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자체도 만족스럽지만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역시 오하나의 존재입니다. 오하나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이 소설은 읽을 가치가 있습니다.


일단 북스피어고요, 일단 하타케나카 메구미입니다. 이 둘의 조합이니 책의 재미는 보장되었지요. 데뷔작이라는 『샤바케』도 살짝 떠오르지만 괴이를 소재로 한 그 책과는 달리 이 책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소설의 시작은 누군가의 독백입니다. 언니는 사랑하는 사람이 따로 있었지만 아버지는 그 사람은 두고 다른 사람과의 혼인을 추진합니다. 그 사이에서 번민하던 언니는 최근 강물에 빠져 사망했습니다. 그 자살이 아버지에 의한 타살은 아닌지, 의심하지만 그걸 대놓고 물어볼 용기는 없습니다. 아버지는 료고쿠바시 근방을 주름잡는 행수입니다. 가게에서 일하는 사람만 행수인 것은 아니고, 굳이 따지자면 지금의 야쿠자보다는 범죄에 손을 덜 대는 쪽에 가깝지 않을까요. 근방 지역의 힘쓰는 손이라고 생각하면 얼추 맞을 겁니다. 자신 역시 그런 아버지 그늘 아래 있고 그 아래서 호의호식 하고 있으니 말을 꺼내기 어렵습니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관리하는 예능장에 '진실의 하나히메'가 있다는 것을 듣고는 아버지를 졸라 공연을 보러 갑니다.


진실의 하나히메는 원래 인형 만드는 장인이었던 쓰키쿠사가 마지막으로 만든 인형이랍니다. 지금은 사고로 더이상 인형을 만들 수 없다는 군요. 그 사고 때문에 일자리를 잃고 어떻게든 돈을 벌기 위해 목소리 예능을 했지만 전혀 반응이 없어, 인형을 들고 나와 1인 2역의 예능을 시작했는데, 그게 의외로 잘 먹힌 덕에 길거리에서 지금은 공연장까지 진출했답니다.


인형의 이름은 오하나. 그래서 하나히메. 쓰키쿠사는 그 인형을 제작자이고 복화술로 인형의 대사를 읊는 인물이니 사실상 오하나의 인(형)격도 쓰키쿠사의 것임에 틀림없지만 묘하게 인형에 얽힌 이야기 때문인지 진실만을 말한다고 믿고 또 그렇게 소문이 퍼지기도 합니다. 그 소문도 주로 보통 사람들에게 돌지만 말입니다.

뭐라해도 시타마치 이야기니까요.


자. 서문에 등장한 독백의 주인공이자 행수 야마코시의 유일한 자식인 오나쓰는 공연을 보러 와서 또 같은 이야기를 합니다. 진실을 보는 인형이라니 진실을 말해달라고요. 그리고 그 자리에서 야마코시는 딸이 품고 있던 의문을 본인의 입으로 말합니다. 큰 딸 오소노를 죽인 것이 자신이라고 딸이 생각하고 있다고.



첫 번째 이야기는 이 의문을 풀어냅니다. 괴이는 손톱만큼도 등장하지 않고 발품을 팔고 머리로 생각하여 진행됩니다. 어떤 결말이 나올지는 직접 읽어보시면 될 것이고요. 해결된 뒤에도 오나쓰는 꾸준히 쓰키쿠사의 예능을 보러 갑니다. 오하나가 무척이나 예쁘기도 하거니와 하나히메 추종자들이 공주님을 위해 꾸준히 비녀니 뭐니 갖다 바치기도 하니까요. 매번 아름답게 차려 입은 오하나를 보는 것도 좋고, 여러 이야기들이 흘러 나오는 것도 좋습니다. 가끔은 처음으로 오하나를 보러온 인물들이 무의식 중에 끼어드는 일이 있어 그 광경을 구경하는 것도 좋습니다.

하지만 소문이 그러하다보니 하나히메에게 진실을 밝혀달라며 찾아오는 사람도 여럿입니다. 그런 일들에 자주 휘말리기도 하고, 그 소문이 와전되기도 합니다.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오하나와 쓰키쿠사가 그 일들에 휘말리고 그 광경을 오나쓰가 들여다보며 가끔은 참견하기도 하는 식으로 진행됩니다.



무슨 이야기냐하면, 아주 다행스럽게도 오나쓰와 쓰키쿠사의 로맨스는 손톱만큼도 없다는 겁니다. 혹시나 싶어 두근거리며 내내 봤는데 전혀 없다는 것에 감명을 받아 가슴을 쓸어 내렸습니다. 역시 『샤바케』의 작가 답습니다.


오랜만에 『샤바케』를 다시 보고 싶어지는 건 물론, 이 책과 마찬가지로 낭만픽션 시리즈이자 작년에 나온 『뇌물은 과자로 주세요』도 읽고 싶습니다. 잠시 구입을 미뤘는데 다음 장바구니에 담아 덥석 구입할 생각입니다.



하타케나카 메구미. 『인형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 남궁가윤 옮김. 북스피어, 2018, 13800원.



부작용.

이 책을 읽고 나서 인형 놀이가 매우, 매우 하고 싶어졌습니다. 인형 놀이가 아니더라도 예쁜 기모노 장식의 인형이 보고 싶어지니. 표지부터가 아리따워 상상하기 쉬웠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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