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本を守ろうとする猫の話입니다. 직역하자면 ‘책을 지키려고 하는 고양이 이야기’이니 번역제목도 잘 지었습니다. 일단 제목에 책이 들어가고 고양이가 있는데다 표지도 예뻐서 집어 들었지요. 그것도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알라딘 사은품 제공 대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하하하. 지금 확인하니 원서도 표지가 같습니다.


지난번에 구입한 전자책들은 그제 『우평인』을 포함해서 다 읽었던 데다, 아침 출근길에 잠시 잠시 꺼내 읽으려면 아이패드보다는 종이책이 낫다는 생각에 『마법사의 신부』 7권과 이 책을 놓고 고민하다가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다행히 패딩 주머니에 들어가더군요. 안심하고 출근했습니다.

(덧붙여, 7권은 엊저녁 읽었고, 읽고 나서는 결말부의 절단신공 때문에 안 들고 가길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의 시작은 할아버지의 부고입니다. 작은 책방을 운영하던 할아버지가 갑작스럽게 사망하고 나자, 린타로는 혼자 놓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부모님도 안계신 린타로를 대신해 고모가 장례를 치루고 각종 일처리를 다 했다는 겁니다. 얼굴도 처음봤다는 것을 보면 3촌이 아니라 5촌이거나 그 이상일 수 있겠지만 자세한 정보는 없습니다.

린타로는 유일한 가족을 잃은 뒤에는 학교도 가지 않고 멀거니 책방을 지키며, 찾아오는 사람만 맞이하는 하루하루를 보냅니다. 그리고 그런 책방에 얼룩고양이 한 마리가 나타납니다. 얼룩무늬가 있어 얼룩이라고 부르면 된다는 갈색 무늬의 고양이는 린타로를 2대라고 부르며 미궁에 가서 책을 해치는 이를 막고 책을 구해달라고 요청합니다.

그리고 아마존의 책 소개를 확인하니..



줄거리는 적어 놓고 보면 나쁘지 않습니다. 미하엘 엔데의 『끝없는 이야기』가 떠오르기도 하고, 작은 책방이라 그런지 밤바담의 『고양이는 아홉번을 산다』나 김모래의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가 떠오르기도 합니다. 뒤의 두 책이 BL소설인건 일단 넘어가고, 내용을 조금 더 풀어 설명하면 책방을 배경으로 하고 고등학생이 등장하며 고양이가 요정처럼 나타나 책을 구하라는 퀘스트를 주고, 각각의 미궁을 격파하면서 주인공의 상처도 치유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문제도 그런 이야기라 발생합니다.

각 미궁에서 책을 구하면서 린타로는 책과 관련한 여러 교훈을 깨닫고 그걸로 미궁의 최종 보스들을 설득합니다. 지극히 당연하고 지극히 정론적인 이야기지만 그래서 지극히 클리셰적입니다. 넵. 클리셰. 읽는 내내, “책은 이래서 좋아요, 책은 이렇게 읽으면 안돼요, 책을 소중히 다뤄주세요.”라는 내용의 공익광고를 읽는 기분이 듭니다. 지나치게 교훈적며 거기에 학생인 주인공인 소설답게 인기많고 사교성 매우 좋지만 책을 사랑하는 멋진 선배와, 오지랖넓고 발랄하고 직선적인 성격의 반장이 등장합니다. 후자는 여자고 당연히 로맨스 있습니다. 차라리 후자도 남자였다면, 그게 아니라 주인공이 여자였다면 그런 클리셰가 조금 깨지면서 균형이 잡혔을지도 모르지만 슬프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거기에 친척 고모는 또한 발랄하고 시원시원한 성격이며 일도 잘합니다. 사근사근한 성격이라 아이가 그어 놓은 선을 신경쓰지 않고 들어와 살뜰하게 챙겨주고, 아이의 의견도 존중합니다. 그런 모습이 동화 속에 등장하는 요정 대모 같습니다.



책을 읽는데 걸린 시간은 기껏해야 40분. 얇지 않은 책임에도 읽는데 시간이 걸리지 않습니다. 책을 이야기하고 책방을 이야기하는데는 오히려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나 『소설처럼』이 훨씬 더 낫습니다. 고전을 이야기 하고 거기서 파생된 동류 의식을 다루고싶다면 차라리 『고슴도치를 위하여』가 낫습니다. 교훈적으로 책의 소중함을 강조하는 설교를 듣다보니 차라리 이런 책들이 한 번 더 읽는 것이 시간이 덜 아까웠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잘 맞는 책일지 모르지만 제게는 참 안 맞는 책이었습니다. 일단 앞서 적어 놓은 여러 키워드를 참고하고 읽어보세요.



나쓰카와 소스케.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이선희 옮김. 아르테, 2018, 14000원.


그래도 책은 참 예쁩니다. 겉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소프트하드커버의 책표지도 멋지고 가름끈조차도 책과 잘 어울리는 진한 노랑입니다. 책은 참 예쁜데 저랑 안 맞으니 어쩔 수 없군요.



TRPG는 이름만 들어보았습니다. 애초에 RPG도 이름만 들었고요. 어느 쪽이건 해본 적이 없으며, 같이 할 사람이 없습니다. 아니, 누군가와 모여 같이 게임 한다는 것은 솔플을 선호하는 제게는 굉장히 번거로운 일입니다. 마비노기 할 때도 파티플 퀘스트가 나오면 끙끙댔는데!

그렇지만 초여명에서 제작한 마법의 가을은 두루말이 형태의 게임판이 멋지기도 해서 그대로 홀렸습니다. 거금을 투자해 질렀습니다.


펀딩은 여름쯤 했던 걸로 기억하지만 제작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려 올해가 되어서야 받았습니다.






상자 라벨을 뜯고서야 사진을 안 찍었다는 걸 떠올리고는 뒤늦게 찍어봅니다.






완충재로 포장한 상자가 하나 나오네요. 오오오, 범선!






상자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멋집니다. 상자도 아예 비닐래핑이 되어 있는데......






뒷면은 이렇습니다.

..

그리고 속은 아직 모릅니다. 왜냐? 이 상태로 창고 보관중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생협 모임 때 들고 나간다 하고는 까맣게 잊어서 그냥 두었습니다. 다음 모임 때 들고 가면 그 때 개봉할까 싶지 않은데. 으으음. 기왕이면 미리 찍어 가는 것이 좋....지만 어떨라나요.

하여간 개봉사진은 조금 더 기다려야 할 겁니다. 하하하.;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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