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에서 신간을 훑어보다가 궁금해서 덥석 도서관에 신청했습니다. 받아 보고서야, 이 책이 TED, 그러니까 18분짜리 간단한 교육 영상으로 만들었던 것을 다시 책으로 만든 것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TED는 유명하긴 한데 영상을 선호하지 않는터라 제대로 본 적이 없습니다. 가끔 트위터에 올라왔지만 몇 분도 못 견디는 제가 그 18분을 견딜 수 있을리가요.

18분짜리 영상을 보는 것보다 시간은 더 걸리지만 이 책 한 권 읽는 것이 더 마음 편합니다. 그리고 읽는데 걸리는 시간도 그렇게 많이 차이는 안납니다. 종이책은 또 언제 어디서건 읽었다 끊었다를 할 수 있으니 그것도 좋고요.



이야기의 시작은 페루의 어느 산을 등산하고 온 꼬마가 할아버지에게 옛날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꼬마는 할아버지에게서 아마존 어딘가에는 끓어오르는 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습니다.

꼬마는 나중에 지질학 공부를 하고 지질학과 논문을 위해서 페루 각지의 지열을 측정해 지열지도 만드는 일을 시작합니다. 대학원 프로젝트였지요. 그리고 이게 박사논문 주제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각지의 유정이나 가스정, 탄광을 이용하기 위해 회사를 방문했답니다. 그리고 그 때 이 끓어오르는 강에 대한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지요.

다른 학자는 이를 비웃습니다. 그런 강이 있을리 없다고요. 사실 그렇기도 합니다. 끓어오르는 강이라는 건 말그대로 굉장히 높은 온도의 온천수가 솟아 올라 흐르는 강이라는 겁니다. 온천이 솟은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마그마의 영향으로 강물이 매우 뜨겁게 데워진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건 현재의 페루 환경에서, 아니 아마존 환경에서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습니다. 그야말로 환상이라 생각했지요.

그러면서도 미련은 남아, 어느 날 고모를 만난 자리에서 이 이야기를 꺼냅니다. 끓어오르는 강은 그냥 전설이지요, 라고요. 그러나 고모는 단호하게 답합니다. "아냐, 진짜야." 당황해 하는 조카 앞에서 이번에는 고모부가 거듭니다. "나도 가봤어."


그리고 이렇게 대학원생이 된 꼬마는 어릴 적 할아버지에게 들은 전설의 강을 찾아 나섭니다.


이 책은 전설의 강을 찾고 확인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지만 그 강이 흐르는 아마존의 환경보호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아마존의 밀림은 벌목꾼들에게 철저하게 파괴되고 있지요.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는 비유를 많이 하니, 이건 허파의 공기주머니를 하나씩 잘라내는 행위로 비유할 수 있습니다. 읽고 있다보면 그에 대한 통제를 하지 못하는 페루 정부에 대한 한탄과, 아마존의 정글이 완전히 망가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동시에 찾아옵니다. 인간 스스로가 폐를 잘라내고 있으니 정말로 인류는 멸망의 길로 가는가 하고 말입니다.

그런 와중에도 전설을 찾고 이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이 있으니 조금은 희망이 있는가요. 아뇨,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열 경찰이 한 도둑 못잡는 것처럼, 밀림을 파괴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그리고 그들을 처벌하지 않는 한 인류 멸망의 시계는 한없이 자정으로 다가갈 겁니다.


우울한 가운데서도 약간의 희망은 남았지만, 알 수 없습니다. 이대로 괜찮은 걸까요. 여러모로 생각할 거리를 남기는 책입니다.



안드레스 루소. 『끓어오르는 강: 전설 속 아마존 강을 찾아 나서다』, 김성아 옮김, 문학동네, 2018, 13800원.


TED 시리즈라더니, 과연. 짧고 간결하게 읽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게다가 컬러라 그 강을 생생하게 사진으로 볼 수 있는 것도 좋네요. 물론 영상이 더 생생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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