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님이 이 책을 읽고 계신 모양입니다. 트위터에 일부 감상기가 올라와 거기에 댓트윗 달았더니 감상 기대한다는 말에.. 일요일 아침에 서둘러 작성해봅니다. 아니, 이야기 없었어도 감상기 올렸을....? 장담은 못하겠네요. 요 며칠 사이에 희한하게 무기력이 와서 그렇습니다. 어제와 그제 글쓰기를 건너뛴 것도 그 때문이고요. 아. 트위터를 좀 줄여야. 차라리 다른 책을 읽는 것이 낫지, 트위터를 읽고 있는 것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그나마 어제 저녁 잠자리에서 읽은 책이 매우 훌륭하였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장점이네요.

 

 

다 읽고 나서 분노했습니다. 그리고 분개했고,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문제점을 보여주는 소설이라며 투덜댔습니다.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소설은 학생 아리스보다는 작가 아리스를 편애합니다. 학생 아리스의 탐정이, 뭔가 뒷 사정이 있어보이는 남자 대학생이라는 점이나 뒤끝이 좋지 않다는 점 때문에 그렇습니다. 『외딴섬 퍼즐』을 읽고 특히 분노하고는 그 뒤에 나온 학생 아리스는 손대지 않았습니다. 이 이야기와 이어지며, 아리스가와 아리스 책 중 가장 평가가 높은 『쌍두의 악마』 도 손 안댔습니다. 지금 적다보니 볼까 말까 고민되네요. 고민만 하다가 미룰 가능성이 높긴 합니다만. 대체적으로 치정싸움이 빠지지 않는다는 점도 걸리는 부분입니다. 작가 아리스 시리즈지만 『46번째 밀실』이나 『말레이 철도의 비밀』 , 그리고 제목은 기억나지 않는 다른 한 권도 읽다가 짜증나서 던졌습니다. 두 번째 책은 그럭저럭 보았지만 『46번째 밀실』은 범행동기를 보고는 이런 치정이었냐고 분노했으니까요. 『외딴섬 퍼즐』도 범행 동기가 매우 치졸합니다. 그렇다보니 읽으면서 공감을 못합니다. 차라리 아야츠지 유키토처럼 광인(狂人)이 등장하는 시리즈들이 낫습니다. 하기야 양쪽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이상하고. 작가 아리스는 비교한다면 히가시노 게이고의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를 생각할 수 있는데, 사람만 놓고 보면 작가 아리스 쪽이 조금 더 취향입니다. 범행 동기나 그 트릭은 한없이 취향에 안 맞지만요.

 

예.

단적으로 짚어 말해서 『자물쇠 잠긴 남자』는 중요 트릭이 몇 등장합니다. 한신아와지대지진이 그 중 하나이며, 시간적 불가능도 또 하나의 문제입니다. 근데, 아무리 봐도 이건 미친짓입니다. 정말로 미친짓이예요. 혹시나 하는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그 트릭이 등장하는 순간 속에서 육두문자가 치솟아 올랐습니다. 그건 아니지요.

 

 

일단 정신 차리고 정리를 좀 해보지요.

 

 

어느 날 작가 아리스는 소설가 대선배에게 개인적인 연락을 받습니다. 직접 연락을 받은 건 아니고, 편집자를 통해서 전해온 연락을 받고 나가보니, 어떤 사건 하나를 조사해달라는 요청이었습니다. 경찰이 자살로 마무리한 어떤 사망 사건을 두고, 절대 자살일 리가 없다며 이 사건을 다시 살펴달라는 이야기입니다. 바꿔 말하면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아니라 히무라 히데오의 힘을 빌리고 싶다는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때는 연말 연시. 조교수는 입시 때문에 동원되어 정신 없습니다. 그리하여 사건 장소인 오사카에는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먼저 가서 조사를 해두기로 합니다. 그리고 그 과정은, 모님 이야기대로 '조수일 3년이면 탐정뺨친다'(링크)는 수준입니다. 그런 점에서는 『바스커빌 가의 개』와도 비슷하군요. 다만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조사 수준이 더 높습니다. 보면 아실 거예요.

 

이 소설의 매력은 지리적 위치에 있습니다. 호텔을 운영하는 젊은 부부와, 고즈넉한 분위기의 작은 호텔, 그리고 맛있어 보이는 호텔 레스토랑, 그리고 특정 지역에 대한 생생한 묘사가 돋보이거든요. 망자의 궤적을 따라가는 그 모습이 매우 현실감 있습니다. 그래서 앞부분까지는 좋았습니다. 죽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자살을 할 만한 인물인지, 어떠한 정보도 남기지 않고 장기 투숙한 호텔방 하나에만 모든 것을 두고 간 인물의 정체가 무엇인지,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차근히 살펴 나갑니다. 거꾸로 말하면 히무라 히데오는 마지막의 마지막에 모든 증거와 판이 깔린 곳에 와서는 사건의 진상을 확인하고 발표합니다. 그 내용까지 말하면 아쉽죠.

 

간사이나 오사카 여행을 가시는 분들께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시리즈는 추천할만 합니다. 단편집도 그렇고, 이번 책도 매력적입니다. 매력적이지 않은 것은 사건의 동기와 트릭 문제입니다. 개인적으로 분노한 부분도 '시간서술 트릭'이라 부를 수 있는 그 부분이었습니다. '말도 안돼!'가 아니라 'ありえない!' 그러니까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분노했으니까요. 트릭은 있을 법하나, 그 과정에서 그 사람의 선택은 정말로 미친 짓입니다. 이것은 아냐. 남자 작가라서 쓸 수 있는 트릭이야, 싶더라니까요. 하하하하.-_-

 

 

일단 추천합니다. 간사이 여행 좋아하시는 분께는 매력적인 책입니다. 맨 마지막 부분에서 분노했지만, 그건 아리스가와 아리스 장편 소설 읽을 때 대부분은 그랬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책은, 호텔의 묘사나 주변 지역 묘사가 손에 잡힐 듯 생생한데다, 비용만 아니면 나도 이런 호텔 가고 싶다!는 절규가 튀어나오는 수준이니까요. 작가들이 통조림으로 거듭나던 도쿄의 야마노우에호텔은 이보다 규모가 작지만, 그리고 고베의 호텔 피에나가 이와 비슷하거나 작을 거라 생각하지만 도심에 있는 작은 호텔이란 여행자들에게는 로망입니다. 후후훗.

 

 

아리스가와 아리스. 『자물쇠 잠긴 남자 상-하』, 김선영 옮김. 엘릭시르, 2019, 각 13500원.

지금 보니 출판사가 엘릭시르였군요. 번역은 대체적으로 걸리는 곳 없이 무난합니다. 아마 한 두 곳 정도 갸웃거리는 부분은 있었다고 기억하는데 그 외엔 없고요. 책 판형이나 기타 등등의 편집은 엘릭시르 답게 좋습니다.

 

 

 

 

덧붙임.

그러고 보니 제목에 적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안 짚고 갔습니다. 왜 까먹었지.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트릭은 본문에 잠깐 언급했던 것처럼 무리수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작위적이고, 트릭을 위한 트릭, 전체 이야기를 만들어 놓고 거기에 트릭을 끼워 맞추기 위한 이야기로 보입니다. 작가 아리스의 소설이 안 팔리는 이유가 이거지! 라는 엉뚱한 생각이 들 정도로 말입니다. 단편의 경우는 덜하지만 장편은 그런 작위감이나 위화감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쌍두의 악마』는 어떨지 모르지만.. 으으음. 트릭들만 놓고 보면 작가가 따르고 싶어하던 엘러리 퀸 쪽이 아니라 요코미조 세이시의 느낌이 강합니다. 살인이라는 점에서는 파일로 밴스도 닮았을지 모르지만 적어도 거기서는 작위감이 그렇게 심하게 느껴지지는 않거든요.

아리스가와 아리스의 문제점은 그 부분입니다.'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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