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도 구체적인 감상을 적으려다가 몇 번 지우고는 책의 구절을 적는 것으로 갈음합니다. 미니멀라이프나 슬로라이프는 저와는 안 맞습니다. 그러니 킨포크도 이제 볼 일 없을 것이고, 더 구체적이거나 실험적인 사례까 있는 책들이 아니면 손대지 않을 생각입니다. 『텃밭의 기적』이나 웬델 베리, 마이클 폴란이면 모를까, 이런 책은 안보는 쪽이 시간관리에 도움됩니다.


부제인 '차근차근 하나씩'은 일상적으로, 하루에 하나씩 무언가를 버릴 결심을 하고 정리하는 모습을 말합니다. 블로그에 올린 것인지 아니면 다른 곳에 연재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칼럼처럼 작은 소품이나 생활습관을 들어 바꾸거나 치웁니다. 이전에 '하루에 하나씩 버리기'를 하면 살림이 훨씬 말끔하다는 이야기도 본 적 있는데 그 연장선인지도 모르지요.


첫 번째는 데일리백, 두 번째는 에코백. 하지만 이 양쪽부터가 상충합니다. 데일리백 이야기를 하며 가방을 가능한 가볍게, 도라에몽 주머니가 아니라 정말로 꼭 들고 다닐 것만 챙긴 가방을 이야기합니다. 비싼 가방이 아니라 에코백을 선택해서 일상가방으로 쓰기도 하고, 얇은 에코백은 장바구니로 쓴답니다. 대신 자주 망가지니 여분이 필요하다고요.

..음. 슬로라이프는 맞을지 몰라도 적게 소유하는 삶이라면 에코백을 멀리하는 것이 낫습니다. 에코백이 아니라 튼튼한 천가방을 쓰는 것이 나으며, 어중간한 것은 얇지도 않고 가볍지도 않으며 물건을 많이 담으면 늘어지고 망가집니다. 얇은 에코백 대신 아예 장바구니를 둘둘 말아 들고 다니는 것이 좋습니다. 그게 훨씬 튼튼하고요. 금방 망가지고 재활용이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에코백은 오히려 환경에 도움이 안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것도 받아서 모으기 시작하면 장이 금방 차지요. 평소 쓸 것 두셋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다 버리는 것이 정리하기 좋습니다.


그 뒤의 옷과 신발과 화장품 이야기는 공감 불가.

다이어트 이야기도 공감 불가. 한 번 다이어트를 시작했다면 끊을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 살 안찌는 체질로 완전히 바뀐다면 모를까, 지금의 저는 다이어트를 끊을 수 없습니다. 하하하.;ㅂ; 체질을 바꾸기 전에 생활습관을 바꾸면 된다지만 바꿔야 하는 그 생활습관 자체가 다이어트 습관인걸요.


그날 그날 장을 봐서 채운다는 식생활은 무리. 일단 제 냉장고가 매우 작기 때문입니다. 냉동실도 따로 없는 거라 장기 보관은 어렵습니다. 게다가 체력과 기력의 한계로 날마다 뭔가 해먹는 건 더더욱 어렵고... 하여간 제 생활과는 안 맞는 겁니다.

그리고 그 뒤의 식생활과 관련된 이야기들이 걸리는데.


pp.101-102

(중략)

유기농은 단순하지 않았다. 내가 래디쉬 씨앗에서 발견했던 것처럼 씨앗부터가 자연에서 얻어진 것이 아닌, 종묘 회사에서 설계하여 방충 등을 위해 인위적인 처리를 한 것이라고 한다. 유기농법의 의미조차 잘 모르던 나는 동물의 분뇨와 같이 동물성 비료를 쓴 것인지 식물성 비료로 농사를 지었는지에 따라 채소의 성질이 달라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결론은 자연 그대로에서 온 씨앗으로 비료를 뿌리지 않은 땅에서 농약을 치지 않은 채소를 먹는 것이 몸에 좋다는 것이다.

일종의 '채소의 진실'과 같은 정보로 내가 깨달은 것은 모든 자연의 산물은 태생을 거스르고 결점 없는 완벽에 도전하려고 할수록 오히려 불완전해진다는 것이다. 자손 번식이라는 생물의 본능을 거슬러 편의를 위해 씨 없는 수박이나 포도 같은 것을 만들어 ..(하략)



여기서 잠시 책을 내려 놓았습니다. 그래도 포기는 하지 않고 다른 마음에 드는 부분이 있을지 몰라 이리저리 뒤졌습니다.


-홍차시간은 좋습니다.

-대체품을 먹지 않는다는 것도 좋네요. 먹고 싶은 것을 바로 먹어야지, 대신 이걸 먹자고 하면 결국 폭주합니다. 제가 그랬습니다.

-인테리어의 완성은 향기라는데도 동의하지 않습니다. 일단은 제가 강한 향을 싫어해서 차라리 향이 안나는 걸 선호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향이라면 빵이나 커피향이 제일 좋습니다.

-만능 베이킹소다에서 잠시 또 한숨. "기본적으로 식품 원료에도 쓰이는 천연 미네랄 물질"(p.148)이라네요.

-세월의 때가 묻은 생활용품, 생활물품은 좋지만 자칫하면 버리지 못하는 삶으로 돌아갈 수 있습니다. 하기야 이건 슬로라이프지 미니멀라이프 책은 아니니까요. ..응? 생활의 규모를 줄이는 것도 같이 이야기하는 책이었는데?



그리고 다시 한 번, '소유하지 않고 소유하는 책'에서 스위치가 눌립니다.


pp.184-185

"다른 건 다 버려도 책은 버릴 수 없어"라고 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다. 평소 책보다 TV를 더 즐겨보더라도, 여러 권의 책을 가지고 있다는 것으로 자신이 고급스러운 취향을 가진 양 뽐낼 수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나는 확실히 그런 마음이 있었다. (중략) 정말 좋아하는 책이라면 여러 번 읽게 될 것이고 내용은 내 것이 될 테니 책을 굳이 갖고 있지 않아도(하략)


여기서 얌전히 책을 내려 놓았습니다. 음. 저랑은 안맞습니다. 그리고 확실히 결심할 수 있었습니다. 미니멀라이프나 슬로라이프, 그런 종류의 생활을 지향하는 책은 읽으면 혈압이 오를 가능성이 높으니 가능한 골라오지 말자고요. 그 시간에 다른 책을 한 권 더 읽겠습니다.


그러니 오늘도 책으로 힐링하러 갑니다. 베갯머리 책과 함께, 안녕히 주무세요.



신미경. 『오늘도 비움』. 북폴리오, 2017, 13000원.



G는 이 책을 읽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지만, 일단 건네줘볼까요.'ㅂ';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