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리뷰에 묶어 쓰려다가 까맣게 잊고 뒤늦게 올립니다. 읽기는 이 책을 가장 먼저 읽었네요. 다만 베갯머리 책으로 읽으려다가 읽는 내내 졸았고, 막판에는 마구 책을 넘겼습니다. 얼핏 봐서는 읽는다기보다는 본다는 것이 어울리지만 실제 책장을 넘겨보면 글 있는 책보다 오히려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 책입니다.


최근에 인포그래픽이라면서 책의 내용을 그림과 도표로 바꿔 소개하는 책들이 많습니다. 그런 류의 책이 쏟아졌지만 보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고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습니다. 무엇보다 글자 중독형 인간인 제게는 그림 읽는데 오히려 시간이 더 많이 걸립니다. 그림만 보고 단번에 파악하는 것은 무리고, 그림 하나 하나의 색을 확인하고 그 옆의 재료를 봐야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30쪽에는 각양각색의 스무디 제조법이 소개되었습니다. 물론 글로 표기하는 것보다 훨씬 간결하고, 압축적으로 보여주지만 다시 말하면 하나하나를 읽는데는 시간이 많이 듭니다. 30쪽에는 하단에 스무디 만드는 기본 방법을 흐름도로 보여주고, 그 위에 6개의 스무디 제조법이 나옵니다. 어던 것이 들어가는지는 각각의 재료 색을 보고 대강 짐작을 합니다. 그리고 실제 완성된 스무디의 색이 어떨지, 맛이 어떨지 상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그 재료는 모두 프랑스어입니다. FRAISES라든지, GLACONS라든지. 글씨 크기에 따라 재료 분량은 짐작하지만 구체적인 비율은 그 옆의 재료를 확인해야하고요.

그렇다보니 하나하나의 레시피를 읽는데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이건 미리 읽고 기억했다가 그 다음에 실제 만들 때 다시 확인해야하는 그런 책인 겁니다.


그래도 색이 멋지고 디자인도 멋지니 한 번쯤 후르륵 넘겼다가 필요할 때 떠올려 찾으면 나쁘지는 않겠더군요. 베이글 샌드위치나 피자 등의 레시피도 상당히 직관적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다만 요리 해먹기보다는 이거 따라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더 먼저 드는 건, 내용보다 그래픽이 먼저 와닿기 때문이겠지요.


베르트랑 로케, 안 로르 에스테브. 『인포그래픽 요리책』, 강현정 옮김. 시트롱마카롱, 2018, 18000원.


몰아 쓰다보니 이번에는 책 감상 세 건이 함께 올라갑니다. dancyu시리즈인 『日本一の卵レシビ(일본 최고의 달걀 레시피)』,『자꾸만 만들고 싶은 쿠키책』, 『오늘은 집에서 카페처럼』의 세 권이고, 읽은 순서는 쿠키-달걀-카페 순입니다.


읽은 순서대로 적어보지요.

『자꾸만 만들고 싶은 쿠키책』은 제목 그대로 쿠키 만드는 법을 소개합니다. 루스루스라고, 도쿄의 니시 아자부 주변에 있는 과자공방이랍니다. 구움쿠키, 그러니까 baked cookie이고 일본어로 燒き菓子라고 부르는 과자 종류입니다. 일본 번역서에서는 대개 구움과자라고 적더군요. 적절한 번역어는 아니라고 보지만 대체하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하여간 버터와 밀가루와 설탕과 기타 재료를 여러 비율로 섞어 구워 만드는 과자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같은 재료를 어떻게 조합하고 어떻게 배합하느냐에 따라 모양도 식감도 굉장히 달라집니다. 재료만 놓고 보면 바삭바삭하게 입에서 부서지며 녹아내리는 프랑스 과자 사브레나, 어떤 때는 바삭하고 어떤 때는 또 질기며 어떤 때는 폭신한 스콘과 핫비스킷도 같은 재료로 만듭니다. 배합 비율과 조합 순서가 다를 뿐입니다.

여기서는 그 기본부터 차근하게 가르칩니다. 버터는 녹이지 않고 크림 상태로 만들며, 밀가루를 섞을 때는 주걱으로 두 번 긋고 아래부터 뒤집어 섞는다는 식으로 말입니다. 그리고 그 기본 방법에 기초해서 굉장히 다양한 쿠키를 소개합니다. 표지부터가 이미 사람을 홀리죠.

이런 과자를 좋아하신다면 재미있게 보실 겁니다. 그리고 저는 이 책에 홀려 오븐 구매 욕구도가 10% 상승했습니다.(먼산)


『日本一の卵レシビ(일본 최고의 달걀 레시피)』는 제목 그대로 달걀로 만드는 요리들을 소개합니다. 비슷한 책들은 많은데 이 책은 묘하게 사람을 홀립니다. 아마도 달걀이 재료가 되는 요리가 아니라, 달걀이 주역인 요리를 소개하기 때문일 겁니다. 오믈렛이나 반숙달걀뿐만 아니라 프리타타, 달걀볶음밥, 샌드위치, 카르보나라 2s등등 다양한 요리를 소개하고 레시피도 구체적으로 보여줍니다. 게다가 사진이 사람을 홀리네요. 멀리서 초점 흐리며 찍은 사진이 아니라 내가 주역! 내가 메인! 이러면서 달걀 요리들이 유혹합니다. 견디기 매우 어려우니, 집에 들어가면서 달걀 한 판 사들고 가야할 듯 합니다.


『오늘은 집에서 카페처럼』은 조금 미묘한 책입니다. 집에서 카페처럼 여러 음료들을 만들어 먹는 책이라며 나왔는데, 보고 있노라면 이 많은 재료를 집에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인가 싶습니다. 각종 과일청은 물론이고 초콜릿이나 코코아, 커피, 크림 등등이 있어야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에스프레소 만들 모카 포트와 우유 거품 만들 거품기도 있어야지요.

그냥 카페 음료 만드는 법을 소개한다고 생각하면 다른 책들과 크게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집에서 편하게 카페처럼 음료 만들어 마시는 것도 가능하겠지만 그것도 재료와 솜씨와 시간이 있어야 하는 것인데. 그런 생각을 하다보니 삐딱하게 보게 되는군요. 하하하.;ㅠ;

그래도 인스타그램 보듯 가볍게 보기에는 나쁘지 않습니다.



닛타 아유코. 『자꾸만 만들고 싶은 쿠키책』, 송혜진 옮김. 한스미디어, 2018, 12000원.

『dancyu 日本一の卵レシピ』. プレジデント, 2017, 13000원.(알라딘 기준)

박현선. 『오늘은 집에서 카페처럼』. .지콜론북, 2018, 15000원.


쿠키책은 일단 장바구니에 넣고 오븐 구입 여부를 심각하게 고려해보려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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