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올리는 대부분의 소설이 그렇듯이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BL입니다. 조아라에는 완결과 외전 1, 그리고 IF 외전 하나가 연재되었고 나머지는 전자책으로만 볼 수 있습니다.

아주 간략히 내용을 요약하면 앞선 생의 기억은 현생의 기억을 압도하는가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내용 폭로가 될 수 있으니 아래의 내용 중 일부는 접었습니다. 심각한 내용폭로는 아니지만 초반에 헷갈릴 수 있는 몇몇 키워드 때문에 그렇습니다.


루크는 어느 날 낯선 몸에서 눈을 뜹니다. 반역 주모자로 몰려 모진 고문을 받다가 사랑하는 사람의 칼에 절명하고 정신이 들었을 때, 그보다 300년은 더 지난 같은 세계에서, 황태자의 비서를 맡고 있는 라파엘이라는 인물의 몸에서 눈을 뜹니다. 가녀리고 조용한 후궁이었던 루크와는 달리, 라파엘은 키도 덩치도 더 큽니다. 거기에 백작이기도 하고요. 부모님이 테러로 돌아가신 뒤 공작인 외조부의 손에서 자랐지만 외조부도 돌아가셨고, 현재 공작인 외숙과는 데면데면하고 얼굴도 보기 어렵습니다. 그래도 혼자서 잘 자란 인물인데 그 몸에 루크가 들어간 겁니다.

루크가 가장 어려워하는 사람은 자신이 모시는 샤를마뉴입니다. 자신이 사랑했고 또 가장 증오하는 인물인 델루니안-3백년 전의 그 황제를 꼭 닮았습니다. 같은 황실의 인물이라지만 얼굴이 닮아 볼 때마다 그 사람을 떠오르게 하는 통에 대하기가 어렵습니다. 거기에 루크가 눈을 떴을 때, 라파엘은 교통사고를 당했고 거기에 관련된 인물들의 수상한 행적들은 이 소설이 스릴러는 아닌가 고민하게 만듭니다.


결론적으로 스릴러는 아닙니다. 아니, 단언하기는 어렵군요. 하여간 300년 전에 있었던 루크를 둘러싼 반역 사건의 진실이 이야기의 한 축이고 현재의 황태자 샤를마뉴와 라파엘을 둘러싼 여러 사건들이 또 다른 한 축입니다. 주인공들이 엄청나게 마음 고생은 하지만 결말은 해피엔딩이니 안심하고 보셔도 좋습니다. 연재 당시에 가장 뒤통수를 맞았던 부분은 '내용폭로가 될 수 있는' 저 키워드의 문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일이 다 끝나고 에필로그 넘어 외전에서까지 루크=라파엘은 고민합니다. 소설 속에서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은 라파엘뿐만이 아니지만 이들이 고민하는 것은 모두 같은 맥락이라 볼 수 있습니다.


라파엘은 지금, 현재를 선택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해피엔딩이라 말할 수 있습니다. 해피엔딩은 라파엘의 기준이지만 라파엘이 선택한 이들도 모두 행복한 삶일 거라 단언할 수 있으며 아닌 이는 .... 범인에 해당하는 인물뿐일까요. 외전에서 라파엘이 던진 폭탄에 무릎을 꿇는군요. 그가 다음 생에서는 행복해지길 바라지만 알 수 없습니다. 솔직히 그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건 그 범인 때문이 아니라 그 옆의 다른 인물 때문입니다. 혹시라도 새로운 삶을 다시 살게 된다면 정말 깨달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요.



늘봄하루. 『다시 만난 세상 1-5(합본)』 . 파란달, 2017, 16200원.



지금도 달달한 외전 돌려보며 만족합니다. 흐흐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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