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배경의 BL입니다.

이전에 『안겨줘요 닥터』를 매우 재미있게 보고 나서 다른 작품 없나 뒤지다가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뭐라해도 『별의 궤도』도 재미있게 보았으니까요. 작가를 판다는 것은 이래서 좋습니다. 알라딘에서 '당신 취향에 맞을 거예요!'라며 들이미는 목록보다 취향에 맞을 확률이 높거든요.



『마이 팻보이』의 팻은 pet이 아니라 fat입니다. 하기야 애완동물의 pet이었다면 펫보이가 되었겠지요. 제목 그대로 이 이야기는 뚱뚱한 소년이 주인공입니다.


헤이든 머피는 루이스 사립학교의 학생입니다. 공부를 잘해서 또래들보다 나이가 두 살 어립니다. 소설은 헤이든 머피가 방학 후 첫 등교일에 학교를 가며 벌어지는 데서 시작합니다. 헤이든을 알아보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고, 교실에 들어와서도 다들 '전학생인가' 생각하는 정도입니다. 그리고 친구인 이안 우드는 헤이든을 보고 매우 많이 변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안경을 벗고 렌즈를 썼으며, 15년간 통통했던 몸은 강력한 식이조절과 운동으로 날씬하게 변했으니까요. 하지만 이 소설은 '다이어트로 역변한 소년의 성공기'가 아닙니다. 그 차이가 소설을 만듭니다.(응?)



소설의 내용은 요약하기 쉽지 않습니다. 아주 간략하게 표현하자면, 헤이든 머피와 이안 우드가 서로 만나고, 친구가 되고, 우정을 넘어 연인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그립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각자의 애환이 있습니다.

헤이든은 몸이 매우 약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침대가 친구였고 약을 노상 달고 다녔으며, 그 때문에 외조부를 비롯한 가족들은 헤이든을 끼고 삽니다. 외조부는 보험사를 운영하고 어머니는 피아니스트, 데릴사위인 아버지는 외조부를 돕습니다. 유일한 손자다보니 온갖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자랐지요. 그래서 헤이든은 자신이 뚱뚱하다는 걸, 그리고 그게 문제가 된다는 걸 몰랐습니다. .. 아뇨. 원래 외모는 문제가 될 수 없지요. 뚱뚱한 것이 문제가 될 수 없는 건 저도 압니다. 하지만 또래들 사이에서는 다릅니다. 또래보다 작은 키, 뚱뚱한 몸, 그리고 여린 헤이든은 따돌림과 괴롭힘의 표적이 됩니다.

그렇다보니 부모들은 헤이든을 사립학교에 보내기로 결정합니다. 어머니가 나온 사립학교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거기서도 표적이 되어 괴롭힘을 당합니다. 프롤로그 다음에 나오는 과거 편을 보면 트라우마 있는 사람들은 읽다가 스위치가 눌릴 것 같은 생생한 이야기가 등장합니다. 이러지 않을 거란 보장이 없지요.


헤이든의 삶이 바뀐 것은 학교의 아이돌을 맡고 있는 이안 우드가 다가오면서부터였습니다. 괴롭힘을 주도하는 와이어트 존스 때문에 억지로 각 학급을 돌아다녔을 때, 이안이 다가와 도움을 줬습니다. 그리고 그 뒤부터 이안은 헤이든에게 조금씩 다가와 같이 붙어 있습니다. 이안은 아버지가 교도소를 운영하기도 하고, 정치쪽으로 뛰어들 것이기도 하고, 외모도 뛰어난데다 성격도 바르다보니 학교 내 인망이 매우 높습니다. 교도소 운영과 학교내 파워의 관계는 본편에 나오니 넘어가고. 하여간 그런 이안과 친구들이 헤이든 옆에 있고 도와주다보니 헤이든의 삶에도 조금씩 볕이 들어옵니다.

이렇게 되니 헤이든도 고민합니다. 이안 옆에 똑바로 서고 싶다, 그리고 이안과 잘 어울리는 사람이 되고 싶다. 체중감량에 가장 부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는 어머니는 마침 리사이틀 나가고 안 계십니다. 방학 첫 날, 헤이드는 아버지 앞에서 체중감량하겠다고 선언하고, 아버지는 전폭적인 지지를 보냅니다. 그리고 전속 트레이너 겸 경호원을 바로 고용해서 헤이든에게 붙여 줍니다.

..

보고 있노라면 이래서 부잣집이구나 싶습니다.(먼산)



다이어트에 성공한 모습은 소설 첫머리에 등장하지요. 그리고 그 다음은 헤이든이 그간 얼마나 마음 고생했느냐가 나옵니다. 그 다음 이야기는? 이안이 왜 헤이든에게 도움을 주었는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나면? 두 사람이 서로의 마음을 알고 연애를 시작했다고 해도 그리 평탄하지는 않습니다. 헤이든은 낮은 자존감으로 여전히 고생합니다. 살이 찔까 걱정하고, 학교 폭력 가해자들도 여전히 학교에서 봅니다. 이안은 헤이든을 좋아하지만 정치판에 뛰어든 아버지는 가능한 문제를 만들지 말라며 압박합니다. 거기에 개인적인 가정사까지 끼어들어 상황은 더더욱 복잡해집니다.

아이들은 어리고, 이 곳은 현대 미국입니다. 물론 도시는 가상의 도시지만, 현실 세계임은 부정하지 못합니다. 게이라고 커밍아웃하는 것도, 부모님과 주변의 시선을 견디는 것도 쉽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결말로 가는 두 사람을 보면 점차 성장하고 있다는 것이 눈으로 확인됩니다. 그리고 그 성장은 주변 어른들도 감화시키며, 보고 있는 사람을 흐뭇하게 만듭니다. 얘들이 이렇게 컸어요.




솔직히 말하면 본편보다는 스핀오프 외전이 훨씬 더 취향이었습니다. 스핀오프는 본편에서의 무거운 이야기를 모두 덜어내고 훨씬 가벼운 분위기로 돌아갑니다. 게다가 수인물입니다.

처음에는 배경 상황을 전혀 모르고 보기 시작하다가 미친듯이 웃었습니다. 외전의 이안도, 외전의 헤이든도 귀엽습니다. 본편보다 외전의 헤이든은 자존감이 조금 더 있고 사회에 일찍 진출한 셈이라 더 어른스럽습니다. 스핀오프 외전은 본편을 보지 않아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으니 학교 폭력이나 어려운 집안 사정은 빼고 보고 싶으시다면 이쪽을 먼저 보시길. 보고 나면 오히려 본편의 이야기 읽기가 수월할지 모릅니다. 어디까지나 가정이지만.



김아소. 『마이 팻보이 1-2, 스핀오프 외전』. 비욘드, 2018, 각 3천원, 4200원, 2500원.


집에 왔더니 『별의 궤도』 소장본이 도착했네요. 이건 따로 사진 찍어 올리지요. 전자책도 알라딘에 풀린 참이라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후후후후. 카드 대금은 다음달의 제게 미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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