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메가버스 BL입니다. .. 아, 그러고 보면 오메가버스 세계관 중에 BL 아닌 것을 읽은 기억은 없군요. 배경은 현대, 하지만 같은 오메가버스 세계관이라도 어떻게 쓰냐에 따라 굉장히 갈립니다.



몇 번 감상글을 쓰려다가 실패했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이걸 오메가버스 세계관의 소설로 풀어 내려했기 때문입니다. 그거 빼도 별 문제 없습니다. 『청춘만가』도 그렇지만 『퍼펙트 매칭』도 전체적인 이야기는 오메가버스라는 세계관에 크게 빚지지 않습니다. 일단 이 소설은 가벼운 로코의 분위기지만 방향은 조금 다릅니다.



오메가버스도 세계관이 나온지 오래되어 다양한 방향으로 설정이 생깁니다. 초반에는 알파, 오메가, 베타라는 형질이 있고, 오메가에게는 히트사이클이라 불리는 발정기가 있다는 것뿐이었지만 나중에 알파에게도 그와 같은 러트라는 발정기가 있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그러고 보면 초기에는 알파의 페로몬은 오메가의 페로몬에 우세를 보인다는 설정도 있었지요. 베타는 페로몬을 맡을 수 있기도 하고 아니기도 합니다. 소설마다 다르게 설정되지만 어디서는 페로몬을 얕게나마 맡는다거나, 향은 맡지 못해도 위압감 같은 건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왜 이 설정 이야기를 길게 푸냐면, 『퍼펙트 매칭』은 설정이 또 다르기 때문입니다. 생식은 알파와 오메가만 가능하며, 베타는 불가능 합니다. 이 설정이 붙는 것은 처음 보았습니다.



그 때문에 이 소설의 주인공인 마빈 허셜이 투덜이 스머프 못지 않게 사회에 불만을 가진 것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마빈은 베타고, 보육원에서 자랐습니다. 생식이 가능한 것은 알파와 오메가뿐이니 마빈의 부모도 그쪽 형실이겠지만 정황상 버렸다 보는 것이 맞겠지요. 어렵게 살아오다가, 우연히 이웃집 남자 스웨인 볼드하트의 도움을 받고, 그가 운영하는 오메가 보호소에서 일하게 됩니다. 그게 벌써 5년이나, 사회생활은 참 쉽지 않습니다. 오메가 보호소의 일손은 항상 부족하며, 정부지원도 부족하다보니 인력을 더 뽑는 것도 어렵습니다.


오메가 보호소는 이름 그대로, 폭력 등의 피해를 입은 오메가들을 보호하는 기관입니다. 제도로 만들어지기까지는 상당한 기간이 걸렸고 지금도 완벽하게 제도로 자리잡은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이 기관의 오메가들은 물리적 폭력을 포함해 스토킹 등의 범죄 피해자가 많으며, 여기서 재활훈련과 직업훈련을 받고는 다시 사회로 돌아갑니다. 하지만 사회로 돌아가서도 보호소의 도움을 받을 일이 생깁니다.(먼산)



그런 평범한 월급쟁이였던 마빈의 삶이 바뀌는 건 역시 오메가 보호소 때문입니다. 정부 지원 정책 때문에 스웨인의 오메가 보호소는 예능 프로그램을 하나 찍기로 합니다. 보호소 직원들과 유명 연예인이 짝을 이뤄 보호소 업무를 하고, 그 와중에 여러 퀘스트를 하는 거죠. 파트너 팀은 총 셋. 그 중 하나가 바로 마빈이고, 마빈의 파트너는 매우 유명한 연예인인 루엘르 시어도어입니다.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이 바로 『퍼팩트 매칭』이고요. 프로그램 이름을 풀이하자면 찰떡궁합 쯤 될겁니다.


마빈은 보호소에서 일하면서 원체 알파들과 많이 다퉜던지라 알파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예외라면 소장인 스웨인 정도. 그 외, 마빈이 만나온 알파들은 거의가 오메가를 노리는 범죄자들입니다. 징글맞은 스토커들을 처치하는데 이골이 난 마빈은 그래서 알파를 이기는 베타로 불리고, 보호소내에서도 인기 만점입니다. 마빈은 모르지만요. 본인의 인기 여부에 크게 관심이 없습니다.


거기에 첫 만남에서의 인상이 별로 좋지 않았기 때문에 그 뒤에 이어지는 루엘르의 플러팅도 반사합니다. 관심이 있다며 말도 걸어오지만 중요한 건 잠이며 피로회복입니다. 촬영 시작한 뒤에는 어쩌다 같이 밥도 먹고 하지만 그럴 때마다 불편하기도 하고 어색하기도 합니다. 마빈이 그렇게 사교적인 인물은 아니다 보니 그렇습니다.

하지만 자주보다 보면 정이 듭니다. 촬영하는 동안 이모저모 편의도 봐줬고, 꾸준히 관심을 표출하다보니 점점 편한 상대가 됩니다. 그리고 그 편한 마음이 연애로 넘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



루엘르도 나름의 사정이 있고 나름의 문제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주인공은 마빈이지요. 이름을 듣는 순간 은하계를 여행하는 우울증 로봇이 먼저 떠올랐지만, 홀맨을 닮은 그 로봇과는 많이 다릅니다. 마찬가지로 투덜이지만 그래도 루엘르와 교류하며 그간 인간관계에 방어적 모습을 보이던 마빈도 더 적극적으로 변합니다. 그 적극적인 성격이 마지막에 어떻게 변하는지는 보면 아실테고요. 입버릇처럼 말하던 퇴사도 어느 순간 쑥 들어갔으니까요.


뭐라해도 이 둘의 교류는 귀엽습니다. 콩깍지 끼워서 보고 있어 그런지 모르지만, 그래도 귀엽습니다. 보호소 생활을 하면서 예능 파트너로서 뿐만 아니라 이러저러한 사건들의 파트너로서 둘은 잘 어울립니다. 마빈의 행동을 보고 있노라면 왜 그 많은 사람들이 마빈을 좋아하는지, 마빈에게 호감을 보이는지 알만하고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주에는 빵 잔뜩 사다가 파니니 만들어야겠습니다. 파니니 기계는 없어서 마빈이 만든 것같은 맛있는 상태로는 못만들겠지만 햄과 치즈와 빵이 있다면 그럭저럭 맛은 내겠지요. 다음 주 점심은 파니니, 안되면 햄치즈샌드위치로 해야지..=ㅠ=




만능강아지. 『퍼펙트 매칭 1-2』. 프리즘, 2018, 각 3500원.


치즈는 냉장고에 있으니 빵과 햄만 조달하면 되겠네요.'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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