만날 일이 드무니 가장 비슷한 것에 비교해봅니다.



하기야 조합은 비슷하지만 왼쪽의 과자나 오른쪽의 하기노츠키는 먹어보면 전혀 다른 과자라는 생각이 들지요. 하기노츠키도 거칠게 비유하면 롯데 커스터드의 진품(...)쯤 되지만 상상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고급 과자입니다. 일본여행을 갈 때마다 다양한 과자들을 접하지만 정말, 완성도가 참 높습니다. 그러니 일본에는 커피와 과자를 먹으러 가지요.









가는 도중 발견한 열차역. 다테몬베츠랍니다. 응? 센다이의 그 다테 마사무네? 다테 마사무네의 문장?








다시 확인해도 역명은 다테몬베츠입니다. 노보리베츠는 알지만 다테몬베츠는? 이라 생각하며 B님께 물었더니, 막부 말에 홋카이도 개발에 들어가면서 각 번들로부터 인력을 내놓으라고 한 모양입니다. 이름에서 짐작했듯 이쪽은 센다이번 출신들의 정착지였답니다. 그래서 이름이 다테몬베츠라는군요.



열차는 예정보다 10분 늦게 삿포로에 도착합니다. 체크인 시간을 17시로 잡아두었던가. 넉넉하게 두었으니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그보다는 며칠 전부터 폭설과 눈폭풍 예보가 떴던 삿포로 날씨가 어떤가가 문제였지요. 다행히 눈발이 조금 날릴뿐 아직은 괜찮습니다.





뭐, 삿포로역 광장에도 이렇게 눈이 쌓였지만 이정도야........








초점이 바로 앞의 나무에 맞았네요. 하여간 4시는 조금 넘겼습니다.







도착한 날은 길을 잘 몰라서 광장을 건넜는데, 이날 오후부터는 아예 지하도로 다녔습니다. 눈 녹은 것이 질퍽하게 녹아서 길 건너기도 고역이더군요. 날은 그리 춥지 않은데 눈은 잔뜩 내려 더 그렇습니다. 사진은 삿포로 역 근처에 있는 기노쿠니야. 예전에는 상당히 좋아하는 서점이었지만 지금은 교보문고와 같은 급으로 취급합니다.(...) 다시 말해 이용하지 않는다는 의미지요. 기노쿠니야 신주쿠점에서 일어난 어떤 사태를 듣고는 고이 돌아섰습니다.






삿포로역 전경도 다시 한 장. 음. 역시 D90은 이런 사진 찍을 때 좋습니다. 다음에도 역시 가져가야..?




숙소 로비층은 7층입니다. 삿포로역 건너편의 호텔로, 이전 여행 때도 눈여겨 보았다가 자란 평가가 나쁘지 않고 무엇보다 삿포로역 바로 앞이어서 골랐습니다. 생각보다 저렴하더군요.






숙소 입구보다는 안쪽에서 찍은 사진.






책상 아래쪽에 서랍 같은 것이 있어 뭔가 했더니, 키보드 등을 놓고 쓸 수 있는 이동식 받침입니다. 노트북을 올려도 좋으나, 움직이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합니다. 자칫하다가는 전자기기가 추락할 수 있으니까요.







사진이 어둡게 찍혔네요. 침대.







침대 머리맡에는 작은 선반이 있어 핸드폰을 올려두면 좋습니다. 그것도 좋지만,







하단에 여러 종류의 충전 단자가 있습니다. 생각도 못했지만 이것도 좋네요. 아이패드 충전할 때 유용하게 썼습니다.








책상 옆의 서랍을 열었더니 안쪽에 커피잔과 유리컵, 그리고 포트가 들어 있습니다. 차도 몇 종 준비되어 있네요.







그리고 그 아래쪽은 냉장고.







이건 그 다음 날의 사진입니다. 숙소 높이를 대강 짐작할 수 있을 정도....? 풍경도 나쁘지 않아요. 사진 가운데 쯤에 보이는 눈 덮인 지붕의 빨간 건물이 홋카이도 구청사입니다.







이날도 그럭저럭 맑았지만 돌아오는 날은.....(하략)







돌아오는 날을 이야기할 것도 없이, 도착한 날 저녁부터 눈이 내리더니만 그 다음날 아침에는 노면이 다 눈으로 덮였습니다. 삿포로 역 근처는 시속 40키로미터도 안되는 수준. 차들이 아주 천천히 운행하더군요.





하여간 숙소 체크인을 하면서 우편번호 오기재에도 불구하고 잘 도착한 짐 세 개를 수령했습니다. 추가 우편비용도 함께 지불했고요. 다음에는 절대로 우편번호 잘못 적는 일은 하지 않으리.... 몇 번이고 확인할 겁니다.



아침 먹고 나서는 과자 몇 개 주워 먹은 것이 전부였고, 마지막 목적지에도 잘 도착했으니 고기를 먹으러 갑니다. 그렇지 않아도 점심 때부터 머릿 속에서 고기를 외치고 있었으니, 그 전부터 이리저리 검색해 규탄집을 또 찾아봅니다.






삿포로 역에 이런것이 있던데, 아이누족이 아닌가 추정만 해봅니다. 엊그제 미 서부 개척사에 맞먹는 홋카이도 개척사 이야기를 듣고 나니 괜히 더 찍고 싶어서 말입니다.






그리고 1600엔짜리 규탄 로코모코 정식. 로코모코 정식은 그냥 소스 바른 햄버거를 밥 위에 올렸습니다. 규탄은 기름기가 돌고 조금 질겼으며, 국물은 파채도 별로 마음에 안 들지만 국물도 기름기가 많이 돕니다. 배는 고팠으니 먹긴 했지만 재방문 의사는 없습니다.




저녁을 잘 챙겨먹고는 맛있는 커피가 마시고 싶다는 생각에 카페를 검색해봅니다. 그랬더니만, 스텔라 플레이스에 스트리머 커피 컴퍼니(Streamer Coffee Company)가 있습니다. 만세!

쾌재를 부르며 당장 찾아 나섭니다.






저녁을 잘 챙겨먹었지만 흡족하지는 않았던 터라 여기서도 충동구매를 합니다. 블루베리 치즈케이크와 라떼 테이크아웃. 하지만 이날 오후에 조금 사정이 있어 마시는 것이 늦었습니다.




일단 커피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옵니다. 그리고 도로 나가서 숙소 바로 옆의 로손에서 우산을 사고, 도착한 아마존 상품 두 개를 수령해서 들고 옵니다. 씻고 느긋하게 커피를 마시려다가, 도로 드럭스토어를 찾아 나섭니다. 여행 다녀온지 열흘이 되어서야 차도를 보이는 오른손 약지의 부상 때문이었지요.





일단 삿포로역 근처에서 가장 큰 드럭스토어는 스텔라 플레이스 동쪽편의 빅 카메라에 있습니다. 스텔라 플레이스 2층에서 바로 연결되더군요. 여기에 찾아가 약사 상담을 받고 약을 구해옵니다. 하지만 손가락 차도가 전혀 없어서 이 다음날에도 한 번 더 찾아가서 스테로이드계 항생제 연고를 찾아 발랐습니다.


구체적인 내용은 수오지심 때문에 공개 못하지만 사실 상처가 병뚜껑에 긁힌 것이라는 것 외에도 감염의 이유가 될만한 사항이 하나 더 있습니다. 아.....(먼산) 여행 다닐 때는 최소한 살색 반창고 테이프나 밴드를 챙겨가도록 합시다.





숙소 맞은편에 다이마루가 있어서 유용하게(?) 잘 썼습니다.







아버지가 부탁한 물품 사진. 이것 외에도 하나가 더 있었습니다만, 다음 여행 때는 이보다 더 사오겠네요.





자아. 이제 다음 날의 이야기로 넘어갑니다. 남은 여행기는 대략 2-3편 정도. 상품 정리 글을 따로 뺄까 말까 고민중이니 한 두 편 더 늘어날 가능성은 있습니다.'ㅂ'



여행기 진도를 보아하니 이달 안에 끝내는 것은 무리입니다. 이번 주말까지는 가능할지도요? 이제 다음 글에 아오모리가 등장하고, 그 다음은 삿포로이며, 삿포로에서 찍은 사진은 아마 많지 않을 ... 겁니다. 그러니 가능할지도...... 아마도.



분량이 상당한 글을 작성하고 있다보니 오늘은 한숨 돌릴 겸 잠시 딴 이야기를 해봅니다. 지름목록 글도 올릴 건이 있고, 최근의 독서상황도 아주 간략하게 나마 적을 것이 있습니다. 여행다녀와서는 도서관에 반납할 책을 급하게 읽어낸다며 항설백물어에 손댔다가, 그 다음 권을 빌려오면서는 아예 항설백물어의 그 앞편 전체를 정주행했습니다. 거기에 갑자기 확 땡긴다며 그간 손 안대고 있었던 교고쿠도 시리즈도 새로 손을 댔습니다. 이 이야기는 아예 다른 글에 풀겠습니다.-ㅁ-;



집에 대한 욕싱이 없다면 거짓말이지요. 그간 집 짓고 싶다, 집 사고 싶다는 이야기를 여러 번 했으니까요. 하지만 살고 싶은 지역이 어디인가와 살아야 하는 지역이 어디인가의 충돌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지금은 슬쩍 살아야 하는 지역에 집 사는 것을 고려 중인데, 다들 아시겠지만 지방은 아파트 감가상각이 심하죠. 단독주택은 땅이라도 건질 수 있다지만 아파트는 그것도 없고, 가격은 대개 떨어지기만 할 겁니다. 그러니 그걸 감수하고 집을 살 정도로 장점이 있는가가 중요합니다. 그 확신이 아직 없군요. 거주의 안정성을 생각하면 살아야 하는 지역에 사는 것이 타당합니다. 하지만 재정상황을 고려하면 그것은 미친짓입니다. 아직 시간적 여유는 있으니 조금 더 두고 봐야겠지요.

이 부분도 몇 년 안에 결정할 예정입니다. 탐라에 누군가 집 샀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괜히 들썩 거려 그렇습니다. 덧붙이자면 제 성격 상 단독주택 관리는 안됩니다. 아파트에만 내내 살았으니 관리 범위도 딱 거기까지고, 단독주택은 감가상각이 매우 심하니까요. 서울이 아닌 이상 더더욱 그렇습니다. 딜레마도 여기서 발생하는 겁니다...



하여간 1월 초에 작성한  todo 목록도 재정비 하고, 도서관 대출목록을 추가해 작년의 독서기도 업데이트 하겠습니다. 여행기까지 포함해서 이번 주말에 완성하는 것이 목표. 그러면 설 전에는 완성하는 셈이겠지요?



아차차. 위의 사진은 지름목록에 들어갈 물건 중 하나입니다. 최근 트위터 타임라인에서 호두나무 블루투스 키보드를 보고 조금 많이 홀렸는데, 그 전용 가방이 저겁니다. 산다면 둘 다라고 외쳤지만 둘을 합하면 대략 50. 하하하하하하하하. 고민되네요.

센다이의 숙소는 여러 곳을 두고 고민하다가 조식 평가가 높은 메트로폴리탄 센다이로 결정했습니다. 메트로폴리탄도 두 곳이 있는데, 자란의 조식 평점이 조금 더 높은 곳으로 골랐지요. 그리고 실제 방문해보고는 감탄했습니다. 그도 그런게, 센다이 역에서 아주 편하게 갈 수 있습니다.





여행하는 동안 날은 내내 좋았습니다. 철도를 타고 이동하며 깨달았지만 일본은 평지가 굉장히 많습니다. 지평선이 보일 때도 많고, 한국처럼 산이 중간에 있는 경우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산이 없는 건 아니라 보이는 산들은 매우 험준합니다. 언젠가 교토 여행 가서 길을 잘못 들었던 때 기후네 근처까지 간 적 있습니다. 그 때 본 산들은 지금도 가끔 떠오릅니다. 괜히 음양사 시리즈가 나온게 아니더군요. 산 자체만으로도 매우 음산합니다.(먼산)



센다이의 신칸센 탑승층은 3층인 걸로 기억합니다. 대합실은 2층에 있으니 거기로 내려오면 주변의 다른 건물들과 공중보도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숙소 위치를 확인하고 이동하니, 아래 내려갈 필요 없이 바로 들어갈 수 있습니다. 아예 1층으로 이동하면 호텔 로비로 바로 들어갈 수도 있고요.





호텔 바로 옆에는 설빙도 있더랍니다. Korean Desert Cafe 라길래 뭔가 했더니 설빙이더군요. 한국에서도 안 간 설빙이지만 여행 왔으니 한 번 가볼까 하다가 잊고 그냥 넘어갔습니다.



체크인 시각이 3시인데 도착시각은 11시 반 정도라 짐만 맡기고 일단 나옵니다. 3시까지라면 점심 챙겨 먹고 쇼핑 다니면 충분할 겁니다.



12시부터는 사람들이 붐빌테니 그 전에 들어가려고 열심히 지점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들어감. 다테노규탄도 센다이 역 매장이 여럿 있는 모양입니다. 이전에는 센다이성에서 먹었지만 그 때의 맛을 잊지못해 이번에도 또 찾아갔습니다.




B님의 옆구리를 찌르기 위해 찍은 사진입니다. 흐흐흐흐흐흐.







여러 특선 메뉴가 있어서 뭘 먹을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토로로가 들어간 세트도 있더군요. 그것도 점심 시간에 수량 한정이라길래 고민했다가, 괜히 음식 더 먹고 배탈나는 것은 여행을 망치는 것이니, 내키지 않는 음식은 피하는 것이 낫다는 결론을 내립니다. 그리하여 극상 규탄 정식을 주문. 절임 약간과 소혀구이가 함께 나옵니다. 그리고 고깃국이 함께 나오고요.



이 다음날 저녁으로 삿포로의 다른 가게에서 규탄을 먹었습니다. 거기서는 정통식이 아니라 다른 버전으로 먹었는데, 먹어보고는 알았습니다. 비교할 대상이 아니로군요. 다테노규탄이 더 맛있는 이유를 여럿 꼽을 수 있었습니다.






첫째, 고기의 구운 정도가 훌륭합니다. 소혀다보니 조금 질기지만 그래도 그 씹는 맛이 매우 훌륭합니다. 게다가 구운 정도도 좋고요. 둘째, 고기의 간이 매우 좋습니다. 너무 소금을 많이 뿌리면 짜고, 덜뿌리면 맛이 안날 건데 아주 적절한 수준을 지킵니다. 크흑. 셋째, 고깃국물이 다릅니다. 삿포로에서 먹었을 때는 기름이 위에 둥둥 떠 있더군요. 이 국물은 다릅니다. 파채도 파의 흰부분만 썰어 넣었고, 국물도 매우 맑습니다. 기름기는 느껴지지 않고요. 매우 맛있는 소고기국입니다. 그것도 고기맛이 듬뿍 나는.


...

그리하여 이 고기를 위해 세 번째 센다이 여행을 가야하나 심각하게 고민중이라는 이야기입니다.-ㅁ-/





맛있게 잘 먹고는 빙글빙글 돌아다닙니다. 여행 선물로 사갈 것을 생각하고 돌아다니다가, 이시노마키에 있다는 이시카와 커피의 드립백을 봅니다. 나중에 찾아보니 홈페이지가 있군요.(링크) 여기의 드립백을 종류별로 모은 8개 세트가 있더라고요. 이걸 덥석 집어 듭니다. 다른 것보다 근처 지역명을 붙인 커피 블렌드도 있고, 시음한 이탈리안 로스트 커피가 상당히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음에도 드립백이든 커피든 구입해올 생각이 있고요.

(이건 나중에 숙소에 와서 찍은 사진입니다.)







센다이공항에서 보았던 과자들을 구입하기 위해 공항으로 가야하나 했는데, 돌아다녀 보니 편의점 등에서도 같은 상품을 팝니다. 이쪽도 덥석 구입. 덕분에 여행선물은 거의 대부분 다 챙겼고, 부모님 몫만 정리하기로 합니다.

이렇게 마음에 걸리던 문제도 해결하고 나니 느긋하게 차를 즐겨야지요. 하지만 점심 식사 후라 커피 마시기에는 밤잠 부담이 있으니 즌다사료에 갑니다. S.PAL 지하였나, 하여간 센다이 역 건물에 붙은 백화점 지하 매장에 있습니다. 센다이의 좋은 점은 센다이 역 안에 거의 모든 매장이 모여 있어서 역에서 바로 무인양품이나 스타벅스, 루피시아, 즌다사료, 규탄집 등등을 갈 수 있다는 겁니다. 서점은 한 블럭 떨어져 있고요.





지하식품매장의 좌석이라 좁지만 먹고 갈 수 있으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즌다셰이크 작은 컵과 따끈한 차가 딸려 오는 즌다안미츠를 주문합니다.







안미츠는 즌다 외에도 다른 콩들이 들어 있어 좋습니다. 검은콩도 좋고, 팥도 좋고요. 즌다셰이크는 명불허전. 여전히 맛있습니다.


느긋하게 먹으며 여행 수첩을 정리합니다. 짐을 정리하고, 여행 수첩을 정리하고. 2시 45분쯤 자리에서 일어나 숙소로 향하는데, 너무 가깝다보니 3시가 되기도 전에 도착했네요. 로비에서 잠시 대기했다가 체크인하고 올라갑니다.



예약 당시에 자란에서는 하이크라스로 분류되는 고가의 호텔인 건 알았는데, 캐리어와 기타 짐을 포터가 직접 방까지 올려주어서 당황했습니다. 이런 숙소는 몇 안되었지요. 직원이 올려주는 경우는 몇 있었지만, 아예 제복을 차려 입은 포터가 올려준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고 기억합니다. 하지만 오래된 호텔 특유의 느낌은 여러 곳에 남아 있더랍니다.







창문 열고 찍은 사진. 창밖에 초점이 맞아서 방안은 거의 안 보이네요.






기억이 맞는지 모르지만 건너편에 보이는 저 높은 건물이 메트로폴리탄 센다이 이스트일겁니다. 가격이 조금 저렴하던데 역에서 더 떨어져 있어 그런가봅니다.






사람들이 보이는 곳이 2층 높이의 공중보도입니다. 보도라기 보다는 옥상에 길을 만든 걸까요. 하지만 사방의 여러 건물들과도 직접 이어졌습니다. 한국에서는 보기 쉽지 않지요.







숙소는 무난합니다. 하지만 이전에 머물렀던 숙소들을 생각해보면, USB 충전 포트가 없다거나 하는 것이 걸리더군요. 렘 히비야도 그랬지만 그런 숙소들은 대개 다양한 충전단자에 대응 가능한 포트를 별도로 준비하고 있더랍니다. 하여간 층이 높고 햇살도 적당히 잘 들어 마음에 들었습니다. 다만 역 바로 옆이라 철도 소리가 들리다보니 예민한 사람들은 조금 힘들지도요. 뭐, 선로 가까이에 있는 숙소는 대개 그렇습니다. 역에서 가까우면 몸은 편하지만 잘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으니 숙면 도구들을 미리 준비해가시길.






이날 구입한 여러 물건들을 찍어봅니다.







백곰, 토끼, 펭귄 손수건은 도쿄역 한정 벽돌모양 파운드케이크를 구입할 때 함께 구입했습니다. 이쪽은 L에게 줄 선물. 유리병은 스누피 커피병으로 디카페인입니다. 충동구매였지만 G에게 선물로 넘겼습니다. 그 옆의 도라에몽 테누구이는 An에게, 도쿄바나나 커피우유맛은 먹기 위해 충동구매했습니다.(...) 도쿄바나나도 유통기한이 짧아서 바로 먹을 것이 아니면 여행선물로는 애매합니다.






하마몬야라고, 지난 여행 때 손수건과 테누구이 등을 보고는 사고 싶다 생각하다가 드디어 이번에 구입했습니다. 각 테누구이의 펼친 그림은 스티커로 붙어 있습니다. 맨 아래가 판다책방, 그 오른쪽 위가 판다카페, 대단한 백곰, 꽃 피는 중, 센다이의 밤이었나; 하여간 이렇게 다섯 장을 구입했습니다. 나중에 확인해보니 저 테누구이는 위 아래가 마감처리 안되었더군요.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일부러 둔 모양입니다.

나중에 커튼 대신해서 사용할까 생각하며 사왔습니다.







숙소 돌아오기 전에 구입한 맥주와 기타 등등입니다.






센다이 역 2층인가에 있었던 술판매상입니다. 술집이 아니라 지역 맥주와 와인 등을 취급하는 곳이었고요. 지난 여행 때 마셔보고 굉장히 마음에 들었던 다테 마사무네 맥주도 여기서 구입했습니다.

그러한데... 다테 마사무네 뿐만 아니라 다른 시리즈 맥주 둘을 포함해 3개 세트(1386엔)로 팔더군요. 그리고 도쿠시마 맥주 둥켈도 있길래 병 맥주도 구입했습니다.



나중에 백화점 지하 식품매장에 가보니 다테 마사무네만 낱개로 팝니다. 낱개 가격은 426엔.






부탁받은 하기노츠키 한 상자와 제 몫의 하기노츠키와 밤만주 하나씩 구입했습니다.







루피시아의 이번 딸기 홍차.






그래도 홍차는 홍차입니다. 뜯으면 딸기향이 매우 확 올라옵니다. 하지만 루피시아 답게 맛은 홍차맛. 으으음. 루피시아는 매번 향에 홀려서 사지만 마음에 들었던 것은 거의 없었지요. 다테 이치고는 적당한 딸기향이라 그러려니 하지만 이쪽은 딸기향이 강하기 때문에 맛도 딸기맛이 나길 기대했나봅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홍차는 홍차입니다. 크흑.





적는 걸 잊었지만 이쪽은 아버지께 드린 책 두 권. 일본 목공 관련 책입니다. 정확히는 목공중에서도 대공, 대목수 전문 서적입니다.



여담으로, 아래는 센다이 마루젠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다른 책이 아니라 별의 계승자 시리즈가 일본에서도 나온 모양입니다. 문고판뿐만 아니라 만화판도 있더군요. 지구에서 출발해 점점 판이 커지는 SF라. ... 그러고 보니 이거 4권은 사놓고도 아직 아까워서 못 읽었습니다.






도쿠시마맥주 둥켈은 이날 저녁에 마셨습니다. 그리고 이 맥주를 따다가 오른손 약지에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리고(2) 그 부상은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이튿날에 일어나보니 손가락이 매우 심하게 부어서 감염이 의심되더군요. 한국에 돌아와 진찰 받았을 때도 염증 판정을 받아서 지금도 소염제와 진통제, 항생제를 먹고 있습니다. 하하하하하. 여러분, 병따개는 미리미리 챙겨갑시다.(먼산)

(부상의 원인: 병따개가 없다는 걸 뒤늦게 깨달아 숟가락으로 병 따기 시도를 하다가 병뚜껑에 손가락이 심하게 긁힘)





저 맥주와 센비키야의 딸기 푸딩이 저녁이었습니다. 저녁을 먹으러 나갈까 고민했지만 점심 때와 마찬가지로 심약한 위장을 고려하여 얌전히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저녁을 잔뜩 먹으면 높은 확률로 숙면이 어렵습니다. 나이 먹으면 이래서 힘드네요.






딸기 푸딩을 가까이서 찍어봅니다. 딸기 조각도 들어 있군요.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저 흰색의 크림은 달달한 연유소스 비슷합니다. 기억이 맞다면 소스에 살짝 술이 첨가되었다고 한 것 같군요. 딸기 푸딩은 딸기를 갈아 젤라틴 등으로 굳힌 걸로 추정합니다. 소스를 취향에 따라 저 푸딩에 붓고는 내키는 대로 퍼먹으면 됩니다. 맛있어요. 딸기도 맛있지만 달달한 소스를 추가하니 새콤달콤 그 자체입니다. 크흑.








거기에 자몽젤리는 말그대로 자몽젤리. 자몽을 통째로 떠내서 젤라틴 등으로 굳히되, 딸기 푸딩보다는 질감이 훨씬 단단합니다. 거기에 울퉁불퉁한 느낌이 있는 걸 보면 그냥 굳힌 것이 아니라 굳는 도중에 한 번 긁거나 휘저은 것이 아닌가 싶네요.'ㅠ' 씹는 맛이 있고 탱글탱글한 젤리입니다. 부드러운 딸기 푸딩과는 또 달라요.





다음 날은 삿포로까지 단번에 올라가니 조심해야합니다. 중간에 두 번 갈아타는데다 중간 퀘스트도 있습니다. 적는 걸 잊었지만 센다이에서의 퀘스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규탄 먹기
2 규탄맛과 즌다맛 간식들

3 하마몬야의 테누구이
4 마루센
5 시간되면 맥주


00편에서 적은 이 다섯 가지 목표는 모두 달성했습니다. 첫날 점심이 규탄 극상 정식이었고, 여행선물용 과자도 잔뜩 구입했으며, 테누구이도 다섯 장 샀습니다. 마루센에 가서 제 몫의 Brutus를 포함해 아버지 선물도 구입해왔고, 도매상에 갈까 고민하게 만들었던 다테 마사무네 지역 맥주는 센다이 역에서 무사히 구했습니다. 판매하는 곳을 알았으니 다음번에도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을 거고요.



센다이 일정도 이제 끝나갑니다. 아침 일찍 일어나 6시 반부터 시작하는 조식을 먹으러 갑니다.





첫 번째 접시. 보시면 아시겠지만 아래의 쟁반은 플라스틱 혹은 멜라민 계통입니다. 연두색인데, 직접 보면 묘한 감흥을 불러 일으킵니다. 아니, 이 식탁 자제도 그렇습니다. 식사 장소가 꼭대기 층에 있는 연회장인데, 연회장의 테이블 등을 그대로 이용합니다. 이거 영화나 드라마에서 많이 보았지요. 원탁이 아니라 죽 이어진, 개별 테이블. 거기에 연두색의 식판까지 보고 나니 이것이 레트로!라는 강렬한 깨달음이 찾아옵니다.

한국에서도 중소도시의 오래되었지만 이름있는 호텔에 가면 이런 것이 나올까 싶은 그런 .... ... 여기는 하이크라스 호텔 맞습니다. 그러합니다.


뭐, 뷔페식이 아니라 일식이었다면 또 다를지 모르지요.'ㅠ'


하여간 식빵 두 종류 소시지, 달걀 등을 가져옵니다. 재미있는 건 접시 4-5시 방향에 놓인 희한한 음식입니다. 이게 센다이찜이라네요. 아주 질긴 밀기울빵 같은 걸 국물과 달걀 등을 넣고 찐 음식입니다. 그러니까 굳이 표현하자면 오야코동의 그 국물에 바게트보다 더 치밀한 조직의 빵을 담가 낸 것에 가깝습니다. 빵푸딩은 달지만 이건 간간하지요. 국물맛도 가츠오부시 계통이 아닌가 생각합니다만. 간간하지만 재미있는 맛입니다. 이걸 밥 반찬으로 먹으면 탄수화물과 탄수화물의 조합...은 아니고, 이건 글루텐이라고 했으니 단백질과 탄수화물로 균형은 맞을 겁니다. .. 아마도.






콩샐러드와 달걀, 빵을 담아 두 번째 접시로 합니다. 하지만 여기의 즌다는 맛없었어요




조식 점수가 높았지만 .. 기회가 된다면 다음에 일식을 먹어보고 싶네요. 과연 그건 언제가 되려나?


그 뒤에는 별 이야기 없습니다. 숙소에 돌아가 짐을 챙기고 체크아웃하고 역으로 갔으니까요. 아침 9시에는 플랫폼에 올라가야하니 늦으면 안됩니다.





으윽. 위에서 찍으니 저 스테인드 글라스가 제대로 안 보여요!






그러니 내려와서 D90으로 다시 찍어봅니다.







역을 지나가던 길에 발견한 재미있는 상품들. 맨 위의 페트병은 지역 특산 쌀입니다. 종자도 다양하고 재배 지역도 다양하니 각기 다른 맛이 나겠지요. 각각 사다가 맛 비교하는 것도 재미있겠지만 캐리어가 못 버틸겁니다. 쌀도 무게가 상당하니까요.

한국에서도 이렇게 팔면 재미있을 건데요. 하지만 포장 비용이나 그 설비 비용도 만만치 않겠지요.







중간 기착 이야기부터는 다음 편으로 넘깁니다. 이제 곧 삿포로에 들어가는군요!


여행기 여는 글(00.그가 북쪽으로 향한 이유)에도 밝혔지만 도쿄 다음에는 센다이를 갑니다. 홋카이도까지 신칸센이 연결된 것도 좀 되었으니 마음 놓고 갈만 하지요. 사실 혼슈까지의 신칸센은 신아오모리까지 가고, 홋카이도까지 연결되었다는 건 그 지하 해저 터널을 통해 홋카이도 최남단인 하코다테까지 연결되었다는 겁니다. 삿포로까지 신칸센이 뚫리는 건 아직 멀었습니다.


그래도 1일 생활권 운운하길래 도전은 해봤습니다. 항공기로 움직이는 것보다야 열차쪽이 낫다 생각하면서요. 한국에서 열차 탈일은 전철을 제외하면 없다보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살짝 열차 여행에 환상이 있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

징하게 열차 타고 나면 그 환상도 가라앉게 마련이지만, 돌아와서 여행기 쓰고 있노라니 또 타고 싶다는 망상이 다시 생깁니다.

(이러면 안됩니다. 주인님, 통장님이 허락하지 않으십니다.)






예약한 표는 총 다섯 장입니다.


도쿄 → 센다이

센다이 → 신아오모리

신아오모리 → 신하코다테호쿠토

신하코다테호쿠토 → 삿포로

삿포로 → 신치토세 공항


센다이는 1박 예정이었습니다. 그리고 도쿄에서는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 한 번에 가는 열차도 있을 겁니다. 실제 센다이에서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 가는 열차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전 신아오모리에서 잠시 내리는 표를 끊었습니다.

만약 삿포로까지 가장 빨리 가는 경로를 잡는다면, 센다이에서 1박을 하더라도 센다이 → 신하코다테호쿠토, 신하코다테호쿠토 → 삿포로로 끊는 것이 옳습니다. 왜 신아오모리에 갔느냐는 다음에 나올 겁니다.

맨 마지막의 삿포로에서 신치토세 공항까지 가는 열차는 JR패스 있는 김에 아예 지정석으로 끊었습니다. 그리고 도쿄에서 신하코다테호쿠토까지 가는 신칸센인 하야부사는 전석 지정석입니다. 고다마, 히카리, 노조무의 관서-관동 신칸센은 자유석도 있지만 하야부사는 지정석입니다. 그러니 미리 에키넷에서 좌석을 잡아 놓는 것이 낫습니다.


삿포로에서 공항까지 갈 때의 공항특급은 딱 한 차량만 지정석입니다. 다만 자유석이 매우 혼잡하다보니 아예 지정석으로 끊어가는 것이 여유롭게 탑승 가능합니다. 물론 JR패스가 있어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들고 간 것은 전 지역의 JR패스가 아니라 동일본-남홋카이도의 플렉서블 JR 패스지만 이걸로도 다 가능합니다. 신치토세공항까지 포함하더군요.

만약 도쿄가 아니라 센다이에서 출발하면 패스가 또 달라집니다. 그쪽은 가격이 대략 9만원 정도 저렴합니다. 하지만 센다이에 들어가는 건 금호이고, 땅콩은 센다이에 안 들어갑니다. 어흑.






녹색창구-미도리마도구치를 찾기 위해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가게. 여기서 드립백을 하나 구입했는데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만. 더 구입하겠다며 그 다음날 아침에 돌아다녔으나 결국 못찾았습니다. 하하하하하. 뭐든 눈에 보일 때 사야하는 겁니다. 이번에는 그 스이카 펭귄 인형도 제대로 발견 못했고요. 막내동생이라던 털갈이 덜한 새끼펭귄과의 세트도 살까 말까 고민했지만 못찾았으니 그냥 넘어갑니다.


뭐, 도쿄역도 상당한 던전인 것은, 넓기 때문이기도 하고 계속 공사중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하하하.








앞서도 적었지만 도쿄역 마루노우치 북쪽 출구 편에 여행자 센터가 있습니다. 거기에서도 JR패스 교환이 가능하여 전부 교환하고 나옵니다. 예약 내역 출력해갈 필요는 없고, 그냥 예약 당시 입력했던 신용카드만 가져가면 됩니다.







표를 끊어서 돌아오는 길목에 있는 Kitte에 갑니다. 저녁은 먹었지만 간식은 고프네요. 그렇지 않아도 슬쩍 피곤하니 과일종류가 땡기는데, 도쿄역 돌아다니다가 센비키야의 디저트를 본 참입니다. 돌아올 때 기회되면 사야지 그래놓고는 다른 출구로 나오는 바람에 잊었습니다. 그리하여 KITTE에 뭔가 디저트 사갈만한 곳이 있나하고 갔다가, 센비키야 카페를 만납니다.

...

쇼핑 결과물은 숙소에서 찍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돌아와서는 이제 쉴 수 있구나 싶어 사진을 찍기 시작합니다. 이 때가 오후 7시쯤. 제 평소 활동 시간을 생각하면 상당히 늦은 시각입니다. 도쿄역 왕복이랑 전시회에 들러 사진 찍은 것 때문에 조금 늦었을 겁니다.


저 사루타히코 커피가 도쿄역에서 사온 핸드드립입니다. 한 팩에 300엔으로, 이 다음 날 아침에 마시고는 마음에 들어 더 사러 간다 하고는 파는 곳을 못 찾아 포기했습니다. 다른 한 팩 구입한 건 G에게 넘겼지요.

참고로. 이 커피보다 더 마음에 든 드립백은 센다이에서 구입한 이시카와 커피(石巻珈琲工房いしかわ이시마키 커피공방 이시카와, 링크)의 드립백이라 여행 뒤에는 고이 잊었습니다.(...)

이 드립백 이야기는 다음에.






면세품은 G와 어머니가 부탁이 대부분이고 제 몫은 바디샵 제품만 하나 있었습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것이 오쿠라에서 구입한 접시, 그 옆이 센비키야의 케이크들.


아참, 상태가 그리 좋지 않으니 카페인보다는 과일맛 차를 더 찾게 됩니다. 렘 히비야 체크인할 때 받은 립톤의 과일향 허브티가 참 괜찮더군요. 다음에 기회되면 한 통쯤 사둘까 생각중입니다.






센비키야에 들어가서 한참 고민했던게, 계절 상품들 때문이었습니다. 거기에 자몽젤리까지 추가. 센비키야의 딸기 케이크와, 푸딩 아라모드와 우유소스를 부어 먹는 딸기푸딩까지. 어느 하나 놓칠 수 없었습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오후 7시에 제가 먹을 수 있을리 없지요. 사진찍고, 씻고 나니 들어온 시간이 이미 7시도 훌쩍 넘겼던 터라 냉장고에 잘 보관하고 다음 날로 넘겼습니다.





앞서도 올린 오쿠라의 검은고양이 보물주머니 그림. 두 장 구입해서 한 장은 G에게 넘겼습니다. 이러니 여행 선물은 제 몫이 아니라 주변에 넘기는 재미로 삽니다. 제 몫이라면 조금 거리끼는 부분이 있게 마련이나, 선물이라는 핑계는 훌륭한 방(어)책이 됩니다.







레몬 허브도 나쁘지 않았을 겁니다, 아마도. 다음에 여행 가면 아예 립톤 과일허브티백을 사다놓고 마셔야겠습니다. 저녁에 숙소 들어와 즐기기엔 이게 좋네요.




씻고 짐 정리하고 9시쯤 잠자리에 듭니다. 취침시각은 평소와 다를 것이 없군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의 밥상. 음, 실제 이 중에서 먹은 건 유통기한 문제가 큰 딸기쇼트케이크와 앞쪽의 푸딩입니다. 뒤의 딸기 푸딩과 자몽젤리는 잘 포장해서 도로 가방에 넣었습니다. 겨울이니까 이정도는 괜찮겠거니 생각하여...(...)


앞쪽의 커피잔은 숙소에 있었던 것이고, 거기에 사루타히코의 드립백을 내려봤습니다. 맛이 나쁘지 않더군요. 드립백은 가능한 적량을 추출하는 것이 가장 맛있다는 걸 새삼 깨닫습니다.







센비키야는 과일집이라고 얼핏 알고 있는데, 옛날 옛적에 여기서 한 번 과일 파르페를 먹은 것 외에는 도통 갈 일이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충동구매를 했는데... 그러한데.. 우와. 최근 여행 때 먹어보았던 여러 딸기 케이크 중 제일 낫습니다. 딸기맛과 케이크 시트의 맛, 살짝 묵직한 듯한 크림의 맛까지 조화가 상당히 좋습니다. 이전에 사다먹었던 딸기 케이크는 고오급 딸기를 사용했다고 하지만 딸기 맛 자체가 그리 좋은 것도 아니고 또 질긴 느낌이 있었거든요. 이건 딱 맛있는 딸기케이크였습니다. 쓰읍.







이쪽은 푸딩 아라모드. 그러니까 푸딩에 크림이나 과일 등을 올린 디저트로 생각하면 얼추 맞겠지요? 달달하니 나쁘지 않았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거의 유일한 푸딩이지 않았나 싶습니다. 가정법으로 말하는 건 그 옆의 딸기푸딩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건 이날 오후 간식이었습니다.







숙소 체크아웃이 8시 경. 나오면서 흠칫했습니다. 숙소 바로 맞은 편에 극장이 있다는 건 간판을 보고 알았는데 무슨 극장인지는 이날 체크아웃하고 나오면서야 알았습니다. 문을 나서니 눈 앞에, 저 극장 앞에 어두운 옷을 입은 여성들이 매우 조용히 줄지어 있더라고요. 겨울이라 어두운 옷인건 알겠는데 특이한 건 목에 두른 스카프입니다. 어떤 모임은 다들 파란 스카프, 다른 쪽은 붉은 스카프입니다. 조용히 걸어 나오다가 극장 간판 저 멀리에 사람들이 보일까 말까 할 때쯤 사진을 찍었습니다.

다카라즈카 극장.

아침부터 우리 누님(!)들 응원하러 일찍 나오셨나봅니다. 이날이 월요일, 아침 8시. 일본은 휴일이었으니 가능한 일입니다.



도쿄역 들어오자마자 캐리어는 지하 코인로커에 밀어 넣고 돌아다닙니다. 끌고 다니기에는 너무 크고 무겁습니다. 통행에도 방해가 되니까요.






다만 이날도 매우 헤맸습니다. 이 자리를 대략 6번 정도 왔다갔다 했던가요. 아니, 6번 넘었을지도 모릅니다. 지항는 피에르 마르콜리니도 들어와 있더랍니다. 여행 동안 초콜릿은 그리 떠오르지 않아서 손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초콜릿은 그냥 저냥이니, 초콜릿은 스트레스 치료약인가봅니다. 스트레스 받을 때만 떠오르니까요.






이번 여행에 사온 도쿄역 한정 벽돌 케이크. 파운드케이크인데 꽤 재미있었습니다. 여행 선물로 하나 들고 왔다가 어제 모임에서 풀었습니다.





그리고 커피우유맛 도쿄바나나랏코. 이건 뭐야; 무서워.....

솔직히 저 왼쪽 하단의 커피우유가 있었다면 당장 사왔을 것이지만, 저건 모형만 있었습니다. 어흑. 이날 맺힌 커피우유의 한은 마지막 날 신치토세공항에서 풀었습니다.






신칸센 타러 들어가보니 대기실이 있더군요. 도쿄역에서 산 이러저러한 물건들을 정리하고 열차를 기다립니다. 15분 정도 남기고 올라가니 열차 구경도 가능하군요.






왜 찍었는지 알 수 없.... 아니, 정말 왜 찍었지?; 하여간 센다이 가는 도중에 찍은 사진입니다.







그리고 뛰어 넘어 센다이. 열차 관련 글은 따로 모아 올리겠습니다. 삿포로 일정까지 다 끝내고 올려보죠.



자아. 센다이의 숙소 이야기와 이날의 점심 이야기를 묶어 다음에 올리겠습니다. 과연, 언제쯤 쓸 수 있을 것인가..? 원래 목표대로라면 지난 주말에 여행기를 다 끝냈어야 했지만 이제야 이틀째, 다섯 번째편입니다. 00이 있으니 네 번째가 아니라 다섯 번째. 하여간 새벽에도 조금씩 진도를 빼겠습니다.'ㅅ'

여행 첫 날 저녁. 신칸센 표를 찾기 위해 도쿄역으로 걷던 도중 도쿄인터내셔널포럼 지하층 로비에서 전시회 하는 것을 봅니다. 중요한 것은 열차표수령이니 전시회 들릴 마음의 여유는 없습니다. 돌아올 때 체력이 된다면 가보자 하고 사진만 찍고 지나갑니다. 긴자 나갈 때는 D90을 두고 갔지만, 이 때는 밤이라 아예 D90을 목에 걸고 나갔습니다.





어제도 올린 사진이지요. D90 들고 가길 잘했다고 생각한 이유 중 이 사진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뒤의 사진들과 홋카이도에서의 사진 때문에라도 혼자 가는 여행에는 D90 들고 갈만하다 싶습니다. 일행이 있다면 무리입니다. 카메라 몇 개를 바꿔 가며 찍는 것은 힘드니까요.



저 거리는 다카라즈카 극장 앞입니다. 렘 히비야가 있는 건물 길 건너편이 바로 다카라즈카 극장이더군요. 그 다음날 상당히 재미있는 풍경을 보았습니다. 하여간 사진의 가로수 사이를 따라 죽 걸어서 북쪽으로 가면 도쿄역입니다. 그리고 도쿄역을 가는 도중에 도쿄인터내셔널포럼의 1층을 지나간 겁니다. 건물이 조금 독특해서, 건물 사이의 1층이 통째로 열린 공간입니다.





그리고 유리창 너머로 찍은 모습. 오른쪽에 보이는 것은 나중에 다시 올리겠지만 우마차입니다. 헤이안시대의 그것 맞고요. 전시회에서 의도한 것은 겐지이야기지만 제가 떠올린 것은 유메마쿠라 바쿠의 『음양사』입니다. 당연히 소설판 쪽.





옆의 사람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저게 등신대라니까요. 소설보고 생각했던 것보다 우마차는 상당히 크고, 무엇보다 높습니다. 소설 읽으면서는 한국의 달구지를 떠올리고 있었는데 실물 보고는 정보를 수정했습니다. 하하하하. 바퀴가 커서 상당히 높더군요. 바닥이 높으니 탑승감은 그리 좋지 않았으리라 추정합니다.(...)






우마차 있는 쪽이 전시회 가장 뒷부분입니다. 우마차 앞에는 이런 모형이 있고요. 헤이안 시대의 궐내 모습인가봅니다.





사람과 비교하면 저 모형이 매우 크다는 것이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까지 보고는 헤이안시대 모형 전시인가보다 했는데, 나중에 확인하니 아니었습니다.








이런 깃발들도 있는데 도대체 무슨 전시인지 감이 안오더라고요.








거기에 앞쪽에는 여러 복식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 전시 이름이 즉위의 미, 의식의 미라는 것도 이때 알았습니다.






돌아올 때 같은 길로 돌아올지 모르니 일단 열심히 사진은 찍습니다. 같은 길로 돌아올 때 체력이 된다면 내려가겠지만, 아니면 이걸로 만족하자고 생각하며 자리를 떴습니다.







도쿄역에 다녀온 이야기는 지난 글에서 한 번 했고, 전시회에 가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느냐는 다음 글에 붙이겠습니다. 이 글은 전시회를 중심으로 이야기할 거라서요. 사진이 상당히 많기도 합니다.








마음만 먹으면 도쿄역 전체를 찍는 것도 불가능하진 않지만 중요한 건 체력입니다. 여행 첫날에 지나치게 힘을 빼면 다음날도 힘듭니다. 아침부터 열차 타고 이동하는 것이니 그리 어렵지는 않지만 첫날은 몸을 좀 사려야지요.





자아. 그러고는 돌아가는 길에 저녁 거리 겸 간식 충동구매를 하고 설렁설렁 걸어갑니다. 이번에도 같은 길로 걷다보니 또 전시회가 보이는데, 잠시 멈춰서 고민하다가 충동적으로 내려갑니다. 어떤 전시인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그리고 저 위의 사진을 찍고, 전시회 내려가서 구경하고 내용까지 파악한 뒤에는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내려가지 않았다면 그냥 '즉위의 미, 의식의 미'라는 제목의 헤이안시대 재현 전시회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리고 내려간 뒤에는......






헤이안시대 복식전이 아니었습니다. 이쪽은 나라라는군요. 복식 자체는 헤이안보다는 이쪽이 조금 더 취향입니다. 헤이안은 조금 많이, 여성 복식이 과해서 취향에 안 맞습니다. 그 쯤 입으면 다니는 것 자체가 어렵다고요. 아마 실제 목적도 그런 류의 규수를 만들기 위함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이 옆에 전시회의 목적을 소개한 글이 있었습니다.





짧은 일본어로 대강 해석하면, 하레와 케는 민속학자인 누군가가 명명한 것으로, 일본인의 전통적 세계관의 하나로 하레는 연중행사의 축제를 나타내고 케는 일상을 나타내는 것이랍니다. 고대 일본인은 하레의 날에 복식을 갖췄고 일상과는 다른 몸차림을 했다는 것. 그래서 하레의 날, 축일 등의 특별한 날의 정장 변천사를 소개한 것이랍니다.

근데 사실 그건 이면이고, 제목에서 이미 그 목적을 다루고 있더군요. 저는 뒤에 가서야 전시회의 본격적인 속내(?)를 알았습니다.






오른쪽의 남성 복식은 무관의 복식, 왼쪽의 여성 복식은 공가(쿠케公家) 복식으로 쥬니히토에, 12겹입니다.







한 때 인형옷으로 만들어 보고 싶다 생각은 했는데, 구체관절인형이 1/3 사이즈다보니 들어가는 옷감이 만만치 않습니다. 완전히 일치하는 건 아니지만 사람옷 만들 때 들어가는 옷감만큼은 아니지만 비용은 그에 못지 않아요. 1/3 만드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리하여 가볍게 포기.






남성복식 차이는 크게 안 보이지만 여성 복식은, 특히 머리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에도시대 후기랍니다. 그리고 남성 복식은 이번에는 문관 복식.





사진사의 솜씨가 매우 좋지 않아 이렇습니다. 하하하하.

이쪽도 12겹이 아닐까 할 정도로 겹겹이 껴입었습니다. 하지만 직물의 느낌이 이전 시대와는 사뭇 다릅니다.







....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세련되지 못함이 폴폴 풍기는 복장이었습니다. 사람이 아니라 마네킹이 입고 있어 그럴지도 모르지만 앞서의 옷은 그래도 옷이 주는 분위기가 있어 그쪽에 홀리지만, 이 시대는 손톱만큼도 아닙니다. 이건 좀 아냐.

짐작하시겠지만 근대의 정장입니다. 하하하.






그리고 저 복식들을 지나 안쪽으로 들어가면 이런 모형이 보입니다. 대형 모형. 모형이지만 크기가 상당합니다. 실물로 하자면 상상이 쉽지 않을 규모네요.






도열한 사람들도,






양쪽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 뒤편에 걸린 깃발을 따로 소개합니다.





즉위 의식의 깃발. 실물크기. ... 응? 저기 있는 건 실물이 아니...?





지 않군요.

실물 맞습니다. 앞쪽의 모형에는 작게 줄여 걸었지만, 그 실물 크기는 뒤에 걸려 있습니다. 이쯤에서 슬슬 짐작하실 건데 저 깃발의 문양은 국화입니다.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일본의 나라꽃은 벚꽃이 아니라 국화입니다. 일본천황가의 꽃이 국화거든요. 일본제국군의 검 등에 장식된 문양도 바로 저 국화문양이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저 깃발 설명 옆에 모형 내용 설명이 있더군요.





다이쇼 즉위식 모형. 아.(먼산)








도열한 인형들도 섬세하게 만들었습니다. 공력을 많이 들였다는 건데 말이죠.








이런 종류의 모형 참 좋아합니다. 그렇지만 모형 놀이도 결국은 부동산과 직결됩니다. 인형놀이를 처음에 손 대다가 접은 것도, 부동산과 그 소모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데서 연유합니다.


하기야 이 모형은 목적이 무엇인지 빤히 보이는데서 이미 탈락이지만.





규모를 봐도, 각 인형에 들어간 노동력과 비용을 환산해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진 오른쪽의 집, 아마도 누대가 아닐까 추정하지만, 이 모형 만드는 비용도 엄청날 겁니다. 예전 이야기지만 숭례문 모형 제작하는데도 8자리가 아니라 9자리 비용이 들어갔다 들었습니다.







숭례문 모형이 얼마나 큰지 실물을 보지 못해 말은 못하지만, 8자리는 들어가지 않았을까 생각만 해봅니다.








뒤편이 궁인... 아니, 무녀일지도 모르지요. 그쪽도 확실하게 세워두었습니다.







다이쇼라서 뒤쪽의 복장은 그리 예쁘지 않습니다. 차라리 완전한 일본 전통복장이었다면 모를까, 저 부채를 뒤집어 쓴 것 같은 모자가 묘하게 안 어울립니다. 나폴레옹이 떠오른다고 하면 이상한가요. 앞의 양(洋)과 뒤의 화(和)가 부조화를 이룹니다. .. 하기야 그 앞쪽은 또 전통적인 일본의 모습이군요.






그 뒤쪽으로는 또 다른 복식 안내가 있습니다. 채녀복이라는데, 아마도 무녀를 일컫는 것 같습니다. 사진만 찍고 넘어가서 정확한 정보가 없군요.






음, 아마도 신관 복장? 한자로는 어제복이라, 제례복, 신관복으로 보면 될 겁니다.






이쪽은 천자의 복식이라는군요. 황색으로 염색한 옷. 그리고 저 신발..... 전통 복식임을 단번에 알려주네요. 하기야 한국에서는 고무신이 아니라 구두를 안쪽에 신는 경우도 많으니 더 그렇습니다.







이쪽도 御가 붙는 걸 보면 황실이겠거니 했는데, 황태자복장이랍니다. 황색의 톤이 조금 다르군요.







이것은 그 뒤에 나온 헤이안 시대 궁궐의 모습인데... 그러한데. 사진을 보면 아시겠지만 뭔가 이상합니다.








옷만 있고 머리가 없어.OTL








하기야 머리 있는 인형을 만드는 것보다는 철사 등으로 틀을 만들어 옷을 끼우는 것이 간편하고, 저게 다 12겹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렇지요. 더불어 헤이안시대 궁녀, 여관들은 머리카락이 매우매우 깁니다. 얼굴 화장도 지금과 매우 다르지요. 그것까지 재현하려면 노고가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었을 겁니다. 옷만 세워 놓는 것도 나름 예쁘니까요.






아냐, 아무리 봐도 머리카락의 문제였을 거야. 이쪽의 남자들은 머리까지 다 있잖아요.







뒤쪽만 얼굴이 없고 이쪽은 얼굴이 있습니다.







이쪽도 얼굴 있음. .. 이렇게 적고 보니 뭔가 헤이안시대의 괴담을 적는 기분이 듭니다. 근데 저기 다리 위의 두 여성께서는 머리카락까지 제대로 표현했군요. 그럼 맨 처음 찍은 사진의 옷들만 몸통(!)이 없었던 걸까요.








자아. 이제 마지막입니다. 앙케이트 상자 저편으로 우마차가 보입니다. 지나갈 때 찍었던 것처럼 이쪽은 모형은 모형이지만 1/1입니다. 등신대라는 거죠. 아, 근데 그 당시 일본남자가 저렇게 키가 컸나, 아니면 모자 때문에 키가 커보이는 걸까요.








이 설명을 보니 등장인물들이라는 설명이 있습니다. 아마도 겐지와 무라사키노키미가 저 궁궐안에 있고 이쪽은 고레미쓰인가봅니다. 위의 둘은 알지만 아래는 누군지 건너 뛰는 건, 우마차를 보면 이들이 아니라 엉뚱하게도 음양사의 히로마사와 아베노 세이메이가 떠오르기 때문일 겁니다.





자아. 이걸로 길고 긴 사진은 끝입니다. 들어갈 때는 헤이안 복식이다! 라면서 신났지만 나올 때는 얼굴에 비소가 떠올랐습니다. 이날은 여행 첫날이었고, 이 뒤의 여러 날들 동안에도 뉴스를 볼 때마다 '헤이세이 마지막! 최후의!'라는 수식어가 매우 많았습니다. 올 4월 1일부터는 새로운 연호가 나온다고 하지요. 그러니 그 즈음 새로운 일본천황의 즉위식도 있을 겁니다. 그 즉위식에 앞서 기획전을 만든 것이 이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다이쇼천황의 즉위식은 이러했다, 그러니 새로운 즉위식도 기대해달라라고요.

아마 정장은 양장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어떨지는 알 수 없네요. 쇼와나 헤이세이 즉위식이 어땠나 궁금하기도 합니다. 이쪽은 아마 사진이나 영상 자료로 있을까요..? 일본이기 때문에 종잡기 어렵습니다.



일본왕실의 이야기를 들여다보는 것도 나름 중요합니다. 퇴위를 앞두고 있는 현 일본천황은 반전, 평화주의자입니다. 자민당하고는 상당히 사이가 좋지 않고요. 그리고 그 큰아들인 현 황태자도 마찬가지입니다. 문제는 그 다음인데, 큰아들에게는 딸만 하나 있습니다. 작은 아들은 딸이 둘, 아들이 하나 있고 이 아들이 그 다음의 천황으로 점쳐집니다.

현재 영국왕실은 계승법을 바꾸어서 남녀 상관없이 왕위계승이 가능합니다. 그러니 윌리엄의 딸은 오라버니의 뒤를 이어 계승 순위를 받았습니다. 아버지의 남동생, 숙부인 해리보다도 위라고 알고 있고요. 일본은 아직입니다. 이전에 고이즈미 전 총리가 현 황태자에게 아들이 없기 때문에 남녀 상관없이 즉위 가능하도록 법을 개정하려 하였으나, 작은 아들이 아들을 낳는 바람에 개정이 물거품이 되었습니다. 계획 임신이라고들 하더군요. 글세요. 앞으로의 일본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모르겠습니다. 다만, 친자민당 행보를 보이는 현 황태자의 동생을 생각하면 그 아들이 다음 계승권을 갖는 것은 한국에 그리 좋지 않은 일이겠지요. 이런 저런 뒷 이야기 들은 것도 있으니 일단 더 두고 봐야겠지요.



다음 글은 도쿄역 방문 뒤부터 시작합니다.


보면 아시겠지만 넨도로이드의 품번은 발매 순서와 조금 다릅니다. 특정 번호를 특정 캐릭터에게 주기 위해 일부러 비워두는 경우도 있더군요. 예를 들면 이 1천번이 그렇습니다. 999번이 넨도로이드 해리 포터였으니까요.


http://special.goodsmile.info/nendoroid1000/


위 링크를 보고서야 알았지만 000은 월희의 네코 알퀘이드입니다. 100은 미키마우스, 300은 미쿠, 500은 벚꽃 미쿠, 600은 청밥, 세이버입니다. 1천번을 비워두길래 누구에게 주려나 했더니 2월에 나올 삿포로 눈축제의 유키미쿠에게 주는군요.


...


물론 삿포로 눈축제는 안갔지만 사진은 몇 장 찍었습니다. 이쪽은 천천히 올려보지요.




덧붙이자면, 00번대의 넨도로이드 중 갖고 있는 것은 300의 하츠네 미쿠와 500의 벚꽃 미쿠뿐입니다. 나머지는 그 외의 번호네요. 1천번의 미쿠도 주문 예정은 없습니다. 지갑에게는 참으로 다행이지만, 뭐, 코이와이 요츠바 주문 가능성이 높으니까요. 딱히 다행은 아닌가.

앞서도 적었지만 숙소는 렘 히비야였습니다. 렘 아키하바라는 몇 번 묵은 적 있지만 히비야는 이번이 처음이었지요. 조식 신청을 하지 않은 유일한 숙소가 또 여기였는데, 건물 2층에 있는 무지카페에서 먹는 거라 그리 내키지 않더군요. 나중에 메뉴를 보니 나쁘지 않겠다 싶었지만...?



아키하바라와 히비야의 렘 숙소는 꽤 달랐습니다. 여기 분위기 재미있던걸요. 무엇보다 철로가 근처라 소리가 꽤 들립니다. 밤늦게부터 새벽까지 들리니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힘들지도 모릅니다. 하기야 도쿄역 주변은 대부분 그렇겠지요.



(※ 사진 로고를 보면 어떤 기기로 사진을 찍었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아이패드와 니콘 P330은 사진에 기재했고, 언급이 없는 건 D90입니다.)





방 입구에서 찍은 사진입니다.






방 입구 오른쪽에는 마사지체어와 작은 티테이블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뒤로 보이는 것이 책상입니다. 옷을 걸 수 있는 공간도 책상과 마사지체어 사이에 있지요. 책상 아래쪽에는 냉장고 등등이 숨어 있습니다.





침대 너머는 샤워부스가 있습니다. 다시 말해 욕실 창문으로는 바깥 전경이 보입니다. 재미있기도 하고 묘하기도 한데, 저는 재미있다 생각하는 쪽입니다. 왼쪽은 세면대가 있고,






안쪽으로는 화장실이 별도로, 그리고 샤워부스는 진짜 야경 감상이 가능하도록 배치했습니다.







D90은 시야가 좁습니다. 하여간 가방 옆에 보이는 티백 여럿은 웰컴드링크로 프론트에 준비된 것입니다. 립톤의 과일차가 많더군요. 생각보다 괜찮았습니다. 감기 기운이 있는지 목이 칼칼할 때, 자기 전 마실 음료로 좋았습니다.






머리 맡의 벽에는 이런게 걸려 있습니다. 호텔 숙소 대부분은 침대 머리맡에 이런 작품들을 하나씩 걸어둡니다.




책상 가장 오른쪽에는 무료로 제공하는 생수, 그리고 포트가 있습니다. 컵은 바로 아래의 서랍에 들어 있고, 서랍 아래에 있는 것이 냉장고입니다.






캐리어 거치대와 마사지 의자. 첫날 앉아서 받아보니, 이건 고문기구였습니다. 상당히 아프더라고요..... 옷걸이도 몇 개 있습니다. 다만 공간 부족 때문에 별도로 옷장이나 벽장은 없습니다.




숙소 도착한 것이 3시 넘어서고 도로 나간 것이 3시 30분. 잠시 옷과 짐을 정비하고는 도로 나갔습니다. 달달한 깨라떼 덕분에 배가 고프지는 않지만 저녁은 보급하는 쪽이 좋습니다. 기왕이면 단백질로 말이지요. 과일도 좋고 말입니다. 그리 생각하며 긴자로 나갑니다.



최근의 여행은 여행의 방문 예정지와 망설이는 곳을 모두 구글지도에 넣어 둡니다. 그리고 여행 때는 로밍해가서는 그 때의 상황에 따라 예정지를 가거나 취소하고, 또 가깝다면 망설이던 곳도 갑니다.


히비야에서 긴자가 그리 먼 것은 아니니 설렁설렁 걸어가면서 저녁 먹으러 들어가고 싶은 곳을 찍어두고, 그리고는 제1목적인 애플스토어를 향해 가다가, 노리다케 매장으로 샙니다. 이전에 트위터에서, 노리다케 라인 중에 검은 고양이가 있는 라인이 있다고 소개받은 적이 있었지요. 그리고 지릅니다. 사진은 없습니다. 매장 안에서 사진 찍기는 꺼려서 검은 고양이 시리즈 그릇 앞에서 한참 고민하다가, 넘치는 머그는 주체 못한다고 생각하며 슬쩍 방향을 돌렸습니다.





그리하여 구입한 그릇. 타카라부쿠로라는 이름이 붙어 있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엄마 고양이와 새끼고양이가 함께 보물주머니를 갖고 놉니다. 그래서 타카라부쿠로고요. 신년 인사 선물로 좋겠다고 망상하며 집어 들었습니다. 금박이 있으니 전자렌지 사용은 안될겁니다.






위에 올라간 티백을 보면 대강 크기 짐작이 될겁니다. 마메사라니 작은 간식 딱 하나 올려 놓기 좋습니다.:)







그리고 메인인 애플샵.

이번 핸드폰인 XR은 얼마나 쓸지 모르지만 구입에는 성공했습니다. 구입 방식을 잘 몰라서 잠시 헤맸지만 그래도 무사히 빨강이를 손에 넣었으니 그만입니다. 한국에서 구입하는 것과 일본에서 구입하는 것의 가격차이가 대략 10만원이라 일본 구입을 선택했는데, 사실 각인 때문에 슬쩍 고민하기도 했습니다.


(AS 문제가 복잡하다는 사실은 나중에 알았지만 뭐, 그냥 넘어가고. 더불어 일본과 한국의 통신 체계가 달라 품질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이야기도 개통 도중에 알았군요. 거기에 핸드폰 케이스와 강화 유리 붙이는 과정에서 발생한 모 KT점의 대응은.... KT 장기고객이지만 때려치울까 생각할 정도로 조금 심각했습니다.)



짧은 일본어로 나마 직원하고 대화를 하는데 재미있었습니다. 면세 혜택 때문에 여권을 건네자 훑어 보고는 놀라더군요. 여권에 찍힌 출입국 기록이 전부 일본. 그렇습니다. 이 여권을 발급받은 뒤로는 내내 일본 여행만 다녔을 겁니다. 아냐, 다른 곳도 한 번 있었나? 하여간 그게 있다고 해도 한 번 빼고 다 일본이니 일 때문에 다닌 것이냐 묻더군요. 여행으로 왔다니까 여행 이유가 뭐냐고 도로 묻더랍니다. 그리고 제 답변은 커피와 디저트. 그랬더니 일본음식 좋아서 온다는 사람은 여럿 보았지만 커피랑 디저트 이야기하는 사람은 처음 보았답니다. 아니, 왜요! 일본 커피 맛있잖아요! 디저트도 맛있잖아요!


그리고 삿포로에서 다시금 확신했습니다. 커피 맛있어요, 디저트 맛있어요. 이것 때문에라도 일본 갑니다.






구입한 XR은 빨강입니다. XR, RED, 64GB. 몇 년을 쓸 수 있을까요. 어차피 주 용도는 전화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입니다.




애플샵 다음에는 이토야로 이동해, 이전에 보았던 고래상어 테누구이가 있는가 보러 갔습니다. 없더군요. 역시 물건은 있을 때 바로 사야합니다. 뒤늦게 사려면 또 없네요. 크흑.




그리고 돌아오는 길. 숙소 근처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갑니다. 사실 긴자에서 도쿄역이 가까우니 거길 갔어야 했는데 방문하는 것을 까맣게 잊어서 일단 저녁을 먹고, 숙소에 짐을 내려 놓고, 다시 도쿄역으로 갈 예정이었습니다. 역시 카페 바흐를 포기한 건 잘한 일이었지요. 쇼핑하는 것만으로도 시간이 이렇게 흘렀으니, 카페 바흐를 방문했다면 체력이 더 떨어졌을 수도 있습니다. 여행을 하다보니 피곤하면 충분히 쉬는 것이 여행을 성공으로 이끄는 비결이더군요. 무리하면 중간에 뻗습니다.






Aux Bacchanales. 뭐라 읽어야 할까요. 읽기도 어려운 음식점인데 뭔가 유럽풍의 가게입니다. 흡연가능에, 종업원은 다들 갸흐송. 그렇습니다. 검은 앞치마를 두른 남성들이 서빙하더군요.


메뉴를 보니 주로 술안주 계통의 메뉴던데 오믈렛이 있어서 여러 종류 중 고민하다가 덥석 시켜봅니다. 사실 양파수프도 땡겼지만 다 먹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거기에 음료는, 기왕 왔으니 뱅쇼를 시켜야죠. 감기 기운이 있을 때는 알콜 섭취를 자제하지만 뱅쇼면 괜찮지 않을까요.






여행수첩은 A6크기라 주머니에 쉽게 들어갑니다. 그래서 항상 들고 다니며 여행 내내의 일정을 기록합니다 만년필로 기록하는 것은 습관이라 그렇습니다. 다이어리도 만년필로 작성하니까요. 그간의 일정을 정리하는 사이에 음식이 나옵니다. 햄과 치즈를 넣은 믹스 오믈렛. 그리고 거기에 새콤한 소스를 뿌린 상추, 뱅쇼. 빵 위에 올려먹어도 참 맛있더군요.

무난한 맛이지만 그런 맛이라 또 좋았습니다. 히비야 근처의 독일맥주집도 궁금했지만 그건 다음에 가야지요. 이 가게는 히비야 렘에서 멀지 않은데다 구글에도 위치가 나옵니다. 그 근방의 분위기도 꽤 마음에 들었으니 나중에 기회가 되면 돌아보려 합니다.






설렁설렁 숙소에 들어가 짐을 내려 놓고 다시 도쿄역으로 갑니다. 이번 목적은 에키넷에서 예약한 신칸센 및 기타 열차표를 수령하는 겁니다. 탑승 전날 21시까지 수령해야 하니, 다음날 가면 늦습니다. 수령하지 않으면 건당 수수료 300엔을 예약 당시 입력한 신용카드로 청구하니 안 갈 수 없지요.


신용카드는 예약정보 확인용이라, 에키넷 당시 입력한 신용카드는 반드시 가져가야 합니다. IC카드칩은 있지만 카드번호가 인쇄형이라 조금 걱정했는데, 양각형이 아니더라도 문제는 없더군요. 마찬가지로 산책하듯 걸어서 도쿄역 야경을 구경합니다.



도쿄역 야경과 다른 이야기는 다음 글에 다루겠습니다. 그도 그런 것이, 도쿄역 가는 도중 도쿄인터내셔널포럼 로비에서 전시회하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위에서 사진을 찍고 나서는 조금 고민하다가,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러 사진을 이것 저것 찍었습니다. 사진 자료가 많다보니 그건 분리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여간 도쿄역에서 미리 이런 저런 과자를 확인하려 했는데 게으름이 이겼습니다.





이전 방문 때 보았던 스이카펭귄샵은 못봤지만 이런 가게를 보고 들어갑니다. 가서 드립백도 몇 개 사고, 다시 미도리노마도구치를 찾아 빙글빙글 돌다가, 결국 포기하고는 마루노우치 북쪽출구 쪽에 있는 도쿄 여행자 센터Tokyo Travel Center를 찾아갑니다. 도쿄역도 상당히 미궁이라 뭔가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계속 공사죽이고, 매장들이 수시로 바뀌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사실 이 다음날, 드립백을 더 사려고 이 가게를 찾다가 실패해서 더욱 그렇습니다.(먼산)







여행자센터에서 사진을 찾아 나오면서 다시 한 번 촬영. 자아. 야경과 전시회, 그리고 이날 저녁의 사진은 다음 글로 넘깁니다.



(사진은 출국심사후, 인천공항 안의 풍경. ipad)


여행의 시작은 앞서 설명했지요. 도쿄의 야마노우에 호텔에 가고 싶다와, 센다이에 가고 싶다가 결합하니 아예 삿포로까지 찍고 나오자는 계획으로 바뀌었고, 평일 휴가를 각오하니 항공권도 생각만큼 비싸지 않았던 것이 패인입니다. 거기에 JR 동일본 남홋카이도 플렉서블 6일권 가격을 더하면 가격은 상당하지만 대신 별도의 교통비가 0이니 시도할만 합니다.


여행기를 적을 때면 항상 여행수첩을 참고하는데, 여길 확인하면 여행 전의 흐름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하면 그 내용을 적었다는 겁니다. 대강의 흐름은 이런 순서입니다.



1.8월 센다이 여행 이후 센다이 재방문 의사 발생. 주요 목적은 센다이 한정 과자(오미야게) 구입


2.홋카이도 왕복 항공권은 비쌈. 따라서 다른 곳으로 IN, 홋카이도 OUT을 고려.

2.1 대한항공 다구간 검색 결과 도쿄 IN 홋카이도 아웃이 46만 가량. OK

2.2 하네다 IN은 나리타 IN보다 비쌈. 따라서 나리타 IN

2.3 나리타는 N'EX로 커버 가능. 숙소를 도쿄 주변으로 잡으면 유리. 기왕이면 도쿄역 주변 숙소

2.4 일정은 화요일 출발이나 다른 날 출발이나 가격 차이가 크게 없어서 일-금으로 설정

2.5 이후 일정을 줄여 일-목으로 변경. 장기 여행은 향수병 발생과 숙박비 상승의 이중고가 있음.


3.초기 도쿄 숙소는 야마노우에 호텔로 설정

3.1 숙소가 도쿄역에서 멀지만 일단 가보고 싶은 호텔이고 일요일 숙박이 싸므로 2.4의 일정 확정에 가장 큰 역할을 함

3.2 그러나 출발일 다음 날인 월요일이 일본 휴일로 가격 상승

3.3 야마노우에 호텔 포기 및 다른 숙소 설정


4.각 여행지의 목표 설정

4.1 지역별 목표, 일정별 목표 확인

4.2 M님의 도움으로 JR 패스 종류 확인, 전체 일정의 이동 금액이 JR 패스 비용 상회 확인


5.숙소 설정

5.1 호텔 홈페이지가 가장 저렴하다는 이야기에 확인해보니, 자란이 더 비쌌음

5.2 숙소 위치 확인, 가격 확인, 자란과 가격 비교 후 개별 숙소 예약


6.항공권 결제



6이 끝난 시점이 여행 한참 전입니다. 어차피 확정되면 되니까 미리 잡았지요. 그리고 그 전까지 미친듯이 달려서 업무는 마무리 짓고 나갔습니다. 물론 그 전날의 회의록 수정 및 공유는 별건이었고요. 여행 가서도 회의록 정리하고 있자니 이거 뭐하는 건가 싶은 회의감이 물 밀 듯 돌아오는데... 그러한데..... (먼산)



여행 한 달 전에 JR 패스를 구입하고 에키넷에서 시간표를 확인하며 미리 신칸센 예약을 해뒀습니다. 나중에 보니 홋카이도 신칸센은 삿포로까지 운행하지 않고 신하코다테호쿠토, 다시 말해 하코다테의 역까지만 운행합니다. 그리고 이 신칸센은 전석 지정석이라 예약이 필수입니다. 에키넷에서 예약한 뒤 표를 찾을 때 JR패스를 제출하면 추가 요금은 붙지 않지만 지정석이 다 찰 가능성도 있으니 미리 예약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여기까지는 여행 전에 부지런히 준비했습니다.




항공기는 10시 출발이라 조금 고민하다가 공항철도로 이동했습니다. 이번에는 처음으로 T2, 인천공항 제2터미널을 이용하는데, 그래도 T1보다는 조금 여유가 있지 않을까 싶어서 약간은 느긋하게 출발합니다. 그래도 시간이 상당히 남더군요.

공항에서는 두 가지 퀘스트가 있었습니다.


1.T2의 최초이용: 면세점 상품 수령

2.라운지 이용


카드로 항공 마일리지를 모으겠다며 그럭저럭 연회비가 비싼 카드를 이용 중이라 그 덕을 볼 겸 이번에 시도했습니다. 저와 같은 카드를 쓰던 G가 알려준 팁이었지요.



체크인도 간단히 마치고, 자가짐부치기 서비스를 이용해 처리하니 생각보다 빠릅니다. 이게 다 인건비 줄이기라 생각하면 조금 이가 갈리지만 그래도 속도는 빠르니까요. 여행 당시에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보조배터리는 이 당시 기내로 들고 탑승했습니다. 그러니 어깨에 D90과 보조배터리, 아이패드가 매달려 있었고 상당히 무거웠습니다. 5일간의 여행에도 보조배터리는 필요 없었으니 앞으로도 일본 여행에는 안 챙겨가는 것으로 하지요. 이 이야기는 나중에 다시 언급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 위가 D90, 아래가 아이패드. 으으음. 밝기의 문제라고 생각하렵니다. 하여간 음식 접사는 D90보다 아이패드가 더 취향입니다.




면세점의 상품 수령 후 보니 마티나 라운지가 바로 맞은편에 있습니다. 잽싸게 들어가서는 라운지에서 노닥노닥. 무엇보다 여행 수첩을 정리하고 짐을 정리하는 것이 주요 목적이었습니다. 어차피 추가 비용 없이 쉴 수 있는 공간을 찾는 것이 중요했을 따름이고 커피는 스벅보다 맛없으며 감자튀김은 식었고, 채소는 그냥 저냥, 딸기는 시큼했으며 파스타는 원래 차가운 것이긴 하지만 그래도 딱딱하더랍니다. 타르트까지 먹고 나니 다른 걸 더 갖다 먹을 생각이 안 들더군요. 컵라면은 1년에 한 번 먹을까 말까 하던터라 더 그랬습니다.


면세점을 돌아다니면 어차피 지름신이 오실 거라 얌전히 있다가 움직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삿포로 숙소에 메일을 하나 보냅니다. 이것이 트위터의 여행 타래 첫 번째에 있었던 '시작부터 문제가 많은' 건과 관련이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삿포로 숙소의 우편번호를 잘못 적는 바람에 아마존 주문품 중 일부가 엉뚱한 곳으로 날아간 걸 뒤늦게 알아챔"


의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이걸 안 것도 여행시작 며칠 전이었고, 아버지가 부탁한 공구의 판매자에게서 우편번호와 실제 주소가 다르다는 안내가 나오면서 뒤늦게 알았습니다. 그리하여 아버지의 주문품은 상당수 반품되었고 절반만 입수했습니다. 주문취소가 늦어져 카드결제가 이미 이뤄졌다는 것이 슬플따름. 환불 처리는 다음달쯤 처리될 것으로 보입니다.

하여간 라운지에서 아이패드 붙들고 한 일도 '주문품이 엉뚱한 곳으로 날아갔다가 호텔로 도착할 예정이라 추가 배송비 1819엔를 대납해달라, 체크인할 때 지불하겠다는 메일을 숙소로 보내는 것이었습니다. 어흑.






하여간 라운지에 앉아서는 트윗질을 좀 하다가 이동합니다. 메일 쓰는데 시간이 조금 걸려서 시간은 거의 맞게 갑니다. 그러고 보니 라운지에서 음식 조금 챙겨먹은 것도 약 챙겨먹기 위함이 컸지요. 지금은 아침에 먹는 약이 7종이지만 이 때는 아직 4종이었습니다.







실내 정원을 보며 잠시 감탄하다가,






탑승할 땅콩비행기 사진을 찍다가,





... 아, 이건 왜 찍었지? 하여간 D90 시험 겸 이것 저것 찍어 보았습니다.








하늘이 매우 예쁘게 나오네요.







그렇습니다. 여행기에는 반드시 하늘 사진이 있어야 합니다. 하늘 예뻐라.






도쿄행 항공편도 기내식이 정신없이 급하게 나오는 편입니다. 이날의 음식이 뭐더라. 항상 그렇듯 비슷하지만, 샐러드가 아니라 무생채가 나온 건 재미있더군요. 그렇지만 썩 맛있는 건 아닙니다. 아침은 라운지에서 대강 먹었고, 이쪽이 점심이었으니 여행 다니는 내내 음식 조절은 필수였습니다. 해가 가면 갈 수록 소화력이 떨어지니 그렇습니다. 많이 먹었다가는 여행 중 몸 상태가 확 떨어집니다.




항공기 착륙은 예정대로였지만 착륙한 뒤 연결되기까지는 20분이 걸립니다. 그리고는 평소와 같은 속도로 나갔지만 짐을 너무 일찍 부쳐서 캐리어 찾는데도 시간이 걸립니다. 그리고는 입국심사할 때도 짐검사를 하더군요. 대체적으로 백인은 안하고, 피부색이 진하거나(-_-) 여행 목적의 특정 성별 한국인은 까다롭게 보는 듯합니다. 제 앞에서도 친구에게 선물로 가져왔다는 쿠키통을 일일이 흔들어 확인하거나 하더군요.



1시 넘어서 역으로 이동합니다. 그리고는 Japan Travel Center에 들어가 JR패스를 교환하고 도쿄역까지의 N'EX를 끊습니다. M님 말로는 도쿄역에서 플랫폼 이동해 위까지 올라오는데 한참 걸린다고 하지만 생각보다는 가깝습니다. 그 생각의 기준이 인천공항철도 서울역임은 감안하시고. 그보다는 가깝다는 겁니다.


표를 끊고 보니 시간이 좀 있네요. 옆의 스타벅스에 들어가 메뉴를 보는데, 이번 시즌의 한정 음료가 고마고마고마라떼랍니다. 해석하면 깨깨깨라떼인셈인데 이것도 에스프레소가 들어간답니다. 최근 카페인을 줄이고 있던 터라 카페인 과민 증상을 걱정했더니 빼는 것도 가능하다는군요. 그리하여 샷 뺀 라떼....




...

음. 깨두유랑 매우 유사한 맛입니다.'ㅠ'a


그리고 아예 스벅 비아 신작도 구입했습니다. 가끔 단 것이 땡길 때는 이것도 좋더군요. 자주 마시지는 않지만.






N'EX도 그렇고, 그 뒤의 하야부사도 그렇고. 대체적으로 창가자리에 2인석을 혼자 쓸 수 있었습니다. 라떼를 한 손에 들고, 표와 JR패스를 챙겨 사진을 찍었습니다.





도쿄역까지는 열심히 일기를 썼습니다. 그리고는 도쿄역 하차. 역에 내리기 전에 이미 시간 확인을 하고 그 다음 일정으로 잡았던 카페 바흐 방문은 포기했습니다. 숙소에 들러 체크인을 하고, 거기서 다시 카페 바흐를 가려면 최소 3시간은 필요합니다. 그러면 오후 6시. 숙소 주변 일정을 감안하면 3시간은 무리죠. 그쪽은 다음으로 미루고 도쿄역과 긴자 주변 쇼핑만 남깁니다. 그러니 마음에 평안이 찾아오고 느긋해집니다. 혼자 다니는 여행은 플렉서블, 융통성, 유동적인 일정이 가능한 것이 최대 장점입니다. 그리고 그 장점은 뒤에서도 몇 번 절감합니다. 그러니까 배탈 났을 때나 급한 일정으로 약국을 찾을 때 등등에도 해당되니까요.



그 뒤의 일정은 사진이 없습니다. 일단 도쿄역까지가 딱 1시간, 거기서 유라쿠쵸로 이동하고는 숙소인 렘 히비야까지 걸었습니다. 잠시 헤맸지만 예정했던 3시에는 무사히 체크인을 마쳤습니다. 그간 D90의 시야(화각)가 좁아서 애먹었던 부분이 있으니 P330을 꺼냅니다. 그리고는 짐 대강 정리하고는 설렁설렁 걸어 도쿄에서의 최대 목적지를 향합니다.



숙소 이야기와 이날의 오후 쇼핑 등등은 다음 글에서 마저 다룹니다.'ㅂ'

아무래도 제목에 숫자를 붙이는 것이 가장 보기 좋으니까요. 어제 올린 것은 단순 에고였고 이번 편은 여행의 계획과 시작 편인셈입니다. 여행기는 몇 시간의 시차를 두고 트위터에 꾸준히 올렸습니다. 실시간이 아니었던 건 다른 이유도 조금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게을러서입니다.(링크)







사진은 D90과 P330, 아이패드의 조합입니다. 트위터의 사진은 모두 다 아이패드이며, 위의 사진은 D90입니다. 확실히 P330과는 다르군요. 역시 D90.(먼산)



첫 타래에도 적었지만 이번 여행의 목적은 JR 플렉서블 패스의 이용, D90으로 여행 사진 찍기, 체력상황 점검이 주목적이었습니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풀어보면 여행 자체는 여러 가지 욕심에서 비롯됩니다.


1.도쿄의 야마노우에 호텔 숙박

2.지난 센다이 여행에서 사오지 못한 물품들 구입

3.삿포로


삿포로는 그 자체로 목적이 됩니다. 거기에 1번에 몇 가지가 더 추가되었지요. 동경커피에 소개되었던 커피집들 가보는 것. 실패했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입니다. 이건 여행기 풀어나가면서 자세히 적어보지요.


위의 목적은 나중에 상세 구분됩니다. 목적이 상세구분되었지만 이것도 나름 문제인게, 공항 가는 도중에야 제가 이걸 적어 둔 서류를 두고 왔다는 걸 깨닫습니다. 뭐, 대부분의 목적지는 구글맵에 찍어 두었으니 문제는 없습니다. 구글맵을 보면 하려고 한 것을 알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대강의 내용이 여행수첩에 있기도 하고요. 지역별 목적을 간략히 적으면 아래와 같습니다.


1.도쿄

1.1 야마노우에 호텔 숙박

1.2 JR 패스를 이용한 열차 예약 및 열차표 수령

1.3 도쿄역 지하의 여러 간식들

1.4 신칸센 그 자체


2.센다이

2.1 규탄(규탄하다가 아니라 소혀 숯불구이)

2.2 규탄과 즌다 간식

2.3 하마몬야의 테누구이

2.4 마루센

2.5 시간되면 맥주


3.삿포로

3.1 호텔 조식

3.2 삿포로의 먹거리

3.3 롯가테이 본점

3.4 호텔에서 뒹굴뒹굴



각각의 여행 목적과 달성 정도를 확인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1 야마노우에 호텔 숙박 X

수많은 일본 작가들이 마감 때문에 갇혔다는 유명 호텔입니다. 일본어로는 칸즈메라 부르는데, 직역하면 통조림입니다. 호텔에서 숙식하며 미친듯이 데드라인밟아 대는 겁니다. 음식이 맛있다고도 들었고 고풍스럽다는 이야기에 귀가 솔깃했습니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결정한 일정이었던 일-목이 함정이었습니다. 월요일이 휴일이었던 탓에 일요일의 숙박료가 확 올라서 결국에는 포기합니다. 나중에도 생각했지만 다음으로 미루길 잘했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눈치를 본 것은 제 체력이었고, 야마노우에호텔까지 이동하는 거리를 생각하면 무리했을 가능성이 높았으니까요. 도쿄 1박은 remm 히비야에서 했습니다.






1.2 JR 패스를 이용한 열차 예약 및 열차표 수령 O

어렵지 않아요. eki-net에서 미리 열차 예약하고, 수령하면서 JR패스와 표 확인하면 됩니다. 단, 예약당시에 신용카드가 필요하며, 그 신용카드는 그대로 들고 가서 수령 당시에 확인용으로 사용하고, 표는 탑승 전날 21시까지 수령해야 하기 때문에 당일 표는 당일 예약 수령해야합니다. 그런 연유로 JR 패스는 도착지인 나리타공항의 여행자센터에서 교환했으며, 교환하면서 바로 N'EX 좌석을 예매했습니다. 이건 당일 이동표라 사전 예약은 안했지요. 그리고 표 교환은 다 도쿄역으로 수령지를 해뒀는데, JR패스 수령시에 같이 받았어도 괜찮았겠다 생각했습니다. 다만 제가 도착한 시각이 꽤 한산한 편이었다는 언급은 미리 해둡니다.







1.3 도쿄역 지하의 여러 간식들 △

많이는 안샀습니다. 캐리어를 가장 큰 것으로 가져갔음에도 왜 공간이 부족했던 걸까요. 끄응.








1.4 신칸센 그 자체 O

신나게 탔습니다. 훗훗훗. 장거리 이동은 교토-도쿄 이동 이후 오랜만이었지요. 다만 하도 신나게 타서 한동안은 기차 안 타도 되겠다 싶습니다. 다음 장거리 이동은 홋카이도 신칸센이 삿포로까지 뚫리는 그날 해볼까요. 도쿄-삿포로가 1일 생활권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벅차긴 합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여행기에서 다뤄보죠.






2.1 규탄(규탄하다가 아니라 소혀 숯불구이) O

지난 센다이 여행 때 가본 집은 두 곳입니다. 그 중 이번에 다시 찾아간 곳은 다테노규탄입니다. 먹고 나서는 삿포로에서도 규탄집을 찾아가봤는데 다릅니다. 달라요. 다테노규탄의 다른 도시 지점은 어떨지 모르지만 삿포로는 없더군요. 음, 어디에 또 있을까. 하여간 규탄 매우 맛있습니다. 눈물 나게 맛있고요.






2.2 규탄과 즌다 간식 O

센다이 역에서도 팔고 있더군요. 여러 개 구입해왔습니다. 여행 선물용이라 맛은 아직 못보았고. 구정 전에는 하나씩 맛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다만 카루비의 규탄 감자칩은 G에게 통째로 안겼습니다. 나머지는 여행 선물로 대기중.







2.3 하마몬야의 테누구이

맨 왼쪽이 센다이 한정이었을 겁니다. 이것저것 눈에 들어오는 것을 신나게 집어서 다섯 개. 용도는 창문 가리기입니다. 물론 그러면 그림이 바랠 것이 눈에 선하지만 원래 그러라고 쓰는 걸요. 당장 쓸 것은 아니고 조금 두고 볼 겁니다. 구입해온 것은 위의 다섯 장입니다. 다테가 있는 것이 센다이의 빛, 그 옆이 판다 책방이고 그 위가 판다카페입니다. 새 날개가 보이는 것이 매화와 새를 그린 매화피는 중, 그 오른쪽의 하늘색이 동계 스포츠를 즐기는 백곰을 그린 대단한 백곰(すてきな白熊). 근데 펼쳐보니 저 그림 위 아랫부분은 마감이 안되어 있더군요.






2.4 마루센 O

제 책 외에 아버지 여행 선물로도 두 권 골랐습니다. 그리고 이 때의 구매 후폭풍으로 알라딘에서도 추가 지름이 발생합니다. Brutus 이전호 검색하다가 이번 호랑 예전 호에 홀렸습니다.






2.5 시간되면 맥주 O

설명은 사진으로 대신합니다. 훗. 그리고 이 맥주는 사단을 만들어 내는데.(하략)



(사진생략)

3.1 호텔 조식 O
하지만 이번 여행의 호텔 조식은 그냥 저냥. 자란의 평가도 60% 정도만 믿으면 됩니다. 단, 맛없다는 평가는 철썩같이 믿으면 되고요.


(사진생략)

3.2 삿포로의 먹거리 O

일단은 먹었으니.....'ㅠ' 3.1과도 맥락이 통하고요. 그러나 부족했던 저는 추가 작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3.3 롯가테이 본점

핫초콜릿에 지점 한정 케이크의 조합. 매우 맛있습니다. 다음에 갈 때는 다른 조합으로 먹어봐야지요.







3.4 호텔에서 뒹굴뒹굴

모님께 선물로 받았던 배스볼을 드디어! 드디어 써봤습니다.




그 외, 여행에서 달성한 것들입니다.




4.1 다자이 오사무 사과 쿠키 O

이 여행 도중 신아오모리에서 하차했던 이유입니다. 사진 정가운데의 저 과자를 위해 일부러 들렀지요. 그리고 매우 흡족합니다. 아니, 쿠키의 맛 자체보다는 다자이 오사무의 『쓰가루』 문고판 모양의 세트가 갖고 싶었던 겁니다. 특히 여행 선물로 어느 분께 드렸더니 그 분 아버지가 매우 좋아하셨다는 이야기를 들어 더욱 행복했습니다. 사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사진없음)

4.2 비에이 센카의 팥과 강낭콩 O

어머니께 여행 선물로 드렸습니다. 매우 좋아하시더군요. 여기 팥과 강낭콩이 굉장히 맛있습니다.





4.3 신치토세공항의 홋카이도우유카스테라 O

카스테라가 아니라 롤케이크로 먹었습니다. 그리고 메인은 저 커피우유! 커피! 우유! 카페라떼도, 카페오레도 아닌 정말 커피우유입니다.





4.4 바리스타트 커피 O

트위터에서 보고 가보겠다고 결심했던 카페입니다. 지역 우유를 사용하여, 자신이 우유를 선택해 라떼를 주문할 수 있습니다. 비에이 저지와 토카치 저지, 오타루 홀스타인이었던가요...?

그러나 목적했던 바리스타트보다 더 맛있는 라떼를 만난 덕에 묻혔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에.




대강의 여행 목적은 이랬습니다. 뭐, 가장 큰 여행 목적은 이거였지요.






0.XR




그럼 여행기는 다음부터 천천히 올라갑니다. : )




사진을 세 종류로 나눠 정리해야 하다보니 조금 복잡했습니다. 하지만 뭐, 대강 크기 줄이고 사진 로고는 박아두었으니 괜찮겠지요. 남은 것은 사진 정렬을 시간순으로 하여 세 기기로 찍은 사진을 정리하는 겁니다.



그리고 정리하다 새삼 느꼈지만 D90은 역시 다르네요. 크흑. 마음에 드는 사진이 여럿 있어서 다음 여행에도 들고 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그 때는 아이패드가 아니라 XR이 활약하겠지요. 그러니 P330과 D90과 아이폰 XR의 기묘한 조합. 하하하하하하.



여행기는 천천히 쓰겠습니다. 중복 사진과 필요 없는 것들은 쳐내겠지만 그래도 지금 총 380장이나 되네요. 아마 여행의 시초부터 차근히, 그리고 여행 후의 감상을 아예 맨 처음으로 돌려버리는 두괄식으로 갈 겁니다.'ㅂ'



그런 의미에서 여행기 첫 번째 글은 여행의 시작과 끝을 다뤄보지요.



도서관에 반납은 했지만 아직 책 감상을 적을 기력이 없어 손대지 못한 책들입니다. 사실 이것말고도 조금 더 있습니다. 『천의 얼굴』도 주말 사이에 재독했고, 전자책도 상당히 있습니다. 아래는 도서관에서 빌린 것이라 다 종이책입니다.


근데 적고 보니 진짜로 별도 리뷰 적을 책이 없네요.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는 읽다가 반납한 터라 더 기다려야합니다. 책이 자취방에 있어서 본가에서 보기 위해 도서관에서 빌렸습니다. 도서관에서 빌리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읽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다른 책을 더 손대고 말았네요.


『후 항설백물어』는 상권과 하권이 시간을 두고 따로 나왔습니다. 상권을 다 읽고 나니 이제야 하권이 손에 들어온 참이군요. 다만 상권 읽는 도중에 앞 이야기가 기억나지 않는다며 앞의 『항설백물어』와 『속 항설백물어』, 거기에 교고쿠도 시리즈 여럿을 빌려왔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 읽는 것은 미래의 제게 미룹니다. 그 사이에 사회학서적 여럿이 책상 위에 쌓여 있습니다. 『랩걸』도 아직 안 봤군요. 거기에 장바구니에 신간 여럿을 담아 놓았습니다. 『한국 괴물 백과』나 『Brutus』 등등등.


『집은 그리움이다』는 생각보다 별로였습니다. 제 취향하고는 거리가 멀더군요. 건축주와 건축가의 이야기를 담은 책일까 싶었는데 그런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저자가 살아온 집들에 대한 이야기, 집을 짓기까지 이사해왔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아서 취향에 안 맞았습니다.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은 영국왕립연구소의 크리스마스 강연 중 생물학과 관련된 강연 몇을 뽑아 선별해 간략하게 요약한 것입니다. 요약한 것이다보니 그 강연의 생생한 맛은 떨어지지만 거꾸로 총집편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강연을 열었는지, 기획에 대한 이야기도 짧게 나마 곁들였고요. 책도 그렇고 딱 크리스마스 시즌에 잘 어울리는 책입니다. 앞서 다른 시리즈도 한 권 있는 모양인데 찾아 읽고 싶더군요.


『월영 골동품 감정첩』은 슬쩍 어드메에서 감상 흘리지 않았나 싶은데. 결말 때문에 호불호가 조금 갈릴만한 이야기입니다. 그래도 무난하게 보기 나쁘지 않네요.


『스콘』은 앞서 본 마들렌 못지 않게 마음에 들었습니다. 총 3종류의 스콘을 소개하는데, 비스킷에 가까운 스콘, 영국식 스콘, 스타벅스 스타일의 스콘이 그겁니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레시피는 C님이 소개한 그 레시피입니다. 버터는 무조건, 무조건 많이 들어가야 맛있습니다...!


곽재식(2018). 『항상 앞부분만 쓰다가 그만두는 당신을 위한 어떻게든 글쓰기』. 위즈덤하우스, 13800원.
가노 가오리(2018). 『카오린느 제과점의 치즈 케이크』, 이소영 옮김, 윌스타일, 13000원.
최효찬, 김장권(2018). 『집은 그리움이다』. 인물사상사, 19000원.
타니자키 이즈미(2017). 『월영 골동품 감정첩 1~3』, 정승민 옮김. 율, 각 9800원.
헬렌 스케일스(2018). 『열한 번의 생물학 여행』, 이충호 옮김. 한즈미디어, 16500원.
해피해피레시피(2018). 『스콘』. 청출판, 12000원.
교고쿠 나츠히코(2018). 『후 항설백물어 (상)』, 심정명 옮김, 비채, 13800원.



다음에는 항설백물어를 소개하겠네요. 가만있자, 같이 읽을 비소설 도서는 뭘로 하지..?



블루투스 키보드를 두고 온데다 노트북은 전원선 도착 때까지 안 켜려다 보니 불편하네요. 그래도 본가 컴퓨터를 쓰는 방법이 있으니 작업은 그럭저럭 합니다. 여기서 사진 작업도 할까 잠시 고민을. 하기야 해두면 노트북에서 하는 것보다 화면이 커서 편하겠지요. 조금 고민해보고 하렵니다.



감기와 손가락 문제들이 연이어 터진 바람에 공방에 꽤 오래 못갔습니다. 아차. 또 가죽 가져오는 걸 잊었..... 그거 어떻게든 되겠지요. 지금 나가야 하는 작업들도 다른게 있으니까요.



여행 뒷수습 중 어제는 병원을 해결했더니 오늘 아침 또 하나가 발생합니다. 블루투스 키보드를 항공기에 두고 내렸다니까요. 으하하하.;ㅁ; 마지막에 뭔가 찜찜해서 볼까 하다 말았는데 볼걸 그랬습니다. 좌석 앞주머니에 키보드를 꽂아 놓고 내렸거든요. 아침에 확인하고는 잽싸게 유실물 확인해서는 제 물건이 유실물로 잡힌 걸 확인했습니다. 그리하여 확인 메일 보내놓고 기다리는 중이고요. 착불 부탁했는데 과연 어찌 되려나...?



오늘 할 일이 책읽기 인 것은 도서관 책 반납이 코앞인데 아직 안 읽은 책이 많아 그렇습니다. 앞에 보이는 『천의 얼굴』은 최근에 외전 연재되는 걸 보다가 문득 본편 다시 읽고 싶다 하여 시작한 것이고요. 오늘 내일은 부지런히 책 읽는 것이 목표입니다. 사진 정리 성공하면 슬슬 여행기도 정리해보지요.'ㅂ'





며칠 신세진 항생제 연고입니다. 오늘 병원에 갔더니 염증 생긴거라며 항생제 처방을 주시더군요. 거기에 파상풍 주사도 맞아 한숨 돌렸습니다. 손가락도 점점 나아지는 개 보이니 걱정은 덜해도 되겠지요. 이제 체력과 건강만 챙기면 되네요. 그리고 월말까지 해야하는 기획안들을 죽 정리하는 것도.


오늘 오후부터 여행 사진 정리하려고 보니 노트북 전원선을 두고 왔습니다. 조용히 고민하다가 새 전원선을 주문했네요. 그러니 여행가 정리는 조금 더 시간이 걸릴겁니다. 사진이 총 새 종류라 어찌 될지도 두고 봐야할 거고요. 으으으, 일단 사진 수도 만만치 않으니 설 연휴 전에 정리 마무리하는게 목표입니다. 이번 여행 코스가 상당히 마음에 들지만 도쿄의 여행비용 증가 문제랑, 기차 이동이 길다는 게 걸립니다. 센다이도, 홋카이도도 좋은데 둘다 뛰기에는 시간과 체력과 비용이 문제입니다. 흑흑.


그러니 부지런히 정리하는 것이 목표네요. 일단 사진 정리부터 처리하고 차근차근 올리겠습니다. 그 사이에는 아마 밀린 독서기가 주로 올라갈 거고요.

매우 이름이 길군요. Typemoon의 세계관이 페이트 그랜드 오더(FGO, 페그오)라는 모바일 게임으로 확장되면서 여러 세이버들이 등장했지만 아서 펜드래곤은 초기부터 있었습니다. 보통 청밥이라 부르는 파랑 옷의 세이버는 아르토리아 펜드래곤일 거고요. 하여간 이름은 아르토리아로, 성배전쟁 3차부터 참여했을 겁니다. .. 아마도. 페이트 제로가 3차 맞지요...?

아래의 아서 펜드레곤은 그보다 앞서 설정되었던 '이상향의 왕'에 가깝습니다. FGO에서 또 다른 이상향의 왕이 나오긴 했지만 그쪽은 방향이 다릅니다. 랜서 아르토리아 펜드래곤으로, 그쪽은 여성형입니다. 1-2차 성배전쟁에 참여햔 아서 펜드래곤은 남성이고, 가장 이상적인 기사이자 왕이랍니다. 설정으로만 거의 남아 있다가 4차 성배전쟁을 다룬 Fate Stay/Night 이야기에서는 여성으로 성별 전환한 아르토리아 펜드래곤이 나왔고, 이쪽의 세이버가 가장 유명한 세이버가 되었지요. 세이버하면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것도 이쪽의 청밥입니다. 청밥이 기본이고 이게 확장된 것이지요.


하여간 프로토타입의 아서 펜드래곤은 남성입니다. 저는 이쪽을 '얼굴이 보구다'로 부릅니다.




바르게 자란 청년, 예의바르고 곧은 기사 그 자체. 바른 얼굴에 바른 정신이 깃드..... .... 응?






그 아서 펜드래곤이 이번에는 이런 제복버전으로 나왔습니다.(링크) 넨도로이드 이름이, '넨도로이드 세이버/아서 펜드래곤 프로토타입, 영의개방 화이트로즈 버전'입니다. 앞서 나왔던 건 영기재림이었지요. 이쪽의 화이트 로즈 버전은 세이버의 다른 버전인 화이트 릴리에 대응하는 버전인가봅니다.






하지만 이쪽의 부끄러워 하는 얼굴은 그다지 마음에 안드네요.







얼굴만 놓고 보면 기본 얼굴이 제일 마음에 들고 다른 둘은 그다지 취향에 안 맞습니다. 음, 하기야 맨 위의 얼굴이 보구다(...) 그림을 보고 나면 넨도로이드의 얼굴도 그리 흡족하지 않습니다. 아냐, 뭔가 부족해! 라는 생각이.




구입 여부는 조금 고민중입니다. 지금으로서는 구입 가능성이 높지는 않네요.'ㅂ'



앞뒤 안 가리고, 요츠바 넨도로이드는 삽니다. 알라딘에 올라올 날만을 기다리고 있어요. 이건 제가 아니라 아마도 G 몫이 될 것 같지만, 구입은 확정입니다.






생각해보면 한국에도 작년에 14권이 나온, 1권 나온지는 그보다 더 오래된 요츠바가 이제야 나왔나 싶네요. 슬슬 넨도로이드용 캐릭터도 줄어들고 있는 건가요. 이번 시즌에 나온 것 중에 옛날 옛적의 사이코패스가 있던데.






분노하는 요츠바. 그러니까 초사이어인버전?







이렇게 우는 모습 보면 정말 애라는게 실감 납니다. 옆에서 조카 자라는 걸 보고 있노라니 아기 알기 전과 알고 나서의 요츠바 감상이 다르다는 이야기를 절감하게 되더군요. 정말로.






왠지 저러다가 페인트 통 엎을 것 같지만.;







크흑. 사고만 안치면 귀엽지만, 그야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런 거죠. 사고 안치고 있으면 귀엽습니다.







단보 넨도로이드도 함께 나옵니다. 예상할 수 있지만 넨도로이드 버전도 건전지를 넣으면 불이 들어옵니다. 일단 구입은 요츠바만. 단보는 리볼텍으로 갖고 있으니 괜찮다는군요.








그리고 아마존 특전. 희한하게 굿스마 특전이 아니라 아마존 특전이 있습니다. 아마존에서 구입하면 저 네잎클로버=요츠바가 딸려온다네요. G가 별다른 이야기가 없으니 그냥 알라딘에 올라오는대로 구입하지 않을까 합니다.


가장 위쪽까지 올라왔습니다. 귀국은 신치토세 공항에서 하고 삿포로에서 하루를 더 머무릅니다. 다만 내일은 눈폭풍 예보라 걱정되네요. 과연?


오늘 오후에 약 사러 잠시 나갔다 올 때도 기상 상태가 안 좋았습니다. 우산 챙겨올까 하다가 말았는데, 지금의 짐 상황으로는 안 들고 온 것이 맞네요. 아니, 트렁크가 이렇게 넘칠 줄은 몰랐습니다. 이 모든 것은 과자가 원인...(...) 심각한 정도가 어느 정도냐면, 더 이상 어떤 과자도 사면 안된다는 정도입니다. 게다가 먹을 수도 없습니다. 무엇보다 역류성 식도염이 도진 것인지, 수분 섭취 상태가 좋지 않아 그런 것인지, 멀미 하는 것처럼 속이 울렁거리고 쓰림 현상이 나타납니다. 아. 이 익숙한 증세는 역류성 식도염일거야. 보통은 스트레스 증세와 함께 나타나는데, 아마도 ① 귀국일의 폭설로 인한 결항 걱정 ② 재택 업무용 시스템 접속 문제 ③ 어제 작성해서 배포한 회의록 3건과 그에 관련된 업무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듯합니다.

특히 3번. 회의록 3건 중 하나는 올해의 삽질이 시작됨을 이야기하고, 하나는 작년에 이어진 업무이며, 다른 하나는 G4와도 관련된 것입니다. 이럴 때는 저절로 주를 찾게되는군요. 아니, 냉담자를 넘어서, 베이스가 불교임을 매번 확인하는 상태인데 주를 찾아봐야 관용구 이외에 의미가 있나요. 하하하.



쓸데 없는 이야기지만 여행 와서도 업무 삽질중이라는 반증입니다.



사진은 스트리머 커피 컴퍼니. 도쿄 매장을 시작으로 확산된 커피점이라고 알고 있는데 삿포로에도 있습니다. 스텔라 플레이스 4층에 있더군요. 매장에서만 마실 수 있는 스트리머 커피-아이스 버전은 내일 시간이 되면 가서 마셔볼 생각입니다. 과연 폭설이 어느 정도일까요. 그에 따라 밖에 나갈 수 있느냐 아니냐가 갈릴텐데 말입니다.



겨울의 삿포로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두 번은 모두 여름이었던지라, 삿포로의 겨울은 처음 겪어보는데 오늘은 예상보다 덜 춥습니다. 하기야 삿포로가 서울보다 덜 춥다는 이야기도 여러 번 들었지요. 그렇다보니 오늘 날씨는 '이 정도면 쾌적하게 다닐 수 있는 정도네'라는 생각이 문득. 하하하하. 만용을 부리면 감기 걸립니다. 조심해야지요.


위가 좋지 않아서 영양보충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내일도 고기 열심히 챙겨먹으렵니다. 아차, 잊지말고 『82년생 김지영』 일본어판도 찾아봐야지요. 온 김에 궁금해서 사볼까 합니다. 하지만 어제의 센다이 마루젠 매대 쪽에도 그렇고, 오늘 삿포로 지하의 서점 매대 쪽에도 나오지 않았더군요. 키노쿠니야는 갈 생각 없었는데 가야하나 고민됩니다. 일단 마루젠 가보고 생각할래요.



지나가는데 갑자기 눈에 들어오는 KOREAN. 뭔가 하고 카페 철자를 읽어보니 설빙이군요. 오오오오. 센다이 역 근처에도 설빙이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한 번도 가본 적 없으니 이번 기회에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까맣게 잊었네요. 지금 사진 정리하다가 깨달았습니다.




노트북으로 작업하는 김에 사이즈 정리말고 로고도 다시 작업할까 하다가 고이 마음 접었습니다. 그건 내일 하려고요. 물론 내일 체력이 된다면. 내일의 일정이 상당히 하드하기 때문에 일단 두고 볼 생각입니다. 아, 그러고 보니 아까 작업하던 여행 가계부도 정리해야 하는데, 그건 내일 열차 안에서 하렵니다.



오늘도 열심히 돌아다녔으니 체력은 그럭저럭 괜찮은 모양입니다. 하지만 최근의 체중 감소가 근육 감소 때문이 아닌가 의심하고 있는 터라 단백질은 보충하려고 노력중이고요. 그리고 혼자 여행다닐 때는 상대적으로 더 긴장하고 있기 때문에 소화력이 급격히 떨어집니다. 오늘도 저녁은 가벼운 디저트로 적당히 넘겼습니다. 음, 적당히. 하지만 맛있었어요.



숙소가 역 옆에 있어 전망은 좋은데, 앉아 있는 내내 소음이 좀 심합니다. 연식이 오래된 호텔로 보이지만 이런 호텔도 나쁘진 않네요. 하기야 어제 묵은 도쿄 렘 히비야도 완전히 최신식은 아닙니다. 처음 다녔을 때는 좋았지만, 그보다 나중에 리모델링한 호텔들은 아예 USB충전이 가능하도록 맞춰놓고 있더군요. 여기나 거기나 그정도까지는 아닙니다. 뭐, 소음도 예전에 살던 철로 근처 집을 생각하면 못참을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해봅니다.


도쿄는 따뜻해서 얇은 목티에 코트만 입고 돌아다녔지만, 센다이는 그보다 춥습니다. 목도리 하나 더 두를 정도는 되네요. 그래도 장갑 없이 그럭저럭 다닐 수 있는 날씨입니다. 거의 실내만 돌아다닌 터라 밖에 오래 있지는 않았지만요. 자아. 내일부터 눈과 추위가 몰아닥칩니다. 게다가 귀국날은 폭설 예보까지 있어서 긴장 중입니다. 지난 센다이 여행 때는 태풍이 올라오더니 이번에는 폭설. 뭐, 정 안되면 휴가 하루 더 쓰거나 해야겠지-라고 방만하게 생각하는 건, 정말로 항공기 결항을 당해본 적이 없어 그럽니다. 이런 일이 내게 일어날 리 없다고 생각할 때 가장 일어나기 쉬운데 말이죠. 귀국 못하면 이모저모 골치아픈 상황이 벌어지므로 무사히 돌아갈 수 있기를. 일단 내일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부터 챙겨야겠습니다.=ㅅ=




지금은 도쿄지만 곧 장소가 바뀝니다. 오늘 점심은 다른 곳에서 먹을 예정입니다. 트위터에 백업 중이긴 하나 정보는 매우 드문드문 올라옵니다.(https://mobile.twitter.com/esendial/status/1084192701426233344)


블로그는 실시간 업데이트가 쉽지 않지만 트위터는 상대적으로 나으니까요. 그래도 오늘 오후에는 조금 일찍 숙소에 돌아와 업데이트 예정이긴 합니다.


위의 사진은 어젯밤의 도쿄역 풍경. 아이패드로 찍은 사진입니다. 아이패드에서 사진 올릴 때는 카메라 등의 사진 올리는 것이 번거로워 그냥 아이패드로 찍은 사진만 올립니다. 구체적인 이야기는 다음에. 이번 여행은 몇 번 해봤던 것처럼 북쪽으로 가는 여행입니다. 단, 이전과는 달리 도쿄에서 출발하여 신칸센으로 이동하니 이번이 JR패스를 이용하는 두 번째 여행입니다. 에전에 간사이로 들어가 도쿄로 나온 적이 한 번 있었습니다. 아마 고베에서 노닥거렸던 때의 일이었던 듯. 이미 기억이 가물가물하네요.



나중에 잊지말고 적어야 할 것.

-커피 기행은 포기.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그래도 긴자에서 잘 돌아다녔으니 만족.

-요즘의 도쿄는 서쪽이 아니라 동쪽에서만 놉니다. 도쿄역 인근이 걸어다니기 좋아 그렇습니다. 이번의 숙소도 도쿄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잡았는데, 대략 도쿄역까지 걸어서 20분입니다.

-여행 직전까지 추위와 미세먼지를 핑계로 거의 아침운동을 걸렀던 데다, 최근 체력 및 기력 저하 상태를 보여서 걱정했습니다. 그래도 어제 보니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단, 소화기계의 문제로 잦은 섭식은 무리입니다. 카페인 과다도 무리. 오늘도 제대로 챙겨먹는 건 점심 한 끼로 만족을. 저녁을 과하게 먹으면 수면의 질이 떨어집니다.

-커피랑 디저트가 어때서요!

-여행 초반부터 삽질이었던 것은, 여행 계획의 문제가 아니라 아마존 주문 당시 ‘우편번호’를 잘못 적어 이상한 곳으로 갔기 때문입니다. 호텔수령 상품들은 대부분 반품 처리.ㅠ 아버지와 제 몫이었습니다.

-괜찮아요. 다음 여행 때 다시 주문하면 됩니다.

-D90과 함께하는 여행은 무리입니다. 무거워요. 그래도 어제 찍은 사진 때문에, 들고오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이야기는 여행기에 추가. 보면서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뭐, 웃을 이야기는 아니지만 그 전시회의 의도를 생각하면 웃음이 납니다.

-아.. 연말 정산..... 여행 도중에 준비해야합니다.ㅠ



자아. 이제 슬슬 가계부 정리하러 갑니다. 엑셀 가계부 정리는 가끔 했지만, 이번에는 아이패드에서의 정리를 목표로 합니다. 아차. 오늘 저녁에는 지난 주말의 회의록 정리 및 배포도 해야하네요. 하하하하하. 여행와서도 업무닷.ㅠ

지방에 내려올 때도 그랬고 그 앞서도 그랬고. 대체적으로 이불은 어머니가 사주시는 대로 받아 썼습니다. 자취방의 이불도 어머니랑 함께 가서 고른 것이었지요. 하지만 혼자 생활이 길어지고 있다보니 점점 좋은 이불을 쓸 필요성을 고민하게 되네요. 엊그제 행복이 가득한 집을 보다가 양모 이불이 나오는 걸 보고 휙 홀렸는데, 가격이 상당하지만 이불은 한 번 사면 오랫동안 쓰니까요. ... .. 사실은 그것보다 지금 자취방 정리 좀 하고 살아야하는데, 매번 이사가면 할거라는 핑계를 대고 미루는 중입니다. 하하하하. 진짜로 해야해요. 본가도 그렇지만 쓰지 않고 쌓아 두는 것은 나중에도 안 쓸 가능성이 높으니 고이 폐기해야합니다. 가장 버리기 애매한 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받은 카드나 엽서더군요. 버리자니 아쉽고, 들여다보면 또 추억이 떠오르니 못 버리겠고.

...

그런 것부터 치워야 하는데 말입니다. 음.



하여간 최근에 봐둔 양모 이불도 가격이 상당합니다. 제 용돈을 몽땅 투자해야할 정도니까요.






소파이불로 나온 양모이불입니다. 한쪽 면은 면, 다른쪽은 짧은 털 양모입니다. 크기가 100cm×150cm. 무릎덮개보다는 훨씬 크고 둘둘 몸에 감기 좋은 크기입니다. 덮고 자는 이불처럼 휘감길 정도까지는 아니고요. 그리고 이 이불 정가가 50만원입니다.(링크) 할인가로 지금은 24.9만에 판매중이지만 그래도 용돈으로 커버할 수 있는 수준은 훨씬 넘습니다.


거기에 소파도 없으니, 실제 사용한다면 이쪽이 낫습니다.








프리미엄 라인 중 하나를 원래 크기보다 살짝 줄여서 냈습니다 .150cm×200cm로 싱글 이블보다 조금 작답니다. 그래도 혼자 쓰기에는 무리 없지요.(링크)







이쪽도 한쪽은 면, 다른 쪽은 양모입니다. 다만, 앞서의 소파 이불과는 달리 짧은 털이 아니라 긴털입니다. 요즘 같은 때에는 긴 털이 더 따뜻하지 않을까 싶네요.




삼청동 총리공관 근처에 오프라인 매장이 있다고 하여 주말에 시간 되면 찾아가 보려 합니다. 지난 주에 갈까 하다가 집에서 뻗었네요. 치과 다녀오는 것으로 이미 기력이 쇠하여 그랬습니다. 다녀오면 짧은 털을 할지, 긴털을 할지, 실제 구입할지 어떨지 결정할 수 있겠지요.'ㅂ'a





저 음식이 괴식으로 보이는 건 오롯이 제 몫입니다. 전날부터 굶었던 지라, 새해 첫날의 음식은 거창하게 먹겠다며 욕심 부려 이것저것 집어 넣었거든요.







원래 고래사 어볶이에 들어가는 것은 어묵면, 어묵, 소스뿐입니다. 그리고 사진 보면 아시겠지만 거기에 불린 쌀국수와 데친 우동면을 추가했고요.


평소 슴슴하게 먹는 편이라 이정도만 해도 간은 맞았습니다. 안 맞았다면 여기에 냉장고에 재워둔 우동수프(...)나 T님이 주신 라면 수프(..)를 추가해도 되었을 건데, 거기까지는 안해도 맞더군요. 색은 희멀건해보이지만 그래서 끼니로는 오히려 좋았습니다. 다만 양이 많이 늘어나서 문제는 문제더군요. 덕분에 두 끼에 걸쳐 나눠먹었습니다. 하하하하하.;



이전에 C님이 소개해주신 뒤에 어볶이, 어우동 두 가지를 먹었는데.. .. 아니, 하나 더 먹었나? 하여간 그 중에서는 이 어볶이가 제일 마음에 듭니다. 매운 것을 즐기지 않지만 이정도면 좋고, 떡볶이의 떡보다 어묵을 좋아하다보니 더 좋더군요. 하기야 이 어묵은 생선살비중이 높다보니 식감이 떡볶이의 그 어묵과는 사뭇 다릅니다. 그 부분은 참고하세요.


편하게 조리할 수도 있지만 다른 부재료를 첨가해 입맛에 맞게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이 장점입니다. 떡볶이와 어묵 좋아하신다면 도전해보시길.+ㅠ+



책 원제가 'The Big Book of Christmas Mysteries'입니다. 크리스마스 전에 나온 책인데, 장바구니에 담고 조금 망설이고,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로맨스소설을 읽다가 이제서야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표지의 대표작가는 엘러리 퀸이 등장하는데, 엉뚱하게도 퀸 외의 작품들이 더 마음에 들었습니다.


북스피어에서 예전에 냈던 유사한 책이 있었지요. 그쪽도 오토 펜즐러가 엮은 단편집이었습니다. 그쪽은 손이 안가서 초반 읽다가 조용히 치웠습니다. 그래도 이번 책은 도전의지를 불태우며 첫 번째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고, 다 읽는데 딱 이틀 걸렸습니다. 다른 책들은 손 안대고 이 책만 독파했으니 상당히 재미있었다는 증거입니다. 이보다 더 빨리 시작한 몇몇 책들은 아직 중반도 못갔거든요. 읽고 나니 크리스마스가 소재인 이야기를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에 대한 감이 오더랍니다. 크리스마스 소재라면 진짜로, 그게 메인이 되어야 하니까요.


다양한 단편을 동시다발적으로 읽다보니 휘발되는 것도, 기억에 남는 것도 있네요. 크리스마스 단편도 그냥 실어 놓은 것이 아니라, 단편의 성격에 따라 여럿을 묶어 놓았습니다. 정통, 유머, 셜록 홈즈, 통속, 기담인데, 이 중에서는 기묘한 이야기쪽이 가장 취향에 맞았습니다. 메리 로버츠 라인하트의 「집사의 크리스마스 이브」는 읽으면서 엉뚱하게도 『폭풍우 섬 오누이』가 떠오르더군요. 에이스88 전집에 실린 책인데 한국에 따로 번역된 건 없었다고 기억합니다. 아마 몇몇 설정 때문에 닮았다 느껴 그런 모양입니다.


셜록 홈즈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중에서는 「겨울 스캔들」이 마음에 듭니다. 중심이 되는 소녀가 있고 그 소녀의 입장에서 담담히 서술하는데.....! 예상은 했지만 그 사람이 그 사람이군요. 훗훗훗.


기묘한 크리스마스 미스터리는 선작 넷 다 마음에 들었습니다. 「귀신 들린 크레센트 저택」은 처음의 공포감과 마무리의 공포감이 다릅니다. 포인트가 그 부분이고요. 「유령의 손길」은 전체 이야기 중 한 손에 꼽을 정도로 재미있었습니다. 고딕 공포의 느낌이 들면서도 묘하게 에드거 앨런 포가 떠오르더군요. 결말을 보면서는 살짝 웃었지만 웃을 이야기는 아닙니다. 당사자가 되면 정말로 그럴 테니까요.

「크리스마스에 나타난 적기」는 처음부터 끝까지 블랙 유머라고 봅니다. B님과 C님이 보시면 폭소할만 합니다. 나중에 이 책 챙겨가서 꼭 보여드리고 싶더라고요.



편집 후기를 보니 올...이 아니라 작년-2018년에 한 권, 올해인 2019년에 또 한 권 나온답니다. 이번 책이 매우 마음에 들었던 고로, 12월에 나올 다음 책도 기다려봅니다. 장바구니 비워놓고 기다릴 터이니 책 내주시면 됩니다. 바로 담아 구입할거니까요.




엘러리 퀸, 도널드 웨스트레이크 외. 오토펜즐러 엮음. 『화이트 크리스마스 미스터리』, 이리나 옮김. 북스피어, 2018, 16800원.



올해 크리스마스 전 책이 나오면, 그 책은 크리스마스에 읽겠다며 묵혀두고 이 책을 그 사이에 재독 할 겁니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띄우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책이네요. 여름에 본다면 더더욱 부러울 그런 책입니다. 하하하;


제가 구입하는 것 중 충동구매가 아닌 것은 드물지 않나요. 이모저모 생각해도 최근의 지름은 거의 그런듯합니다. 물론 100%의 충동구매는 아니라, 평소 마음에 두고 있던 것을 충동적으로 구입하기는 합니다. 그것이 일반적인 충동구매와 어떻게 다르냐 물으신다면, 그냥 웃지요.



이날의 구매도 그랬습니다. PS4를 구입할 생각은 있었습니다. 기존의 PS3는 G가 가져갔는데, 딱히 제가 쓸 일도 없으니 계속 그 집에 있었더랍니다. 하지만 PS3는 없고, PS4는 있는 상황에서 블루레이는 잘도 구입하고 PS4 소프트는 사들였더랍니다. 게임 컨트롤이 그리 좋지 못하여 제대로 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은 못하지만, 그래도 니어 오토마타와 저니는 샀습니다. 언젠가는 하겠지라는 생각으로 말이지요.



그러다가 우연찮게 K모님이 트위터에 PS4프로도 처분해야한다는 글을 올리시더군요. 덥석 물었습니다. 월척.......은 아닐지도. 하여간 바로 팔거면 저요!를 외치자 바로 딜이 성사되어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받은 셈입니다.







덕분에 통장은 비었지만, 그리고 이러저러한 상황상 PS4를 꺼낼 날은 아직 멀었지만, 그래도 자취방 한 켠에 상자는 놓였습니다. 이제 마음 놓고 블루레이와 소프트를 구입하면 되는군요!




아차. 잊지말고 빙과 블루레이부터 체크해보렵니다. 새 블루레이 플레이어에 처음 돌려보기에는 빙과가 역시 좋지요. 블루레이 플레이어도 없으면서 작년에 미리 구입해둔 빙과 블루레이 박스를 드디어 제대로 써먹을 수 있겠네요.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하니 이건 식재료가 아닙니다. 데워서 식사만 하면 되는 것이니, 재료라고 하기는 어렵죠. 음식이라고 하기도 뭐하고, 반조리 식품과 간단 조리 식품으로 부를까요.



아주 오랜만의 주문이었던 건, 지난 달에 G의 친구가 이 업체에서 겪은 사건 때문입니다. 그 앞서도 몇 번 사건이 있었다지만, 그 날은 과일을 주문했는데 온통 멍이 든 과일이 도착했다 하고요. 하나도 성한 것이 없어 항의하자 '그래서 뭐요?'에 가까운 응대가 돌아왔답니다. 분기탱천한 당사자는 불매 선언을 하고 끊었고, 동생도 몇 번 문제를 겪었던 지라 고민하다보니 주문을 안했지요.

...

12월과 1월 초의 식비가 급격히 하락한 건 그 덕분입니다. 안 사니 안 씁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정말로 그렇더군요. 대신 식생활은 조금 많이 엉망이 된 것 같지만요. 조만간 단백질을 더 추가하겠다며 벼르고는 있습니다.




그래서 그 이야기를 왜 꺼냐면 저도 이번 주문에서 겪었거든요.






12500원의 옥광입니다. 밤이 반짝반짝 빛나는게 매우 예쁘지만 알은 작았습니다. 옥광은 다른 것보다 좀 알이 큰 걸로 기억하는데, 이건 알 자체는 매우 토실토실하고 예쁘지만 작았습니다. 게다가 저렇게 케이스가 깨져서 오더군요. 차라리 밤을 그물망에 담았다면 더 안전하지 않았을까도 생각하지만 뭐....



올해 밤 맛있는 걸로 따지자면 G네 사내 게시판을 통해 구입한 밤이 최고였습니다. 품종을 잊었지만 알도 크고 매우 맛있었고요. 평타는 치는 것이 코스트코 밤입니다. 코스트코 밤은 가격도 저렴하고, 알도 꽤 큰 편입니다. 그러니 무난하게 먹으려면 코스트코가 낫더라고요. 백화점 밤은 가격도 높고 맛도 별로입니다.



하여간 오늘 저녁 간식도 이 삶은 밤이로군요.'ㅠ'


.. 아니, 실제 사진은 이렇지 않은데 왜 사진 속 색은 단호박 수프와 비슷하게 나왔을까요. 호박죽 색과도 비슷해보이지만 실제 색은 진분홍에 가깝습니다. 제 사진 솜씨의 문제로군요.



모 마켓에서 3+1 행사를 하길래, 덤으로 나온다는 마스카포네 토마토 수프는 제외하고 단호박 수프, 미네스트로네 수프, 양송이 크림수프를 하나씩 구입하고 이건 덤으로 받았습니다. 먹은 순서는 미네스트로네, 단호박, 마스카포네 토마토, 양송이 크림의 순이었는데 이중 마스카포네 토마토, 단호박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양송이 크림 수프는 사진 찍어 놓은 것이 없네요.


양송이 크림수프는 이름 그대로 잘게 다진 양송이가 들어 있습니다. 제 취향의 양송이 수프는 다진쪽이 아니라 갈아 놓아 더 뻑뻑한 쪽이라 아쉬웠습니다. 뭐, 평소 데워 먹을 때 우유를 넣어서 더 묽게 느껴진 것도 있겠지만 감안하더라도 썩 취향에 안 맞습니다. 버섯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괜찮을 겁니다. 저야 그 전날 먹었던 이 마스카포네 토마토가 더 마음에 들었고요.



아마 여러 상황 때문에 그렇기도 했을 건데, 날이 추웠던 데다 몸이 꽁꽁 얼어 들어왔습니다. 퇴근하고 짐 정리하고, 씻고. 거기에 감기까지 있으니 썩 입맛은 안 돌지만 그래도 챙겨 먹고는 싶었습니다. 근데 이 수프가, 새콤하면서도 부드럽게 넘어가더군요. 'ㅠ' 토마토의 신맛과 감칠맛, 거기에 마스카포네 치즈라 그런지 진한 크림(우유)맛이 확 오더라고요. 크흑. 그야말로 원기를 북돋는 맛이었습니다.

아무래도 상황이 그래서 일 수도 있겠다 싶어 일단 냉장고에도 한 팩 쟁여두었습니다. 다음에 먹을 때도 그런 감동과 함께 찾아오는지 볼 생각입니다.



냉장고에 두었다가 따끈하고 진한 무언가가 먹고 싶을 때 머그 하나에 간단히 담아 마시기 좋습니다. 다만 전 렌지나 레토르트 팩 데우는 방법이 아니라 팩을 뜯어서 아예 냄비에 내용물을 넣고 데웠습니다. 국물류는 팔팔 끓여서 뜨겁게 데워 먹는 것이 좋아서 번거로운 방법을 택했지요. 설거지가 늘지만 추운 날에 몸 데우기에는 이렇게 먹는 것이 더 좋습니다.:)

브릿G에만 올리고 까맣게 잊은 이야기.


https://britg.kr/novel-group/novel-post/?np_id=143438&novel_post_id=71822



내...년이 아니라 올해 목표 중 하나는 이 이야기의 본편에 해당하는 용과 도서관을 쓰는 겁니다. 대강 어떤 방향으로 보낼지는 생각했지만 거기까지 가는 것이 쉽지 않네요. 꾸준히 쓰는 것이 목표. .. ..하지만 G4는 어쩌고?


---




The library is best place to find the cat – feat. by Ed Sheeran, ‘Shape of you’


일리히가 언제 학당에 왔는지는 백운이 가장 잘 기억하고 있다. 꾀죄죄하고 작은 꼬마가 다 떨어져 가는 신발에 낡은 옷을 입고 학당으로 오는 길을 걷고 있던 걸 발견한 게 백운이었기 때문이다.


그날 백운은 륜이 간밤에 도서관 저 멀리에서 귀인이 오는 꿈을 꾸었다며 밖으로 쫓아내는 바람에 불편한 마음으로 길을 걷고 있던 참이었다. 억지로 밀려 나왔지만 4월의 날은 따뜻했으며 봄이 오고 있다는 분위기가 확연히 느껴지다 보니 부루퉁한 마음도 걷는 사이 어느새 풀려 있었다. 그리고 새싹들을 만끽하며 간만의 산책을 즐기던 와중 학당으로 걸어오는 어린아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나중에 일리히란 이름을 얻은 어린 장수족은 백운에게 발견된 덕에 도서관에 일자리를 얻을 수 있었다.


장수족의 생태는 개체마다 다르기 때문에 일반화하기가 쉽지 않다. 일설에는 인간과 다른 생장 속도를 보이는 이를 통칭하여 장수족이라 부른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그 ‘이’에 인간형의 모든 종족을 포함할 것이냐, 아니면 이족보행이 가능한 종족을 총칭할 것이냐는 이견이 등장하면서 결국 의견을 통일하지는 못했다. 하여간 장수족은 사례연구만 가능하며 그런 사례연구마다 다르고 또 같은 부분이 각각 나타나서 일반화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이 많다. 일리히는 그런 장수족 중에도 특이한 경우로, 처음 학당에 왔을 때는 열 살 남짓으로 추정했으나 실제는 그보다 더 나이를 먹었으며, 그 상태로 몇 년 정체되어 있다가 4년째부터 점차 자라기 시작했다. 그리고 열넷 전후의 외모를 가졌을 때 또 한 번 성장을 멈췄으며, 그 다음에는 5년이 지나서야 다시 성장했다. 약관을 갓 넘긴 외모를 하고 있을 때는 이미 서른을 넘겼으며 그 뒤로는 나이 세는 것을 멈췄다. 이미 그 전부터 성인으로 인정받았으니 나이를 세는 것이 무의미 한데다 나이 세는 것을 포기한 존재들이 한 둘이 아니었기에 자연스레 멈춘 것도 있었다. 소륜학당의 창립자로 용(龍)인 륜의 나이는 학당의 나이에서 역산이 가능하지만 같은 용(龍)인 백운은 그보다도 훨씬 위다보니 계산이 쉽지 않았고, 학당의 기록관장을 맡고 있는 신수(神獸) 제로디안도 나이 추산은 가능하지만 밝히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학당은 나이가 의미 있는 공간이 아니었다.


일리히의 담당 업무는 참고봉사 또는 레퍼런스 서비스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것도 참고봉사의 꽃이라는 도서관 1층 홀, 혹은 로비에 있는 안내창구 옆 1차 참고봉사 업무다. 학당에 정착하고 도서관에 다니기 시작한 뒤에는 모든 자료실을 돌아가며 근무했고, 들어오는 자료들도 가리지 않고 모두 확인하고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읽어버릇하니 급기야는 도서관의 장서 상황을 가장 잘 아는 이로 손꼽을 정도가 된 것이다.


참고봉사 업무는 아침, 점심나절, 저녁을 번갈아 자리를 지켜 이용자를 맞이하고 그 외에는 도서관의 자료를 살피는데 쓴다. 개인의 서재였던 곳이 이제는 학당의 도서관이 되어 그 규모가 커진 만큼 다양한 자료를 보고 확인하는 것이 업무에 중요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많은 자료를 보고 그것을 기존의 자료와 엮어, 도움을 얻고자 하는 이용자가 오면 그가 찾는 자료와 관련 타래를 알려주는 것이 참고봉사이고 그것이 일리히의 업무였다. 물론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각각의 담당 사서가 있지만 일리히는 전반적이고 종합적인 분야의 참고봉사를 담당한다.






린네라는 이름은 약초학자인 캐드펠이 붙였다. 식물을 무리지어, 각각의 가족으로 만든 사람의 이름이 린네이고, 그래서 약초학과의 고양이에게는 가장 잘 어울리는 이름이라며 웃었다. 린네라는 이름 뒤에는 에르브, 즉 향신채인 herb를 성으로 붙였다. 린네 에르브. 그것이 노란 고리의 녹색눈을 가진 검은 고양이의 이름이었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것으로 유명하기도 했지만 장수족 특성이 뒤늦게 발현한 장년의 캐드펠 교수가 데리고 다니면서 더더욱 이름이 알려졌다. 사람을 차별하는 고양이로 유명한 것도 있었다. 캐드펠 교수에게는 먼저 다가가지만 특별히 애교를 부리지는 않으며 그럼에도 항상 붙어 다녔다. 게다가 장수족인 캐드펠 교수가 나이를 먹어가는 사이, 고양이도 몇 개월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길 몇 번 반복하다보니 대를 잇고 있거나 탈피하는 것이 아닌가란 의혹도 제기되었다. 그러나 고양이가 포유류다보니 탈피나 대를 잇는 것이 아니라 어딘가의 샘에서 회춘하고 돌아오는 것이라는 신빙성 있는 소문으로 살이 붙어 돌아왔다.


그리고 그 고양이는 지금 도서관 홀에서 넋을 놓고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바스테트?”


검은고양이가 노란눈을 반짝이며 빛이 들어오는 도서관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도서관은 서고도 많고 워낙 크지만 용들이 설계한 공간이라 용들의 전매특허인 공간마법을 적절히 잘 활용했다. 그래서 중앙 홀은 3층 높이에서 천창으로 빛이 들어오며 그것도 유리에 걸린 마법으로 직사광선이 아니라 은은하게 퍼져 내려오도록 설계되었다. 그 덕분에 천장을 바라보면 밝은 날에도 무리 없이 하늘을 바라볼 수 있어서 처음 방문하는 이용자들은 저 고양이처럼 넋을 놓고 바라보기도 했다. 다만 검은고양이다보니 고양이 모습의 신, 바스테트와 같아 보였다는 것이 독특했던 것이다.


일리히의 목소리를 들은 건지 고양이는 꿈에서 깬 것처럼 움찔하고는 돌아보았다. 노란눈인줄 알았더니 검은고양이들에게서 흔히 보는 녹색눈이다. 그것도 홍채 가장자리는 노랑을 띈 녹색 눈. 고양이는 자리에서 기지개를 켜고는 우아한 걸음걸이로 일리히가 있는 참고봉사 데스크로 다가와 일리히 주변을 돌며 관찰했다. 학당 주변에는 개나 고양이나 다 많았고 도서관에 들어오는 것도 드물지 않은 일이라 일리히는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다시 업무에 집중했다. 그래서 고양이가 슬그머니 다리에 몸을 붙여 왔을 때는 흠칫 놀랐다. 일리히의 몸짓에 덩달아 놀란 건지 고양이는 커다란 눈을 맞춰왔다. 놀란 것이 미안한 마음에, 일리히는 슬며시 고양이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곧 고양이는 발랑 뒤집어 배를 보이고는 목 안 쪽에서 골골 거리는 소리를 내며 일리히가 쓰다듬는 손길을 즐겼다. 계속 쓰다듬어 주고 싶었지만 업무는 마저 끝내야 하기에 손을 떼자, 고양이는 곧 무릎 위로 올라와 자리를 잡았다. 어쩔 도리 없이 일리히는 웃음을 가벼운 한숨으로 쓸어 내리고는 도로 자료정리에 집중했다.


고양이의 정체는 대강 짐작하고 있었다. 일반적인 고양이보다는 덩치가 있지만 뚱뚱한 것은 아니고, 다만 크기가 클뿐인 고양이. 거기에 노랑으로 보이기도 하는 녹색 눈.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와 쓰다듬어 달라 몸을 붙이는 것은 소문과 달랐지만 외모만 봐서는 식물학부 약초학과의 린네 에르브 같았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지만 학당 내의 여러 정보를 수집하다보니 학당 내의 동물들에 대한 정보도 대강 알고 있었다. 어디서 누가 무엇을 했는지는 이런 저런 경로로 다 들어오기 마련이었다. 캐드펠 교수님의 반려동물이라 알려졌지만 사실 동거묘로 표현하는 것이 맞으며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새로운 약초를 수집하고 약초밭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은 특이한 고양이라는 것도 알았다. 그리고 고양이라고는 하나 인간과 같은 수준의 지능을 가진, 다시 말해 인격을 가진 존재로 추정된다는 것도. 이 정보는 기록관리학 교수인 기록관장 제로디안에게 들었다. 예전에 자료를 찾아주었다가 들은 이야기였다.


그날의 업무를 다 마무리할 때까지 고양이는 내내 일리히의 주변을 맴돌았다. 퇴근하기 위해 짐을 정리할 때가 되자 고양이는 짐 정리하기를 기다렸다가 일리히의 뒤를 졸졸 쫓아왔다. 약초밭으로 가는 건가 했지만 약초밭으로 가기 위해 갈라지는 길에서도 쫓아오는 것을 보고 일리히는 웃으며 말을 걸었다.


“우리집에 놀러오는 거야?”


두 앞발을 가지런히 모으고 정좌하여 듣던 고양이는 야옹하고 답했다. 잠시 생각하던 일리히는 웃으며 흔쾌히 고양이를 집으로 초대했다.




고양이에게 줄만한 것이 없나 찬장을 들여다보고 있었더니 고양이가 올라와 우유와 샐러드용으로 만들어 두었던 닭고기를 앞발로 가리켰다. 율리히가 자신의 몫으로는 연어 샐러드를 준비하면서 연어 몇 덩이도 따로 떼어 닭고기와 함께 내어 주자 고양이는 사양하지 않고 식탁에 올라와 맛있게 먹었다. 마실 것으로 우유 한 대접을 내놓자 그것도 말끔하게 비우고는 설거지할 때는 옆에 올라와 구경하고 있었다.


자기 전 자몽향 차를 한 잔 준비해 침실로 들어왔더니 따라와서는 먼저 침대에 올랐다. 일리히는 베갯머리 책을 꺼내 들고 차를 홀짝이다가 옆구리에 붙어 있는 고양이에게 슬쩍 말을 걸었다.


“이름은 린네 에르브지?”


눈을 지그시 감고 골골 거리던 고양이는 살짝 눈을 뜨고 눈을 맞춰 오더니 도로 감았다. 긍정의 의미 같았다. 아니었다면 뭔가 다른 의견 표시를 했을 것 같다.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고양이라더니 이쯤 되면 대화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다. 그러기엔 오늘 처음 만난 사이니까 조금 더 기다려볼까 싶었지만. 그날 밤 린네는 일리히에게 찰싹 달라붙어 잤다.


아침에 일어난 일리히는 조심스레 침대를 벗어났다. 린네는 더 잘 모양인지 미동도 않고 그 모습 그대로 침대에 누워 있었다. 고양이는 워낙 잠이 많은 동물이니 그럴 거라 생각하고 출근하면서, 살짝 창문을 열어 두었다. 방범 마법이 걸려 있어 창문 열린 정도로는 별 문제 없을 거였다. 들어가는 것만 막지 나오는 것은 문제되지 않을 것이고.


평소보다 일찍 집에서 나온 일리히는 도서관에 가기 전 약초학과의 밭으로 찾아갔다. 예상대로 아침 일찍이지만 캐드펠은 밭에 나와 잡초를 뽑고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오는군.”


“그보다 교수님이 도서관에 안오신다 해야겠지요. 잘 지내셨나요.”


“나야 항상 그렇지 뭐.”


장수족의 발현 증상이 늦었던 캐드펠이나, 장수족 발현이 특이하게 나타난 일리히는 일찍부터 알아온 사이였다. 도서관에 들어가면서는 주로 업무로 만나긴 했지만 알고 지낸지 오래되어 간만에 만난다 해도 거리감 같은 건 없었다.


“다름이 아니라 간밤에 고양이가 저희 집에서 지냈습니다. 알려드리려고요.”


한창 잡초를 뽑고 있던 캐드펠은 허리를 피며 웃었다.


“오늘은 거기였나. 요즘 여기저기 쑤시고 다니느라 잘 오지도 않거든. 봄이라 밖에서 자도 크게 문제는 없고, 밭의 건초더미에 들어가서 자는 일도 부지기수고. 근데 어디서 만난 거지?”


아무래도 린네는 밭 주변을 돌아다니는 터라, 밭 근처에 오가는 것이 아닌 일리히와의 접점은 그리 많지 않을 터였다. 일리히는 어제 있었던 이야기를 죽 풀어 설명해주었다.


“아아. 맞다. 도서관 로비가 햇살이 잘 들어 따뜻하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어. 몸 녹이러 들어간 건지도 모르지. 근데 쫓아갔다면 조금 특이하긴 한데. 본래 제멋대로인 성격이라 누군가를 따라가는 일은 드물거든. 어쩌면 한 눈에 반했는지도 모르지.”


“그래도 캐드펠 교수님이 주인이시니…….”


“그건 아냐. 린네는 약초학과의 고양이지만 주인은 없어. 나는 그냥 가끔 챙겨주는 정도고 린네의 주인은 린네 에르브 본인이야.”


본인이라는 단어가 조금 안 맞기는 하지만 고양이 자신의 주인은 고양이라는 말은 알아 들었다. 일리히는 린네의 식습관이나 생활습관의 유의점을 몇 가지 더 듣고 나서 도서관으로 출근했다.





도서관이 사람 만나기 좋은 곳이라는 이야기는 캐드펠 교수에게서 들은 바 있지만 이렇게 마음에 드는 이를 만날 줄은 몰랐다. 일리히의 침대에 누워 있자니 어제 씻고 났을 때 났던 자몽향이 풍겨왔다. 새콤하지만 달지 않고 묵직하게 다가오는 향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린네는 일리히가 나간 뒤에도 한참을 침대에서 굴러 다니다가 나왔다. 이불에 굴을 파놓고 나온 모양이 마음에 안 들어 이리저리 입으로 물어 이불을 잘 정리하고 가능한 평평하게 만들고 나왔다.


식탁 위에 올라가자 어제 식사했던 자리에 생선 약간과 닭고기, 물이 있었다. 가능한 옆에 튀지 않도록 조심히 먹고 다시 자리를 정돈한 뒤 슬쩍 돌아보니 부엌 창문이 약간 열려 있었다. 어젯밤 닫고 자는 것을 확인했으니 이건 일부러 열어 놓은 모양이다. 닫지 못하는 것은 아쉽지만 그건 인간이 아닌 이상 어렵다. 인간이라면 직접적으로 다가갈 수 있을 건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린네는 그런 생각을 하며 조금 열린 창문으로 빠져나와 약초밭으로 향했다.





그날 저녁도 도서관 로비에는 고양이가 앉아 있었다. 검은고양이는 도서관을 빠져나오는 학생들 사이를 요리조리 피해 들어가더니 로비 한가운데, 햇빛이 내려오는 자리에 잡고 잠시 명상을 하다가 몸을 죽 뻗어 기지개를 켰다. 시계도 볼 줄 아는 건지, 오후 근무가 끝나는 여섯시가 가까워지자 느긋한 걸음걸이로 참고봉사 데스크로 다가왔다.


“고양이 키우세요?”


오늘의 참고봉사 마지막 이용자인 에디르는 윤기가 반들반들한 털을 가진 린네를 보고 눈을 빛냈다.


“키우는 건 아니고, 어제 나를 따라오더라고. 오늘도 같이 가려나봐.”


“그럼 앞으로도 계속 같이 퇴근하시게요?”


퇴근만 같이 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확실한 것은 아니니 살짝 돌려 물었다. 일리히는 잠시 망설이다가 린네에게 물었다.


“앞으로도 계속 같이 퇴근할까?”


질문이 떨어지자마자 린네는 일리히에게 다가와 다리에 몸을 비비고는 발라당 드러누워 골골댔다. 일리히는 더 못참고 자리에 주저 앉아 린네의 털을 쓰다듬어 주었다.


“그렇게 되었네.”


이 말밖에는 할 수 없었다. 에디르는 집사가 간택 받는 건 오랜만에 보았다며 활짝 웃었다.


그 다음날, 에디르는 주변의 고양이 집사들에게 이것저것 받아왔다면서 고양이 용품을 하나 가득 들고 왔다. 다른 것은 대체적으로 사람과 같은 걸 쓰면 되지만 가끔 쓰게 된다는 고양이 전용 세정제와 고양이의 간식, 그리고 생식 만들 때의 주의점 등을 적은 작은 수첩이었다. 에딘도 다른 사람에게 받은 것이고 새로 집사가 되는 이에게 전해주도록 들었다며 손때 묻은 수첩을 보여주었다. 그거와 함께 같은 크기의 조금 더 두꺼운 빈 수첩을 내주었다.


“이 수첩 내용을 새 수첩에다가 옮겨 적으며 정리하는 겁니다. 본인이 할지 말지는 자율이지만 하는 쪽이 남는 게 많아요. 음, 자기가 겪은 일들도 같이 적어 놓으면 좋고요. 그리고 적어 놓은 걸 이 수첩 뒤에 덧붙이면 됩니다.”


에딘은 수첩 뒷부분을 펼쳤다. 앞의 절반은 한 사람의 글씨지만 그 다음의 세 장, 그 다음의 다섯 장, 그 다음의 한 장 등등 뒤는 서로 다른 글씨체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었다. 자신이 키우는 고양이의 크기와 몸무게 등의 특징을 적고 그 뒤에 앞서 적힌 곳에는 없었던 고양이 정보를 추가한 모양이었다. 그 형식은 본편이 끝난 뒤 가장 먼저 적은 세 장짜리 메모에서 따온 것이었는데 양식 맨 앞에 있는 작성자 이름이 익숙했다.


“누군지 아시죠?”


“이 이름이 진짜 저……?”


“학당 내에서 그 이름을 쓸 사람은 한 명밖에 없잖아요. 제로디안. 도서관 옆집 주인이요.”


농담처럼 에디르가 덧붙였지만 주인은 아니고 도서관 옆 기록관장이다.


“저도 수첩 받으면서 들은 건데 기록관에 쥐 대책으로 고양이를 들였을 때, 그 당시 기록관 직원 중 한 명이 기록관장에게 이 수첩을 건넸다고 그래요. 그걸 보고 고양이 키우는 자체 매뉴얼을 만들었고, 매뉴얼과 별도로 이 수첩은 기록관의 민간기록물로 지정하고 거기에 자신이 직접 추가 분량을 썼다고 해요. 들은 것이긴 하지만 글씨체가 맞다는데요. 그리고 보존마법을 걸어서 기록관 내에 보관하다가,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때 그 때 빌려주고요. 대신 나중에 맨 뒤에다가 추가 내용을 적는 것이 조건입니다. 저도 그렇게 받아왔고요. 그러니까 다 옮겨 적으시면 기록관에 반납하세요.”


반납하고 나면 나중에 또 필요한 사람이 생겼을 때 누군가가 대신 고양이수첩을 빌리러 간단다. 수첩 구입비용 같은 것은 학당 내의 고양이 동아리에서 부담한다던가. 그 고양이 동아리는 도서관에 들락거리는 여러 고양이들을 포함해 특별한 주인이 없는 길고양이들을 위탁 관리하고 있으며 이렇게 고양이 집사가 나타나면 고양이 키우는 것을 돕는다고 했다.


“나비당의 목표는 모든 고양이가 안락한 생활을! 이니까요. 고양이가 안락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고양이 주인인 집사부터가 고양이를 잘 알아야 하고요. 고양이마다 다르지만 공통적인 부분은 있고, 식생활도 알아두면 좋아요.”


그 덕에 일리히는 린네를 집에서 키우기 위한 준비를 수월히 마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은 나비당에 후원금액을 내고 6개월 간 아침 출근시간에 도서관 뒤쪽의 고양이 급식소를 담당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원래 그 급식소를 맡고 있던 도서관 직원은 장기 출장으로 이웃 국가인 이안에 간지라 대신 맡을 사람을 찾고 있었다고 했다. 학당 내에 고양이 급식소가 있다는 것은 지나가다 봐서 알고 있었지만, 학당 내의 고양이 동아리 이름이 나비당이고, 그 동아리가 급식소 위탁 운영을 맡고 있고, 도서관 뒤에도 고양이 급식소가 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도서관 뒤편은 바로 숲과 연결되어 있어 고양이 외의 다른 동물들도 종종 이용하는 모양이었다. 급식소라고 하지만 물통과 고양이용 사료를 놓는 것이 전부라, 아침에 동아리 창고에 가서 사료와 물을 가지고 가서 청소하고 놓은 뒤 퇴근하면서 사료통만 제자리로 돌려놓으면 되었다.


“모르는 것을 알아가는 것도 좋네.”


일리히는 수첩 옮겨 쓰는 그 옆에서 조용히 잠을 청하는 린네를 보고 웃으며 말했다.





린네가 집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지나자 일리히의 일상은 몇 가지 다른 일들이 추가되었지만 별일 없이 평온하게 흘러갔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린네가 침대에서 더 자는 사이 출근 준비를 하고, 린네와 함께 아침 식사를 한 뒤 뒷정리를 하고 함께 출근한다. 출근길에 도서관 뒤 고양이 급식소에 들러 청소를 하고 물통과 사료통을 채운 뒤 도서관에 온다. 린네는 거기서 바로 텃밭으로 출근해 들쥐들을 살피고 일리히는 도서관으로 출근한다. 점심은 각자 해결하고, 업무를 먼저 마친 린네가 항상 도서관에 와서 로비의 천창으로 들어오는 햇살을 만끽하다가 함께 퇴근하는 걸로 끝냈다. 집에 돌아와서의 청소는 침구에 묻은 린네의 털을 터는 것부터 시작했다. 털을 털고, 바닥 청소를 하고, 저녁 준비를 하고. 저녁식사를 마치면 남은 시간은 수첩을 옮겨 적고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읽었다. 린네는 일리히가 읽는 책을 빤히 쳐다보다가 잠이 들었고 취침시간이 되어 일리히가 책을 내려놓고 불을 끄면 린네는 일리히의 품으로 파고 들었다. 자기 침구를 좋아하는 고양이들도 있다지만 린네는 일리히를 더 좋아하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동거 후에 마련한 바구니와 폭신한 수건을 별로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었다.


한 달이 지나자 현관문에 고양이 전용 출입구가 설치되었고, 일리히가 쓰는 침구는 털이 박히지 않는 툭툭한 면제품으로 바꿨다. 창고에는 고양이 전용 사료가 한 포대 생겼으며 빗도 추가되었다. 다행히 욕실용품은 일리히가 쓰고 있던 것도 순한 것이라 린네가 쓰기에도 문제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고양이지만 사람에 가까운 행동을 보이는 고양이인 덕에 린네는 장난감을 그리 즐기지 않았다. 일리히의 무릎을 차지하고 앉는 거나 테이블에 드러눕는 모습을 보면 고양이다웠지만 낚시 장난감도 좋아하지 않고 쥐모양 인형은 거들떠도 안 봤다. 하기야 평소 업무가 쥐 사냥이었으니 실물도 아닌 인형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린네가 가장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다름 아닌 일리히였다.


“확실히 자가가 이런 때 좋네요. 세 들어 살면 집 옮길 때는 편한데 대신 집을 마음대로 고치기가 어려우니까요.”


“복원하면 가능하잖아.”


“그게 어렵잖아요.”


고양이 급식소를 맡으면서 일리히의 교우관계는 이전보다 확연히 넓어졌다. 다른 급식소를 담당하는 봉사자들과도 인사만 주고 받다가 차츰 말을 섞고 가끔 함께 차를 마시자, 아는 사람들도 도서관 직원이나 도서관 단골 이용자들보다 더 넓어졌다. 이렇게 고양이는 일리히의 삶을 바꿨다.


“그보다, 혹시 고양이들이 사람 먹을 것에 그렇게 관심을 가지나요?”


찻잔 정리를 하다가 문득 떠오른 일이 있어 일리히는 파이안에게 물었다. 도서관 근처의 고양이 쉼터를 오래 관리해왔던 파이안은 일리히와 린네가 동거하면서 가장 많은 도움을 주었기에 이번에도 좋은 답을 주지 않을까 싶었다.


“고양이마다 다른데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는 종종 사람 먹을 것도 달라고 하거든. 개보다는 덜하다고 들었는데 그것도 성격차야. 우리집 네 마리도 한 녀석은 나 밥 먹을 때마다 빤히 보면서 달라고 하지만 다른 셋은 고기 먹을 때나 가끔 관심을 보여. 린네가 그래?”


파이안의 대답에 일리히는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제가 먹는 모든 먹을 것에 얼굴을 들이밀고 검수하더니 최근에는 먹으려고 하더라고요.”


“다?”


“다는 아니고 짠 음식은 냄새만 맡고 마는데 아침 식단은 관심이 많아요. 오늘 아침에도 오믈렛이랑 구운 채소 먹는데 오믈렛을 먹으려 들길래 밀어냈거든요. 어제의 요거트도 관심이 많았고, 그 전에는 코티지 치즈도 그렇고. 아. 저녁 먹을 때 맑은 국물이면 높은 확률로 달라붙어요.”


“특이하네. 뭐, 채식하는 고양이도 있으니 아주 특이한 건 아니지만 일단 네 음식에 관심을 보이는 건 좋아서 그런가 본데?”


파이안이 놀리자 일리히는 쑥스러운 듯이 웃으며 업무처로 빠른 발걸음을 옮겼다. 린네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매번 듣는 소리지만 누군가가 자신에게 전폭적인 애정을 보여준다는 것은 가슴 한 구석이 몽글몽글하고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처음으로 생긴 가족이라 그런가 싶었다.


그 뒤에도 꾸준히 관찰하며 깨달은 사실이지만 린네는 짜거나 매운 음식에는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매운 음식을 먹으려 할 때는 멀찍이 떨어졌고 짠 냄새가 많이 나는 음식도 달가워하지 않았다. 그런 음식을 자주 먹는 편은 아니지만 먹을 때마다 식탁에서 멀리 떨어진 곳을 찾는 모양이 그랬다. 대신 짠 음식이 나올 일이 드문 아침 식사는 꼭 참견했다.


“가장 많이 참견한 건 유제품이예요.”


“치즈?”


“크림치즈도 그렇지만 우유가 들어간 건 다요.”


오늘은 오후 느지막이 도서관 회의실에서 고양이 집사 모임을 가졌다. 원래는 업무 협조를 구하기 위한 회의였지만 예상보다 회의가 빨리 끝나자 그 뒤에는 고양이 이야기가 이어졌다. 그 자리에 있었던 직원들이 고양이를 키우고 있거나 키울 예정이라 서로 자연스레 흘러간 덕이었다. 그래서 일리히는 수첩을 꺼내들고 꾸준히 적어두었던 린네의 음식 관심사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놓을 수 있었다.


“같이 우유가 들어가도, 카레는 좋아하지 않는데 크림스튜나 크림수프, 하여간 크림소스가 들어간 음식은 다 관심이 있더라고요. 가장 좋아하고 먹고 싶어하는 것은 크림치즈류고요. 지난번에 티라미수를 만들려고 마스카포네 크림을 꺼냈더니 내놓으라고 난리치더라고요. 주면 안된다고 해서 밀어냈더니 어제 아침에는 토라져서 나갈 때도 얼굴 안 보여줬어요.”


일리히는 말하면서 웃었지만 속은 쓰렸다. 항상 쫓아오던 시선이 어느 순간 돌아서서 외면하는 것을 보는 순간 심장이 쿵 떨어졌다. 처음 만난 날은 우유를 주었지만, 수첩에는 우유는 소화를 못해 문제가 생기기 쉬우니 주지 말라는 경고가 있었고, 그래서 아예 안 주려 했지만 가끔 유제품이 식탁에 오르면 참견하는 린네를 보며 미안한 마음도 분명 있었다.


“그렇게 먹으면 안 될 음식에 끼어들 때는.”


일리히의 시무룩한 얼굴이 안되어 보였는지 비키스트, 통칭 비키가 입을 열더니 살짝 뜸을 들였다.


“그럴 때는요?”


“인간이 되면 줄게.”


눈앞에 자신의 고양이 미미가 있는 것처럼, 비키는 훈계하는 어조로 말했다. 순간 다들 폭소를 터뜨렸다. 과연. 고양이가 인간이 된다면 인간의 신체를 가지는 셈이니 특별한 문제없이 인간이 먹는 음식을 먹을 수 있을 거였다.


“근데 실제로도 케이스가 없지는 않아. 고양이가 인간이 된 경우. 장수족도 그렇지만 겉으로 봤을 때는 별로 티가 안나잖아. 고양이들 중에도 종종 인간으로 변신이 가능한 애들이 있다던걸. 도서관 고양이 중에서도 가끔 이야기 나왔고 학당 내에서도 몇 보고가 있긴 했어. 많지는 않지만.”


진제르는 장수족이며 도서관 고참으로 상당히 오랜 기간 동안 도서관 내 이용자 교육을 전담해왔던 터라 그런 이야기에 빠삭했다. 학당은 일반화하기 어려운 여러 특이사례들이 많이 모였고 관련 기록과 자료를 모으기 위해 도서관과 기록관이 협력하는 터라 쌓인 자료 규모는 타의추종을 불허했다. 장수족이 많은 도서관 사서들은 각자 후임을 한 명씩 끼고 둘이 한 조로 활동하며, 그렇게 도서관의 지식과 정보를 전수해갔다. 그 자산들은 모두 이용자들에게 원활히 자료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르네는 그 크기부터가 특이한 걸요. 보통 고양이의 1.5배쯤 되는데 또 다른 고양잇과 동물은 아니고요. 분명 고양이는 고양이인데.”


“그래서 무거워요. 처음 집에 들어왔을 때 제 침대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자다보니 들어 옮기려는데 무게가 상당해서 결국 포기하고 같이 잤거든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요즘에는 그냥 같이 자요.”


“아, 맞아. 고양이들이 꼭 침대 시트 좋은 건 알아가지고 말이지. 문제는 그 털인데…….”


“털이 문제죠.”


모여 있던 이들은 다 같이 한숨을 내쉬었다. 아무리 마법이 있다 한들 털을 완벽하게 제거하는 것은 무리다. 어떻게 해도 털 몇 올 쯤은 옷에 붙여 있고 어딘가에 굴러다니기 마련이었다. 고양이와 함께 한다는 건 결벽증이 있는 이들에게는 참으로 힘든 일이고, 결국에는 고양이를 보내거나, 결벽증을 보내거나 양자 택일을 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그래도 깔끔떨며 청소하면 그럭저럭 버틸 수는 있어요. 눈 감는 부분도 분명 있지만.”


결벽증으로 유명했지만 고양이 케리스를 들인 뒤 완벽한 청소에 대한 집착을 버렸다던 릴리스트는 웃음으로 정리하며 모임을 마무리 했다.




그리고 그날 오후. 약간 열이 오른다 싶은 낌새에 일리히는 후임에게 업무를 넘기고 조금 이른 퇴근을 서둘렀다. 몸 상태를 보니 오랜만에 불청객이 찾아올 모양이었다. 서두른다고 해도 저녁거리 장까지 보고 나니 생각보다는 늦어져 아슬아슬하게 현관에 도착했을 때, 문을 닫고 나니 몸은 이미 줄어 있었다. 그리고 오늘은 출근하지 않아 내내 집에서 굴러다니다 마중 나온 르네의 눈은 지금까지 보았던 그 어떤 때보다 크고 동그랬다.


“아하하. 놀랐어?”


놀라다마다. 르네는 눈이 커진 것은 둘째치고 몸이 굳어 석상처럼 미동도 하지 않았다. 일리히는 일단 신발을 벗고 몸에 맞지 않는 옷들을 하나씩 벗어 내렸다. 그리고 옷들과 바닥에 내려놓았던 가방을 한데 모아 끌어안고는 침실로 향했다. 그 때쯤에는 정신이 돌아온 르네도 안절부절 못하며 일리히의 뒤를 졸졸 따라왔다. 그리고는 바른 자세로 일리히 옆에 앉아, 일리히가 옷 갈아입는 것을 하나하나 바라보았다. 그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일리히는 르네가 온 뒤로는 한 번도 연 적이 없었던, 그래서 르네가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옷장을 열었다. 그 안에는 평소 입던 옷과는 확연히 크기가 다른 옷들이 걸려 있었다.


“이럴 때 꺼내 입는 옷이야. 1년에 몇 번 정도 이러는데 딱 언제다 싶게 찾아오는 것은 아니고, 그냥 이렇게 몸이 줄어들 때는 감기 걸린 것처럼 몸이 으슬으슬해. 감기랑은 조금 다르기 때문에 눈치채거든. 오늘은 그래도 퇴근시간에 맞춰서 다행이야. 그렇지 않았다면 도서관에 따로 둔 옷으로 갈아입고 퇴근했어야 하니까.”


일리히의 목소리 톤도 이전과는 조금 달랐다. 아직 변성기가 오기 전인지 목소리의 톤이 높았다. 그래서인지 어린 모습의 일리히는 재잘거리는 것 같다는 소리를 자주 들었다. 나이만 어려졌고 그나마도 아주 어려진 것이 아니라 2차 성징이 오기 전의 모습인데 그런 귀여운 반응이라 나름 즐기고 있었다.


“왜, 린네?”


아까보다는 진정했는지 동공크기는 아주 조금 줄었지만 여전히 동그란 눈을 한 린네는 그 뒤로도 일리히의 발치에서 졸졸 쫓아 다녔다. 심지어 평소 같으면 하지 않았을, 샤워하는 동안 욕실 앞 매트 위에 올라 앉아 야옹거리며 일리히를 기다리는 짓도 했다. 반응이 다르니 재미있기도 하고 많이 놀랐나 싶어 안쓰럽기도 하지만 저기 보이는 것은 보통 고양이가 아니다. 그러니 평소보다 닭고기 햄을 하나 더 건네는 일은 하면 안된다며 일리히는 애써 린네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했다.


저녁식사 후 자리를 정리한 뒤 평소처럼 침대에 책을 들고 올라가자 린네도 냉큼 따라 올라왔다. 최근에는 발치에 자리를 잡더니 일리히의 몸집이 작아진 오늘은 바로 옆에서 잘 모양이었다. 몇 번인가 몸 위에 올라타 자려다가 숨이 막힌 일리히가 밀어내자 토라져서 발치에 자리를 잡았는데, 오늘은 일리히의 옆구리에 딱 달라붙어 그대로 잠이 들었다. 원래도 일찍 잤지만 오늘은 평소보다 더 빨랐다. 그 뜨끈뜨끈한 열기가, 생명력이 다가오는 느낌이 참 묘해서 일리히도 평소보다 일찍 책을 접고 잠자리에 들었다.


몸이 작아지면 일리히의 업무도 바뀐다. 작은 몸으로도 참고봉사를 할 수 있지만 이번에는 후임인 에이게르에게 맡길 생각이었다. 한 달 쯤 옆에서 업무를 들여다 보았던 데다 오늘 전달할 사항은 특별히 어려운 일이 없었다. 무엇보다 요일 패턴을 확인했을 때 오늘은 어려운 질문이 들어오지 않을 것이었다. 하루쯤은 맡겨보는 것도 좋겠다 싶어 도서관으로 종종 걸음 쳤다. 아침부터 덩달아 일리히의 뒤를 졸졸 쫓아다닌 린네는 그대로 따라서 출근했으며, 덩달아 도서관 로비 한 쪽, 참고정보 전용 데스크에서 일리히가 에이게르에게 아침 업무 사항을 전달하는 사이 천창으로 내려오는 햇살에 반짝이는 먼지들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물론 꼬리는 시계추처럼 따로 움직였다.


“오늘은 특별히 어려운 수업이 없으니까 정보 요청도 대개는 대응할 수 있을 거예요. 급한 일이 있으면 보내세요.”


도서관의 직원용 식별 카드는 목걸이처럼 길게 늘어뜨리기도 하고, 팔에 감아 두기도 하는 등 직원마다 다양하게 이용했지만 대개는 목에 걸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에이게르나 일리히도 도서관 이용자가 알아보기 쉽도록 목에 걸고 있었다. 일리히는 예비용으로 하나 두고 있던 작은 식별카드를 린네의 목에 걸어 주었다. 달랑 거리는 통에 린네가 몇 번 고개를 흔들어보더니 곧 익숙해진 듯, 잠잠해졌다. 그 모습을 보며 에이게르는 잠시 미소를 띄웠다.


“함께 들어가시게요?”


“응. 신간 체크는 매번 하더라도 서가 둘러보는 걸 하지 않으면 또 정보 조합이 안되니까요.”


일리히는 아래쪽 서고에 있을 것이니 급한 일이 있으면 호출하라고 하고는 린네와 같이 종종걸음 치며 서고로 들어갔다.






학당의 도서관은 일반 열람실과 서고로 나뉜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서고의 규모가 훨씬 크며, 일반 열람실에서 5년 평균 이용률이 1회도 안 되는 도서는 서고로 옮긴다. 서고에서도 이용자가 찾는 책은 도로 열람실로 올라오지만 그런 경우는 많지 않다. 서고의 출입은 허가를 받은 일부 이용자를 제외하고는 사서만 가능하기 때문에 서고로 들어오니 조용하다. 린네는 도서관 로비에서부터 일리히의 뒤를 따라왔지만 다들 눈치채지 못했다.


“륜.”


마침 회의에서 나온 륜이 눈앞을 지나가길래 일리히는 륜을 불러 세웠다. 그제야 일리히에게 붙은 비인식마법 흔적을 발견한 륜은 마주 웃었다.


“이런. 꼬마구나.”


“린네도 같이 있어요.”


린네는 륜이 쉽지 않은지 슬쩍 몸을 빼고 일리히의 뒤에 숨어 있다가 들키자 모른 척 고개를 돌렸다. 용이 된 이후에는 종종 그런 반응을 받았던 터라 륜은 익숙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시간 나는 김에 차 한 잔 하고 가지?”


일리히가 륜을 붙잡은 목적은 도서관 근무 장소의 일시 변경이었고, 륜은 일리히가 원하는 대로 잠시간 위층 참고봉사 담당자인 엘러퀴안을 참고봉사 주담당자로 임시 배치했다. 에이게르는 아직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되었지만 일리히의 아래에서 몇 년 일을 배우고 단독 참고봉사를 시작한지 3년째인 엘러퀴안이 보조한다면 충분히 도서관 로비의 참고봉사를 책임질 수 있을 것이었다. 무엇보다 일리히가 언제쯤 다시 성인의 몸으로 돌아올지 모르니 임시 배치가 상당히 길어질 가능성도 있어서 일단 일주일간 상황을 보고는 그 뒤에 업무를 바꿀지 대비할 필요도 있었다.


“아니면 잠시 쉬어도 되지 않나. 유급휴가가 꽤 쌓였을 건데?”


“일을 하지 않으면 심심해서요. 도서관에 와도 일하러 오는 쪽이 즐거워요. 그래야 쉴 때 도서관에 오면 느긋하게 즐길 수 있으니까요.”


잠시 쉬라고 넌지시 건네는 말에 일리히는 살풋 웃으며 답했다.


“그리고 이런 때가 아니면 린네랑 돌아다니는 것도 못할 테고요.”


이야기를 나눈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지만 그 덕에 고양이는 닭고기 육포 한 덩이를, 꼬마는 차 한 잔과 큼직한 쿠키 한 조각을 얻어 먹고 흐뭇한 마음으로 서고에 들어갈 수 있었다.




서고는 책을 보관하기 위한 공간이라 여름에도 항상 서늘한 온도를 유지했다. 적정한 온도와 적정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은 책 보관의 기본이며, 조명도 마찬가지로 열람실보다 낮은 조도를 유지했다. 일리히는 서고 안에서 만난 다른 이용자들과 한담을 나누기도 하면서 서가 여기저기를 돌아다녔다. 그 사이 린네는 서가 꼭대기 맨 윗부분을 탐험하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눌러 참아가며 뒤를 쫓았다. 한 자리에서 오래 있는 것 같으면 그 근처 책장의 빈 공간을 찾아 몸을 말아 넣고 고양이 잠을 청했다. 한잠 자다 나오면 일리히는 서가를 따라 빙글뱅글 지그재고 움직여 저 멀리 가 있다. 린네가 일어나 발 딛는 소리를 들은 건지, 일어날 때면 살짝 타박타박 발소리를 내며 서가 밖 통로로 얼굴을 내밀어 린네가 따라 올 수 있게 했다. 린네가 기지개를 쭉 켜고 종종 걸음으로 따라가면 일리히는 웃으며 맞아주었다. 린네도 신이 나서 일리히의 다리에 몸을 비비다가 눈높이의 책들을 들여다보기도 하고, 냄새 맡기도 했다. 희한하게 여기저기에 다른 동물의 냄새가 묻어 있었다.


“아, 가끔 서고에도 고양이나 개들이 들어와. 쥐나 다른 동물들이 들어와 있는지 확인하고 가끔은 벌레로 훼손된 책을 찾기도 하고.”


물론 마법을 쓰는 방법도 있긴 하지만 살충 마법은 해충과 익충을 가리지 않고 일괄적으로 죽이는데다가 자칫 책에 걸린 검색 마법 시스템, 세비아누와도 충돌을 일으킬 수 있어 아직은 쓰지 않았다. 사용할 때는 심각하게 벌레 먹은 책들만 골라서 살충마법을 돌리고, 다시 검색 술식을 걸고 나서야 서고로 돌아왔다. 책을 관리하는 마법들은 보수적인 성격의 사서들 때문에 오랜 기간 동안 검증을 거친 뒤에야 도서관에 들어왔다. 예외적인 것은 검색 마법 시스템인 세비아누였다. 걸려 있는 마법 자체가 굉장히 단순하고 간결하여 기존의 다른 마법들과 충돌하지 않으며, 처음에 도입할 당시에는 수많은 책들에 마법을 하나 하나 걸어야 하는 문제가 있었지만 한 번 도입한 뒤에는 유지 보수가 간결했다. 그 때문에 최초 제안자인 세비아누 이리스의 이름을 따서 시스템 자체가 세비아누라 불렸다.


“시스템이 발표되었을 때 륜은 왜 진작 그 생각을 못했냐며 투덜댔지만. 그 다음에 투덜 댔던 건 책들에 마법을 거는 과정이었어. 도입은 빨리 했지만 책이 워낙 많으니까 작업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렸거든. 그래도 새 책부터 마법을 걸어서 차근차근 확대하니까 다 끝나긴 하더라.”


평소라면 조용히 있었을 건데 들어주는 고양이가 있으니 일리히는 작지만 또랑또랑한 말소리로 재잘댔다. 서고에 들어온 것도 좋았지만 린네와 같이 들어와 누군가 말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더더욱 좋았다. 그래서 살짝 들떠 있는 김에 다리 아픈 줄도 모르고 맴돌았다.


일리히가 하고 있는 작업은 보통 서가 탐색이라 부른다. 하지만 일리히는 서가 하나가 아니라 서고 전체를 훑고 있으니 서가 탐색보다는 서고 탐색으로 보는 것이 옳다. 특정 도서를 목적으로 하는 검색과는 달리, 탐색은 서가, 서고 내에 꽂힌 책들을 훑는 작업이다. 도서관의 책들은 들어올 때 책이 가진 주제에 따라 분류기호를 받고, 그 분류기호와 저자기호를 조합한 청구기호에 따라 서가에 꽂힌다. 청구기호는 모든 책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같은 분류기호 안에서는 저자에 따라 책이 꽂힌다. 일리히의 서고 브라우징은 서가를 따라 천천히 걸어가면서 관심 있는 책은 목차를 확인해 책의 내용을 확인하고, 다시 꽂아 넣어 가면서 주제구조를 확인하는 것이다. 물론 기존의 책에 더해 새로 들어온 책을 매번 확인하면서 이용자들에게 제공할 자료를 업데이트 하기도 하지만, 가끔 시간을 내어 이렇게 서가를 둘러보면서는 학자들의 요청, 수서 담당 사서의 업무, 분류 담당 사서의 주제 부여에 따른 도서관 각 주제분야를 재확인하는 것이다. 들어온 책을 확인할 때는 일리히의 주제별 분류에 대한 견해가 가장 영향을 주지만 도서관 내 서가에 배열하는 것은 분류 담당 사서들의 업무이므로 다른 사람의 의견을 참고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종종 전문 학자들의 요청에 따라 주제가 바뀌는 경우도 있어 그런 정보도 꾸준히 갱신했다.


“궁금한 책이 있으면 말해. 꺼내줄게.”


복잡하게 말할 필요 없이, 이용자들이 요구하는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많은 정보를 알고 있어야 하고, 가끔씩 그 정보들을 꺼내다가 재구조화 할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참고봉사를 쉴 때면 직접 서가에 올라와 이리 기웃, 저리 기웃하면서 책들을 확인하고 머릿속에 든 서가 정보를 갱신하는 것이 일리히의 일이다. 물론 업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서가를 돌아다니면서 그냥 노는 것으로만 보일 것이고, 업무를 아는 사람이라 해도 서가 여기저기를 훑는 것이 업무 예비 작업이라는 것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한다. 그나마 일리히와 오래 일해 온 사서들이나, 자주 찾아오는 이용자들은 알아준다.


‘뭐라 해도 도서관은 단골 장사야.’


학당에서 도서관은 그 자체로도 존재 의미를 가지지만 가능한 많은 이들이 이용하면 좋은 것은 당연하다. 그렇다고는 해도 도서관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들이 앞으로도 더 자주 이용할 것이란 점은 자명했고, 이용하지 않는 이들은 앞으로도 이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 어떤 계기를 만들려고 노력하는 것은 교수들과 사서들이었다. 학당에 근무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도서관은 굉장히 큰 의미를 가졌다. 그리고 그건 진지하게 서가를 바라보는 저 고양이도 마찬가지인 모양이었다.




서가 탐색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 어차피 언제 몸이 돌아올지 모르니 일리히는 느긋하게 마음을 먹었다. 당황한 것처럼 보였던 린네도 적응한 모양이고 잠시 휴식기를 가지면서 주제분야 업데이트 하는 것도 나름 좋았다. 에이게르에게는 업무 시간 시작하자마자 찾아가서 그 전날의 업무가 어땠는지 듣고, 질문을 받아 답변하며 가르쳤다. 옆에서 지켜보던 가닥이 있어 어렵지 않게 업무를 이어나갔지만 그래도 일리히만큼 방대한 이야기를 하지는 못했다. 그렇다보니 일리히와 연이 있던 학자들은 직접 일리히에게 답을 듣길 원했다. 그런 상담은 참고정보 공간 안쪽으로 있는 상담실에서 시간을 잡아 진행했다. 그렇게 오래 걸리지는 않다보니 린네는 일리히의 모든 활동에 함께했다. 처음에는 낯설어 했던 학자들도 며칠 지나니 슬슬 익숙해진 모양이라 고양이가 있건 말건 신경쓰지 않았다. 일리히가 가능하면 털이 날리지 않도록 신경 써서 철저하게 관리한 것도 중요했다.




그리고 일주일 째. 평소와 같은 시간에 일어난 일리히는 당황했다. 발치에 있어야 할 검은 고양이는 어디로 가고, 회색 고양이 한 마리가 머리맡에 똬리를 틀고 있었다. 몸집이나 체형은 린네와 닮았지만 털색은 확연히 달랐다. 그나마 눈을 떴을 때, 린네의 눈이라는 걸 확인하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너도 다른 고양이로 변신할 수 있는 거야?”


일리히가 턱을 간질이며 묻자 눈을 게슴츠레하게 뜬 린네는 기지개를 죽 켜고 거울 앞에 다가갔다가 일주일 전에 그랬던 것처럼 또 한 번 석상이 되었다. 그 모습에 일리히는 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물론 린네는 토라졌고, 아침밥을 챙겨 이름을 부를 때까지도 내내 뾰로통한 모습을 보였다.


낯선 모습이라 그런지 그날은 고양이 쉼터에 가는 동안 따라오지 않았다. 저녁 때 도서관으로 마중 나왔을 때는 평소와 다른 없는 검은 털이어서 안심했지만 그 다음날 아침 침대에서 발견한 건 샴이었다. 특유의 털 색 때문에 몰라볼리 없었는데, 깨워 확인했을 때 눈만큼은 샴 고유의 하늘색이 아니라 린네의 녹색 섞인 노랑 눈이었다. 그 눈 덕에 더 특이해 보였지만 그것도 곧 익숙해졌다. 항상 같이 다니다보니 날마다 얼굴을 마주하던 에이게르도 그러려니 하던 통에 이상함을 못 느꼈고, 그나마도 이번에는 열흘만에 원래 나이대로 돌아온 덕에 제대로 휴가를 누리지도 못해 정신이 없었던 터라 그러려니 생각하고 넘어갔다. 그리하여 그 며칠 뒤, 샴의 모습으로 변신한 린네가 고양이쉼터 회의 자리에 동석했을 때, 다른 사람들이 놀라는 모양에 그제야 특이함을 깨달을 수 있었다.


“하기야 본인도 나이가 줄었다 늘었다 하는 판에 고양이가 종을 바꾼 것은 그리 이상할 것도 없겠지.”


틀린 지적이 아니었다. 어느 새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었으니. 일리히는 슬며시 웃으며 찻잔을 린네에게 가져다 댔다. 적당히 식은 것을 확인한 린네는 홀짝 거리며 민트티를 받아 마셨다.


원래의 모습 외에도 다양한 고양이로 변신하는 건 가능했지만 여전히 고양이는 고양이였기 때문에 아침의 유제품 관련 전투는 계속되었다. 하드치즈는 염분이 강해서 짠 냄새 때문인지 신경 안 쓰지만 소금이 거의 안 들어간 코티지치즈와 마스카포네 치즈에는 관심가지는 걸 넘어서 열광하던 떠올리면 입이 상당히 까다로운 고양이였다.


그런 연유에서 그 다음 두 주 정도는 아침 밥상머리에서 우유를 빤히 바라보는 린네의 시선을 견디다가, 그 다음 주부터는 우유를 밥상에서 제외했다. 어차피 점심 도시락으로 우유를 마시면 문제없었기 때문이었다. 대신 아침상을 차릴 때마다 린네의 우울한 눈매를 마주해야 했다. 결국 한 달쯤 버티다가 두 손 들고 린네 몫의 우유를 따라주기 시작했다. 그 다음은 린네가 두 손 두 발을 들 차례였다. 한두 번은 괜찮았지만 곧 유당분해효소가 없음을 배탈로 증명했던 것이다. 그 뒤로는 먹기 이전으로 돌아가 그림의 떡을 보는 듯한 그윽한 눈길로 우유를 마주했다. 덕분에 일리히는 ‘인간이 되면 괜찮게 먹을 수 있을 거야’라는 말을 달고 살았다. 우유를 소화시키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른 유제품은 시험해보면 먹을 수 있을 거라는 설명과 함께.


그래서였는지 어느 날 아침, 품안에 고양이귀를 달고 있는 꼬마가 안겨 있었을 때도 일리히는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다. 아이의 추정 연령대는 12세 정도. 일리히의 품 안에 쏙 들어오는 정도였다. 흔들어 깨우자 줄음이 덕지덕지 붙은 눈을 손으로 비비다가, 손을 확인하다가, 후다닥 침대에서 내려가다가 긴 다리에 이불이 걸려 하마터면 그대로 고꾸라질 뻔하다가, 기다시피 가다가, 일리히의 도움으로 거울을 마주했다. 나란히 서보니 키는 일리히의 가슴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였다.


“린네, 소원 성취 하겠네.”


다리가 풀리는 린네의 허리를 잡아채 거울 앞에 앉혀주고 일리히는 씻으러 들어갔다. 씻고 나오니 침대를 짚고 다리를 움직이려 노력하는 린네가 보였다. 아무래도 네 다리로 걷다가 두 다리로만 중심잡고 걸으려 하니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몇 번 휘청이더니 곧 균형을 잡고 안정적으로 걸었다. 두 다리로도 문제 없이 걸을 수 있게 되자 기쁜 얼굴로 창문을 열고 이불 정리를 했다. 그리고 방을 나오려다가 도로 들어가 옷장문을 열었다. 그제야 알몸이라는 걸 자각했기 때문이었다.


“옷은 내가 작을 때 입는 옷 아무거나 골라도 돼.”


씻고 나온 일리히는 옷장 안쪽에 넣어두었던 새 속옷을 꺼내 주었다. 털이 있어 옷 입을 일이 전혀 없다가 매끈한 피부에 천을 걸치다보니 이모저모 낯선 모양이었다. 속옷을 입고는 불편한 듯 이리저리 몸을 틀다가 그럭저럭 적응되자 그 다음에는 통이 넓은 반바지와 넉넉한 크기의 긴팔티를 입었다.


출근하기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있었다. 고양이 귀의 인간모습을 한 린네가 옷을 다 챙겨 입은 걸 확인하고는 식탁으로 불렀다. 이전에는 그냥 식탁 위에 올라갔지만 이제는 의자에 앉아야 한다. 넓은 탁자라 다행이고 의자가 여러 개라 다행이라 생각하며 일리히는 의자를 빼고는 불렀다. 그리고 잽싸게 달려온 린네를 앉히고 그 앞에 훈제 생선포를 넣은 죽과 우유 한 잔을 놓렸다.


“오늘은 어떨지 모르니 우유 마셔보자.”


우유를 보는 린네의 눈이 유난히 빛났다. 린네가 인간으로 변한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여긴다는 자각은 있었지만 다양한 고양이로 변신하는 린네가 언젠가는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서 그런 모양이었다. 수인형도 여럿 있으니 처음에는 고양이었다지만 인간으로 변하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었다. 무엇보다도,


‘저렇게 우유 마시는 걸 보면 정말로, 인간이 된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드니까.’


소중히 두 손으로 우유 잔을 들고 꿀꺽꿀꺽 마시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흐뭇한 마음에 절로 입가가 풀렸다. 그렇게 넋 놓고 보고 있다가 하마터면 아침 식사를 놓칠 뻔한 일리히는 시계를 확인하고 서둘러 아침을 챙겨 먹었다. 물론 죽을 떠오기 전에 린네에게 우유 한 잔을 더 따라주는 건 잊지 않았다.


인간으로 변한 린네는 죽도 잘 먹었다. 아마도 말린 생선으로 국물을 우려 끓인 죽이라 그런 모양이었다. 인간으로 변했으니 특별히 가리는 음식은 없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혹시 모르니 관찰할 요량으로 수첩에다 먹은 것들을 기록해두었다. 맛있게 아침 식사를 잘 먹은 린네는 나가기 전 잠시 머뭇거리더니 도로 고양이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인간일 때 우유 먹은 걸 고양이 모습으로 소화시키는 건데 괜찮을까?”


짧은 침묵이 흐르고 뒤이어 린네가 대답했다.


“애옹.”


단호한 대답이어서 일리히는 웃고 넘어갔다.






그날 오후,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한 일리히는 바쁘게 움직였다. 미리 주문했던 침대 매트리스 추가분이 도착한 참이라, 린네의 도움을 받아 침실의 침구를 다 꺼내고 거기에 새 매트리스를 연결했다. 매트리스는 수지(樹脂)로 만드는 것이 보통이라 확장이 자유로웠다. 새로 매트리스를 주문한 뒤 원래 매트리스의 옆에 수지와 아교를 섞어 만든 풀을 바르고 매트리스를 붙이면 끝이었다. 매트리스 받침대도 확장한 만큼 추가하여 이리저리 옮겨 정리했다. 둘이 작업하니 대략 한 시간 만에 침실 정리가 끝났다.


“침실에 탁자만 하나 놓길 잘했어. 덕분에 매트리스 더 놓을 자리가 있었네.”


“응.”


옷장에 있던 여러 이불 중 마음에 드는 초록 이불을 집어든 린네도 흐뭇한 얼굴이었다. 일리히는 오늘 점심, 알렉세르에게 아이디어를 얻어 온 우유젤리와 동그랗게 자른 과일, 나타드코코를 섞어 우유를 부은 화채를 대접했다.


그 후로도 며칠간은 날마다 장보기가 반복되었다. 일리히의 옷이 있었지만 더 필요하다며 린네의 옷과 신발을 추가 구입하고, 컵이나 그릇, 집에서 쓰는 일상 용품들도 식구가 늘었으니 덩달아 늘어났다. 그리고 곧 인간형 린네에 대한 소문도 학당 내에 상당히 퍼졌다. 나비당 사람들은 모임이 있었던 그 날 오후에 바로 들었다.


“캐드펠 교수님이 제일 먼저 아셨지요. 그 날 점심 때 먼저 가서 말씀드렸거든요. 린네가 고양이 모습으로 출근했으니 거기까지는 모르실 것 같아서. 근데 점심 때 가자마자 인간으로 변해서는 우유를 조르고 있더라고요.”


그 당황한 캐드펠 교수님의 얼굴이 떠올라 일리히는 슬며시 웃었다.


“그리고 여기?”


“네. 공식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그렇네요. 하기야 린네 에르브의 인사관리카드에 인간형을 추가했으니 그 정보를 볼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알았을거예요.”


그 열람 권한은 더 윗선이니 일반직은 모른다는 이야기다.


“우유 좋아한다더니 진짜 열렬히 사랑했나 보다.”


웃음기 묻어나는 발언이었다. 우유를 사랑하다 못해 고양이가 인간으로 변했다니, 이거 기록으로 길이길이 남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까지 등장하며 여기저기서 웃음이 터졌다. 한바탕 웃음이 휩쓸고 지나간 뒤 일리히는 입가에 여전히 웃음을 매달고는 입을 열었다.


“문제는 그건데, 신맛이 돌지 않는 우유 간식이 뭐가 있을까요. 우유 외에 우유 디저트를 내놓으라는 요구를 받고 있거든요.”


“크림소스 계열은 다 가능하지 않아?”


“뭐, 그거야 당연하고요. 살짝 매콤하게 만든 크림소스도 곧잘 먹네요. 아주 매운 것은 무리지만. 산미도 아주 시큼한 발효 요거트는 안 먹고, 치즈도 짜거나 신맛이 강하면 손 안댑니다. 코티지치즈는 우유맛이 강하니 괜찮지만 크림치즈 중에서도 신맛 강한 것은 안먹어요.”


“까다롭네. 그러고 보니 마스카포네 치즈는 먹는다고 했지?”


“퍼먹지요.”


일리히의 한숨과 다른 사람의 웃음이 뒤섞였다.


“빙수는 어때요? 우유를 샤베트 얼리듯이 얼려서, 소르베 정도 되었을 때, 단팥을 섞는 거예요. 연유를 더 넣으면 우유맛도 강해지고 단맛도 더하고.”


“둘쎄데레체도 공방에서 팔걸요. 지난번에 우유잼이라며 나온 것 같던데. 그 왜, 원유를 오래 가열해 진득하게 만든 캐러멜 말이죠.”


“우유푸딩도 있잖아.”


“그건 이미 먹었어요. 마음에 들었는지 최근 며칠간은 자기 전에 꼬박꼬박 우유푸딩을 만들었고요. 이제 슬슬 레파토리를 바꿔야 할 거라 뭐가 좋을지 고민중이고요.”


일리히는 레시피를 적을 수첩을 아예 꺼내 들고는 체크하고 있었다. 수첩 하단에는 최근에 마지막으로 언제 먹었는지 연필로 적어두었다. 그래야 다양한 레시피를 돌려 먹일 수 있으니까.


“쌀푸딩도 우유맛이 강할거야. 거기에 건포도든 견과류든 섞어 줘도 좋을 거고. 아차, 초콜릿은 아직인가? 최근에 카카오 재배에 성공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메타 차원의 창조주는 이곳을 특정 세계의 자료수집 공간으로 구성했기 때문에 대부분의 문화도 그 세계의 문화를 닮았다. 커피와 차문화는 초기부터 도입되었는데, 희한하게도 초콜릿만큼은 도입이 늦었다. 그간 책 속에서 자주 등장하는 초콜릿이 무엇인지 매우 궁금해하던 소륜학당의 사람들은 최근에 야생 카카오나무를 발견하여 개량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접하고는 초콜릿 공방이 생기는 걸 고대하고 있었다.


“조만간 공방 들어온다고 하더라고요. 재배지에서 학당에 우선적으로 공급하겠답니다. 캐드펠 교수님의 제자 중 한 명이 개량 작업에 참여했다고 들었어요.”


열심히 받아 적던 일리히는 잠시 펜을 멈추고 대답했다.


“초콜릿은 조금 더 조심할 필요가 있어. 초콜릿은 개나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성분이 있다는 내용을 어디서 봤는데.”


공방이 들어온다는 말에 들떠서 대화를 나누던 사람들이 그간 얌전히 차만 홀짝이던 제로디안이 입을 열자 조용해졌다. 무엇보다 초콜릿은 처음 들어오는 디저트다보니 거기까지는 미처 생각을 못했던 터였다.


“지금 린네에게 우유는 괜찮다지만 초콜릿은 어떨지 모르니까 경과 봐가며 조금 뒤에 먹여봐. 그리고 다른 집들도 초콜릿 먹는 것은 절대 주의할 것. 고양이들이 초콜릿 먹으면 매우 위험하니까 말야.”


다들 퇴근 후는 포기하고, 일과 중에 잠시 짬을 내어 초콜릿을 시도하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나중에 초콜릿도 괜찮은 게 확인되면 초코 우유로도 시도해보고. 그, 초콜릿보다 우유비중이 훨씬 높은 걸로. 그리고 딸기 우유는?”


초콜릿이야 그렇다 쳐도 딸기우유는 아직 줘보지 않았다. 우유가 메인이다보니 우유맛을 살리는 쪽에 집중해서, 바나나 우유나 초코 우유, 딸기 우유는 생각도 하지 않았다. 보통 그런 섞은 우유는 흰 우유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을 위해 만드는 것이라 생각했기에 미처 떠올리지 못했다. 딸기 우유는 신맛이 돌지만 이정도면 허용범위 안일 듯했다. 무엇보다 화채에 들어간 딸기도 잘 먹었으니까.


그렇게 받아 적은 우유 관련 디저트는 상당히 많았다. 달걀도 다양하게 조리가 가능하지만 우유로도 이렇게 많은 음식이 가능한가 싶었다. 가장 먼저 메뉴로 오른 것은 우유 찐빵과 타락죽이라, 이 둘을 먼저 시도하기로 했다. 타락죽을 괜찮게 먹으면 그 다음은 쌀푸딩이다.





린네 덕분에 소륜학당의 우유 소재 디저트는 급속도로 증가했다.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심지어는 달걀노른자는 빼고, 흰자만 사용한 시트에, 농축 연유를 더해 우유 맛이 아주 진하게 도는 크림을 넣어 만든 케이크와 롤케이크도 등장했다. 린네를 위해 고안했다던 엔젤우유케이크는 당사자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제일 맛있는 건 역시 우유 그 자체야.”


단호하게 말하는 린네를 보며 일리히는 그저 웃었다. 우유 공방에 들어오는 다양한 종류의 우유를 하나씩 다 맛보며, 린네는 고양이가 아니라 매우 행복하다는 얼굴을 했다. 일 할 때야 고양이지만, 사람으로 돌아오면 우유를 양껏 마실 수 있어 좋은 모양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다양한 젖소 종에 따른 우유 지방분과 영양분 분석 논문이 있어 출력해 보여줬더니 진지한 얼굴로 탐독하고는 하나씩 맛볼 수 있냐고 물은 참이었다. 전부는 아니지만 몇몇 종은 우유 제품이 따로 나온 것이 있어 구할 수 있었다.


“이것도 수요를 따르기 때문에, 안 팔리면 안 나올 거야. 그래도 주문하면 다른 종류도 구할 수는 있다니 다행이다.”


아무래도 학당이 워낙 큰 고객이라 그런가, 개별 주문하면 맛볼 수 있을 만큼은 구입할 수 있다고 했다. 농장에 주문하면 바로는 아니더라도 구입할 수 있다니 다행이었다. 거기에, 각각의 우유도 그렇고, 각각의 우유푸딩도 만들어 본데다, 농장별로 달리 나오는 우유로 만드는 가열농축우유캐러멜도 하나씩 정복 중이었다. 둘쎄데레체, 우유과자라는 이름의 캐러멜은 대량의 우유를 오래 끓이거나, 고온고압의 솥에 넣고 가열하여 만드는 유당 캐러멜이었다. 그래도 단 것은 적당히 먹는 편이라, 큰 병이 아니라 작은 병으로 하나씩 사다 놓고 아침마다 서로 다른 둘쎄데레체를 빵집에서 갓 나온 우유식빵이나 브리오슈 등에 뿌려 먹으며 비교하는 노트를 채우는 것도 일이다. 캐드펠 교수의 연구 방식을 본 지 여러 해라, 서당개 3년에 풍월을 읊는다지만 연구실고양이 몇 년에 간단한 관찰노트 작성은 가능한 수준이었다.


“그건 린네가 이상한 거야.”


나비당 동료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일리히 본인 역시 자각하고 있었다. 덩치도 원래부터 그랬지만 어디에든 저런 고양이는 없다. 특이한 것이 잔뜩 모인 학당에도 린네는 고유한 존재에 가깝다. 굳이 따지면 수인이지만 고양이 수인 중에서도 우유에 홀려 고양이에서 인간으로 폴리모프한 경우는 매우 특이할 수밖에 없었다. 대개는 태생적 수인이었을 테니까. 하기야 학당은 온갖 희한하고 이상한 것들이 모이는 것이니, 린네처럼 특별한 존재가 생긴다 해도 이상할 것은 없다. 걱정되는 것은 원래 고양이인 린네가, 아무리 특이종이라고는 하지만 고양이의 수명을 따를 경우 일찍 이별할지도 모른다는 것으로, 다른 나비당 동료들은 앞서 나간 고민이라며 마구 웃었다.


“거꾸로 말야, 일리히.”


어느 날의 나비당 모임 때 진제르가 말했다.


“린네는 네가 다른 인간들처럼 일찍 죽을까 걱정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네가 장수족이란 걸 밝힌 적은 없지 않아?”


그 이야기를 듣고 난 날, 일리히는 저녁 후 우유타임 때, 린네를 붙들어 놓고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자신은 장수족이니 매우 오래 산다고. 린네는 일리히가 뜬금없이 왜 그런 이야기를 꺼냈을까 모르겠다는 얼굴로 그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야기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며 일리히는 유리병의 우유 뚜껑을 경쾌하게 열었다. ‘뻥!’





린네가 집에 적응하는 속도도 빨랐지만 일리히가 동거묘 혹은 동거인에 적응하는 속도도 빨랐다. 혼자 살던 기간이 매우 길었지만 누군가 들어오니 그것도 나름 좋았고, 무엇보다 린네는 원래 고양이라, 가장 좋아하는 것은 우유 음식 먹는 것이고 그 외에는 의자나 쿠션, 이부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골골거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고양이 중에는 스파이더캣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집안을 온통 헤집고 다니는 녀석들도 있고, 실제 나비당의 터줏대감인 파블로바, 통칭 파비는 하도 활발하게 집안을 헤집고 다니는 통에 둘째인 스핑크스를 들이고서야 집사일이 줄었다고 했다. 둘째 이름이 스핑크스가 된 까닭은 짐작할 수 있듯이 첫째 이름을 날아다니는 인물로 했다가 후회했기 때문이라 했다.


그래서 제로디안이 어느 날 일리히에게 질문을 던졌을 때서야 문득 깨달은 것도 있었다.


“혼자 살다가 동거인이 생기니 불편하지는 않아?”


기록관리학 특강을 맡아서 도서관사 자료를 정리하러 왔다던 제로디안이 던진 질문에 일리히는 곰곰이 생각하며 답했다.


“별로 불편하진 않아요. 아니, 불편하다는 생각 자체가 안 들었는걸요.”


“그래도 몇 십 년을 혼자 살았는데 낯설지 않아?”


“……그러네요. 낯설 법도 한데.”


일리히는 겨울이라 밭일 안 가고, 햇빛 잘 드는 도서관 홀 한 가운데서 도서관 직원들이 마련한 방석을 깔고 누워 자는 린네를 바라보았다.


“그렇지 않은 걸 보면 잘 맞나봅니다.”


“하기야.”


제로디안도 몇 대를 이어 고양이를 키우고 있지만 어디까지나 기록관 고양이로 키울 뿐이고 자신의 집에 들이지는 않았다. 나비당의 집사들 중에도 쉼터만 돌볼 뿐, 개인적인 집사를 맡지 않은 이들이 여럿 있었다. 고양이와의 관계가 지나치게 가까워지면 나중에 잃었을 때가 걱정된다는 사서걱정파와, 고양이가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걸 견디지 못할 것 같다는 나도영역파가 대부분이었다. 제로디안은 그 중 후자라 고양이를 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제로디안의 말이 걸렸던 건지 일리히는 그날, 퇴근길부터 시작해 집에 돌아온 뒤에도 계속 린네를 신경 쓰고 돌아보았다. 린네도 그 시선은 눈치 챈 듯 했지만, 린네는 평소대로 같이 돌아왔고, 씻고 나와서는 따끈하게 데운 우유 한 잔을 마셨으며, 저녁으로는 고소한 요거트에 그래놀라를 듬뿍 넣어 일리히와 함께 먹었다.


“린네.”


“응?”


평소처럼 거실에 깔린 러그에 앉아 책을 보다가도 문득 생각난 듯 린네를 바라보길 여러 번, 일리히는 드디어 입을 열어 물었다.


“지금까지는 내내 혼자 살았잖아. 그냥 밖에서 돌아다니고, 마음 편하게 아무 데서나 자고. 가끔 내킬 때는 캐드펠 수사님의 오두막에 들어가고.”


“응?”


“나랑 사는 게 불편하지는 않아?”


린네는 읽던 셰익스피어 식물 화집에서 고개를 들고 일리히를 바라보았다.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파악하고 싶었나, 린네는 대답 없이 빤히 쳐다보다가, 다시 책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응.”


아주 간단히 답해버린 린네는 기지개를 쭉 켬과 동시에 고양이로 변해 슬그머니 일리히의 옆으로 다가와 몸을 붙였다. 그리고 회색 러그에 검은 털을 뿜어내며 일리히의 무릎에 머리를 비볐다. 골골 거리는 소리는 덤이었다.


“응, 그래.”


더 많은 것을 물을까도 생각했지만 서로가 불편하지 않으면 그걸로 족했다. 나중에 불편을 느끼면 서로 말하고 서로 조율하면 되는 것이고, 이제부터 차츰 알아가면 되는 것이었다. 고양이 린네도, 인간인 린네도 동거인으로는 참 좋았다. 고양이 린네는 위로가 필요할 때 살짝 다가와 몸을 붙여왔고, 인간인 린네는 고양이보다는 존재감을 뚜렷하게 보이며 우유 간식 찾는 일 같이 재미있는 삶의 사건을 만들어 낸다. 앞으로는 어떨지 두고 봐야 아는 일이지만, 적어도 지금의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에 만족했다.








린네 에르브는 오늘도 우유를 먹고 마신다. 오늘의 아침 메뉴는 홍차를 조금 넣은 데운 우유와, 분유를 넣어 우유맛이 더 담뿍 감도는 우유식빵을 구워서, 갓 짠 우유를 지방분 걷어내지 않고 은근하게 가열해 만든 둘쎄데레체를 바른 것이다. 거기에 디저트는 약간의 단맛을 더해 조린 팥을 얹은 우유 푸딩. 오늘의 식단은 언제나 그렇듯 우유판이다.

본식보다는 주식이 맞나요. 하지만 요즘의 주식도 여러 모로 간식을 주식 삼는 일이 많아 사실 구분은 잘 안됩니다. -ㅁ-a 영양 문제가 좀 심각해지다보니 손톱도 잘 깨지고, 감기도 오래간다 싶네요. 단백질 섭취를 늘려야하는데 매번 빼먹으니 원. 이 모든 것은 게으름과 자금 난조가 문제입니다. 올해는 용돈 비중을 좀 조절해야겠네요.





혜화동 아뻬의 러시아식 벌꿀 케이크와 까눌레입니다. 벌꿀케이크는 먹어본 것으로 만족하고, 까눌레는 꾸준히 사다먹을 예정입니다. 기회가 된다면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것도 도전할만 한데 주말에는 집에만 틀어 박혀 있으니 나가기가 어렵네요. 새해에 해볼 일 중 하나입니다. 아뻬에서 카페라떼와 까눌레 시켜서 노닥거리기.







스타벅스의 말차 VIA. 달달한 것이 땡길 때 은근 좋습니다. 무엇보다 따뜻하게 우유 데워서 섞어 먹으면 요즘에 참 좋지요. 하지만 가장 맛있는 말차라떼는 요지야 말차라떼이며, 스타벅스는 그 아래입니다. 덧붙이자면 말차라떼를 썩 즐기는 편은 아니라 1년이 아니라 몇 년에 한 번 마실까 말까 합니다.

차갑게 마시면 아마 덜 달다 생각하겟지만 평소 찬 음료를 잘 안 마시고 자주 구입하는 것도 아니니 그렇게 마실 날은 요원합니다.







청차계열이라는 마르코폴로 블루. 기회가 된다면 나중에 구해보고 싶...지만 가격이 만만치 않아 보이네요. 일단 구할 수 있는가도 문제입니다.







트와이닝의 과일믹스 티백. 감기 기운 있을 때는 이런 차 한 잔이 간절합니다. 그래서 가끔 쟁여놓긴 하지만, 감기 기운 있을 때가 또 그리 자주는 아니라, 차 소비량이 많지 않다는게 문제입니다. 쟁여 놓기에는 재고 소비가 너무 안된다는 겁니다. 그나마 가장 자주 마시는게 트와이닝 얼그레이고 1주일에 1~2회 마십니다.(...) 그것도 밀크티로.






이쪽은 패션프루츠와 망고 오렌지. 이쪽도 과일향이 나니 감기 기운 있을 때 좋더군요.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웨이트로즈의 토마토소스콩조림. 토마토소스의 강낭콩조림이라, 닭고기를 섞어 한 번 끓였습니다. 단백질 충만한 메뉴였지요. 캔 하나로 두 끼 정도 먹었나봅니다. 먹다보니 슈크르트 등을 곁들여도 좋겠다 싶습니다.







동지팥죽. 집에서 만드는 팥죽은 쌀이 들어갑니다.'ㅠ' 단맛이 아니라 짠맛쪽이고요. 저는 소금간을 아주 조금만 한 걸 선호합니다. 혹은 아예 안하기도 하고요.

단팥죽은 밖에서 사먹는 쪽입니다. 설탕 퍼붓다보면 그냥 사먹는 것이 마음 편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그리하여 엊그제 단팥죽을 사왔는데. 맛이 어떤지는 조만간 올라갈겁니다.








뜬금없이 새우깡이 먹고 싶다며 대용량 팩을 하나 사들고 오며 수프도 같이 챙겼습니다. 날이 갑자기 추워진데다 감기 기운이 있다보니 먹고 싶은 걸 먹자 싶더군요. 청정원의 수프팩은 3인용이지만 정찬에 내오는 분량 기준으로 3인분이라, 실제로는 1~2인분입니다.







이날은 양송이수프를 사다가 닭고기를 넣고 끓였습니다. 삶은 닭가슴살이 냉장고에 있으니 이렇게 섞어 먹는 것도 괜찮더라고요. 여기에 장에서 사온 튀밥을 곁들입니다.







그러고 보니 자취방 냉장고에 아직 슈톨렌이 있습니다. 신(臣)에게는 슈톨렌 한 덩이가 있....!

뭐든 달달한 간식이 있어, 피곤할 때 먹을 수 있다 생각하면 참 든든합니다.







마켓컬리에서 구입한 수프팩. 레토르트팩 하나를 끓이면 분량이 딱 저정도입니다. 300ml 머그 하나 꽉 찰 정도이지 않나 싶군요. 머그에 담지 않아서 확신은 못합니다.

사진은 미네스트로네였는데 그냥 무난했습니다.







이쪽은 단호박수프입니다. 어머니가 이걸 보시더니 호박죽과 수프가 어떻게 다르냐고 물으시던데, 베이스가 다릅니다. 호박죽은 삶은 호박에 삶은 콩, 팥을 넣고 거기에 찹쌀가루 등을 넣어서 걸죽하게 만들지요. 맛 자체가 단맛입니다. 수프는 채소국물(채수)이든 닭이나 소고기 육스든 다른 국물을 넣어 섞습니다. 더 묽고 맛도 짭짤한 쪽입니다. 단호박수프는 호박 자체의 맛 때문에 단맛이 감도는데, 단짠이 번갈아 오는 것이 재미있더라고요. 재구입 의사 있습니다.



같이 구입한 다른 두 수프는 다음 글에 올려보겠습니다.



...

그러고 보면 간식보다는, 간식의 탈을 쓴 본식이 더 많았군요. 차를 제외하면 대부분이 끼니였습니다.

트위터에서 보고서는 홀렸습니다. 출처는 애니플렉스+ 계정이었다고 기억하고요. 일단 상품 링크입니다.(링크)






심하게-는 아니지만 충동구매 가능성이 없지는 않습니다. 원래 엑스페리아 이어 듀오(Xperia Ear Duo)는 검정색입니다. 그러던 걸 아스나 버전으로, 금색에 빨강으로 한정 생산한답니다. 그것도 완전 한정인게, 주문한정제작. 그러니까 이번에 주문하지 않으면 구할 수 없습니다. 아니면 아예 중고로 구할 수밖에 없어요.




세금포함 38750엔이며, 이 자체도 한국에는 안들어온 듯합니다. 아마존 기준으로 원래 가격이 24694엔이니 아스나의 족자를 끼워준다해도 비싸긴 합니다. 하지만 여기는 매우 중요한 기능이 있는데....

아스나의 목소리가 탑재되었습니다. 위의 링크를 가보시면 아시겠지만 아스나의 목소리로 아침 인사, 다녀오세요, 오늘의 날씨, 사무실에서, 다녀오셨어요 등의 버전 있답니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저거, 키리토 버전이 있었다면 매우 흡족하게 구입했을 겁니다. 아니면 이누X보쿠의 나카무라 유이치 버전이었다면 가격이 얼마였든지 TAKE MY MONEY!를 외쳤을 거라고요. 하지만 이건 아스나 목소리지요. 이런 기기는 보통 여성 캐릭터 콜라보로 나오더라고요.(먼산) 예외적인 것이 있다면 샤프였을까요. 샤프의 로봇청소기 목소리는 남성이 많았을 겁니다, 아마도.




현재 사용하는 보스는 크다보니 작은 것에도 슬쩍 홀렸는데 제대로 쓸 거란 보장이 없군요. 나중에 나카무라 유이치 버전이 나오면 그 때 사겠습니다.(...)

조아라 연재작으로 온라인게임을 배경으로 한 게임BL입니다. 게임 속에 빠졌다는 것이 아니라, 학교폭력으로 자퇴하고 집에 틀어 박혀 있는 율이, 게임을 통해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사랑을 만나고 치유 받아서 일어나는 성장소설입니다. ... 라고 쓰면 지나치게 압축한 것이겠지요. 주인공인 율의 입장에서는 치유소설이고 성장소설이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는 게임 간접 체험 소설입니다. 게임 관련 소설도 여럿 보았지만 게임 플레이를 이처럼 세세하게 짠 소설은 드뭅니다. 애초에 게임 소재로한 BL이 많지는 않지요.


소설 속에서 강제적 성관계와 관련된 장면이 몇 있으니 이런 걸 좋아하지 않는다면 피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 정도는 등장하나 보군요.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것은 그런 장면이 있다고 한 외전은 스윽 건너 뛰어 그렇습니다.(먼산)



학교폭력의 피해자였지만 결국 자퇴하고 집에 틀어박힌 율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라며 어느 날 아버지가 맞춰준 고사양의 컴퓨터로 게임을 시작합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렵지만 게임은 간접세계니까요. 초급자로 솔플을 시작한 율은 곧 NPC를 모집하는 게임내 공지를 보고 자원하여 약간의 돈을 벌기도 합니다. 레벨이 낮아 마찬가지인 저레벨 이용자를 위한 퀘스트를 부여하던 율은 가끔 마주치던 게임 내 유저인 노아와 히든 퀘스트를 받게 됩니다. 히든 스킬보다 더 드문 것이 히든 직업이고, 그 직업을 안내하는 히든 퀘스트 때문에 율은 노아가 속한 길드에 가입하고, 길드의 여러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으며 성장합니다. 물론 게임 캐릭터도 성장하고, 율 자신도 성장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짐작하시겠지만 앞서 이야기한 그 사랑은 노아입니다. 단순한 백수가 아니라 돈 많고 시간 많은 백수인 노아는 율과 함께 퀘스트를 진행하고, 율의 사정을 들으며 적극적으로 이해하고 보호합니다. 율을 둘러싼 불합리한 사건들은 노아의 금전력과 그 외의 사적 권력(...)으로 해결하니, 이 자체는 고구마와 사이다를 위한 이야기가 맞습니다.



이 소설의 묘미는 다른 것보다 게임 설정 자체입니다. 온라인게임이라고는 마비노기가 전부라 다른 것은 해본 적이 없지만, 읽으면서 머릿속에 그려진 게임은 파판14였습니다. 아마 실제 모델이 된 게임은 다른 것이 아닐까 생각하지만, 다른 게임은 아는 것이 없으니까요. 하하하하; 게임 스킬의 성장 단계나 게임의 효과, 그리고 히든 직업으로 해당 서버 내 유일한 존재가 된 율이 쓰는 스킬들의 묘사는 굉장히 재미있습니다. 특히 던전 공략하면서 보여주는 율의 컨트롤은, 발컨이라 해도 이상하지 않은 제가 보기에는 무서울 정도입니다. 게임은 좋아하지만 게임 못하는 인간으로서, 이 게임이 매우 하고 싶지만 제 능력이 안될 것이라는 건 아주 잘 압니다. 마비노기 때 아주 절절하게 체험했으니까요. 어떻게 조합해야 가장 이상적인 데미지가 나오는가- 등은 제가 생각하기 매우 귀찮아 하는 겁니다. 사실 가챠형 카드 게임도 그런 부분에서 매우 약하고요. 그러니 하는 게임이라고는 모바일 퍼즐 게임 류지요.



그렇다보니 이 던전 공략 장면은 몇 번이고 돌려보게 되더랍니다. 특히 히든 직업을 얻은 직후의 장면이나, 그 뒤에 던전 공략 장면 등은 게임을 간접적으로 체험하는 것 같아 매우 흡족합니다.



체레네. 『레인보우 힐 1-5』(완). 문라이트북스, 2018, 1-4권 3천원, 5권 1500원.




제목의 레인보우 힐은 길드 이름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직접 읽어보시는 것이 빠르지요.


구입을 망설였던 이유는 조아라 연재 당시, 여러 외전 이야기를 공개하던 도중 강제적 성관계의 문제가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외전에 실린 이야기가 그렇지만 본편에도 미수가 있습니다. 이런 쪽 싫어하시는 분들이라면 피하시는 것이 나을지도요..?

그럼에도 구입한 건 역시 게임 장면 때문이었지요.

앞에 붙임;


12월 31일에 작성하면서 공개로 했겠거니 생각했더니 비공개였군요.OTL 일단 현재 시간으로 공개글로 돌립니다.



2016년 결산 때는 뭐했냐고 말로 팼고, 2017년에는 시궁창. 올해는 시궁창은 아니고 결론은 게으름쯤 됩니다. 아. 이러면 안되는데.OTL 해마다 하는 말이지만 이렇게 살면 안됩니다 난사마.OTL



2017년 말에 세운, 2018년의 목표는 이랬습니다.



1.G4 phase 2를 종료하고, phase 3 진행한다.
2.G4 이전 버전의 스몰 퀘스트는 퀘스트 밑작업부터 다시 시작하여, 1월 중 보고서를 완료한다.
3.2017년도 개인 플젝 기획안을 정리한다.
4.2018년도 개인 플젝 기획안을 작성한다.
5.2~3월의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한다.
6.조각잇기든 십자수든 꾸준히 진행한다.
7.공방은 한 달에 두 번, 꾸준히 출석한다.
8.과자를 줄이고 정상적인 식생활을 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9.복근을 만들고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아침 저녁 스트레칭은 주 6회, 유산소 운동은 주 4회 한다.
10.몸무게는 **.9로 고정한다.
11.엔화 보유금액을 제외하고도 2018년의 목표금액을 달성한다.
12.후원금액을 증액하고 조정한다.
13.용 이야기를 단편으로 완성한다. 별전의 뼈대를 다듬어 개요를 짜고 날마다 한 문단 이상 쓴다.
14.Shape of you를 완결한다.
15.일기는 노트에 날마다 기록한다.
16.장미는 죽이지 않고 잘 키운다.
17.허브와 콩을 밭에 심는다. 잡초 관리를 꾸준히 한다.



자아. 그럼 하나씩 검토해볼까요.


1.G4 phase 2를 종료하고, phase 3 진행한다.

X. 손도 안댔습니다. 일단 이건 내년에도 그대로 들고 갈 과제입니다.



2.G4 이전 버전의 스몰 퀘스트는 퀘스트 밑작업부터 다시 시작하여, 1월 중 보고서를 완료한다.

X. 작업하다가 도중에 멈췄습니다. 1월 중에 데이터 정리만 하고 그냥 멈춘 상태로군요. 그거 추석 때 다시 손대긴 했던가? 여전히 작업은 그대로입니다. 이것도 정리는 해야하는데, 하는데.......



3.2017년도 개인 플젝 기획안을 정리한다.

X. 안했습니다. 추가하고 정리한다고 했지만 안하고 넘어가게 되더군요. 이건 사실 자료 추가만 하면 되는 것인데 안한 것이라, 올 겨울에 조금 손대볼까 하긴 합니다만, 과연?



4.2018년도 개인 플젝 기획안을 작성한다.

X. 안했습니다. 플젝 기회가 날아갔고요. 그래서 2019년에는 해볼까 생각하고 지난 달에 준비했는데, 이 또한 날아갔습니다. 준비하던 것은 그대로 남았지만 기획안을 올릴 기회가 날아간 것이라 허탈하더군요.(먼산)


3-4는 일단 1과 묶어서 작업할 예정입니다. 내년에는 새로운 것을 늘리지는 않고 2를 정리하고, 1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합니다. 그러니까 제일 우선의 to do는 1인겁니다. G4. 애증의 G4. 하하하하.;ㅁ;


1~4 → G4 phase 2를 종료하고, phase 3 진행한다.



5.2~3월의 프리젠테이션 자료를 준비한다.

X. 안했....

설 연휴 전후로 미니 기획안과 강의 자료를 여럿 만들어 두는 것이 목표입니다. 일단은 봄 오기 전에, 겨울 동안에 내년 봄부터 씨뿌려 수확할 것들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 셈이지요.


→ 봄 되기 전에 아이디어만 있는 기획안들을 완성 상태로 여럿 제작하고, 강의자료도 준비한다.



6.조각잇기든 십자수든 꾸준히 진행한다.

X. 안했....(2)

이것도 내년에 꾸준히 갑니다.


→ 조각잇기든 십자수든 꾸준히 진행한다. 조각잇기는 완성한다.



7.공방은 한 달에 두 번, 꾸준히 출석한다.

△ 그럭저럭 성공했습니다. 한 달에 두 번 정도는 갔고, 전시회 준비 때문에 바쁘게 움직이며 하다가 이번 달에는 감기와 피로, 기타 등등의 상황으로 늘어져서 뻗었습니다. 이번주부터 다시 갈 예정입니다. 가죽을 갈아야 하는데, 날이 추우면 손이 굳어서 하기 어렵습니다. ... 사실 핑계죠.

(지금도 추위에 떨고 있다)

하지만 만들던 책을 다 완성하고 2019년부터는 새 책 제작에 들어간다는 실패입니다. 그게, 새 책을 8권 시작해버렸거든요. 갈아야 하는 가죽이 얼마...?

내년에도 동일하게 갑니다.


→ 공방은 한 달에 두 번, 꾸준히 출석한다.



8.과자를 줄이고 정상적인 식생활을 한다. 규칙적인 생활을 한다.

X. 실패. 줄이지 못했습니다.(눈물) 정상적인 식생활도 올해 들어 꽤 무너졌고, 규칙적인 생활은 성공했지만 게으름뱅이의 삶에 가깝습니다. 무엇보다 올 하반기에는 잠이 매우 많이 늘었습니다. 지금도 작성하면서 하품중이고요.


→ 간식비를 줄이고 단백질과 과일 식단을 늘린다.



9.복근을 만들고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아침 저녁 스트레칭은 주 6회, 유산소 운동은 주 4회 한다.

O. 겨울 되고 나서는 유산소 운동을 내내 못하고 있지만 추위 때문이라 미뤄봅니다. 뭐, 건강 상태도 전반적으로 작년보다 떨어지는 것 같고요. 올해 수족냉증과 식은땀이 돌아온 걸 보니 더더욱 그렇습니다. 아. 그리고 병증도 이것 저것 늘었고요.


→ 복근을 만들고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아침 저녁 스트레칭은 주 6회, 유산소 운동은 주 4회한다. 건강을 유지한다.



10.몸무게는 **.9로 고정한다.

O. 지난 주말에도 확인했습니다. 봄 동안에는 좀 올랐지만 겨울 되면서 점점 줄어서 지지난 주말에는 올 한 해 최저 몸무게를 찍었습니다. 근데 건강 상태를 보면 그리 좋은 것만은 아니라, 단백질과 과일 섭취량을 좀 늘려야 합니다.


→ 몸무게는 **.9로 고정한다.



11.엔화 보유금액을 제외하고도 2018년의 목표금액을 달성한다.

△. 확인불가라 그렇습니다. 그리고 지금와 고백하자면, 목표금액을 홀랑 잊.......; 게다가 모종의 사태로 총 자산 단위로 계산해야합니다. 여유자금이 지금 재취직 직전보다 조금 더 많은 정도입니다. 여유자금이 매우 적어요. 하지만 이건 자승자박의 문제라 할 말이 없습니다. 이 부분은 설 연휴 전에 가계부 확인하면서 점검할 예정입니다. 아니, 점검 자체는 어차피 연말정산 때 하겠군요.


→ 여유자금을 꾸준히 늘린다. 엔화는 평소 보유 금액을 유지한다.



12.후원금액을 증액하고 조정한다.

△. 증액은 못했고 조정은 했습니다. 증액이 가능할 정도로 월급이 늘지는 않았더라고요.(...) 이건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거라, 내년에도 올해 수준을 유지할 겁니다.



13.용 이야기를 단편으로 완성한다. 별전의 뼈대를 다듬어 개요를 짜고 날마다 한 문단 이상 쓴다.

△. 브릿G에 발을 들이면서 단편으로 나온 용 이야기가 몇 있습니다. 날마다 한 문단 이상 쓰는 것은 못했지만 그래도 작년에 비하면 완성된 단편 소설은 더 늘었습니다.


→ 용 이야기의 얼개를 완성한다. 브릿G의 리뷰, 블로그의 감상글을 꾸준히 작성한다.



14.Shape of you를 완결한다.

O. 헐. 허얼. 생각해보니 그렇군요. 완결했습니다. ....만 그거 브릿G에만 올리고 블로그에는 백업 안해뒀군요. 해야지.



15.일기는 노트에 날마다 기록한다.

X. 실패. 주기도 아니고 월기가 되었습니다. 하하하하.


→ 일기는 짧게라도 날마다 쓴다.



16.장미는 죽이지 않고 잘 키운다.

△. 이건 올 겨울을 나야 압니다. 일단 네 그루다 잘 심었습니다.



17.허브와 콩을 밭에 심는다. 잡초 관리를 꾸준히 한다.

X. 실패. 게으름이 이겼습니다.



16-17은 내년에는 손을 상대적으로 덜 댈 생각입니다. 일단 잡초 제거하는 쪽만 좀...?




...

그러면 너 그동안 뭐했니...?라고 묻고 싶어지네요.T-T 공부한 것도 아니고, 블로그는 꾸준히 글 올렸지만 딱 거기까지고. 일기도 게으름, 소설도 게으름, 십자수도 게으름, 하하하하하하.



내년에는 조금 더 부지런을 떨겠습니다. 목표는 도로 줄었네요. 하지만 이쪽은 그나마 현실성 있다고 우겨봅니다.


1.G4 phase 2를 종료하고, phase 3 진행한다.
2.봄 되기 전에 아이디어만 있는 기획안들을 완성 상태로 여럿 제작하고, 강의자료도 준비한다.
3.조각잇기든 십자수든 꾸준히 진행한다. 조각잇기는 완성한다.
4.공방은 한 달에 두 번, 꾸준히 출석한다.
5.간식비를 줄이고 단백질과 과일 식단을 늘린다.
6.복근을 만들고 바른 자세를 유지한다. 아침 저녁 스트레칭은 주 6회, 유산소 운동은 주 4회한다. 건강을 유지한다.
7.몸무게는 **.9로 고정한다.
8.여유자금을 꾸준히 늘린다. 엔화는 평소 보유 금액을 유지한다.
9.용 이야기의 얼개를 완성한다. 브릿G의 리뷰, 블로그의 감상글을 꾸준히 작성한다.
10.일기는 짧게라도 날마다 쓴다.



아... 하지만 이 중 몇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으흐흐흑.;ㅂ;

『햇살 한 스푼』이 먼저, 『용의 황자님』이 나중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로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판타지BL입니다. 둘이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각각을 따로 보아도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용의 황자님』은 1월 중으로 외전이 나올거라는군요.



『햇살 한 스푼』은 작가의 이전 작인 『용 그리고 타르트 한 조각』과 같은 배경에서 시작합니다. 같은 배경이라 해도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며, 설정은 완전히 같습니다. 용들은 위대한 존재지만 완전하지는 않으며, 종종 인간과 사랑에 빠져 결말이 보이는 길을 걷기도 합니다. 가장 강해보이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존재로 묘사 됩니다.

『햇살 한 스푼』의 주인공이 용인 것은 아니지만 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괴팍하기로 유명한 빛의 마법사 블레어에게 수련 학생인 쥬드가 찾아옵니다. 쥬드는 아카데미 졸업 전에 대마법사의 조수로 일하기 위해 저 머나먼 북쪽 끝 땅으로 찾아가지요. 블레어는 그 추운 땅에서 홀로 연구를 한지 오래입니다. 견습 학생을 내치려던 블레어는 변덕을 부려 몇 가지 조건을 걸고 머무는 걸 허락하지만 쥬드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던 길에 아주 커다란 알을 하나 주워왔거든요. 짐작하시겠지만 용의 알입니다.


당연히 용의 둥지에 있어야 할 용의 알이 왜 거기 있었는지는 뒤로 하고, 예상치도 못하게 용은 부화합니다. 그리고 저 두 사람을 부모로 각인합니다. 만난지 얼마 안된 두 사람은 이제 공동육아르 해야할 처지에 놓입니다.



가끔 트위터에서도 진보 진영이 이야기하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를 비판하는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한데, 여기서는 정말 그렇습니다. '(용의)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어린 용을 노리는 이들은 많으며 그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이는 황제입니다. 용을 길들여서 무릎꿇리고 싶다는 놈이거든요. 그렇다보니 처음에는 블레어와 쥬드가, 그 뒤에는 다른 이들이 용을 기르는데 동참합니다. 제목에 적은 대로 메르헨이니 결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용의 황자님』은 그 뒤의 이야기입니다. 전편을 집필하던 도중 용, 그러니까 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루비와 관련된 설정이 추가되면서 뒷 편도 이어 연재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용인 루가 황자님에게 홀딱 반해서 구애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갈등이 없을리는 없지요. 황자인 이안은 일찍 죽은 아버지 다음으로 황제가 된 숙부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아왔으며, 아카데미에 오기 직전, 용을 데려오면 황위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어디에 용이 있는지도 모르고, 용을 길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에 앞서 숙부는 어마어마한 인력과 돈을 쏟아 넣었음에도 실패했던 터입니다. 충동적으로 심술을 부린 건 알지만 그런 심술이라도 없으면 이안이 황위에 오를길은 요원합니다. 숙부에게 자식은 없지만 친척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런 이안에게 홀딱 빠진 루는 열심히 구애합니다. 마법사로서 상당한 재능을 가진 이안과, 용이라서 매우 강한 마법사지만 어린 용이다보니 제어에 종종 실패하는 루는 기숙사의 같은 방에서 지내며 친분을 쌓습니다. 친분이라 적었지만 루의 입장에서는 구애입니다. 첫 눈에 반해서 열정적으로 구애하는 루가 참 귀엽지요. 물론 이안은 당황하지만, 황자라며 거리를 재거나 다른 꿍꿍이를 가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외모(...)에 홀딱 반해 구애하는 루를 보고는 이안도 마음이 움직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나를 이렇게 열렬하게 사랑하는 것은 네가 처음이야.'쯤?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현 황제의 형이었다는 아버지는 기억도 안날 것이고, 어머니는 숙부의 위협 때문에 고생하다 돌아가셨고, 그 뒤에는 같은 자리에 서서 사랑으로 품어주는 이는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순수한 애정에 이안이 흔들린 것도 이해가 됩니다.


당연히 해피엔딩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2) 다만 조아라 연재분은 두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곳까지였고 전자책의 외전에는 이안과 황제, 루의 이야기가 더 나옵니다. 어떻게 황위를 이어받는지도 구체적으로 나오고요. 아마 1월에 나오는 외전은 이 둘의 일상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루의 아버지들 이야기가 더 나올지도 모르지요.



달달한 동화풍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께 적극 추천합니다.



두나래. 『햇살 세 스푼』 본편, 외전. 고렘팩토리, 2018, 본편 4200원, 외전 700원.

두나래. 『용의 황자님 1-3』. 고렘팩토리, 2018, 1권 3천원, 2-3권 3200원.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