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줄 요약: 경고합니다. 읽을 때 꼭 옆에 간식이나 야식 두세요. 그렇지 않으면 읽는 내내 허벅지를 찌르며 식탐에 시달릴 겁니다.



『플레누스』의 작가인 양효진(둥근보름달)은 조아라에서 활동하던 작가입니다. 과거형을 붙이는 것은 이전 작인 『드라마틱』 때부터 연재처 고민을 하다가 조아라를 떠나 다른 곳에서 연재하고 출간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유야 간단하지요. 『드라마틱』도 초기에 공지가 있었습니다. 만약 이 작품이 유출된다면 그 즉시 연재를 중단하고 연재처를 옮길 것이라고요. 이 모든 것은 조아라의 부실한 보안 시스템이 원인입니다. 조아라가 혹시 부진을 겪는다면 그 모든 것은 자승자박이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바.-_-; 올 초에 언급되었던 단문 글쓰기 서비스도 그렇지요. 텍스트를 바로 긁을 수 있는데 누가 거기에 아이디어를 올려 정리하려 할까요. 차라리 트위터 같이 공개된 곳에 올리거나 자기 핸드폰에 저장하는 것이 낫지요.



그런 이유로 『플레누스』도 조아라가 아니라 블로그에서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1부만 블로그 연재한 뒤 비축분이 쌓인 상황에서 유료연재플랫폼으로 이동했습니다. 출간 계약작이라 유출되면 문제가 커지니까요.



전체 전자책 7권으로 완결되었고 7권 후반부는 외전입니다. 본편이 1권부터 7권 중반까지입니다. 1권은 맛보기라 조금 페이지가 적고, 다른 것은 그 2.5배쯤 됩니다. 제가 보는 글씨 크기 기준으로 1권이 62쪽, 7권은 162쪽입니다.


에우데모니아 플레누스(에모)는 환생자입니다. 1인칭 주인공시점이라 본인이 환생자라는 건 처음부터 등장합니다. 정확한 전생의 기억은 없지만 추정컨대 한국에서 살다간 인물로 보입니다. 태어난 곳은 제국 동쪽의 자작가. 부모님은 제국 아카데미 출신의 작위 귀족으로 결혼하면서 영지를 합치고 작위 하나를 반납하며 플레누스 자작가를 이룹니다. 마왕과의 전쟁 때 윗세대가 모두 사망한데다 부모님은 외동이라 가까운 친척은 없답니다.

세계는『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에서 처럼 과학을 대신하여 마법이 발달했으며, 전기 대신 마력이 동력 역할을 합니다. 대신 마법공학을 기반으로한 마법물품들은 기초 설치비가 굉장히 비싸고 마력을 충천하는 방식입니다. 대강 유추하실 수 있겠지만 플레누스 세계관의 공돌이는 마법사입니다.


그렇게 사회환경은 발전해 있지만 식문화는 바닥입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기억을 온전히 가진 에모가 가장 불만을 가진 것도 먹을 것이었고요. 백일 때 대지의 여신 샤키리의 신전에 가서 축복을 받으니 식복이 있답니다. 부모는 매우 기뻐하며 돌아오지만 그 뒤 이유식을 시작하면서 식복 있다는 에모는 내내 투덜거립니다. 그나마 영지가 바다에 면해 있어서 소금은 풍부해 간은 하지만, 그 외의 감칠맛은 전혀 없습니다. 향신료 없음, 향신채 없음, 설탕은 매우 비쌈. 식단 구성이 빵과 채소(샐러드), 구운 고기나 구운 생선이랍니다. 전쟁의 피해를 상대적으로 덜 입은 영지라 먹는 것이 풍족하다는데 이 지경이고요. 아냐, 그래도 영국보다는 낫습니다. 무조건 삶거나 무조건 굽거나 이상한 조리법을 첨가하진 않으니까요.

식재료가 다양하지 않은 것도 문제고 가격이 비싼 것도 문제입니다. 게다가 주 식량인 밀은 영지에서 재배를 많이 못합니다. 영지가 산과 바다, 약간의 평지라서 밀재배 면적이 좁다는군요. 그리하여 남쪽으로 가서 쌀을 수입하기도 합니다. 전쟁의 주 격전지가 중앙과 북부라 상대적으로 남부는 괜찮기는 한 모양입니다. 에모가 이유식을 막 시작할 즈음에야 쌀을 들여와 쌀죽을 먹기 시작하니까요.


... 이렇게 적다보면 책 소개가 엄청나게 길어질 것 같으니 건너 뛰어 에모가 세 살 때로 갑시다. 그래봤자 이것도 1권 챕터 4의 이야기입니다.

이 때 마왕과 용사의 전쟁도 막바지에 이르릅니다. 그리고 세 살 생일이 되어, 모든 아이들이 그러하듯 신전에서 하룻밤 지내게 된 에모는 여신님을 만납니다. 대지의 여신 샤키리님. 성에서 가장 가까운 신전이라 여기서 머물렀더니, 여신님이 나타나 전생의 기억을 남겨 준 것은 식문화 혁명을 위한 것이며, 마왕이 던진 엿 때문에 조만간 난리가 날 것이니 이계의 지식으로 사람들을 널리 배부르게 하라고 합니다.


(1권 55/62)

제 이름은 에우데모니아 플레누스. 올해 나이 세 살. 졸지에 대기근에서 대륙을 구하라는 임무를 받고 말았습니다. 아웅! 큰일이다!


크흑.T-T 에모의 혀 짧은 소리는 참으로 귀엽습니다.


그리고 말뿐만 아니라 대단한 신기(神器)를 주십니다. 소꿉놀이 세트와 책. 소꿉놀이 세트는 신력을 이용해 자유자재로 크기가 변화하며 불이 없어도 조리가 가능한 만능 주방도구입니다. 그리고 책인 애풀레는 아무리봐도 태블릿PC. 아카식레코드에 접속 가능-한 것이 아니라 신들의 백과사전과 그 레시피북에 접속할 수 있는 모양입니다. 세상 만물의 지식을 담았다더니, 사진촬영도 아니고 주인이 본 것이 뭔지 궁금하다며 검색하면 글분만 아니라 사진자료까지 생생하게 담아서 보여주는 만능 신기입니다. 이야. 여신님이 실제로도 스마트폰, 태블릿PC를 참고했다 말씀하시는군요. 에모를 콕 찍어 기억 남겨 환생시킨 이유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신기를 받았지만 대외적으로 에모가 샤키리 여신과 가깝다는 것은 비밀입니다. 그렇지 않아도 정세가 혼란한데, 거기에 힘없는 자작가의 딸이라 하면 더욱 휘둘리기 쉬우니까요. 그리하여 신전과 플레누스 자작가는 그 사실을 숨기기로 합니다. 그리고 이제 에모가 본격적으로 활약을 시작하지요. 첫 활약은 입덧으로 아무것도 못 먹는 상태인 어머니에게 칼국수면과 바지락, 마늘, 고추, 올리브면을 이용해 바지락칼..파스타 한 사발 만든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마늘과 고추는 대마족 무기로 확보중이어서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닌 독극물 취급을 받고 있었는데... 그게 순식간에 향신료, 향신채가 됩니다. 물론 무기를 먹는다는 것에 대한 반감은 덜했습니다. 자작님이 먹으며 생각했듯이, 이렇게 먹는다면 마족들이 피해가겠다는 생각을 했으니까요. 아마 다른 이들도 고추와 마늘을 먹으며 그랬을 겁니다.

거기에 가축용으로 사용되던 토마토나 옥수수를 사람이 먹을 수 있게 시험 재배 후 가공하고 시식하며, 안 먹던 고구마도 보급합니다. 그 와중에 마왕이 패배하면서 건 저주 때문에 제국 내 모든 밀밭은 검게 변해 죽어갑니다. 밀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들도 영향을 받아 최악의 식량난이 닥쳐오지요. 그 때 꺼내는 것이 옥수수와 고구마였고, 그 다음에는 감자증명(...)을 통해 ‘먹으면 죽는다’는 음식이던 감자가 훌륭한 구황작물임을 입증합니다.

김치 담그는 것도 성공하고, 그렇다보니 식생활은 에모와 플레누스 자작가 덕분에 상상을 초월하는 수준의 혁명기를 겪습니다. 식복을 가진 아기씨 덕에 모든 것이 변했지요. 그 덕에 목숨을 구한 사람들도 많습니다. 귀족가의 아가씨였지만 모든 것을 다 잃고 몸만 남았던 패티, 그리고 마나 문제로 죽어가던 마법사와 그 제자, 플레누스 영지 근처에서 발견된 피스와 그 외삼촌. 이들은 플레누스 자작가의 도움으로 건강을 되찾고 평범한 일상을 이어나가며 회복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들에게는 1부의 이야기가 치유기와 성장기겠네요. 아니, 사람뿐만 아니라 여러 영지들도 에모의 조언과 도움으로 마왕의 저주를 이겨낼 수 있었습니다.


1부의 이야기는 이렇게 에모가 일으킨 제국 식문화 혁명과 그 도움을 받은 여러 사람과 가문들을 다룹니다. 그리고 2부는, 그 이후의 이야기입니다. 에모는 훌륭히 잘 커서 재산 규모가 제국 내에서 손 꼽힐 정도로 대단한 아가씨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에모가 자라는 사이, 무능한 황제가 사망하고 제위를 툰 경쟁이 일어납니다. 수많은 황자들이 서로 죽고 죽이는 가운데, 그간 죽었다고 알려졌던 황자가 나타나 전세를 역전시키고 황제가 됩니다. 그리고 독자들은 그 황자가 누구인지 압니다.-ㅁ-


2부의 이야기는 1부에서 연결되었던 플레누스 중심의 여러 인맥이 한 번에 뒤섞입니다. 새 황제가 즉위하면서 플레누스는 그 재산과 영지 덕분에 백작가로 승격되며, 그 이후에도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대며 신흥 귀족집안으로 우뚝 섭니다. .. 그리고 그 때문에 황제의 배우자 찾기에도 휘말립니다. 황가의 내정을 맡은 사람이 오랫동안 비어 있었던 터라 공작가에서 잠시 맡았지만 나이가 많아 은퇴를 요청한 데다 황제도 슬슬 배우자를 맞아야 한다는 소리가 나왔지요. 그리하여 황제는 주위의 조언을 듣고는 배우자 후보로 넷을 들여 황궁 내의 일을 맡깁니다. 그러니까 임시직 공무원으로 삼아 업무를 맡기고 그 중 황후를 선택한다는 것이지요. 에모도 이 후보에 올라 다른 세 사람과 함께 여러 행사들을 치러냅니다.


아래는 내용폭로가 될 수 있어서 일단 점어 넣습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이 넷의 조합은 팀프로젝트와도 닮았습니다. 각자 잘하는 분야가 있는 사람들이 모여 팀프로젝트를 꾸리면서 그 와중에 자신이 갈 길을 탐색하고 그 길을 걸어가는 모습이란게.


우음. 그래서 솔직히 아쉬웠습니다. 종이책이 있었다면 당장에 구입하고 도서관에도 신청했을 것인데, 전자책으로만 나왔거든요. 혹시라도 나중에 종이책으로 나와주지 않을까 기대는 하지만 가능성은 낮습니다. 전자책 네 권으로 나왔던 헤스키츠 제국 아카데미는 편집 빡빡하게 하고도 두꺼운 종이책으로 두 권이었습니다. 그렇다면 플레누스는 4~5권 정도는 나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래도 쉽지 않겠지요. 끄응.



뭐라해도 이 책의 1부 백미는 여신님과 그 형제들입니다. 맨 마지막까지 그 방점을 찍어주시니, 감자는 위대하여라. 맥주와 함께하는 감자는 이 세상 최고의 존재인겁니다.(경건) 우리 모두 감자와 옥수수와 고구마를 모시고, 감자피자로 샤키리 여신님께 제를 올리지요. 식복 저도 주시면 안될까요..?


양효진. 『플레누스 1-7』. 가하에픽, 2018, 합본 15600원.



자작가의 꼬마 아기씨 덕분에 여러 별명이 생기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자생 토마토는 보통 가축이 먹지만 에모는 잘 익은 빨간 토마토를 따서 토마토 소스를 만들어 냅니다. 그리고 그게 쌀밥과 밀가루 모두에 잘 어울린다는 것을 안 뒤에는 자작님이 대규모로 토마토를 사들이고 가공해서 판매합니다. 그리하여 토마토 자작이란 별명을 아버지가 얻었는데. 그 이후에 사탕무 재배에 성공하고 설탕을 생산해서 판매하기 시작하자 에모에게 설탕 아가씨란 이름이 붙습니다. 그리고 그 뒤에는 감자 증명으로 별명을 얻는데. 이게 가장 유명하고 가장 오래 남은 별명이 아닌가 합니다. 직접 찾아 읽어보세요.(웃음)


그리고 마지막.


3권, (77/144)

(중략)

"피스 이하 얼굴은 전부 거절이야."

"으아, 아기씨. 그건 너무한 발언이세요. 동부에서 제일 예쁜 어린이 뽑기 대회가 있으면 1등은 피스가 차지할 거라고요?"

"난 동부에서 제일 부자인 어린이다!"

미남은 능력있는 여자가 차지하는 법이자.(하략)


정말 그렇습니다.-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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