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살 한 스푼』이 먼저, 『용의 황자님』이 나중입니다 이어지는 이야기로 조아라에서 연재되었던 판타지BL입니다. 둘이 이어지는 이야기지만 각각을 따로 보아도 크게 문제는 없습니다. 『용의 황자님』은 1월 중으로 외전이 나올거라는군요.



『햇살 한 스푼』은 작가의 이전 작인 『용 그리고 타르트 한 조각』과 같은 배경에서 시작합니다. 같은 배경이라 해도 직접적으로 드러나지는 않으며, 설정은 완전히 같습니다. 용들은 위대한 존재지만 완전하지는 않으며, 종종 인간과 사랑에 빠져 결말이 보이는 길을 걷기도 합니다. 가장 강해보이지만 그렇지만도 않은 존재로 묘사 됩니다.

『햇살 한 스푼』의 주인공이 용인 것은 아니지만 용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괴팍하기로 유명한 빛의 마법사 블레어에게 수련 학생인 쥬드가 찾아옵니다. 쥬드는 아카데미 졸업 전에 대마법사의 조수로 일하기 위해 저 머나먼 북쪽 끝 땅으로 찾아가지요. 블레어는 그 추운 땅에서 홀로 연구를 한지 오래입니다. 견습 학생을 내치려던 블레어는 변덕을 부려 몇 가지 조건을 걸고 머무는 걸 허락하지만 쥬드는 혼자 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오던 길에 아주 커다란 알을 하나 주워왔거든요. 짐작하시겠지만 용의 알입니다.


당연히 용의 둥지에 있어야 할 용의 알이 왜 거기 있었는지는 뒤로 하고, 예상치도 못하게 용은 부화합니다. 그리고 저 두 사람을 부모로 각인합니다. 만난지 얼마 안된 두 사람은 이제 공동육아르 해야할 처지에 놓입니다.



가끔 트위터에서도 진보 진영이 이야기하는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를 비판하는 이야기가 올라옵니다. 한데, 여기서는 정말 그렇습니다. '(용의) 아이 하나를 키우는데는 온 마을이 필요'합니다. 그도 그런 것이 어린 용을 노리는 이들은 많으며 그 중에서 가장 으뜸가는 이는 황제입니다. 용을 길들여서 무릎꿇리고 싶다는 놈이거든요. 그렇다보니 처음에는 블레어와 쥬드가, 그 뒤에는 다른 이들이 용을 기르는데 동참합니다. 제목에 적은 대로 메르헨이니 결말은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용의 황자님』은 그 뒤의 이야기입니다. 전편을 집필하던 도중 용, 그러니까 루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루비와 관련된 설정이 추가되면서 뒷 편도 이어 연재되었습니다. 제목 그대로 용인 루가 황자님에게 홀딱 반해서 구애하는 것이 주요 내용입니다. 하지만 갈등이 없을리는 없지요. 황자인 이안은 일찍 죽은 아버지 다음으로 황제가 된 숙부에게 목숨의 위협을 받아왔으며, 아카데미에 오기 직전, 용을 데려오면 황위를 주겠다는 약속을 받습니다. 그렇지만 어디에 용이 있는지도 모르고, 용을 길들이는 것은 불가능하며, 그에 앞서 숙부는 어마어마한 인력과 돈을 쏟아 넣었음에도 실패했던 터입니다. 충동적으로 심술을 부린 건 알지만 그런 심술이라도 없으면 이안이 황위에 오를길은 요원합니다. 숙부에게 자식은 없지만 친척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니까요.


그리고 그런 이안에게 홀딱 빠진 루는 열심히 구애합니다. 마법사로서 상당한 재능을 가진 이안과, 용이라서 매우 강한 마법사지만 어린 용이다보니 제어에 종종 실패하는 루는 기숙사의 같은 방에서 지내며 친분을 쌓습니다. 친분이라 적었지만 루의 입장에서는 구애입니다. 첫 눈에 반해서 열정적으로 구애하는 루가 참 귀엽지요. 물론 이안은 당황하지만, 황자라며 거리를 재거나 다른 꿍꿍이를 가진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외모(...)에 홀딱 반해 구애하는 루를 보고는 이안도 마음이 움직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나를 이렇게 열렬하게 사랑하는 것은 네가 처음이야.'쯤? 아주 틀린 표현은 아닙니다. 현 황제의 형이었다는 아버지는 기억도 안날 것이고, 어머니는 숙부의 위협 때문에 고생하다 돌아가셨고, 그 뒤에는 같은 자리에 서서 사랑으로 품어주는 이는 만나지 못했으니까요. 순수한 애정에 이안이 흔들린 것도 이해가 됩니다.


당연히 해피엔딩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2) 다만 조아라 연재분은 두 사람의 마음이 이어지는 곳까지였고 전자책의 외전에는 이안과 황제, 루의 이야기가 더 나옵니다. 어떻게 황위를 이어받는지도 구체적으로 나오고요. 아마 1월에 나오는 외전은 이 둘의 일상을 다루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루의 아버지들 이야기가 더 나올지도 모르지요.



달달한 동화풍 판타지를 좋아하는 분께 적극 추천합니다.



두나래. 『햇살 세 스푼』 본편, 외전. 고렘팩토리, 2018, 본편 4200원, 외전 700원.

두나래. 『용의 황자님 1-3』. 고렘팩토리, 2018, 1권 3천원, 2-3권 32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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