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몇 년 전의 일입니다.



몇 년 전, G와 함께 긴자 이토야에 들어갔다가 한참을 왔다갔다 구입을 망설이다 포기한 테누구이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그 기억도 희미하지만 고래상어 그림이 멋지게 그려진 한 장의 테누구이였다고 기억합니다. 보자기라 대치하기는 그렇고, 보통은 염색을 통해 그림을 찍어내는 일본의 전통 섬유공예입니다. 보통은 30cm 넘는 폭의 손수건이나 직사각형의 보자기 형태로 만들더군요.


지난 일본 여행 때 하마몬야의 테누구이를 몇 장 사들고 오긴 했지만 그 때 이토야에서 보았던 테누구이의 기억은 여전히 아련하게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 스트레스 받은 김에 검색을 좀 했습니다. 이런 데서 희한하게 검색 스킬이 발동하는군요.



1.먼저 이토야 홈페이지에 들어가 테누구이를 검색합니다. 비슷한 것은 있지만 제가 본 제품은 없고, 대체적으로 반복된 패턴이 등장하는 테누구이더군요. 이토야가 문구점이니 문구 그림이 패턴으로 나오는 형태의 테누구이도 있더랍니다.


2.거기서 힌트를 얻어 아마존에서 해당 업체의 이름과 手ぬぐい를 조합해 검색합니다. 아마존 쪽에는 없어서 야후까지 건너갔지만 별도 판매하는 페이지는 없는 모양입니다. 거기서 도로 나오다가 注染手ぬぐい라는 단어를 찾았습니다. 염색 기법을 가리키는 모양이군요. 주염 테누구이라. 그리고 아마존 검색을 합니다.


3.<SYSTEM> 지름신 지뢰가 발동합니다. 계속하시겠습니까? <Y/N>



여기서 Y를 눌렀으니, 아래와 같은 테누구이들을 찾았습니다.






음, 여주로군요. 그러니까 고야 말입니다.(상품링크) 크기는 30×90cm고요.


마음에 든 상품은 확인해보니 대체적으로 두 곳입니다. 그 중 하나가 위의 테누구이를 만든 kenema고요.







다른 한 곳은 위의 Airashika입니다. (상품링크

크기는 33×90cm로 테누구이 이름이 雪窓입니다. 눈내리는 창. 굉장히 시적이지요.





아이라시카의 테누구이는 사실 아래의 이 그림을 보고 홀렸습니다.





진짜 바닷가 같지요. 맨 아래 로고처럼 찍힌 우쿨렐레도 참 귀엽습니다.(상품링크)







이쪽은 또 케네마.(상품링크)








케네마. 테누구이 이름이 재미있네요. 눈오는 날의 친구들.(상품링크)







아이라시카의 성당. 크리스마스에 매우 잘 어울리는 테누구이입니다.(상품링크)








이건 또 케네마.(상품링크)




정리하며 보고 있노라니 조금 더 파고들면 파산하겠다는 위기감이 확 몰려옵니다. 아이라시키가 장당 1620엔, 케네마는 1200엔을 조금 넘습니다. 아니, 그렇다고는 해도 둘 다 한 장 두장 모으다보면 파산은 식은죽 먹기입니다. 눈에 들어오는 것이 한 두 장이 아니니 핑계 대고 수집하면 훅 날라가겠지요. 수집하는 것만으로는 만족 못하고, 이걸 장식하기 시작하면.... 하기야 워낙 화려한 그림들이니 여러 장 걸어 놓으면 오히려 정신 산만하겠지요?



어느 쪽이건 화사하니 벽에 걸어 놓아도 눈에 확 들어올 겁니다. 뭐, 그 때 이토야에서 보았던 것처럼 확 끌리는 것은 아니라 다행이라면 다행이네요. 그랬다면 정말 파산의 길을 걸었을 겁니다.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거라 기약하며 슬쩍 닫아 둡니다. 그렇지 않으면 정말로 테누구이 들여다보다 장바구니에 담아 놓고 파산할지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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